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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연인산/戀人山-상징과 활용!!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연인산/戀人山-상징과 활용!!

강/사/랑 2015. 1. 28. 16:03
[야영산행]연인산/戀人山

 

'가평(加平)'은 일찍부터 역사에 등장한 고장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가평군(嘉平郡)은 본래 고구려의 근평군(斤平郡)인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쳐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나온다.

 

삼국사기가 고려 인종 23년인 1145년에 김부식(金富軾)에 의해 편찬되었으니 지금에 이른다는 말은 고려시대를 말한다. 당시의 가평은 '아름다울 嘉'를 쓰고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아름다울 嘉와 더할 加가 혼용되었다 하는데,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 가평에 감무(監務)를 파견하여 독립적 행정을 보게 하면서 가평(加平)으로 부르게 되었다.

 

가평은 그 이름에 '평평할 平'자가 들어 있어 평야지대를 연상케 하나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산악지방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가평은 땅이 메마르고 산이 높고 일찍 추워진다(厥土塉山峻早寒). 간전(墾田)은 3,057 결이다. 논은 다만 123 결이다. 그 땅에 적합한 작물은 오곡·조·팥·참깨·뽕나무·삼이고, 공물(貢物)은 꿀·지초(芝草)이다. 약재는 복령(茯笭)·복신(茯神)이 있고, 토산(土産)은 잣·송이·느타리·산개(山芥)·신감초(辛甘草)·밤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토산물이 잣, 송이, 느타리버섯 등이니 달리 말할 바가 없는 곳이다. 작물 역시 오곡을 비롯해 조나 팥 등 이 주요 작물인데, 대부분 화전(火田)을 일궈 생산한 산물들이었다.

 

가평의 산줄기는 크게 세 개의 흐름을 이뤄 군(郡)을 감싸 안고 있다. 먼저 동쪽으로는 가평 뿐 아니라 경기 일원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華岳山)이 우뚝 솟아 응봉, 몽덕, 가덕, 북배, 계관산으로 흐르며 군의 경계를 이룬다.

 

두 번째 줄기는 가평의 주(主)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는 한북정맥 국망봉에서 흘러 내린 후 강씨봉을 거쳐 칼봉산으로 이어지며 군의 한가운데 축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씨봉에서 좌측으로 갈라진 산줄기는 계속 한북정맥을 이루며 운악산으로 솟구쳤다가 한북과 갈라진 후 주금, 서리, 축령산으로 이어지며 군의 서쪽 경계가 된다.

 

이렇게 세 줄기로 흐르며 가평을 형성하는 산들은 잘 알려진 것만 대충 세어도 칠팔십 개가 넘는다. 산이 워낙 많아서 그랬는지 이 많은 산들이 모두 제 이름을 갖고 역사에 등장했던 것은 아니다. 옛 지도나 지리서에는 견치봉, 강씨봉, 화악산, 검봉산, 보납산, 은두봉 정도만 제 이름을 얻고 있다.

 

1871년 편찬된 가평읍지에는 "納山自官三里 玉女峰自官十里 釰峰山自官二十里 超然臺自官三里 下北面光岳山自官六十里 上北面姜氏峰自官五十里 明主山自官五十里 犬齒山自官六十里 上面祝靈山自官六十里 下面雲岳山自官八十里"라고 가평의 산들을 정의하고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산은 지금의 보납산인 납산, 옥녀봉, 검봉산인 일봉산, 안산인 초연대, 지금의 화악산인 광악산, 강씨봉, 명지산인 명주산, 견치산, 축령산, 운악산 등이 있을 뿐이다.

 

칠팔십 개가 넘는 가평의 산 중에 제 이름을 갖고 기록에 등장하는 것이 채 열 개가 못 되는 것이다. 1871년이면 고종 8년이다. 대원군의 서원철폐가 있었으며 신미양요가 발발한 해이다. 고작 140여 년 전 일인데 그렇다.

 

그 이유는 우리 옛사람들이 산을 단순히 그 높이로만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님들에게 있어 산이란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의 삶과 밀접한 교류를 하는 관계망 속에서 이해되어져 왔다. 

 

이 땅의 산들은 조종(祖宗)의 산인 백두산에서 대간, 정맥, 기맥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고, 그 속에서 생명의 물을 생산한다. 또, 산은 그 물길을 갈래 쳐 인간세를 적시게 하여 산과 물과 인간이 연결되고, 누천년 교류하여 왔던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높이 솟아 있다고 해서 중요성을 인정받거나 그 결과 이름을 얻거나 하지는 못하였다. 산이 물길을 갈라 내고 그 품에 인간세를 안아 그 셋의 이야기가 얽혀 있어야 비로소 이름을 얻어 마땅했다. 그런 관계로 수십 개에 이르는 가평의 산들이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옛사람들에게서 홀대받아 온 것이다.

 

하지만 세월 흘러 더 이상 수렵채취의 목적으로만 산을 찾는 것이 아닌 세상이 도래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땅 곳곳의 산들을 다양한 목적으로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이름조차 얻지 못하였던 무명(無名)의 산들이 속속 새로운 이름을 얻고, 그 이름에 어울릴만한 새로운 전설까지 그럴듯하게 품게 되었다.

 

그런 산들 중에 연인산이 있다. 연인산은 가평의 승안, 상판, 백둔리를 아우르며 솟아있는 높이 1068m의 우람한 산이다. 가평의 산줄기 중 주 흐름인 강씨봉에 이어져 있다. 가평 8경 중 하나인 용추구곡의 발원을 이루고, 위로는 명지산, 아래로는 칼봉산 등과 이어져 그 맥도 굳건한 산이다.

 

하지만 이 산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이름을 얻지 못하였다. 다만 상판리 우목골 뒤에 우뚝 솟아 있다 하여 우목봉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구전으로만 전해졌을 따름이다. 한편, 모 월간지에서 월출산이라 주장하였지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런 관계로 1999년 가평군에서 지명위원회를 열어 이 산에 '연인산'이라는 다소 생뚱 맞은 이름을 지어 주게 되었다. 연인산 아래 용추골에 아홉마지기 전설이 전해져 왔고, 주인공인 길수와 소정이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착안하여 연인산이란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무후무한 네이밍으로 탄생한 연인이란 이름에 대하여 몇몇 재야(在野)의 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산이름이란 것이 역사성이나 지역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가평군의 산이름 지정 이유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산이름의 부여나 개정은 지명법에 의해 규정된 '산지와 하천의 지명 정비 기준'에 의거해 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준은 제 6조에 지명정비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원칙에 의하면 지명은 상징성, 역사성, 기원성을 가진 지명을 우선 채택하고, 현지 주민의 견해를 존중하며, 현지에서 불리는 지명을 우선적으로 채택해야 한다. 또, 지역실정에 부합해야 하며, 간결하고 사용에 편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연인산이란 이름이 그 원칙들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연인이란 이름이 상징성, 역사성, 기원성, 지역성 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지어진 이름이고 꽤 긴 세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굳어진 바 크므로 다시 다른 이름으로 개명하자는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 이름이란 것이 길과 같아서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왕 연인이란 말랑말랑한 이름을 붙였다면, 그에 합당한 상징성은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연인산 임도를 이용해 가족이나 연인들이 숲 체험을 하며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거나, 들꽃축제를 한다고 하니 그에 맞춰 전통 혼례식을 연인산중에서 유치하는 것 등등... 아이디어를 내다 보면 연인이란 네이밍에 합당한 다양한 상징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활용'이다. 그곳에 정답이 있다.   



상징과 활용!!



일시 : 2015년 1월 24,5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마일리/국수당 ~ 차단기 ~ 우정고개 ~ 우정고개 잣숲 ~ 잣창고삼거리 ~ 전패 잣숲 ~ 연인능선갈림길 ~ 연인계곡 ~ 샘터 ~ 능선갈림길 ~ 연인산장 ~ 정상갈림길 ~ 연인산정상 ~ 연인계곡 ~ 전패 ~ 우정고개 ~ 국수당.

 

 

연인산은 한때 백패커들의 성지(聖地) 같은 곳이었다. 들머리에서 한 시간 정도의 오름질 거리, 전패와 우정고개의 울창한 잣숲, 그 속을 흐르는 맑은 계곡 등은 좋은 야영지를 찾아다니는 등짐쟁이들에겐 최고의 장소였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한번 붐이 일어나면 무슨 광풍 불 듯 한꺼번에 몰려 드는 우리 민족성의 습성이 백패킹에도 몰아쳐서 제법 알려졌다 하는 야영지는 자리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게 되어 버렸다.

 

사람이 많이 몰려 들면 탁류(濁流)들이 끼어 들기 마련이라 쓰레기 투기, 불질, 고성방가 등등으로 이곳저곳에서 말썽이 일어나더니 급기야는 야영지가 황폐화되거나 출입금지가 되어 버린 곳이 허다하다. 연인산도 그러하여서 함부로 갔다가는 못 볼 꼴을 많이 보게 되었다.

 

게다가 연인산은 몇 년 전 야영마치고 하산하면서 동무가 몸을 다치는 사고까지 있어서 발길을 끊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게 연인산은 내 관심에서 오랜 기간 멀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연인산을 다시 돌아 보게 되는 일이 생겼다. 마눌 때문이다. 1대간 9정맥 졸업 이후 2년 넘게 야영산행 위주로 산을 찾고 있는데, 옆자리를 내내 마눌이 함께 동행해 주었다. 꽤 열심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웬만한 잣숲은 다 섭렵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에도 연인산은 항상 논외였으니 마눌에게 연인산은 계속 미답의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한때 좋은 야영지였다는 소문과, 연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좋소! 이제 세월도 웬만큼 흘렀으니 연인산을 한번쯤 찾아 볼 때도 되었는가보오. 짐 챙기시오, 연인을 찾아 가 봅시다!" 그렇게 마눌의 연인산 잣숲 체험을 위해 등짐 챙겨 집을 나섰다.



연인산/戀人山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 하면 상판리, 북면 백둔리의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1,068m로 1999년 3월 15일 가평군에서 연인산으로 이름짓고 매년 5월에 철쭉제를 지낸다. 906m봉은 우정봉으로, 우정봉 아래 전패고개는 우정고개로, 879m봉은 장수봉으로, 구나무산으로 부르던 859m봉은 노적봉으로 이름지었다. 5월이면 열리는 철쭉제에서는 800m봉이 넘는 장수봉, 매봉, 칼봉, 노적봉 등을 따라 2m 이상의 철쭉 터널이 이어져 자생 철쭉을 볼 수 있다. 등산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승안리에서 용추구곡을 지나 청풍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길과 백둔리에서 장수고개를 넘어 장수능선을 타고 엘레지샘터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길이 있다. 정상에 오르면 아재비고개 위로 명지산과 귀목봉이 한눈에 보인다. 하산할 때는 우정능선을 타고 우정골을 지나 용추구곡으로 해서 승안리로 내려오는 방법과 남쪽 샘터로 방향을 잡아 장수능선을 타고 장수고개를 넘어 백둔리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등산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린다. 백둔리에서 오르려면 장수고개로 정상에 오른 뒤 청풍능선을 타고 백둔리로 내려오는 길과 자연학교 갈림길로 내려오는 길, 우정능선을 타고 우정고개에서 마일리로 내려오는 길도 있다. 대중교통편은 가평에서 용추구곡행 버스를 타고 종점인 가래휴게소에서 하차하거나 백둔리행 버스를 타고 큰골삼거리에서 하차한다. 청평에서는 현리행 버스를 타고 현리에서 상판리행 버스로 갈아타 샛말 청암산장이나 명지민박에서 하차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연인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외곽순환도로 타고 북상하다가 퇴계원 나들목으로 나갔다. 47번 국도 타고 진접, 내촌을 지나 신팔리에서 37번 도로를 갈아 타고 하면 현리에 도착했다. 뜨거운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지방도로 타고 북상하여 마일리 국수당에 도착했다. 꼭 3년 만의 방문이다. 

 

 

 

# 짐 챙기는데 관리인이 와서 주차료를 요구한다. 당일은 사천 원, 일박은 팔천 원을 달랜다. 주차료 지불하고 영수증을 달래니 그런 것은 없다 한다. 결국 주차료 징수의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따져 보려다 간만의 방문인데 부정탈까봐 그만두었다. 우리에게 연인산은 조심성이 필요한 곳이다.

 

 

 

# 출발이 늦다. 오후 4시 50분이다. 지금쯤 야영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데 이제서야 출발이다.

 

 

 

# 도로에 눈이 없어서 아이젠과 스패츠는 생략하고 출발했다.

 

 

 

# 가평군에서도 올레길을 만들었구나. 하지만 별 관심은 없다.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이 길이 독창성도 부족했고 흥행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 산행 마치고 하산하는 이들이 우리들 배낭을 보고 눈이 똥그레진다.

 

 

 

# 1차 포스트인 우정고개까지는 1.7km거리이다.

 

 

 

# 곧 눈길이 나타난다. 바로 아이젠을 착용했다.

 

 

 

 

# 노을빛이 등짐 지고 올라 가는 산꾼의 배경을 장식해 준다.

 

 

 

# 예전에 없던 황토 전원주택이 생겼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 간 곳에서 예전에 사고가 발생했다. 입 꼭 다물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신속하게 통과했다.

 

 

 

# 고개 들어보자 우정고개가 올려다 보인다.

 

 

 

# 예전에 처음 연인산을 찾았을 때 우정고개로 가는 이 오르막이 참으로 힘들었다. 그때보다는 나이를 더 먹었지만 다리에 힘은 좀 많이 붙었다.

 

 

 

# 하지만 오늘 내 배낭은 30kg에 가깝다. 앞장서 가던 마눌은 걱정되어 자주 돌아 보았다.

 

 

 

# 어따, 박배낭 참말로 무겁다! 따뜻하게 잘 욕심, 맛나고 배부르게 먹을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렇다.

 

 

 

# 걱정마시오! 어여 갑시다!

 

 

 

# 무거운 등짐 짊어 지고 씩씩하게 잘 올라 간다.

 

 

 

# 한 칠팔십 먹어서까지 그렇게 다녀봅시다!

 

 

 

# 길고 가파른 돌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 등로곁 마당바위 위에 사람들이 던져 올린 작은 돌들이 가득하다. 연인산을 몇 차례 왔었는데 저 바위는 기억이 잘 없다.

 

 

 

# 마지막 급경사 길을 치고 오른다.

 

 

 

# 통신안테나 서 있는 우정고개에 도착했다. 까마귀들이 배고프다 까악까악 울어댄다.

 

 

 

# 여섯 시이다. 한 시간 십분 걸렸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이삼 주 전이면 깜깜한 밤중일 시각이다.

 

 

 

# 수고하셨소!

 

 

 

# 이 이정목은 나중에 산악자전거 타고 와서 다시 만나봅시다.

 

 

 

# 우정고개에서는 길이 다섯 갈래로 나뉜다.  두 곳은 산길이고, 세 곳은 임도이다. 한편 이곳 우정고개에는 두 곳의 대모 잣숲이 있다. 두 곳 모두 겨울에 동무들하고 야영을 했던 곳이다. 오늘은 일단 아랫쪽 잣숲을 찾아보기로 했다.

 

 

 

# 오늘은 날씨가 의외로 포근하다. 두꺼운 외투와 소프트쉘 자켓을 입고 출발했는데, 금세 더워져서 모두 벗어서 배낭에 올렸다. 짚티 한 장만 입었지만 그나마도 더워서 지퍼 열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 우정고개 아랫쪽 잣숲에 들어갔더니 이미 대여섯 동의 텐트가 설영되어 있다. 개인 텐트는 모두 비어 있고 중간에 설치된 본부 텐트에 둘러 앉아 술자리가 한창이다. 위하여! 건배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낭자하다. 워낙 넓은 곳이라 텐트 칠 곳은 아주 많다. 하지만 단체팀들 곁에서는 고요한 휴식은 난망한 일이다. 시각이 이미 늦어 다른 장로 이동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평화를 위해 이동하기로 했다.

 

 

 

# 잣창고 삼거리이다.

 

 

 

# 임도를 따라 제법 길게 걸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 다른 곳에 있는 잣숲 깊숙히 들어 갔다. 중간에 텐트 한 동이 설영되어 있는데 벌써 잠이 들었는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우리는 완전히 깊히 들어 가서 설영을 하였다. 고요하고 바람 한 점 없는 곳이다. 이미 어두워져서 등불 밝혀 놓고 집을 지었다.

 

 

 

# 우리집 메뉴에는 1년에 한 번 올라 올까말까한 돼지갈비 차림이다.

 

 

 

# 소시지도 구워 봤다.

 

 

 

# 술이 술술 잘도 넘어 간다. 이곳 역시 DMB도 인터넷도 불통이고 전화도 불통인 곳이다. 나지막이 음악 들으며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이곳 연인산에 관한 이야기와 이곳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 기온은 아주 낮은 밤이었다. 하지만 바람없으니 너무나 고요하였다. 계곡에서 물 떠와 끓인 후 탕파에 담아 침낭에 넣으니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포근하게 잘잤다.

 

 

 

# 우리는 평일날 잠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하여 주말에 산에 와서는 느긋하게 늦잠을 즐긴다. 이 날도 무려 열 시간이나 잤다.

 

 

 

# 간밤에 늦어 몰랐는데, 이곳은 개인 사유지라 야영을 금지해 두었다. 숲 주인이 야영을 막기 위해 나무를 베어 넘겼다. 야영자리를 폐쇄할 목적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 나무를 치우고 그곳에 야영자리를 확보해 두었다. 우리는 모르고 그 자리에 설영했던 것이다. 대단들 하시다. 나무를 치우고 야영한 누군가는 불까지 피웠다. 그 무지막지함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 야영을 막는다는 것을 안 이상 다시는 못 올 장소이다. 정말 아쉽다. 이렇게 멋진 장소가 무분별하고 도를 넘는 행위로 인해 폐쇄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금도(襟度)를 지켜 조용조용 흔적없이 다녀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언제부턴가 우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에서는 변을 참기로 했다. 처음에는 힘들더니 차츰 하루 정도는 참을만 해졌다. 땅에 깊게 파묻으면 자연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터이지만 그마저도 점점 미안해지는 요즘이다.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하면 어쩔 수 없겠으나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 이날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주변 정리를 하였다.

 

 

 

# 하룻밤 고요한 휴식을 허락해 준 잣숲에 감사하며 그 곁을 떠났다.

 

 

 

 

 

 

# 대단한 곳이다. 이곳에서의 야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연인산 정상을 올라 보기로 했다. 흔히 단체로 야영을 오면 과음을 하기 마련이고, 뒷날 정상 등정은 포기하기 일쑤이다. 이날 우정숲에서 야영한 팀들 중 정상에 온 팀은 하나도 없었다.

 

 

 

# 돌이켜 보면 처음 연인산에서 야영했을 때에도 나는 숙취에 쓰린 속을 찬 계곡물로 씻어 내고, 뒷날 낙동동지 두 람과 함께 정상에 올랐었다.

 

 

 

# 전패삼거리에 있는 연인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 정상까지는 2.1km거리이다.

 

 

 

# 본격적인 정상으로의 등정이다.

 

 

 

# 얼마 오르지 않아 온 몸에 땀이 흐른다. 다시 겉옷을 벗어 패킹한다.

 

 

 

# 나는 오늘도 홑겹의 짚티 한 장이다.

 

 

 

# 연인골을 따라 올라 간다.

 

 

 

# 눈이 습기를 먹어 신발 바닥에 엉긴다.

 

 

 

# 연인산은 물이 좋은 산이다. 한겨울에도 얼지 않은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 계곡길은 바람 없어 아늑하다.

 

 

 

# 계곡을 계속 넘나 든다.

 

 

 

# 응달엔 눈이 많다.

 

 

 

# 곧 경사가 급해진다.

 

 

 

# 지난 가을을 놓치기 싫었던 단풍잎이 한겨울에도 매달려 있다.

 

 

 

# 경사가 급한 곳은 얼어 있는 곳이 많아 조심스럽다.

 

 

 

# 저 통나무다리는 곧 무너져 내릴 듯 하다. 현재 나는 배낭 포함해서 백 킬로그램에 가깝다. 썩은 통나무 다리가 삐걱삐걱 위태롭다.

 

 

# 저 샘터는 이정목만 보았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이쯤에서 등로는 계곡길과 능선길로 나뉜다. 능선길은 올라가 보았고, 계곡길은 미답이라 오늘은 계곡길을 선택했다.

 

 

 

# 수족냉증이 있는 마눌은 야영산행에서 손발 차가운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요즘은 속장갑 안에 손난로 넣고 요리용 비닐장갑을 낀 후 방한장갑을 낀다. 그런데도 손발끝이 시려 내내 고생한다.

 

 

 

# 경사로에 고무재질의 무한궤도와 구멍 뚫린 철판을 깔아두었다. 저 철판은 왜국말로 아나망이라 부른다. 참 오랜만에 본다. 오랜 옛날 군대 가기전 잠깐 노가다 알바를 할 때 늘 보던 것이다. 

 

 

 

#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아 거의 다왔나 보다.

 

 

 

# 수목이 없는 정상부 고원지대가 나오고 좌측에 연인산장이 있다.

 

 

 

# 두 차례 모두 오르내림을 능선길로 다녀 저 산장은 먼발치에서 보기만 했다. 그래서 오늘은 안쪽을 한 번 구경해 보기로 했다.

 

 

 

#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버리고 갔는지 거대한 마대포대 세개에 가득하다. 자기가 쳐드신 것을 왜 산중에 버리고 간단 말인가? 도대체 그 대갈님 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 이곳 안이 너무나 더러워 야영하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오늘은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다. 누군가 야영한 후 그냥 두고 갔는지 김장 비닐이 침상에 깔려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 산장 구경을 마치고 다시 정상을 향했다.

 

 

# 연인산 정상을 올려다 본다.

 

 

 

# 대피소 갈림길에 있는 저 나무는 여전하다.

 

 

 

# 한 무리의 산객들이 대피소를 찾아 간다.

 

 

 

# 능선에 오르자 찬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다. 얼른 겉옷 꺼내 입어야 했다.

 

 

# 정상을 향한다.

 

 

 

# 바람이 등로에 있는 눈을 다 날려버렸다.

 

 

 

# 잠시 밀어올려,

 

 

 

# 연인산정(戀人山頂)에 올랐다. 이름을 연인이라 지었으니 가평군에서 주장하는대로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믿자.세상사 모든 일이 믿고자 하면 그렇게 되는 법이다.

 

 

 

# 굳이 역사성, 상징성, 기원성을 따져  무엇하겠는가?  이왕 연인이라 불렀으니 그 이름에 걸맞는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 스토리에 어울리는 컨텐츠를 발굴해서 알리고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 마눌은 연인산정에 올랐음이 자랑스러운가 보다.

 

 

 

# 연인산은 명지산과 이어진다.

 

 

 

# 우측으론 우정능선, 좌측으로는 장수능선과 연인능선으로 갈라진다.

 

 

 

# 연인골 너머로 운악산이 건너다 보인다. 찬바람 불고 쨍하게 추운 날인데 미세 먼지가 많아 조망은 없다.

 

 

 

# 운악산을 땡겨 본다. 운악은 예전에 한북정맥을 하면서 마눌과 함께 올랐었다. 조만간 그 정상에서 하룻밤 보내며 달구경을 해 볼 생각이다. 

 

 

 

# 우측 우정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 저 헬기장의 조망은 이곳 정상보다 더 훌륭하다. 바람을 각오한다면 저곳에서의 하룻밤도 멋질 것이다.

 

 

 

# 정상 뒷편으로 명지산이 건너다 보인다. 정면 능선을 따라 내려 가면 아재비고개가 나오고, 그곳으로 명지산이 이어진다.

 

 

 

# 저 명지산 우측 어깨쯤에 있는 데크에서 야영을 했었다. 달빛이 엄청 밝은 밤이었고 그 달빛 바라보며 마신 술이 정말 맛난 밤이었다. 마눌이 본격적으로 야영산행을 동행하기 시작한 산이기도 하다.

 

 

 

# 귀목고개와 귀목봉. 귀목봉은 좌측으로 강씨봉에서 흘러 내린 한북정맥과 이어진다. 2006년에 그 산줄기를 홀로 걸었다.

 

 

 

# 정상으로 돌아와 우정능선을 목표로 하산계획을 세운다.

 

 

 

# 저 헬기장에서의 조망이 그리웠던 탓이다.

 

 


# 연인산정과의 짧은 해후를 마치고 하산한다.

 

                     

# 찬바람 강하고 길은 미끄럽다. 바짝 긴장했다.

 

 

 

# 능선갈림길에 복귀했다.

 

 

 

 

# 연인산정을 돌아 본다.

 

 

 

# 예전에 비해 주목군락이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애초에 계획은 우정능선을 걸어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능선을 휘몰아치는 강풍에 무거운 배낭 멘 몸이 휘청거리자 마눌의 생각이 급변했다.

 

 

 

                               

# 결국 마눌의 바램대로 강풍을 피해 연인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자니 재미가 덜하다. 그래서 잠시 방심하였다. 좋은 길 놔두고 빙판 내리막으로 내려가다가 배낭 멘 채 벌러덩 미끄러졌다. 넘어지는 순간, 크게 다치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배낭 무게 때문인지 많이 미끄러지지 않고 멈췄다. 크게 다친 곳은 없고 옆구리만 조금 땡긴다. 연인산 하산이란 것을 잠시 잊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 길게 내려 능선갈림길에 도착했다.

 

 

 

# 올라 갈 때는 저 이정목을 못보았다.

 

 

 

# 한 번 넘어졌더니 걱정이 많다. 계속 돌아 본다.

 

 

 

# 저 다리는 필히  철거하고 새로 설치해야 할 것이다. 아주 위험하다.

 

 

 

# 엉터리 이정표이다. 올라 갈 때 마눌은 이 이정표를 보고 많이 고무되었었다. 하지만 정상까지는 600m가 아니라 1.5km 이상 남은 곳이다.

 

 

 

                                

# 가파른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 엄청나게 큰 멧돼지 발자국이 있다. 계곡에 물 먹으러 왔었나 보다.

 

 

 

 

# 전패 삼거리에 도착했다.

 

 

 

# 우측으로 꺾어 임도를 따른다. 나중에 MTB 타고 다시 올 작정이다. 여름에 가벼운 야영짐을 자전거에 매달고 오면 좋을 듯 하다.

 

 

 

# 갤로퍼에 지난 가을에 수확했던 잣을 잔뜩 싣고 간다. 낡은 차인데 힘이 좋다. 이 눈길을 거침없이 질주한다.

 

 

 

# 잣향기 좋은 전패숲길을 따라 이동한다.

 

 

 

                               

# 누군가 좋은 그림을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

 

 

 

# 저 두 분은 이날 여러 차례 만났는데 사면을 계속 뒤지고 다니더라. 물어보니 괴목을 구하는 중이라 한다.

 

 

 

# 한겨울에 잣을 수확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가을에 무엇했을꼬?

 

 

                      

# 전패에서 우정고개까지는 전체적으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그 거리도 1.5km 정도나 된다.

 

 

  

                    

# 한겨울 연인산에는 가을을 포기 못한 풍경이 많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빨간 단풍잎, 뒤늦은 잣 수확, 그리고 쓰러지지 않은 억새까지.

 

 

 

 

# 저 갤로퍼는 금세 한 차 부려 놓고 다시 돌아 왔다.

 

 

 

# 잣창고 삼거리에서 좌틀한다.

 

 

 

                     

# 우정고개 아랫쪽 잣숲에 돌아 왔다. 간밤에 위하여를 외치던 팀은 이미 철수했다.

 

 

 

# 잣숲 돌아 보고 다시 임도로 복귀했다.

 

 

 

# 긴 오르막이 은근히 힘이 든다.

 

 

                                

# 그래도 바람 없고 고요하니 소풍가듯 편안한 길이다.

 

 

 

# 우정고개에 다시 올라 섰다.

 

 

 

# 그곳에서 만난 두 중년 남녀 커플은 제각기 다른 길로 가서 소피를 본다.

 

 

 

# 우리는 곧장 국수당을 향해 하산이다.

 

 

 

# 하산은 우측에 있는 샛길로 했다.

 

  

                    

# 아름드리 잣나무를 만났다. 돌이켜보면 처음 연인산을 찾았을 때 저 나무 아래에서 쉬었다.

 

 

                    

# 문제의 내리막이다. 큰 위험요소는 없는 곳이지만 정말 조심하며 내려갔다.

 

 

 

# 차단기를 지나,

 

 

 

# 막바지 하산길로 접어 든다. 저 포장마차는 폐업을 했나 보다.

 

 

 

 

# 주차장으로 복귀하여 하산을 완료했다.

 

 

 

# 현리에서 실망스러운 짬뽕으로 뒷풀이를 했다. 무지막지하게 맵기만 하였다. 가끔 매운 음식이 끌리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매운 것은 혐오한다. 매운 맛은 입맛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음식솜씨나 재료의 신선함을 판별할 수 없다. 따라서 도를 넘은 매운 맛은 음식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렇게 연인산중에서의 하룻밤을 마무리했다. 연인산은 이미 여러 차례 그가 품고 있는 잣숲에서 밤을 보낸 곳이다. 연인산은 원래 백패커들의 성지였다. 하지만 마라푼타 같은 일부 몰지각들의 무분별한 행위 때문에 황폐해져 더이상 찾고 싶지 않게 되어 버린 곳이다.

 

게다가 산동무의 사고까지 겹쳐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곳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잊혀져 있던 연인산을 마눌 덕분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또 어떤 못볼 꼴을 보게 될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연인산은 푸르고 맑았다. 아무리 인간들이 난리를 치고 깽판을 쳐도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여서 늘 그 자리에 묵묵하고 스스로의 순리대로 깨끗해지고 있었다. 자연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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