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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일곱번째 걸음(배곡고개~배치고개)-조응문(弔鷹文)! 본문

1대간 9정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일곱번째 걸음(배곡고개~배치고개)-조응문(弔鷹文)!

강/사/랑 2012. 3. 27. 16:43
 [낙남정맥]일곱번째 걸음(배곡고개~배치고개)

  

조응문(弔鷹文)

 

유세차(維歲次) 임진년 삼월 스무닷샛날에 홀로 산꾼 姜氏는 두어 자 글로써 응자(鷹子)에게 고하노니, 하늘 나는 즘생 가운데 종요로운 것 독수리로되,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날짐승 흔한 바이로다. 이 독수리 한낱 말 없는 즘생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情)이 남과 다름이라.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불쌍하고 불쌍하다. 낙남정맥(洛南正脈) 종주 길에 너를 산속에서 잠깐 본 것이 전부이나 멀쩡히 겅중겅중 뛰는 모습을 보았으니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오.

 

애재(哀哉)라.

눈물을 잠깐 걷고 심신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에 홀로 산꾼인 강/사/랑이 낙남정맥 여섯 번째 걸음을 하였난데, 돌장고개를 출발한 이후 수십 개의 산봉우리를 연이어 허위허위 넘어야 했더라. 지리산이라 영신봉(靈神峰)에서 출발한 낙남(洛南)이 하동 옥종(玉宗) 땅을 지나며 그 높낮이를 뚝 떨어뜨려 잔잔히 오르내리더니 사천(泗川)과 진주(晉州)를 지나 고성(固城) 땅에 들어서면서는 정맥의 이름값을 하느라 그 높낮이가 사뭇 깊어져 하늘같이 울퉁불퉁해지니 저질 체력의 산꾼이 어찌 아니 힘 드리오.

 

그리하여 부련이재 지나 대곡산(大谷山)을 넘고 지친 발걸음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산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저쪽 산길에 검은 옷 입은 노인이 앉았길래 가까이 가 보니 노인이 아니라 바로 너 응자(鷹子)가 날개를 다친 채 산길에 앉아 있음이로다.

 

비록 날개는 다쳤으되 너의 덩치 우람하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졌으니 안을 수도 끌고 올 수도 없는 바이라 119에 전화하니 즘생은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 하고, 동물구조센터는 휴일이라 전화 불통이요, 고성군청은 당직자가 일요일이라  곤란하단 말만 되풀이하니 열불 터질 일이로다.

 

어찌어찌 공직자의 의무를 상기시킨 후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으나 자기네 관할의 산길 좌표를 찾지 못해 한 시간여를 소요한 후에야 산 중턱 농장 임도에서 조우(遭遇)를 하였더라. 그리하야 그들이 포획 그물과 장비 갖춘 후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봉우리 두어 개를 더 넘은 후 배곡고개에서 산행을 마감하고, 금곡과 진주 거쳐 고속버스 타고 귀경(歸京)하였난데, 오호통재라, 귀경길 버스 안에서 전화로 확인하니 30여 분 산속을 찾았으나 독수리를 찾지 못했고, 종전에도 왕왕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아가더란 말을 하길래 그래도 공직자의 말이라 은근히 믿는 바 있었더라.

 

안타깝다 독수리여. 불쌍하다 응자여. 

그로부터 한 달 뒤 부부 산꾼 해리님네 부련이재 지나고 대곡산을 지났난데, 문득 보아 등로 위에 커다란 사체(死體) 발견하니 다름 아닌 너로구나. 푸른 창공(蒼空) 주름잡던 너의 위용 어디 가고, 몽골 고원 내려보던 네 눈동자 어찌 감았나?


오호통재라.
북풍한설(北風寒雪) 피하고자 수만 리 길 창공 날아 따스한 남쪽 나라 고성 땅을 찾았더니 고압선로 앞을 막아 날갯죽지 부러지고 이리저리 갈 길 찾아 어둔 산속 헤매였난데 휴일 출동 귀찮아진 인간들의 무신경에 그예 그만 쓰러지고 말았구나.

 

오호애재라, 응자여.

너의 영면(永眠) 소식 듣고 정신이 아뜩하고 두골(頭骨)이 깨지는 듯하매, 이윽도록 망연자실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재삼재사 확인해보나 속절없고 하릴없다. 무죄한 너를 생각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구를 한(恨)하며 누구를 원(怨)하리요, 그날 공무원들 산에 올라가는 것 뒷모습만 보지 말고, 고작해야 봉우리 하나 반이니 따라가서 확인할걸. 안타깝고 슬프도다!


그날 이후 어두운 산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 세상을 떠났을 너를 생각하면 공무원들의 무책임에 분노하고, 나의 무심함에 죄스럽기만 하구나. 불쌍하고 미안토다.

 

이제 이곳 대곡산에서 한 잔 막걸리와 소박한 제물로 너를 영결하노니 그날의 안타까운 고통은 모두 잊고 푸른 창공 훨훨 날아 영원한 나라로 회귀하였기를 기원하고, 부디 다음 생(生)에는 좋은 몸으로 다시 태어나 백년지락(百年至樂) 누리기를 간절하게 바라노라.

 

오호통재라 독수리여!

 

 


조응문(弔鷹文)!


구간 : 낙남정맥 제 7구간(배곡고개~배치고개)
거리 : 구간거리(19.2km), 누적거리(127.12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2년 3월 25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배곡고개(08:35) ~ 천황산 ~ 370봉 ~ 가리재/추계재(09:30)  ~ 404봉 ~  송전탑 ~ 480봉 ~ 농장철망갈림길 ~ 대곡산(11:10) 점심 후 11:50出 ~ 마장이재 ~ 532봉(13:10) ~ 화리치(13:30) ~ 임도능선갈림길 ~ 무량산 ~ 578봉 ~ 큰재(15:00) ~ 501봉 ~ 480봉 ~ 백운산(15:40) ~ 장전고개(16:05) ~ 성지산 갈림길 ~ 송전탑 ~ 459봉 ~ 송전탑 ~ 떡재 ~ 배치고(18:00) . 
           
총 소요시간 9시간 25분.

 

 

2012년 3월 24일. 흙의 날. 간만의 여유로운 토요일 오전을 집에서 보내고, 마눌과 외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철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나보다 딱 세 시간 거리 뒤에 있던 해리님 내외는 이미 어제 저녁에 짐 챙겨 진주로 내려갔고, 시방 낑낑거리며 오르내림 심한 낙남의 고성 구간을 지나고 있을 터이다. 원래 계획은 나도 어제 저녁에 같이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기업 대표인 해리님과 고용인인 나하고는 처지가 달라 같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산길 걷고 있던 해리님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지난달 내가 발견해서 고성군청 문화재 담당관에게 구조 요청을 했던 그 독수리가 그 위치에서 그대로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아이고, 우짤꼬? 그예 그렇게 되었구나. 산길 따라 20분 정도만 올라가면 찾을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날 조금 올라가다가 말았구나.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찾을 수 있었고 살릴 수 있었는데 어찌 그리했단 말인고?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고 또 분노가 치미는 일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일요일날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신고가 들어와 출동을 해야 했고, 자기네 관할구역이라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 산길 찾느라 고생도 했고, 날까지 어둑해져 와서 산으로 올라가기 귀찮았겠지만, 이왕 출동한 것 조금만 더 올라갔으면 독수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차라리 그 독수리가 사고를 당해서 바로 죽음을 당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다른 곳은 멀쩡하고 단지 날개가 다쳐 날지 못할 뿐이었는데, 그 어둡고 추운 산속에서 며칠 동안 홀로 헤매다가 굶주려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어둡고 추운 겨울 산속에서 그가 겪었을 공포와 배고픔, 절망감의 깊이가 어떠했을까? 어찌 그리되었더란 말인고? 어찌 그리 무심하더란 말인고? 오호애재라!


 

무량산/無量山

 

경남 고성군 대가면에 있으며 높이는 583m이다. 무량산은 고성읍 북서쪽에 위치하면서 대가면의 중심을 이루는 산으로 양화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세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낙남정맥의 산 중 고성지역 최고봉이다. 고성의 진산이며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형상으로서 멀리서 보면 이름 그대로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고 남릉에 봉화대가 있다.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의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며 하동 사천 고성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동신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도로~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무량산을 보고 산행을 하려면 진행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곧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도 역시 봉산마을.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남정맥 제 7구간 배곡고개~배치고개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밝은 대낮에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는 또 간만이다.

 

 

 

정말 오랜만에 밝을 때 고속버스 편으로 출발을 했는데, 그래도 워낙 먼 동네라 진주에 도착하니 이미 시각은 저녁 8시가 넘었다. 간만에 고향에 왔으니 만나야 할 사람들도 있고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차도 한 잔 마시고 하다보니 날짜를 넘겨 일요일 새벽이다.

 

진주에서 산행 출발할 때면 늘 들러는 시외터미널 근처 찜질방에 가는데, 이 찜질방 위치가 유흥가 근처여서 룸살롱에서 나온 아가씨들이 술 한 잔 하고 가라고 유혹한다. 이제 룸살롱 술은 안 먹는다, 이 사람들아! 

 

 

 

# 저 김밥천국에서 언제나 아침 먹고 점심 도시락도 챙긴다.

 

 

 

시외터미널 앞에서 금곡면 가는 첫차가 6시 반에 있기 때문에 그 차를 타기 위해서는 5시쯤 일어나서 씻고 식당 들러 밥 먹고 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간밤에 찜질방에 들어 온 것이 1시쯤이었고, 씻고 잠자리에 든 것이 2시였으니 당연히 늦잠이다. 6시쯤 일어나 씻고 식당에 들러 아침 먹고 도시락 싸고,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안주를 챙겨 나오니 7시가 넘었다.

 

7시 반에 있는 두 번째 차 타고 씽씽 내달려 금곡면에 도착. 버스 정류장에 적혀 있는 택시 번호 호출해서 고성으로 넘어가 지난달에 내려 섰던 배곡고개에 도착했다. 고개 위에는 햇살이 피어 오르고 있으나 찬바람이 불어 날씨는 아주 쌀쌀하다.

 

 

 

# 금곡면 종점.

 

 

 

# 배곡고개에 있는 봉발리 소류지.

 

 

 

# 나를 내려주고 돌아가는 금곡택시.

 

 

 

# 배곡고개.

 

 

 

08:35. 독수리 누워 있을 산 속 방향으로 묵념하여 명복을 빌어 준 뒤 짐 챙겨 천황산 들머리로 스며들었다. 요 며칠 꽃샘추위가 찾아와 이 따뜻한 남쪽나라에도 찬바람 불고 기온은 떨어져 차갑고 몸이 떨린다. 산속에는 이미 생강나무꽃은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얼레지는 아직 꽃대를 밀어 올리지는 못하고 얼룩덜룩한 잎만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한차례 밀어 올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감 없이 그 각도 그대로 곧장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금세 종아리가 팍팍하게 당긴다. 한차례 낑낑 소리 지른 후에 바위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그곳이 바로 '천황산 정상'이다. 09:00.




#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생강나무.

 

 

 

# 얼레지는 아직 한 주일 가량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한차례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바위전망대에 이른다.

 

 

 

# 고성군 상리면 망림리 일대의 인간세.

 

 

 

# 남해바다 고성만 일대를 땡겨본다.

 

 

 

# 전망대 바로 뒤가 천황산 정상이다.

 

 

 

천황산은 고도가 342.5m에 불과하지만,  참 거창한 이름을 가진 산이다. 가파른 오름, 툭 트인 조망을 생각한다면 조금 이해가 되기는 한다. 저 멀리 고성만이 건너다 보이고 상리면의 들판도 내려다 보여서 경치 구경을 하다가 곧 다시 출발했다. 잠시 내렸다가 다시 위로 치고 오르라 한다.

 

곧 '370봉'에 이르게 되는데, 이 봉우리는 좀 전의 천황산에 비해 높이도 높고 조망도 갖추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름을 얻지 못했다. 우측 아래로 가르멜 수녀원 건물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대곡산이 우뚝 솟아 있다.

 

 

 

# 이름을 얻지 못한 370봉.

 

 

 

# 저멀리 대곡산이 우뚝하다.

 

 

 

천황산 오름이 가파른 오르막이더니 내리막 역시 가파른데, 곧장 깊게 떨어져 내리게 된다. 오늘 구간은 이름을 가진 산만 천황산, 대곡산, 무량산, 백운산, 성지산, 덕산 등 여섯이요, 이름 대신 지도상 높이 이름을 가진 산도 이십여 개에 이른다. 그리고 시작과 끝인 배곡고개와 배치고개 외에도 가리고개, 마장이재, 화리치, 큰재, 장전고개, 떡재 등 여러 개의 고개가 위치해 있어 오르내림이 당연히 많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올랐다 하면 꼭 그만큼 떨어져 내리는 형태로 이뤄져 있어 거리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깊고 가파르게 떨어져 1016번 지방도가 지나는 '가리고개'에 내려섰다. 09:30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려 피었다가 추운 날씨에 움추려 든 진진이.

 

 

 

# 가리고개.

 

 

 

# 1016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고 좌측에 추계마을이 있다.

 

 

 

가리재는 고성군 영현면 추계리와 상리면 부포리를 잇는 1016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갯길이다. 고개 우측에는 가르멜 수녀원이 위치해 있고, 좌측에는 추계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고개 이름은 가리재와 추계재로 불리는데 '가래 추(楸)'자를 사용하고 있어 그리된 것으로, 고개 형상이 농기구인 가래를 닮아서인지 혹은 가래나무가 많아서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유래야 어찌되었건 가래모양으로 휘어진 고갯마루에는 바람 통과하기 좋게 골이 형성되어 있어 오늘은 엄청나게 강한 찬바람이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고개 정면으로 갈천리로 넘어가는 포장도로가 솟구치고 있어 도로를 따라 올라 갔다. 두어 번 휘감아 도는 곳에 우측으로 숲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이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대곡산을 스킵하고 화리치로 바로 갈 수 있어 그쪽으로 내빼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몸은 자연스레 숲으로 스며들고 있다. 곧장 위로 치고 오르는데 3단으로 쳐 올리면 암봉인 '404봉'에 이르게 되고, 다시 위로 길게 치고 오르면 고도계에 440이 찍히는 무명봉에 올라 선다.

 

잠시 진행하여 송전탑을 지나고 이후는 계단식으로 꾸준히 진행하다가 '480봉'을 넘어 내리면 농장철조망이 있는 '갈림길고개'에 도착한다.

 

대곡산은 몇 걸음 뒤에 물러나 있어 봉우리 몇 개를 넘으며 고도를 높여가다가 묘지를 지나 꾸준히 밀어 올려야 하고, 11:12에야 '대곡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 심심할 때면 하는 혼자 놀기.

 

 

 # 햇살에 나뭇잎처럼 빛나는 표지기들.

 

 

 

# 모아이 석상같은 바위.

 

 

 

# 송전탑을 지나 진행.

 

 

 

# 우측 너머로 고성만이 건너다보인다. 대곡산이 낙남의 최남단이니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보인다.

 

 

 

# 대곡산도 한번에 허락되어지지는 않는다.

 

 

 

# 넵!

 

 

 

# 대곡산정.

 

 

 

# 대곡산정에서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독수리를 위한 제를 지냈다.

 

 

 

낙남정맥의 최남단인 대곡산정엔 햇살이 따스한데, 소나무 한 그루와 작고 소박한 돌탑이 서 있다. 그 돌탑 앞에 막걸리 한 잔과 간소한 제물 올리고 인간들의 무심함으로 인해 불쌍하게 생을 마감한 독수리를 위한 제를 올렸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고 다음 생에는 좋은 몸을 받아 태어나기를 기원하며...

 

추가로 천지신명께도 절 올리고 음복하며 휴식하였다. 이내 바람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기온이 급감한다. 서둘러 짐 꾸려 길을 나섰다. 잠시 진행하면 통영지맥 분기점을 지나고, 이후 깊고 가파르게 떨어져 내리게 된다.

 

해빙기 산의 사면은 질척거리고 미끄러운데, 경사까지 급해 중심잡기가 어렵고 찬바람 강해 몹시 춥다. 그러다 농장 철조망을 만났다. 이 지역은 농장이 마루금을 점령하고 있어서 마루금 우측의 철조망 바깥으로 우회하여 진행하여야 한다.

 

길게 내려 농장으로 들어가는 포장도로에 내려서고, 곧 위로 올려 농장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문 우측으로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지만 일단 마루금으로 올라 갔다.

 

이 농장은 오소리와 사슴을 기르는 농장이라는데, 방목장은 텅 비어 있고 저 아래 농장 축사가 내려다 보인다. 마루금을 따라 농장도로가 올라 가게 되어 있어 그 도로를 따라 올라 가는데, 중간에 철조망과 대문으로 막혀 있어 마루금으로 진행이 불가능하다.

 

다시 도로를 따라 아래로 한참을 내려 철대문으로 복귀하고 우측 임도를 따라 들어갔다. 길게 임도를 따라 가다가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틀하여 능선을 따라 위로 치고 오른다. 이렇게 우회하는 이유도 마루금을 차지한 농장 때문이다.

 

아마도 사유지인 모양이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경사가 가팔라 헉헉 소리가 절로 나고 편백숲을 지나 치고 오르면 정상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서 곧장 우틀하여 내린다. 철쭉 잡목이 등로를 점령하고 있어 연신 아야아야 소리를 질러야 했다. 다시 농장철조망을 만나 바깥으로 우회하였다.

 

안부에 이르러 다시 위로 치고 오르고 아야아야 철쭉에게 따귀를 얻어 맞아가며 위로 올려 정상에 이른다. 이후 좌틀하여 내리는데 전방에 봉우리 하나 우뚝하고 그 너머에 뚝 떨어진 곳에 고개가 위치해 있다.

 

안부에서부터 곧장 위로 치고 오르는데 이곳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가파르게 밀어 올리게 되어 있어 무척 힘이 든다. 아이고아이고 소리 질러 가며 밀어 올려 '532봉'에 올라섰다. 이후 살짝 내렸다가 다시 봉우리를 올리면 너머로 무량산이 우뚝한데, 일단은 급경사 내리막을 깊게 떨어져 내려야 한다.

 

오늘 이 구간의 산세는 모두 이 모양이다. 올랐다 하면 무조건 그 높이 만큼 떨어져 내리고 곧 또다시 그만큼 치고 올라야 한다. 길게 떨어져 내려 6거리인 '화리치'에 도착했다. 13:30 

 

 

 

# 통영지맥 분기.

 

 

 

# 천황산 사슴농장이 마루금을 점령하고 있다.

 

 

 

# 농장 철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 농장 탓에 우회해야 한다.

 

 

 

# 마루금에서 길을 찾다가 다시 대문으로 복귀했다.

 

 

 

# 몇 주 뒤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진진이.

 

 

 

# 고성읍내가 내려다보인다.

 

 

 

 # 1988년에 가보고 못 갔으니 24년 되었다.

 

 

 

 

# 무량산이 건너다보인다.

 

 

 

# 정상에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다.

 

 

 

# 화리치.

 

 

 

# 6개의 길이 갈라지고 있다.

 

 

 

6개의 갈림길 중 정면 편백숲 안으로 나 있는 등로로 들어갔다. 한차례 밀어 올리면 화리치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잠시 가다가 임도가 두 개로 갈라지는 곳에서 우측길로 오르면 또 우측에 숲으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있다.

 

무량산까지는 500m거리다. 숲속 능선을 따라 한차례 밀어 올려 능선 마루금에 올라서면 정맥은 우측길이고, 무량산 정상은 좌측으로 조금 빗겨나 있다. 좌틀하여 바위지대를 지나 잠시 오르면 '무량산정'에 이르게 된다.

 

 

 

# 임도를 다시 만나 우측 숲으로 들어갔다.

 

 

 

# 능선 갈림길.

 

 

 

# 무인감시카메라가 있는 무량산 정상.

 

 

 

# 정상 좌측에 전망대가 있어 전방으로 578봉과 그 옆구리를 휘감는 임도가 보인다.

 

 

 

  # 578봉 너머로 장전고개가 보인다.

 

 

 

# 578봉 우측 너머로 고성앞바다가 보이고,

 

 

 

전망대에서 한참을 경치 구경하다가 정상을 도로 나와 갈림길로 복귀했다. 능선마루금을 따라 진행하다 대가저수지와 양화저수지가 보이는 암반지대를 지나게 된다. 

 

커다란 오르내림 없이 편안하게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하다가 바위전망대가 있는 바위지대를 통과했다. 이후 잔봉 하나를 넘은 후 암반지대의 오르막을 제대로 한차례 밀어 올리면 '578봉'에 이른다.

 

이곳 오르막을 오르면서 우측 고관절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지난번 산행하면서 약 일곱 시간쯤 걸은 후부터 우측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시간대에 그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동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상이 있는건지...

 

고관절 부위를 마사지해 보지만 특별한 증세 호전은 없고, 일단 스틱에 체중을 실으며 출발했다. 서둘러 출발하는 이유는 어제 이곳을 통과한 산꾼 동무인 해리님께 들은 소식으로 마음이 급해진 탓이다. 어제 오후 늦게 두 분이 장전고개 너머 성지산 내리막에서 날개를 다쳐 등로를 헤매고 있는 독수리를 또 만났다는 것이다.

 

시각이 너무 늦어 신고를 못 했다는데, 오늘 나 역시 출발 자체가 늦어 늦은 시각에 그곳에 도착할 것 같고, 너무 늦으면 고성군청 담당자를 부를 수도 없을 것 같아 얼른 현장에 도착을 해야 했다.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리는데 고관절 통증 때문에 온통 체중을 스틱에 실었더니 어깨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임도를 통과하여 잡목숲을 지나 길게 내려가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지나는 '큰재'에 내려서게 된다. 15:00

 

 

 

# 큰재.

 

 

 

좌우 폭이 좁은 큰재를 넘는 바람이 지난 겨울 제설작업으로 뿌려둔 모래를 흩날리는 통에 눈을 뜨기가 어렵다. 큰재를 지나 맞은편 501봉을 향해 오르자면 방호벽을 올라야 하는데, 높이가 높아 혼자서 바둥바둥 애를 써게 만든다. 누가 보지 않은 것이 다행이게 방호벽에 매달려 바둥거린 후 겨우 숲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이곳 오르막은 군더더기 없이 똑바로 고도 150을 밀어 올려야하는 형상이다. 고관절 통증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억지로 '501봉'에 올라 섰다. 아무 특징없는 정상을 지나 임도를 따라 잠시 내리다가 갈림길에서 숲으로 들어가 암봉 하나를 넘고 다시 한차례 올리면 '백운산'정상에 이르게 된다. 15:40

 

 

 

# 501봉.

 

 

 

# 바위전망대.

 

 

 

# 지나온 무량산과 578봉, 그리고 큰재.

 

 

 

# 파노라마로 펼쳐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백운산.

 

 

 

# 고성읍 방면 인간세가 내려다보인다.

 

 

 

# 척정저수지와 고성읍. 그리고 바다.

 

 

 

별 기대 없이 올라온 백운산은 의외로 멋진 조망을 보여 준다. 정상 너머로 고성읍 쪽의 인간세가 넓게 눈 앞에 펼쳐지는데, 다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오래 머룰 수가 없는 것이 흠이다. 바람이 없었대도 독수리 때문에 마음이 급해 오래 있을 수가 없기는 하다만...

 

백운산 하산길은 스틱 없이는 중심도 잡기 어려운 울트라 급경사 내리막이다. 고관절 통증과 급경사 내리막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겨우겨우 아래로 길게 내려가면 앞이 툭 트이면서 한림정공이란 공장과 버스 정류소가 있는 '장전고개'에 이르게 된다. 16:05

 

 

 

# 장전고개와 또 올라야 할 성지산. 고압선이 정맥길과 나란하다.

 

 

 

# 장전고개.

 

 

 

현재의 내 몸 상태를 생각한다면 이곳 장전고개에서 스톱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성지산을 넘어 독수리를 만나지 못한다면, 녀석은 또 그 숲속에서 죽을 것이 뻔하다. 억지로라도 시각이 더 흐르기 전에 독수리를 발견해서 고성군청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장전고개 버스정류소에 앉아 고성군청에 전화를 걸었다. 시각이 더 늦으면 담당자를 출동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자 당직자가 전화를 받는다. 이 동네는 일요일엔 여자공무원만이 당직을 서나?

 

"어찌되었건 당직자에게 지난달에 독수리 구조 때문에 신고를 했던 사람이다. 당시에 고성군청 담당자가 출동을 했으나 독수리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 독수리가 산속에서 굶어 죽었다. 이번에는 그런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아 미리 연락을 취한다. 어제 선답자가 이곳을 지나면서 날개를 다친 독수리를 보았다는데, 내가 30분 후 쯤 그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만약에 독수리가 스스로 날아가서 현장에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즉시 출동해서 구조를 해달라. 내가 30분 후에 현장에 도착해서 다시 연락을 하겠다. 담당자가 일요일에 출동하기가 어렵겠지만 공무원의 임무이니 어쩌겠는가?"

 

이런 내용의 당부를 당직자에게 한 후 장전고개를 출발했다. 버스정류소 우측 임도를 잠시 따르다가 좌측 숲으로 들어가는데, 급경사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고 마음은 급한데 고관절이 아파 속도를 마음껏 내지를 못했다.

 

억지로 억지로 발을 끌며 오르막을 올라 능선마루금에 올라섰다. 성지산은 우측에 있고 정맥길은 좌틀해야 한다. 좌측으로 잠시 가면 69번 송전탑을 지나게 되고, 한차례 다시 위로 밀어 올려 '459봉'에 이른다.

 

 

 

# 성지산 근처의 69번 송전탑.

 

 

 

# 고압선이 정맥과 나란히 이어지는데, 저 고압선이 독수리들을 다치게 만드는 원흉이다.

 

 

 

# 가야 할 낙남의 산줄기들.

 

 

 

# 459봉.

 

 

 

# 누군가 성지산이란 이름표를 달아 두었지만, 성지산은 정맥 우측에 있는 392.9봉을 가리킨다고 지도에 기록되어 있다.

 

 

 

459봉 내리막은 역시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해리님께 다시 연락해서 독수리를 발견했다는 위치를 확인하고, 아래로 길게 내려 안부에 도달했다.

 

그러나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독수리를 발견할 수가 없다. 독수리가 등로를 따라 이동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등로를 따라 진행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곳에서 녀석을 발견했을 때 군청담당자가 어떤 길로 올라와야 할 지를 가늠해 보면서 지도와도 비교해 가며 진행했다.

 

하지만, 459봉 내리막에서 발견했다는 독수리는 2, 30분을 더 주변을 살피며 진행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동안 송전탑을 두 개나 더 지나야 했다. 다시 해리님께 전화를 해서 위치 확인을 해보지만 이미 독수리를 발견했었다는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를 지나왔다.

 

결국 녀석이 스스로 날아갔거나 어디 숲속으로 들어갔거나 둘 중 하나일 터인데,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아 영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 숲속을 찾아 헤맬 수도 없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군청 공문원을 출동시킬 수도, 출동하지도 않을 것이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다만 독수리가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 날아갔기를 바라면서 나 역시 내 갈길로 가야만 했다. 다시 고성군청에 전화를 걸어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사과하고 현장을 찾아봤지만 독수리가 없으니 출동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말씀을 전했다.  

 

늦기 전에 녀석을 찾겠다고 정신없이 오느라 잠시 잊고 있던 고관절 통증이 다시 밀려 들어 오른쪽 다리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발을 끌며 진행하다 묘지가 있는 '떡고개'에 도착했다. 곧 가파른 급경사의 오르막을 한차례 치고 올라 삼각점이 있는 '덕산'에 올랐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고관절 부위를 잠시 마사지 해서 풀어 준 후 내리막에 들어섰다. 한차례 내려가면 밤나무 단지를 지나게 되고, 곧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배치고개'에 도착했다. 18:00. 

 

 

 

# 떡고개.

 

 

 

# 찬바람 무서운 배치고개.

 

 

 

배치고개는 고성군 개천면과 마암면을 잇는 1007번 도로가 지나는 포장도로이고, 멀리는 고성과 진주를 잇는 길이라 차량통행이 많다. 많은 차들이 씽씽 고개를 넘나들고 있어서 히치가 쉬울 듯해 10여 분 길가에 서 있어 보지만, 웬일인지 쉬이 손을 들 수가 없다.

 

엄청난 찬바람에 벌벌 떨며 멍청히 지나다니는 차들을 구경만 하다가 해리님이 일러 준 고성택시를 호출했다. 해리님 내외는 다음 구간인 발산재까지 짧게 한 구간 하고, 고성읍에 갔다가 서울행 표가 전혀 없어서 진주로 이동해서 이미 서울행 고속버스에 탑승해 있는 상태다.

 

고개 건너편 바람이 덜 타는 한 켠에서 스트레칭 하며 10여 분 몸을 풀고 있자니 택시가 도착했다. 고성으로 갔다가 진주행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하니까 지금 자기가 진주행 버스를 앞질러 왔다면서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진주행 버스를 잡아 준다. 그러면서 택시비로 만원을 요구한다.

 

택시 5초 탑승에 만원을 지불했다. 그래도 시간 절약하며 진주행 버스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하였다. 진주행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서울행 고속버스를 예매하고, 40여 분 달린 후 진주에 도착했다. 화장실에서 물티슈로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곧장 기다림 없이 귀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귀경버스는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이어폰 귀에 꽂고 음악 들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독수리가 잠깐 꿈속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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