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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100대 명산]34(방태산/芳台山)-채향방태(菜香芳台)!! 본문
그러나 개중에는 끌림이 있기는 한데 좀처럼 인연의 끈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세월 흘러 인연의 실타래 서로 닿아 지난 세월 이야기 하자면, 그 역시 나에게 관심이 있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서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유한 울림을 가진 자기만의 주파수가 있다. 그 주파수가 동일하거나 공통점이 많을 때 사람들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이유에서든 소통에 혼선이 생겨 그 인연을 쉽게 맺지 못하고 애만 태우는 일들이 자주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인연의 혼선과 늦은 만남은 산(山)에게도 적용된다. 이 땅 삼천리 강산 모든 산을 만나 보리라 산꾼의 길에 들어섰지만 유독 끌림이 가는 산이 있다. 사천사백사십 산(山) 중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고 사연 없는 산이 있겠느냐마는 산에도 저마다의 울림이 있어 나의 울림과 그 파동(波動)이 일치하는 산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산 중에 울림이 이끄는 대로 쉽게 만나 그 울림을 공유하는 산이 있는 반면, 좀처럼 공통 울림을 확인하기 어렵게 인연의 끈이 배배 꼬여 차일피일 그 만남이 미뤄지는 산도 있다. 나에게 있어 '방태산(芳台山)'이 바로 그런 산이다.
방태산은 인제군 기린면과 상남면에 걸쳐 있다. 정감록(鄭鑑錄)에 환란을 피해 은신할 만한 피장처(避藏處)로 기록되어 있는 '삼둔사가리', 즉 '살둔(生屯)', '월둔(月屯)', '달둔(達屯)'과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를 품고 있는 오지(奧地)의 산이다.
우측으로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흐름을 이어 온 준봉(峻峰)들과 맞닿아 있고 위로는 설악(雪岳)의 산첩첩을 마주하고 있다. 예로부터 산 높고 골 깊어 사람의 발길 희미했고, 그 품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조차 가보지 못한 골짜기가 허다하였다. 그러니 바깥 세상에 전쟁이 났는지 왕조가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고 관심도 없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방태산을 처음 만난 것은 낚시꾼 시절 아침가리 계곡이나 미산계곡으로 계류낚시(溪流)를 다닐 때였다. 그때야 산보다 물에 관심이 많아서 방태산 자락을 누비고 다니면서도 그저 경치 좋고 계곡 좋은 산이란 느낌만 있었지 그 산정을 올라볼 생각은 없었다.
이후 산꾼으로 변신하여 백두대간에 들었고 그 종주의 막바지인 2006년 가을에 약수산, 갈전곡봉, 쇠나드리를 거쳐 조침령에 도착하고 이후 단목령에서 곰배령 마을 거쳐 진동리로 하산하였다. 내도록 마눌과 단둘이 대간길을 걷다가 그 날은 산동무 몇이 동행하게 되어 방태산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방태산에서의 하룻밤은 산속에 있어 포근하고 동무들이 있어 즐거웠다. 맛난 술과 음식, 즐거운 대화로 사람과 사람 사이는 즐거웠고, 포근한 숲의 품과 청량한 숲 속 공기 등으로 방태산은 너그럽고 넉넉하였다. 하지만 뒷날 아침 마눌이 갑자기 심하게 앓는 바람에 동무들은 모두 대간 속으로 들어갔으나 우리는 쓸쓸히 단목령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것 때문이었나? 이후 십여 년 방태산과는 인연의 끈을 이을 수가 없었다. 방태산 자락의 아침가리 계곡, 방동약수 근처에서는 야영을 했지만 정작 방태산정(山頂)에는 오르지를 못했다.
방태산은 넉넉한 품에서 키운 봄나물로 봄 산행 대상지, 풍부한 물이 넘쳐나는 계곡으로 여름 산행지, 마음껏 내리는 하얀 눈으로 겨울 심설산행지로 유명하다. 또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명산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삼둔사가리라는 피장처(避藏處)를 품고 있어 늘 관심이 가고 그 산정(山頂)에서 하룻밤 머물고자 하는 끌림이 강하였다.
따라서 매년 산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방태산은 늘 우선 순위에 위치하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매년 뒤로 미뤄지기만 했다. 이곳저곳 다양한 테마로 여러 종류의 산길, 들길, 물길을 더듬느라 분주한 탓도 있었지만 방태와 나의 인연의 끈이 쉽게 맺어질 운명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사노라면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기 마련이고 맺어질 인연이면 언젠가는 이어지게 되는 법이다. 산이라고 다르지 않다. 방태와 나의 인연이 계속 겉돌아 온 것이 오랜 세월이었지만, 애초에 맺어질 인연이었기에 그 만남은 자연스러웠고 오랜 엇갈림 뒤의 만남이라 그 느낌은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2015년 늦봄의 일이다.
일시 : 2015년 5월 16, 17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대개인동 ~ 주차장 ~ 약수골 ~ 개인약수 ~ 지능선 ~ 무지개나무 삼거리 ~ 1385봉 ~ 1405봉 ~ 주억봉/야영 ~ 1365봉/휴양림삼거리 ~ 1395봉 ~ 구룡덕봉 ~ 헬기장 ~ 샘터 ~ 어두원골 ~ 모덤터 ~ 구룡소 ~ 미산너와집 ~ 대개인동.
외곽순환도로 타고 가다가 춘천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엄청난 교통정체를 겪은 후 동홍천나들목을 나와 설악으로 넘어가는 44번 국도에 올라섰다. 이후 철정교차로에서 451번 지방도 통해 내촌면 방향으로 간다. 다시 인제 상남면 거쳐 미산계곡을 따라 점점 깊은 산골로 접어든다.
그러다 미산약수교를 건너 구절양장의 산길을 달려 대개인동으로 올라간다. 이 길은 엄청나게 가파르고 굽어있다. 지난 겨울 뿌려둔 제설용 모래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가끔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기도 한다. 한참을 달리자 차체 아래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걸어 올라가는 것보다 더 악전고투하며 대개인동에 도착했다. 우리 차는 십 년이 넘은 늙은 차이다. 우리와 함께 전국 곳곳의 산을 찾아다니느라 주행거리도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이곳저곳 말썽인 곳이 많다. 나중에 저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갈 길이 걱정이다.
어쨌거나 대개인동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 차량 수십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다. 시각은 벌써 4시에 가깝다.
방태산/芳台山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약수교에서 대개인동으로 가는 길은 롤러코스터 수준이다. 겨울에는 완전 접근불가의 동네이다. 하지만 골짜기 자체는 제법 넓고 잘 꾸며져 있다. 주차장도 거의 백여 대 가까이 주차 가능하겠다.
#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출발했다. 일단 목표는 구룡덕봉이다.
# 민박과 주점을 겸하는 산장이 서너개 있다. 저 빨간 풍차는 좀 뜬금없다. 주인이 물랑루즈를 좋아했나?
# 곧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약수골과 어두원골로 길이 나뉜다. 좌측으로 가면 약수골을 통해 개인약수 지나 주억봉이나 배달은석으로 가게 되고, 우측으로 가면 대개인골을 통해 침석봉, 다시 어두원골 통해 구룡덕봉으로 가게 된다. 출발하면서 동네 주민에게 문의하니 어두원골은 길 찾기가 어렵고 험해서 약수골로 올라 가라 한다.
# 직진하여 약수골로 향한다. 개인약수까지는 1.8km 거리이다.
# 곧바로 숲길로 들어선다.
# 이 시각에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뿐이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개인약수까지 만 왕복하고 있다.
# 계곡이 아주 좋다.
# 시원한 폭포 물줄기를 감상하면서 오른다.
# 방태산이 여름 산행지인 이유를 알겠다.
# 등로엔 산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요근래 가물어서 물이 아주 풍부하지는 않다.
# 습한 환경이라 관중이 무리지어 있다.
# 오월이라지만 이 동네 산들은 찬바람 강하고 기온이 낮아 보온 준비를 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배낭은 이 계절에도 동계배낭처럼 크고 무겁다.
# 무게 때문에 진도가 더디다. 몸도 덜 풀렸고.
# 그래도 산길이 아늑하여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오른다.
# 벌깨덩굴을 오랜만에 본다.
# 연초록 숲길이 아늑하고 싱그럽다.
# 저 사람은 우리 짐 챙기는 동안 출발하더니 어느새 약수 한 잔 마시고 하산 중이다.
#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하지만 아직은 편안하다.
# 길게 올라 개인약수에 도착했다.
# 예상보다는 소박한 모습이다. 1891년 함경도 사는 지덕삼이란 이가 발견했다 한다. 암수 두 개의 약수가 있고 아랫쪽에 있는 숫물만 마신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하나만 있는줄 알았다.
# 철분이 많은 물이라 샘터 바위가 온통 발갛다. 위장병과 당뇨에 특효라고 하는데 물맛이 너무 강해 한 모금 마시고 말았다. 몸에 좋다 하니 약으로나 먹지 일반 음용수로는 못 먹겠다. 그래서 이 약수 대신 바로 곁에 흐르는 계곡수를 수낭에 담았다. 배낭 무게가 다시 무거워졌다.
# 개인약수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좌측 길은 배달은석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무지개나무 갈림길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는 우측 길로 방향을 잡았다.
# 약수터 주변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기상이 장해 안아 주었다.
# 금세 경사가 가팔라진다. 연초록 숲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든다.
# 피나물 노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 노랑매미꽃이라고도 부른다. 나물이란 이름이 들어간 것처럼 봄에 나물로 먹는다는데 독성이 있어 잘 다뤄야 한다.
# 연영초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백합과인 이 식물은 뿌리를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우아칠이라 부르며 고혈압, 요통, 두통, 위장장애에 효험이 있다 한다.
# 노루삼. 촛대승마하고 자주 헷갈린다. 이 넘도 뿌리를 약용한다.
# 위로 올라 가자 경사가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 계곡가를 오르는 길이라 전체적으로 습한 환경이다.
# 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개인약수에서 물을 잔뜩 보충하였는데 이 쪽으로도 물이 많이 있다. 괜히 무겁게 고생했다.
# 경사가 가팔라지고 씩씩 숨소리 거칠어진다.
# 계곡 끝나고 산의 경사면을 따라 가파르게 올라간다.
#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산괴불주머니가 이 동네의 우점종이다.
# 햇살 좋은 경사면에는 각종 나물이 지천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취, 단풍취, 박쥐나물 정도만 구별이 가능하다. 그나마도 아는 것이라 생각하여 취나물 몇 줌을 채취하였는데 나중에 야영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취나물이 아니라고 해서 모두 버려야 했다.
# 알지도 못하는 나물 구경하느라 시간지체가 있다.
# 한차례 급한 경사가 앞을 막는다.
# 드디어 능선 마루금에 도착했다. 배낭무게 때문에 힘들게 올라 왔다.
# 무심코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데 주변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지형을 살펴보니 이곳은 주능선이 아니고 주능에서 약수골 우측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의 능선이다.
# 개인약수에서 주능으로 곧바로 올려치게 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다. 좌틀하여 주능을 향한다.
# 우측 너머로 주억봉이 보인다.
#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이제서야 철쭉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 제법 힘을 써야 주능에 오를 수 있다.
# 드디어 무지개나무 삼거리에 도착했다. 대개인동에서 두시간 사십분쯤 걸렸다.
# 주능 곳곳에는 멧돼지 흔적이 낭자하다. 대부분 파헤친지 얼마되지 않은 것들이다.
# 좌측 멀리 배달은석과 깃대봉이 보인다. 저 쪽은 다음을 기약한다.
# 주억봉을 향해 출발.
# 멧돼지 흔적이 많아 마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주능에는 박새가 우점하고 있다. 박새는 독성이 있는 풀이다.
# 숲 너머로 주억봉이 보인다. 주억봉에 야영 자리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일단 그곳까지 가 보기로 한다.
# 해가 길어 산행에 아직 여유가 있다.
# 큰 오르내림 없이 1385봉을 넘고 두번째 봉우리인 1405봉에 오른다.
# 좌측 멀리 설악의 주능선이 눈에 들어 온다.
# 주억봉은 바로 코앞이다. 주능의 오르내림은 편안하였다. 육산이라 발에 밟히는 흙의 감촉 역시 부드럽다.
# 침곡봉과 숫돌봉의 모습이다.
# 그 앞쪽으로 미산 일대의 산첩첩이다.
# 맹현봉이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난다.
# 깃대봉 너머로 해가 넘어 가고 있다.
# 전방의 산줄기를 타고 개인약수에서 올라 왔다. 맨 뒷쪽이 깃대봉, 그 앞이 배달은석이다.
# 휴양림쪽 조망이다. 아랫쪽에 적가리골이 있다. 이곳은 지형이 마치 입구 넓은 사발 같은 모습이다. 아주 독특한 지형이다. 주억봉의 이름이 주걱 모양으로 생겨 얻은 이름이라는데, 이곳 지형을 묘사한 듯 하다. 주걱보다는 그릇처럼 오목하게 생겼지만... 이렇게 오목한 모습은 음(陰)을 상징한다. 풍수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지만 이 문외한의 눈에도 천하명당 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오목한 한 가운데로 모든 산세의 흐름이 모여드는 형상이다. 그 가운데 물길이 흐르고 있으니 어찌 명당이 아니겠는가? 품은 넓고 입구는 좁다. 게다가 주변을 산들이 성벽처럼 두르고 있다. 적가리골이 난을 피해 살 만한 삼둔사가리 중 하나인 이유가 이 주억봉 위에서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 점봉산과 설악쪽 조망이다. 첩첩 산그리메가 석양 속에 아득하다.
# 주억봉 정상에 도착했다.정상 높은 곳 조금 아래에 헬기장이 있고 그곳에 정상석이 위치해 있다. 7시 30분이다. 능선갈림길에서 30분 쯤 걸렸다.
# 나무로 만든 소박한 정상석이 서 있다. 찬바람 강하여 오래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가리왕산 처럼 무지막지한 찬바람은 아니다. 방태산은 그렇게 모든 이미지가 부드러운 산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늘 계획만 세우다 제대로 인연을 맺지 못한 방태산의 정상에 서니 감회가 남다르다.
# 바람 차지만 조망 감상은 해야지. 애초에 계획했던 구룡덕봉이 건너다 보인다.
# 저곳 정상에 멋진 데크가 세 곳이나 있다.
# 적가리골과 아침가리골을 경계 짓는 산줄기가 구룡덕봉에서 북쪽으로 흐르고 있다.
# 저멀리 설악의 대청봉이 보인다. 좌측에 뾰족한 산은 귀때기청봉이다. 그 앞쪽은 점봉산.
# 성벽처럼 솟은 산줄기의 기운들이 모두 적가리골로 모여들고 있다.
# 저멀리 백두대간의 장쾌한 흐름이 눈에 들어 온다.
# 정상 바로 아래에 작은 헬기장이 하나 더 있다.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선객 세 분이 이미 집 하나를 세워 두고 있다. 모두 친구 사이라 한다. 리더는 소령 출신의 예비역인데 이 분만 산 경력이 있고 다른 이들은 이 날이 첫 야영이었다.
# 좁은 공간인데 선객들이 기꺼이 자리를 나누어 주어 우리도 얼른 집을 세웠다. 이렇게 가까이 설영하면 서로 조심스럽고 어렵다. 하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며 우리는 배 고프고 피곤하였다. 부득이 그곳에 자리 잡았다.
# 찬바람 강하여서 텐트를 가이로프로 단단이 묶었다. 반면 옆집은 키 큰 텐트를 그냥 세웠다. 장정 세 명이 누워 있으니 날아갈 염려는 없겠다.
# 집 지어놓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노을은 다 지고 채운만 남았다.
# 그래도 깃대봉 너머로 벌건 기운은 남아 있어 정상에 올라 노을을 구경하였다.
# 해가 넘어 갔어도 사위는 아직 밝다.
# 오늘 우리는 이웃을 아주 잘 만났다. 처음 건장한 남자들이 있길래 조금 긴장하였는데 이 분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처음 하는 야영이고 친구들끼리 오면 술이 과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면 남 생각 않고 떠들며 놀기 쉽상인데 일찍 술자리 파하더니 조근조근 얘기만 나눈다. 그러고 보면 야영지에서 여러 팀이 있을 때, 산 좀 다닌다고 장비 자랑하는 팀 중에 남 생각 않고 밤새 난장을 벌이는 이들이 더 많다.
# 작년 가을 가리왕산 처럼 미친 바람 불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밤이 깊을수록 바람은 잦아 들었다.
# 북서쪽 하늘 위에 밝은 별 하나 빛나고 있다. 목성 인듯하다.
# 몸 닦고 새옷으로 갈아 입은 후 저녁을 먹었다. 옆집에서 곰취를 한 아름 선물했다. 오리 고기에 싸서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우리는 따뜻한 어묵 국물로 답례했다.
# 걱정했던 것 보다 바람도 적었고, 기온도 견딜만 했다. 역시나 방태산이라 그러할 것이다. 품 넓고 부드러운 방태산이니. 다만 옆집은 셋이서 침낭 두 개만 준비했다길래 걱정을 했는데, 옷으로 커버하여 무사히 아침을 맞았다 한다.
# 새벽 일찍 일어나 일출 보러 정상으로 올라 갔다. 점봉과 설악의 윗쪽이 벌겋다.
# 태양은 우측 백두대간의 만월봉과 응복산 윗쪽에서 뜰 모양이다. 그 방향이 붉게 물들고 있다.
# 혼자 정상에서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렸다.
# 한 삼십여 분 정상에서 오들오들 떨며 일출을 기다렸는데 동쪽 하늘이 벌겋게 물들기만 할 뿐 일출은 더디다. 한기가 들어 잠시 몸 녹이러 텐트로 돌아갔다.
# 침낭 속에 다시 들어가 잠시 누워 있다가 문득 텐트 문을 여니, 어머나~ 벌써 해가 솟았다.
# 한달음에 정상으로 올라 가서 일출을 맞이했다.
# 저쪽 붉은 해를 밀어 올리고 있는 산이 아마도 응복과 만월이지 싶다.
# 삼각대 없이 손각대로 찍으니 사진이 시원찮다.
# 그래도 이렇게 방태산정에서 불타는 일출을 볼 수 있음이 정말로 행복하다.
# 붉은 태양의 기운을 마음껏 받아 본다. 이 뜨거운 기운은 이 시각에 이런 산정에 서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 아침 해의 기운을 받아 설악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 저곳 대청봉에서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는 이 있다면 정말 황홀하리라!
# 구룡덕봉도 잠에서 깨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간밤에 저곳 데크는 비어 있었다.
# 이웃들도 이 황홀한 빛의 향연을 함께 즐겼다.
# 정상의 돌탑에 빛이 스며든다.
# 우리 집의 대문이 정동향이라 태양이 전해주는 빛과 열기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 아침 끓여먹고 자리를 정리했다. 처음 목표한 곳은 아니었지만 평온하고 안락한 싸이트였다. 감사한 일이다. 옆집은 먼저 출발했고 우리는 천천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 흔적 없이 주변 정리한 후 정상에 다시 올라 작별을 하였다.
# 설악의 흐름을 다시 눈에 담아본다.
# 귀때기청봉과 좌측으로 서북룽, 한계삼거리에서 끝정 거쳐 중청과 대청으로 이어지는 주능이 장쾌하다.
# 구룡덕봉 뒤로 오대산에서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흐름이 하늘벽처럼 높이 솟아 있다.
# 저곳 구룡덕봉에서 보는 조망은 더욱 장쾌할 것이다.
# 좌측 오목한 곳이 구룡령이지 싶다.
# 구룡덕봉을 중심으로 개인산, 침곡봉, 숫돌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파노라마로 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미산계곡 뒤의 맹현봉.
# 구룡덕봉을 완전 중심에 두고 좌우 날개를 펼쳐 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남쪽의 산첩첩.
# 북쪽의 산첩첩.
# 정상에서 오래 조망 감상을 한 후 길을 나섰다.
# 일단 한 차례 떨어져 내린다.
# 곧 평평한 능선마루금에 도착한다. 등로가에 널찍널찍한 공터가 자주 눈에 띈다. 어제 정상에 자리 없었어도 우리 텐트 한 동 세울 정도의 공간은 부지기수이다.
# 잠시 편안하게 능선 마루금을 걷다가 한 차례 올리면 휴양림 갈림길이 나온다. 1365봉이다.
# 휴양림에서 올라 왔다는 산객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당일 산행을 하면서 아침도 먹지 않고 산을 올랐나 보다.
# 구룡덕봉을 향해 계속 능선을 따른다.
# 오르내림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길이다.
# 홀아비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 이곳 능선상에도 군데군데 공터가 산재해 있다.
# 방태산은 고도에 비해 주목이나 구상나무 같은 고산식물은 드물다. 그래도 주목은 거목으로 자란 것이 도중에 보인다.
# 1395봉을 가볍게 넘어 구룡덕봉에 도착했다. 주억봉에서 40분 조금 더 걸렸다.
# 구룡덕봉엔 통신안테나가 중심에 서 있다.
# 옆집 사람들이 먼저 도착해서 조망 감상중이다.
# 구룡덕봉은 좌, 우 , 중간 세곳에 전망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주봉인 주억봉에 비해 조망이 훨씬 좋다.
# 방태의 주봉인 주억봉에서 이어진 능선. 구령덕봉은 높이가 1388m이고 주억봉은 1444m이다.
# 뒷쪽의 배달은석과 함께 가까이 땡겨 본다.
# 대개인동쪽 조망.
# 개인산쪽 산줄기.
# 조망이 훌륭한 봉우리이다. 이곳엔 예전에 군사시설이 있었다. 1994년 군부대가 철수하였고, 이후 폐군사시설을 철거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하였다.
# 간밤에 주억봉에서 같이 밤을 보낸 이웃들. 야영산행 자체를 처음 한다는 사람들이 곰취는 정확히 공부를 해 왔다. 구룡덕봉 인근에서 곰취를 많이 채취했다고 다시 한 아름을 선물한다. 곰취를 제대로 구별도 못하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
# 방태산 휴양림쪽 조망. 참으로 독특한 산세이다.
# 헬기장이 있는 저 봉우리에서 좌측으로는 매봉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개인산으로 가는 길이다.
# 겨울 찬바람 강하여 구룡덕봉 정상데크에 머물기 힘들때 저곳 헬기장을 많이 이용한다.
# 저 산줄기를 따라 가면 방동약수가 나온다.
# 설악쪽 조망.
# 이곳에서 북쪽 설악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중앙이 귀때기청봉, 우측이 대청봉이다. 좌측에 보이는 암봉은 남설악의 가리봉이다.
# 설악쪽 조망을 넓게 파노라마로 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적가리골쪽 조망의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이 분들과는 방태산에서 좋은 인연을 맺었다.
# 개인산쪽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오대산권 백두대간을 넓게 파노라마로 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백두대간의 흐름을 강조하여 펼쳤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좌측 볼록한 산이 응복산, 11시 방향의 봉우리가 두로봉, 12시 방향에 비로봉, 우측 끝이 계방산, 그 좌측에 오목한 곳이 을수골이다.
# 이곳에서도 이웃들은 먼저 떠났다. 그들은 어두원골을 통해 계곡길로 하산할 예정이다. 우리는 개인산을 거쳐 침곡봉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어느 산정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 백두대간 상에 있는 봉우리들을 땡겨보았다. 우측 뒤에 있는 산이 응복산인듯. 좌측 잘록이가 구룡령이다.
# 두로봉. 십년 전 마눌과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저곳 두로봉 정상에서 멧돼지 가족을 만났다. 정작 돼지들은 우리때문에 놀라 달아 났는데 우리는 하루종일 돼지 공포에 시달렸다.
# 오대산 비로봉의 모습이다.
# 백두대간 두로봉에서 갈래친 한강기맥 상에 있는 계방산의 모습이다.
# 휴양림에서 출발하여 그쪽 계곡 인근에서 야영하고 올라 온 팀. 자칭 高手라고 자기들을 소개하더라.
# 설악의 대청봉을 가까이 해 보았다.
# 오묘한 모습의 적가리골에게도 마지막으로 눈길 한 번 주었다. 다음에 눈 많이 내린 날 다시 오리다.
# 넉넉하게 우리를 안아 준 주억봉에게도 작별!
# 구룡덕봉에 아주 오래 머문 후 헬기장 방향으로 출발했다.
# 우측으로 내려 가면 샘터 거쳐 어두원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 아마 이 헬기장은 예전 군부대가 주둔할 때 사용했던 것인 모양이다.
# 헬기장 주변은 햇살 좋고 수목 적어 산나물 천국이다. 나물 캐는 이들에게 곤드레나물을 배웠다.
# 우리도 헬기장 주변에서 나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뭘 알아야지. 작년에 배웠던 취나물과 미역취, 단풍취, 박쥐나물 등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오늘 배운 곰취와 곤드레는 실물을 들고 비교해야 겨우 구별이 가능하다.
# 이렇게 샘플을 들고 비교해야 겨우 구분이 가능하다. 몇 줌 뜯다가 그만두었다. 그래도 손에는 나물향이 그윽하게 스며들었다.
# 나물 찾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마눌은 빠른 길로 하산하고 싶은가 보다. 그냥 어두원골로 하산하자 한다. 나도 이쪽 길을 알아 두고 싶어 동의하고 개인산 길은 다음을 기약했다.
# 샘터를 향해 하산한다.
# 견물생심이라! 하산 도중에도 자꾸 눈이 나물을 따른다. 이래서 우리는 꽤 오래 산행을 하면서도 나물을 배우지 않았다. 한 번 그쪽으로 눈이 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 꽤 길게 내려 가야 샘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샘물은 이물질이 많고 수량이 적어 식수로는 적당하지 않다. 샘터를 정비하고 정수를 거친 후 끓여야만 먹을 수 있겠다.
# 곰취와 비슷하여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동의나물. 독초이다.
# 숲길로 들어가자 이내 길이 희미해진다.
# 어제 대개인동 주민이 이쪽 길을 강력히 말린 이유를 알겠다. 이곳의 등로는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아주 길게 내려 모덤터를 만났다. 심마니들의 숙소였나보다. 깨진 솥단지와 그릇 등이 눈에 띈다.
# 경사 완만한 산죽밭이 나온다.
# 이곳은 길이 뚜렸하다.
# 그러나 금세 또 길은 희미해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 습한 곳에는 동의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누군가 야영을 한 흔적이 있다.
# 계곡을 만나면서 길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반복한다. 어두원골이란 이름 답다. 어두원골은 산 높고 골 깊어 늘 어두운데 그 이름 유래가 있다.
# 여러 차례 헷갈려 길 찾느라 고생했다.
# 드디어 본격적인 계곡길이 시작된다.
# 온전한 등로가 아니라 개척해야 하는 곳이 허다하다.
# 비교적 길찾기가 쉬운 계곡에 이르러서야 겨우 표지기가 나타난다.
# 어두원골 하산길은 정말 힘든 길이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하산길이다.
# 숨은 그림찾기.
# 계곡이 점점 넓어진다.
# 정신을 바짝 차려야 길을 잃지 않는다. 계곡을 열댓번은 넘나들었나 보다.
# 아랫쪽으로 내려 갈수록 길은 좋아진다.
# 그 길 아래로 계곡이 점점 위용을 갖춰 간다.
# 그 중 빼어난 골짜기를 만났다.
# 그 경치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짐 내리고 휴식했다.
# 물 맑고 바람 깨끗하며 대기 시원하였다.
# 무더운 한여름 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경치 좋은 곳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 반면 길은 점점 어려워진다.
# 대단한 계곡이다.
# 인적 드무니 그 가치 더욱 빛난다.
# 바위에 취약한 마눌이 고생을 좀 하였다.
# 시원하고 멋진 경치, 하지만 힘겹게 계곡을 따라 내려 갔다. 그곳에 구룡소가 있다.
#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하다.
# 완전히 하단부에 이르러서야 길은 넓어진다.
# 정말 길고 힘든 하산길이었다. 무려 세 시간 사십분이나 걸렸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하산길에 못지 않다. 게다가 이곳은 길이 희미하고 수풀이 우거진데다 계곡을 넘나들어야 해서 더욱 힘 들었다.
# 어제 오후에 올라 갔던 약수터 갈림길로 복귀했다.
# 개인산장이 미산너와집으로 이름을 바꿨다. 나물 부침개 안주로 더덕막걸리 한 잔 나눴다.
# 산나물로 부침개를 부쳤는데 나물향이 아주 좋다. 더덕막걸리도 제법 맛났다. 이곳에서 만난 어느 산꾼이 산에서 땄다는 나물을 한 보따리 주었다.
# 길 없는 산속에서 수풀 헤치고 내려 오느라 배낭이 먼지 투성이이다. 짐을 모두 부린 후 탈탈 털어 다시 정비했다.
이후 계곡으로 내려가 가볍게 씻은 후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대개인동을 떠났다. 어제 미산약수교에서 대개인동으로 올라오면서 엄청나게 가파른 구절양장의 길을 보고 오늘 하행길을 걱정했었다. 우리와 함께 전국 곳곳의 산길을 누비고 다니느라 늙고 허약해진 우리 차 때문이다.
최대한 조심해서 급경사 산길을 내려갔다. 경사 급하고 응달 진 이 산길은 겨울이면 완전히 발이 묶이겠다. 무사히 약수교에 도착하여 446번 도로 타고 상남면을 향하는데 배낭 멘 아주머니가 차를 세운다. 나물 캐러 방태산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버스가 드물어 차를 세웠다 한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상남면에 도착했는데 고맙다며 나물을 한 보따리 내민다. 힘들게 딴 나물을 그냥 받기 뭐해서 한 줌만 받고 다시 돌려주었다.
오늘은 참으로 희한한 날이다. 만나는 이마다 나물을 한 보따리씩 선물한다. 우리가 나물에 까막눈이라 따서 먹지 못하니 얻어라도 먹으라는 건지, 품 넓고 넉넉한 방태산의 공덕이 나물로 전해진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얻은 나물로만 풍년이다. 집에 돌아와 거실에 펼쳐 놓으니 나물 향이 가득하다.
# 방태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얻은 나물이 이 만큼이다. 나물을 제대로 아는 게 없어 우리가 뜯은 것은 거의 없다.
그렇게 인연 맺기 어려웠던 방태산과의 연(緣)을 드디어 맺게 되었다. 세상 환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삼둔사가리를 품고 있는 방태산. 십여 년 넘게 마음만 있을 뿐 그 연(緣)을 맺지 못했던 산.
오랜 인연의 방황 끝에 드디어 그 품에 안겨 보니 과연 방태산은 넓고 넉넉하며 포근하였다. 그리하여 이번 한 번의 연(緣)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날에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좋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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