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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33(칠갑산/七甲山)-백설우명월(白雪又明月)!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 명산]33(칠갑산/七甲山)-백설우명월(白雪又明月)!

강/사/랑 2014. 12. 8. 18:58
[100대 명산]33(칠갑산/七甲山)

 

  

'청양군(靑陽郡)'은 호서(湖西)지방 중앙에 위치한 오랜 역사의 고을이다. 공주, 보령, 부여, 홍성, 예산 등 역시나 유서깊은 고장들과 맞닿아 있다. 청양(靑陽)이란 이름은 이미 고려초에 등장한다.


고려사(高麗史)에 "靑陽縣本百濟古良夫里縣 新羅景德王 改名靑武 爲任城郡領縣. 高麗初 更今名(청양현본백제고량부리현 신라경덕왕 개명청무 위임성군령현 고려초 경금명 ; 청양현은 본래 백제의 고량부리현으로, 신라 경덕왕 때 이름을 청무로 고치고, 임성군의 영현이 되었다. 고려 초에 지금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청양은 그 이름처럼 '푸르고(靑)', '따스한(陽)' 고장이다. 군의 남쪽 경계를 따라 비단강(錦江)이 부여로 흘러 들고 있어 그 유역 일대에 풍요로운 수변평야를 형성하고, 옛시절에는 그 물길을 따라 배들이 오르내리는 수운(水運)의 통로가 되기도 하였다. 

 

또, 도로 교통 역시 발달하였는데, 남북으로 서산과 부여를 잇는 29번 국도, 동서로는 공주와 대천을 잇는 36번 국도가 열십자로 군의 중앙을 지나고 있다. 

 

무엇보다 청양은 산이 많은 지방이다. 군 북부지방에 위치한 운곡면을 따라 금북정맥(錦北正脈)이 서진(西進)하고 있어 그렇다. 금북정맥은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출발하여 안성 칠장산에 이르러 한남정맥을 분기한다. 이어 성환, 천안, 공주를 거쳐 이곳 청양땅의 북부지방에 있는 문박산, 백월산 등의 산들을 연이어 가며 가로지르다 억새 유명한 오서산에서 몸을 틀어 북쪽 홍성지방으로 향한다.

 

군 중앙의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에는 그 자신의 오랜 역사보다는 콩밭 메는 아낙네가 등장하는 노랫가락으로 더 이름을 알린 '칠갑산(七甲山)'이 위치하고 있다.

 

칠갑산은 높이가 561m에 불과하지만, 백제가 사비(泗沘)에 도읍을 정했을 때 이 산을 진산(鎭山)으로 여겨 하늘에 제를 올렸던 제천(祭天)의 산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정산현 산천편에 "七甲山 左縣西十六里有古城其號 慈悲城(칠갑산은 현의 서쪽 16里에 있으며 옛성터가 있는데 자비성(慈悲城)이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 정산현은 지금의 청양군에 속해 있던 고을이다. 또 자비성은 도솔성이라고도 불렀는데, 자비와 도솔 모두 불교와 관련된 이름으로 이 성이 불교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임을 알 수 있다.

 

칠갑산은 일곱(七) 갑자(甲)의 산이다. '갑(甲)'은 甲, 乙, 丙, 丁, 戊, 己, 庚, 辛, 壬, 癸 10 천간(天干)의 첫 간이다. 10간은 12지지(地支)와 결합하여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이룬다.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인 까닭이다.

 

그리하여 1갑은 60년이 된다. 이 甲이 돌아오니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이 된다. 칠갑은 육칠은 사십이, 즉 사백이십년을 가리킨다. 결국 이 산에 일곱갑자와 관련된 옛전설이 있을만 한데, 각종 자료를 뒤져봐도 그와 관련된 얘기는 없다.

 

다만 이 산이 백제의 진산으로 하늘에 제를 올렸던 산이고, 그리하여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를 붙여 '생명의 시원(始源)'이라는 뜻의 칠갑(七甲)이라 불렀다고 여러 자료에 나와 있다.

 

만물생성의 근원이 왜 7과 관련이 있을꼬? 水金地火風 5원소는 들어 봤지만 칠은 처음이다. 아무튼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

 

궁금증 참지못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중에 이런 글이 보인다. "爲一切人 暢眞功於六甲 是東方佛 譚勝力於七元(위일체인 창진공어육갑 담승력어칠원)"이란 '이규보(李奎報)'의 글이다. "모든 중생을 위하는 것이 육갑의 참다운 공덕을 널리 펼치는 것이요, 동방의 부처로서 칠원성군의 승한 힘을 널리 전하는 것이다."란 뜻이다.

 

칠원성군(七元星君)이란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불교나 도교, 혹은 민속신앙 등에서 높이 부르는 말이다. 백제 때부터 사찰이 성(盛)한 산이었고, 그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성(城)까지 둘렀던 곳이니 북두칠성과 관련된 유래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모두 어슬픈 내 짐작이긴 하지만...

 

칠갑산은 이십몇 년 전에 한번 들렀던 산이다. 그때는 낚싯꾼 시절이라 대천 바닷가로 낚시를 왔다가 뒷날 칠갑산을 올랐었다. 한치고개에 있는 칠갑주차장으로 올랐지 싶다.

 

당시 주차장 너머에 큰 광장이 있고 콩밭 메는 아낙네 동상이 서 있었다. 노래 하나 유행했다고 동상을 세운 것이 우습기만 했는데, 그 동상이 너무나 조악하고 유치해서 더 웃음이 났었다.

 

그런데 동상 뒷편 숲자락에 중년 남녀 대여섯 명이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충청도 말씨 중에 "했슈", "그류", "드슈" 하는 말들이 오랜 옛말이고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말인줄 알았는데, 그날 그 중년 남녀들의 대화를 통해 그 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처음 알았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그들 주변을 꽤 오래 어슬렁 거렸다. 그들은 내가 술이 땡겨 그런줄 알았으리라. 아무튼 그런 재미있는 기억의 칠갑산을 이 겨울에 다시 찾을 기회가 생겼다.

 

올해는 내 주변에서 정말 경조사가 많다. 4월 이후에 참석한 결혼식만 열네 번이고, 장례식이 세 번, 생일이 두 번, 기타 행사가 또 여러 번이다. 그 많았던 경조사의 종결을 찍을 결혼식 청첩장을 또 받았다. 장소를 보니 충청도 부여이다.

 

부여에서는 칠갑산이 가깝다. 칠갑산은 계곡미가 아름답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점이 고려되어 100대 명산에 포함된 산이다. 토요일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 길로 칠갑산을 찾으면 될 듯 하다. 그러면 먼 부여땅까지 결혼식 참석하러 간 것이 억울하지만은 않으리라.

 

그리하여 산더미같은 야영짐과 갈아 입을 옷을 미리 차에 실어 두고, 다시 집으로 올라 와 양복 챙겨 입은 후 그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백설우명월(白雪又明月)!


일      시 : 2014년 12월 6, 7일. 흙과 해의 날.

상세정보 : 장곡사 ~ 능선갈림길 ~ 휴양림갈림길 ~ 장곡산장갈림길 ~ 삼형제봉갈림길 ~ 바람없는 데크 ~ 칠갑산 정상/야영 ~ 장곡사 원점회귀.

 
회사 직원의 결혼식은 부여 읍내에 있는 예식장에서 열린다. 부여는 재작년 1대간 9정맥 종주의 졸업을 낙화암 곁 굿드레나루에서 종결하며 들렀고, 작년 금강자전거 종주하면서 타이어 펑크 수리하느라 들렀으니 요근래 매년 한번씩은 찾게 된다.

 

평소 같으면 두 시간 이내에 주파가 가능하지만, 주말 정체가 심해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예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한참 주례사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축하와 덕담 한마디 해 주고 식사마친 후 예식장을 떠났다. 그리곤 먼저 부여읍내에 있는 등산용품점을 찾았다. 마눌에게 채워 줄 스패츠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일 내내 이곳 충남 서해안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단다. 게다가 한파주의보까지 내려 그 눈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모양이다. 연말이라 이것저것 신경 쓸 일들이 많아 날씨 정보나 산길 정보를 전혀 챙기지 못한 탓에 눈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나는 바지가 간이 스패츠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라 그냥 두고 마눌 것만 하나 구입했다. 어차피 집에 있는 스패츠가 오래 된 넘이라 이 기회에 하나 장만해도 돈 아까울 일 없다.

 

이래저래 부여에서 시간 소비가 많았다. 칠갑산이 561미터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라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출발이 너무 늦으면 야간산행을 할 우려가 있다. 얼른 차를 몰아 백마강을 건너 칠갑산으로 향한다. 30여 분 달려 칠갑산 장곡리로 들어섰다.

 



칠갑산/七甲山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정산면·장평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561m. 산정에서 방사상으로 뻗은 능선이 면계를 이룬
다. 북쪽으로 한치고개를 지나 대덕봉(大德峰, 472m), 동북쪽으로 명덕봉(明德峰, 320m), 서남쪽으로 정혜산(定惠山, 355m) 등과 이어진다. 따라서 하계망도 방사상을 띤다. 서북쪽의 대치천(大峙川), 서남쪽의 장곡천(長谷川)·지천(芝川), 동남쪽의 잉화달천(仍火達川), 남쪽의 중추천(中湫川), 동북쪽의 잉화천(仍火川) 등은 금강의 상류부 지류들이다. 계곡은 깊고 사면은 급하며 지형윤회단계에서 장년기(壯年期) 초기에 해당하는 지형이 대부분이다. 계곡에 퇴적된 암설(岩屑:풍화 작용으로 파괴되어 생긴 바위 부스러기)은 조대(粗大)하며 사면도 암설로 덮여 있는 곳이 많다. 교통이 불편하였던 옛날에는 칠갑산이 청양군을 청양읍 방면의 산서(山西)와 정산면 방면의 산동(山東)으로 구분하는 지형적 장애였다. 또한, 오늘날에도 지역의 통합을 가로막아 생활권의 분리를 조장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티고개라고도 불리는 대치(大峙)는 중요한 교통로이나 험준하여 겨울철에는 단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1983년 대치터널(길이 455m, 너비 9.4m, 높이 6.65m, 2차선)이 완공되어 공주와 청양 간 교통이 원활하여졌다. 이곳은 산정에서 능선이 여러 곳으로 뻗어 있고 지천과 잉화달천이 계곡을 싸고 돌아 7곳의 명당자리가 있다 하여 칠갑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충남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산세가 거칠고 험준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아 울창한 숲을 그대로 간직한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1973년 3월에 도립공원(면적 31.97㎢)으로 지정되었다. 대치 주변은 봄에 벚꽃과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다. 고갯마루에는 최익현(崔益鉉)의 동상과 칠갑정(七甲亭)이라는 전망대가 있으며, 최근에 대치터널이 완공되어 주민들의 교통과 관광개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들은 맑은 계류와 자연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승을 이루어 지천구곡(芝川九曲)을 형성한다. 또한 수석과 조화된 자생란(自生蘭)도 많이 있다. 장곡사(長谷寺)는 850년(문성왕 12)에 보조국사가 창건하였는데 규모는 작지만 대웅전이 2개 있는 특이한 사찰이다. 보물 제162호인 상대웅전(上大雄殿)은 마루를 8판연화문 전돌로 깔았고,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와 장곡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보물 제174호)를 안치하고 있다. 보물 제181호인 하대웅전(下大雄殿)에는 고려 시대의 장곡사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이 안치되어 있다. 정상의 조망이 좋고 쉽게 오를 수 있으나, 갈림길이 많고 물이 없어 등산할 때 유의하여야 한다. 특산물로는 구기자·송이버섯·싸리버섯·고사리 등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칠갑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장곡리로 들어서자 큰 주차장이 나오고 산행 마친 사람들이 관광버스 곁에서 뒷풀이 중이다. 우리는 장곡사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일주문 근처에 오자 도로에 눈이 많고 이곳저곳 얼어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조심조심 운전해서 장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 장곡사 주차장. 눈이 얼어 빙판이 되어 있다. 저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등산객들의 차가 아니고 장곡사에 온 관광객들의 차들이다. 시각이 늦어 등산객들은 대부분 떠나고 없다. 우리도 얼른 산행 준비를 한다. 우선 옷부터 양복을 벗고 등산복으로 갈아 입는다. 우리도 참 어지간한 사람들이다.양복 입고 와서 다시 등산복으로 환복하여 산을 올라 가려 하고 있으니...

 

 

 

# 장곡사 경내 우측으로 올라 간다. 사찰 사진을 찍으러 온 진사가 우리 짐을 보고 깜짝 놀랜다. 이때 시각이 네시 이십분이었다.

 

 

 

# 장곡사 부지런한 스님들이 제설작업을 해 두었다. 장곡사는 역사가 오랜 절이다. 백제 29대 법왕 원년인 599년에 세워진 절이다.  

 

 

 

# 삼성각 우측으로 등로가 열려 있다.

 

 

 

# 모두들 산을 떠나고 없는 늦은 오후에 우리 부부만 무거운 등짐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 사람들이 많이 다녀 눈이 길을 막지는 않았다.

 

 

 

# 사나흘 연달아 폭설이 왔다고 하더니 숲속엔 눈이 가득하다.

 

 

 

# 올겨울 첫 눈산행을 폭설 덮힌 칠갑에서 한다.

 

 

 

# 긴 계단길이 이어진다.

 

 

 

# 동계짐을 잔뜩 넣었더니 마눌의 등짐이 지난번 보다 30cm는 높아졌다. 당연히 무게 부담도 그만큼 늘어났다. 막판에 마눌은 꽤 힘들어 하였다.

 

 

 

# 한차례 밀어 올려 능선갈림길에 도착했다.

 

 

 

# 칠갑산은 거북과 관련된 전설이 있는 산이다.

 

 

 

# 능선마루금을 따라 다시 잠시 오르면 휴양림갈림길이 나온다.

 

 

 

# 정상까지는 아직 2.5km 남았다.

 

 

 

# 칠갑산은 소나무가 성한 산이다.

 

 

 

# 청양은 청양고추의 원조를 자부한다. 그리하여 군 전부를 고추 상징물로 채웠다. 이곳도 이정목을 고추 형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청양고추는 이곳 청양이 고향이 아니라 청송과 영양이 탄생지이다. 지금은 외국회사에 넘어간 중앙종묘란 종자회사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개발 당시 청송과 영양지방에서 시험재배를 하여 그 두 지방의 이름을 하나씩 붙여 청양고추라 이름지었다. 하지만 이곳 청양에서 발빠르게 상표 등록을 하여 청양이란 이름을 선점하였다.

 

 

 

# 지금 우리가 올라 가는 등로가 사찰로이다.

 

 

 

# 짐높이가 높아 사람이 뵈질 않는다.

 

 

 

# 통나무 벤치에 쌓인 눈으로 적설량을 짐작할 수 있다.

 

 

 

# 다시 계단길이다.

 

 

 

# 땀이 돌아 쟈켓을 벗었다. 하지만 기온은 아주 낮아 얼굴이 시리다.

 

 

 

# 전체적으로 등로는 유순하다. 가벼운 차림이면 뛰듯이 올라 갈 수 있을 곳이다.

 

 

 

 

# 많이 왔다. 이제 1.3km만 더 가면 된다. 마지막 햇살이 숲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 그 햇살이 아까워 한참을 해바라기 하였다.

 

 

 

# 다시 출발이다. 우측 숲 너머로 삼형제봉이 우뚝하다.

 

 

 

# 노을빛에 길어진 그림자를 앞세워 정상을 향한다.

 

 

 

# 참나무는 잎을 다 떨궈 몸이 가벼운데, 소나무는 잎 달린 가지 탓에 눈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 설국의 한 장면이다.

 

 

 

# 하얀 눈과 검은 참나무 껍질이 흑백의 콘트라스트를 이룬다.

 

 

 

# 개중에는 눈무게를 못이겨 옆으로 기운 넘도 있다.

 

 

 

# 마지막 1km가 상당히 멀다.

 

 

 

# 잔봉 하나를 넘고,

 

 

 

# 좌측으로 휘감으며 정상을 향한다.

 

 

 

# 숲너머로 정상이 보인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데 저래 보여도 상당히 빙빙 돌려 오르게 되어 있다.

 

 

 

# 장곡리 방향 아흔아홉골이 발아래이다.

 

 

 

# 삼형제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내일 저곳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 삼형제봉갈림길을 지나 잠시 올라가니 우측 사면에 멋진 데크가 나타난다. 바람 없는 사면에 위치해 있어 아늑하고 고요하다. 야영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다만 아무 조망이 없는 점은 단점이다. 일단 정상의 상태를 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 작정을 하였다.

 

 

 

#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다.

 

 

 

# 헤비 다운, 다운 부띠 등 동계짐이 더해져서 배낭무게가 많이 늘었다. 마눌은 그 무게때문에 막판에 꽤 힘들어 하였다. 마지막 힘을 내는 모습이 나름 역동적이다.

 

 

 

# 어느새 숲속엔 어둠이 깃들었다.

 

 

 

#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 라스트 피치를 올려 정상을 향한다.

 

 

 

# 하늘속으로 올라 간다.

 

 

 

# 마지막 걸음! 영차!

 

 

 

# 칠갑산 정상은 넓은 광장으로 되어 있다. 5시 59분이다. 4시 22분에 출발했으니 1시간 37분 걸렸다.

 

 

 

# 키 큰 정상석이 있다.

 

 

 

# 정상 외곽 두 곳에 넓은 전망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삼형제봉이 눈옷을 입고 우뚝하다.

 

 

 

# 저쪽 산줄기는 정면으로 진행해 한치고개를 지나고 대덕봉을 넘은 뒤 금북정맥까지 이어진다. 그 산줄기를 칠갑지맥이라 한다.

 

 

 

# 데크 위에는 눈이 가득하다. 게다가 그 눈들이 모두 얼어 있다.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작은 부삽을 이용하여 눈을 치웠다. 한 삼십여 분 씨름을 했다. 그리고 하룻밤 분량의 집을 올렸다. 지금 이 산정엔 기온이 아주 낮다. 텐트 안팎에 순식간에 하얀 성에가 끼었다. 땀에 젖은 옷이 금세 얼어 붙었다. 얼른 물티슈 목욕하고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헤비 다운 쟈켓을 입었다. 따스하고 좋다.

 

 

 

# 그리고 산상만찬이다.

 

 

 

# 특별할 것 없지만 한 주일에 한 번 산정에서 갖는 이 작은 잔치가 나름 삶의 활력소가 된다. 오늘은 부여에서 구입한 밤막걸리를 마셔 볼 참이다.

 

 

 

# 달달하고 구수하다. 그 맛이 순해 마눌도 두 잔이나 마셨다.

 

 

 

# 겨울에는 어묵탕 이상 가는 음식이 없다.

 

 

 

# 만찬 후 텐트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랬다. 밤중 임에도 주변이 대낮처럼 밝다. 하늘에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뜬 탓이다. 달력 확인하니 오늘이 음력 시월 보름이다.

 

 

 

# 하얀 눈에다 밝은 보름달까지 더했으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아니라 설상가월(雪上加月)이다. 다른 말로 백설우명월(白雪又明月), 흰 눈에 또 밝은 달을 더한 것이다.

 

 

 

 

#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밤중에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아도 사진이 찍힌다.

 

 

 

# 좋은 달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을 갖고 카메라를 조작해야 한다. 그런데 기온이 너무 낮아 추위 때문에 카메라조작이 어렵다. 그래서 대충 분위기가 나게 찍고 만다.

 

 

 

# 달빛을 즐기며 마시면 관월연(觀月宴)이요 흰눈을 즐기며 마시면 관설연(觀雪宴)이다. 그 두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밤이다. 이렇게 좋은 달빛과 눈빛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 달빛과 눈빛을 안주 삼아 술잔을 들어야 하는데, 기온이 너무 낮으니 바깥에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다만 팔 벌려 달빛 정기를 마음껏 마시는 걸로 만족할 따름이다.

 

 

 

 

# 아주 추운 밤이었다. 텐트 안에는 우리 호흡에서 나온 수증기가 모두 얼어 붙어 얼음굴이 되어 있다. 하지만 성능 좋은 침낭과 다운 자켓, 그리고 탕파에 물 끓여 안고 잤더니 전혀 추운 줄 모르고 잘 잤다. 다만 나는 얇은 바지를 입어 초저녁에 무릎이 약간 시려웠지만 금세 괜찮아졌고, 마눌은 처음에 따스하다더니 새벽엔 조금 추웠던 모양이다. 원래 손발이 찬 사람이라 그랬을 것이다. 장갑이나 양말을 보완해야 할 모양이다. 아무튼 대기 노출된 산정 의 눈밭에서 보낸 밤 치고는 아늑하였다.  

 

 

 

# 주변의 산하도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 삼형제봉.

 

 

 

# 정상에는 모든 것이 꽁꽁 얼어 있다. 그 하얀 동결의 세상에 한 점 빨간 우리 텐트가 아주 인상적이다.

 

 

 

# 일출을 기다리다 너무 추워 텐트 속으로 다시 들어 갔다. 따스한 침낭속이 아늑하여 잠시 게으름 피우다 나와 보 해가 벌써 솟은 후이다. 다만 박무 가득하여 기다렸더라도 온전한 일출을 보지는 못했을 듯 하다.

 

 

 

# 부지런한 산꾼들이 아침 일찍부터 올라 온다. 첫 팀 올라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철영하였다.

 

 

 

# 짐 꾸리는데 작은 산새 한 마리가 계속 주변을 맴돈다.

 

 

 

# 천지가 눈에 덮히니 먹이 구할 데가 없어 그런 모양이다. 간식으로 챙겨 온 빵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리니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한순간 손에 앉아 빵을 물고 간다. 너무 순식간이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 이윽고 동무들을 데려 와서 떼로 주변을 맴돈다. 빵을 잘게 찢어 던져 주니 맛나게들 주워 먹는다.

 

 

 

# 겨울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정상을 찾아 올라 오기 시작한다. 하얀 설산의 정취에 취해 다들 산새처럼 재잘 거린다.

 

 

 

# 그 사람들 틈에 끼여 우리도 정상석을 다시 인증한다.

 

 

 

# 나도 간만에 인증 한 장! 옷을 잔뜩 껴입었더니 몸이 둔하다.

 

 

 

# 옛이름이 칠악산(七岳山)이었다는 글이 적혀 있다. 岳자를 줄만한 산은 아닌듯 하지만, 주변에 큰 산이 없다는 사실을 미루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 북쪽 조망이다. 저멀리 길게 누운 산줄기가 금북정맥인듯 하다. 중앙의 산은 대덕봉인 듯.

 

 

 

# 그쪽 조망을 파노라마로 담아 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산불감시탑 뒤로 내려 가면 천장호로 이어진다. 저쪽으로 하산하여도 좋은데 차량회수가 아주 힘들다.

 

 

 

# 칠갑주차장으로 내려 가는 길이다.

 

 

 

# 빨간 고추가 나래비를 서 있다.

 

 

 

# 칠갑산은 등로가 방사형으로 별처럼 팔 벌려 있다. 그 각각의 등로가 다 매력있다.

 

 

 

# 저 삼형제봉을 넘어 장곡로를 따라 내려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마눌이 강력하게 반대를 한다. 차량 회수도 문제이고, 낡은 우리차가 밤새 눈밭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혹시 시동이 안걸리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거운 박배낭 메고 가파른 눈길 하산이 부담스러웠던 탓일 것이다. 또 하산을 완료하더라도 다시 눈길을 걸어 장곡사까지 올라 와야 하는 것도 어렵고... 결국 장곡사로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 하룻밤 편안한 잠자리를 허락해 준 칠갑산정에 작별하고 정상을 떠난다.

 

 

 

# 마눌은 언제나 등정보다 하산을 더 부담스러워 한다. 

 

 

 

# 첫 눈산행에서 눈 구경을 실컷 한다.

 

 

 

# 그것도 강원도의 산이 아닌 충청도의 산에서 말이다.

 

 

 

# 이곳도 참 멋진 야영지이다. 노출된 정상과는 달리 바람 한 점 없는 곳이다.

 

 

 

# 삼형제봉 갈림길을 다시 만났다.

 

 

 

# 마눌은 무심코 그곳 삼형제봉 방향으로 하산한다. 그냥 내버려둘까 하다가 나 역시 차량회수가 걱정되어 불러 세웠다.

 

 

 

# 대신 삼형제봉을 줌인하여 아쉬움을 달랜다. 전형적인 겨울산의 모습이다.

 

 

 

# 무리지어 칠갑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산악회 리본이 배낭에서 펄럭거린다.

 

 

 

# 그들과 반대로 우리는 여유 넘치는 하산이다.

 

 

 

# 산악회는 어느 곳이든 앞사람 꽁무니만 보고 무리지어 오른다. 그러니 좁은 길에서 절대 양보없이 무리 전부가 이어 오른다.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 정말 여유 넘치는 하산이다.

 

 

 

# 칠갑산은 순하고 아늑하다.

 

 

 

# 나뭇가지에 앉은 눈을 털어 낼 바람도 없다.

 

 

 

# 충청 서해안의 때이른 폭설이 우리에겐 축복이다.

 

 

 

# 첫 눈구경 치고 그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 주변 경치 구경하느라 어제 오를 때 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

 

 

 

#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눈을 품고 있다.

 

 

 

# 역사가 오랜 동네들은 한결같이 소나무가 많다.

 

 

 

# 어디 먼 설국의 한 장면이다.

 

 

 

 

# 연리지가 있다 한다.

 

 

 

# 연리지는 두 나무가 하나로 이어져 부부가 됨을 말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혼자서 몸을 배배 꼬아 올리고 있다. 연리지가 아니라 自己愛에 빠진  나르시시즘 소나무이다.

 

 

 

# 청양군에서 이야기꺼리를 찾다 발견하여 견강부회한 모양이다.

 

 

 

# 휴양림 갈림길.

 

 

 

# 눈 덮인 솔숲을 따라 걷는다.

 

 

 

# 좋은 곳이다. 꽃 피고 솔바람 부는 계절에 와도 좋겠다.

 

 

 

# 편안하고 여유롭게 하산하였다.

 

 

 

# 어느새 장곡사가 눈에 들어 온다.

 

 

 

# 눈에 덮이니 기온이 올라 가는 모양이다, 계곡이 얼지 않았다.

 

 

 

# 어제 못보고 올라 간 장곡사 구경을 한다. 이곳 산신각은 삼성각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장곡사는 특이하게 대웅전이 두 개이다. 상대웅전이다.

 

 

 

# 스님들이 날짐승을 위해 홍시를 남겨 두었다.

 

 

 

 

# 절집 앞의 산세가 참으로 온화하다.

 

 

 

# 고드름이 창처럼 달렸다.

 

 

 

# 상하대웅전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특색있는 절이다.

 

 

 

# 장곡사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회수하고 땀에 젖은 옷도 갈아 입었다. 장곡사 길은 완전 빙판으로 변해 있다. 조심 조심 운전해서 장곡리를 벗어 났다. 원점회귀 한 것이 아쉬워 천장호를 찾아 가기로 했다. 도중에 칠갑호를 만났다. 칠갑산은 큰 저수지 세 개를 안고 있다.

 

 

 

# 꽤 먼 길을 돌아 천장호에 도착했다.

 

 

 

# 천장호는 관개용으로 1979년도에 완공한 인공호수이다.

 

 

 

# 주차하고 호숫가를 산책했다. 이곳에도 콩밭 메는 아낙네 동상이 있다. 도대체 콩밭 메는 아낙네 동상을 왜 세우려고 했을까? 동상이란 위인이나 역사를 널리 그리고 오래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다. 베적삼이 흠벅 젖은 아낙네를 오래 기념하여 무엇하려고...  하긴 춘천에는 처녀 뱃사공 동상이 있다. 한글 맞춤법도 틀렸다.'매는'이 아니라 '메는'이다. 그나마 이 동상은 나름 퀄리티가 있다.

 

 

 

# 천장호 출렁다리가 보인다.

 

 

 

# 저 출렁다리를 건너 천장로를 따라 정상을 오를 수 있다. 

 

 

 

# 나희덕시인의 싯귀절이 유치해 보이는 조형물에 놀랜 마음을 달래준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호숫가 매점에서 어묵 국물에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천장호와 칠갑산, 그리고 청양땅을 떠났다. 어김없는 일요일 귀경길의 정체를 겪은 후 집으로 귀가했다.

 

이번 칠갑산行은 직원의 결혼식 참석에 겸해서 갑작스레 결정하여 실행하였고 때문에 준비도 정보도 부족하였다. 하지만 충청 서해안 지방에 쏟아진 폭설때문에 뜻밖의 설산 산행과 눈구경을 실컷 한 행복한 산행이었다.

 

무엇보다 七甲山頂에서 만난 흰눈과 휘영청 밝은 보름달의 향연은 관설연(觀雪宴)과 관월연(觀月宴)의 진면목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추운 겨울 밤에 눈 덮인 산정에 올라 가지 않았다면 그 행복을 어찌 누릴 수 있었겠는가? 

 

역시나 자연이 주는 행복감은 그것을 찾아 나서는 자의 특권이다. 나는 그런 특권을 찾아 다니는 사람이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산꾼으로 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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