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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강원도 인제 어느 산 언저리

강/사/랑 2014. 5. 29. 10:22
 [야영산행]강원도 인제 어느 산 언저리

 

 

백두대간과 아홉 개의 정맥을 종주할 때는 그 산줄기들이 가지는 의미와 그 산줄기가 뻗어내린 흐름에 함께 하느라 다른 산이나 산줄기는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오로지 1대간 9정맥의 완주에만 정신이 팔려 매주 보따리 둘러메고 전국의 산길을 찾아 나서기 바빴다.

 

산줄기를 바라보는 눈이 그럴진대 산길 걷는 방식 역시 다르지 않아 지도에 그어놓은 산줄기 확인하고, 그 산줄기 따라 걷는 것에만 집중하여 다른 형태의 산행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또, 그때는 일종의 결벽증까지 발동하여서 산에 관한 한 청교도적인 교조적 신앙 같은 것이 있어 발자국과 땀방울 외에 산에는 어떤 것도 남기지 말고 어떤 것도 손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이라고 많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때는 더욱 철저하여 나무 다친다고 나무뿌리조차 밟지 않고 돌아서 다니기도 했다.

 

재작년에 팔년 여의 시간과 노력 투입 끝에 1대간 9정맥을 졸업하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겨 다른 산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다른 방식의 산행도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100대 명산이나 섬산행, 올레나 둘레길 등을 두루 섭렵하였고, 야영산행도 깊이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또, 가끔은 좋은 잣나무숲이나 소나무숲에 자리 잡고 하룻밤 편안히 쉬어 오는 느긋함도 즐기게 되었다. 이런 형태의 산행은 예전 종주산행을 할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이다.

 

작년 여름에 경기 북부 어느 잣나무숲에서 하룻밤 묵으며 산동무들이 산행하다가 뜯어 온 산나물로 쌈을 싸먹어 보았는데, 향긋한 산나물의 향과 맛이 정말 으뜸이었다. 그리하여 언제 한번 날을 잡아 간단히 산행하면서 나물 구경이나 하자는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다들 저마다의 산길 걷기와 생활에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가 해를 넘기고 말았는데, 봄도 거의 끝나가는 오월 중순에 드디어 날을 한번 잡아 보자는 사발통문이 산꾼들 사이에 돌았다. 뭐, 우리가 자연에 피해를 주거나 지역주민들 생계에 영향을 줄 만큼 나물을 뜯을 생각도 능력도 없는 이들이니 흔쾌히 오케이하고 짐을 꾸렸다.

 

그나저나 나물을 알아야 뜯든지 말든지 하지. 산을 오래 다녔어도 독초인지 식용인지 구별할 수 있는 나물이 하나도 없구나...

 



산행이 아닌 그냥 나들이!!


일시 : 2014년 5월 17, 18일, 흙과 해의 날

 

금요일 퇴근이 언제나 늦는 사람이라 이번 주도 예외가 없다. 덕분에 아침 기상이 더불어 늦어져 남들보다 서너 시간은 늦게 짐 챙겨 집을 나섰다.

 

그 결과 춘천행 고속도로는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해있고, 빨리 서둘렀으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긴 정체를 겪은 후에야 겨우 약속했던 거니고개에 도착하였다. 동무들은 벌써 몇 시간 전에 산으로 올라 갔을 터이다. 

 

거니고개는 홍천 두촌면 건남리에서 인제 남면 어론리로 넘어가는 옛 고개이다. 이곳에서 홍천과 인제가 경계지어 진다. 예전에 고개 아래에 건이원(建伊院)이란 원집이 있어 얻은 이름이다. 지역주민들은 건니고개라고도 부른다.

 

고개가 낮아 "놀기 좋기는 합강정이요, 넘기 좋기는 거니고개이다"라는 옛노래도 있다지만, 강원도의 다른 고개들이 워낙에 높고 험해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따름이지 실제로는 상당한 고도를 보이는 고개이다.

 

예전에 홀로 자전거 타고 미시령 넘어 속초로 라이딩을 갈 때 이 거니고개를 넘었는데, 계속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에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리고서야 올랐던 기억이 있다. 자전거로는 결코 넘기 좋은 고개가 아니었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거니고개에 있는 청정휴게소이다. 이름은 청정한데 휴게소 가득 괴상한 모양의 남근(男根) 조형물을 잔뜩 세워두었다. 남근숭배야 오랜 우리 전통이니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휴게소에 이런 이상한 조형물을 가득 전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 조형물이 예술적 가치를 가진다면 또 봐줄만 하겠지만, 이곳의 남근 조형물들은 전부 조악하고 괴상하다.

 

 

 

# 한켠에 주차하고 산으로 올라간다.

 

 

 

# 간식과 막걸리 두어 통만 챙겨 간편하게 올라간다.

 

 

 

# 숲속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

 

 

 

# 잠시 후 누군가 숲에서 나오는데, 무거운 배낭 메고 산길을 누빌 산꾼들이 시장바구니 들고 산속에 서 있다.

 

 

 

# 그 숲속에서 산동무들을 만났다.

 

 

 

# 새벽 같이 길을 나서 오전 반나절을 산속에서 보낸 이 사람들은 나물 몇 줌 뜯어 놓고는 그걸 안주로 오전 내내 막걸리만 비우고 있었나 보다.

 

 

 

# 우리 만난 기념으로 다시 막걸리 전을 펼치는데 배낭속에 나물 대신에 막걸리 빈통만 가득하다. 그래도 그들이 남겨둔 나물을 된장에 찍어 안주로 하니 막걸리가 절로 술술 넘어 간다.

 

 

 

# 딱 한 가지 취나물 구별하는 법만 배워 몇 줌 뜯다가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인근의 계곡으로 스며들어 하룻밤 보낼 잠자리를 꾸렸다.

 

 

 

# 정말 멋진 곳을 발견하였는데, 아무나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 켜켜이 쌓여 있는 송홧가루 치우고 하룻밤 잠자리를 마련했다.

 

 

 

 

# 숲과 계곡이 좋은 곳이기는 하다.

 

 

 

 

# 쉬기 좋은 곳이다. 다만...

 

 

 

# 어쨌든 오랜만에 모였으니 막걸리나 실컷 마셔 보자하였다.

 

 

 

# 상류에서 공사한다고 흙탕물이 내려오는 것이 흠이기는 하다.

 

 

 

 

# 오리고기, 도야지고기를 취나물에 싸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 육괴기 많이 못 먹는 나는 코스트코 연어로 대신하였는데 그것도 잘 어울렸다.

 

 

 

# 물소리, 바람소리 좋은 곳에서 하룻밤 잘 보냈다. 간밤에 술을 꽤 마셨는데 숙취가 전혀 없다. 아침 일찍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출발하였다.

 

 

 

# 박배낭 메고 긴 산길 걷다가 짧게 걸으니 발이 호호 웃는다.

 

 

 

# 오늘도 엄청 덥겠다.

 

 

 

# 일정이 있는 이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끼리 다시 산길로 올랐다.

 

 

 

# 이 길은 춘천지맥이 지나는 길이다.

 

 

 

# 기맥이나 지맥 종주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한강기맥, 진양기맥, 땅끝기맥, 영춘지맥 정도는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이곳도 언젠가는 지날 곳이다.

 

 

 

# 숲으로 접근하는 길이 높고 험하다.

 

 

 

 

 

 

# 저 건너편 산에서 어제 서성였다.

 

 

 

# 1대간 9정맥 졸업하고 바로 지맥으로 뛰어 들었으면 벌써 누비고 다녔을 산줄기이다.

 

 

 

# 어제 배운 취나물이 이제는 곧잘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미역취와 개미취를 배웠다. 이상한 것이 참취만 알 때는 그 넘만 눈에 들어오더니 미역취와 개미취를 배운 뒤에는 그 둘만 보인다. 희한한 일이다.

 

 

 

# 나물로 돈 벌일 없으니 잠깐 발품 판 이후 먹걸리 잔 돌리는 것이 일이다.

 

 

 

# 다른 분 눈에는 도라지도 보이는 모양이다.

 

 

 

# 막걸리잔에 넣으니 산삼주 냄새가 난다.

 

 

 

# 적당히 놀다 산을 내려 왔다.

 

 

 

산에서 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손대지 않겠다는 옛 생각을 바꾼 것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나중에 歸山하였을 때를 대비한 사전 공부라 생각하니 정리가 된다.

 

매번 무거운 백배낭 메고 땀 뻘뻘 흘리며 산마루 넘나들다가 이렇게 한가한 나들이를 즐기니 그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산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하는 방법이 어찌 마루금 걷는 일 한 가지에만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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