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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당림리/塘林里-빨치산 산행!!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당림리/塘林里-빨치산 산행!!

강/사/랑 2015. 2. 4. 11:03
[야영산행]당림리/塘林里

 


강/사/랑의 고향은 경남 '진주(晉州)'이다. 진주는 지리산의 품 안에 든 도시이다. 그것은 이 작은 도시가 지리산과 산과 물로 그 맥(脈)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산맥(山脈)의 연결은 백두대간에서 갈래 친 '낙남정맥(洛南正脈)'이 역할하고 있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남으로 가지를 뻗어 하동 옥종, 사천 곤명을 거쳐 진주로 이어진다. 산맥의 연결은 뼈대가 이어졌음을 말한다.

 

지리의 주봉 천왕봉 9부 능선 바위틈에 샘물 하나가 솟아오른다. '천왕샘'이다. 그 샘에서 발원한 물은 굽이굽이 흘러 남강을 이뤄 진주의 한 복판을 흐른다. 수맥(水脈)의 이어짐이다. 물길의 연결로 핏줄이 이어진다.

 

그렇게 진주는 50여KM 떨어진 거리에 있음에도 어머니의 산 지리산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다닌 모든 학교의 교가(校歌)에는 지리산의 정기란 말이 들어간다. 낚시꾼 시절에는 진주 남강과 산청 경호강의 푸른 물결에 몸을 담그고 물속 고기들과 교감하였다. 그런 연유로 진주에서 나고 자란 이 몸은 지리산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동경(憧憬)을 느낀다.

 

몇 해 전 1대간 9정맥을 완주하고 나서 갈 곳을 몰라 잠시 방황할 때 지리산에 전념할 것을 계획한 적이 있다. 이삼 년 정도의 기한을 두고 매주 지리의 모든 산줄기를 더듬어 볼 생각이었다. 그러노라면 지리의 본질까지는 아니더라도 껍데기의 무늿결이나마 장님 코끼리 만지 듯은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계획을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 실제로 지리에만 올인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사시사철, 오 년이고 십 년이고 지리만 찾아들고 있었다.

 

지리산은 품이 넓은 산이다. 그 속엔 아흔아홉 골짜기가 제각각의 모습과 사연을 품은 채 뻗어 내리고 있다. 그 골짜기들은 어느 산정 아래의 고목나무 아래에서 발원하기도 하고, 어느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서 시작되기도 하면서 이골저골의 물들을 모아 지리산 품속 곳곳을 흘러내린다. 그렇게 흘러 폭포가 되기도 하고 소(沼)가 되기도 하고 호호탕탕한 물줄기가 되기도 한다.

 

지리에 미친 그들은 그 아흔아홉 골짜기를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 능선과 봉우리를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다니는 국공파 주장의 탐방로를 거부하고, 그들만의 길로 지리를 누비고 있었다. 이른바 '빨치산 산행'이다.

 

빨치산은 비정규의 유격대원을 말한다. 프랑스語 '파르티잔(Partisan)'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역사에는 해방 이후 육이오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에서 암약한 정식 명칭 '조선인민유격대'의 지리산 빨치산이 유명하다.

 

이현상을 사령관으로 하는 지리산의 빨치산을 남부군이라 불렀는데, 험준한 지리산의 산악지형을 이용하여 게릴라전을 펼쳤다. 지리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며 그 품이 넓다. 그 너른 품속에 그들만의 해방구를 만들고 은신한 채 게릴라전을 펼치니 그 토벌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성삼재, 노고단, 반야봉, 화개재, 벽소령, 세석, 천왕봉, 하봉, 왕등재로 이어지는 지리 주능선의 골짜기마다 빨치산들은 은거지를 만들고 그들만의 은밀한 길을 통해 산 아래 세상을 공격하고 후퇴하였다.

 

산은 능선과 골짜기로 오르내리게 되어 있다. 능선은 산맥의 길이다. 산은 능선을 통해 다른 산과 맥을 잇고 인간세와 연결된다. 그리하여 능선은 오르막의 길이다. 산 아래 어느 고장에서건 능선을 따르다 보면 마침내는 산정(山頂)에 오르게 된다.

 

반면 계곡은 물의 길이다. 산정(山頂) 부위에서 발원한 물은 본연의 습성대로 낮은 곳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 흐름을 따르다 보면 드디어는 강을 만나게 되고 인간세에 내려서게 된다. 그리하여 계곡은 내리막의 길이다.

 

빨치산은 은밀한 게릴라 집단이다. 세상의 이치대로 움직인다면 죽음에 이를 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짐승의 집에 머물렀고, 길 없는 길을 찾아다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출몰하고 생각지 못한 곳으로 도피하였다.

 

그러한 빨치산의 길처럼 길 없는 길을 탐험하며 나아가는 산행방식을 빨치산 산행이라 부른다. 지리에 미친 그들은 그러한 빨치산의 길을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계곡을 거스르고 정글을 뚫고 나가는 엄청난 체력과 지리산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 같은 책상물림의 백면서생(白面書生)이 감당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모두 불가능한 방식인 것이다. 게다가 겁 많고 걱정 많은 마눌까지 대동한 산행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접근이 어려운 산행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원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초짜 대간꾼 시절 늦은 밤에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허리까지 빠지는 낙엽더미 속을 헤매거나, 홀로 정맥산행을 할 때 꼼수를 부려 샛길을 찾다가 잡목숲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게 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한두 시간 길 없는 산속을 헤매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맥이 빠지는데, 땀범벅에 누더기가 되어 먼지 뒤집어쓴 자신을 살펴보면 영락없는 '빨치산 패잔병'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한 10여 년 매주 산을 찾아 제법 산행 이력이 붙고, 1대간 9정맥도 졸업하여 길 모를 먼 오지(奧地)를 더이상 찾지 않게 되어 다시는 그런 방식의 낭패한 산행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늑한 잣숲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을 찾아 떠난 지난 주말 또한번 길 없는 산속을 헤매는 일이 생겼다. 

 

춘천 어느 골짜기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예정에 없던 빨치산 산행을 오랜만에 다시 겪게 되었다.


 



빨치산 산행!!


일시 : 2015년 1월 31, 2월 1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당림리 일대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거의 매 주말 산속에서 야영하였다. 종주산행이나 심설 러셀처럼 극한의 체력소모는 없었지만 무거운 박배낭을 메고 산길 걷자니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리하여 이번 주는 좀 편안한 휴식의 야영산행을 계획했다. 그러자면 사람들 손길 덜 탄 아늑한 오지의 잣숲이 제격이다. 이곳저곳 정보를 탐색하다가 예전부터 눈여겨 봐왔던 춘천 당림리가 생각났다.

 

당림리는 여타 다른 잣숲처럼 대규모의 숲이 아니라 작고 은밀한 곳이어서 노출된 정보가 거의 없는 곳이다. 며칠을 계속 탐색을 해봐도 얻은 것이라곤 "병원"과 "돼지농가"란 딱 두 마디의 명사뿐이다. 항공지도를 이용하여 인근을 열심히 살펴보니 짐작이 가는 곳이 두어 곳 있긴 하지만 확신을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십여 년 대간, 정맥 종주나 백패킹을 다니면서 길 못 찾아 자빠진 적은 없다. 물론 간혹 심각한 알바나 낭패를 겪은 일이 있긴 했지만 결국은 모두 정확한 길을 찾기는 하였다. 그리하여 큰 걱정 없이 짐 챙겨 길을 나섰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당림리/塘林里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있는 리(里)이다. 
마을 대부분의 지형이 비교적 완만한 구릉성 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서쪽 방향으로 하천이 흐르고 있다. 마을 곳곳 산지가 분포해 있다. 자연 마을로는 당림, 고개밑, 안반지 마을 등이 있다. 당림 마을은 신당을 모시던 숲이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며, 고개밑 마을은 쇠피랑고개 밑에 위치한다 하여 이름 붙여지게 되었다. 안반지 마을은 지형이 안반같이 생겼다는 의미에서 불리워진 이름이다.

 

<이곳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당림리 지형도. 주황색 루트를 따라 현지를 헤맸다.(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고속도로를 달리다 강촌나들목으로 나갔다. 강촌을 거쳐 북한강을 건너고 삼악산 자락을 따라 서진하다 당림리로 들어갔다. 당림초등학교를 지나 길게 북상하였다. 당림리는 '신당을 모시던 숲이 있던 곳'이라 하여 부른 이름이라 전해진다. 신당이나 사당이라면 보통 '집 堂'을 쓴다. 하지만 이곳은 '못 塘'을 쓰고 있다.

 

물을 가둬 두는 연못을 나타내는 한자로는 '池(지)' 와 '塘(당)' 있다. 池는 정원의 연못이나 소류지 등 작은 연못을 가리킬 때 쓴다. 반면 塘은 "長莎謂堤爲塘(장사위제위당 ; 떼를 입힌 긴 방죽을 가진 못)"이란 말처럼 대규모 저수지를 가리킨다.

 

당림리는 골짜기가 좁아 방죽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다. 따라서 '집 堂'의 오류이든지 당숲이 언덕 모양의 골짜기 기슭에 있었든지 했나 보다.

 

길게 올라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입구에 주차하고 우측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 봤다. 응달이라 길은 빙판이 되어 있다. 이삼백 미터 올라가니 길이 좁아지는 곳에 독립가옥이 한 채 있다. 누구누구네 집이라고 아기자기한 장식물을 매달아 두었다.

 

응달이라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이다. 인기척이 없어 물어 보지 못하고 돌아 나왔다. 돼지 막사와는 거리가 있는 집이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 평도 못 되어 보이는 작은 초소가 있고, 연세 지긋한 경비가 졸고 있다. 딱 하나 남은 돼지 막사에 대한 정보를 물으니 위쪽 마을로 올라가야 된단다.  그의 말대로 차 몰고 윗말로 올라갔다.

 

윗말인 안반지에도 잣숲이 여럿 있다. 오늘 우리가 찾고자 하는 곳과는 별도의 잣숲도 있다는 정보를 본 적이 있다. 그곳의 골짜기로 들어가 보았다. 외딴집이 골짜기 안에 있는데 개들이 자지러지게 짖어 댄다. 그 소리에 질려 금방 돌아 나왔다.

 

안반지 마을 주민 두어 분에게 물어 보아도 돼지 막사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병원 쪽으로 도로 내려왔다. 단편적인 정보이지만 쉬골이 가장 정보에 근접해 보이는 곳이다. 쉬골 입구에 차를 세워 두고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도 길이 얼어 있어 매우 미끄러웠다. 백여 미터 들어가니 비닐하우스 농장이 있고, 좌측으로 골짜기가 열려 있다. 잣숲도 있다. 하지만 축사는 없다. 다시 쉬골을 따라 길게 올라 갔다. 이삼백 미터 더 들어 가자 넓은 임도는 끝나고 농장과 컨테이너를 이용한 주말용 주택이 있다.

 

그 앞에 SUV 차량 두 대가 주차되어 있다. 주택 안이 고요한 거로 보아  야영 들어간 사람들의 차량으로 짐작됐다. 제대로 왔나 보다. 기쁜 마음으로 골짜기를 돌아내려 왔다.

 

마눌에게 소식을 전하고 짐을 챙겼다. 마침 그때 노인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농장을 살피신다. 그분께 물으니 작년까지 쉬골 안에 멧돼지농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철거했다고 하신다. 옳지! 정말 제대로 왔다.

 

 

 

# 쉬골. 골짜기 안에 갈래 친 작은 골짜기가 여럿 있고 그곳마다 잣숲이 있다.

 

 

 

# 목적지를 제대로 찾았다는 벅찬 마음을 안고 쉬골로 올라 갔다.

 

 

 

# 위치를 제대로 몰라 당림리에서만 한 시간 반 넘게 소모했다.

 

 

 

# 이미 노을빛이 길게 골짜기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별로 걱정은 없다. 목적지를 제대로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골짜기 안은 완전 겨울 세상이다.

 

 

 

# 동일한 골짜기를 두 번째 올라간다.

 

 

 

# 돼지막사가 있었던 자리이다.

 

 

 

# 그 쪽으로 올라 가 봤다. 이곳보다는 본 골짜기의 차량들 서 있는 뒷쪽이 더 유력하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 골짜기 안으로 길게 들어갔다. 군데군데 잣숲이 몇 곳 있지만 야영지는 아니다. 한참을 올라갔지만 야영지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예전 화전민들의 집터만 나온다. 포기하고 그곳에서 그만 돌아 나왔다. 입구로 돌아오자 근처에 대규모 잣숲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비탈진 곳이고 정보와는 느낌이 다른 곳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마눌 세워 두고 혼자 올라 가 봤다. 잡목 우거지고 비탈져서 마땅치 않다.

 

 

 

# 갈래 골짜기를 포기하고 본류로 올라갔다.  잠시 더 올라가면 좀전에 내가 보았던 곳이 나온다. 주차해 둔 차량 두 대의 분위기가 영락없는 산꾼들의 차량이다.

 

 

 

# 농장 우측길로 올라갔다. 안으로 올라가자 의외로 골짜기의 폭이 넓다. 농장이 여러 곳 나온다.

 

 

 

# 다시 비닐하우스로 된 농장을 만났다. 인기척은 없다.

 

 

 

# 임도길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계속 위로 올라갔다.

 

 

 

계속 올라가자 산길이 완전히 끝나는 곳에 농장이 다시 하나 나타나고 골짜기는 좌우로 갈라진다. 우측길은 직진 길인데, 길은 없고 계곡만 위로 뻗어 있다.

 

반면 좌측길은 농장 우측으로 휘감으며 다시 작은 골짜기를 이루는데, 그 방향으로 길게 산길이 이어지고 그 길에 등산화 자국과 스틱 자국이 많다. 옳타쿠나! 정말 제대로 찾았다.

 

그 골짜기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중간에 두어 곳 계곡이 갈라지기는 하지만, 길은 뚜렷이 위로 이어지고 발자국도 계속된다. 그렇게 한참을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야영지가 도저히 나타나질 않는다. 길을 계속 가팔라진다. 그러면서 잡목이 우거지고 많던 발자국이 어느 순간 희미해진다.

 

얼마를 올랐을까? 잡목의 저항이 심해 분위기상 야영지로 향하는 길은 아니다. 실망한 채 다시 하산하였다. 좀 전에 계곡이 갈라지는 곳에서 좌측으로 길이 계속 이어지고 그곳으로도 발자국이 보였다. 그 갈림길에서 좌측 골짜기를 올라 가보기로 했다.

 

어느새 숲속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마에 등불 밝히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진정한 다음, 작은 골짜기를 따라 올라갔다. 다시 얼마를 올랐을까? 이곳도 길이 사라지며 발자국도 함께 사라져 버린다. 잣숲도 없다.

 

이곳도 아닌 모양이다. 골짜기를 도로 내려왔다. 저 발자국들과 스틱자국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입구의 농장 쪽으로 내려가는데, 우측 지계곡 위로 잣숲이 보인다. 마눌 더러 아래에서 기다리라 하고 다시 혼자서 그곳으로 올라가 봤다. 하지만 한바탕 잡목과의 싸움만 벌인 채 헛수고를 다시 했다.

 

결국 농장이 있는 계곡 끝자락으로 복귀했다. 마눌은 이곳은 포기하고 명달리로 가자고 한다. 명달리는 차에서 십여 분 거리에 우리가 잘 아는 잣숲이 두어 곳이나 있으니 시각이 늦어도 상관없잖으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까지 와서 헛수고만 하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꼭 잣숲에서만 자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까 올라오면서 봐 두었던 계곡 가의 공터나 농장의 원두막도 생각났다. 쉬골 계곡 어디든 짐만 풀면 될 일이니 이곳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계곡 끝자락 갈림길에서 돌아 내려가려다가 쉬골 본류의 계곡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곳으로 희미한 발자국이 몇 개 이어지고 있다. 마눌더러 그곳에서 기다리라 하고 본류 계곡으로 올라갔다. 발자국은 계속 위로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희망을 그곳에 걸어 보기로 했다. 소리쳐서 마눌을 불렀다. 시각은 늦고 기온은 떨어지는데 캄캄한 숲속을 다시 헤매자고 하니 마눌은 걱정이 태산이다. 만약 잣숲이 없더라도 어디 적당한 곳에 야영하면 되니 걱정 말고 따라오시게!

 

마눌 달랜 후 다시 앞장서 계곡을 치고 올라갔다. 이곳은 등로도 아니고 길도 없는 곳이다. 다만 계곡이 계속 위로 이어지고 있으니 그 계곡을 따라 누군가 위로 올랐고, 그 발자국을 따라 우리는 올라 가고 있는 것이다.

 

길이 없는 곳이라 잡목이 우거졌다. 우리는 배낭이 높고 무겁다. 배낭이 계속 나무에 걸린다. 게다가 계곡은 얼음으로 덮여 군데군데 미끄러운 빙판을 형성하고 있다. 순간순간 아찔한 장면이 이어지고 잡목의 저항에 힘도 많이 든다. 이마 등불에 의지하고 주위를 살피고 있으니 시야도 좁다.

 

한참을 올라가도 골짜기는 좁고 잣숲은 나올 기미가 없다. 지형상 도저히 잣숲이 있을 곳이 아니다. 어두운 숲속과 골짜기를 오랫동안 헤맸더니 온몸이 땀범벅이다. 그야말로 빨치산 산행이다.

 

더 고집을 피울 일이 아니다. 길 없음을 마눌에게 통보하고 실망한 마눌 달래며 계곡을 도로 내려갔다. 실망하여서인지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잠시 아래로 내려가다 올라갈 때 보았던 제법 넓은 공터를 다시 만났다. 올라가면서는 그냥 지나쳤는데, 가만 보니 잣나무도 몇 그루 서 있고 텐트 두어 동은 칠만한 공간이 있다. 다만 바닥에 잔돌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다. 이미 많이 지친 상태라  그런 흠결쯤은 고민할 계제가 아니었다.

 

눈삽으로 바닥을 고른 후 급한 대로 잔돌들을 골라냈다. 땅이 꽁꽁 얼어 있는 상태라 잔돌을 완전히 걷어 내지는 못했다. 에어매트 있으니 그 정도는 커버가 될 것이다. 얼른 집 한 동 세웠다.

 

 

 

# 집 짓고 나니 아홉 시가 넘었다. 당림리에서 이곳저곳 뒤지느라 한 시간 반, 쉬골로 들어 와서 네 시간, 도합 다섯 시간 반 동안 이 동네에서 헤맨 셈이다. 특히 어두운 밤에 길 없는 곳을 헤매고 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체력소모가 하다. 땀을 많이 흘려 속옷은 물구덩이이다. 얼른 물티슈로 닦아 내고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 시각이 많이 늦어 배가 무척 고팠다. 마눌은 얼른 저녁 만찬을 준비한다. 오늘은 특별 요리이다.

 

 

 

# 평소 오리고기를 제외한 육고기는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마눌이 소고기 살치살을 준비했다. 지친 뒤라 그런가 매우 맛있었다. 나중에 막걸리가 모자라 아쉬울 지경이었다.

 

 

 

# 비상용으로 선택한 야영지 치고는 훌륭한 곳이었다. 일단 바람이 없어 좋았고 계곡이 바로 곁에 있으니 물 공급이 원활하였다. 계곡물 떠다가 탕파에 담아 끓이니 품안이 포근하였다.

 

 

 

# 새벽에 소변 보러 나왔다가 깜짝 놀랬다. 계곡에 갇혀 기대도 못 했는데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밝게 빛나고 별들이 총총하였다. 좁은 하늘이나마 은근한 호사였다.

 

 

 

# 몇 시간을 헤맨 이후 엉겁결에 선택한 곳이다. 하지만 아주 편안한 하룻밤을 제공해 주었다.

 

 

 

# 아쉽기는 하지만 잣나무도 여러 그루 서 있는 곳이다.

 

 

 

# 바람은 없지만, 기온은 매우 낮았다. 우리 텐트는 홑겹의 싱글 월이라 결로에 취약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호흡으로 발생한 수증기가 모두 얼어붙어 텐트 표면은 하얗게 서리로 코팅이 되어 있다.

 

 

 

# 애초에 우리가 목적했던 그곳은 아니지만 비상용으로는 훌륭한 야영지이다. 여름에는 계곡이 바로 곁에 있으니 더 가치가 있는 곳이 되어 보인다.

 

 

 

# 아침 끓여 먹고 느긋하게 짐을 챙겼다.

 

 

 

# 짐 꾸리며 내가 오늘 이곳에서 끝장을 보겠노라 했더니 마눌은 바짝 긴장을 하였다. 카메라 뷰 파인더 속의 표정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농담을 했더니 그제서야 표정이 풀린다.

 

 

 

 

#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산 능선 하나를 넘으면 석파령길이 나온다. 우리가 머물렀던 야영지에서 작은 지계곡 하나를 치고 오르면 한 번에 그곳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아 그 지계곡으로 가 보았다. 하지만 잡목 때문에 도저히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마눌 생각은 어젯밤에 고생을 많이 했으니 그냥 하산을 했으면 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이곳까지 와서 잣숲을 찾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 간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어젯밤에 멈췄던 곳에서 계곡을 따라 계속 탐사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 정면의 저 능선을 넘으면 석파령이 나오니 이왕 이곳까지 온 김에 잣숲은 못 찾더라도 저 산능선이라도 넘어 보자고 마눌을 설득했다.

 

 

 

# 그리하여 정면의 산줄기를 목표로 산행을 시작했다.

 

 

 

# 눈 덮인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 간밤에 등불에 의지해 올랐던 곳이다. 시야가 좁아 무척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 간밤에 멈추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더이상 잣숲 찾기를 포기하고 돌아 내려갔었다.

 

 

 

# 좁은 시야에도 이곳에서 잣숲을 발견하기란 난망하단 판단이었다.

 

 

 

# 손발 끝이 시린 사람이라 스틱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지금 장갑안에 이너장갑과 비닐장갑, 그리고 손난로까지 들어있다.

 

 

 

# 계곡이 완전히 끝나는 부분이 나온다.

 

 

 

# 물론 희미한 계곡의 흔적은 있지만 장마철에나 물기를 볼 수 있겠다.

 

 

 

# 길이 사라지자 망연자실하여 서 있다.

 

 

 

# 우측 급경사 사면에는 짐승의 길이 나있다. 짐승들은 이 가파른 사면을 타고 내려와서 물을 마시나 보다.

 

 

 

# 망설이는 마눌을 다그쳐서 우리도 길을 개척해 나간다.

 

 

 

# 누군가 오래 전에 지난 듯한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간다.

 

 

 

# 가파른 사면에 잡목들의 저항까지 심하여서 치고 오르기가 매우 힘들다.

 

 

 

# 대형배낭까지 메었으니 더욱 길을 뚫기가 어렵다.

 

 

 

# 잡목의 저항이 워낙 심하니 마눌은 짜증만발이다.

 

 

 

# 이쯤에서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경사는 급격하게 가팔라져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서 있기가 어렵다. 마눌은 이런 길도 없는 급경사 사면을 치고 올라서 어쩔 셈이냐며 강력하게 항의한다. 정면의 저 산이 빤히 올려다보이만 실제로 저 능선을 넘어가려면 엄청난 시간과 체력소모가 기다리고 있음을 짐작한 까닭이다. 게다가 길도 없고 잡목의 저항이 극심하니 더욱 그러하다.


마눌의 쿠데타에 더욱 난감해 졌다. 사실 나도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줄 예상치 못했다. 그렇다고 마눌의 말처럼 이곳에서 돌아 간다는 것은 힘이 훨씬 더 들고 위험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오룩스맵을 작동하니 우리가 서 있는 사면에서 백미터 이내에 임도가 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임도 표시가 가는 실선이라 정확히 있는지 확신이 없다. 일단 마눌은 그 자리에 세워 두고 혼자서 급경사 사면을 치고 올라갔다. 얼마를 올랐을까? 건너편 산의 사면으로 휘감아 도는 임도의 흔적이 올려다보인다. 임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확연히 구분되지만 아래에서는 확실치가 않다. 그래도 일단 희망이 있는 것이니 소리쳐서 마눌을 불러올렸다.

 

 

 

# 상황이 급박하니 손끝 시린 것도 잊고 최대한 스틱에 의지한 채 사면을 치고 오른다.

 

 

 

# 고생이 많타! 미안타!

 

 

 

 

# 지금은 오직 전진만이 살길이다.

 

 

 

# 경사가 하 급하니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수리만 나온다.

 

 

 

# 마눌 산행 인생에서 손꼽힐 난코스 중 하나일 것이다.

 

 

 

# 잡목이 잡아채지만 않아도 어느 정도 오를만 할텐데...

 

 

 

# 길 없는 급경사에 대형배낭의 무게와 부피, 그리고 잡목의 저항까지 뚫어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바램대로 그곳에 임도가 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아랫쪽 급경사 사면에서 참 원망을 많이 들었다.난감하였다. 마눌의 강한 항의 앞에 나도 잠시 맨붕상태였다. 앞길에 대한 정확한 확신이 없었던 탓이다. 모든 일이 그러할 것이다. 인생에서 확신을 갖게 만드는 혼돈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전진하였더니 길은 있었다.

 

 

 

# 죽을 힘을 다해 임도에 올라 선 후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다.

 

 

 

# 미안하오! 고생하셨소! 정말 엄청난 빨치산 산행이었다.

 

 

 

# 한숨 돌린 후 주변을 돌아본다. 이 임도는 당림리 임도이다. 계관산의 채종원을 거쳐 북배산 자락을 크게 한 바퀴 휘어 감고 다시 석파령을 거쳐 삼악산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임도이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예전에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임도이다. MTB 라이더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임도인 탓이다. 그런데도 그 임도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그렇게 혼란을 겪었다.

 

 

 

# 전방으로 조망이 트였다.

 

 

 

# 몽덕, 가덕, 북배, 계관 즉, 몽가북계의 흐름이다.

 

 

 

 

# 임도는 산허리를 휘어감아 계관산으로 향하고 있다.

 

 

 

# 옆에서 보아 이렇게 희미하니 아래에서는 임도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

 

 

 

# 우리가 치고 올라 온 경사이다. 어마무시하다.

 

 

 

# 그 경사를 다시 한 번 내려다 보고는 몸서리 친다.

 

 

 

# 애초에 내가 계획한 것은 다시 저 능선을 넘어 석파령으로 곧장 넘어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사를 쳐다보니 빈몸으로도 매달리기 어렵겠다.

 

 

 

# 미련을 버리고 그냥 임도를 따르는 것이 상책이다.

 

 

 

# 이렇게 편안한 길을 두고 길 없는 사면을 치고 오를 일 없다.

 

 

 

# 햇살 따스하다.

 

 

 

# 양지 바른 곳은 어느 가을날 분위기까지 난다.

 

 

 

# 임도는 상당한 거리이다. 여러 구비를 돌아 간다.

 

 

 

# 커다란 창같은 모양의 고드름이 매달렸다.

 

 

 

# 이 임도는 지금 우리가 첫 통과자이다.

 

 

 

# 다만 짐승들의 발자국은 가득하다. 굉장히 큰 고양이과 동물의 발자국이 눈에 띈다. 삵인가?

 

 

 

# 조망이 트인 곳이 나온다.

 

 

 

# 아마도 계관산인 듯하다. 방화선이 능선을 따르고 있다.

 

 

 

# 나중에 저 임도를 따라 잔차 타고 한바퀴 해야 겠다.

 

 

 

# 구불구불 길게 돌아 차단기를 만났다.

 

 

 

# 당림리 임도 표지석이 서 있다.

 

 

 

# 그 바로 앞이 삼거리 갈림길이다.

 

 

 

# 춘천시에서 봄내길을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이 이정목은 별로 쓸모가 없다. 이정목이란 것이 가야할 목적지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해 줘야 하는데 그냥 석파령너미길이란 길 이름만 적어 두었다. 어쩌라고?

 

 

 

# 그래도 이정목 있는 삼거리를 만났으니 한숨 쉬어가기로 했다.

 

 

 

# 간식 먹으며 느긋하게 휴식하였다.

 

 

 

# 정면으로 삼악산이 건너다 보인다.

 

 

 

# 마눌은 삼악산이 미답이라 나중에 야영짐 지고 다시 올라 가 봐야겠다.

 

 

 

# 삼십 분 넘게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 대박골을 향해 하산하는 길이다.

 

 

 

# 대박골 하산길은 임도가 아주 크게 구불구불 휘어 감는다.

 

 

 

# 멀리서 보니 그 길이 참으로 한가하고 고요하다.

 

 


#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짧은 지름길이 되겠는데 그 경사가 너무 급하고 잡목 우거져 그냥 임도를 따랐다.

 


# 사진 찍느라 마눌과 많이 떨어졌다.

 

 

 

# 하지만 짧은 구간이나마 지름길로 치고 내려왔더니 금방 따라 잡았다. 그만큼 이곳 내리막길은 대여섯 차례 크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곳이다.

 

 

 

# 사방댐을 만났다. 안쪽에 퇴적물이 쌓여 손질이 필요해 보였다.

 

 

 

# 햇살 좋은 길을 길게 내려갔다.

 

 

 

# 그 길 끝자락에 독립가옥이 있다.

 

 

 

# 내가 어제 답사하러 올라왔던 그 집이다.

 

 

 

# 집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두었다.

 

 

 

# 동네에서는 됫박골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지도나 춘천시 지명에는 대박골이라 적혀 있다.

 

 

 

# 이 집 아빠는 아이들에게 꿈동산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나 보다.

 

 

 

# 그 정성이 가상하다. 하지만 응달인 점과 계곡에 너무 접해 있는 것이 흠이다.

 

 

 

# 예현병원 왼쪽으로 내려왔다.

 

 

 

# 병원 좌측에 잣숲이 하나 있다.

 

 

 

# 안으로 들어 가보니 잣나무 빽빽하고 공터도 많다. 다만 병원이 너무 가깝고 바닥에 잡목이 많아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 석파령은 옛시절 춘천에서 서울로 가던 관문이었다. 하지만 그 고갯길이 구불구불 너무 험하고 높아 넘기가 쉽지 않았던 길이었다. 춘천부사가 갈리면 이곳 석파령에서 임무교대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멀쩡한 관청을 두고 고갯길에서 교대를 할 이유가 있었을까?

 

 

 

# 자동차에 짐 실어 두고 쉬골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본다. 저 골짜기 안에 그곳이 있을 텐데... 처음으로 목적지를 못 찾고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당림리에서의 야영산행을 마무리하였다.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와 아홉 정맥 종주, 그리고 여러 테마의 산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목적지를 놓쳐 본 적은 없었다. 특별한 준비를 하거나 상세한 지도를 챙기지 않더라도 현지에 가보면 늘 길은 있었고 방향은 분명하였다.

 

그런데 별스레 골짜기가 깊거나 다기망양(多岐亡羊)하여서 길 찾기 어려운 곳이 아님에도 이번에는 엉뚱한 골짜기에서 밤새 헤맸고 또 뒷날까지 그 방황이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정보가 워낙 없었고 지도까지 준비하지 않아서 주변 환경에 완전 장님인 상태로 시작한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꼬인 것에는 잘못 선정된 방향에서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그 연장선에서 움직인 탓이 크다. 그러다 보니 애초의 목표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정확한 정보와 예측 가능한 준비가 우선되어야 하고 방향성이 잘못되었을 때는 재빠른 복기(復棋)와 점검을 통해 잘못된 원점으로의 회귀가 신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엉뚱한 골짜기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헤매는 우(愚)를 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엉뚱한 골짜기에서 헤매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길은 있기 마련이다. 비록 그 길이 애초에 목표한 길이 아닐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투자했던 꾸준함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해 새로운 길은 충분히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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