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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종주 자전거길+]섬진강자전거길-악전고투 섬진강길!! 본문

잔차이야기/4대강종주자전거길

[4대강종주 자전거길+]섬진강자전거길-악전고투 섬진강길!!

강/사/랑 2013. 8. 5. 18:53
 [4대강종주 자전거길+]섬진강자전거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말이 있다. '물길은 산길을 넘지 않고 산길은 물길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산줄기의 기본개념인 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은 산경표(山經表)의 기본 원칙이요, 이 땅의 산줄기와 물줄기의 흐름을 가름하는 기준(基準)이다.

 

따라서 우리들 종주 산꾼은 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따라 산줄기를 구분하고 그 산줄기의 마루금을 걸어 한반도의 온 산하(山河)를 누비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여서 백두대간(白頭大幹)을 필두로 남한 땅 아홉 개의 정맥길을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이마에 내걸고 팔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산줄기를 두 발로 느끼며 걸었다.

 

산자분수령은 산길의 정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물길 역시 산에서 발원하여 산길이 나눈 높낮이에 맞춰 낮은 곳으로 모인 후에 산길의 방향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하여 산길을 걷다 보면 그 곁을 흐르는 물길을 늘 보게 되기 마련이고, 그 깊은 산골 어느 곳에서 그 물길의 첫 발원지(發源地)를 만나게도 된다.

 

2008년 가을. 백두대간 영취산(靈鷲山)에서 갈래 친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전라북도 장수땅 신무산(神舞山)에서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을 만나게 되었다. 이후 팔공산을 넘고 742번 지방도가 지나는 서구리재를 지나 해발 998, 1006, 1110, 1125m의 봉우리를 차례로 치고 오르는데, 세 번째 1110봉의 좌측 산자락에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다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하루에 두 개의 큰 강의 발원지를 만나게 된 것인데, 당시는 홀로 산행인 데다 시간에 쫓기기도 해서 데미샘은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산마루금을 따라 오계치로 내려가야만 했다.

 

당시 내가 다음을 기약하고 지나친 그 데미샘이 유로 연장 225.05km의 섬진강(蟾津江)의 발원지로서 그가 발원한 산이 뚜렷한 이름을 얻지 못한 관계로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뒷산의 데미샘'이란 두리뭉실한 주소를 얻고 있다.

 

어쨌든 이곳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이후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거쳐 광양만에서 남해바다와 합쳐지게 된다. 그동안 순창군 적성면에서 오수천(獒樹川)과, 남원시 금지면과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의 경계에서 요천(蓼川)과, 곡성군 오곡면 압록(鴨綠)에서 보성강(寶城江)과 합류하여 몸피를 부풀린 후 하동, 광양 근처에 이르러 짠물과 섞여 바다를 이루게 된다.

 

이 섬진강이 지나는 진안,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 등은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산업화의 물결이 크게 미치지 못한 고장들이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섬진강으로 하여금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오늘날까지도 간직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오백오십 리 섬진강은 아직도 맑은 강물과 그 속에서 뛰노는 수박향 나는 은어떼, 그리고 은빛 모래톱을 가진 이 땅에 마지막 남은 자연 그대로의 강으로 사랑받아 왔다. 강/사/랑이 낚시꾼 시절, 이 아름다운 섬진강의 자연과 그 속에 뛰노는 순진한 섬진강 물고기들에게 끌려 꽤 여러 해 동안 그 강물 속에 몸 담그고 물고기들을 희롱하곤 했었다.

 

이제 세월 흘러 낚시 대신 산길 걷는 산꾼으로, 또 간간이 두 바퀴로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는 잔차족으로 변신하여 산길과 더불어 물길을 따라 흐르다 섬진강을 다시 찾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이 사람의 변화를 이끌듯 강 역시 그러하여 하늘을 담은 푸른 흐름을 간직했던 섬진강도 이제는 탁한 물빛을 곳곳에 담고 있었고, 그 오염의 원인으로 보이는 축산 농가들이 강을 따라 즐비하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하늘빛 담은 푸른 물결과 발끝을 간질이던 은빛 모래톱이 이렇게 사라지고 말게 되는 것인가? 이 땅에 마지막 남은 자연 그대로의 강이 또다시 오염되고 마는 것인가? 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게 필요해 보였다.

 


악전고투 섬진강길!!


구간 : 섬진강종주 자전거길(섬진강댐~태인도)
거리 : 구간거리(154km), 실거리(180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3년 8월 3, 4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광명역(KTX) ~ 전주역 ~ 찜질방 ~ 전주터미널(시외버스) ~ 임실 강진면 ~ 섬진강댐 인증센터 ~ 
김용택시인생가 ~ 장군목 인증센터 ~ 향가 인증센터 ~ 횡탄정 인증센터 ~ 섬진강천문대 ~ 구례구역 ~사성암 인증센터 ~ 구례읍(1박) ~ 간전교 ~ 남도대교 인증센터 ~ 매화마을 인증센터 ~ 망덕포구 ~ 배알도 인증센터 ~ 광양 중마터미널(고속버스) ~ 동대전터미널 ~ 대전역(KTX) ~ 광명역.

  

8월 2일, 쇠의 날. 정말 오랜만에 저녁 10시 이전의 퇴근이다. 매주 금요일은 한 주를 마감하고 다음 주 업무를 준비해야 해서 퇴근이 늦기 마련인데, 이번 주는 섬진강 종주 때문에 좀 일찍 퇴근을 했다. 그래 봐야 남들보다는 훨씬 늦은 퇴근이지만...

 

원래 이번 주는 지리산 종주나 덕유산 종주를 계획했었다. 그럴 작정으로 지리산의 경우, 대피소에 자리가 전혀 없어서 벽소령에 대기자 명단을 올려 기다렸고, 덕유는 요사이 원추리가 절정이라 그곳 능선 한 쪽에 하룻밤 묵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올해 장마는 정말 길어서 일기예보 상 토요일과 일요일에 지리와 덕유 모두 비 소식이 있다. 마침 섬진강이 지나는 길목의 고장들은 토요일은 흐리기만 하고 일요일에 비 소식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주는 4대강 자전거길 종주의 부록 격인 섬진강 종주를 하기로 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전북 임실 강진면의 섬진강댐에서 광양 태인도까지 이어져 있다. 총 길이가 154km로 그 길이가 긴 편이다. 게다가 이 땅의 마지막 남은 아름다운 자연 하천이라 중간중간 경치 구경할 곳도 많아 시간 지체도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겨우 자전거 배운지 두 달째인 마눌이 이렇게 긴 장거리 라이딩을 이겨 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허나, 지난번 한강 하트코스 일주와 임진각 라이딩을 데리고 가 보니 변속을 못 해 고갯길에서는 고생을 하지만,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라 나름 내구력은 갖추고 있더라.

 

"대한민국 사천오백만 인구 중에 자전거 배운지 두 달만에 섬진강 종주를 나선 사람은 당신이 유일할 것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일단 도전해 보자!"

 

여덟 시 넘어 퇴근해서 간단하게 저녁 먹고 자전거 몰고 집을 나선다. 우리 집에서 언덕 하나 넘어 잠시 달리면 광명 KTX 역이 나온다. 두 대의 잔차 모두 앞뒤 바퀴 분리해서 케이블 타이로 묶고 21시 20분 발 전주행 KTX에 탑승한다.

 

섬진강/蟾津江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八公山, 1,151m)에서 발원하여 전라남·북도의 동쪽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의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드는 강. 섬진강유역은 동경 126°51′41″~127°52′56″, 북위 34°40′9″~35°49′60″에 걸쳐 한반도의 남부 중서부에 있고, 유로 연장은 222.05㎞, 유역 면적은 4,914.32㎢로 남한에서 네 번째로 큰 강이다. 지리적으로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3도에 걸쳐 있고 역사적으로는 고대 가야문화와 백제문화의 충돌지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는 왜군의 침입경로였으며 조선시대 말기에는 동학농민전쟁이 승화되기도 한 장소이다. 섬진강은 본디 모래가람·다사강(多沙江)·사천(沙川)·기문화·두치강 등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1385년(우왕 11)경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하였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 한다.

 

노령산맥의 동쪽 경사면과 소백산맥의 서쪽 경사면인 진안군 백운면의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백운면과 마령면 등에 충적지(沖積地)를 발달시킨다. 또한 성수면에서 구불구불하게 흘러 임실군 운암면에서 갈담저수지로 흘러든다. 순창군 적성면에서 오수천(獒樹川)과, 남원시 금지면과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의 경계에서 요천(蓼川)과, 곡성군 오곡면 압록(鴨綠)에서 보성강(寶城江)과 합류하여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부터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도경계를 이루며 광양시 골약면의 광양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사진은 모두 구형 스마트폰 버전)

 

 


# 섬진강자전거 길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KTX에는 이렇게 짐칸이 있어서 잔차를 실을 수 있다.

 

 

 

# 다가올 고행은 모른채 아직은 파이팅이 넘친다.

 

 

 

# 23시 08분에 전주에 도착했다. 2시간이 채 못 걸렸다. 좋은 세상이다.

 

 

 

# 전주역은 도시의 특성을 살려 기와지붕을 올렸다. 이번 종주길에는 DSLR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았다. 뒷날 비소식이 있어 카메라를 잔차에 매달 수가 없는 탓이다. 때문에 전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사진이 전부 구리다. 특히 광량이 부족한 야간이나 어두운 실내에서는 쥐약이다.

 

 

 

전주역 앞에서 지도 확인하니 전주버스터미널까지는 자전거로 한 30여 분 달려야 한다. 앞뒤 불 밝혀 마눌 잔차에 달아 주고 버스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두 블록쯤 진행하니 마침 우측에 찜질방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정맥 종주할 때 전주에 여러 번 들렀는데, 기억하기에 시외터미널 근처에는 찜질방이 없었다. 그래서 그 찜질방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찜질방 현관 입구에 잔차 두 대를 묶어 두고 안으로 들어가 각자 샤워하고 찜질방에서 만나니 시각은 이미 새벽 한 시를 넘고 있다. "얼른 자자, 조금이라도 잠을 자 둬야 한다!"

 

세 시간쯤 자고 일어나 30여 분 멍 때리며 정신을 돌린 후 찬물로 샤워하고 정신을 차리고 짐 챙겨 찜질방을 나섰다. 그리고, 한산한 신새벽 전주 거리를 달려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한 20여 분 채 못 걸렸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전주버스터미널은 한산하다.

 

 

 

# 터미널 인근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전혀 없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간편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 전주에서 임실군 강진면으로 가는 버스는 첫차가 6시 55분에 있다. 순창으로 가는 버스인데, 중간에 임실과 강진에 들러는 것이다. 이날 터미널에는 우리 말고도 대여섯 명의 라이더가 잔차를 가지고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순창행 시외버스는 짐칸이 작아 우리 잔차 두 대를 싣고 나니 더이상 공간이 없다. 그나마 한 대는 앞바퀴를 분리했는 데도 그렇다. 그래서 차는 텅텅 비었는데 우리만 탑승했다. 나머지 분들은 그냥 멍하니 차를 떠나 보내는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제일 먼저 탑승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강진까지 승객이 전혀 없어서 그냥 앞뒤 바퀴 분리해서 잔차를 가지고 타도 되겠더라.

 

 

 

# 강진까지는 50여 분 걸렸나 보다. 이곳은 서남해 끝에 있는 강진군과는 달리 임실군의 강진면이다. 자그마한 시골 동네인데 최근 섬진강자전거길이 개통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터미널 앞에 있는 다슬기 해장국집이 꽤 유명한 모양이다.

 

 

 

# 면소재지를 떠나 30번 도로를 따른다.

 

 

 

# 10여 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길이 섬진강댐으로 올라 가는 길이다. 섬진강댐은 옥정호의 물길을 모아 둔 오랜 역사를 가진 댐이다. 예전에 호남정맥 종주할 때 몇일 연달아 산길 걸으며 지난 곳이어서 오늘은 그냥 직진하여 강진교를 건넌다. 섬진강댐을 보러 가려면 7km쯤 올라 갔다가 그 길로 도로 내려와야 한다.

 

 

 

# 강진교 바로 건너에 섬진강댐 인증센터가 있다. 그런데, 가방을 뒤져보니 인증 수첩을 가져 오지 않았다. 퇴근이 늦어 서두르느라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메모지에 인증 도장을 찍어 나중에 하나씩 풀로 붙여야 겠다. 이날 인증센터에는 우리 말고도 여러 팀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에 잔차를 싣고 왔고 지원팀이 운전을 해 주고 있다.

 

 

 

# 자, 남해바다를 향해 출발이다, 아자! 힘내자! 아직까지는 그 길이  얼마나 고행길인지 모르니 파이팅 충만이다.

 

 

 

#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 뙤약볕은 없는데 습도가 높아 아주 무덥다.

 

 

 

# 섬진강 자전거 길은 다른 곳과는 달리 도로의 인프라는 미흡한데, 각종 안내판이나 전설, 유래 등 이야기들은 잘 준비해 두었다.

 

 

 

# 제법 달렸지만 남은 거리가 흐드드하다.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새로이 길을 건설한 것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활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 마을 안길로 들어간다.

 

 

 

 

# 옛이야기 속에도 치수(治水)의 중요함이 들어 있다.

 

 

 

# 이제 겨우 자전거 배운지 두 달째이지만 이렇게 풍경 속에 넣고 보니 제법 자전거여행자 냄새가 난다.

 

 

 

# 섬진강의 최상류지역이라 아직까지는 강이라기보다는 개울 느낌이 난다.

 

 

 

# 여름휴가 나온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숙박업소나 해수욕장에서 바가지 요금에 시달리는 것보다 이렇게 한적한 강가에서 즐기는 것이 백 배 낫다.

 

 

 

# 묵묵히 달리다 보면 저 숫자가 0으로 변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것이 반복과 인내의 힘이다.

 

 

 

# 진메마을에 도착했다. 생존 시인의 생가를 가꾸고 기린다는 것이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김용택 시인이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시인이랍시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잡된 무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 그의 생가를 찾아 보기로 했다.

 

 

 

# 자그마한 집이지만 기와를 얹고 좋은 목재를 사용한 집이다. 마당도 잘 정돈되어 있고. 나중에 가꾸어서 그런지 마냥 가난한 집 출신은 아닌가 보다. 마당에 수도가 있어 물 한 통 얻어 왔다.

 

 

 

# 관란헌(觀瀾軒)이란 옥호가 적혀 있다. 섬진강 잔물결을 감상하는 집이란 뜻인데 발음이 상당히 어렵다.

 

 

 

# 김용택 시인의 집앞에서 저런 섬진강의 물결이 보인다. 저 물결을 보고 자라면서 시심(詩心)을 키웠나 보다.

 

 

 

# 이 일대의 자전거 도로 중간중간에 김용택 시인의 시들이 돌에 새겨져 있다. 그를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게 만든 대표작이다.

 

 

 

# 자전거도로는 이 지역 사람들의 산책로로도 그만이다. 가다가 지치면 저 정자에 올라 쉬어 가고...

 

 

 

# 강도 잔차길도 모두 소박하다.

 

 

 

# 자전거도로는 여러 차례 강을 건너게 한다.

 

 

 

# 아직은 좁은 길에서 차를 만나면 겁이 나는 모양이다. 얼른 내려 끌바를 한다.

 

 

 

# 제법 규모를 갖춘 현수교가 나온다.

 

 

 

# 큰 물이 들어도 끄떡 없겠다.

 

 

 

# 강은 아직 시냇물 수준이다. 그런데 장마철인데도 이 동네는 비가 오질 않았는지 강물이 맑지 않고 물빛이 짙은 편이다. 강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섬진강은 은빛 모래톱으로 유명한 강인데, 아직은 상류라 암반으로 되어 있다.

 

 

 

# 섬진강 휴양지가 나오고 그 앞에 장군목 인증센터가 있다.

 

 

 

#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이곳에서 발이 묶였다. 덕분에 매점에 들러 아이스 바도 사먹고 쉬면서 비 그치기를 기다린다.

 

 

 

# 비 때문에 장군목 인증센터에서 40여 분을 지체했다.

 

 

 

# 사설도서관인 모양인데 장닭이 안내하고 있다.

 

 

 

# 석산리 입석마을쯤에서 다시 비를 만났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있어 그 안에서 비를 피했다. 예보에서는 오늘은 비소식이 없어서 섬진강으로 왔는데 어째 조짐이 심상찮다. 입석마을은 저 돌들 때문에 선돌이라는 마을 이름을 얻었나 보다.

 

 

 

# 마을 안쪽에 마애불이 있는 듯하고 순창군에서는 마실길을 조성했다. 허허~ 참~

 

 

 

# 캐릭터의 색감이 좋아 한번 찍어 봤다.

 

 

 

# 다시 3,40분 발이 묶였는데 도저히 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다. 빗줄기 약해지길래 배낭커버 씌우고 잔차 안장에 빗물막이 매단 후 출발한다.

 

 

 

# 아주 긴 오르막이었는데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 온다. 장하다!

 

 

 

# 섬진강 자전거길은 아직 미완성상태에서 개통을 했다. 곳곳에 아직 공사 중인 구간이 많다.

 

 

 

# 비는 계속 가늘게 내리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무심코 공사 구간을 우회했다가 자전거도로 건너편 강둑을 따르게 되었다. 지형을 확인하니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 그냥 우측 강둑을 따랐다. 중간에 뻘밭이 두어 군데 나타나서 자전거와 사람 모두 뻘을 뒤집어 썼다.

 

 

 

# 순창군 적성면에 있는 적성교를 지났다. 옛다리 위로 일광사와 무량사란 절이 나란히 있고 스님의 염불소리가 엠프를 통해서 멀리까지 들린다. 스님의 염불소리가 응얼응얼 중얼걸려 발음이 분명치 않다. 무량사 뒷쪽에 사연 많아 보이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다.

 

 

 

 

# 지북사거리에서 좌측으로 휘감아 강으로 내려 가더니 잠수교를 건너 화탄마을 쪽으로 올라 간다. 스마트폰이라 화질은 구리지만, 잔차여행사진으로 느낌은 좋다. 마눌도 제법 잔차여행자 필이 난다.

 

 

 

# 25분 정도 달려 순창군 유등면에서 어느 다리를 건너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우틀하면 영산강 종주길이 있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과 만나게 된다. 섬진강길은 좌틀하여 향가유원지를 향한다.

 

 

 

# 영산강은 다음에 자네가 여성 동지들을 모아 함께 다녀 오시게.

 

 

 

# 향가유원지 바로 못 미쳐서 자전거길 공사를 하고 있어 논길로 한참을 우회해야 한다.

 

 

 

# 100m거리를 1km넘게 돌아 왔다.

 

 

 

# 그 우회로 끝에 향가터널이 있다.

 

 

 

# 일제시대 철길이었던 이 터널은 천연 에어컨이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냉각된 찬 공기가 송풍기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다.

 

 

 

# 터널이 너무 짧은 게 아쉬울 지경이다.

 

 

 

# 그 터널 반대편에 향가 인증센터가 있다.

 

 

 

# 향가는 신라의 향가(鄕歌)가 아니라 '향기 香', 아'름다울 佳'를 사용하는 향가리이다. 옛날부터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물길이 아름다워 시인 묵객들의 묵향과 꽃다운 기생들의 분향이 어우러져 향가리가 되었다 한다. 일제시대 폐철도의 교각이 물 위에 비친 모습이 아름다워 근간에는 사진 출사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그 교각을 수리하여 자전거길로 만들었다.

 

 

 

# 천연 에어컨인 향가리 터널을 그냥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 다시 터널로 돌아 왔다. 오래 찬바람 맞으며 휴식하였다.

 

 

 

# 비가 그치자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 간다. 전기 밥통 속같이 뜨겁고 무더운 대기 속에 노출된 채 페달을 굴리자니 땀이 비오듯 하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힘이 들 것이다. 단순한 장거리 라이딩이 아니라 이런 악조건속에 난생 처음으로 부딛히니 어찌 만만치 않겠는가?

 

 

 

# 강 건너 산의 위용이 당당하다. 지도 확인하니 삿갓봉, 고리봉으로 나온다.

 

 

 

# 이 동네 인근에는 강변을 따라 축산농가들이 잇달아 나타난다. 그런데 일부 농가는 폐업을 했는지 소는 한 마리도 없고 축사 가득 오염된 분뇨가 저수지를 이루고 있다. 그 한 집의 분뇨만 넘쳐도 섬진강 전체가 오염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작년 영산강 종주할 때 나주 인근에서도 저러한 광경을 많이 보았었다. 저런 오염원이 수변 공간에 위치하고 있으면 백날 강을 정비하고 청소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축산폐수들 때문인지 섬진강의 물빛이 예전 그 푸른빛이 아니더라. 우리는 중간에 다시 비를 만나 두어번 더 비를 피해야 했다.

 

 

 

# 자전거도로 곁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남원시 금지면 어느 식당을 찾았다. 마눌은 체력을 보충하겠다고 삼계탕을 시켰다. 두 시가 넘었으니 아주 늦은 점심이다.

 

 

 

# 이 동네 막걸리란다.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식사 마치고 떠나려는데 엄청난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결국 식당 안에서 다시 한 시간여 발이 묶였다.

 

 

 

# 비 그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 비 때문에 시간 지체가 심하다.

 

 

 

# 이곳은 남원에서 흘러 내린 요천이 섬진강과 합류하는 곳인데, 점심 먹고 나와서 자전거도로에 합류하느라 방향 감각이 흐트러져 길 찾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 산 위로 구름이 걸리길래 이제 비가 그만 오려나 했다.

 

 

 

# 요천과 수지천이 섬진강과 합류하는 부분은 입구에 다리를 만들어 두면 금방일텐데, 기존 마을 다리와 연결해두어 한참을 휘감아 돌아야 한다. 이 동네도 축산농가가 많다.

 

 

 

# 수지천에서 남원과 곡성이 경계 지어진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그 자전거 도로 정자에 좀전 식당에서 만났던 부자가 비를 피하고 있다. 우리보다 3,40분 먼저 출발했는데 비 때문에 발이 묶였나 보다. 저 꼬맹이는 한 열 살쯤 되어 보였는데, 아빠랑 같이 미니벨로를 타고 섬진강 종주에 나섰다. 장한 아이이다.

 

 

 

# 곧 횡탄정에 도착했다. 그런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바로 코 앞에 횡탄정 인증센터가 있지만, 비 때문에 인증도장을 찍으러 갈 수가 없다.

 

 

 

# 정자에서는 이 동네 주민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가족들인 모양인데 고기 굽고 수박 먹으면서 계속 고기와 술을 권한다. 술과 고기는 사양하고 수박만 두 쪽 얻어 먹었는데, 그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감격하였다.

 

 

 

# 우리가 비를 피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팀이 비에 쫓겨 정자 안으로 들어 온다. 이 가족들, 그 사람 모두에게 수박을 권한다. 나중엔 그 댁 꼬맹이가 자기 먹을 것 없다고 울더라.

 

 

 

# 그냥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폭우 수준으로 퍼 붓는다. 금세 강물이 되어 흐른다.

 

 

 

# 30여분 쏟아 붓더니 조금 약해지길래 길을 나서는데 금세 또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바로 곁에 정자가 하나 더 있고 그 정자가 횡탄정이다. 조금 전 정자는 보인정이란다. 횡탄정으로 또 피신한다.

 

 

 

# 횡탄정은 여울(灘)이 가로지르는(橫) 정자란 뜻이다. 남전 여씨(呂氏)들이 세운 것이란다.

 

 

 

# 우리 말고도 여러 팀이 다시 이 정자에서 비를 피했다. 구미에서 온 단체팀 중 여자 아이 하나는 비를 많이 맞아 그런지 몸이 불편해 보였다.

 

 

 

# 섬진강이 이곳 곡성에서는 순자강이라 불리운다. 윗쪽의 순창에서는 적성강이라 부르고. 그 순자강이 구불구불 휘며 가로로 여울을 이루고 흘러 드는 곳이라 횡탄정(橫灘亭)이라 이름 지었다.

 

 

 

# 구미팀들은 버스를 대절해서 온 모양인데, 그칠줄 모르는 비 때문에 이곳에서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듯 하더라. 그만큼 비가 계속해서 많이 내렸다.

 

 

 

# 이곳에서 한 오십여분 붙들여 있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지만, 이왕 비에 젖은 몸이라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출발한다.

 

 

 

# 뇌죽리쪽으로 가는 길에 도로 아래 굴다리가 있고 그곳으로 내리막길이 휘어져 내려가게 되어 있다. 바닥에 빗물이 시내를 이루고 있어 아주 미끄럽다. 막 굴다리를 통과하는데 뒤에서 마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얼른 자전거 세우고 달려 가 보니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바닥의 파란 도로페인트 위에서 미끄러진 모양이다.


잔차와 함께 벽에 부딛쳐 쓰러져 있는 마눌을 얼른 일으켜 세우고 살펴 보니 무릎 이곳저곳이 까져서 피멍이 들었고, 손가락 하나도 다쳤는지 부어 올랐다. 무엇보다 공포에 절어 넋이 나간 표정이다. 잔차 배운지 두 달만에 첫 사고를 당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 "어디 부러진 곳 없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걱정마라, 이런 사고는 누구나 당한다. 다만 큰 사고 나지 않게 늘 조심하라는 경고일 수 있으니 자중하고 조심하자. 잔차 배운지 두달 만에 이런 장거리 라이딩을 겁없이 나서게 한 나나, 신나게 한강으로 임진각으로 섬으로 또 섬진강으로 날라 다니는 당신에게 겸손하라는 메시지라고 생각 하자!"


겁 먹은 마눌을 다둑거리고 격려도 한다. 다행히 잔차도 어디 부서진 곳 없이 멀쩡하다. 다만, 다시 비가 많이 쏟아져서 또 한참을 멈춰 서야 했다.

 

 

 

# 넋 나간 마눌을 다둑여서 다시 출발한다. 그러나 고달리 강변에서 다시 비를 만났다. 마침 비 피할 정자가 있어 그곳으로 들어 갔다. 마눌은 이런 일련의 사태가 정신이 없는지 영 말이 없다.

 

 

 

# 우리나라 기상청, 정말 화가 난다. 고작 하루 뒷날의 날씨조차 이렇게 못 맞힌단 말인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이상기온과 국지성 호우 등이 빈발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하루 종일 비가 온 셈인데, 전날에 비 예보는 전혀 없었다. 우리는 그 예보를 믿고 이 먼길을 온 것이고. 

 

 

 

비가 웬만해져서 다시 길을 나선다. 하지만 잠시 못가서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침 고달리 마을 끝에 큰 느티나무 두 그루와 그 아래에 나무 데크가 보인다. 비 피하기 적당해 보여서 서둘러 그곳으로 올라 갔다. 하지만 비가 워낙 많이 오니까 나무 아래는 한데와 마찬가지이다.

 

결국, 고달리마을로 들어가 비 피할 곳을 찾아 본다. 폭우 쏟아지니 다니는 사람 없이 적막한데, 마을 정자에는 할머니들이 고스톱 치느라 정신이 없다. 그 곁에 앞이 개방되어 있는 큰 창고와 평상이 보인다. 그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비 피하기에는 딱 알맞다. 그러나 함석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강렬하고,마눌은 넋이 나가 있어 이제는 이 여행을 계속해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눌에게 넌즈시 물어보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란 표정이다. 그래, 여기서 멈추자, 오늘만 날은 아니니 다음에 나머지를 마무리 하세!

 

문제는 일단 곡성까지 가야 하는데 이 비를 뚫고 갈 수는 없다. 잔차 때문에 일반 택시는 불가능하고 콜밴을 불러야 한다. 검색을 해보니 곡성에는 콜밴이 없다. 고스톱 치는 할머니들에게 혹시 이 동네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트럭이 있는지 물어 보지만 트럭은 없댄다. 우짜노?

 

 

 

# 이왕 이렇게 된 것 간식이나 먹으며 느긋하게 쉬어 보세! 평상에 앉아 간식 먹으며 하늘을 올려보니 비가 조금씩 그치기 시작한다.

 

 

 

#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간사해서 비 그치는 것을 보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이곳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일단 가는 곳 까지는 가 보자. 그리고 도로를 만나면 교통수단을 얻고 숙소를 만나면 쉬면 된다." 


고달리를 벗어나 자전거 도로에 복귀한다. 이후는 자전거 도로가 강변의 산길로 이어진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달아 나타난다. 아까의 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긴 마눌은 내리막만 만나면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 가려고 한다. 도중에 무슨 전설이 얽힌 석상이 세워져 있고 그늘막 텐트 등도 보이지만,  비 내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자 싶어 그냥 지나친다. 다행인 것은 이제 비가 더이상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늘도 조금씩 걷혀가는 듯하다.

 

 

 

# 두가리이다. 자전거길이 죄측으로 휘는 곳에 멋진 한옥이 나오고 자전거 쉼터란 문패가 달려 있다.

 

 

 

# 팬션과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 집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날이 많이 어둑해졌다.

 

 

 

#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 있어서 안으로 못들어가고 그 집 대청마루에 앉았다. 그곳에서 팥빙수 한 그릇을 국물 하나 안 남기고 다 먹었다. 가격은 만원을 받더라.

 

 

 

# 한옥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운치있다.

 

 

 

# 풍경소리도 은은하고. 제법 운치 있게 가꿔 장사하고 있었다. 장사 수완도 있는 사람들이더라.

 

 

 

# 달콤하고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에 기분이 많이 회복되었다. 무엇보다 비가 더이상 내리지 않으니 살 것 같다.

 

 

 

# 이제는 정말 갈 데까지 한 번 가보세! 잠시 달려 내려가니 예전 가정역 근처의 출렁다리가 나온다.

 

 

 

# 이 인근은 곡성군 청소년 야영장이 있어 여름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 많다. 강 건너에는 레일바이크도 있다. 행정구역도 이제는 구례군으로 넘어 간다.

 

 

 

# 혼잡한 야영장 곁에 섬진강 천문대가 있다. 천문대는 대부분 산꼭대기에 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강변에 있다.

 

 

 

# 잠시 내려가면 보성강이 섬진강과 합쳐지는 압록리가 나오고 이후는 자동차 길을 따라 강변을 계속 오르내리며 달려 가게 된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서 앞뒤 불 밝히고 달려 간다. 비 때문에 낭비한 시간이 많아 최대한 속도를 끌어 올려 본다. 대견하게도 마눌 역시 쳐지지 않고 잘 달려 준다. 미친 듯 달려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몇 년 전 지리산 화대종주할 때 새벽에 도착했었다.

 

 

 

곡성천문대에서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달려 온 라이더들은 이곳에서 멈추고 기차로 돌아 가는 모양이다. 우리는 일단 좀 더 달려 사성암 인증센터까지 가보기로 한다.

 

어두운 도로를 등불에 의지해 달려 가다 보니 우측 산위에 사성암이 보이고 다시 한참을 달려 가자 강변에 사성암 인증센터가 나온다. 참으로 어렵게 도착했다. 인증센터에서 도장 찍는데, 우리처럼 비에 갇혀 있다가 이제서야 달려 온 라이더들이 꽤 여럿 있다. 그들 대부분 구례읍으로 들어가 숙박할 생각인가 보다.

 

마눌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넘어질 때의 트라우마는 대충 사라졌고 체력도 아직 남아 있어 보이고 배도 별로 안고프단다. 좋다, 오늘 우리 이 밤을 다해 한 번 달려 보자! 엉터리이기는 하지만 내일 일기예보에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으니 일단 오늘 최대한 많이 가 보자. 가다가 힘들거나 배 고프면 숙소를 찾아 보자!

 

그리하여 남들과는 달리 우리는 일차로 하동을 목표로 하고 출발한다. 잠시 달려 문척교를 지나고 가평들로 해서 강변을 휘감아 달리는데 강 건너에 구례읍의 불빛이 휘황하고 모텔의 간판도 보인다. 그 불빛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변하는지 오늘은 그만 가자고 한다. 그래, 그러자! 너무 무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잔차를 돌려 문척교로 복귀하고  그 다리 앞에 있는 잠수교를 통해 강을 건넜다. 잠시 후 군부대를 지나고 구례읍에 들어 가서 모텔을 찾아 본다. 여름휴가철이라 그런지 구례읍의 모텔들은 가격도 비싸고 방도 거의 없다. 겨우 외곽에 있는 모텔을 하나 잡았는데 의외로 방도 넓고 깨끗하다. 가격은 오만원을 달랜다. 비싸지만 어쩔 수 있나?

 

방이 넓어 잔차 두 대를 다 넣고도 공간이 많다.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데 하루 종일 비를 맞은 몸이 이곳저곳 퉁퉁 불어 있고, 젖은 패드에 쓸려 엉덩이가 벌겋게 까져 있다. 아이고 아파라~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똥꼬 까진 줄도모르고 왔다.

 

빗길에 넘어졌던 마눌은 꽤 여러 군데 상처가 났다. 무릎과 어깨 등은 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비상약 꺼내 소독하고 밴딩하는 것으로 응급조치했다. 이후 마른 옷으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동동주 곁들인 저녁 사먹고 다시 돌아와 나무 토막처럼 쓰러져 잠 들었다.

 

 

 

# 뒷날 아침 숙소를 나와 식당을 찾는데 어제 전주에서 같이 출발했던 팀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의 어제도 우리와 같았나 보다.

 

 

 

# 아침 사먹고 간식도 보충 한 후 구례읍을 떠난다. 서시교를 건너 자전거 도로에 합류한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많은 비를 예보했는데 아직까지는 햇볕이 쨍쨍하다.

 

 

 

# 길게 달려 간전교를 만난다. 예전에 저 다리 아래로 견지낚시하러 왔었다.

 

 

 

# 간전교 우측에 섬진강 어류생태관이 있다.

 

 

 

# 비 온 뒷날이라 엄청나게 무덥고 습하다. 어류생태관 곁에 민속 악기인 장구 모양의 화장실이 있어 화장하고 재정비하여 다시 길을 나선다.

 

 

 

# 이제 강은 점점 강다운 모습으로 폭이 넓어 진다. 좌측의 산줄기는 지리산 왕시리봉 능선이고, 우측 산줄기는 호남정맥 백운산의 산줄기이다.

 

 

 

# 이후 남도대교까지의 길은 어제 오늘 라이딩 구간 중 가장 멋진 곳이다. 시원한 나무그늘과 적당한 뒷바람까지 불어 줘서 평속 27,8 km를 유지하며 나는 듯이 달려 갔다.

 

 

 

# 폭풍질주하여 남도대교에 도착했다. 뒷쪽 산능선이 성제봉, 형제봉 능선이다. 올 봄에 저곳 헬기장에서 하룻밤 자면서 철쭉 구경할 작정이었는데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내년 봄에나 올라 봐야 겠다.

 

 

 

# 남도대교 인증센터. 처음엔 화개장터에 인증센터가 지어질 예정이었다.

 

 

 

# 어제 내린 비로 강물이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이곳 남도대교 아래 여울에도 낚시하러 여러번 왔었다. 섬진강의 물고기들은 수도권 물고기들과는 달리 순진하여 참 쉽게도 잘 물어 준다. 저 흙탕물 가라앉고 난 뒤 여울에서 구더기 미끼 살살 흘리면 팔뚝 보다 더 굵은 누치들이 턱턱 걸린다.

 

 

 

# 화개장터 가 본지는 십몇 년이 더 되었나보다.

 

 

 

# 어제 비때문에 그 고생을 한 것에 비해 남도대교까지는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이후는 햇살이 강렬해지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고 장마의 여파로 습도까지 높아 라이딩 조건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 역시나 섬진강은 저런 은빛 모래톱으로 유명하다. 저 강 뒤쪽이 악양들이다.

 

 

 

# 빗방울이 조금 떨어져 갓길에서 정비를 하였다. 코스모스가 벌써 피었구나!

 

 

 

# 이후 자전거길은 섬진강 우안의 백운산 자락으로 난 자동차 길과 그 아래의 새로 조성된 잔차길로 들락날락한다.

 

 

 

# 어제 비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하지만 섬진강이 하상이 아주 높아 실제 물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

 

 

 

# 날씨는 무덥고 바닥에서 올라 오는 열기는 아주 뜨겁다.

 

 

 

# 강변을 따라 아스팔트 포장의 자전거 도로가 넓게 조성되어 있다. 주행 조건은 저 도로가 가장 좋다.

 

 

 

# 강물 속의 저 배는 제첩잡이 배인데 하상이 낮은 곳으로 잘못 나와서 모래톱에 얹혀버렸다. 부부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배를 미느라 애를 쓰고 있더라.

 

 

 

# 비 때문에 강에 이물질이 많이 유입되었다.

 

 

 

# 전형적인 섬진강의 모습이다. 저멀리 우측에 매화마을로 유명한 다압면이 보인다.

 

 

 

# 잔차길 중 이런 나무데크길이 주행 느낌은 가장 좋다.

 

 

 

# 우측 끝에 매화마을 인증센터가 있다.

 

 

 

# 긴 오르막을 올라 가면 매화마을 인증센터가 나온다.

 

 

 

# 얼마 전에 세웠다는 섬진강 유래비가 서 있다. 제막식도 거창하게 했다는데 별 감흥이 없게 만들었다.

 

 

 

# 정작 이곳의 랜드마크는 이 수월정이다.

 

 

 

# 나주목사가 이  먼 곳에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물은 달을 얻어 더욱 맑고, 달은 물을 얻어 더욱 희다는 싯귀가 참으로 좋다.

 

 

 

# 아직도 어업이 활발하게 행해지는 모양이다.

 

 

 

# 수월정 느티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쉬었다.

 

 

 

# 섬진강이 원래 두꺼비 섬(蟾)자를 쓰는 두꺼비 전설이 있는 강이라 비석의 좌대를 두꺼비로 만들었나 보다.

 

 

 

# 한참을 쉰후 다시 뙤약볕 아래로 나갔다. 강변을 길게 휘감아 가면 섬진나루 지나 섬진교가 나온다. 그 아래 그늘을 두고 갈 수 없어 금방 다시 휴식한다.

 

 

 

# 섬진교. 건너편에 하동송림이 있고 바로 뒤에 하동읍이 있다. 하동은 예전에 참 많이 놀러 왔던 곳이다. 옛추억도 참 많은 곳이고...........................

 

 

 

# 그늘 밖은 절절 끓는 전기밥통 속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

 

 

 

# 긴 오르막 하나 치고 올랐다가 잠시 달리면, 경전선 열차가 지나는 철교가 나오고 그 앞에 오래된 팽나무와 쉼터가 있다.  이 동네 자전거길은 맹모씨가 행안부장관시절 건설에 관여한 모양이다. 인근 길이 구불구불하다하여 맹고불고불길이라 이름지어 놓았다. 맹고불은 조선시대 명재상 맹사성의 호인데 거기서 차용한 듯 하다. 참 대단들하다...

 

 

 

# 다시 뙤약볕 속으로 뛰어 들어 광양을 향해 달려 간다. 강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 강속에 점점이 있는 것은 제첩 캐는 아주머니들이다, 제각각 큰 고무대야 하나씩 매달고 물속에 서 있다.

 

 

 

# 하류로 가까워질수록 여타 강들처럼 바다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밀물이 시작되는지 강물 한 가운데는 강물이 내려가고, 바깥쪽으로는 바닷물이 섞이지 않고 밀려 올라 오고 있다.

 

 

 

# 길을 잘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무덥다.

 

 

 

# 벼랑 끝에 좌대를 만들어 두고 그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 오사리쯤에서 빨간 우체통 두 개를 만난다.

 

 

 

# 마음의 편지를 보내는 곳이라 적어 두었지만 정작 이곳은 몸의 근심을 내보내는 곳이다. 해우소(解憂所).

 

 

 

# 두 개의 우체통 사이에 그늘이 있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드나들고 있다. 어제 비 때문에 옷이 모두젖어 아침에 옷은 새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신발은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왔다. 그늘에 쉬면서 젖은 신발과 양말을 말리고 있다.

 

 

 

# 오래 쉰 후 다시 뙤약볕 속으로~ 아이고, 정말로 무덥고 힘들다!

 

 

 

# 그러나 어차피 오늘 구간은 그 길이가 짧아 마침내 종착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월교에 올라 서자 낯익은 산이 눈에 들어 온다. 바로 호남정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망덕산이다.

 

 

 

# 재작년 호남정맥 졸업할 때 저 안내판 앞에서 바닷물에 손 담그고 대장정의 마무리를 했었다.  호남정맥 졸업하는데 삼년이 걸렸나 보다. 산길과 물길이 서로 소통하다보니 호남정맥의 끝자락과 섬진강자전거길 종점이 같은 장소에서 귀일(歸一)하게 된다. 낙동강자전거길 종점과 낙남정맥 끝자락도 마찬가지이다.

 

 

 

# 저멀리 섬진강자전거길의 종착지인 태인도가 보인다.

 

 

 

# 망덕포구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바닷가에 설치되어 있던 횟집들의 간이 포장집들이 모두 철거되었다. 재작년 봄, 호남정맥 졸업하고 축하해 주러 온 산동무들과 저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벚굴 신나게 구워 먹었었지. 지금은 전어철이라 집집마다 전어가 넘쳐난다.

 

 

 

# 저 슈퍼 아저씨는 여전하다. 아이스바 하나 사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 긴 오르막을 빡세게 밀어 올리면 태인도로 들어가는 언덕 위 다리가 나오고 다리 아래로 통과하여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은 유인인증소이고 우측은 배알도 무인인증소이다.

 

 

 

# 우리는 인증수첩을 집에 두고 와서 유인인증소를 먼저 들르기로 한다.

 

 

 

# 태인도 들어 가는 길. 종주정보에 종점이 배알도로 나오고 최종 인증센터도 배알도 인증센터로 되어 있어 저 섬이 배알도인줄 알았는데, 저 섬은 태인도이고 배알도는 망덕포구 앞에 있는 작은 무인도이다.

 

 

 

#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다시 가파르게 내려 가면 하수종말처리장이 나오고, 그곳이 유인인증소이다. 2층 사무실에 올라 가니 당직자가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에어컨이 빵빵해서 얼음같이 차갑다. 찾아오는 잔차족이 귀찮은지 직원의 태도도 차갑고...

 

 

 

# 빡센 언덕을 다시 올라 태인도로 향한다. 광양제철로 들어가는 대형트럭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한다. 잔차가 휘청휘청한다.

 

 

 

#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돌아 내려 잠시 가면 배알도 해변공원이 나오고 그 안쪽에 마지막 인증센터가 있다.

 

 

 

# 수고했소. 그리고 장하다! 어제, 오늘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 잔차 배운지 두 달만에 그 비를 맞고, 사고를 이겨내고, 또 오늘의 찜통더위를 이겨 내고 섬진강종주를 완료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 나도 기념사진 하나 남겼다.

 

 

 

# 기념세러머니를 마치고 배알도 해변공원 주변을 돌아본다.

 

 

 

# 우리나라 기상청 참으로 대단하다. 꼭 반대로 예보했다. 어제는 맑고 오늘은 많은 비를 예보했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엄청난 비가 간헐적으로 내렸고, 오늘은 비는 커녕 무시무시한 찜통 더위만 기승이었다.

 

 

 

# 저 섬이 배알도이다. 그 앞은 망덕포구.

 

 

 

# 태인대교를 다시 건너 망덕포구로 돌아 갔다. 싱싱한 전어회가 우리를 부른 탓이다.

 

 

 

# 이틀간의 고행길이 맛난 뒷풀이로 한 방에 풀려 버렸다.

 

 

 

# 맛난 전어회를 먹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태인대교를 다시 건너 태인도를 둘 다 통과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 중마터미널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다. 횟집들이 종주 마치기 직전에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 섬 두 개를 연달아 지나고 길호대교를 건너 광양시로 들어 간다. 광양은 기업 하나로 인해 도시 전체가 번영을 누리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수도권 어느 도시에 못지 않은 모습이다.

 

 

 

# 광양 중마터미널이다. 느긋하게 먹고 쉰 후 40 여분 잔차 다시 달려 중마로 왔는데, 얼라? 서울행 차표가 전부 매진이다.  동서울, 남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의 안양, 안산, 부천, 인천 가는 차 모두가 매진되어 버렸다. 아무 걱정없이 왔는데 광양은 터미널의 혼잡도가 여느 대도시에 못지 않다. 이 동네는 갑자기 커진 도시 탓에 정신과 물질 사이에 조화가 안 이뤄지는지 대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 터미널 직원 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는데, 귀경할 방법이 없으니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발 동동 굴리며 이곳저곳 뛰어다니는데 다른 동호인 이야기 들으니 오후 2시에 이미 서울 가는 표는 매진이었단다.

 

 

 

# 어찌어찌해서 겨우 대전가는 표를 구했다. 코레일톡으로 확인하니 대전에서는 서울행 KTX가 많이 있다.

 

 

 

# 고속버스로 광양을 벗어나는데 그제서야 소낙비가 한차례 쏟아진다. 대단타, 기상청! 잠시 내리던 비 멈추고 하늘이 트인다.

 

 

 

# 같은 버스에 탄 대전 라이더 두 분의 도움으로 쉽게 대전역까지 이동하였다. 한 15분쯤 걸렸는가 보다.

 

 

 

# 광양에서 예매했던 열차표를 반납하고 입석으로 바꿨다. 어차피 한 시간도 안 걸리니 문제 없다. 다만 승객이 많아 짐칸에 여유가 없다.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세웠더니 승무원도 별 말이 없다.

 

 

 

# 11시쯤에 광명역에 도착하였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이틀이었고 이야기 거리 많이 남긴 잔차 여행이었다. 이제 겨우 잔차 배운지 두달밖에 안되어서 오르막길 변속도 잘 못하는 사람을 앞세워 실거리 180km가 찍힌 섬진강 종주를 감행했으니 어찌 우여곡절이 없었겠는가?

 

그 우여곡절에는 청개구리같은 우리나라 기상청의 역할도 아주 컷으니, 비 예보 없어 첫날에 전부 해치워 버리려던 계획은 하루종일 퍼부은 비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함은 물론 종국에는 사고까지 나고 말았다.

 

처음  해보는 긴 라이딩 거리, 비에 젖어 생쥐꼴이 된 몸과 장비, 첫 사고 등으로 완전히 멘붕상태였음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뒷날 폭염속을 뚫고 대장정을 마무리했으니 쌩초보 라이더 마눌의 의지가 칭찬해줄만 하였다. 

 

이제 첫발을 디뎠으니 나머지 국토종주와 4대강은 혼자 힘으로 해 보게 등 떠밀어 볼 작정이다. 너무 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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