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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여덟번째 걸음(배치고개~발산재)-꼼수는 안돼! 본문

1대간 9정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여덟번째 걸음(배치고개~발산재)-꼼수는 안돼!

강/사/랑 2012. 4. 9. 16:50
 [낙남정맥]여덟번째 걸음(배치고개~발산재)

  

요즘 '꼼수'란 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꼼수란 원래 "째째한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비열한 속임수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인터넷 세상에서 분탕 치며 온갖 욕설과 외설스런 내용의 쓰레기를 생산하던 뚱뚱한 젊은 남자 사람 몇몇과 낙선한 정치 사람 등이 모여 이 꼼수란 말을 내세우고 방송을 하고 있다. 그들은 꼼수란 이름 하에 그동안 그들이 생산해 낸 욕설, 폭력, 왜곡된 정치의식, 여성 비하 등등을 종합선물세트로 버물려 마음껏 배설(排泄)하고 있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더러운 오물 배설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사이버 세계가 무제한성(無制限性), 무절제성(無節制性), 무책임성(無責任性) 등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꼼수란 이름으로 그들이 배설하듯 쏟아내는 언어의 폭력성(暴力性)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면 차마 아이들과 함께 단 일 분도 들어주기 힘든 내용이 범람한다.


게다가 그들은 철저하게 정치적 편향성(偏向性)을 드러낸다. 당연히 그 쪽의 기성정치권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이슈성에 기생(寄生)하려는 정치꾼의 꼼수가 가세하니 힘이 붙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살아있는 정치 권력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금기(禁忌)에 대한 도발이나 직설적인 공격성, 무차별적인 욕설 등은 젊은이들의 억압된 자아를 자극하며 대리만족감을 부여한다. 때문에 마음껏 선동적(煽動的)이고 매력적(魅力的)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법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말초적(末梢的)인 인기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의 꼼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회적 파급력(波及力)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꼼수란 그 출발이 탄탄한 내공(內攻)의 기초(基礎)와 진실의 토대(土臺)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오직 승리만을 위한 잔머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잠깐의 승리는 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긴 시각에서의 성취는 이뤄낼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의 앞으로의 행적을 보면 그 결과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꼼수가 목적달성을 위해 째째한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정수(正手)는 속임수를 쓰지 않고 정당(正當)한 방법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꼼수가 날카로운 아이디어나 잔머리에 바탕하고 있다면, 정수는 오랜 준비와 깊은 사고(思考)에 바탕하고 있어서 그 결과를 이뤄냄이 더디고 발걸음이 무거워 일견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수보다는 쉽게 꼼수에 현혹되는 이유다. 그것은 목표달성이 어렵거나 목표에 다가가는 길이 멀고 험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땅의 모든 산길을 걸어 보고자 마음 먹었다. 이 땅에 태어나 살다 이 땅에 묻히게 될 터이니 내가 살다 갈 이 땅의 산길을 모두 내 두 발로 더듬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른바 "강/사/랑의 우리 산하(山河) 두 발로 느끼기"다.


우리 산하의 산길은 1대간 9정맥의 큰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산맥이니 모든 산길이 높고 험하며 끝을 보기 힘든 긴 여정이다. 당연히 매 구간 어느 한 곳 쉽거나 만만하게 그 끝을 보여 주는 곳이 없다. 어렵고 험난한 여정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그 산길 걸으며 늘 꼼수의 유혹에 사로잡히곤 한다. 산길이 휘어지는 곳에서는 혹시나 가로지르는 샛길이 없는지,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를 만나면 혹시나 우회로가 없는지 살피게 되고, 설령 길이 없더라도 지도 확인하고 지름길을 확보하기 위해 가로질러 보기도 한다.

 

간혹 그런 꼼수가 성공적이서 뾰족한 봉우리를 우회하여 쉬 통과할 때도 있고 험난한 산길 대신 임도를 만나 편안하게 축지법(縮地法)을 완성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그야말로 '간혹'이고 대부분 길 없는 산속에 갇히거나 가시덤불 속에 빠져심각한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지도의 축적이 그다지 정밀하지 않아 지도에는 밋밋한 사면처럼 보여도 현지 지형은 가파른 암릉이기도 하고, 겹겹이 꼬인 골짜기이지만 지도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아 지도 믿고 갔다가 덤불 속에 갇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아찔한 경험이 누적되면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꼼수에서 벗어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망각의 동물이라 동일한 상황에 처하면 늘 또 다른 꼼수를 궁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낙남길 여덟 번째 나들이에서도 같은 상황이 있었다. 낙남정맥 8구간은 배치고개에서 발산재까지이다. 19.2km로 꽤 긴 거리이고 매봉산, 필두봉, 깃대봉 등 오르내림 많은 봉우리가 버티고 있는 곳이다. 그 산길 중간에 필두봉(筆頭峰)을 만났다. 붓 두껑처럼 뾰족한 봉우리라 험하고 가팔랐다.


가파른 필두봉 전위봉을 오르면서 위를 올려다보니 뾰족한 저 봉우리 넘을 일이 걱정이었다. 그때 등로 우측으로 희미한 샛길이 하나 눈에 띄었다. 지도 보니 그 샛길로 가면 전위봉은 생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그 방향으로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그 길로 갔다는 얘기다. 샛길이 있다는 말이고. 


꼼수였다. 그냥 정상적인 등로따라 산 봉우리 넘으면 될 일이었다. 가파른 전위봉 생략할 꼼수를 부렸으니 당연히 응징이 뒤따랐다. 이후 무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잡목숲 속에 갇혀 쌩고생을 해야만 했다. 가시덤불에 긁히고 찍혀 상처투성이가 되고, 길 없는 숲속 헤치느라 온몸은 도깨비 바늘로 뒤덮혔다.


어찌어찌 담티재에 도착했다. 고생을 하도 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너덜너덜한 상태로 담티재 갓길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심하였다. 그리고 허탈하였다. 이런 결과가 뻔하게 예견된 일이었고 여러번 반복된 일이었다. 어리석은 스스로가 한심하여 혼자말이 저절로 나왔다. "꼼수는 안돼!"  

 

 


꼼수는 안돼!


구간 : 낙남정맥 제 8구간(배치고개~발산재)
거리 : 구간거리(19.2km), 누적거리(127.12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2년 4월 7일. 흙의 날.
세부내용 :

배치고개(08:35) ~ 매봉산 ~ 신고개(08:35) ~ 탕근재 ~ 봉광산(08:35)/간식 후 11:00 出 ~ 253봉 ~ 새터재 ~ 필두봉 ~ 담티재(13:10) ~ 용암산(13:30) ~ 399.5봉 ~ 337봉 ~ 남성치 ~ 385봉 ~ 벌밭들 ~ 선동치(08:35) ~ 528봉/깃대봉 (15:00) ~ 암봉전망대 ~ 깃대봉 ~ 준봉산 ~ 암봉전망대 ~ 동물이동통로 ~ 발산재(18:00).  
           
총 소요시간 9시간 25분.

 


2012년 4월 6일. 쇠의 날. 원래 이번 주는 가족모임이 예정되어 있어 정맥길 이어가기는 한 주일 쉬기로 하였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가족끼리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 모임이 취소된 것이다. "잘 되었다. 낙남길 들어 가자!"

 

그러나 회사일 보고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니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기고 있다. 부랴부랴 짐 챙기고 심야버스 예매하며 준비를 서두는데, 시간 운용이 자유로운 산동무 해리님 내외는 이미 벌써 진주에 도착해서 기맥 한 동가리 하고 온 진주 산꾼 객선상과 막걸리 한 잔을 나눈다는 소식이다. "헹님, 오덴교?" 하는 객선상의 혀가 이미 꼬부라져 있다.

 

집에서 꾸물대느라 버스 출발 시각이 촉박해 고속터미널에서 돈 찾고, 표 발매하고, 버스 붙들고 등등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 겨우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탔다.

 

이후 진주에 도착하니 시각은 새벽 4시, 택시 타고 찜질방에 들어가 해리님 내외 찾으니 무슨무슨방이라는 수면실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그 안에는 공간이 없어서 그 방 입구에 자리 깔고 누으니 금세 잠이 드는데, 한 시간쯤 자다가 눈을 뜨니 5시 50분 마산행 첫차를 타겠다고 두 내외가 막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고성행 첫차가 7시30분인 나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두 분은 출발하고, 나는 조금 더 자기로 했다. 정확히 한 시간 더 눈을 붙인 후 일어나 씻고 짐 챙겨 찜질방을 나섰다.

 

 

 배티재

 

아주 오랜 옛날 천지가 개벽하여 해일이 일어나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되었을적에 이곳 산 골짜기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뒷산으로 피신을 하였다. 물이 계속 불어나서 재를 넘어 흘러가게 되었는데 해일과 함께 어디서 밀려온 나룻배 한척이 재를 유유히 건너지르고 있었다. 이때 산위에 있던 사람들은 이 배를 타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고 하다가 그만 대부분 물에 빠져 죽고 몇사람만 타고 건너 갔는데 그때 그배가 지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의 입으로 입으로 전해오는 것이 지금까지도 "배티재"로 그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봉치리/鳳峙里
 
봉치리를 원래 새티(鳥峙里)라 부르고 왔는데 호칭이 상(常)스럽다하여 새조자(鳥峙) 또는 조치리(鳥峙里)라 부르고 왔는데 호칭이 상(常)스럽다하여 새조자(鳥)에다 궤(궤)를 씨워 새 봉자(鳳)자로 하여 봉치리로 하였다고 전하고 있으며 최초 새티라고 하게 된 것은 아주 옛날 천지가 개벽할때 봉치골에 물이 범람하여 새티재에 "새"한 마리가 앉을 정도만 남고는 모두 물에 잠기었다고 새티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하여 오고 있다.

 

발산리/鉢山里

 

진주군 가수개면 돈두동(可樹介面屯頭洞), 계룡동(溪龍洞) 각 일부와 마산부 양전면 발산리(良田面鉢山里)로서 발산리(鉢山里)라 하였다. 이 마을은 창원군과 경계 지점이고 국도가 고개를 넘는 곳으로 동명을 발산이라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전쟁이 일어나면 크게 발대를 막고 승패를 짓는 곳이라고 하여 인위적으로는 대단위 호수를 막고 살아야만 지명과 전설이 일치한다고 하였다. 지금은 맞은 산과 산 사이를 높게 제방을 쌓아 대단위 저수지를 축조하여 농업용수 및 항구적인 한해 대책으로 인근 길성, 가산, 대천, 반성, 사봉, 진성면에 이르기까지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남정맥 제 8구간 배치고개~발산재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늘 들르는 식당에서 아침 먹고 도시락도 싸고, 또 늘 들르는 편의점에서 간식과 막걸리도 구매한 후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개천면 거쳐 배치고개를 넘어가는 고성행 버스가 아직 15분 넘게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매표하는 아가씨는 그 버스는 모르겠고 고성행 버스가 지금 출발하니 갈려면 빨리 표를 끊어라고 한다.

 

부랴부랴 표 끊고 고성행 버스에 오른 후 기사에게 이 직통 말고 완행버스에 대해 물으니 그 버스는 표는 안 끊고 그냥 타면 된단다. 그러면서 그 버스는 빙빙 돌아 느리니 이 직통을 타고 고성을 가서 군내버스를 타고 배치고개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한다.

 

지난번 배치고개에서 완행을 탔지만 그렇게 느린 줄 모르겠던데... 고성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려면 이게 더 느릴텐데... 하면서도 이미 출발을 해버리는 버스에서 내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역시나 우려가 맞아 들어가서 고성에 도착해 군내버스를 곧바로 타고 출발했지만, 막상 배치고개에 도착하니 그냥 진주에서 완행버스 타는 것 보다 30분 정도 더 시간이 많이 걸렸고 차비도 배로 들었다.

 

 

 

# 30여 년 동안 전혀 발전이 없는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

 

 

 

고성 직행버스 여직원과 버스기사의 승객 유치 전략 때문에 고성군을 빙빙 돌아 배둔을 거쳐 배치고개에 이르니 예상했던 시간을 훨씬 지나 시각은 이미 9시를 넘기고 있다. 얼른 몸 풀고 짐 챙겨 숲으로 스며들었다. 날씨는 맑으나 바람 불고 기온은 차가운 편이다. 09:05.

 

한차례 올려 봉우리를 넘고 밤나무 밭 사이로 내려가면 작은 고개가 나타난다. 아침에 서두느라 근심을 못 풀고 왔더니 이 즈음에서 반응이 와 한쪽 구석으로 가서 근심을 해결하는데, 문득 바라보니 이곳저곳 얼레지가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그늘 진 곳이라 그런지 아직 꽃을 활짝 피우지는 못하고 꽃대만 밀어 올리고 있는데, 지지난 주에는 잎만 있던 것에 비해 개화가 조금 진행이 된 셈이다.

 

잠시 후 숲으로 들어가 봉우리를 하나 넘었다. 시방 숲속은 곳곳에 진달래가 만발하여 꽃대궐이 시작되려고 한다. 걸음 멈추어 진진이 구경이 재미있다. 단 2주일 사이에 이 숲속엔 봄이 많이 깊어 졌다. 그러나 아직은 바람이 차가워 버프로 얼굴을 가리고 진행했다.

 

아래로 내렸다가 잔봉 두어 개를 넘고 밤나무밭이 있는 봉우리를 만나 밤밭 바깥으로 오르게 된다. 그러다 정상 부근에서 과수원 도로를 따라 사면을 가로지른 후 계단식으로 봉우리를 치고 올라 오늘 구간의 첫 번째 포스트인 '매봉산 갈림봉'에 도착했다.

 

매봉산은 정맥에서 벗어나 있어 이곳에서 좌틀하여 깊게 떨어져 내리는데, 당연하게도 맞은편에는 봉우리가 우뚝하다. 그 각도대로 깊게 떨어지면 '신고개'에 이르게 된다. 10:05

 

 

 

#  예상보다 30여 분 넘게 출발이 늦다.

 

 

 

# 응가하다가 만난 얼레지 군락.

 

 

 

# 이름 없는 고개를 지났다. 

 

 

 

# 이 시기 숲속엔 이곳저곳 진진이들이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 어느새 계절이 이렇게 깊어졌다.

 

 

 

# 진달래 구경을 하며 봉우리를 하나 넘고,

 

 

 

# 밤나무밭이 있는 봉우리를 올라 좌측으로 휘감았다.

 

 

 

# 어허~ 진진아!

 

 

 

# 숲바닥엔 얼레지들이 부끄름 없이 꽃잎을 열어 젖히고 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 혹은 "질투"이다.

 

 

 

# 시멘트 포장도로인 신고개.

 

 

 

고개 한 켠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동네 주민들인 듯한 차량 두 대가 고개를 넘어 가고 있다. 고개 건너 숲으로 올라가면 곧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키 작은 신갈나무 군락지 사이로 한차례 올려 이름 없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돌아보면 지난 구간의 성지산과 독수리를 찾아 헤매던 459봉이 보이고, 앞으로 보면 가야 할 탕근재가 우뚝하다.

 

곧 계단식으로 치고 오르는데, 세 번째 계단이 가파르고 힘이 많이 들었다. 헉헉 대며 봉우리를 오르면 묘지가 나타나고 우틀하여 잠시 가면 삼각점이 있는 '370.1봉'에 오른다. 지도에는 '탕근재'라고 적혀 있다. 10:45.

 

 

 

# 지난 구간의 성지산과 459봉.

 

 

 

# 가야 할 탕근재.

 

 

 

# 삼각점이 있는 탕근재.

 

 

 

탕근재란 이름이 독특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옛날 선비들이 집에서 맨상투를 드러낼 수 없어 쓰던 작은 관, 즉 앞은 낮고 뒤는 높은 형태의 탕건(宕巾)을 닮아 얻은 이름이다.

 

봉우리의 형태가 계단식으로 앞은 낮고 뒤는 높은 형태여서 탕건을 닮았다 여겼나 본데, 원래 경상도가 '으'와 '어'의 발음이 잘 안되는 지라 탕근재로 변음되어 오늘에 이르렀나 보다.

 

이 봉우리에서 우측으로도 산줄기 하나가 이어져  시루봉으로 연결되는데, 그런 까닭에 잘록한 안부가 아닌데도 탕근재란 이름을 얻었다. 정맥길은 급좌틀하여 아래로 잠시 내리게 되어 있고 평탄하게 가다가 곧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게 되어 있다. 오늘 구간 오르내림 참 대단하구나 하며 낑낑 올라 가면 '봉광산'에 도착한다. 11:05.

 

 

 

# 숲 너머로 봉광산이 건너다 보인다.

 

 

 

# 한차례 쎄게 밀어 올려 봉광산에 이른다.

 

 

 

# 고성의 산들은 문패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

 

 

 

# 봉광산에서 독수리를 위해 막걸리 한 잔 올렸다.

 

 

 

봉광산에서 짐 내리고 천지신명과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독수리를 위해 술 한 잔을 올렸다. 음복으로 나도 막걸리 두어 잔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11:40에 다시 짐을 꾸려 출발하였다. 곧바로 떨어져 내리는데, 매우 깊고깊게 떨어져 내리게 된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 곧바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산의 우측 사면을 휘감아 깊게 내리게 되고, 고도를 무려 150을 넘게 떨어뜨려서 포장도로가 지나는 '새터고개'에 내려섰다.

 

 

 

# 숲속이 참 좋다.

 

 

 

# 구만면 저련리 일대. 뒷쪽 산 사이가 담티재이다.

 

 

 

# 새터재.

 

 

 

새터재에선 잔봉을 두 개 넘은 후 387봉을 치고 오르고, 전위봉을 넘은 후 붓머리를 닮은 필두봉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 넘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내려 담티재에 이르는 형상이다. 지도상으로는 1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잔봉 두 개를 넘고 아래로 내리면 옛 고개를 지나고 곧바로 387봉을 치고 오르게 되는데, 이 봉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우측 너머에 우뚝한 필두봉이 대단한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필두봉이 바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위봉을 두 개나 넘어야 하는 모양새라 이래저래 꾀가 많이 났다. 지도를 확인하니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해서 삼각형의 우측 빗변으로 가로질러 치고 오르면 필두봉 전 안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항상 이런 꼼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 일쑤이면서도 또다시 이런 상황이 되면 꼼수를 궁리하고 있으니 인간이란 동물은 참 미련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봉우리를 낑낑 오르면서 혹시나 우측으로 질러 가는 길이 없나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오름 중간에 우측으로 희미한 샛길이 나타나고 그 방향으로 '산새들의 합창'이란 우리네 종주 산꾼에게 많이 알려진 팀의 표지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그렇찮아도 샛길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정맥꾼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아주 유명한 표지기를 그 방향에서 찾았으니 당연히 그 샛길로 덤벼들게 된다. 아, 이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샛길로 들어가자 잠시 이어지던 샛길이 곧 사라져 버린다. 그 쯤에서 포기하고 돌아가야 옳은 일이건만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길 없는 숲속을 잠시 헤치니 우측 계곡 너머로 다시 샛길이 나타난다. 옳타쿠나 하고 그 샛길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길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길 없는 숲속을 한참이나 헤매게 되는데, 마침 제대로 된 지도를 챙겨오지 못하고 축척이 아주 낮은 넘을 가져 왔더니 지형 구분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일단 필두봉 안부를 향해 위로 올라 보기로 하였다. 길 없는 사면에서 한참을 혼자 용을 써 보지만, 잡목숲과 그 아래 오랜 세월 쌓여 무릎 깊이로 빠지는 낙엽, 가파른 경사 때문에 도저히 위로 올라 갈 수가 없다. 결국 필두산을 포기하고 산의 사면을 따라 우회하기로 하고 사면을 헤치고 나갔다. 허나 앞을 가로 막는 잡목숲과 가시덤불 등 장애물과의 한바탕 전쟁이 길고 길게 이어진다. 아야~ 아야~ 아야야~ 비명 연신 지르면서...

 

나중에 제대로 된 지도를 확인하니 필두봉 사면이 아코디언처럼 많은 주름의 등고선을 가지고 있어 사면으로 우회한다는 것이 불가능한데, 축척 낮은 지도에는 그냥 둥글게 표기되어 있어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원망, 이 한심한 상황에 대한 허탈감으로 괴로와하며 어찌어찌 묘지가 있는 능선에 오르게 된다.

 

묘지에서는 조망이 트여 주변 지형의 구분이 가능한데, 둘러보니 담티재까지는 아직 아코디언의 주름이 잔뜩 남아 있어 사면으로 우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필두봉을 향해 오르는 길도 없고 해서 결국 묘지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허탈한 맘으로 터덜터덜 아래로 내려가니 앞이 트이며 연동마을 소류지가 나타나고, 골짜기를 따라 위쪽으로 농로가 길게 담티재 아래까지 이어지고 있다. 뙤약볕 아래 노출된 채 터덜터덜 위로 오르다가 숲길을 치고 올라 가니 '담티재'에 도착한다. 13:30

 

 

 

# 올해 처음 만나는 돌양지꽃.

 

 

 

# 옛고개를 지나고,

 

 

 

# 우측 숲 너머로 필두봉이 우뚝하다.

 

 

 

# 필두봉 사면을 헤매다가 만난 춘란.

 

 

 

# 잡목과 가시덤불과의 전쟁. 그 결과물입니다.

 

 

 

# 치열한 전투 끝에 도착한 담티재.

 

 

 

담티재는 구만면과 개천면을 잇는 포장도로가 지나는 높은 고갯길이다. 고갯길 위 노란 방호벽 위에 털썩 주저 앉으니 정말 아무 생각도 없고 허탈한 자책감이 밀물처럼 밀려 든다. "늘 이런 꼼수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또 반복을 하게 되니,어찌 그리 어리석은고?"

 

한참을 넋을 잃고 앉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은 흙투성이, 땀투성이에 도깨비 바늘로 뒤덮혔고, 이곳저곳 가시덤불에 긁히고 찔려 상처를 많이 입어 따갑고 아프다. 그러나 내 어리석음으로 인한 결과인데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리오!

 

대충 도깨비 바늘 떼어내고 다시 정신을 차려 높은 방호벽을 올라 숲으로 들어 갔다.

 

 

 

# 용암산.

 

 

 

# 저 멀리 송전선로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들. 이 넘들은 왜 위험한 송전선 주변을 항상 맴도는 건가?

 

 

 

곧장 가파르게 치고 오르다 분뇨 냄새가 진동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담티재 고개 한 켠에 규모가 큰 농장이 있고, 산의 사면도 개간지여서 그곳에서 나는 냄새다.

 

군더더기 없이 고도를 250m 정도 가파르게 밀어 올리면 고도계에 405가 찍히는 암봉에 올라 서게 되고,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지나온 정맥길과 가야 할 산줄기의 흐름을 한참 감상 한 후 잠시 내렸다가 다시 암봉을 치고 오르면 '용암산'에 이르게 된다. 14:15.

 

 

 

# 군더더기 없이 곧장 고도를 높여 올렸다.

 

 

 

# 암봉전망대에 올라 지나온 정맥길을 둘러본다.

 

 

 

# 화림리 일대.

 

 

 

# 암봉전망대.

 

 

 

# 가야 할 정맥길. 저 멀리 깃대봉이 보인다.

 

 

 

# 용암산.

 

 

 

# 용암산에서 지친 몸을 마음에 점 하나 찍어 달랬다.

 

 

 

아, 정말 힘든 구간이다. 중간에 헛질만 하지 않았어도 웬만했으련만... 용암산 정상 한 켠에 짐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남은 막걸리 들이키며 스스로 위로도 하고...

 

14:50에 짐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한차례 길게 내렸다가 갈림길 있는 고개를 지나 한차례 올리면 '옥녀봉'이란 지도에 없는 이름표를 단 봉우리에 도착한다. 옥녀봉이란 산 이름은 참 흔한 이름이다.

 

이후 깊고 길게 떨어져 내리는데, 또다시 고관절이 아파 오기 시작한다. 어찌된 것이 예닐곱 시간 정도 산행을 하면 꼭 오른쪽 고관절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오늘로써 꼭 3주째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병원을 가 봐야 할라나? 길게 내려 포장도로가 넘어 가는 '남성치'에 내려 섰다.

 

 

 

# 옥녀봉.

 

 

 

# 남성치와 깃대봉에 폭 싸여 있는 선동마을이 보인다.

 

 

 

# 남성치. 좌측 도로는 선동마을로 이어지는 길이고 정맥은 우측 산길이다.

 

 

 

선동마을은 깃대봉에 푹 파묻혀 있는 산골마을인데, 입구에 마을의 특징을 알리는 안내판과 남성치를 알리는 이정석이 서 있다.

 

남성치에서 우측 산길로 정맥은 이어져 햇살 강한 등로를 따라 한차례 올려 잔봉을 넘는다. 잠시 평탄하게 가다가 곧 가파르게 밀어 올려 '385봉'을 넘은 후, 다시 봉우리를 치고 오르면 '벌밭들'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423봉'에 이르게 된다. 곧바로 아래로 내려 넓은 고개를 만나는데 그곳이 '선동치'다.

 

 

 

 # 선동치.

 

 

 

# 선동치 고개 좌측에 있는 분홍색 농장 가옥.

 

 

 

고개 한쪽 그늘에 서서 한 숨 돌리고 있는데, 우측 고개 아래에서 지역주민이 산악마라톤 연습을 하는지 헉헉 거리고 달려 올라 와서 고개를 넘어 간다. 그 사람을 따라 고개 좌측으로 가보니 분홍색 농장 가옥이 있고, 아래에 있는 농장에서 큰 개들이 컹컹 짖고 있다.

 

이 고갯길은 농장을 지나 선동마을로 이어지고 있고, 이 고개를 기준으로 정맥 우측의 인간세는 고성군에서 마산시로 접어들게 된다. 마라톤 하는 이는 다시 고개를 되돌아 내려가고 나는 숲으로 올라 갔다.

 

곧장 위쪽으로 치고 오른다. 계단식으로 삼 단을 치고 올라야 하는데, 두 번째 계단이 가장 길고 가파르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니 깃대봉 이정표가 반기고 있다. 16:35.

 

 

 

# 정맥 우측에 우뚝한 적석산.

 

 

 

# 땡겨보니 정상부의 암봉을 구름다리로 연결하여 두었다.

 

 

 

# 적석산 너머 당항포 바다.

 

 

 

# 깃대봉이란 정상석을 달고 있는 528봉.

 

 

 

이 봉우리는 '528봉'이고 깃대봉은 좌측에 있는 522봉인데 엉뚱하게 이곳에 깃대봉 정상석이 서 있다. 아마도 이 봉우리가 조망이 더 좋고 산세가 훌륭해 여기에다 정상석을 세운 모양이다.

 

잡목으로 둘러처진 정상은 아늑한데 우측 산줄기 방향에도 표지기들이 많이 달려 있고, 좌측 전망대 방향에도 표지기들이 빽빽하다. 지도 꺼내 확인하니 정맥은 좌측이 분명한데, 막상 현지의 산세는 우측길이 훨씬 편안한 길이다. 우측 길은 그냥 2번 국도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만 하면 되는 모양이고, 좌측길은 암봉을 넘어 깃대봉을 오른 후 다시 봉우리 두어 개를 더 넘어야 된다.

 

잠시 갈등을 하였다. 원래 오늘 오곡재까지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진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필두봉 사면에서 헛질을 하면서 너무 진을 뺐더니 장거리 산행이 부담스럽다. 마침 해리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내일 산행은 하지 말고, 진주로 나가 진주 산꾼인 객꾼을 불러 술이나 한 잔 하잔다.

 

"오케이, 오늘은 발산재까지만!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천천히 경치 구경하면서  내려가 보세!"  좌측 길로 가면 바로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기가 막힌 조망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 진짜 깃대봉.

 

 

 

# 가짜 깃대봉에서 진짜 깃대봉에 이르고 다시 준봉산으로 넘어가는 정맥길을 넓게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2번 국도.

 

 

 

# 지나온 정맥길.

 

 

 

# 다음 구간인 여항산.

 

 

 

암봉 전망대는 오늘 구간 중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고 있다. 발산재에서 산행을 종료하기로 하니 바쁠 일이 전혀 없어 그 전망대에서 오래오래 조망 감상을 했다.

 

그리고 카메라 셔트를 연달아 누르며 조망을 영상으로 담은 후, 이 좋은 조망과 바람을 그냥 두기 아까워 홀랑 벗어 알몸으로 천지기운을 받을 요량으로 바지를 벗으려는 찰라, 기분이 이상해 돌아보니 지역 등산객 한 사람이 언제 왔는지 뒤에 서서 놀란 눈으로 쳐다 본다.

 

아이쿠, 놀래라! 그리고 부끄러워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 떼고 인사하니 그도 놀란 듯 인사받더니 정상으로 돌아가 하산한다. 나도 민망해서 거풍 포기하고 짐 챙겨 깃대봉을 향해 길을 나섰다.

 

암봉을 내린 후 능선마루금을 따라 진행하는데, 곳곳에 전망 좋은 조망처가 나타난다. 조망 좋은 암봉 하나를 넘어 아래로 내리니 안부가 나오고 지금 막 파 헤친듯 멧돼지 흔적이 낭자하다. 아마도 나하고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듯해서 얼른 호각 꺼내 몇 차례 불어 주고 큰 소리로 멧돼지에게 경고를 보앴다.

 

그렇게 한차례 올리면 진짜 '깃대봉'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무 표식도 없고 조망도 없다.

 

 

 

# 우측은 남성치에서 올라 오는 정맥길, 우측은 깃대봉에서 이어지는 정맥길.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중간의 암봉에서 돌아 본 528봉과 바위 전망대.

 

 

 

# 폐허가 된 농장과 모텔이 내려다 보인다.

 

 

 

# 진짜 깃대봉. 우측으로 떨어지는 산세가 멋지다.

 

 

 

# 진짜 깃대봉. 아무 표식이 없다.

 

 

 

진짜 깃대봉은 정작 아무 표식도 특징도 없어 썰렁한데, 정상 입구 좌측으로 표지기들이 달려 있다. 그런데 이후의 산길이 꼭 남성치로 원점회귀하는 듯 좌측으로 휘어 내려가게 되어 있어 많이 헷갈린다.

 

지도 꺼내 주변 확인해 보지만, 해상도 낮은 지도라 분명하지 않다.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은 표지기를 따르기로 했다. 불안불안해 하면서 아래로 내렸다가 이리저리 휘감으면서 한차례 올리면 바위 암봉이 나오고 '준봉산'이란 정상석이 서 있다.

 

 

 

# 준봉산

 

 

 

# 지나온 정맥길, 깃대봉과 뒤쪽의 528봉.

 

 

 

# 528봉.

 

 

 

# 남성치로 이어지는 지나온 정맥길.

 

 

 

준봉산은 지도에 없는 이름인데 멋진 정상석까지 가지고 있다. 어느새 땅거미가 길어지고 있어 얼른 길을 나서는데, 이상하게 이후로는 표지기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모두들 이 지형이 꼭 남성치로 원점회귀하는 듯 느껴져 자신이 없었나 보다.

 

잠시 내렸다가 봉우리를 하나 올리자 비로소 표지기들이 다시 나타났다. 이 봉우리에서 우틀하여 본격적인 발산재 내리막이 시작된다. 이제부터는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가파르게 중심 잡아가며 아래로 내려가자면 조망 좋은 암봉 전망대가 하나 나타난다.

 

전망대에 서면 위쪽으로 깃대봉이 올려다 보이고 차갑기는 하지만 바람도 좋은 곳이다. "조망 좋고 바람 좋고 분위기 좋으니 어찌 그냥 가리오? 깃대봉에서 못한 천지합일을 이곳에서 해 보세!" 바위 전망대 위에 우뚝 서서 홀랑 벗은 후 팔 벌려 천지기운을 마음껏 받아 들였다. 흐흐흡, 흐흐흡, 흐흐흡~

 

오곡재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니 마음이 느긋하고 천지기운 받으니 활력도 되살아나 오래 머물며 홀로 아리랑을 즐기는데, 찬바람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오래 이 경치를 즐겼다.

 

이후는 급경사의 내리막을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리게 되는데, 무릎이 시큰시큰하여 스틱에 의지한 채 조심조심 길게 내려갔다. 그러다 진주와 마산을 잇는 2번 국도에 이르게 되고, 국도를 가로지르는 동물이동통로를 지나 우측으로 잠시 오르면 폐업한 휴게소가 있는 '발산재'에 이르게 된다. 18:00.

 

 

 

# 이 봉우리에서 우틀하여 발산재로 떨어진다.

 

 

 

# 하산길 중간에 만난 암봉 조망처.

 

 

 

# 깃대봉이 올려다 보인다.

 

 

 

# 다음 구간 오곡재에서 여항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 저 멀리 한 가운데 오목한 미산령과 여항산이 보인다.

 

 

 

# 코가 잘 생긴 암봉.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

 

 

 

# 다음 구간도 시작은 한바탕 치고 올라야 하는 구나.

 

 

 

# 엄청나게 높은 절개지가 있는 2번 국도.

 

 

 

# 동물이동통로를 지나 잠시 위로 올리면,

 

 

 

# 발산재에 도착한다.

 

 

 

# 발산재 폐휴게소에는 개나리가 만발하다.

 

 

 

휴게소가 위치한 곳은 2번 국도가 개통하기 전 옛길이고, 새길 나면서 휴게소도 폐업을 한 모양이다. 이곳에서 산행을 종료하고 다시 올라 온 길을 내려가서 2번 국도 따라 200m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발산저수지를 지나 발산마을이 나오고, 도로가에 버스정류소가 있다.

 

버스 시각이 한참 남아 짐 내리고 먼지 털고 있는데, 아직 한참 남았다고 느긋했던 버스가 도착해서 얼른 타라고 재촉이다. 부랴부랴 짐 들고 버스에 승차한 후 버스 속에서 짐을 정리했다.

 

 

 

# 발산재 동물이동통로.

 

 

 

# 도로따라 아래로 내려 저수지를 지나 발산 마을 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 발산리로 내려가는 길에 저 멀리 진주의 월아산이 보인다. 

 

 

 

# 오랜만에 보는 노을.

 

 

 

# 월아산의 두 산봉우리 사이에 달이 뜨면 정말 절경이다.

 

 

 

이후 진주에 도착하여 객선상이 픽업해 온 해리님 내외와 합류하여 천리 먼길 진주 땅에서 회포를 풀었다. 이윽고 객선상 동기이자 내 후배인 여성을 26년 만에 만나는 기쁨도 누려 보고, 여러 옛 생각에도 잠겨 보았다.

 

산행 걱정없으니 오래오래 술자리가 이어졌다. 밤이 깊은 후에야 다음을 기약하며 진주사람들은 집으로, 우리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내 오늘의 진주에서의 컨셉은 '오랜만의 만남'이라는 화두인지 찜질방에서 해리님 먼저 주무시라고 올려보내고,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데 텅빈 목욕탕 평상의 옆자리에 누군가 앉길래 문득 보니 안양에 사는 사돈이다.

 

"오잉? 여기 웬일입니까?" 서로 입에서 동시에 나오는 말이었다.

 

 

 

# 따뜻한 남쪽나라인 진주는 벌써 벚꽃이 만발하다.

 

 

 

# 진주 남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라운지. 자세히 보면 아는 얼굴 둘이 있다

 

 

 

# 진주 남강과 촉석루.

 

 

 

# 해장국이 유명한 진주 중앙시장의 식당.

 

 

 

# 국물이 담백하였다.

 

 

 

# 가오리 무침. 새콤달콤하였다.

 

 

 

 

# 훤한 대낮에 귀경하기는 또 처음이다.

 

 

 

뒷날 해리님 내외와 진주 중앙시장에 들러 해장국도 먹고 온갖 물산들로 넘쳐나는 이곳 시장에서 장도 봤다. 진주는 주변에 넓은 농업지역을 아우르고 있어 농산물이 풍부하고, 지리산과 낙남정맥, 진양기맥이 지나니 산나물도 넘쳐나며, 남해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싱싱한 해산물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자동차를 가져 왔으면 시장을 마음껏 봤으련만 배낭 짊어지고 대중교통 이용해야 하니 시장 구경은 실컷 하고 사기는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샀다. 이후 버스편으로 귀경하는데 서울에 도착해도 아직 한낮이다.

 

이틀 연속 빡세게 산길 이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렇게 한가롭게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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