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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100대 명산]27(무등산/無等山)-無等에서 보낸 하루!! 본문
'무등산(無等山)'은 광주의 진산(鎭山)이다. 이름 그대로 '無等', "같음이 없는 산"이란 뜻으로 "비할 데 없이 높은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김새가 무덤 같다고 해서 '무덤산', 정상부에 주상절리나 너덜 같은 암석이 많아 '무돌산'이라 불렀고, 그 외에도 '무당산', '무정산' 등과 같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무등산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산이다. 무등이란 이름도 불교사상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그 기원은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있다. 반야심경은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가장 먼저 익히는 입문서와 같은 경전으로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密多心經)'으로서 보통 '반야심경'이라 줄여서 부르고 있다.
그 반야심경의 중간에, '故知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 一切苦 眞實不虛(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 일체고 진실불허)'
또, 불교사전을 살펴보니, ① 무유등등 (無有等等), 즉 버금할 만한 것이 없다. ② 부처님의 존호 (尊號). "부처님네는 세간의 중생들과 같지 않으므로 무등(無等)이라 하고, 부처님네의 증득한 정신은 부처님네 끼리만 평등함으로 등(等)이라 한다." 고 나와 있다.
결국, 무등은 견줄 바 없이 높고 존귀함의 상징이라 무등산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여 이 지역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사랑을 받아 오고 있는 산이다. 인구 백만 이상의 도시 중에서 천 고지가 넘는 산을 접하고 있는 곳은 광주와 무등산이 유일하다는데, 이 또한 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무등산은 전체적인 산세가 부드러운 육산으로 봉곳한 무덤처럼 경사가 무난하여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그러나 정상부에 이르면 칼로 깎아 세워 둔 듯 신전의 기둥같은 주상절리들이 산을 떠받들고 있어 단순한 육산을 벗어난 빼어난 절경을 선사하는 놀라운 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유월 둘째 주말에 하늘같이 솟은 등짐을 지고 낑낑 땀범벅이 되어 무등산정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주봉인 천왕봉은 군부대 때문에 오르지 못하고 무등산정에서의 하룻밤도 국공파의 기습이 걱정되어 잠시 머물렀다 내려와서 무등의 옆구리 어드메쯤에서 밤을 보내야만 했다.
무등산정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목표가 어긋나 버린 것이다. 허나, 비록 산정이 아니라 그 품속의 하루였지만, 무등의 부드러우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빼어남은 과연 이름 그대로이기는 하였다. 그리하여 그 품속에서의 하룻밤은 충분히 포근하였다.
다만, 무등(無等)이 버금할 만한 것이 없다는 자부심에 기원한 것이고, 부처님과 중생이 같으면서도 다를 수 밖에 없는 무등등(無等等)에 바탕한 것이라 자칫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으로 흘러 고립(孤立)으로 빠질까 저어되는 바 없지 않더라...
산행코스 : 원효사주차장 ~ 무등옛길 ~ 제철유적지 ~ 주검동유적 ~물통거리 ~치마바위 ~ 얼음바위갈림길 ~ 안내판/도로치 ~ 서석대전망대 ~ 서석대 (옛길종점) ~ 입석대 ~ 장불재 ~ 영평갈림길 ~ 지공너덜 ~ 석불암 ~ 규봉암 ~ 목장갈림길 ~ 신선대 억새평전/야영 ~ 샘터 ~ 약수터 ~ 꼬막재 ~ 무등산장 ~ 원효사주차장.
이번 주는 결혼식 행사가 겹치는 주말이다. 오월도 아닌데 웬 결혼식들이 그렇게 많은지... 아이들 없고 본가, 처가 쪽으로 경조사 생길 일 없는 우리는 늘상 남의 집 경조사에 찾아갈 일만 있다.
15일. 같은 날에 마눌은 친정 쪽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고, 나는 회사 직원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 하나는 서울이고, 하나는 광주이니 같이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광주에 가는 김에 무등산 야영산행을 계획해 본다.
요즘 매주 야영산행에 따라 다니던 마눌은 혼자 무등야영을 들어가는 내가 불안하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난 육칠 년 동안 매주 나 혼자 산으로 갔었고, 같이 야영 산행을 다닌 것은 처음 백두대간을 같이 할 때 2년하고 올 상반기가 전부이다.
무등산은 몇 년 전 호남정맥을 할 때 지났었고, 그때도 무거운 박배낭을 메고 담양 소쇄원 윗쪽의 유둔재를 출발해서 백남정재를 지나고 북산을 넘은 후, 신선대 언저리의 억새밭에서 하룻밤 야영을 했었다. 뒷날 규봉암에 들러 물을 얻은 후, 장불재에서 갈 길이 바빠 무등은 올라 보지 못하고 눈인사만 한 후 안양산으로 향했었다.
그때는 3월이었는데 무등은 하얀 상고대꽃이 온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었다. 갈길 바빠 무등산정에 올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나중에 저 산정에서 하룻밤 묵으며 별빛 구경하면서 달래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또, 무등은 100대 명산에 포함되니 반드시 한 번은 찾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산이기도 하다. 무등산정에서의 하룻밤 별빛구경을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무등이 올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바뀌면서 국공파들의 기습공격이 수시로 이뤄지는 모양이라 정상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안을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조선 시대에 무등산을 넘어 화순과 광주를 넘나들던 무등산 옛길이 1960년대까지 이용되었다는 기록과, 그 이후 단절되었던 그 옛길을 2009년에 복원했다는 소식이 있다. 마침, 국제신문에서 그 옛길을 따라 무등을 오른 후 장불재 거쳐 무등을 한 바퀴 돌아 원효사로 복귀한 산행 기록과 지도가 있다.
옳커니! 저 루트 따라 산행을 하고 예전처럼 규봉암에서 물을 얻은 후, 신선대 억새밭에서 하룻밤 보내면 되겠구나! 무등산정에서의 별빛 감상도 좋지만 신선대 억새 평전에서의 바람 소리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계절이 가을이 아닌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무등산/無等山 광주광역시 북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과의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1,187m 이다. 백제 때 무진악(武珍岳), 고려 때 서석산(瑞石山)이라고 하였으며, 북쪽은 나주평야, 남쪽은 남령산지의 경계에 있으며 산세가 웅대하다. 북부는 중생대에 관입(貫入)한 화강암이 분포하고 남부는 퇴적암지대이다. 대부분 완만한 흙산이며 중턱에는 커다란 조약돌들이 약 2km에 걸쳐 깔려 있는데 이것을 지공너덜이라고 한다. 153과 897종의 식물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465종은 약료작물이다.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으며 공원 면적은 30.23㎢이다. 유적으로는 증심사(證心寺)·원효사(元曉寺) 등의 사찰과 석조여래좌상(보물 600)을 소장하고 있는 약사암(藥師庵:)·천문사(天門寺)·미력사(彌力寺) 등의 암자가 있다. 정상 가까이에는 원기둥 모양의 절리(節理)가 발달하여 기암괴석의 경치가 뛰어나다. 동쪽 경사면에서 정상을 향하여 입석대(立石臺)·서석대(瑞石臺)·삼존석(三尊石)·규봉암(圭峰庵) 등이 있고 정상 부근에는 수신대(隨身臺)가 있다. 산의 북쪽 기슭인 충효동에는 환벽당·소쇄원·식영정 등의 누정이 세워져 있고 완만한 산기슭에는 수박과 차의 재배가 성하다. 등산로는 산 기슭의 증심사를 출발점으로 하여 2∼3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의 북동쪽에는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산허리의 원효계곡까지 자동차로 약 30분이면 갈 수 있고, 여기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된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15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집 나서면서 저울에 등짐 무게를 달아보니 20kg에 불과하다. 우선 배낭부터 가벼운 그레고리 Z65로 바꾸고 침낭은 여름침낭으로, 텐트 대신 타프와 1인용 모기장 텐트로 챙겼더니 짐이 무척 가벼워졌다.
지난 주까지 30kg이 훨씬 넘는 머슴 짐을 지다가 10kg 정도 가벼워지니 몸이 날아 갈 듯하다. 사람이란 참으로 대단한 적응의 동물이다. 예전에는 15kg 이상만 되면 배낭 무게 때문에 거의 숨을 못 쉬었는데 말이지...
일찍 출발한다고 했지만 주말에 호남지방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굉장한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네 시간 반 넘게 운전대를 잡고 졸음과 싸우는 쌩고생을 하고서야 무등산 국립공원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 오후 1시 40분 경, 짐 챙겨 길을 나선다. 원효사 주차장은 1일 주차비 3,000원을 받는다.
# 주차장 건너 감시초소 곁에 무등산 옛길이 있다.
# 1코스는 산 아래 인간세에서 출발하고, 이곳부터는 옛길 2코스 이다.
# 작은 동산 하나를 넘어 내려가자 장불재로 올라가는 포장도로를 가로지르게 된다.
# 서석대까지 곧장 이어진다.
# 길은 평탄하고 다니는 사람 없어 한가하다.
# 갈림길이 가끔 나오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 오늘 날씨가 너무 무더워 등산객이 없는 것인지, 대부분 넓고 익숙한 길로 다녀서인지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 한차례 길게 진행하여 제철유적지를 만난다.
# 역사 깊은 장소인데 관리가 되지 않고 개망초만 무성하다.
# 이름도 금곡동이니 오래된 제철유적지임을 알 수 있다.
# 유적지 위로 서석대가 올려다보인다.
# 다시 조금 더 오르면 주검동 유적이 나온다.
# 충장공이 임란 때 창검을 만들던 곳이다.
# 만력이란 명나라 연호를 사용한 것은 옥의 티이다.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산객은 처음 만난다.
# 길게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초막이 하나 서 있다.
# 무등산 옛길을 지나는 길손에게 물을 공급하던 우물이 있던 곳이다.
# 많이 가벼워 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박배낭 무게가 있는 지라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한 차례 길게 올라 치마바위에 도착한다.
# 이제 겨우 절반 왔다.
# 옛여인의 큰 치마 하나 펼치면 될 넓이이다.
# 조금 더 오르면 원효계곡 시원지(始源地)란 팻말을 단 계곡이 나온다. 하지만 물길은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계곡 따라 계속 위로 이어지고 있다. 왜 이곳에 시원지라 표시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물소리는 참 시원하다.
# 길이 가파르지 않아 감사한 일인데, 날씨가 너무 무더워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 한차례 길게 올리면 산을 가로지르는 마른 계곡과 갈림길을 만난다.
# 얼음바위 갈림길이다. 서석대는 좌틀하여 올라야 한다.
# 잠시 편하게 가더니,
# 본격적으로 경사가 생기기 시작한다.
# 오늘 전국적으로 30도가 넘는 폭염이 예보되었는데, 유월 날씨로는 엄청나게 더운 날씨이다. 어깨를 파고드는 배낭 무게와 비오듯 쏟아지는 땀, 어설픈 휴게소 짜장면으로 배까지 고파 이쯤에서 힘이 많이 들었다.
# 장불재 우측에 있는 방송 중계소가 올려다보인다.
# 나의 목표는 그 좌측에 있는 서석대이다.
# 한차례 낑낑 밀어 올리면 숲을 벗어나서 장불재에서 올라오는 도로와 만나게 된다.
# 이정표마다 거리가 들쑥날쑥한다.
# 도로 건너 감시초소 곁으로 길이 이어진다.
# 가파른 돌계단길이 길게 이어진다.
# 잠시 후 그늘 좋은 공터에 도착한다.
# 대단히 빼어나지는 않지만 작은 규모의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있다. 누군가 지도에 없는 비룡대란 글을 새겨 두었다. 그런데 그 글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 바위 껴안고 교감을 나눠 본다. 커다란 배낭을 둘러메고 씩씩거리며 올라와 바위를 끌어 안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놀라운지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 계단길은 계속 위로 이어진다.
# 곧, 서석대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 서석대는 주상절리 현상이 현재 진행형인 곳이다. 이름도 상서로운 곳이다. 좋은 소식을 기원해 볼 만한 장소이다. 서석대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담아 보았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전의 기둥인가 보다.
# 전망대 우측으로 장불재가 내려다보인다.
# 몇 년만에 다시 보는 장불재의 모습,
#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 전망대 앞 조망을 넓게 그려 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멀리 광주 시내의 모습이 보인다.
# 서석대의 대표적 포토포인트란다. 모델 없어서 다른 산꾼을 찍어 주었다.
# 전망대에서 오래 쉬며 경치 감상하다가 다시 짐을 챙긴다. 좌측으로 올라가면 서석대 상단의 주상절리가 나오고 그 사이로 광주시가지가 보인다.
# 서석대와 광주를 같이 넣어 그려 본다. 그림 좋고 바람 좋은 숲에서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그런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가 광주에서 산 김밥이 아무 맛을 모르겠고 잘 넘어 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목 넘김 좋은 막걸리만 두어 잔 마신다.
#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돌아 다시 짐 꾸려 위로 올라간다. 곧 정상부에 도착하게 되고, 무등산 옛길의 종점이란 팻말이 보인다.
# 이정목 너머로 무등산의 정상인 천왕봉이 건너다보인다.
# 군부대가 정상을 점령하고 있어 출입을 할 수 없다. 다만 일년에 두어 차례 날을 잡아 정상을 개방하는 모양이다.
# 우측에 실질적인 정상 노릇을 하는 서석대 정상이 있다.
# 정상석과 산객이 역광속에 묘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 무등산 서석대라 적어 두었다.
# 무등은 산 전체적으로는 봉긋한 무덤 모양의 육산이고 산세가 부드럽고 안온하다. 하지만 막상 올라보면 정상부에 이런 하늘 기둥을 감춰 두고 있는 산이다.
# 박무가 짙어 깨끗한 조망이 아닌 점이 아쉽지만 사방으로 트인 경치가 시원스럽다.
# 박무가 아쉬운 광주 시내의 조망. 저 멀리 광주 월드컵 경기장의 은색 지붕이 보인다.
# 그 방향으로 넓게 펼쳐 보았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이 정상부에서 그냥 침낭 하나 깔고 누워 있으면 밤새도록 별 구경은 실컷 하겠더라. 순찰하는 국공파들은 보이지 않지만 들리는 소문에 가끔 기습공격을 하는 모양이다.
# 저 정상이 열리는 날에 한번 더 와 봐야겠다.
# 아쉬운 맘에 정상을 쉬 떠나지 못하고 자꾸 돌아보게 된다.
# 그냥 미친 척하고 밤까지 한번 개겨볼까? 하는 생각이 마구 들더라...
# 무등은 산의 곳곳에 저런 기둥을 숨겨두고 있다.
# 우측으로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흐르고 있고 그 위로 여름 구름이 피어난다.
# 무등을 즐기고 있는 빠알간 커플.
# 아쉬움에 정상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입석대로 향한다.
# 입석대로 가는 길. 맑은 날엔 지리산이 보인다는데 오늘은 건너편 백마능선까지만 보인다.
# 어라? 이 길은 분위기가 지리산 연하선경과 비슷하네?
#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을 거쳐 안양산에 이르는 산줄기 모습이 부드럽고 안온해 보인다. 하지만 몇 해 전 호남정맥할 때 저 능선을 지나보니 높낮이도 심하고 힘도 많이 들었던 곳이다.
# 백마능선 중간에 있는 낙타봉의 모습이 이곳에서 보니 여성의 젖가슴을 닮았다. "마돈나,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히도록 달려 오너라!" 이상화시인의 시가 문득 생각난다.
# 역시나 봉긋한 안양산의 모습. 호남정맥은 저곳에서 둔병재까지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가야 한다.
# 오늘 이 산은 주말인데도 참으로 한가하다.
# 때 이른 무더위 탓인가 보다.
# 겨울에 저곳 장불재에서 야영하는 이들도 있던데...
# 이름과 사연이 좀 오버한 듯한 승천암.
# 내려가는 도중에 만난 미니 입석대.
# 진짜 입석대의 뒷모습이다.
# 구름에 촛점을 맞춰 보았다.
# 무등의 대표적 하늘 기둥인 입석대.
#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
# 주상절리(柱狀節理)는 암석덩어리가 기둥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주로 화산지형에서 많이 발견된다. 뜨거운 용암의 평탄면이 동시에 냉각될 때 발생한다고 한다.
# 서석대와는 달리 풍화작용이 많이 진척되어 절리가 완성된 형태이다.
# 입석대를 한 장의 사진에 모아 봤다.
# 입석대 좌측에 전망용 나무 데크가 하나 있고,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이곳에서 하루 머물러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 일찍 철수한다면 가능해 보였다.
# 입석대를 떠나 장불재로 향하다 뒤를 돌아본다.
# 입석대의 모습. 멀리서는 숲에 가려 윗부분만 보인다.
# 길게 아래로 내려가면 장불재에서 이어지는 백마능선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장불재. 3년 만에 다시 와본다.
# 무등을 돌아 본다.
# 좌측 서석대.
# 우측 입석대.
# 장불재는 예전에 광주와 화순 이서면을 이어주던 고갯길로 '긴골' 또는 '장골'이라 불렸는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장불재란 이름을 얻었다. 이 고개 서편 샘골에서 광주천이 발원한다. 광주천은 다시 영산강에 합해지고 목포에서 서해와 합류한다.
# 그해 3월엔 저 산이 온통 하얀 상고대꽃으로 덮였었다.
# 이 길은 군부대로 올라가는 도로이고 다시 중간에 서석대로 갈라지는 길이기도 하다.
# 장불재에서 앉아 쉬는 사람들 틈에 끼여 휴식을 취한다.
# 서석대와,
# 입석대는 산의 좌우에 버티고 선 하늘 기둥이다.
# 이 바위는 거북등처럼 절리가 생기고 있다.
# 고인돌 같기도 하고 제단 같기도 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 다음을 기약하고 장불재를 떠난다.
# 지공너덜 쪽으로 가는 사람은 나와 이 사람 딱 둘 뿐이다.
# 저 백마능선에 가을이면 억새꽃이 말갈기처럼 휘날린다.
# 잠시 아래로 내려가면 화순 이서면 영평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 지공너덜의 출발이다.
# 무거운 배낭 메고 허위허위 걷다보면 '피안교'를 만난다. 저 다리를 건너면 피안(彼岸)의 세계로 들어가나 보다.
# 지공너덜은 지공선사가 법력으로 깔아둔 길이란다. 지공선사는 인도 승려로 고려시대에 우리나라로 와서 이 땅의 불교에 수많은 족적을 남긴 선승이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얍! 하고 도술을 부리신 모양이다.
# 석불사 갈림길을 지난다. 규봉암까지는 400m라고 적혀 있는데 기분상으로는 1km는 넘는 듯 하더라.
# 중간에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화순방향으로 조망이 열려 있다.
# 안양산과 어림고개 너머 별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흐름.
# 안양산.
# 별산. 저래봬도 오르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산이다.
# 동복호의 모습도 보인다.
# 땀을 많이 흘리고 도착한 규봉암.
# 3년 전 호남정맥할 때 북산 자락의 억새밭에서 자고 이곳 규봉암에서 물도 얻고 화장도 했었다. 그때 만났던 허허님을 다시 뵐 수 있으려나?
# 절문 좌측에 있는 저 바위도 여전하다. 그 바위에 새겨진 전라관찰사와 동복 군수의 이름도 여전하고...
# 규봉암을 둘러싸고 있는 광석대.
# 입석대, 서석대와 더불어 무등의 3대 주상절리이다.
# 규봉암은 여전히 멋진 절집 풍경을 보여준다. 스님의 저녁예불 소리가 낭랑히 울리고 있다. 규봉암 부처님께 3년 만의 인사를 올린다. 合掌!
# 전에 없던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 넘 엄청나게 느리고 느긋하며 무심하다. 중국産인 차우차우인가? 웬만한 강아지는 다 한 번씩 안아주는 편인데 쉽게 손이 가는 얼굴은 아니다.
# 광석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규봉암의 샘물을 수낭과 물병에 가득 채운다. 규봉암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내 배낭 크기에 한 번 놀래고, 늦은 시각에 아직 산을 내려가지 않음에 두 번 놀랜다.
# 오랜만에 찾은 규봉암에서 짐 내리고 느긋하게 쉬어본다.
# 獨也靑靑하구나!
# 규봉암은 참 좋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저 별산 위에는 항상 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다.
# 규봉암을 나서 다시 길을 떠난다. 중간에 야영할 만한 싸이트가 두어 군데 눈에 띄기는 하지만 등로 바로 곁인데다 습하고 물기가 많아 좋지 않다.
# 잠시 후 시무지기폭포 갈림길을 만난다.
# 화순 이서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나 본데 규모가 아주 큰 폭포인 모양이다.
# 지공너덜길 일대는 산의 북사면이어서 그런지 물기가 줄줄 흐를 정도로 습한 환경이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피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길게 진행하여 목장 갈림길을 만난다. 이 길로 곧장 내려가면 신선대 안부를 만날 수 있다.
# 우측 너머로 북산이 보인다.
# 호남정맥길인 북산.
# 드디어 신선대 억새평전에 도착이다.
# 뒤로는 무등이다.
# 팻말만 있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 북산.
# 3년 전 호남정맥할 때 캄캄한 밤중에 저 북산을 넘었고,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 때문에 저 신선대를 그냥 지나쳐 버렸었다. 그래서 다시 산을 올라가 신선대를 확인하고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길을 잃어서 숲속에서 한참을 헤매었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날이었다.
# 3년 전 기억만으로 신선대 억새 평전에 오면 야영할 싸이트가 많으리라 짐작했는데, 와서 보니 억새들이 마구 자라 야영할 장소가 전혀 없다. 게다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골을 넘고 있어 여건이 아주 나쁘다. 억새 평전 전체를 빙빙 돌아 보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가 없다. 어쩌나? 어쩌나?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조금 더 진행하여 꼬막재까지 가면 야영할 장소는 찾을 수 있겠지만 등로곁이라 은밀하지 못해 노출이 쉽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역줄나무 우거진 안쪽에 작은 공터가 있길래 키 작은 억새들을 발로 밟아 공간을 확보해 본다. 그랬더니 딱 텐트 한 동 설치할 만한 공간이 확보되고 미역줄나무들이 바람도 막아 준다.
# 그렇게 확보한 공간에 타프 설치하고 그 속에 1인용 모기장 텐트도 설치한다. 일단은 바람을 피할 수 있어 아늑한데 이 지역은 언제나 물기 가득한 바람이 휘몰아 친다. 그것이 걱정이다...
# 짐 정리해서 배낭에 넣고 배낭은 커버를 씌워 타프속에 세워 둔다. 그리고 모기장 속으로 들어가 땀에 절은 옷을 벗는데, 하루종일 땀을 얼마나 흘렸던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게다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땀에 절은 속옷에 쓸려 양 사타구니가 벌겋게 헐어있다. 아이구 아파라~~ 물티슈 신공을 발휘해 나름 깔끔하게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개운하고 한결 낫다.
# 산속이라 밤이 빨리 찾아온다. 마눌이 챙겨준 먹거리로 혼자만의 만찬을 즐겨 본다. 오리고기 구워 막걸리 한잔 마시니 나름 진수성찬이다. 밥 볶아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챙겨 먹는다. 이 동네는 휴대폰은 터지지 않는데, DMB는 수신이 된다. 아~ 롯데 야구 또 졌다...
바람 피할 수 있는 싸이트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보니 억새밭 전체가 습기 머금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장소는 잘 확보했는데 습기가 문제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무등산정에 초승달이 걸려 있고 검은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그래~ 무등산정에서의 별빛구경은 못 했지만 신선대 억새밭에서의 바람 소리와 별빛 감상도 나쁘지는 않구나!
한참 동안 별빛 구경을 하다가 다시 모기장 속으로 들어간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몹시 피곤하였던지 금세 잠이 들었는데, 캑캑거리는 짐승 소리 때문에 문득 잠에서 깼다. 무슨 짐승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듣는 짐승 소리가 제법 음산하게 바람에 흔들리며 계속 싸이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너구리나 담비 종류인가? 소리가 큰 짐승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 배낭에 매단 호각을 꺼내 몇 번 강하게 불어 준다. 녀석도 지지 않고 캑캑 일정하게 간격을 두고 짖어대는데 조금씩이나마 멀어지기는 한다. 소변도 볼 겸 해서 밖으로 나와 보지만 억새밭이 넓고 키가 커서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녀석 때문에 한 시간여 잠을 설쳤다. 하지만 피곤하여 금세 다시 잠이 들었다.
# 하늘을 가리는 나무가 없는 평전이라 아침이 빨리 찾아왔다. 따라서 나도 일찍 눈을 떴다. 간밤에 엄청난 습기가 이 평전을 가득 메웠는데 내 타프는 물에 푹 담근 양 물기가 가득하다. 그래도 A자 형태로 설치를 해서 경사를 따라 물기가 전부 밖으로 떨어졌다.
# 밖으로 나와보니 억새밭 전체가 물기에 푹 담긴 상태이다.
# 예전엔 바람소리만 심했지 안개가 그렇게 심했는데도 물기에 젖지는 않았는데...
# 뭐, 그래도 제법 운치있는 장소이고 편안한 하룻밤이었다.
# 무등의 등허리쯤 되려나?
# 아침 끓여 먹고 다시 짐을 챙긴다. 밟힌 억새가 푹신한 침대같았다. 물기만 없었다면 최고의 야영지인데...
# 억새밭 사이를 걸어 평전을 벗어나는데 금세 온 몸이 물구덩이로 변한다.
# 요즘 일교차가 심해서 새벽 이슬이 그렇게 심했나? 무등산장까지는 3.4km 거리이다.
# 잠시 진행하면 샘터가 나오고 물이 제법 고여 있기는 한데,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 오늘은 곧장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 아침 햇살이 숲으로 스며들고 있다.
# 꼬막재 직전에 있는 샘터를 만난다.
# 위쪽 두꺼비 입은 말라 있고 아랫쪽으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샘터 곁에 있는 벤치에 짐 내리고 잠시 휴식을 한다. 헐은 사타구니에 밴드도 붙이고.
# 마지막 포스트인 꼬막재이다. 꼬막재란 이름은 고개 형상이 꼬막을 닮았다 하여 혹은 꼬막처럼 생긴 자갈이 고갯마루 부근에 많아 꼬막재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주위 둘러보니 꼬막 닮은 자갈은 잘 안보이더라.
# 원효분소까지는 2km를 더 가야 한다.
# 사타구니가 아파 얼른 옷을 벗어 버리고 싶어 걸음을 최대한 빨리 한다. 편백군락지를 지난다.
# 부지런한 산객 서너 팀을 만난 후 길게 내려가니 숲을 벗어나게 된다.
# 이 음식점들은 국공파에게 쫓겨나지 않나?
# 산 좋고 공기 좋으니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8시 20분쯤 하산을 완료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짐 정리하는데, 관리인이 와서 주차비를 다시 달랜다. 3000원을 다시 건넨다.
# 결혼식이 12시 40분이라 시간여유가 많다. 무등산을 벗어나는 순환도로 한켠에 넓은 공터가 있길래 간밤에 물기 머금은 장비들을 모두 꺼내 말렸다. 한 시간여 만에 짱짱하게 다 말라 버리더라.
이후 광주 시내로 내려와 찜질방에 들어가 깨끗하게 씻고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간밤에는 땀에 절은 산도둑의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나름 신사이다.
그 모습으로 결혼식장에 가서 신랑신부 축하해 주고 부조금 내고 밥 한 그릇 먹은 후, 곧장 고속도로에 올라 광주를 벗어났다. 광주를 벗어나며 돌아보니 무등이 저 멀리에서 다음엔 산정에서 별빛 보러 오라고 손짓한다. 국공파의 기습공격에 대비책을 만들고 나서 그리하지요!
그나저나 나 말고 결혼식장 가면서 야영산행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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