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야영산행]상안임도/上安林道-상안임도 썰매트레킹!! 본문
임도(林道)는 각종 임산물의 운반 및 산림의 경영 관리상 목적으로 설치된 도로를 말한다. 간벌(間伐) 등 산림관리를 위한 통행, 목재의 반출 등 산림자원의 이동 등에 유용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산불 발생 시 진입통로가 되기도 한다.
한때 임도는 산사태 유발, 절개지(切開地)의 경관적 손상, 생태계 교란 등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교조적(敎條的)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임도의 건설로 효율적인 산림의 관리가 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산림환경에 도움되는 바가 더욱 크다고 한다.
특히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관광휴양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도는 보건휴양자원의 개발과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임도의 역할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휴양과 레포츠의 수요 증대가 임도의 효율적 이용 증대는 물론 지역 교통의 개선과 지역 산업의 진흥에도 기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임도 건설현황은 총연장 18,384km에 불과하고, 임도 밀도 역시 ha당 2.8m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이웃 일본의 13m, 미국의 9.5m에도 한참이나 못 미치고 산림선진국인 독일의 45m/ha에 비하면 견줄 바가 못 된다.
이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은 보고서에서 임도를 임업분야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규정하고, 임도 밀도가 약 8.5m/ha에 달할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보고하였다.
이처럼 임도는 국가 산림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주요 인프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신규 임도를 계속 설치하지만, 생각만큼 활용성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살펴보면 우선 부족한 임도의 신규 건설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기존에 건설되어진 임도의 지속적인 관리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자연은 회복력이 강한 존재이다. 임도가 아무리 산림환경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도 인공 시설이고, 어떤 형태로든 자연에 제약을 가한 행위이다. 따라서 자연은 임도를 상처로 인식하고 스스로 치유하려고 한다.
실제 1대간 9정맥 종주를 하면서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산하를 두루 돌아보니 상당수의 임도가 건설 이후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된 결과 다시 숲으로 환원된 경우가 허다하였다.
10여 년 가까이 종주산행을 계속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꾀도 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종주 도중에 임도를 만나면 종종 마루금을 버리고 임도를 따르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상당수 임도가 관리부실로 다시 숲으로 돌아간 경우가 많아 도중에 길을 잃고 숲에 갇혀 고생을 하기도 했었다.
꼼수의 결과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하지만 임도가 제대로 관리되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고생인 것이다. 임도 관리가 우리 같은 꼼수 산꾼들을 위한 것이겠는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한 임도를 그냥 방치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산림의 효율적 경영관리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산림의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임도는 충분히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후관리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충분히 설치되고 지속적으로 관리된 임도를 산림관리의 측면뿐 아니라 보건휴양 및 레포츠의 기반 시설로 활용한다면 임도 건설과 관리에 투자된 재원을 회수함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대간 9정맥 종주 이후 이런저런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도전꺼리를 찾던 강/사/랑의 눈에 동절기 썰매트레킹이 눈에 들어온 것이 지난해 겨울이었다.
썰매트레킹이란 아이들의 겨울 놀잇감인 눈썰매에 야영 짐을 싣고 눈 덮인 산길을 탐험하듯 걷는 테마길을 말한다. 강원도 태백에는 '운탄고도(運炭古道)'라는 예전 석탄 활황기의 석탄 이동용 임도가 있다. 운탄고도란 이름은 누군지 모를 창의력 뛰어난 이가 이름 지은 이후 사람들 입으로 전해진 명칭이다.
석탄산업이 침체되자 더이상 석탄이 운반될 일 없어지고 임도는 방치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길을 걷기 열풍에 편승하여 산림레포츠 활동지로 재단장하였다. 그랬더니 우리같은 산꾼들이 썰매트레킹이란 희한한 산악레포츠를 탄생시켜 그 길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겨울 운탄고도를 썰매 끌고 걸어 보니 세상에 없는 이 색다른 트레킹 방식이 나름 재미가 쏠쏠하여 끌리는바 컷다. 그리하여 그 썰매길을 더 확장해 볼 욕심이 났다. 그 생각으로 이곳저곳 적당한 길을 찾아보는데, 눈 많은 강원도 일원의 임도가 제일 첫 탐색지가 된다.
그중 한 곳이 '상안임도(上安林道)'이다. 상안임도는 백덕산 자락을 한 바퀴 휘감는 임도길 중 횡성군 안흥면 쪽 사자산과 삿갓봉 일대를 휘감아 도는 20여 km 구간의 임도를 말한다. 낙엽송과 잣나무가 식재되어 있는 산림 사이로 설치되어 있고,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백덕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진작에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다.
MTB 동호인들 사이에 소소히 알려져 있던 곳이기도 해서 산악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아볼 계획도 있던 참이라 두 번째 썰매트레킹코스로 이곳을 선뜻 낙점하였다. 그 상안임도 썰매트레킹을 위해 오랫동안 창고에 넣어 두었던 썰매를 챙겨 길을 나섰다.
상안임도 썰매트레킹!! 일시 : 2015년 1월 17, 8일. 흙과 해의 날. 문재터널 ~ 임도 갈림길 ~ 문재 ~ 썰매트레킹 시작 ~ 문재골삼거리 ~ 972봉 사면임도/야영 ~ 868봉 상단 ~ 891.8봉 상단 ~ 997봉 전망대 ~ 사재골 갈림길 ~ 정자골 갈림길 ~ 잣숲 ~ 정자골 ~ 정자교.
올겨울은 참 독특하다. 겨울 가뭄이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유달리 눈이 적다. 특히 강원도 지역의 겨울 가뭄이 극심하여 강원도의 특징이랄 수 있는 눈이 내리질 않고 있다. 따라서 하얀 눈에 덮힌 설산의 사진 대신 먼지 풀석거리는 사진들이 각종 산행기를 장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눈 덮인 산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수소문을 하였는데, 눈 산행지로 유명한 백덕산이 눈에 들어 온다. 백덕산은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그 산자락 횡성 안흥쪽에는 상안임도가 있다.
상안임도는 MTB 동호인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는 임도이다. 그 임도를 지난 주에 누군가 노르딕 스키를 타고 통과했다는 정보가 레이더망에 걸렸다. 20여 km구간 전체에 눈이 풍부하였다는 소식이다.
그리하여 그 임도를 썰매 끌고 걸어 볼 작정으로 대형배낭에 썰매 매달고 집을 나섰다.
백덕산/白德山
<이곳저곳>
자동차에 각종 짐을 싣고 집을 나섰다. 곧바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호법쯤 이르자 주말 나들이 정체가 시작되고 있다. 평소 같으면 두 시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한 곳이지만 정체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새말나들목을 나와 42번 국도 타고 안흥면을 지나 평창 방향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인근의 산들에 눈이 하나도 없다. 지난주 상안임도를 지난 사람이 눈이 풍부했다고 했는데, 어째 산에 눈이 저렇게 없지? 아무래도 오늘 썰매 끌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만약 임도에 눈이 없으면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플랜B는 백덕산을 올라 그 정상에서 야영하는 것이다. 상안리를 지나 긴 고갯길을 치고 올라가니 문재터널이 나온다. 문재는 횡성에서 평창으로 넘어가는 오랜 고갯길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터널이 생기면서 옛 고개는 잊혀져 버렸다.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우측에 문재쉼터가 나온다.
# 문재쉼터 일대는 응달이라 눈이 많이 있다.
# 작은 정자 하나와 자동차 1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이곳에서 백덕산 등로가 시작된다.
임도에 눈이 없을 확률이 높아 무턱대고 썰매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마눌더러 차에 있으라 하고 홀로 산으로 올라갔다.
터널 좌측으로 올라가는데 눈이 많고 경사져서 매우 미끄럽다. 정세 파악을 위해 빈몸으로 와서 스틱도 아이젠도 없다. 조심조심 위로 올라가니 임도가 나오고, 좌측 멀리 백덕산 들머리가 보인다.
임도는 좌우로 길게 누워 있다. 지도 확인하고 우측길로 갔다. 100여 미터 가니 차단기가 나오고, 옛 42번 국도가 지나는 문재가 나온다. 그곳에서 임도는 또 양 갈래로 나뉜다. 일단 그곳의 임도에는 눈이 가득하다. 임도가 여러 갈래라 상안임도의 정확한 경로는 헷갈린다.
일단 차로 돌아가 썰매 챙겨 가기로 결정했다. 만약 임도에 눈이 없으면 짊어지고 가면 된다.
# 터널 좌측에 들머리가 열려 있다. 고속도로 정체로 1시간, 이곳에서 사전답사로 다시 삼십 분. 도합 한 시간 삼십 분 초과했다. 따라서 예정시간보다 출발이 많이 늦다.
# 작년 겨울 운탄고도 이후 꼭 1년 만의 썰매트레킹이다. 빨간 썰매를 매단 마눌의 뒷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 곧바로 이정목이 나온다. 좌측으로 올라 가라고 한다.
# 그 이정목 우측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다. 그런데 그곳엔 길이 없다. 눈이 덮혀 있고 잡목도 많다. 아마 눈 없는 계절에 고개로 바로 치고 올라가는 샛길인 모양이다.
# 임도로 접근하는 사면이 꽤 가파르다. 눈이 많아 미끄럽기도 하다.
# 오늘 우리 등짐은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다.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썰매에 묶어 끌 계획으로 왔으니 무게 부담이 조금 덜한 탓에 이것저것 더 챙겨서 그렇다.
# 한차례 낑낑 소리 질러가며 위로 올려 임도에 도착했다. 그곳에 이정목이 서 있다.
# 좌측으로 백덕산임도가 진행하고 있고 저멀리 등산로 들머리가 보인다. 그런데 마눌의 이야기에 의하면, 내가 사전답사하러 올라 간 사이에 두 사람이 썰매를 짊어 지고 올라 가더란다. 나는 이곳에서 우측 옛 문재로 갔다가 왔는데 그동안 썰매 진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가 간 길로는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 그들이 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좌측 임도를 따르기로 했다. 아마 무슨 이유가 있어 이곳으로 갔겠지. 이곳이 상안임도이든지, 아니면 우측 임도에는 눈이 없어서 이곳으로 갔든지.
# 정상 들머리를 지나 계속 임도를 따른다.
# 백덕산은 나중에 다시 일정을 잡아 올 작정이다. 정상 지나 조망 좋은 헬기장이 있다 하니 그곳에서 야영하면 될 것이다.
# 임도를 계속 따르는데 썰매 자국도 발자욱도 없다. 오룩스맵 작동 시켜 확인하니 우리 목적지인 상안임도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 스톱! 빠꾸 오라잇! 잘못 왔네. 애초에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가야 하네!
# 터널 갈림길로 다시 복귀했다. 칡사리재 방향으로 간다. 칡사리재는 도로 건너편에 있는 곳이다.
# 좀전에 내가 답사했던 문재방향으로 갔다. 통신안테나가 보인다. 그런데 마눌이 보았다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꼬? 이 길은 아까 내가 가 보고 온 길이니 이쪽으로는 오지 않았을 것이고, 백덕산 임도에도 없었으니 간 방향이 묘연하다.
# 임도차단기를 넘어 문재에 도착했다.
# 평창 방림으로 넘어 가는 42번 국도가 이곳으로 지나갔었다. 예전에 평창 뇌운계곡으로 송어 잡으러 갈 때 많이 넘었던 고개이다. 문재는 한자로 문치(門峙)라고 적는다. 옛지도에 문치라고 기록되어 있다. 횡성에서 평창으로 넘어 가는 대문의 역할을 하는 고개라 그런 이름을 얻은 듯 하다. 대동여지도에는 독치(禿峙), 즉 대머리고개라고 적혀 있다. 고개 인근의 산들이 민둥산이었나? 그 유래는 알 길이 없다.
# 좌측으로 올라 가면 문재고개 정상이 나오고 예전 이 고개가 활성화 되었을 당시 백덕산으로 올라 가던 등산로 입구가 좌측에 있다.
# 고개 좌측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통나무집이 한 채 있다.
# 그런데 마눌이 차안에서 보았다던 사람들이 막 썰매 세팅을 마치고 출발하고 있다. 아니,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올라 왔을꼬? 내가 그때 이곳까지 왔다가 돌아 갔는데 만나지 못했잖은가? 아마도 샛길로 올라 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또 있었나 보다.
# 2년 전에 간선임도 전체를 완공했다 한다.
# 햇살을 받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임도에는 적설량이 풍부하다. 눈이 없을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안심이 된다.
# 빨간 배낭 커버와 빨간 썰매로 깔맞춤했다.
# 배낭 내리고 줄을 허리에 두르면 세팅 완료이다.
# 배낭이 눈밭에 구르는 경우가 많으니 커버를 씌우고 썰매와 배낭을 스트레치 코드로 묶으면 짊어지거나 끄는데 불편이 전혀 없다.
# 세시경엔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정체와 사전답사로 지체가 있어 다섯시를 넘겨 출발했다.
# 시각이 늦어 임도엔 벌써 노을빛이 스미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 오랜만의 썰매트레킹이라 출발 당시의 기분은 최고였다.
#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 부담에서 벗어나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하다.
# 오르막이 나타나도 전혀 힘들지 않다.
# 임도엔 솔향이 가득하다.
# 이런 색다른 조건들에 한껏 고무되었다.
# 산모룽이를 몇구비 돌아 길게 내려가니 문재골 갈림길이 나온다.
# 저이들도 우리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틀간 이곳 상안임도에는 저이들과 우리 뿐이었다.
#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임도길이 명품숲길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숲으로 이어진 길이라 걷기코스로 좋은 모양이다. 그곳에는 나무데크도 있어 여름철 은밀한 야영 즐기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다.
# 다음에 저 숲속에서 하룻밤 보내 봐야겠다.
#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오늘은 상안임도를 따라 가야 한다.
# 어느듯 그늘진 응달이 계속 이어진다.
# 이곳 상안임도는 어찌된 것이 내리막은 없고 오르막만 계속 이어진다.
# 그나마 가파른 경사가 아니어서 힘이 들지는 않다.
# 그것이 이 썰매트레킹의 장점이다.
# 저분들과는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우리와 같은 정보를 듣고 오신 분들이었다.
# 상안임도 일대는 낙엽송과 잣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 낙엽송길은 먼 이국의 눈덮힌 산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 휴식하는 동안 저 팀을 다시 만났다.
# 작은 배낭을 등에 메고 썰매에는 더플백을 실었다. 트레킹 도중 눈이 없는 곳을 만나거나 아예 산을 올라 가야 하는 경우에는 곤란하겠다.
# 한차례 휴식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가 휴식한 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동산이 있고 넓은 공터가 있어 야영하기 알맞은 장소였다. 하지만 너무 적게 걸은 듯하여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 석양빛이 숲과 바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 겨울해는 짧다. 출발이 늦었더니 금세 해가 넘어 간다.
# 숲에 가려 온전한 일몰을 구경하진 못했다.
# 잠깐 짧은 내리막이 나타나 처음으로 썰매를 타 보았다.
# 긴 내리막이 아니라 금세 일어 서야 했다.
# 산모퉁이 하나를 돌자 아까처럼 바람 막아 줄 동산이 있고 넓은 공터가 있는 야영지가 나온다. 남자 두 명으로 이뤄진 팀은 그곳에서 야영을 한단다. 텐트 몇 동 더 칠 공간은 충분하였지만 서로 번거로울 것 같아 우리는 좀더 가기로 했다.
# 모퉁이를 대여섯 개는 돌았나 보다. 드디어 야영하기 알맞은 곳을 만났다. 바람 막아 줄 동산이 없는 점이 흠이기는 하나 평평한 공터가 넓은 곳이다. 다행히 바람도 없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서 야영을 한 흔적이 있다. 불을 피웠는지 불 피운 흔적이 있고 잔가지도 많이 모아 두었다. 아마도 오프로드 자동차 동호인들의 흔적인 듯 하다.
# 짐 내리고 집 한 채 지었다. 눈삽으로 싸이트를 정리했다. 눈이 오래된 상태라 딱딱하게 굳어 바닥공사가 어려웠다. 땀범벅이 되고서야 자리 정리하고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 바람은 없지만 굉장히 추운 날씨였다. 일기예보에서는 이날 횡성의 야간 기온이 영하 14도라고 발표했다. 우리가 야영한 곳은 해발 900미터가 넘는 곳이니 그보다 훨씬 기온이 낮았을 것이다.
# 저녁만찬이다.
# 아무리 술을 줄였어도 매주 이렇게 산에서 야영을 하니 기본적인 음주량은 만만찮다. 토요일 저녁 만찬으로 한 차례, 일요일 하산하여 하산주로 또 한 차례 술을 마시게 되니 그렇다. 그렇지만 그 술 한잔이 주는 즐거움은 도저히 포기 못하겠다.
# 굉장히 추운 밤이었다. 결로는 각오하고 텐트 환기창을 모두 닫기로 했다. 주변 점검하러 나왔다가 깜짝 놀랬다.
# 하늘 가득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좌측 상단에 북두칠성이 보인다.
# 별자리 공부가 적어 답답하였다. 하지만 별 이름은 몰라도 충분히 황홀하였다.
# 쨍하게 추운 밤이었지만 바람이 없어 편안하게 잘 잤다. 반면에 마눌은 좀 추웠었나 보다. 아침에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 나질 못한다. 무려 열 시간을 자고서야 자리 털고 일어 났다.
#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 방점이 되어 준 야영지였다.
# 느지막히 아침 끓여 먹고 짐을 꾸렸다. 주변 정리 끝낼 즈음 Two Man Team이 지나갔다. 서로 재미있는 트레킹을 빌어 주고 작별하였다. 이후 그들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 우리도 정리 끝내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 급할 것 없이 느긋한 출발이다. 그렇긴해도 너무 늦다. 이때 시각은 이미 열한시에 가까웠다.
# 지금 상안임도에는 자동차 바퀴자국이 깊게 파여 있다. 요즘 산림 관리할 일 없을 터이니 산림청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눈덮힌 임도길을 달릴려면 4륜 구동은 필수이고 그나마 험로용으로 개조를 해야 가능하다. 짐작컨데 오프로드 동호인들의 흔적인 듯 하다. 어제 우리가 야영한 곳의 캠프파이어 흔적도 그들의 작품일 터.
# 오늘 구간은 적설량이 많다. 따라서 자동차 바퀴 자국이 매우 깊다. 바퀴 폭이 좁으니 썰매가 그 바퀴 자국 속에 끼어 버린다. 끌고 가는 내내 뒤에서 누군가 잡아 당기는 기분이다.
# 마눌 배낭은 부피가 적어 그나마 바퀴자국의 저항이 덜한 편이었다.
# 그래도 수시로 배낭 점검을 해야 한다. 썰매가 바퀴자국에 끼어 뒤집히는 일이 잦은 탓이다.
# 적설량이 적은 곳은 저항이 없으니 씽씽 잘 나간다. 이 썰매 트레킹은 다 좋은데 바닥에 끌리는 썰매소리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 나란히 걸어가면 대화에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각기 제 소리만 한다.
# 아이들 장난감인 눈썰매를 이렇게 활용하니 훌륭한 이동수단이 된다. 세상사 모든 일이 다 그렇다. 활용을 잘 하면 그 투자비를 뛰어 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신선한 아이디어의 개발이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열정과 추진력이다.
# 줄곧 산허리를 빙빙 휘감아 돌게 되어 있다. 지나온 임도가 숲 너머로 보인다. 산사면에는 눈이 전혀 없다. 이 임도는 운탄고도와 달리 조망이 없는 점이 최대의 단점이다.
# 저 자동차 바퀴 자국이 정말 짜증유발자이다. 저렇게 깊고 좁은 고랑을 만들어 두었으니 도대체 썰매가 나가지를 않는다.
# 썰매 끼임이 비교적 적었던 마눌은 씽 내달려 앞서 가버렸다.
# 간간이 이렇게 조망이 조금이나마 트인 곳이 나온다.
# 당겨보니 우리가 지나온 임도가 산허리를 휘감고 있다.
# 썰매가 끼이고 넘어지고를 반복하여 꽤 짜증이 나 있는 상태이다.
# 그래도 오랜만의 색다른 도전이라 웃으며 갈 수 있다..
# 바퀴자국이 저렇게 깊게 파여 있으니 썰매가 지나가기에 무척 불편하다.
#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무수히 많은 나라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의 전쟁에는 마차가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 지금의 전차 정도의 역할이라 생각하면 된다. 각국의 도성에는 마차의 무게 때문에 형성된 마차길이 나 있어 마차들은 모두 그 길로 다녔다. 그런데 당시 나라마다 바퀴 폭이 달라 다른 나라의 도성에 들어 가려면 바퀴를 갈아 끼워야 했다. 힘 약한 소국들은 의도적으로 마차 바퀴의 폭을 달리 하기도 했다. 그래야 강국의 마차들이 쉽게 침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을때 제일 먼저 한 일은 문자와 도량형(度量衡)의 통일이었다. 더불어 마차 바퀴의 폭도 6척, 지금으로 치면 약 1.6m 폭으로 통일하였다.
# 전쟁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2천년 전의 고대에도 그러했다. 어찌되었건 자동차 바퀴자국 때문에 낑낑 힘 쓰면서 생각은 2천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고대로 달려 갔다.
# 썰매 끌어 당기느라 힘을 많이 써서 허리가 아프다. 배도 고프고. 배낭 속에 있는 간식 모두 꺼내 허기를 달랬다. 날씨가 춥긴 했나 보다. 맛밤이 꽁꽁 얼어 얼음과자가 되어 있다. 썰매트레킹을 가면 따로 의자를 챙겨갈 필요가 없다. 썰매가 훌륭한 의자가 된다.
# 허기 면했으니 다시 출발이다. 해가 높아지면서 하얀 눈에 반사된 빛이 강렬하다. 고글 착용이 필수이다.
# 좁은 고랑을 헤치고 나가고 있어 배낭은 눈구덩이이다.
# 썰매 바닥이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썰매 전체가 닿아 끌리는 수준이다. 나중에 확인하니 배낭 커버에 구멍이 뚫렸더라.
# 상안임도의 단점은 조망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운탄고도의 경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좌측으로 툭 트인 조망을 보여 준다. 임도의 폭도 이곳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 윗쪽 모퉁이쯤에 조망처가 있으려나?
# 그리고 또하나 아쉬운 점은 오르내림이 적다는 것이다. 어찌된 것이 처음 출발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르막만 나타난다. 급경사 오르막은 아니지만 꾸준히 오르막이 계속된다. 따라서 썰매를 타 볼 기회가 전혀 없다.
# 슬림하고 가벼운 마눌의 채비에 비해 내 배낭은 너무 크고 무겁다. 그리하여 바퀴자국에 완전히 끼인 상태로 쭈욱 끌고 왔다. 그 저항이 너무 강해 힘이 많이 들었다. 따라서 계속 뒤로 처진다. 마눌은 앞서가다 멈춰서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 배낭 부피가 크니 고랑에 걸려 썰매가 전복되는 일이 잦았다. 나중엔 썰매에게 마구 화를 냈다. 썰매하고 대화하며 싸우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던지 지켜보던 마눌이 깔깔대며 놀린다.
# 우리가 저 아래에서 봤던 산모퉁이 역시 조망이 없다. 대신 큰 참나무 한 그루 멋지게 서 있다. 적설량은 갈수록 많아진다.
# 눈이 많으니 고랑은 더 깊어진다. 급기야 썰매는 절반쯤 기울어져서 끌린다.
# 다시 모퉁이 몇개를 휘감아 돈 후 길게 치고 오르니 비로소 멋진 조망처가 나타난다.
# 지도에 해발고도 997m로 적혀 있는 곳이다. 전방으로 조망이 툭 트였다.
# 상안리의 마람골쪽 조망이다.
# 마람골에 있는 서초수련원이 내려다 보인다. 마람골은 마암골이라고도 부른다. 말 모양의 바위가 있어 그렇게 불렀다고도 하고, 예전에 마름이 살았다고 해서 그렇다고도 한다.
# 어제 출발하였던 문재쪽 조망이다.
# 뒷쪽 희미한 것이 술이봉이다. 백덕지맥이 저곳으로 이어진다.
# 전방의 조망을 파노라마로 펼쳐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42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나란한 산줄기만 땡겨보았다. 가운데 조금 솟은 산이 표때봉이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상안임도에서 처음으로 만난 조망처라 오래 그곳에 머물며 조망 감상하였다.
# 쉴만큼 쉬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 하루종일 이어지던 오르막이 전망대를 기점으로 끝나고 드디어 내리막이 나타났다.
# 이제 기대하던 썰매타기를 해보자!
# 운탄고도는 이렇게 썰매를 탈 수 있는 구간이 아주 많다. 그런데 이곳 상안임도는 이곳이 유일하다.
# 하지만 곧 바퀴자국이 만든 고랑에 걸려 멈추고 만다. 뭐냐 이거?
# 고랑에 걸리는 것이 귀찮아 그냥 짊어지고 가기로 했다.
# 무게 부담이 있긴 하지만 짜증 날 일은 없다.
# 길게 치고 올라 고개를 넘는다.
# 이 정도 내리막이면 썰매를 타고가야 하는데, 이곳은 오프로드 차량들이 남긴 흔적 때문에 불가하다.
# 우측 멀리 술이봉이 보인다.
# 임도가 우측으로 크게 휘감는 곳이 나온다. 임도가 없다면 산줄기 능선이 곧바로 아래로 흘러 내리는 곳이다.
# 사재산마을 가는 방향이란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이 고장에서는 사자산을 사재산(四財山)이라 부른다. 네가지 귀한 것이 나는 곳이란 뜻이다. 사재란 동칠(東漆), 서삼(西蔘), 남밀(南蜜), 북토(北土)를 말한다. 곧 옻나무와 인삼, 꿀, 그리고 식량 대용으로 쓸수 있다는 먹는 흙인 전단토를 가리킨다. 하지만 지도에는 모두 사자산이라 기록하고 있다. 사자산의 위치는 지도마다 모두 다르다. 문재에서 백덕산을 오르다 만나는 1145봉을 사자산이라 적어 둔 곳도 있고, 오두치에서 삿갓봉 거쳐 백덕산으로 가는 도중의 봉우리를 사자산이라 기록한 곳도 있다. 후자가 사자산인 것은 분명한데, 높이도 제각각이다. 월간 산은 1160m, 다음지도나 한국의 산 등은 1181, 또 어떤 곳은 1170이라 적어 두었다.
# 갈림길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길이 희미하고 잡목이 많다. 그냥 임도를 계속 따랐다. 두어구비 휘감아 내려 가자 정자골 갈림길이 나온다. 낙엽송이 빽빽하게 식재되어 있는 곳이다.
# 상안임도는 이곳에서 열댓구비 더 휘감아 오두치로 향하고 그 직전에서 맥수교 방향으로 탈출하게 되어 있다. 처음 계획 잡을 때는 그렇게 완전히 20km 넘게 걸어 볼 참이었지만, 바퀴자국에 끼여 고생을 하는 바람에 더 진행할 기력도 재미도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이곳에서 정자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 투맨팀도 이쪽으로 하산하였는지 썰매자국이 있다.
# 이제 자동차바퀴 자국도 약하니 그냥 끌고 가라고 해도 귀찮다고 계속 짊어지고 간다.
# 이 마을에서 관리한다는 잣숲이 나타났다.
# 잣향기 가득하다.
# 채 수확하지 못한 잣송이들이 이곳저곳 눈에 띈다.
# 은근히 힘든 일정이었다.
# 긴 내리막이다. 썰매 타자!
# 드디어 제대로 된 썰매타기를 하였다.
# 하루종일 목 말랐던 썰매타기를 정자골 내리막에서야 겨우 즐길 수 있었다.
# 전원주택들이 나타난다.
# 썰매타기는 계속 이어진다.
# 한껏 신나셨다!
# 그러더니...
# 꽈당! ^^ 넘어지긴 했어도 신나게 내려 왔다.
# 이 동네는 인삼농사를 많이 짓는다. 사재(四財)란 말이 그냥 옛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 사슴농장의 방목장이라는데 제법 운치가 있다.
# 정자골 마을길을 길게 내려갔다. 인기척 없이 고요한 마을이다.
# 자작나무 숲이 나타난다. 눈 내린 뒤 인제 자작숲을 다시 찾을 작정이다.
# 마을 입구 인삼밭가에 짐 내려 두고 혼자 도로로 나가 히치를 했다. 우리 짐이 워낙 덩치 크고 무거워 차 얻어 타기 어렵기 때문이다.
# 히치 시도 두 번째 만에 방림 어느 마을에 있다는 교회 목사님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 그 분 덕분에 편안하게 차를 회수할 수 있었다.
# 백덕산은 100대 명산이지만 한가한 산이다. 일요일 임에도 산으로 올라 간 팀은 너댓팀이 전부이다.
# 이후 마눌 픽업해서 물안리 송어횟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먹는 송어회가 아주 맛났다.
그렇게 상안임도 썰매트레킹을 마무리하였다. 썰매트레킹은 정통 산행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색다른 시도가 나는 좋다. 기본적으로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호기심이 나를 자꾸 다른 세상, 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렇게 다양한 호기심과 다양한 시도를 계속 즐겨 볼 생각이다. 그런 호기심과 시도가 지루한 일상과 반복적인 생활의 권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줄 단비가 될 것이다.
뱀발> 상안임도는 한적한 곳이다. 고요히 쉬고 싶을 때 가면 좋다. 폭설 한 번 내려 오프로드 차량들 바퀴자국이 없어진 뒤를 추천한다. 조망 감상하고 썰매 타는 재미도 즐기려면 운탄고도가 훨씬 낫다. 다만 그곳은 많이 알려져서 다소 번잡함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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