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1대간 9정맥]한남금북정맥 종주 요약본 본문

1대간 9정맥/1대간 9정맥 요약본

[1대간 9정맥]한남금북정맥 종주 요약본

강/사/랑 2012. 11. 26. 22:06
[1대간 9정맥]한남금북정맥 종주 요약본



출발 : 2008년 4월 5일
종료 : 2008년 7월 27일
거리 : 124.8km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갈래 쳐 나온 아홉 개의 정맥(正脈) 중 산맥의 길이가 유독 짧은 것이 두 개 있다. '한남금북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각각 한남정맥과 금북정맥, 그리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을 백두대간에게서 넘겨받아 어느 정도 갈무리하다가 다시 갈래쳐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산줄기이다. 산맥 길이가 짧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리하여 혹자(或者)들은 이 둘을 그 자체로 온전한 정맥길로 인정해 주지 않고 그쪽의 가장 큰 줄기를 가진 정맥에 편입시켜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산길을 걸어 본 사람이면 이들을 그렇게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들은 비록 짧은 산맥이기는 하나 단순히 징검다리로 치부할 수 없는 산세(山勢)와 그 속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은 산줄기이기 때문이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역시 그러하여 속리산(俗離山) 천황봉(天皇峰)에서 서쪽으로 갈래 쳐 충청도 땅의 보은, 청주, 청원, 괴산, 음성을 굽이굽이 휘감다가 경기도 안성 땅 칠장산(七長山)에서 위쪽으로는 한강의 남쪽을 아우르는 한남정맥을, 아래쪽으로는 금강의 북쪽을 돌아가는 금북정맥을 갈래 쳐 주게 된다.

나는 원래 백두대간만 종주하고 정맥길에는 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초에 내 출생이 산꾼이라기보다는 낚시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행로(行路)라는 것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백두대간 종주 도중 우여곡절이 많았다. 파란만장도 있었다.

그리하여 애초의 생각과 다르게 정맥 종주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진행된 강/사/랑의 정맥 길은 그 시작이 백두대간의 대체용(代替用)으로 '한남'과 '한북'이 이뤄졌고, 그 중간에 '낙동'의 대체용으로 '금북'도 종주하였다.

우리 집 서재의 벽에는 대형 '산경도(山經圖)'가 걸려 있다. 고지도에 조예 깊은 뫼꿈이님이 제작하여 산꾼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 지도에는 백두대간과 아홉 개의 정맥이 이 땅의 등뼈처럼 굽이쳐 표시되어 있다.

좋은 선물이니 의미있게 활용해야 했다. 그래서 하루 분량의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면 그날 걸은 산길만큼 지도에 표시하여 정맥 종주의 진행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그렸다.

우리는 보통 하루에 20여 킬로미터를 기준으로 산길을 걷는다. 사람의 발길이 하루 분량으로 그 정도인데 힘들게 하루 종일 산길을 걸었어도 막상 지도에 표시하면 1~2센티미터 정도의 흔적만 남게 된다.

미미한 흔적이다. 아쉬운 결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사람의 발길이란 것이 원래 무섭다. 반복의 힘 역시 강력하다. 한걸음, 두걸음 발길이 쌓이고 한번, 두 번 횟수가 증가하면 지도에 긴 줄이 그어지게 된다.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집 산경도의 모양은 진행 흔적이 아주 이상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내가 백두대간과 연결된 순서대로 정맥을 걸은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가깝거나 도전이 쉽게 여겨지는 곳부터 진행한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칠장산에서 연결이 되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백두대간과는 별도로 떨어져서 분리되고 만 것이다.

보기 좋지 않다. 백두대간과 떨어져 있으니 연결성 없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에도 어긋나 있다. 이 시대는 '소통(疎通)'이 화두(話頭)인 시대다. 사회 곳곳에서 부르짖노니 소통이란 단어다. 정치도 사회도 직장도 가정도 모두 소통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시대 상황에 빗대어 봐도 영 모양이 나쁜 일이다. 옳지 않다. 옳지 않은 것은 바로 잡아야 된다. 그렇다면 소통의 산길, 연결의 산길을 위해 한남금북정맥을 걸어 봐야겠다!! 이 시대의 화두를 궁구(窮究) 하기 위해!!

한남금북정맥 종주는 그런 이유로 걷게 되었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백두대간의 속리산(俗離山) 청황봉에서 갈라져 나와 충청북도 북부를 동서로 가르며 안성의 칠장산(七長山, 492m)까지 이어져 한강과 금강의 분수산맥을 이루며, 서북쪽으로 김포 문수산(文殊山)까지의 한남정맥과 서남쪽으로 태안반도 안흥까지의 금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옛 이름.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였던 산줄기 체계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이로부터 가지친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루어졌다. 『산경표(山經表)』에 근거를 둔 이들 산줄기의 특징은 모두 강을 기준한 분수산맥으로 그 이름도 대부분 강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 정맥을 이룬 주요 산과 고개는 『산경표』에 속리산·회유치(回踰峙)·구치(龜峙)·피반령(皮盤嶺)·선도산(仙到山)·거죽령(巨竹嶺)·상령산(上嶺山)·상당산(上黨山)·분치(粉峙)·좌구산(坐龜山)·보광산(普光山)·봉학산(鳳鶴山)·증산(甑山)·마곡산(麻谷山)·보현산(普賢山)·소속리산(小俗離山)·망이산(望夷山)·주걸산(周傑山)·칠현산(七賢山) 등으로 기록되었다. 해발 400∼600m의 산들로 연결되었으나 때로는 100m의 낮은 구릉으로 이어지기도 한 이 산줄기는 동쪽의 괴산·음성·충주 등 중원의 남한강지역과 서쪽의 보은·청주·증평·진천 등 금강 북부지역의 생활 문화권을 가름하였다. 한 때 고구려와 백제의 국경이 되기도 하였으며, 현재는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자연스러운 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 현대 지도에서 산 이름으로 찾아보면 속리산·말티재·구치(九峙)·시루산·구봉산(九峰山)·국사봉(國師峰)·선두산(先頭山)·선도산(先到山)·상봉재·상당산성(上黨山城)·좌구산·칠보산(七寶山)·보광산·행태고개·보현산·소속리산·마이산(馬耳山)·차현(車峴)·황색골산·걸미고개·칠장산 등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금북정맥 개념도.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을 백두대간과 연결해야 한다. 그것이 이 정맥 종주의 목표이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1구간(천황봉~갈목재). 2008년 4월 5일. 봄빛이 물들어 갈 무렵 속리산에 스며들었다. 대목리 천황사에서 출발해서 가파르게 속리산을 치고 올라 대간길에 합류하고 조금 더 올려 속리의 주봉인 천황봉에 도착했다. 정맥은 천황봉 입구에서 좌측으로 갈래쳐 봉우리를 여럿 넘는데, 결국은 고도를 계속 낮추게 된다.

이 날은 출발이 늦어 갈목재에서 끊고 피앗재에 둥지를 틀고 사시는 산동무 다정님 택배로 피앗재 산장으로 갔다. 사진은 천황봉 정상에서 본 속리 주능의 조망. 저 멀리 속리 주능 너머 문장대와 관음봉이 보인다.





# 다정다감님의 터전인 피앗재 산장. 다정님이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 숙회와 막걸리를 대접받았다. 속리산의 기를 받은 표고버섯의 맛이 일품이었다.





# 2구간(갈목재~구티재). 2008년 4월 12일. 일주일만에 다시 속리에 들었다. 찬바람 부는 갈목재를 출발해서 세조가 말을 타고 넘었다는 말티고개를 거쳐 보은 탁주리의 구티재까지 걸었다. 사진은 구절양장 말티고개 정상의 모습이다.





# 말티고개에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산양 산삼 재배지 철조망이 나타나고 협박조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곳에 접근하는 모든 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글귀였다. 그 현수막에 낙서 하나 남겼다.





# 3구간(구티재~대안리고개). 2008년 4월 27일. 이 구간은 시루산, 구봉산을 넘어 대안리고개까지인데, 오르내림이 많아 제법 힘이 많이 든 구간이다. 시루산 오름에 지네신을 모신 제단이 있다. 야간에 만나면 꽤 으시시 하겠더라.





# 시루산 이후에 안전장치 없는 석산이 앞을 가로막아 깜짝 놀라게 된다. 궂은 날이나 어두운 밤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 4구간(대안리고개~추정재). 20048년 5월 1일. 노동절 휴일을 맞아 한남금북에 들었다. 이 구간에는 두 개의 지맥이 분기되는데, 금적지맥과 단군지맥이 그것이다. 단군지맥이 갈라지는 525봉에는 지맥을 알리는 표지석이 하나 서 있다. 비석 뒷면에 '천부경 81자'가 적혀 있다.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





# 이 날은 솦속에 송홧가루가 가득하여 온몸이 노랗게 변하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 5구간(추정재~이티재). 2008년 5월 3, 4일. 보은, 괴산을 지나 청주, 청원으로 접어드는 구간이다. 선두산, 선도산 등 산도 많고, 중간에 청주의 상당산성을 지나게 된다. 첫날은 산성고개에서 끊고 상당산성 한 켠에서 야영을 했고, 뒷날은 산성을 넘어 이티재까지 걸었다. 사진은 상당산성 가기 전 것대봉 활공장의 모습이다.





# 상당산성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 하룻밤 야영을 했는데, 마침 그곳이 청주사람들이 차안에서 거시기를 하는 곳이라 불 꺼진 채 흔들리는 차들을 많이 봤다. 밤새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 상당산성. 잘 가꿔져있어 인근 사람들의 산책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관비 아끼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고... 옛날에는 중원 방어의 거점이었던 역사적인 장소인데 후손들은 불륜이나 밀회의 장소로 애용하고 있다.





# 6구간(이티재~행치고개). 2008년 5월 10,11일. 이번에도 1박 2일로 두 구간을 걸었다. 첫날은 구녀산, 좌구산 등 유서 깊은 산들을 넘고 모래재에서 끊은 후 증평의 찜질방에서 자고, 둘쨋날은 보광산을 넘어 음성의 행치고개까지 걸었다. 사진은 좌구산 정상의 모습. 저곳에서 천지신명께 막걸리 한 잔 올렸다.





# 둘쨋날. 보광사를 지나 보광산을 치고 오르다 옛날 봉학사지를 만났다. 숲 향기가 너무나 좋더라. 그런데 나중에 행치고개 가기 전에 엄청난 알바를 하고 말았다. 엉뚱한 동네로 빠져 두어 시간 혼줄 나게 힘이 드는 고생을 했었지.





# 7구간(행치재~21번국도). 2008년 6월 14일. 이번 구간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행치마을에서 출발하게 된다. 행치마을 뒷산이 '큰산'인데 해발 509m에 불과한 산이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큰산'이란 이름을 얻었고, 이름만큼 조망도 좋고 정기가 있는 산이다.

산이 인물을 배출함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곳인데,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그 위치에 오른 이유를 알겠더라. 구간 끝 무렵엔 속리산이 끝나는 소속리산이 있고, 음성 꽃동네도 만나게 된다. 사진은 큰산을 오르며 내려다 본 행치마을의 모습.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음성 꽃동네. 이 뒤에 있는 소속리산까지를 속리산 자락이라 부른다.





# 8구간(21번국도~화봉육교). 2008년 7월 5일. 이번 구간에서 정맥은 음성 금왕읍 일대를 지나며 산세가 많이 약해져서 인간세 안을 걷게 되는 곳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하필 이 날이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이라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를 걷느라 엄청나게 힘이 많이 들었었다. 숲속에서조차 바람 한 점 없어 땀을 비오듯 흘려야 했다. 모기와 날파리가 어찌나 덤비던지 사진처럼 나뭇가지를 머리에 꽂고 다녀야 했다.





# 하루종일 지글지글 끓는 도로 위를 뙤약볕에 노출된 채 걸어야 했다. 정말 힘든 날이었다.





# 마이산 정상. 완전히 탈진하여 엉금엉금 기어 올랐다. 무더위 때문에 손 꼽을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 9구간(화봉육교~칠장산). 2008년 7월 27일. 드디어 마지막 구간이다. 전체적으로 짧은 정맥이라 4개월만에 졸업하게 되었다. 행정 구역은 내내 걸었던 충청도를 벗어나 경기도 안성으로 접어들게 된다. 숲속에는 모기떼가 가득했다. 극성맞은 모기떼를 피해 모기장을 뒤집어 써야 했다.





# 칠장산. 정맥 종주를 하자면 세 번을 올라야 한다. 세 갈래의 정맥이 이 산에서 분기하기 때문이다.





# '한남정맥', '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이렇게 세 개의 표지기가 매달리게 된다. 2년 전 한남 때의 표지기는 완전히 백지가 되어 있었다. 1년 간격으로 매달린 표지기가 차례로 퇴색되어 가는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3정맥 분기봉에서 나홀로 정맥 졸업 기념식을 하고 칠장사로 내려와 산행을 마쳤다. 칠장사 위에는 멋진 계곡이 있어 홀랑 벗고 땀에 절은 몸을 씻을 수도 있었다.

이후 집에 돌아와 벽에 걸어 둔 산경도에 그날 다녀온 산줄기를 그려 넣었다. 그동안 백두대간과 떨어져 있던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칠장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통하여 비로소 서로 이어졌다.

흐뭇하였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지도를 바라보니 감탄사 절로 나온다. "참으로 보기에 좋더라!!"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