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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29(장안산/長安山)-홀로 산꾼들의 2014년 시산제!!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 명산]29(장안산/長安山)-홀로 산꾼들의 2014년 시산제!!

강/사/랑 2014. 3. 17. 15:54
[100대 명산]29(장안산/長安山)



바람 부는 날 꽃 한 송이 피어나듯 이 生에 뿌리내린 지 어느덧 쉰 해하고도 몇 해가 더 흘렀다. '공쯔(孔子)' 말씀하시길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이라 하셨다. 즉,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노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미욱한 사람은 하늘의 뜻은 고사하고 사람의 마음 한 자락도 아직은 모르겠다.

 

나름 옛사람의 뜻 깊은 글을 찾아 읽기를 즐겨하여 까막눈은 면했고, 강태공으로 삼십여 년, 산꾼으로 십여 년을 살면서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산천경개를 섭렵하며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이치를 껍데기나마 살필 눈은 가졌다 믿었건만 어느날 문득 보니 모두 허사이다.

 

천명이 하늘의 뜻이든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분수이든 그 깊이는 근처에도 못 갔는데, 그동안 조금은 알겠다 싶었던 인심(人心)의 편린(片鱗)도 모두 빈 껍데기였으니 지천명(知天命)은 고사하고 지인심(知人心)도 까막눈이라 내 쉰 몇 해의 밥그릇 수가 헛되고도 헛되다.

 

그리하여 그 헛헛한 공허감이 말이 되어 쏟아졌나보다. 갑오년(甲午年) 춘삼월 홀로 산꾼들의 시산(始山)모임이 금남호남정맥 장안산(長安山)에서 있었는데,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운 스스로에 대한 절망(絶望)과 세상을 향한 원망(怨望)의 말들이 술기운을 빌어 장강(長江)의 물결같이 도도하게 터져 나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숙취로 쓰린 속과 깨질 듯한 두통보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쏟아져 나온 쓸모없는 말들의 기억과 후회가 더 쓰라리고 아프다. 이런 인생 공부로 무슨 지천명이며 지인심이겠는가? 어리석고 아둔하다.

 

일찍이 '라오쯔(老子)'가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知者不言 言者不知(지자불언 언자부지 : 지혜로운 자는 말수가 적고, 말 많은자 지혜가 적다.)"라고 가르쳤다.

 

또한, 우리 옛 조상님들도 말로 인한 죄업을 경계하여 이렇게 노래 하셨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 /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그래야겠다. 말 줄이고 살아야겠다. 그러면 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그만 지혜의 조각이나마 술 익듯 안에서 익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홀로 산꾼들의 2014년 시산제!!


일시 : 2014년 3월 15,16일. 흙과 해의 날.



장안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계남면에서 동남향 10리 지점, 장계면에서 남향 20리, 장수읍에서 동향 30리, 번암면에서 동향 50리 지점에 위치하고, 일명 영취산이라고도 부른다."고 장수군지(長水郡誌)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 오늘날 영취산은 무룡고개의 좌측인 백두대간에 위치해 있고, 장안산은 고개 우측 금남호남정맥 상에 우뚝 솟아 있다. 아마도 예전에는 무룡고개 좌우로 있는 영취산과 장안산을 하나로 묶어 영취 혹은 장안산이라 불렀나 보다.

 

장수군지에는 장안산이 전국 8대 종산 중 하나이고, 호남과 호서의 조산(祖山)이자 진산(鎭山)이라 적어 두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리산의 父山이나 兄山 쯤 된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안산이 기개 있는 산인 것은 분명하나 과장이 조금 심하다. 감히 지리산이 어떤 산이라고!

 

장수군의 자부심이 좀 지나친 면이 있기는 하나 장안산이 명산인 것은 틀림없다. 2008년에 홀로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장안산을 올랐는데, 그 산정에 오르기 전 억새밭에서 한 시간 이상을 발이 묶였었다. 그 이유는 장안산이 보여주는 기가 막히는 조망때문이었다.

 

장안산 억새밭은 번암면 지지계곡을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과 나란하다. 따라서 가까이에는 백운산에서 영취산을 거쳐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흐름이 장쾌하고, 멀게는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주능이 용이 꿈틀대듯 굽이치고 있다.

 

또, 고개를 위로 돌리면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거쳐 장수덕유와 남덕유로 이어지는 덕유의 흐름도 한 눈에 들어 온다. 이런 멋진 조망이 눈 앞에 펼쳐지니 어찌 가벼이 눈인사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있겠는가?

 

홀로 산꾼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기억이 있기 마련이라 2014년 홀로 산꾼들의 시산 모임이 이런저런 논의 끝에 금호남 상의 장안산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애초에 마눌과 함께 참석하려 했으나 두어 주 앞으로 다가온 이사 준비 때문에 마눌은 참석을 포기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두루님이 자동차에 빈자리가 하나 남았다고 합류를 권한다. 감사한 일이다.

 



장안산/長安山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계남면(溪南面)·번암면(蟠岩面)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1,237m이다. 
소백산맥의 서쪽 비탈면을 이루며, 동쪽에 백운산(1,279m), 서쪽에 팔공산(1,151m)이 솟아 있다. 동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섬진강의 상류인 백운천으로 흘러들고, 북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계남면의 벽남제(壁南堤)로 흘러든다.  동쪽은 소백산맥의 준령에 막혀 교통이 불편하지만, 북동쪽의 무령고개(1,076m)와 남쪽의 어치재를 통해 경상남도 함양군의 산록 계류지역과 연결된다. 서쪽 비탈면은 경사가 완만하며 장수읍의 낮은 분지로 이어진다.  남서쪽 비탈면에서 발원해 용림천으로 흘러드는 덕산계곡(德山溪谷)은 윗용소·아랫용소 등 2개의 용소와 크고 작은 10여 개의 소(沼), 20여 개의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또 가을철 동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넓은 억새밭이 명물로 꼽힌다. 인근에 국민관광지인 방화동 가족휴양촌이 있다. 1986년 부근 일대와 함께 장안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장안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고지도를 살펴보니 백두대간 상에 영취산이 있고 그 위에 육십령과의 사이에 장안산을 기록해 두었다. 그 위치라면 현재의 깃대봉 자리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시산 모임은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을 한 편이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홀로산꾼들이 일시에 모여 서로 안부도 묻고 막걸리 한 잔 나눌 기회가 일 년에 두 번에 불과한 탓이다.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꼭 참석을 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이 망설여졌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불참을 결정했는데, 차를 태워주시기로 한 두루님이 전화를 해서 처음에 약속한 청량리역이 아니라 우리 집 앞에 있는 석수역으로 직접 태우러 오겠노라고 말씀하신다.

 

순진하고 순수한 분이시라 복잡한 내 심사를 모르고 너무나 밝고 반갑게 맛난 것 많이 준비해서 내일 만나자고 제의하시니 엉겹결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뒷날 석수역에 나가니 산냄시님과 오랜만에 뵙는 산도리님이 함께 나와 계신다. 그렇게 네 명이서 한 팀을 구성해 시산모임이 있는 무룡고개로 향했다.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는 그다지 정체가 심하지 않다. 네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남행하다가 추부에서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고속도로에 복귀하였다. 장수나들목을 나와 장계를 지나고 무룡고개에 도착하니 두어 팀만 와 있다. 빨리 도착한 편이다. 

 

 

 

# 2008년 금남호남정맥 출발할 때 이후 6년만에 무룡고개를 다시 찾아 왔다. 예전에는 없던 주차장이 생겼다.

 

 

 

# 벽계쉼터란 주막집도 생겼다.

 

 

 

# 6년 전엔 한창 동물이동통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도로는 비포장이었고.

 

 

 

무룡고개는 번암면 지지리와 계내면 대곡리를 있는 오랜 길이다. 백두대간과 갈래 쳐 나간 금남호남정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으니 대간꾼이나 정맥꾼들의 발길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영취산과 장안산을 오르는 기점이라 산악회 팀들이 늘상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일부 지도에는 '무령고개'라 적혀 있고 사람들 사이에도 오랫동안 그렇게 불리워 왔다. 이 고개에서 계내면 대곡리로 흘러가는 계곡의 이름도 무령골이다.

 

그런데 장수군지를 살펴보니 '무룡고개' 혹은 '무룡궁재'라고 적어 두었다. 무룡궁이란 명당처가 있어서 그렇다고도 하고, 장안산을 중심으로 산맥의 흐름이 용이 춤을 추듯 굽이쳐 흐르는데 이 고개가 용의 머리부분이라 그렇다고도 한다.

 

무령고개라고 하는 이유는 이 고개에 무령군의 묘지가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무령군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조선조 최고의 문제적 인물 중 하나인 유자광의 시호가 바로 무령부원군이다. 하지만 유자광은 전북 남원 사람이고, 그가 묻힌 곳은 남원읍 고죽동이니 이곳과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어쨌거나 장수군지에서 무룡궁재라 부르니 그렇게 불러야 할까 보다.

 

원래 이번 시산모임은 야영을 기본으로 하기로 했다. 무룡고개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기는 한데, 고개를 치고 오르는 바람이 아주 차갑고 강하다. 야간에는 텅 비니 이곳에 야영해도 되겠지만, 아침 일찍 오는 차들이 있을 수 있으니 찬바람 외에 그것도 문제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산길에 가보니 눈이 녹아 길이 진창이 되어 있고 미끄러운 데다 바람이 이렇게 부니 고개 위에 있는 팔각정에서 야영하는 것도 어려우리라 한다. 원래는 그곳 정자에서 야영하기로 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장 위에 벽계쉼터란 주막이 있다. 마침 그 집은 낮에만 장사를 하고 저녁이면 철수를 한다고 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하룻밤 빌려 보라고 하니 과연 가능하단다. 일단 모임 장소는 해결이 되었다.

 

 

 

# 나는 산중 야영의 미련을 버리지 못 하였다. 술도 별로 땡기지 않아 저녁 먹고 같이 잠시 어울리다  억새밭에 있다는 전망대 데크에서 홀로 야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산길로 올라가 보니 길이 너무나 엉망이다. 한 십여 분 산길을 탐색하다 포기하고 말았다.

 

 

 

# 무룡고개로 복귀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꾼들이 속속 도착하고 고개 이곳저곳에 하룻밤 잠자리를 마련했다.

 

 

 

# 선착순이다. 빨리 온 사람들은 데크 위에, 늦게 온 이들은 눈밭에 집을 짓는다.

 

 

 

# 벽계쉼터는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부인은 산꾼들 상대로 주막 장사를 하고 남편은 하루종일 노래방 MR을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기타연주를 하고 있다. 노래는 대부분 뽕짝이다.

 

 

 

# 쉼터 바람벽에 산꾼들이 남긴 낙서가 가득하다. 얼굴이 길죽한 달마대사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눈빛이 공허하다.

 

 

 

# 어느 고집 센 이가 한말씀 남겼다. 나는 타협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이제는 타협과 순리의 구별도 못하겠다.

 

 

 

#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冶父 道川(야보 도천)선사의 '금강경 송'을 누군가 적어 두었다. 바람처럼 흔적없이 살다 간 야보선사의 경지가 놀랍다.

 

 

 

# 그 중의 압권은 바로 이 시이다. 조선조 최고의 문제적 인물 중 하나랄 수 있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에 관한 시인데, 작자는 남인의 영수로서 우암과 대립관계에 있던 미수 허목(許穆)이다. 어느날 미수가 송시열을 만나러 화양동에 갔는데 우암이 부재중이라 헛걸음을 하고 말았다. 기분이 상한 미수는 시 한 수를 남겼다. " 화양동까지 걸어서  갔는데, 송시열을 만나지 못했네" 뜻은 간결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시를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재미있다. "보지화양동 불알송시열" 장안산을 찾은 산꾼들이 나름 풍류를 아는 이들이었구나! 

 

 

 

# 밤이 깊어지자 전국 각지에서 홀로 산꾼들이 속속 도착하였다.

 

 

 

# 그들이 가져온 팔도의 막걸리와 비장의 안줏감들이 쏟아져 나와 금세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집에서 나설 때 막걸리 딱 두 병만 마시리라 다짐했는데 대여섯 병은 넘게 마셨나 보다.

 

 

 

오랜만에 많은 산동무를 만났더니 기쁘고 즐거웠다. 그리하여 권커니 작커니 술잔을 겁없이 주고받았다. 하지만,  평소 주량의 서너 배는 넘게 마셨으니 당연히 탈이 났다. 이성이 빗장을 지르고 있을 때는 바람냄새 나는 산꾼의 모습이었다가 한잔 두잔 술잔이 쌓이면서 술냄새 풍기는 술꾼이 되고 말았다.

 

술귀신이 몸과 마음을 점령하니 아무 의미없고 쓸데없는 말들이 빗장이 풀려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남들 잠자리에 대부분 들어간 이후에도 늦게까지 남아 술귀신에게 양식을 먹였고, 절제 안된 말들을 쏟아내다 술귀신이 완전히 지치고 나서야 텐트로 들어갔다.

 

한 서너 시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니 숙취로 인해 속은 쓰리고 머리가 깨질 듯 두통이 심하다. 하지만 그보다 의미없이 토해 낸 쓸모없는 말들의 기억과 후회가 더 쓰라리고 아프다. 나이 헛 먹었다. 그 정도 절제와 자기 조절도 못하면서 어찌 세상 공부를 했다 하겠는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아야겠다. 아침 내내 우울했다.

 

 

 

# 아침 챙겨 먹고 짐 모두 정리 한 뒤 모두들 장안산으로 향했다.

 

 

 

# 대부분 봇짐은 아래에 내려 두고 간편한 차림으로 올랐다. 힘 좋은 몇몇만 산제 모실 제물을 배낭에 메었다.

 

 

 

# 그나저나 오늘 장안산의 산길은 뻘구덩이다. 해빙기엔 이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 한차례 올랐다가 우측으로 가면 팔각정이 나온다.

 

 

 

# 이번 시산모임에 참석하면서 1번 목표는 억새밭 데크에서 별구경하며 야영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때 이곳 팔각정에서 야영하는 것이 다음 목표였다. 간밤에 산길이 너무 엉망이라 둘 다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오늘 올라 보니  팔각정 아래  잔디밭이 너무나 푹신하고 포근하다. 바람도 적다. 아깝다. 어제 이곳에서 야영했으면 술도 덜 먹었을텐데... 

 

 

 

# 팔각정에 오르면 장안산 정상부가 올려다 보인다.

 

 

 

# 땡겨보니 정상은 아니다. 정상은 더 너머에 있다.

 

 

 

# 반대쪽은 백두대간 영취산이다.

 

 

 

# 영취산 정상의 정상석과 돌탑이 올려다 보인다.

 

 

 

# 그 좌측 위로 육십령 너머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흐름이 장쾌하다.

 

 

 

# 땡겨보니 장수덕유와 남덕유가 운무 속에 우뚝하다.

 

 

 

# 아래엔 무룡고개 주차장이 내려다 보인다.

 

 

 

# 간밤에 좀 많이 달린 이들은 이곳  팔각정에서 시산제를 했으면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제일 연장자들께서 벌써 정상으로 내달리고 있어 꼼짝없이 모두 정상을 향해야 했다. 정상까지는 아직 2.5km를 더 가야 한다.

 

 

 

# 오늘 이곳 장안산의 등로 상태는 일년 중 가장 나쁜 상태이다. 해빙기 눈 녹은 물이 먼지와 흙을 묽게 만들어 완전히 진창이 되어 있다.

 

 

 

# 신발과 바짓단이 금세 진흙투성이가 된다.

 

 

 

# 기온이 높아 땀이 줄줄 흐른다. 겉옷을 벗어 등에 동여 메고 소매를 걷어 올려야 한다. 계절의 변화가 참으로 무쌍하다. 

 

 

 

# 게다가 밤새 술잔 달리기를 했으니 헉헉 가파른 숨소리가 절로 나온다.

 

 

 

# 다만 무거운 등짐 벗어 두고 가볍게 오르는 길이라 무게의 압박을 벗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 하지만 산꾼이 등짐없이 산을 오르려니 몸의 중심이 잘 안잡힌다.

 

 

 

# 땀이 줄줄 흐를 무렵 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미 이 이전에 몇몇 사람은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가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곳에서야 겨우 윤허가 되었다.

 

 

 

# 술병 지고 온 사람이 甲인 탓이다. 그래도 참았다 힘에 부칠 무렵 막걸리 한 잔 마시니 시원하고 맛나다.

 

 

 

# 이제 겨우 1.5km를 왔구나. 가야 할 길도 그만큼 남았다.

 

 

 

# 샘터에서 휴식 후 오르막 하나를 치고 오르니 억새밭이 나오고, 예전에 없던 전망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어제 밤에 이곳으로 올라 와 하룻밤 야영 하려고 했었다. 야간에 무거운 박배낭을 메고 진창길을 걸어 이곳까지 오는 것도 거시기 했고, 혼자 유난 떠는 것도 거시기 해서 그만 두었는데 후회가 된다.

 

 

 

# 원래 이곳은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의 주능은 물론이요, 육십령에서 장수덕유에 이르는 덕유남능선 눈 앞에 펼쳐 지는 멋진 조망터이다. 하지만 오늘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가득해 먼 곳 조망은 전혀 볼 수 없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다만 지지계곡 건너의 백두대간 능선은 가까우니 마음껏 볼 수 있다.

 

 

 

# 영취산의 모습이다. 산중턱까지 높이 솟아 있는 무룡고개에서 오르니 가깝고 쉬워 보여서 그렇지 원래 크고 규모 있는 산이다. 영취라는 이름이 그냥 얻어졌겠는가?

 

 

 

# 중재 지나 곧바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했던 백운산이 지척이다. 2005년 봄 백두대간 종주 초짜시절 마눌과 함께 저곳을 올랐으니 9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 우측 능선 너머로 장안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 잔봉을 세 개 넘고 다시 치고 올라야 하는구나.

 

 

 

# 마음 급한 이들은 금방 전망대를 떠나 정상을 향한다. 하지만 난 오래 그곳에 남아 아쉬우나마 조망 감상을 즐긴다.

 

 

 

# 구불구불 휘어지는 산길이 운치있다.

 

 

 

# 제2전망대와 정상부를 땡겨 본다.

 

 

 

# 정상의 산불감시탑은 여전하다.

 

 

 

# 어젯밤에 이곳에서 홀로 별 구경을 했으면 나름 운치있었을 것이다. 술귀신에게 사로잡히지도 않았을 것이고.

 

 

 

# 이 억새밭은 가을에 억새꽃 필 때 오면 환상이다.

 

 

 

# 능선을 구불구불 오르다 아래로 내린 후 한차례 올리면 제2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 역시 예전엔 없던 곳이다.

 

 

 

# 억새밭 전망대에 비해 규모가 작다. 지나온 능선길이 눈 아래 펼쳐진다.

 

 

 

# 저 전망대는 바람은 많이 타겠다만 별구경 달구경하기에는 그만이겠다.

 

 

 

# 이곳 사면에도 예전에 없던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 전망대를 지나 다시 꺼이꺼이 올라 간다.

 

 

 

# 봉우리를 오르자 가려서 안보이던 숨은 능선이 또 나타난다.

 

 

 

# 갈길이 늘어나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조망은 훌륭한 곳이다.

 

 

 

# 나무데크로 군데군데 길을 만들어 두었다.

 

 

 

# 장수군에서 나름 신경을 많이 썼나 보다.

 

 

 

# 정상엔 누군가 벌써 올라 가 있다. 간밤에 술 적게 먹은 이가 틀림 없다.

 

 

 

# 이 능선길도 참 아름답다.

 

 

 

# 구불구불 용의 등짝을 걷는 기분이다.

 

 

 

# 그 너머로 정상에 이르는 길도 멋지다.

 

 

 

 

# 전체를 길게 늘여 보니 용 한 마리 길게 누워 있는 듯 하다.

 

 

 

# 저 나무계단은 억새밭 훼손을 막기 위해 만들었나 보다.

 

 

 

# 저 계단이 없으면 억새밭 곳곳에 길이 생겼으리라.

 

 

 

# 하지만 계단길은 언제나 무릎에 부담스럽다.

 

 

 

 

 

# 간밤에 많이 달려 정상 가는 것을 투덜거렸던 이들도 합류한다.

 

 

 

# 艸垠(초은) 큰성님은 여전하시다. 참으로 보기 좋고 본받을 모습이다.

 

 

 

# 마지막 한차례 헉헉 소리 내뱉으니 장안산정이다. 정상의 헬기장과 정상석은 여전하다. 6년만의 재회이다.

 

 

 

 

# 밀목재 방향으로 금남호남정맥은 이어진다.

 

 

 

# 6년만에 다시 선 장안산정에서 팔 벌려 천지기운을 받아 본다.

 

 

 

# 원래는 홀랑 벗고 천지기운을 받아야 제격인데, 보는 눈 많으니 오늘은 이걸로 만족이다.

 

 

 

#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제물을 올려 시산제를 준비한다.

 

 

 

# 돼지머리는 누가, 떡은 누가, 문어는 누가, 과일은 또 누가... 이런 식으로 십시일반으로 준비하였다.

 

 

 

# 그야말로 전국구 젯상이다. 막걸리까지 전국적으로 집합이다.

 

 

 

# 준비 완료!

 

 

 

 

# 참 익숙한 모습이다. 제주는 초은님, 집사는 해리님.

 

 

 

 

# 홀로 산경표를 걷고 있는 전국 홀로산꾼들의 2014년 산신제의 시작이다.

 

 

 

# 천지신명이시여!

 

 

 

# 올 한 해 홀로산꾼들의 무사한 산길과 건강한 산행을 간절히 비나이다!

 

 

 

# 다같이 마음을 모은다.

 

 

 

# 차례로 산신께 기원을 올린다.

 

 

 

# 잘생겼다. 올해의 돼지.

 

 

 

 

# 시산제에 처음으로 등장한 문어. 저렇게 큰 문어다리는 처음 본다.

 

 

 

# 지나가던 부부산꾼도 동참!

 

 

 

# 제를 올린 후 단체사진을 남겼다.

 

 

 

 

# 철상하고 음복을 한다. 제일 관심이 많이 갔던 문어다리. 저 문어는 호남정맥에 꽂혀 산동무들과 하룻밤 보내고 아침 일찍 호남으로 떠난 쇠돌이님이 공수한 것이다.

 

 

 

# 이번 시산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한 경주산꾼 솔향기님. 굉장한 일꾼이다. 친화력도 뛰어나서 홀산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음복으로 막걸리 한 잔씩 나눈다. 술과 음식이 풍부하여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 산꾼들을 대접하고도 남는다.

 

 

 

# 제법 오래 음복을 즐기다가 자리를 정리했다. 떠나기 전 금호남길을 잠시 둘러 봤다. 정맥을 다시 할 일은 없을 듯하니 저 길로는 더이상 갈 일이 없겠구나.

 

 

 

# 돌아갈 길을 미리 굽어 본다. 좌측길은 금남호남정맥이고 우측길은 백두대간길이다.

 

 

 

# 저 길은 이곳 위에서 봐도 운치 있다.

 

 

 

# 억새 핀 가을에는 더욱 운치있을 것이다.

 

 

 

# 자, 이제 하산하십시다.

 

 

 

# 왔던 길 그대로 더듬어 내려 간다.

 

 

 

# 가끔 돌아 보기도 하고.

 

 

 

# 백두대간도 건너다 보고.

 

 

 

# 백두대간은 꼭 다시 한 번 할 생각이다.

 

 

 

# 음복술에 취기가 다시 올라 흥얼 흥얼 노랫가락이 흘러 나온다.

 

 

 

# 그 노랫가락이 오늘은 판소리  춘향가 한 자락이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 길은 질지만 발걸음은 허위허위 한가롭다.

 

 

 

# 장안산은 멋진 조망을 가진 산이지만 크게 힘든 산은 아니다.

 

 

 

# 다만, 오늘은 길이 진창이라 미끄럽고 번거로운 것이 흠이기는 하다.

 

 

 

# 하지만, 좋은 산세로 충분히 보상받았다.

 

 

 

# 남은 술은 중간중간 마셔 주었다.

 

 

 

# 그렇게 길게 하산하여 팔각정 갈림길을 다시 지나고,

 

 

 

# 무룡고개로 복귀하였다.

 

 

 

# 신발과 바짓단이 완전히 뻘구덩이다.

 

 

 

# 다음번 백두대간 남진할 때나 장안산 가을 억새 보러 올 때 한번 더 올 수 있으려나...?

 

 

 

# 벽계쉼터에는 오늘도 주인남자의 기타소리가 요란하다.

 

 

 

# 그냥 헤어지기가 힘든 이들은 남은 막걸리로 뒷풀이를 한다.

 

 

 

# 그렇게 2014년 홀로산꾼들의 시산모임을 마치고 다시 각자의 서식지로 제각기 돌아 갔다. 우리는 왔던 인원 그대로 두루님 차편으로 귀경했다. 올라 오는 고속도로에서 문득 우측을 보니 장수덕유와 남덕유가 눈에 들어 온다.

 

 

 

우리는 제각기 홀로 산길을 걷는 홀로 산꾼들이라 특별한 모임이랄 것도 없고. 사시사철 산길을 걷는 이들이라 특별히 시산(始山)이랄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 왕래 적은 한적한 산길 걸을 일 많아 산신령께 무사안녕을 빌 필요가 있고, 비슷한 생각으로 비슷한 산길을 걷는 동무들이라 가끔 얼굴 한 번 보고 막걸리 한 잔 나눌 정 깊은 자리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 시산 모임은 충분히 가치있다.

 

또 그 모임이 금남호남정맥의 주산이랄 수 있는 장안산정에서 있었고, 그곳이 우리 홀로 산꾼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백두대간 조망처로 가장 유명한 곳이니 그 또한 충분히 의미있었다. 그러면 되었다. 마음 공부야 영원한 숙제이니 녹슨 청동거울을 닦듯이 오래오래 천천히 닦아야 할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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