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100대 명산]26(미륵산/彌勒山)-미륵세상을 꿈꾸다!!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 명산]26(미륵산/彌勒山)-미륵세상을 꿈꾸다!!

강/사/랑 2013. 5. 20. 18:15
 [100대 명산]26(미륵산/彌勒山)


   

현세(現世)의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흔히 신앙(信仰)에 천착(穿鑿)하게 된다. 이때의 신앙은 대부분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현실 중심적이기보다는 현세의 곤궁함을 잊고 다음 생(生)에는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하는 '현실 도피적' 성향을 띄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말세론과 휴거(携擧), 천국의 삶이나 내세론 등 다양한 형태의 신앙이 민중들의 의식을 파고들게 되는데, 대부분 어려운 시대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이 그 신앙의 열광적 신봉자가 되곤 한다.

 

이러한 내세사상 중에 '미륵신앙(彌勒信仰)'이 있다. 미륵보살은 인도의 브라만(Brahman, 婆羅門) 집안에서 태어났다. 석가의 가르침을 받다가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고 도솔천(兜率天)으로 올라갔다.

 

지금은 도솔천에서 천인(天人)들을 교화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석가가 입멸(入滅)한 지 56억 7,000만 년 후가 되면 사바세계에 다시 태어나 화림원(華林園)의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하여 3회의 설법(龍華三會)을 통해 모든 중생들을 구제한다고 한다.

 

미륵불에 대한 신앙은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민중들로 하여금 사회적 모순을 일거에 해결하는 구세주의 출현을 갈망하고, 현실의 곤궁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희망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따라서 미륵신앙은 태생적으로 민중(民衆) 속에서 발생하여 민중들의 삶과 더불어 그 면면을 이어왔다.

 

반만년 역사 속에 숱한 정권이 명멸하는 와중에 늘 하층의 토대를 유지하며 계급적 구조와 한계 속에서 온갖 착취와 억압 속에 시달려 온 이 땅의 민중들에게 있어 미륵불의 존재는 구세주의 이름에 다름 없고, 팍팍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이상향의 현신(現身) 그 자체였다.

 

이러한 민중신앙으로서의 미륵사상은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각종 설화나 전설을 탄생케 하였고, 여러 지명이나 산 이름, 절 이름으로 표출되어 왔다.

 

그 예로는 도솔암, 용화사, 내원암 등의 절 이름과 미륵산, 도솔봉 등의 산 이름을 들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이름인 '미륵'이란 이름을 가진 산으로는 통영 미륵도의 미륵산과 전북 익산의 미륵산, 강원 원주의 미륵산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미륵산이라 하면 '통영의 미륵산'이 가장 유명하다.

 

통영은 옛 신라의 강역(疆域)이다. 그 산속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천년 고찰 용화사, 고려 태조 때 도솔선사가 세웠다는 도솔암, 조선 영조 때 지어진 관음암, 효봉선사가 머물렀다는 미래사 등 미륵사상의 정통 사찰들이 산재해 있다.

 

이렇듯 이 산이 미륵사상의 사찰들을 거느린 이유는 원효대사가 팔도순례 중 이곳을 방문하여 미륵존불이 장차 강림하실 곳이라 하여 산 이름을 미륵산이라 명명했다는 설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땅에 민중불교의 씨앗을 퍼뜨린 원효대사가 이름 지은 산이고, 그 이름조차 민중들의 삶과 함께 이어온 미륵이니 참으로 절묘한 만남이요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서리서리 얽힌 인연의 산 이름과 절 이름을 가진 미륵산과 용화사, 도솔암을 2013년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 만나고 올랐으니 강/사/랑의 인연의 실타래 한 올도 이 산에 얽혀지게 된 셈인데, 하필 그날 이 산을 오르게 된 것이 애초에 작정한 일이 아니었으니 그 인연이 더욱 절묘하였다.

 

말세론적 흉악함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곤란해하는 강/사/랑이 꿈꾸는 그만의 미륵세상에 대한 열망의 인연이 이 산과 이어졌음이 아닐까 홀로 생각해 볼 따름이다.




미륵세상을 꿈꾸다!!


일시 : 2013년 5월 17, 18일. 쇠와 흙의 날.
산행코스 : 용화사주차장 ~ 관음사 ~ 도솔암 ~ 갈림길 ~ 능선마루금 ~ 헬기장 ~ 정토봉 ~ 여우치/미륵치 ~ 계단길 ~ 미륵산 정상/야영 ~ 여우치 ~ 도솔암 ~ 관음사 ~ 용화사
주차장. 



2013년 5월 17일. 쇠의 날. 간만에 맞이하는 초파일 삼일 연휴이다. 이렇게 온전한 연휴를 쉬게 되는 것이 언제인지 몰라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본다.

 

우선 제일 먼저 계획선 상에 오른 것은 소매물도. 통영에서 1시간 반 정도 뱃길로 달려야 하는 소매물도는 그림 같은 등대섬의 풍광이 유명한데, 과자 광고와 1박 2일 촬영 때문에 너무 유명해져서 관광지가 되어 버려 인심이 많이 야박해진 데다 국립공원이라 야영을 못하게 막기도 하나 보다. 그런데 웃긴 것은 낚시꾼들은 야영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굴업도. 서해 옹진군의 먼바다 굴업도는 개머리 언덕에서의 환상적인 야영이 멋진 곳인데, 뱃길이 너무 멀고 주의보가 내리면 자주 발이 묶이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후보지는 지리산 남부 능선에서 갈라져 나온 성제봉 철쭉군락지에서의 야영이었다.

 

하지만, 소매물도는 국공파와의 신경전이 싫었고, 굴업도는 아예 배표를 구할 수가 없었으며, 성제봉은 마눌이 꺼려해서 결국 애초에 전혀 거론이 되지 않았던 욕지도 천황산에서의 야영으로 목적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욕지도는 군 생활할 때 맑은 날이면 늘상 멀리 수평선 너머로 보이던 섬이고, 처음 계획했던 소매물도와 출발지가 통영으로 같은 점이 고려되었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과일 몇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무거운 머슴 짐 챙겨서 집을 나섰다. 새벽같이 짐 꾸려 집을 나섰으나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3일 연휴를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는지 고속도로는 이미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몇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엄청난 교통 정체에 시달리며 겨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올라설 수 있었지만, 이곳도 정체는 여전하고 휴게소는 줄이 길어서 화장실 사용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속도를 유지하여 통영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시각을 보니 11시 배는 무난히 탈 수 있을 것 같다. 금산, 무주, 덕유산, 함양, 산청을 거쳐 진주에 다가갈 무렵, 갑자기 자동차의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해서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아보지만, 자동차는 점점 속도를 떨어뜨리기만 한다. 비상 깜빡이 켠 후 달려온 탄력을 이용해서 갓길로 차를 대피시킨다. 마침 고속도로가 곡선 구간이라 위험한 데다 정체가 풀린 곳이라 차량들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를 하고 있다.

 

자동차 보닛을 열고 들여다보지만 뭐가 타거나 냄새나는 것도 없고 외관상으로 전혀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 결국, 긴급출동 불러서 가까운 진주로 향해야 했다. 진주가 고향이기는 하나 떠난 지 삼십 년이 다되어 가는 곳이니 잘 아는 곳도다. 게다가 연휴라 현다이 공장은 모두 문을 닫고 있다.

 

긴급출동 기사가 자기 아는 곳이라고 문을 연 카센터에 데려다주는데, 순박한 표정의 카센터 주인은 서너 시간 자동차와 씨름을 하더니 손을 들고 만다. 미안해하며 그가 수배해 준 공장으로 다시 자동차를 견인해서 가보니 전문가 냄새가 나는 그곳 기술자가 타이밍 벨트가 터진 것을 잡아낸다. 문제는 고속상태에서 벨트가 터지는 바람에 엔진 일부도 같이 손상을 입어서 돈도 시간도 많이 깨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곳 공장의 사장도 신뢰가 가고 열성적인 사람이라 서너 시간 집중해서 수리를 마쳐 주고, 공임비를 최소화해서 수리비도 예상보다 많이 저렴하게 청구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 시간 넘게 시간을 까먹었고, 돈도 육십만 원이나 날려버렸다...

 

열시쯤 통영에 도착해서 횟감 장만하고 열한시 배편으로 욕지도로 들어가려던 계획은 이미 날아가 버렸고, 생각지도 않았던 고향 진주에 들러기는 했지만, 욕지도를 대체할 산행지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일단 통영은 무조건 가야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미륵산이 떠오른다.

 

미륵산은 산림청 지정의 100대 명산인 데다 오늘이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니 그 인연이 남다른 데가 있다. 미륵산 꼭대기에는 멋진 나무데크가 있다고 하니 그곳에 하룻밤 머물면서 미륵세상의 到來(도래)를 빌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구나!

 

가자, 통영으로!



미륵산/彌勒山

 

경남 통영시 봉평동에 있는 산이다. 높이는 458m이다. 미륵도 중앙에 해발 우뚝 솟은 위풍 당당한 미륵산(彌勒山)은 용화산(龍華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산에 고찰 용화사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또 이 산은 미륵존불(彌勒尊佛)이 당래(當來)에 강림하실 용화회상(龍華會上)이라 해서 미륵산과 용화산을 함께 쓴다고도 한다. 산 봉우리에 옛날 통제영(統制營)의 봉수대터가 있고 미륵산 자락에는 고찰 용화사와 산내암자 관음암, 도솔암이 있고 효봉문중(曉峰門中)의 발상지 미래사(彌來寺)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의 다도해가 조망이 일품이다.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가 보인다. 미륵산에는 국내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 만에 상부 역사에서 내려 15분을 걸으면 정상에 이른다. 산행코스로는 봉평동 용화사 광장을 기점으로 하는 코스와 산양읍 미래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으며 봉우리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미륵산 개념도
.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통영 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오래된 내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켰다. 주행 중 엔진이 꺼졌는데, 하늘이 도와 무사히 갓길로 차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 자동차 수리하는 동안 진주 중앙시장의 제일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6개월 만에 예상치 못하게 진주를 방문하게 되었다.

 

 

# 진주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 통영에 도착하였는데, 이날 통영은 러시아워의 서울 중심가 보다 더 지독한 교통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통영으로 놀러 왔나? 통영시내에서 한시간여 발이 묶이는 바람에 횟감을 장만해서 산행을 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산 아래에서 막걸리만 두 통 구입한 다음 미륵산 초입의 용화사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초파일이라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 보는데, 마침 삼십대쯤 되어보이는 젊은 부부가 박배낭을 꾸려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다가가 물으니 정상에서 야영할 생각이란다. 동무들이 생겼구나, 막걸리 한 통 더 사야겠는 걸... 젊은 부부 출발하고 십 분쯤 뒤에 우리도 짐 꾸려 산행을 시작한다. 시각은 이미 8시 40분을 넘기고 있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지도도 없이 야간산행을 시작한다.

 

 

# 포장된 경사로를 따라 10여분 올라 가니 조선 영조때 창건했다는 관음암이 나타난다.

 

 

# 다시 5분여 더 올라 가면 고려태조때까지 역사가 올라 가는 도솔암이 나온다.

 

 

# 이곳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정목에 미륵치까지 100m 거리라고 되어 있는데, 바로 앞에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까지 오면서 갈림길이 계속 나왔고, 모두 직진하여 위로 오르는 길이 미륵산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무심코 직진 오르막길로 들어 선다. 하지만 정작 미륵산으로 가는 길은 좌측길로  산을 우회하는 길이다.  지도 없이 나선 야간산행이라 시작부터 알바를 하였다.

 

 

# 그때는 알바인 줄도 모르고 오르막을 계속 치고 올랐다. 무거운 박배낭의 무게를 온 몸으로 감당하면서 한차례  찐하게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능선마루금이 나타나고 넓은 헬기장이 그곳에 있다.

 

 

# 헬기장에서 좌틀하여 다시 한차례 위로 올라가면 능선상 고개가 나타난다. 이곳이 미륵치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주변 지형이 이상하다. 우측으로 봉우리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고 전방 숲 너머에도 산이 하나 우뚝하다. 고개에 마눌 세워 두고 우측 봉우리로 올라 가보니 이곳은 미륵산이 아니다. 스마트폰 꺼내 인터넷 검색으로 미륵산 지도를 확인하니 이 산은 미륵산 가기 전에 있는 '정토봉'이다. 아이구야~~~

 

 

# 불안해하는 마눌을 달래서 다시 길을 나서는데 미륵치까지는 제법 깊게 떨어져 내린다.  전방에 미륵산이 우뚝한데 이렇게 깊게 떨어지면 어떡하나? 사실은 그렇게 깊은 내리막은 아닌데 지도없이 막막한 상태에서 무거운 배낭 메고 내리려니 더욱 그렇게 느꼈으리라. 아래로 내리니 갈림길이 많은 '미륵치'가 나온다.  도솔암에서 좌측길로 우회했으면 딱 100m 거리에 있는 편안한 곳인데 엉뚱한 고생을 했다.

 

 

# 미륵세상 가기 전에 서방정토를 먼저 들르는 것이 순서일세, 이제 본격적으로 미륵세상으로 올라 보세! 꿈보다 해몽이라 정토봉 넘어 온 것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 미륵치에서부터는 곧바로 가파른 오르막이 끝까지 이어진다.  암릉길과 계단길이 연속으로 나타나고.

 

 

# 낮에 진주에서 해장국 한 그릇 먹은 것이 오늘 음식 먹은 것의 전부이고, 간밤에 잠을 딱 두시간 잔 데다 긴 자동차 여행, 자동차 고장과 수리, 엄청난 교통정체로 시달린 몸이 알바로 산 하나를 더 넘는 일까지... 여러 악조건으로 힘이 많이 들지만 온 몸에 전해지는 무게와 가픈 숨소리는 오히려 기분을 점점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 한차례 찐하게 땀을 뺀 후, 미륵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때 시각은 이미 밤 열시에 가깝다. 마눌의 얼굴에서 긴 하루의 우여곡절이 모두 엿보인다. 

 

 

# 먼저 출발했던 부부는 알바를 하지 않았으니 우리보다 30분은 먼저 도착하였겠구나!  그런데 그들은 정상 초입의 데크 아래에 있는 작은 공터에 터를 잡았다.정상 데크가 대규모인데 왜 그랬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일단 통영쪽 넓은 데크는 바람이 너무 강하고, 난바다쪽 데크는 해무때문에 바닥이 온통 젖어 있다. 이곳저곳 적당한 곳을 찾아보는데 마침 데크아래 계단쪽은 텐트 한 동 칠 공간이 있고 바람도 없는데다 바닥도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다. 얼른 텐트 치고 타프로 지붕도 만들어 매단다. 다행히도 타프 윗쪽은 해무로 금세 물기가 맺히는데 그 아래 텐트는 물기에서 벗어나 있다.

 

 

# 배가 너무너무 고파 얼른 어묵탕 한그릇 끓이고 손쉽게 장만 가능한 도토리 묵 무침을 만든 다음 막걸리부터 한순배 들이킨다.

 

 

 # 횟감대신 도토리 묵이구나!

 

 

# 허기를 급하게 달랜 후 비로소 본격적으로 오리고기 구워 만찬을 시작한다.

 

 

 

 # 우리한테는 이 메뉴가 잘 어울린다. 통영막걸리는 영 맛이 없고 그나마 부산생탁이 있어 다행이다.

 

 

 

# 젊은 부부는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함께 막걸리 한 잔 나누려고 했던 계획은 그만두고  각자 밤을 보내기로 한다. 급하게 허기를 달랜 후 비로소 정상데크로 올라 와 본격적인 경치구경을 한다. 통영 난바다에 있는 섬들의 불빛과 구름을 배경으로 두른 달빛이 참으로 좋다.

 

 

 

# 하늘엔 별들이 쏟아질 듯 무리지어 빛나는데 삼각대가 없으니 사진으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몇차례 시도해 보다가 인간세의 불빛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인간세의 불빛은 하늘의 별빛보다 휘황찬란하여 삼각대 없이 데크난간에 카메라 올려 두고 비슷하게나마 찍어낼 수가 있다. 한 삼십여 분 별빛 구경, 달빛 구경, 인간세의 불빛 구경을을 즐기는데 찬바람이 너무 강해서 더이상 머물 수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헝겊집으로 복귀한다.

 

 

 

# 이날 우리가 미륵산 정상에 꾸린 보금자리는 바람없고 습기 없이 포근하여 춘추침낭으로도 아늑하게 쉴 수 있었다. 마눌은 피곤하였는지 눕자마자 꿈나라로 가더라. 다섯 시간 정도 눈 붙이고 일어났는데, 긴 여행과 짧은 수면에도 불구하고 상쾌하고 개운하였다. 간밤에 늦게 올라와서 미진했던 정상의 경치 구경과 일출감상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 정말 아늑한 자리에 터를 잡았다.

 

 

# 해무가 짙어 난바다쪽의 풍경은 안개속이다.

 

 

 

# 미륵산 정상의 아침. 넓은 데크는 해무때문에 축축하게 젖어 있다.

 

 

# 통영해협과 한산도, 거제도쪽의 조망.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통영시. 옛이름은 충무시이다.

 

 

 

# 정상석 앞에 서서 전방의 조망을 넓게 펼쳐 보았다. 해무때문에 깨끗하지는 않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죽도와 뒷쪽의 한산도, 그 뒤의 거제도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 아직은 수묵화에 가깝다.

 

 

# 곤리도와 추도, 뒷쪽의 두미도.

 

 

# 음... 저쪽이 동쪽이구나!

 

 

# 거제도 방향이 동쪽이다.

 

 

# 서서히 시작된다.

 

 

# 산첩첩인데 아마도 고성의 산하들일테고 뒷쪽으로 길게 누은 것이 낙남정맥이리라.

 

 

# 어허~ 시작되는구나!

 

 

 

# 상기 꿈나라인 마눌 깨워 일출을 알린다.

 

 

# 빨리 와라~ 하늘 열린다~

 

 

 

# 충무마리나 리조트. 여러해 전 온가족이 저곳에서 묵은 적이 있지.

 

 

# 부지런한 산객이 일출을 보러 올라 왔다.

 

 

 

 

# 저기저기...

 

 

# 올라 온다~~

 

 

# 붉은 불덩이 하나가,

 

 

# 고개를 내민다.

 

 

#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면서...

 

 

# 이런 멋진 광경을 보게 되다니...

 

 

# 애초에 전혀 계획이 없던 미륵산을 밤중에 올라,

 

 

# 이런 멋진 일출을 보게 됨은,

 

 

# 미륵산과 나와의 인연의 끈이 닿아 있음이리라!

 

 

# 불타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 그 정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면서,

 

 

# 나만의 미륵세상을 꿈꾸어 본다.

 

 

# 모든 중생의 고해와 고뇌가 조금은 덜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 그리하여,

 

 

# 모두가,

 

 

# 조금은,

 

 

# 더 행복해지기를!

 

 

# 몇 해 만에 보는 완전한 일출앞에서,

 

 

# 간절히 꿈꾸어 본다!

 

 

# 이 아침이,

 

 

# 참으로 행복하다!

 

 

# 일출이 한참일 무렵 나이 지긋한 부부도 함께 올라 왔다. 몸을 움직여야 이런 멋진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유명산이니 아침 일찍 많은 사람이 올라 오겠다. 얼른 아침 끓여 먹고 짐 챙겨야 겠구나.

 

 

# 과연, 서둘러 아침 끓여 먹고 주변 정리하고 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속속 올라 오기 시작한다.

 

 

# 해가 높아질수록 아침안개는 더 짙어진다.

 

 

 

# 온몸 바쳐 해무를 막아 준 타프를 말린다. 타프 덕분에 다른 짐들은 모두 뽀송뽀송하였다.

 

 

 

# 저기 저 욕지도를 가려다가 이곳 미륵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오히려 잘한 결정이었다.

 

 

# 저 멀리 욕지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 곤리도, 추도, 두미도의 모습이 순서대로 보인다. 저 뒷쪽 두미도는 군생활 때인 83년도 설날에 수색정찰을 하러 갔던 섬이다. 정찰 도중 두미도 어느 마을에 들렀는데 떡 한 조각 얻어 먹으러 갔다가 홀로 사시는 할머니와 설쇠러 섬으로 들어온 따님 두 사람에게 잔치상보다 더 훌륭한 상차림의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냥 막걸리 한 잔만 얻어 먹으렸는데 불 때서 떡 녹이고, 떡국 끓이고, 각종 설음식으로 사위에게 주는 음식상처럼 떡 벌어지게 차려 주시더라. 그때만해도 인심이 그렇게 좋았었다. 삼십 년 넘게 세월 흘렀으니 그 할머니는 안계시겠지...  꼭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섬이다.

 

 

# 짐 한쪽에 챙겨 두고 느긋하게 정상의 경치를 구경한다.

 

 

# 어제는 많이 불안해하더니 미륵산에서의 야영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 해가 높아 지는데 해무는 점점 더 피어 오른다.

 

 

#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 저 뒤에 우뚝한 산은 고성의 벽방산쯤 되나보다.

 

 

# 해무속에 포근히 안긴 통영 일대의 풍광을 오래 감상한다.

 

 

# 연휴기간 통영은 외지 관광객들로 만원이 되었다.

 

 

# 한참 후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 저 케이블카를 타려면 4시간은 기본적으로 기다려야 한단다.

 

 

# 참으로 섬이 많기도 하다.

 

 

# 정상 건너편에 있는 봉수대에도 올라 가 본다.

 

 

# 천지기운도 받아 보고!

 

 

 

# 봉수대에 올라 하룻밤을 보낸 미륵산 정상부를 돌아 본다.

 

 

# 사방 조망이 정말로 훌륭하다. 좌측 멀리 욕지도가 보인다.

 

 

# 우연히 인연이 닿아 오른 미륵산인데,

 

 

# 그 인연이 참으로 절묘하다.

 

 

# 봉수대 아래에 정자가 하나 있다. 저곳도 바람없이 하룻밤 보내기 좋겠구나.

 

 

# 곤리도의 마을을 땡겨본다.

 

 

# 마리나 리조트와 요트 계류장.

 

 

# 오래오래 조망을 즐긴다.

 

 

# 동양의 나폴리라는 애칭도 얻은 동네이다.

 

 

# 저쪽 너머에 매물도가 있을 터이다.

 

 

            

# 붉은 병꽃이 만발했다.

 

 

 

# 케이블카 정류소쪽으로 해서 미륵치로 가는 길도 있나 보다.

 

 

 

# 케이블카를 타고 온 사람들로 금세 정상은 만원이 된다.

 

 

# 케이블카 타고 잠깐 걸어 올라 와 놓고는 산이 별로 라고 폄하하는 인간이 있길래 한번 째려 봐 주었다. 그들이 땀 흘려 올라 오면서 느끼는 쾌감을 알리 있으랴? 별 총총하고 달빛 흐뭇한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 나누면서 보내는 밤의 흐뭇함을 알리 있겠는가? 불타 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꿈꾸는 미륵세상의 희망을 어찌 알겠는가? 

 

 

# 그래도 그냥 떠나기 아쉬워 몽매한 인파속에 섞혀 한참을 조망 감상을 했다.

 

 

# 바닷가에서 조망을 감상하니 산첩첩이 아니라 섬첩첩이구나!

 

 

 

# 오래 쉬다가 짐 챙겨 정상을 떠난다. 돌아보니 사람들 많은 모습도 아름답다.

 

 

# 어젯밤에는 못본 전망대가 계속 나타난다.

 

 

# 지도없이 오르느라 어젯밤에는 곤란했었다.

 

 

# 정상부는 암릉길이어서,

 

 

# 멋진 조망처가 아주 많다.

 

 

# 나무계단길도 내려가고,

 

 

# 장차 네가 자라 천년송이 되어라!

 

 

 

# 암봉의 기상이 유별난 조망처를 만났다.

 

 

# 그 기상이 뾰족뾰족 사방을 향하고 있다.

 

 

# 다시 철계단을 내린다.

 

 

# 곡선미를 자랑하는 소나무.

 

 

# 어젯밤에 숨 꽤나 헐떡거렸던 곳이다.

 

 

# 그 길따라 내려가니,

 

 

# 어젯밤 같은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낸 부부를 다시 만났다.

 

 

#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온 모양인데 같이 막걸리 한 잔 나누지 못했음이 많이 아쉬웠다.

 

 

# 같이 길게 내려가니 미륵치가 나온다.

 

 

# 일부 지도에는 여우치라고 적혀 있더라.

 

 

 

# 이렇게 편한 우회로가 있는데 우리는 간밤에 정토봉을 넘어서 왔었다.

 

 

# 정토봉을 만나게 된 것도 하나의 인연이었겠지...

 

 

# 도솔암 갈림길에 도착한다. 어제의 실수를 복기해 보고...

 

 

# 도솔선사가 누구일꼬?

 

 

# 정상에서부터 곧장 내려가기만 하니 힘들 일은 없다.

 

 

# 붉디 붉은 동백을 만난다.

 

 

# 오늘은 온통 붉은 색과의 만남이다.

 

 

# 관음암도 지나고,

 

 

# 나무들이 모두 높고 우람하다.

 

 

# 내리막 중간중간에 도수로가 있는데, 그 뚜껑이 미끄러울까봐 밧줄로 매듭을 지어 지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이런 세심한 마음가짐이 참으로 아름답도다.

 

 

# 이내 용화사 주차장으로 복귀 완료하게 된다.

 

 

# 주차장 화장실에서 화장도 하고 세수도 한 후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기분이 날아 갈 듯 하다.

 

 

# 산행이 일찍 끝나서 어제 못간 욕지도로 들어가 하룻밤 더 야영을 할까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밤부터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예보하고 있어서 가까운 한산도 구경을 하기로 한다. 한산도행 카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통영터미널을 떠난다.

 

 

# 미륵산이 올려다 보이는구나. 우측이 정토봉이다.

 

 

# 통영은 해양레포츠의 메카이다.

 

 

# 한산도에서 맛본 싱싱한 회. 통영중앙시장에는 비할 수 없지만 왠만은 하더라.

 

 

# 통영 중앙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싸고 푸짐하게 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2kg짜리 참돔 한 마리에 4만 5천원을 달래더라.서울 같으면 18만원은 줘야 한다.낮에 회를 먹는 바람에 멍게를 사와서 집에 돌아와 멍게비빔밥을 뒷날 해 먹었다. 향이 아주 좋다!

 

 

# 통영은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그 속으로 들어 가 봐야지! 청마문학관을 찾았다.

 

 

#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긴 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전문)

 

 

# 청마 유치환선생의 생가. 통영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 토지의 작가 박경리선생도 통영이 낳은 예술가이다. 내 고향 진주여고 출신이기도 하고...그의 생가는 서문거리 언덕에 있는데 찾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더라.

 

 

 

# 미륵산 정상에서 만난 어느 산꾼이 통영의 일미로 복국을 적극 추천하였다. 복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추천해 준 집을 물어 물어 가보니 그 집은 하루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를 그만한단다. 그래서 여러해 전 가족들과 함께 갔었던 서호시장의 복집을 찾았다.이 집도 복국의 맛은 아주 일품이다.    

 

 

 

# 통영은 문화예술로 지역의 특색을 높이고 있었다. 바닷가에 공연장을 만들어 두고 거리공연을 하는데, 우리도 함께 참여해서 같이 박수치고 노래 불렀다. 옛 팝송과 노래들로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하니 수많은 외지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통영이 특색있는 관광명소로 발돋움 한데는 제일 먼저 고속도로의 개통을 들 수 있다. 대전에서 통영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건설되어 접근이 쉬워지니 사람들이 모여 들 여건이 형성되고, 뛰어난 자연 풍광과 싸고 싱싱한 해산물, 그리고 문화예술로 특화된 컨텐츠를 갖추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프라의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그 바탕 위에 특색있는 컨텐츠를 구성하는 일이 또한 필요한 일임을 증명하는 예이다.

 

 

 

통영 미륵산은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어 100대 명산 순례를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올라야 할 산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휴에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뜻밖의 여러 사건들 때문에 우연히 선택되어지게 되었다.

 

그 우연한 선택의 결과로 부처님 오신 사월 초파일 늦은 밤에 미륵사상이 산 전체에 녹아 있는 미륵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 우연의 산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총총 빛나는 별들과 구름을 배경으로 두른 달빛을 흐뭇하게 즐기면서 무수한 사연으로 저마다 빛을 내는 인간세의 불빛까지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산과 나 사이에 인연의 실오라기 하나가 이어져 있었음일 것이다.

 

그리하여 붉게 타오르는 싱싱한 날것의 아침해를 미륵산 정상에서 맞이하며 모두가 행복해질 미륵세상을 꿈꾸어 봄은 미륵산에 이어진 인연에 매듭 하나를 맺었음이리라!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