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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32(재약산/載藥山)-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본문
'영남알프스'는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등에 위치한 높이 1,000m 이상 되는 7개의 산군(山群)을 말한다.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천황산(재약산:1,18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고헌산(1,034m), 간월산(1,069m) 등 일곱 개의 산들이 영남알프스에 속한 산들이다. 이들 천 미터급의 산들이 연이어 솟구쳐 있는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하여 영남알프스라 이름 붙여졌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역 신문의 취재에 의하면 한 서너 가지 정도의 유래가 거론되는 모양이다.
첫 번째는 일제 시대에 일본인들이 일본의 북알프스를 본떠서 지었다는 설(說)이다. 이 설은 구체적 작명자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고 구전으로 일제 시대부터 그렇게 불렀노라는 전언이다.
다음은 71년경 일본 북알프스를 원정하고 돌아온 부산의 원로산악인 두 사람이 처음으로 불렀다는 설이고, 또 하나는 당시 부산의 산악연맹 회장이 78년에 처음으로 작명했다는 설이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최초 작명자의 유래가 분분한 모양인데, 한편으로는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일본을 모방하기만 했고 서양 편파적이라 우리 산줄기의 이름으로는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산줄기의 이름을 우리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번 옳은 주장이기는 하다. 그래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찌 되었건 꽤 오래 사람들 입에 영남알프스, 혹은 줄여서 영알로 무수히 오르내린 이름이라 쉽게 버리기는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
한편, 지난 2012년 5월 1일 울주군에서는 7개월간의 공사와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영남알프스 하늘 억새길'을 개통하였다. 원래 영남알프스는 우리나라에서 억새가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 억새를 중심에 두고 하늘, 억새, 운무, 전망, 경관 등을 주요 테마로 하는 총 5개 코스 29.7km의 순환형 탐방로를 개설한 것이다.
제1구간은 간월재에서 신불산과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에 이르는 '억새바람길'이다. 제2구간은 영축산에서 단조성터, 휴양림을 거쳐 죽전마을을 연결하는 '단조성터길', 제3구간은 다시 죽전마을에서 주암삼거리, 재약산을 넘어 천황산까지의 '사자평억새길'이다.
제4구간은 '단풍사색길'로 천황산에서 샘물상회, 능동산을 넘어 배내고개로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제5구간은 배내고개에서 배내봉을 올라 간월산을 넘고 간월재로 내려가는 '달오름길'이다.
이렇게 죽전마을과 배내고개를 지나는 69번 도로를 가운데에 두고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을 둥글게 순환 종주하는 사색과 치유의 트래킹코스를 '하늘억새길'이라 명명하고 산길을 이어 새로이 개발한 것이다.
강/사/랑은 지난 2008년 낙동정맥 종주를 하면서 영남알프스 고헌산,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을 차례로 걸은 바 있다. 당시 배내고개에서 야영하면서 울산 산꾼들의 과분한 환대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가을 억새를 보고자 일부러 낙동정맥 구간을 여러 개 뛰어넘어 영남알프스를 찾았었고, 그 바람에 어긋나지 않게 영알은 황홀한 억새의 물결을 보여 주었었다.
이후 영알은 그 먼 접근 거리 때문에 다시 찾기가 쉽지 않아 늘 그리움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낙동정맥에 속하지 않아 아직 미답상태인 천황봉과 재약산에 대한 동경은 남다른 바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늘억새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본격적인 억새 철을 맞아 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 치여 고생하기보다 시즌 전에 호젓하게 미리 다녀오자는 생각에 등짐 챙겨 먼 길을 나섰다.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상세정보 : 배내고개 ~ 능동산임도 ~ 능동산갈림길 ~ 주암골갈림길 ~ 샘물상회 ~ 천황산사면/야영 ~ 전망대 ~ 천황산 ~ 은영이네산장 폐허 ~ 천황재 ~ 주암골갈림길 ~ 주암골갈림길 복귀 ~ 간이매점 ~ 향로산갈림길 ~ 임도 ~ 사자평 ~ 죽전마을행 나무데크길 ~ 고개 ~ 855봉 ~ 죽전마을갈림길 ~ 죽전마을 ~ 배내고개.
하지만 단풍철 고속도로는 가는 곳마다 차량들로 넘쳐 나서 제대로 된 속도를 내질 못한다. 평소에 우리집에서 영알에 있는 배내고개까지는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였는데, 심한 정체에 시달린 후에 도착하니 무려 여섯 시간이 걸려 버렸다. 큰일이다~! 재약산/載藥山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배내고개로 향하는데 전방 우측의 산줄기가 눈에 익다.
#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영알의 산줄기이다. 얼음골 케이블카가 보인다. 저것을 타고 올라가면 천황산까지 금방이다.
# 구불구불 배내고개를 올라간다. 오는 동안에 정체가 워낙 심하여서 혼자서 끝까지 운전을 하지 못 했다. 막판에 마눌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예전에 없던 터널이 생겼다.
# 몇 년 동안 배내고개는 풍광이 많이 바뀌었다. 일단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주차비를 요구한다. 그런데 주차증도 영수증도 없다. 그가 무슨 권한으로 주차비를 징수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당일 주차비가 삼천 원이란다. 내일 산에서 내려올 예정이라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팔천 원을 달라고 한다. 순간 그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영수증도 없단다. 차를 돌려 그곳을 떠났다. 고개 위에는 무단주차 차량들이 아주 많다. 그 곁에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주차하고 짐 챙겨 산행을 나섰다.
# 저 능동산을 올라야 한다.
# 저 멀리 천황산과 재약산이 보인다.
# 우리가 올라 온 울주 상북면 일대의 인간세가 발 아래로 보인다.
# 예전에 낙동정맥할 때 이후로 참 오랜만에 다시 와 본다. 그런데 출발 시각이 너무 늦다. 이때 시각은 이미 5시 5분을 넘기고 있다.
# 출발 시각이 너무 늦어 능동산은 생략하고 울산학생연수원 뒷쪽에 있는 임도를 따라 오르기로 했다. 이곳에 주차하고 가도 될 것을 엉뚱한 곳에서 빙빙 헤매었다. 유료주차장에 주차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자위하며 산길로 접어든다.
# 단풍사색길이라는데 단풍 구경할 수 있으려나?
# 차단봉을 지나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샘물산장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예상하고 있다.
#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가며 능동산 사면을 올라 간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수시로 마주친다.
# 부부 라이더가 MTB를 끌고 고개를 올라 가고 있다. 오늘 이 일대에서 산악자전거대회가 있다 한다. 이 팀도 우리처럼 쉬엄쉬엄 하느라 늦었나 보다. 잔차꾼 부부와 산꾼 부부가 나란히 능동산 오르막을 올라 간다.
# 구불구불 돌아 올라 가는 임도길이 상당히 지루하고 힘들다. 차라리 능동산을 곧장 치고 오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 밎은편에 배내봉이 건너다 보인다. 낙동정맥은 저 산줄기를 따라 간월산, 신불산을 거쳐 영축산으로 이어진다.
# 지그재그의 그 오름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곳에서 땀을 꽤 흘렸다.
# 드디어 평지가 나온다. 뒤에 처져 있던 라이더들이 금세 우리를 추월한다. 우리도 다음에 MTB로 이 코스를 전부 돌아 보아야 겠다.
#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단풍 그늘 아래 사색은 가능하다.
# 능동산 갈림길을 만났다. 능동산을 곧장 치고 올랐으면 이곳으로 나왔을 것이다. 샘물상회까지는 아직 3.6km를 더 가야 한다.
# 길 좋으니 어두워져도 큰 걱정없다. 쉬엄쉬엄 가 보입시다~!
# 날 어두워져서 인적 끊기고 한적한 산길을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는다.
# 건너편 낙동정맥길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간월산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 중간중간 억새가 나타난다. 내일 사자평에서의 억새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 능선마루금엔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 영남알프스를 노을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 전방으로 조망 트인 곳에서 노을지는 모습을 오래 감상하였다.
# 배내고개로 접근하면서 보았던 케이블카 상부정류소가 전방으로 보인다.
# 그 우측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 하루의 일과를 마친 해가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산 너머로 잠기는 모습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지켜 보았다.
# 마침내 산 너머로 사라졌다.
# 천황산 전에 있는 1018봉이다.
# 그 봉우리 우측으로 휘감는다. 주암골 갈림길을 막 지나고 있다. 주암골에서는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이 노래방 기계를 크게 틀어놓고 고성방가 중이다. 얼마나 크게 노는지 이곳까지 그 소리가 들린다.
# 한순간에 어둠이 찾아 왔다.
# 길게 걸어 샘물상회가 있는 천황산 평원 상단부에 도착했다. 기둥 두 개가 대문처럼 반겨 준다.
# 평원 억새밭에 도착했다. 잔차 탄 저이는 이곳에 오는 도중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람이다. 오늘 자전거대회가 아주 힘들었든지 길에 드러누워 전화통화 중이었다. 다친 줄 알고 가까이 가서 안부를 물었더니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하더라. 어두운 산길에 잔차와 함께 사람이 쓰러져있으니 놀래지 않을 도리가 있나?
# 일곱시 정각에 샘물산장에 도착했다.
# 산장엔 선객들이 이미 만찬 중이다. 통영에서 온 산꾼들이다. 산장 주위 억새밭에 설영을 한 모양이다.
# 우리도 어묵탕에 막걸리 한 통 시켰다.
# 통영산꾼들이 30년산 양주 한 잔과 상어포를 건네 주었다. 일행 중 한사람이 공무원인데 진급을 하였단다. 좋은 일이다. 축하해 주었다.
# 우리는 준비해 간 참치회를 잘라 답례하였다. 이윽고 샘물산장 주인과 오래 환담하였다. 술은 드시지 않고 대화를 좋아하였다. 송사(訟事)때문에 곤욕을 치른 얘기가 대화 주제였다.
# 허기 면하고 야영지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짐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식수도 이곳에서 보충하였다.
# 샘물산장 삼거리로 올라 섰다.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고 있다.
샘물산장 주인 얘기로는 천황산을 올라 가다 보면 소나무 아래에 야영할 곳이 여러 곳 있다고 했다. 천황산 이정표를 지나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야영지를 지나칠까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얼마나 올랐을까? 샘물산장 주인 말대로 등로가에 있는 소나무 아래 공터가 몇곳 나오기는 하지만, 경사가 있거나 바람이 부는 곳이라 마땅치가 않다. 그러다 희미한 샛길을 하나 발견하고 우측으로 한참을 들어 가보니 과연 제법 넓은 싸이트가 하나 나온다.
바닥에는 풀이 무성하여 푹신하고 숲이 우거져 바람없고 아늑하다. 이곳을 야영지로 하자 작정하고 마눌 불러 보여주니 주변 둘러 보고는 기겁을 한다. 평소 사람들이 등로를 벗어나 쉬거나 응가를 하는 곳인지 휴지가 곳곳에 널려 있다.
비록 휴지는 많이 있어도 냄새없고 응가 보이지 않아 괜찮을 듯 한데, 마눌이 기겁을 하니 마냥 우길 수가 없다. 결국 더이상 이 산속에서 찾기 보다는 샘물산장 인근으로 도로 내려 가기로 했다.
천황산을 도로 내려 와 샘물산장 윗쪽 넓은 광장을 살펴보니 한 켠에 야영지로 적당해 보이는 작은 공터가 있다. 바람에 노출된 곳이기는 하나, 더이상 다른 곳을 찾을 기력이 없어 그냥 그곳에 설영했다.
# 천황산을 내려와 샘물산장으로 복귀, 윗쪽 공터에 집 한 채 올렸다.
#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바람에 노출된 곳이기는 하나 아직 바람이 강하게 불진 않는다. 뒷 쪽 언덕이 막아 주는 곳 이기도 하다.
# 통영산꾼들은 밤 늦도록 얘기꽃이 만발하였다.
# 밀양쪽 인간세의 불빛이 산을 넘어 온다.
# 재약산이 우뚝하다. 이것이 재약산을 본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 바람 방향으로 타프를 낮게 설치해 바람이 우리 집을 타고 넘게 만들었다.
# 천황산 위로 별이 쏟아질 듯 총총하였다.
# 허접한 사진기와 실력이라 그 찬란했던 별빛을 표현못하였다. 하지만 요근래 가장 찬란한 별빛을 구경하였다.
# 비로소 저녁식사를 한다.
# 찌개 끓여 다시 막걸리 한 통 비웠다.
# 새벽녘에 바람이 일었다. 자다가 나와서 팩을 다시 점검하였다. 그런대로 잘 버텨 주었고, 우리는 숙면하였다. 다만 새벽같이 단체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두어번 깨었다.
#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갑자기 연무가 온 산을 뒤덮기 시작한다.
# 간밤에 진급파티를 즐겁게 하던 통영사람들은 아랫쪽 억새밭에서 상기 밤중이다. 그들과는 이후 만나지 못했다.
# 간밤에 저 능선 위까지 올라 갔다가 도로 내려 왔다.
# 연무때문에 오늘 아침 일출은 없다. 다시 텐트로 돌아 왔다. 시간이 지날 수록 연무는 더욱 짙어진다.
# 아침 끓여 먹고 짐 챙겨 싸이트를 떠났다.
# 샘물산장에게 작별한다. 잠시후 순식간에 연무가 뒤덮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 이거 옳지 않다. 가을햇살에 빛나는 은빛 억새를 기대하고 왔는데, 이렇게 날씨가 뒤숭숭하면 어떡하나?
# 천황산까지는 1.8km거리이다. 약소하다. 출발!
# 천황산 단풍은 꽤 예쁘게 물들고 있다.
# 우윳빛 연무를 배경으로 하니 단풍빛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 축축하게 젖어 있는 등로를 따라 길게 올라 간다.
# 얼음골 갈림길을 만났다. 어젯밤에 천황산 쪽으로 계속 올라 갔으면 곤란할 뻔 했다. 올라오면서 계속 살폈지만, 마땅한 야영지는 없었다. 샘물산장 쪽으로 도로 내려 간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이정목 둘이 남아있는 거리를 서로 다르게 가리킨다.
# 낙동정맥 봉화에 있는 십지춘양목처럼 가지를 불꽃같이 뻗은 소나무가 있다.
# 윗쪽으로 올라 갈수록 연무는 더 짙어지고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 곤란하다...
# 급기야 시정거리가 십여미터를 넘기기 어렵게 연무가 앞을 가린다.
# 암봉전망대를 만났다. 아무 조망없이 바람만 강하다.
# 정상부가 가까워지니 숲은 사라지고 억새와 키 작은 잡목군락지가 나타난다. 그 위로 강풍이 불고 있다.
# 필봉 갈림길이다. 저쪽으로 내려 가면 표충사 앞으로 떨어진다.
# 억새밭이 나타나지만 아직 몸을 부풀리기엔 철이 이르다. 강풍에 이리저리 부대끼고 있다.
#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했지만 전혀 뵈질 않는다.
# 한차례 올려 천황산 정상에 도착했다.
# 물기 머금은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 있어 몸을 가누기 어렵다.
# 천황산은 독립적인 산이라기보다는 재약산의 한 봉우리로 보기도 한다. 때문에 영남알프스 7개 산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때 천황산은 사자봉이 된다. 재약산은 수미봉이 되고. 사자, 수미 모두 불교식 산이름이다.
# 바람이 워낙 강해 잠시도 머물 수가 없다. 정상석 한번 어루만져 주고는 금세 천황재를 향해 출발했다.
# 천황재 방향은 바람이 더욱 강하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으니 바람 받는 면적이 넓어 우측으로 몸이 쓰러진다.
# 전망대에서 만났던 산객이 이제 올라 왔다. 그는 천황산만 찍고 도로 내려 갔다.
# 조망 좋고 억새 좋은 산인데 정말 아쉽다.
# 조망이고 뭐고 찬바람 강해서 얼른 내려가는 게 상책이다.
# 백두대간 종주할 때 덕유산에 있는 무룡산 오름에서 만났던 미친 광풍에 버금가는 바람이었다.
#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 날씨가 이 모양이라 그런지 산객이 전혀 없다.
# 대단한 바람이다! 소리를 연신하며 길게 내려 간다.
# 억새야, 너를 보러 왔는데 우리가 너무 빨랐나 보다.
# 은영이네 산장이 있던 곳에 도착했다.
# 폐허만 남고 철거되었다.
# 그곳 일대에 넓은 잔디밭이 있어 야영하기 좋아 보인다.
# 다만 바람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겠다.
# 바람이 억새들을 빗질하고 있다.
# 그 바람 속에서도 쑥부쟁이는 꽃을 피웠다.
#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길게 내려간다.
# 억새꽃 피었으면 정말 아름다웠을 길이다.
# 그 억새밭 한가운데 천황재가 있다.
# 텐트 10여동이 설영되어 있다.
# 천황재는 간월재, 신불재와 더불어 백패커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접근이 쉬운 곳이라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몰려 들고 그렇다보니 늘 이런저런 마찰과 논란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늘 싸우면서도... 예전에 낙동정맥할 때 보니 신불재의 경우 점심 때부터 자리 선점하려고 배낭 세워 두고 자리를 찜하고 있더라.
# 이 사람들 어젯밤에 고생 좀 했겠다. 밤새 미친 바람이 말 달리듯 했을텐데... 그래서인지 시각이 한참 되었는데도 이제야 아침 끓여 먹는 집도 있고, 철수할 생각들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 천황재도 억새가 유명한 곳인데 아직 서너주는 더 있어야 할까 보다.
# 장비가 다들 빵빵하다. 인터그랄, 블랙다이아몬드, 힐레베르그, 엠에스알 등... 그나저나 바람 막자고 탁자들을 죄다 눕혀 바리케이트를 쳐 두었다. 일반 등산객들 쉴 자리는 어쩌라고... 아마도 철수할 때 원위치 해 둘 생각일 것이다.
# 아쉽다, 억새여!
# 털보네 산장도 철거되었다.
# 데크가 정말 넓다. 잠시 천황재 구경을 하고 다시 출발한다.
# 이쪽 억새들은 한 두어주 뒤면 하얗게 피어 나겠다.
# 그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재약산으로 향한다.
# 억새밭을 보호하기 위해 로프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 그래도 들어갈 사람들은 다 들어 간다.
# 오늘 날씨 참 징하다.
# 몇년을 벼르고 별러 영알을 찾았건만, 계절은 빠르고 날씨는 궂다.
# 억새밭을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에 올라 선다.
# 습기 머금은 연무가 나뭇가지들을 모두 젖게 만들고 그곳에 맺힌 물방울들이 비처럼 뚝뚝 떨어진다.
# 윗쪽으로 갈수록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 날씨 흐리고 광량 부족하니 사진이 깨끗하질 못하다.
#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 그 끝에 바위가 대문처럼 문을 열고 있는데 박배낭 메고 들어가니 꼭 끼어 버린다.날씬한 마눌이 저러니 나는 어떻겠나? 집에 와서보니 배낭 옆구리가 많이 쓸렸더라.
# 암릉 전망대가 나타나지만 아무것도 뵈는 것은 없다.
# 다시 전진!
# 암릉길이 계속 나타난다.
# 주암골 갈림길이 나타난다. 박배낭 여러 개가 주인 없이 서 있다. 배낭 내려 놓고 맨몸으로 정상을 다녀 올 계획인 듯 한데 저 때는 이유를 몰랐다.
# 정상은 200여 m 더 가야 한다.
# 암릉을 치고 올라 가면,
# 재약산 정상이다.
# 혼자 서 있기도 어렵게 좁은 정상이다. 조망 좋아 보이고 규모 있는 천황산에 비해 초라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천황산은 재약산에 종속시킬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산으로 인정해야 할 듯 하다.
# 좁고 바람 강해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곧바로 출발했다.
# 정상 너머로 곧장 가다가 분위기가 이상해 앞서 가던 마눌을 불러 세웠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정상 너머로 가는 길은 표충사로 내려 가는 길이고, 우리가 목적하는 죽전마을 가는 길은 좀전의 주암골 갈림길로 돌아 가야 한다.
# 다시 주암골 갈림길로 복귀했다. 삼삼오오 산객들이 올라 온다.
# 좁은 등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 간다.
# 숲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바람으로 부터 벗어 난다.
# 하지만 연무는 여전히 숲을 뒤덮고 있다.
# 바람없으니 숲속은 아늑하다.
# 길게 내려 갈림길을 만나고 우틀하여 진행한다.
# 이 아랫쪽은 억새들이 막 몸을 부풀리고 있다.
# 이제 곧 하얗게 터지겠다.
# 다시 갈림길을 만났다.
# 직진은 주암골이고 우측이 죽전 가는 길이다.
# 죽전가는 길로 접어 드는데, 바로 앞에 간이 매점이 있다. 그곳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 쉼터가 넓게 조성되어 있다. 바람 없고 아늑하다.
#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쉬었다. 장사가 곧잘 된다.
# 간이매점에서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짐 챙겨 길을 나섰다.
# 산부추가 꽃을 피웠다.
# 가을에는 역시 구절초가 제격이다.
# 한 무리의 단체 산악회 팀들과 같이 하산하였다.
# 사태로 등로가 끊겨 있다.
# 빠른 복구공사가 필요해 보였다.
# 산길을 벗어나자 사자평 초입의 억새밭이 나타나고 그곳에 죽전마을 갈림길이 있다.
# 이정표가 상당히 헷갈리게 되어 있다. 죽전마을은 좌측길로 들어 가서 산능선을 타야 하는데 이정목의 화살표는 이도저도 아니게 어중간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 산악회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만 들으니 대장, 총무 모두 길을 모른다. 그 중 여성 한 분이 예전에 왔던 길이라며 산길로 일행을 인도한다. 대단한 산악회다.
# 이곳에서 비로소 억새구경을 한다.
# 아직 완전히 하얗게 부풀어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대만족이다.
# 한 두어주 후면 완전히 피어 나겠다.
# 잠시 고민하다가 사자평 전체를 보고자 고사리분교 방향으로 가 보기로 했다.
# 그 방향은 공사를 하면서 억새밭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
# 길게 아래로 내려간다.
# 비단개구리를 만났다. 어릴때 우리 동네에서는 저 비단개구리를 말려서 약재로 썼다. 무당개구리라고도 한다.
# 평원 가운데 전망데크를 만들어 두었다.
# 이곳 사자평원은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공사 중이라 매우 어수선하다.
# 덤프트럭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다.
# 억새밭이 많이 훼손되었고, 남아 있는 것들도 한참 더 있어야 꽃을 피우겠다.
# 공사차량들이 다녀 길에는 먼지가 풀석풀석 일어난다.
# 전망 좋은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 저 산줄기를 넘어가야 죽전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서 저곳까지 갈 일이 만만 찮구나!
# 단풍이 많이 들었다.
# 재약산은 여전히 구름 속에 들어있다.
# 고사리분교 터 인근의 억새밭은 듬성듬성 쥐 파먹은 듯 초라하다.
# 그래도 그 억새 즐기러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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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평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먼지나는 길을 한참 올라 가야 했다.
# 억새밭 갈림길 가기 전에 우측 숲으로 들어가는 나무데크길이 나타난다.
# 지도 확인하니 그곳으로 가도 능선에 합류할 수 있다.
# 데크길이 산정상까지 길게 이어진다.
# 그나마 예쁜 억새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 한차례 밀어 올려 능선 마루금에 올라 섰다. 전라도 어디에서 산악회와 함께 왔다는 저 이는 배낭 벗고 앉아 쉬다가 배낭 둘러 메면서 안경을 숲으로 날려 버린 모양이다. 한참을 같이 찾았는데 행방이 묘연하였다.
# 저멀리 우뚝한 산이 향로산인가 보다.
# 재약산은 하루종일 구름 속에 갇혀 있다.
# 죽전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 이곳도 억새꽃 익으면 절경이겠다.
#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 막판에 조금이나마 억새 구경을 만끽한다.
# 길게 치고 올라 855봉에 이른다.
# 사자평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 공사끝나고 나면 좀 정리가 될려나?
# 재약산을 마지막으로 돌아 본다. 다음에 잔차 타고 하늘억새길을 한바퀴 돌면서 그대의 진면목을 다시 보리라.
# 저 봉우리는 지도에 코끼리봉으로 적혀 있다.
# 주암삼거리에 도착했다. 실제로는 사거리이다. 우측 숲으로 사자평쪽 지름길이 희미하게 있다.
# 향로산은 6.4km를 더 가야 한다.
# 죽전마을을 향해 하산한다.
# 곧바로 지그재그로 꺾이는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 그런데 이 내리막 정말 지겹다.
# 죽전마을까지 1.8km 거리인데, 그냥 똑바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짧은 지그재그 길이 계속 된다. 정말 지겹고 멀었다. 지리산 화대종주하면서 만났던 치밭목에서 유평리로 내려 가는 끝없는 하산길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지겨운 하산길이었다.
# 무릎이 시큰시큰해질 무렵 비로소 숲이 끝난다.
# 펜션 곁에 날머리가 있다.
# 69번 도로가 있는 죽전마을로 내려 간다.
# 죽전에는 펜션이나 전원주택들이 모여 있다. 도로에 도착하여 먼지를 털기도 전에 배내고개로 올라 가는 버스가 나타난다. 길건너이지만 손을 들었다. 다행히 기사님과 눈이 마주쳐서 놓치지 않고 승차할 수 있었다.
# 운 좋게 기다림 없이 곧바로 버스를 타는 바람에 금세 배내고개로 복귀할 수 있었다. 주차료는 이틀치를 지불했다. 이 댁 여주인은 유기견들을 거두어 돌보고 있었다. 키우던 개를 이곳 배내고개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단다. 그녀의 마음씨가 고와 기쁜 마음으로 이틀치를 지불했다.
# 그 댁 코스모스 울타리 곁에서 젖은 텐트와 짐들을 말렸다.
# 천황산과 재약산이 비로소 제 모습을 보인다.
# 능동산과 울산교육연수원.
# 어제 오늘 걸었던 산줄기 전부를 넓게 펼쳤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재약산 일대만...(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더 가까이 집중.(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짐 수납하고 다시 배내고개로 향했다.
# 고개를 지나 어제 올라 왔던 고갯길을 구불구불 돌아 내려 갔다. 이후 먼 길을 달려 수원으로 귀가했다.
영남알프스 천황산과 재약산 구간은 나에게 미답(未踏)의 산줄기였다. 매년 가을이 될 때면 그 산줄기를 향한 열망이 가슴속에서 흰구름 피어나듯 솟곤 했다. 그리하여 이번 가을에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그 미답의 산줄기를 찾았다.
하지만 오래 묵혔던 소망에 동티가 났는지 억새는 아직 철이 일러 꽃을 피우지 않았고, 산은 구름 속에 갇혀 제 모습을 다 보여 주질 않았다. 하지만 영알 미답의 구간을 두 발로 걸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네 산꾼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무엇보다 천황산 자락에서 하룻밤 야영하며 올려다 본 하늘에는 쏟아질 듯 무리지어 총총히 빛나는 별빛이 가득하였고, 그로써 우리의 이번 야영산행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또, 억새의 향연과 산맥의 진면목을 완전히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김으로써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을 명분과 기대를 갖게 된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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