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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5-3(지리산/智異山)-설산지리(雪山智異)!!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 명산]5-3(지리산/智異山)-설산지리(雪山智異)!!

강/사/랑 2014. 12. 15. 20:12

[100대 명산]5-3(지리산/智異山)


 
올해는 시절이 늦다. 182년 만에 돌아온 윤(閏) 9월이 낀 해라 그렇다. 그래서 해마다 11월에 모시던 시제(時祭)를 올해는 12월 둘째 주에 한다는 연락이 고향에서 왔다.

 

가만 돌아보면 고향 떠나온 30여 년 동안 시제는 해마다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였다. 남달리 오래 보냈던 총각 시절부터 그러했다. 내가 특별히 효행(孝行)을 하는 인간도 아니고, 조상의 음덕(陰德)을 기리는 품성도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그리되었다.

 

삼십여 년 습관처럼 시제에 참석해 오다 보니 올해도 당연스레 고향으로 찾아갈 생각을 하는데, 매 주말 산정에서 달빛 벗 삼아 하룻밤 보내던 일상에 차질 빚을 일이 걱정이다.

 

이렇게 각종 행사로 인해 산행 길에 변수가 생길 때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바로 행사가 있는 그 지방의 산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난주의 경우 회사 직원이 결혼식을 충남 부여에서 하는 바람에 야영 짐을 차에 싣고 가서 칠갑산정(七甲山頂)에서 하룻밤 야영을 했었다.

 

그리하여 이번 주도 그렇게 할 요량으로 고향 근처의 산들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진주 월아산정(月牙山頂)에서 하룻밤 묵었으니 올해는 어디가 좋을까? 제일 먼저 바로 우리 동네에 있는 광제산(廣濟山)이 떠올랐다. 광제산은 진양기맥의 끝자락에 있는 산이라 조만간 기맥 종주길에 올라야 할 산이기도 하다.

 

그렇게 작정하고 마눌에게 광제산 야영을 제안하니 뜻밖에 지리산 이야기를 꺼낸다. 시제를 모시자면 일찍 가서 음식 준비를 해야 하니 야영보다는 전날 당일 산행을 하되, 이왕이면 지리산 상봉을 올라 보자는 것이다.

 

지리산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 속에서 종소리 하나가 울린다. "그래! 내가 왜 지리산 생각을 못 했지? 지리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그 산! 백두대간 종주를 처음 시작하며 신고하러 갔던 그 산! 어머니의 품처럼 넓고 아늑하며 넉넉한 그 산을 잊고 있었구나!"

 

여러 해 전 MBA 공부하던 때 허영호 대장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평생을 도전이라는 명제로 살아온 허대장은 어눌하였으나 진실해 보였다. 쉬는 시간에 싸인 받고 기념촬영도 했다. 동료 중 한 명이 허대장에게 국내 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이 어디냐고 물었다. 설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같은 우문(愚問)의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설악이었고, 나의 대답은 지리였다. 그렇게 지리는 누가 물어도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강/사/랑 제1의 산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지리는 접근이 쉽지 않고, 찾아가기 꺼려지는 기피의 산이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지리에는 우리나라 국가기관 중 가장 권위적이고 규제적이며 관료적인 조직이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산꾼이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일 뿐이다. 그 우범 집단들 중 그들에게 선택된 일부만 그 산에서 머물 윤허(允許)를 얻을 수 있다.

 

지리산이야 천년만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뚝하고, 그 산을 향한 동경이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건만 시절이 하 수상하니 갈똥말똥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지리에 가자란 말 한마디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머릿속에서 종소리 뎅뎅 울렸던 것이다.

 

지리산이란 그런 산이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의미의 산이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이유 없다. 짐 챙겨 지리산으로 향하면 될 일이다.

 

설산지리(雪山智異)!!


일시 : 2014년 12월 13일

세부내용 : 중산리매표소(09:40) ~ 법계교 ~ 칼바위 ~ 장터목갈림길 ~ 망바위 ~ 헬기장 ~ 로타리산장/점심식사 ~ 법계사 ~ 개선문 ~ 천왕샘 ~ 천왕봉 ~ 법계사 ~ 로타리산장 ~ 순두류길 ~ 순두류 ~ 중산리매표소(18:05)

총 소요시간 8시간 25분 


12월 13일 토요일 새벽 세 시 반에 눈을 떴다. 딱 두 시간 잠을 잤을 뿐이다. 전날 퇴근이 늦은 탓이다. 정말 힘들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침도 생략하고 간밤에 꾸려둔 짐 챙겨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이라 차가 막히는 곳은 없다. 대신 엄청나게 졸립다. 평소 잠을 다섯시간 내외로 적게 자는 편이라 늘 잠이 모자란 편인데, 간밤엔 그나마도 눈 잠깐 붙인 게 전부라 운전대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눈꺼풀이 감겨 온다.

 

천근만근 눈꺼풀과 전쟁을 하며 아래 지방으로 내려갔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아침 사 먹고 거의 비몽사몽으로 운전해서 중산리에 도착했다. 새벽같이 서둘렀는데도 도착하니 아홉시가 넘었다. 집에서 네시간 반이나 걸렸다.

 

도중에 중산리에서 매표소까지 오는 오르막은 완전히 빙판길이었다. 주차요금 징수원에게 이야기하니 간밤에 눈이 내려 그렇다고 한다. 곧 햇살 오르면 제설 작업을 할 예정이란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미 정상으로 향한 산꾼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주차장엔 이미 이삼십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우리도 한 켠에 주차하고 산행 채비를 꾸린다.

 


지리산/智異山

경상남도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에 걸쳐 있는 산. 높이 1915m이다. 신라 5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불렀고, 또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주봉으로 하는 지리산은 서쪽 끝의 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 반야봉(1751m) 등 3봉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100여 리의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한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을 중심으로 해서 각각 남북으로 큰 강이 흘러내리는데, 하나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의 상류로서 함양·산청을 거쳐 흐르고, 또 하나는 멀리 마이산과 봉황산에서 흘러온 섬진강이다. 이들 강으로 화개천, 연곡천, 동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 개의 하천이 흘러들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을 이루고 있다. 지형은 융기작용 및 침식·삭박에 의해 산간분지와 고원·평탄면이 형성되어 있고 계곡은 깊은 협곡으로 되어 있다. 최고봉은 섬록암(閃綠岩)으로 되어 있고 주변은 화강암·화강편마암의 지질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등 유서 깊은 사찰과 국보·보물 등의 문화재가 많으며, 800여 종의 식물과 400여 종의 동물 등 동식물상 또한 풍부하다.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지리산 입체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중산리 하늘이 맑다. 오늘 기온이 영하 11도로 쨍하게 추운 탓이리라.

 

 

 

# 하지만 상봉은 눈구름이 뒤덮고 있다. 지금 저곳은 눈내리고 칼바람 강력할 것이다.

 

 

 

# 이왕 늦은 것 최대한 느긋하게 준비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 나름 서두른다고 잠 두 시간 자고 새벽같이 출발했음에도 정작 산행을 시작한 것은 열시가 다 되어서이다.

 

 

 

# 입산시간이 지정되어 있다. 예전 권위주의 정권시절엔 야간 통행금지시간이 있었다. 친구들과 술 먹고 놀다가 12시가 가까워지면 통금시간에 쫓겨 허둥대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이 떠올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 길에는 아직 눈이 많지 않아 아이젠은 생략했다.

 

 

 

# 법계교.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

 

 

 

# 중산리계곡은 상봉까지 조망이 열려 있다.

 

 

 

# 수도권은 연일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데, 남쪽나라 이곳은 아직 계곡이 얼지 않았다.

 

 

 

# 우천 허만수의 비문이 있는 탐방안내소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천왕봉까지는 5.4km 거리이다.

 

 

 

# 아직 몸에 열이 돌지 않아 두꺼운 다운자켓을 입고 출발했다.

 

 

 

# 예전에 없던 통천길이란 대문을 통과한다. 하늘로 통하는 길이란 뜻이다.

 

 

 

# 지리 특유의 돌길이 금세 숨을 가쁘게 만든다.

 

 

 

# 마눌의 경우 백두대간 종주 때 이후 처음이니 무려 10년 만의 지리行이다. 나야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지리를 찾았다.

 

 

 

# 한차례 오름 이후 땀이 돌아 자켓을 벗고 간편한 차림으로 오른다.

 

 

 

# 매주 무거운 대형 배낭 무게에 시달리다 모처럼 당일 배낭 차림으로 오르니 아직은 가뿐하다.

 

 

 

# 마눌도 이번 지리행을 무척 반겼다.

 

 

 

# 이성계가 일도양단(一刀兩斷)한 칼바위.

 

 

 

# 다시 한호흡 치고 올라 출렁다리를 만났다.

 

 

 

 

# 오늘 이 산에는 다양한 경력과 차림의 사람들로 산길이 다채롭다.

 

 

 

 

#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대피소까지는 아직 2km를 더 가야 한다.

 

 

 

# 낯익은 장소의 낯익은 풍경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우리가 처음 지리를 찾았을 때 저 산죽잎이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었다.

 

 

 

# 오르막에서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팍팍하게 땡긴다. 그 느낌이 싫지 않다.

 

 

 

#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산길을 더듬으며 내 호흡에만 집중한다. 그로써 세상사 근심걱정은 모두 잊혀진다.

 

 

 

# 경고판 문구가 께름칙해 마눌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 마눌은 예전과는 달리 요즘 산에서 꽤 힘들어 할 때가 많다. 원래 산에서 펄펄 나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근력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 손발이 찬 사람이라 영하의 겨울산에 취약한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유독 손발이 찬 편이다. 때문에 몇 겹의 장갑이나 핫팩 등 준비를 철저히 해도 겨울 산에서는 늘상 고생을 많이 한다.

 

 

 

# 다시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 망바위에 도착했다.

 

 

 

# 법계사가 가까워지니 눈이 점점 많아진다.

 

 

 

# 대피소 전 헬기장에 도착했다. 법계사는 연무 속에 숨었다.

 

 

 

# 상봉은 아예 시야 밖이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모습 그대로이다.

 

 

 

# 덩치 큰 스님이 앉아 있는 듯한 저 바위도 여전하다.

 

 

 

# 로타리산장에 도착했다. 중산리에서 한시간 오십분이나 걸렸다.

 

 

 

# 간단히 간식만 먹고 상봉으로 올라 가려고 했는데, 마눌이 허기를 호소해서 그냥 짐을 풀었다. 딱 너댓 팀 식사준비를 할 수 있게 아담하다.

 

 

 

# 우리 동네에 순대국을 아주 잘하는 집이 있다. 겨울산에서 먹기 알맞아 보여 지리산에서 먹을 작정으로 포장을 했다. 하지만 새벽에 배낭에 넣자니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 그래서 집에 두고 간편하게 떡라면을 준비해 왔다. 간편하고 익숙하긴 한데 뭔가 아쉬웠다. 그래도 뜨끈한 라면 국물 안주 삼아 막걸리까지 마셨다.

 

 

 

# 고맙게도 옆집에서 수제만두를 나눠주어 국물이 더 풍성해졌다.

 

 

 

# 오후 한 시부터 천왕봉 출입을 통제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이들은 통제, 규제, 단속 등의 단어 외에는 아는 말이 없나 보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이래 십여 년 거의 매주 산을 찾았는데, 난 이 조직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응대하는 것도 못 보았고. TV에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을 인솔해 갈 때는 잘도 웃더라만...

 

 

 

# 통제 당하기 전에 얼른 짐 꾸려 출발했다. 정상까지는 곧장 2km를 치고 올라야 한다.

 

 

 

# 법계사 샘물은 얼어 붙었다.

 

 

 

# 출발 직후라 마눌은 몸에 열이 돌지 않아 손끝이 아주 찬 모양이다. 스틱을 쥐지도 못한다.

 

 

 

# 법계사는 눈속에 고요하다. 법계사 일주문이 태풍에 허물어졌나 보다.

 

 

 

# 법계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정상가는 길에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속계(俗界)가 아니라 법계(法界)이다.

 

 

 

# 법계사 이후부터는 경사의 질이 다르다.

 

 

 

# 적설량도 판이하게 다르다.

 

 

 

# 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 그 모든 것이 속계를 떠나 불법(佛法)의 세계(世界)에 왔음을 말해 준다.

 

 

 

# 결국 법계사를 기준으로 속계와 법계가 경계 짓는 것이다.

 

 

 

# 한걸음 한걸음 염주알 세듯이 걸음을 옮긴다.

 

 

 

# 그 걸음 걸음으로 번뇌와 망상의 찌꺼기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 법계사 이후의 지리는 완전히 설국이다.

 

 

 

# 이렇게 눈을 맞으며 산행하는 것이 얼마만인가?

 

 

 

 

# 점점 더 깊은 설국(雪國)속으로 들어간다.

 

 

 

# 가와바다 야스나리는 노벨상을 받은 소설 설국(雪國)의 첫 문장을 이렇게 기록했다.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 오늘 지리산은 그 소설 설국과 똑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법계사의 긴 오르막을 치고 오르자 눈의 고장 즉 雪國이었다."

 

 

 

# 그 설국의 정취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차례 길게 밀어 올린 개선문에서이다.

 

 

 

# 프랑스 개선문을 흉내낸 것이 못마땅했는지 누군가 '선'을 '천'으로 고쳐 두었다. 즉 개천문(開天門)으로 개칭한 것이다. 싸워서 개선하였다는 말보다는 하문을 열었다는 말이 더 정감가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 산자락의 진주시는 개천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예술제인 개천예술제가 진주에서 처음 열렸다. 

 

 

 

# 우리도 하늘문을 열고 올라 갔다.

 

 

 

# 오를수록 눈은 점점 더 많아 진다.

 

 

 

 

 

# 지난주 칠갑산정에서 야영하면서 눈구경을 실컷 했다 싶었는데, 그곳의 눈은 비할 바가 못 된다.

 

 

 

# 발밑에 밟히는 눈의 감촉이 참으로 좋다.

 

 

 

# 오늘 이 풍성한 지리의 눈길을 제대로 즐겨본다.

 

 

 

# 한차례 밀어 올려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눈가루 머금은 연무가 대기를 가득 메워 조망은 없다.

 

 

 

# 눈가루 뒤집어 쓴 나뭇가지가 산호가지처럼 굳었다.

 

 

 

# 구상나무 잎은 솜옷을 입었다.

 

 

 

# 한순간 강풍이 불더니 연무를 휩쓸고 나갔다.

 

 

 

# 덕분에 가까운 산자락은 시야에 들어 온다.

 

 

 

#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이곳은 사면이어서 바람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 경사 급하지만 바람 없으니 참 좋다.

 

 

 

# 그래도 낑낑 소리는 절로 난다.

 

 

 

# 잡목숲자락을 벗어나 위로 오르자 눈덮인 능선이 나타난다.

 

 

 

# 눈내린 산하는 수묵화로 변했다.

 

 

 

# 먹의 농담(濃淡)으로만 그린 그림같다.

 

 

 

# 경치 좋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 바람이 눈뭉치를 털고 가버려서 이 나무는 눈가루를 스프레이로 뿌린 듯하다.

 

 

 

# 한차례 진을 빼시고 휴식 중이시다.

 

 

 

# 산길도 잠시 평탄한 흐름을 허락한다.

 

 

 

# 하지만 뒷쪽으로 천왕봉 오름의 마지막 깔딱고개를 준비하고 있다. 정상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까만 점이 되어 있다.

 

 

 

# 편하게 걸어 천왕샘에 도착했다.

 

 

 

# 천왕샘 상단 바위엔 고드름이 나무뿌리처럼 늘어졌다.

 

 

 

# 천왕샘은 진주 남강의 발원이다.

 

 

 

# 그래서인지 이 강추위 속에서도 얼지 않고 졸졸졸 흐르고 있다.

 

 

 

# 나중에 마실 요량으로 주변 정리를 좀 해 두었다.

 

 

 

# 천왕샘 주변은 그야말로 설국 그 자체이다.

 

 

 

# 겨울왕국의 엘사가 어디선가 "Let it go~"하며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이다.

 

 

 

 

 

 

# 겨울을 주제로 한 영화의 한장면 그대로이다.

 

 

 

# 가파른 철계단을 넘어 상봉으로 향한다.

 

 

 

# 겨울왕국으로의 초대이다.

 

 

 

# 크리스마스 카드 속의 그림 같은 분위기이다.

 

 

 

                                 

# 정말 대단한 눈의 나라이다.

 

 

 

# 경치 황홀하나 갈 길이 아직 남았다.

 

 

 

# 정상부를 힘겹게 치고 오르는 사람들이 점으로 다가온다.

 

 

 

# 눈보라 휘몰아치고 있어 아스라이 멀게 느껴진다.

 

 

 

# 자, 이제 마지막 힘을 내면 된다.

 

 

 

# 로타리산장에서 우리에게 만두를 나눠졌던 분들이 앞장서 가고 있다.

 

 

 

#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가파르고 힘든 길이다.

 

 

 

 

# 마지막 오르막이 마눌에겐 무척 힘들었나 보다.

 

 

 

# 서너 걸음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손발이 차서 더 힘이 드는 모양이다.

 

 

 

 

# 급경사 설사면이라 중심잡기가 어렵다.

 

 

 

# 다 왔다, 이제! 저기 정상이다. 

 

 

 

# 정상에는 엄청난 강풍과 짙은 연무가 가득하다.

 

 

 

 

#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 마눌은 지난 2005년 백두대간 종주할 때 이후 처음이다. 그러니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 내 가슴 뛰게 하는 지리상봉에 올랐으니 나도 인증샷 하나 남긴다.

 

 

 

# 하늘을 향해 안테나 세워 교감을 시도한다. 지리여! 그대를 만나면 늘 이렇게 황홀하구나!

 

 

 

# 천왕봉 꼭대기엔 칼날같은 찬바람이 휘몰아치고있다. 순식간에 얼굴 버프가 얼음덩어리로 변한다.

 

 

 

# 제석봉, 반야봉쪽 조망은 제로상태이다.

 

 

 

 

# 그 와중에 칼바람을 뚫고 장터목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 우리도 원래 계획은 장터목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정상의 칼바람을 만나는 순간, 급 계획 변경을 해야 했다. 평소 마눌은 손발이 차가운 편인데, 칼바람 몰아치는 정상에 오르니 손끝 통증이 심해졌나 보다. 법계사쪽 하산을 강력 주장하여 들어 줄 수밖에 없다.

 

 

 

# 아쉽지만 주능은 다음을 기약하고 올라 왔던 길로 복귀한다.

 

 

 

 

# 아쉬운 마음에 정상을 자꾸 돌아 보게 된다.

 

 

 

# 이쪽 사면으로만 와도 바람은 한결 순하다.

 

 

 

# 문제는 정상 깔딱고개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는 일이다.

 

 

 

#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중심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 마눌은 또 한차례 힘든 긴장을 해야 했다.

 

 

 

 

# 크리스마스 트리 속으로 복귀.

 

 

 

# 인상적인 장면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 이 철계단도 경사가 급해 매우 조심스럽다.

 

 

 

#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다.

 

 

 

 

# 멋지다.

 

 

 

# 2주 연속으로 멋진 눈구경을 실컷 한다.

 

 

 

# 천왕샘으로 복귀했다. 올라 갈 때 급한 마음에 그냥 지나쳤던 천왕샘물을 마셔 보기로 했다. 각기 세 잔씩 마셨다. 맑고 차가운 샘물이 온 몸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세 잔을 마셨으니 삼십 년은 젊어졌으리라.

 

 

 

# 정말 대단한 눈세상이다.

 

 

 

 

# 나도 개선문보다는 개천문에 더 호감이 간다.

 

 

 

# 커다란 비둘기만한 새가 나뭇가지에 꼼짝않고 앉아 있다. 

 

 

 

# 폭설 때문에 먹이를 못 먹어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배낭엔 너에게 줄 식량이 이젠 없다.

 

 

 

# 처음으로 조망이 열리는 곳이 등장했다.

 

 

 

# 법계사 맞은편에 있는 세존봉이다.

 

 

 

# 문창대(文昌台)도 뚜렷하다. 문창대는 지리 10대 중 하나이다. 옛기록에는 '세존암'이라 적혀 있다. 孤雲 최치원의 흔적이 깃든 곳이다.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법계사를 왕래하면서 문창대에 올라 향적대의 바위를 과녁으로 활을 쏘았다고 하여 시궁대(矢弓臺) 혹은 고운대(孤雲臺)라고 불렀다 전해진다. 후일 문창대로 개명되었다.

 

 

 

# 법계사로 복귀했다. 법계사 일주문은 작년 태풍 때 허물어졌다 한다. 원래 법계사 일주문은 작고 소박한 사립문처럼 막대기 몇 개만 걸친 형태였다. 그러던 것을 몇 해 전 속세의 큰 절집들처럼 크고 격식 갖춘 일주문으로 공사하여 세웠다. 그 화려한 일주문이 영 못마땅하였는데, 부처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큰 바람으로 화려한 일주문을 밀어 버리셨다. 그랬는데 그러한 부처님의 생각을 못 읽고 다시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 법계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법계사 대웅전은 불상 대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다.

 

 

 

# 갈길 바빠 가볍게 둘러 보고 내려 왔다. 입구 안내소의 보살님이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것을 갈 길 바빠 정중히 거절했다.

 

 

 

# 왜인들이 우리나라 맥을 끊기 위해 박았다는 철심을 전시하고 있다.

 

 

 

# 로타리대피소로 복귀하여 간식 먹으며 휴식했다.

 

 

 

# 하산은 순두류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왔던 길 그대로 내려 가기가 뭔가 아쉬워서이다.

 

 

 

# 숲속으로 들어가니 바람이 없다.

 

 

 

 

# 광덕사교에 도착했다. 좌측 계곡으로 올라 가면 광덕사지가 나온다.

 

 

 

# 순두류까지는 2.1km를 내려 가야 한다.

 

 

 

# 마야계곡은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속에서도 얼지 않았다.

 

 

 

# 칼바위계곡길에 비하면 순하고 편한 길이다.

 

 

 

 

# 이곳에도 출렁다리가 있다.

 

 

 

# 계곡을 여러차례 건넌다.

 

 

 

# 이 길도 하산이 아주 멀고 지루하다. 길게 내려 낙엽송 군락을 만났다.

 

 

 

 

# 긴 하산끝에 임도를 만났다.

 

 

 

# 이곳은 순례길로 이름지어졌나 보다.

 

 

 

# 그런데 중산리까지는 다시 3.4km를 더 가야 한다.

 

 

 

# 넓은 임도를 따라 내려 가면 순두류 버스정류소가 나온다.

 

 

 

# 길이 얼지 않았으면 버스가 이곳까지 올라 온다.

 

 

 

 

# 반사경 장난도 해 본다.

 

 

 

# 길고 지루한 아스팔트 순례가 시작된다.

 

 

 

# 30여분을 넘게 걸어 법계교갈림길에 도착했다.

 

 

 

#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9시 40분에 출발하여 6시에 하산하였으니 8시간 20분이 걸렸다.

 

 

 

# 하산 후 진주로 이동하여 중앙시장에 있는 제일식당에서 국밥과 가오리무침으로 뒷풀이를 했다.

 

 

이후 숙소 잡아 하루종일 언 몸을 따뜻한 온수 목욕으로 풀었다. 그리고 뒷날 고향집으로 가서 시제를 모셨다.

 

이번 지리산행은 매년 연말에 고향에서 모시는 시제에 참석하는 김에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지리산이야 민족의 영산이고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한 곳이란 자부심의 산이다. 또 강/사/랑이 망설임없이 가장 좋아하는 산이라 내세우는 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통제로 꽁꽁 묶는 관료집단의 행태가 눈에 거슬려 몇년동안 발길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랑하나 멀리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지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지리산에 가자는 마눌의 말 한마디에 머리속에 종소리 뎅뎅 울림으로 스스로 증명이 되었다.

 

아, 지리는 그런 산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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