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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제왕산/帝王山-을미신년 제왕기운(乙未新年 帝王氣運)!!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제왕산/帝王山-을미신년 제왕기운(乙未新年 帝王氣運)!!

강/사/랑 2015. 1. 6. 20:09
[야영산행]제왕산/帝王山

 


백두대간 종주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니 2006년 여름의 일이다. 마눌과 함께 삽당령을 출발한 것이 이른 아침 6시였다. 석두봉, 화란봉을 넘어 닭목재에 이르니 해는 중천이고 더위가 극심하였다.

 

힘들게 고루포기산을 넘고 마지막 봉우리인 능경봉에 이르자 긴 여정과 무더위에 지쳐 거의 탈진할 지경이었다. 그럴만한 것이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가는 종주 구간은 거리가 27km에 달하는 장거리인데다 그날이 더위가 극심한 한여름이었기 때문이다.

 

바람없고 그늘없는 능경봉 정상에서 정상석 한번 만져 주고 좌측 숲에서 짐 내리고 오래 쉬었다. 그때 문득 반대편 숲 너머로 뻗어 내려가는 산줄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강릉 왕산면쪽으로 흘러 가는 짧은 산줄기였다. 하늘같이 솟은 대간에 비해 얕은 높이의 봉우리이기는 하나,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선 모습이 나름 기상이 있어 보이는 산이 그곳에 있었다.

 

지도 꺼내 확인해보니 '제왕산'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帝王(제왕)?" 그 이름 한번 거창하다. 산행마치고 자료를 확인하니 고려말 우왕(禑王)이 이곳에 와서 성을 쌓고 피난을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적혀 있다.

 

"오잉? 우왕이 이곳에서 성을 쌓았다고? 게다가 우왕이 머물러서 제왕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말이 안되는 것이 우왕은 강릉에 피난을 온 것이 아니라 유배를 와서 한달만에 죽었으며, 후세 역사에 왕으로 인정도 못받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무슨 성을 쌓았으며, 그로 인해 제왕산이란 이름이 주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이다.

 

우왕은 고려 32대 국왕이다. 1365년에 나서 89년에 죽었으니 24년의 짧은 생이었다. 재위기간도 11년에 불과하다. 우왕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아니다. 그저 그의 諱(휘)가 禑(우)였기 때문에 우왕이라 부른 것 뿐이다. 휘란 임금의 이름을 뜻하는 말이다.

 

우왕은 공민왕의 서자(庶子)이자 외동아들이다. 원래 이름은 불교식 이름인 '모니노(牟尼奴)'였다. 공민왕이 신돈(辛旽)의 비첩(婢妾)이었던 반야(般若)와 동침하여 낳은 아들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의 출생 신분은 확실치 않다. 공민왕이 모니노를 자신의 아들이라 공표하였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였던 탓이다. 공민왕은 총명하고 개혁적인 군주였으나 사랑했던 노국공주의 죽음 이후 주색에 탐닉하고 난폭하게 변하였다. 당연히 정사는 엉망이 되었고, 최악의 몰락으로 자신과 나라를 내몬 참담한 왕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말년의 공민왕은 여인보다는 남색(男色)에 더 빠져 있었다. 그런 탓에 우왕이 신돈의 소생이란 주장의 빌미가 되었다. 이성계 일파가 위화도회군 이후 최영을 고양으로 유배하고, 우왕을 폐위해 강화도로 유배시키면서 내건 대의명분은 '폐가입진(廢假立眞)'이었다. '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운다'는 말이다.

 

이성계 일파가 내세운 폐가입진의 근거는 우왕이 공민왕의 아들이 아니라 신돈의 아들이므로 그 이름도 왕우(王禑)가 아니라 신우(辛禑)라는 것이다. 아무튼 우왕은 그의 아들인 창왕이 시도한 복위운동이 발각된 뒤, 강화에서 여주로, 다시 강릉으로 유배지를 옮긴 뒤 한달 만에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역사는 늘 승자들의 기록이다. 훗날 조선朝 사가들이 기록한 고려사에는 우왕을 왕의 기록인 세가(世家)에 기록하지 않고, 반역자들의 기록인 열전(列傳) 반역조(反逆條)에 기록하였다. 그것도 왕의 명칭이 아닌 신돈의 아들인 신우로 기록하고 있다.

 

반정에 의해 왕의 자리를 빼앗긴 연산군이나 광해군도 君이란 호칭을 얻었는데, 우왕과 그 아들 창왕은 가장 참담한 역사적 대접을 받은 셈이다.

 

사실 그가 진짜 신돈의 아들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승자의 기록에는 폐가입진의 결과로 기록되어 있으나,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한 의도적 폄하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역사학계의 대체적인 인식 역시 그러한 모양이다.

 

야사(野史)에는 우왕이 사약을 받을 당시 자신을 죽이러 온 관리들에게 웃통을 벗어 겨드랑이에 있는 용의 비늘을 보여주며 자신이 왕씨의 자손임을 증명하였다고 전한다. 고려 왕족인 왕씨가 용의 자손이라 왕들이 모두 겨드랑이에 용의 비늘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승되어져 온 탓이다.

 

그렇게 역사에서 지워진 불운했던 우왕은 제왕산 자락인 강릉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고, 후세 사람들은 그 산에 제왕(帝王)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아마도 백성들은 역사의 패자(敗者)인 우왕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강했을 것이고,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왕으로 불리지도 못하는 그를 위해 그가 최후를 맞이한 산이름이나마 제왕이라 불러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왕(帝王)이란 황제와 국왕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불우한 우왕을 역사의 승자인 이성계보다 더 높혀 불러 준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니 제왕산이란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해지며 꼭 한 번 찾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을미년 새해 첫 산행지로 제왕산을 올라보기로 했다.

 

제왕산은 백두대간의 곁에 서 있으며,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산이다. 그 산정에서 하룻밤 머물며 동해바다에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 보노라면 백두대간의 정기와 제왕의 기운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을 듯한 느낌이다. 그런 바램을 안고 을미년 첫 주말에 제왕산을 향했다. 

 

 

을미신년 제왕기운(乙未新年 帝王氣運) !!


일시 : 2015년 1월 2, 3일. 쇠와 흙의 날.
세부내용 : 대관령 옛휴게소 ~ 고속도로준공비 ~ 인풍비약수터 ~ 능경봉 갈림길 ~ 임도 ~ 제 1전망대 ~ 임도 ~ 쉼터 ~ 솟대바위 ~ 제왕산/야영 ~ 대관령 원점회귀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일출을 동해 어느 바닷가의 산이나 한라산 정상쯤에서 보았으면 좋으련만 여러 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대안의 산들을 검토하는데 대관령에 있는 제왕산이 눈에 들어 온다. 대관령은 원래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면 선자령 일대는 눈산행을 나선 산객들로 시장통이 된다. 백패커들 역시 무더기로 즐겨 찾는 곳이라 선자령은 마땅치 않다. 능경봉은 대관령에서 너무 가까워서 제외.

 

제왕산은 해발고도가 841m에 불과하다. 인근의 능경봉, 고루포기산, 선자령, 새봉, 곤신봉 등 백두대간의 산들이 모두 천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인 것에 비해 소박한 높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에서 한 발 벗어나 있어 오히려 백두대간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점과 동해 방향으로 뻗어 있어 동해 일출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무엇보다 그 산정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제왕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더 강렬하였다. 그리하여 짐 챙겨 동해를 향해 길을 나섰다.



제왕산/帝王山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와 왕산면 왕산리 사이에 있는 산. 높이는 841m이다. 대관령과 능경봉을 잇는 선 중앙 지점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온 산줄기의 하나로 대관령 동쪽 낙맥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산세가 완만하며 참나무 숲과 낙엽송이 우거진 수풀이 곳곳에 있다. 평창군 도암면과 강릉시 성산면 경계에는 선자령이 있고, 북쪽으로 영동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관령 및 오대산국립공원과 마주본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제왕산까지 임간도로가 개설되어 있고, 대관령휴게소에서 얼마 가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는 우물이 있으며, 여기서부터 완만한 산 사면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제왕산에 이를 수 있다. 산행은 대관령휴게소에서 북쪽의 대관사로 이어지는 길에서 시작한다. 가파른 북쪽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강릉시 일대와 동해가 내려다보인다. 제왕산에서 북쪽 사면에 남대천 상류의 하나인 어흘리를 통과하는 작은 하천이 나타난다. 이 하천을 따라 과거 강릉과 영서 지방을 연결했던 대관령 옛길이 지금도 등산로로 많이 이용되고 그 북쪽에 456번 지방도가 있다. 이 북쪽 사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조선 시대 영동로의 숙박시설이었던 제민원터가 있고, 그 근처에 대관령자연휴양림이 있다. 여기서부터 더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어흘리에서 내려오는 하천과 마주치는 곳에 대관령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제왕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정말 오랜만에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신년 연휴의 영동고속도로는 교통정체가 심하다. 횡계나들목을 나와 459번 지방도 따라 동진하였다. 그런데 인근 산들에 눈이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심설산행을 하고 싶어 찾아온 길인데 실망이 크다. 10년  만에 옛대관령휴게소에 도착했다. 풍차가 씽씽 돌아가고 있다. 바람이 그만큼 강하게 불고 있다는 얘기다.

 

 

 

# 찬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부는지 자동차 문을 함부로 열 수가 없다. 잘못하면 젖혀져 부러질 지경이다. 차에서 내리니 30대 부부가 깔맞춤한 야영짐을 둘러메고 막 출발하려고 한다. 선자령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차림을 보아 백패킹에 서서히 맛을 들여 가는 단계인 모양이다. 보기 좋다. 그런데 찬바람 강하게 불어대니 부인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우리집 모습을 보는 듯하여 혼자 웃었다. 우리도 얼른 짐 챙겨 출발하였다.

 

 

 

# 눈이 없어 스패츠와 아이젠은 생략하고 출발했다. 시각은 이미 다섯시를 넘기고 있다. 출발이 너무 늦어 걱정이다. 아무래도 오늘 역시 야간산행을 해야 할 모양이다.

 

 

 

# 무거운 등짐 지고 가는 산꾼의 뒤로 노을빛이 노랗게 물들었다.

 

 

 

# 옛 고속도로 준공기념비이다. 이것 역시 십 년 만에 다시 보는 것이다.

 

 

 

# 우측에 들머리가 열려 있다.

 

 

 

# 대관령은 강릉시 관할이 아니라 평창군 관할이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능경봉거쳐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저 산길은 백두대간길이다. 나중에 백두대간종주를 다시 할 때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 능경봉까지는 1.8km이고 제왕산까지는 2.7km 거리이다. 한 시간 반쯤 걸릴 듯 하다. 결국 등불 밝혀야 할 모양이다.

 

 

 

# 몇 주 전 다녀 온 사람의 기록에는 눈이 가득했다던데, 지금은 응달에만 눈이 남아 있다.

 

 

 

# 올해는 서해안 지방에 폭설이 겨우내 내렸고, 강원도에는 가뭄이 극심하다.

 

 

 

# 금세 숲을 벗어 났다.

 

 

 

# 좌측 너머로 강릉과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강릉 가 본지도 참 오래되었다.

 

 

 

# 능경봉에도 눈이 별로 없다.

 

 

 

# 임도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올라간다.

 

 

 

# 인풍비 약수터 옆에 안내도가 서 있다. 오늘 우리는 지도도 없이 왔다.  제1 전망대, 솟대바위 거쳐 제왕산 정상을 오르고, 그곳에서 하룻밤 묵은 후 하제민원계곡 거쳐 대관령 박물관 쪽으로 하산하면 될 듯 하다. 단지 차량회수가 걱정이다. 그 얘길 듣고 마눌은 원점회귀를 주장한다. 그것은 내일 판단하고 일단 정상에 야영지가 있는 지부터 걱정하세!

 

 

 

# 감시초소 삼거리가 나온다.

 

 

 

# 이곳에서 숲으로 올라가면 능경봉으로 향하고, 임도를 따르면 제왕산 가는 길이다.

 

 

 

# 차단봉을 우회하여 임도길로 올라간다. 임도에는 눈이 하나도 없다.

 

 

 

# 동절기엔 배낭이 각종 난방용품으로 가득찬다. 내 것은 29kg, 마눌 것은 18kg이 나간다. 20kg 내외로 줄이는 지혜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 잠시 임도를 걸으면 고개 위에서 다시 산길이 갈라진다.

 

 

 

# 산길로 올라간다. 이곳에서 그냥 임도를 따라도 된다.

 

 

 

# 마지막 햇살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나그네의 뒷모습을 비춘다.

 

 

 

 

# 봉우리를 넘어가면 제1전망대가 나온다. 텐트 한 동 딱 들어 가겠다.

 

 

 

#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 선자령 쪽 백두대간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 통신중계소를 거쳐 새봉으로 넘어 가는 능선이다.

 

 

 

# 새봉과 그 너머로 선자령의 풍차들이 보인다.

 

 

 

# 우측으로 산줄기 하나 갈라져 나간다.

 

 

 

# 저곳이 제왕산이다. 산을 우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 보게 된다. 그런데 산정엔 눈이 전혀 없다. 심설을 꿈꾸었는데 실망이 크다.

 

 

 

# 제왕산 좌측 너머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 강릉시가지와 경포호,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 이곳에서 야영하면 동해바다를 박차고 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제왕산정에서 야영하며 일출을 보고자 하는 애초의 계획과 거리가 있고, 결정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리하여 일단 제왕산 정상으로 가보기로 했다.

 

 

 

                                  

# 그곳에 가면 이곳에 못지 않은 좋은 전망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 내리막길은 얼어 있는 곳이 많다. 아이젠없이 출발하여 그 내리막이 많이 조심스럽다.

 

 

 

# 길게 내려 임도를 다시 만났다.

 

 

 

# 고개 위 갈림길에서 그냥 임도를 따라도 이곳으로 올 수 있다.

 

 

 

# 임도를 따라 아래로 휘감아 내리면 좌측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 능선을 한차례 낑낑 밀어 올리면 넓은 공터가 있는 쉼터가 나온다. 텐트 몇 동 칠만한 공간은 충분하다. 다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정상에 야영자리가 없을 경우 다시 이곳으로 올 작정이었다.

 

 

 

# 대신 정면으로 조망은 훌륭하였다. 능경봉은 이미 어둠으로 둘러 싸였다.

 

 

 

# 우리가 출발한 대관령.

 

 

 

# 백두대간은 어둠속으로 잠기고 그 허리를 지나는 영동고속도로는 불을 밝혔다.

 

 

 

# 제왕산 정상까지는 두어 차례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 봉우리들이 모두 암봉이다. 어두운 밤길이라 많이 조심스러웠다. 

 

 

 

# 바람이 강해 몸이 휘청휘청 흔들렸다. 어둠에, 강한 바람에, 암봉에... 마눌은 바짝 긴장하였다.

 

 

 

# 생각보다는 힘들게 제왕산을 올랐다. 고사목이 있는 봉우리에 제왕산 정상이라 적힌 철제 정상 표지목이 서 있다.

 

 

 

# 진짜 정상은 그곳에서 조금 더 가야 했다. 대관령에서 한시간 반쯤 걸렸다. 산이 높지 않아 땀을 흘리진 않았다. 찬바람 강한 탓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곳 정상은 좁고 비탈져 야영자리를 만들 수가 없다.

 

 

 

 

정상석 어루만져 제왕의 기운을 받은 후 야영자리를 탐색했다. 정상을 넘어가면 멋진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공터가 나온다. 텐트 한 두어 동 들어갈 만한 자리가 있다. 하지만 그곳은 엄청난 바람이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자리이다.

 

다시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곁의 능선에 바람 약하고 텐트 한 동 딱 펼칠만한 작은 공간이 있다. 너무 좁고 숲에 가로막혀 조망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래서 마눌더러 기다리라 하고 나는 능선을 넘어 아래로 내려갔다.

 

긴 내리막을 내려가자 바람없는 곳에 묘지가 한 기 있고, 그 앞에 작은 공간이 있다. 겁많은 마눌 때문에 그곳은 패스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한 삼사백 미터 거리를 뒤져보았지만 마땅한 야영자리는 없다. 약수터 안내도에 나오던 제2 전망대는 아주 많이 이동해야 만날 수 있으려나 보다.

 

할 수 없이 정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대관령에서 출발하여 정상에 이르기까지 흘리지 않았던 땀을 이곳에서 흠뻑 흘렸다. 정상에 복귀하여 좀 전에 봐 두었던 능선 작은 공간에 집을 지었다.

 

 

 

# 능선은 응달진 숲 속이라 눈이 제법 쌓여 있다. 눈삽으로 눈을 모두 걷어 내고 자리 평평하게 고른 뒤 집을 지었다. 정확하게 우리 텐트 한 동 들어갈 자리를 갖춘 곳이다.

 

 

 

# 안주 마련하여,

 

 

 

# 막걸리 한 잔 쭈욱 들이킨다.

 

 

 

# 굉장히 추운 밤이었다. 다행인 것은 바람 넘어가는 능선에서 십여 미터 떨어졌을 뿐인데, 우리 싸이트는 바람이 한결 고요했다는 것이다. 다만 바로 앞의 소나무들이 무시무시한 바람 스치는 소리를 내며 밤새 우는 바람에 조금 스산하였다. 탕파에 물 끓여 침낭 속에 넣으니 훈훈하였다. 한 잠 자고 새벽에 눈을 떴는데 바깥이 훤하였다. 나가보니 보름달이 휘엉청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달빛 구경이 흐뭇하였다. 바람 차서 사진은 대충...

 

 

 

# 편안한 밤이었다. 바람소리는 밤새 무시무시 하였지만, 우리 텐트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바깥으로 나오니 막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 얼른 정상으로 올라갔다.

 

 

 

# 제왕산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깨끗한 일출을 볼 수는 없다. 석병산에서 갈라져 나온 만덕봉, 칠성산 위로 해가 솟아 오르고 있다.

 

 

 

# 얼른 사진 몇 장 찍고 팔 벌려 을미년 싱싱한 첫 해의 기운을 받아 본다.

 

 

 

# 흐흐흡~ 흐흐흡~ 새해의 기운과 제왕의 기운까지 함께 호흡한다.

 

 

 

 

# 그 뜨거운 기운으로 올 한 해 萬事亨通(만사형통)하기를! 그리고 國泰民安(국태민안)하기를!!

 

 

 

 

# 정상석이 그 기운을 받아 붉게 빛난다.

 

 

 

 

# 건너편 백두대간 산줄기에도 그 기운이 충만하다.

 

 

 

# 선자령에서 야영한 이들도 이 광경을 보고 있으리라!

 

 

 

# 정상에서 오래오래 기력충전하였다.

 

 

 

# 싸이트로 돌아왔다.

 

 

 

# 소나무 가지 넣어 백두대간을 감상해 본다.

 

 

 

# 색다르다.

 

 

 

# 빠알간 우리집도 햇살을 받아 더욱 붉게 빛난다.

 

 

 

# 얇은 헝겊 한 겹의 집이지만, 최고의 안식처이다.

 

 

 

# 을미년 올해도 함께 이 땅의 곳곳을 누벼 보자꾸나!

 

 

 

# 텐트 지붕 홀 속으로 태양이 들어 왔다.

 

 

 

# 아침 끓여 먹고 싸이트를 정리하였다. 부지런한 왕산면 주민 두어 분이 그 사이에 정상을 다녀 갔다.

 

 

 

# 편안한 하룻밤을 허락해 준 산신령께 감사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

 

 

 

# 간밤에 허겁지겁 도착했던 정상에서 차분하게 다시 정상 인증을 해 본다. 

 

 

 

# 정상석 끌어안고 제왕의 기운을 받아본다. 불우했던 우왕의 넋도 기렸다. 그동안에 단체 산악회 사람들이 속속 올라온다. 그들의 눈엔 우리의 짐과 채비가, 정상과 교감하는 일련의 행동이 마냥 신기한가 보다. 질문이 난무한다. 허허 웃고 얼른 정상을 떠난다.

 

 

 

# 아랫쪽에 있는 정상석도 다시 인증한다. 절규하듯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고사목이 이채롭다.

 

 

 

# 정상 근처에는 고사목이 많다.

 

 

 

# 잘 생긴 소나무도 많고,

 

 

 

# 역사를 간직한 산이라 그럴 것이다.

 

 

 

# 눈꽃 산행지로 유명한 곳인데 겨울 가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전방으로 가야 할 능선이 세로로 누워있다.

 

 

 

# 박물관 쪽으로 하산하는 것은 차량회수 문제때문에 버리고, 원점회귀를 선택했다.

 

 

 

# 능경봉이 우뚝하다. 뒷쪽에 숨어 있는 산은 고루포기산이다.

 

 

 

# 능경봉을 중앙에 두고 넓게 펼쳐 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고사목은 죽어서도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 이 노송은 살아 그  품위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 전방이 열린 암봉에서 백두대간의 흐름을 굽어본다. 고루포기산, 능경봉, 대관령, 새봉, 선자령, 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흐름이 가슴 벅차게 만든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구불구불 대관령을 넘어갔던 옛 고속도로와 터널로 뚫고 지나가는 현고속도로가 함께 건너다보인다.

 

 

 

# 능경봉 위로 비행기 날아간다.

 

 

 

 

# 통신중계소와 항공표시국.

 

 

 

 

# 대관령.

 

 

 

# 새봉.

 

 

 

# 선자령을 하나 하나 짚어 본다.

 

 

 

 

# 우측으로 고개 돌리면 동해바다가 보인다. 조망 하나는 최고인 산이다.

 

 

 

# 암릉길을 내려가면 솟대바위가 나온다.

 

 

 

# 위 아래의 모양이 사뭇 다르다. 솟대바위 끌어안고 교감해 본다.

 

 

 

# 편안한 산길이다.

 

 

 

 

# 어젯밤에 내려 오듯 제왕산을 향했으니, 하산길은 오히려 올라가는 듯 하다.

 

 

 

# 여러 모로 특이한 산이다.

 

 

 

# 어젯밤에 흘리지 않았던 땀을 하산길에 흘린다.

 

 

 

# 간밤에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던 암봉을 다시 만났다.

 

 

 

# 그 암봉 너머로 강릉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 경포호와 동해바다를 땡겨 본다.

 

 

 

# 사천진항도 가까이 해 본다.

 

 

 

 

# 아기자기한 산이다.

 

 

 

# 

 

 

 

# 대단히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 무엇보다 백두대간의 장쾌한 흐름을 정면에 두고 걷는 재미가 뛰어나다. 우리처럼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이들에겐 더더욱 감회가 새로운 산길이다.

 

 

 

# 화란봉, 석두봉을 넘어 남진하는 백두대간과 그곳에서 가지 친 산줄기들이 첩첩으로 겹쳐져 있다.

 

 

 

# 조만간 저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남진하는 방식으로 다시 걸을 작정이다.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즐기면서...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신사임당 사친비가 건너다 보인다. 관광버스들이 많다.

 

 

 

# 쉼터를 다시 만났다. 아직까지 바람이 많다.

 

 

 

# 대관령 심설산행은 다음을 기약해야 겠다.

 

 

 

 

# 연세 지긋한 사람들로 구성된 산악회에서 제왕산을 찾았다. 이들도 힘들지 않은 눈 산행을 기대했을 것이다.

 

 

 

# 임도 복귀.

 

 

 

# 이후는 계속 임도를 따랐다.

 

 

 

# 능경봉 갈림길로 돌아왔다.

 

 

 

# 능경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두어 명 있다. 그러나 기온 낮아 그런지 전체적으로는 고요하였다.

 

 

 

# 이 약수물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콸콸 잘 나온다.

 

 

 

# 韓之日月 國之乾坤 國泰民安 家給人足  한국의 세월이여 한국의 세상이여,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구나. 제발, 올 한해 그러하기를!!

 

 

 

#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간다.

 

 

 

# 능경봉을 돌아보았다. 지금 이 길이 백두대간길이다.

 

 

 

# 낙엽송 숲길을 지나,

 

 

 

# 현재 이 동네에서 눈이 가장 많은 숲도 지나,

 

 

 

# 숲을 벗어났다.

 

 

 

 

# 대관령 고개 위에는 무시무시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제대로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 그래도 조망을 포기할 순 없다.

 

 

 

# 동해바다 좋다!

 

 

 

# 갑자기 동해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그리하여 대관령을 넘어 동해로 가 보기로 결정했다.

 

 

 

# 하룻밤 멋지게 보낸 제왕산에게도 작별하였다.

 

 

 

#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 바로 눈앞에 보이는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이 바람 때문에 엄청 더디다.

 

 

 

# 낡은 우리 차는 그 자리에 꽁꽁 얼어 있다.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한번 망설이더니 다행히 잘 걸렸다.

 

 

 

# 숲을 벗어나서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그 잠깐 동안에 몸이 꽁꽁 얼어 버렸다. 그래서 김 모락모락 나는 매점으로 향했다.

 

 

 

# 제왕산에서 만난 산악회의 일행인가 보다. 이들은 정상은 포기하고 술을 달리기로 한 모양이다.

 

 

 

# 겨울에는 따끈한 어묵국물이 최고이다.

 

 

 

# 이윽고 10년 만에 다시 찾은 대관령과 작별하였다.

 

 

 

 

# 구불구불 대관령을 달려 내려가 동해바다를 찾았다.

 

 

 

# 주문진항이다.

 

 

 

# 연휴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 이 동네는 언제나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요즘은 복어가 제철이란다.

 

 

 

# 복어 요리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 가격이 사악하여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날 주문진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복어 요리를 먹을 수 있다.

 

 

 

# 복어회는 쫄깃한 질감 때문에 종잇장처럼 얇게 회를 썰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회 썰어 주는 곳에서 광어회 썰듯 뭉탱이로 회를 썰었다. 에이~  실망이 컷지만 그래도 간만에 먹는 복어회가 참으로 쫄깃하고 맛났다.

 

 

 

# 복어는 역시 맑은 탕으로 지리를 끓여야 시원하고 맛나다.

 

 

 

# 커피 마시려 안목항 커피골목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송정해변에서 동해바다 구경을 했다.

 

 

 

 

 

 

 

 

# 동해바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가슴 속을 청량하게 씻어 준다.

 

 

 

# 안목항 커피거리는 그냥 일반 카페가 10여 곳 있는 별무감동의 장소였다. 방송매체에서 요란을 떠는 통에 가 봤지만 그저 그랬다. 그리하여 그곳을 지나 남항진해변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안목에서 남항진 가는 바다를 재미있는 다리를 통해 건너게 만들어 두었다.

 

 

 

# 해파랑길을 단장하면서 만든 다리인가 보다.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해파랑길도 조만간 잔차로 가거나 걸어서 가봐야 할 길이다.

 

 

 

# 어느새 노을 지고 있다.

 

 

 

# 능경봉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저 백두대간길은 어제 오늘 다양한 표정으로 나를 오라 손짓한다.

 

 

 

# 백두대간 南進(남진)! 음... 조만간! 반드시!

 

 

 

# 남항진 해변.

 

 

 

# 노을 배경으로 깔고 낮달이 떴다.

 

 

 

# 남항진에 있는 카페에서 제법 맛난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안목으로 돌아갔다.

 

 

 

# 능경봉과 을미년의 각오를 다진 제왕산이 노을을 배경으로 우뚝하다. 감사했다.

 

 

그렇게 을미 신년의 첫 야영산행을 마무리했다. 제왕산은 눈꽃산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올겨울의 극심한 가뭄으로 지금 대관령 일대는 눈 구경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제왕산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왕산은 우리 역사상 가장 불우했던 왕들 중 하나이며, 그가 왕이었던 사실조차 부정당했던 우왕의 넋이 어린 곳이고, 그 우왕을 가엽게 여긴 후세사람들이 산이름이나마 제왕으로 붙여 준 배려의 산이기 때문이다.

 

제왕의 산에서 신년을 열었으니 제왕의 기운이 충만해졌을 터이다. 그리하여 신년의 기원조차 올해는 개인의 무사안녕 뿐 아니라 그 범위를 넓혀 국태민안까지 확대하여 빌어보았다.

 

韓之日月 國之乾坤 國泰民安 家給人足(한지일월 국지건곤 국태민안 가급인족)

한국의 세월이여 한국의 세상이여,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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