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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수리산 임도/修理山 林道 - 수리산 임도 도보 순례(徒步 巡禮)!!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도보여행]수리산 임도/修理山 林道 - 수리산 임도 도보 순례(徒步 巡禮)!!

강/사/랑 2015. 11. 13. 15:04
[도보여행]수리산 임도/修理山 林道

 


순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삼 년이 흘렀다. 세월 참 빠르다. 녀석은 십삼 년을 우리와 함께 보내며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눈 가족이었다.

 

2012년 12월, 엄청난 한파가 몰아친 날 밤에 세상 떠난 녀석을 화장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작고 여린 아이였는데 화장하니 한 줌도 안 된다. 그 추운 날 밤 눈물 펑펑 흘리며 녀석을 수리산 어느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이 영하 15도의 한파가 몰아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딱 한 곳 우리가 생각한 곳만이 흙이 부드럽고 뽀송뽀송하였다. 그래서 아주 쉽게 안장을 하였는데 뒷날 가보니 그곳도 꽁꽁 얼어 있었다. 아마도 수리산이 평소 자기 품에서 뛰놀던 우리 순이가 잠들 곳을 기꺼이 허락한 것이었나 보다.

 

올해 여름과 가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느닷없는 질병과의 실랑이를 벌인 탓이다. 아픈 허리 붙잡고 일하고 운동하는 사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서 추석도 지나갔다.

 

올 추석에는 허리 때문에 고향으로 벌초와 성묘를 다녀오지 못했다. 온 가족이 모이기로 한 날에 내 허리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한 두어 달에 한 번 이상은 순이에게 가 보곤 했다. 가까운 수리산에 있어 운동이나 산책하러 갔다가 들러기 쉬워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참을 못 가보았다. 고향에 계신 조상님 산소에도 못 갔는데 강아지에게 먼저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추석 뒤에 맞은 한글날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 어른들께 성묘 인사를 올렸다. 여전히 허리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휴식하며 무사히 다녀왔다.

 

어른들께 인사 올렸으니 우리 순이에게 가보는 것이 죄스러울 일은 없다. 예전에 순이가 좋아했던 고구마와 감 등을 챙겨 수리산을 향했다. 그러면서 수리산 임도를 한 바퀴 돌 계획도 세웠다. 순이도 만나고 수리산 임도도 한 바퀴 하고. 일석이조이다.

 

 


수리산 임도 도보 순례(徒步 巡禮)!!


일시 : 2015년 10월 18일. 해의 날.
 


수리산 임도는 납다골을 중심으로 A, B, C, D 네 개의 코스로 되어있다. 평소 운동 나온 사람들과 자전거 라이딩 나온 잔차족으로 제법 붐비는 곳이다.

 

우리는 늘 그렇듯 덕고개에서 출발하는 D코스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돌 생각이다. 중간에 우리 순이에게도 가보고...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수리산 임도 지형도. 덕고개에서 출발하여 다시 덕고개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대야미 갈치저수지 지나 덕고개 가기 전에 있는 작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길을 나섰다. 햇살 강렬하여 마눌은 차에 있던 우산으로 파라솔을 대체했다.

 

 

 

# 곧장 우측 산길로 올라갔다.

 

 

 

# 야트막한 산이지만 숲속 특유의 냄새가 참으로 좋다. 그 숲 아래 나있는 구불구불한 산길 따라 올라 간다.

 

 

 

# 우리 순이가 잠든 곳은 참으로 명당이다. 햇살 좋고 뽀송뽀송하며 깔끔하다. 벌써 세월이 삼 년이나 흘렀어도 처음처럼 깨끗하다. 다만 산행하다가 뒤가 급한 이들과 노숙자가 근처에 볼일을 자주 보아 그 점이 짜증나기는 하다. 이 날도 주변으로 휴지가 마구 널려 있고 오물이 있어 주변 청소를 해야 했다.

 

 

 

# 순이와의 이런저런 추억을 되새기며 환담하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곧바로 수리산 임도 D코스에 합류했다.

 

 

 

# 이 코스는 짧고 인간세에 가까워 늘 산책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 임도 바닥이 단단하고 매끄러워 자전거 타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 그래서 산악자전거 뿐 아니라 동네 마실용 자전거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 깔끔하고 좋은 길이다.

 

 

 

# 한 호흡 만에 임도오거리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덕고개에서 2.15km 거리이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출발했으니 조금 더 걸었겠다.

 

 

 

# 이곳은 산본 신도시와 연결된 곳이라 늘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도 산본 살 때 늘상 찾던 곳이다.

 

 

 

# 만남의 광장에서 한 숨 돌린 후 곧바로 A코스로 이동하였다.

 

 

 

# 이곳부터는 걷기보다는 자전거로 훨씬 더 많이 지난 곳이다. 정면 멀리 슬기봉에 있는 공군 레이다가 보인다.

 

 

 

# 당장 이 코스만 해도 지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 가을 산길이 참 좋다. 콧노래 절로 나온다.

 

 

# 잠시후 수리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임도오거리에서 1.47km 이니 구불구불 한 서너 번 휘면 도착할 수 있다.

 

 

 

# B코스인 에덴기도원까지 3.97km, 다시 농로 걸었다가 C코스까지 걸어야 하니 남은 거리가 6km 가까이 된다. 아마도 날이 어두워진 후에야 덕고개에 도착할 수있을 것 같다. 계속 주말마다 밤길을 걸었더니 그런 방식이 싫었나 보다. 마눌은 산길은 그만 걷고 도로따라 덕고개로 돌아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 하지만 일단 마음 먹고 왔는데 그냥 중간에 그만 두기가 쉽는가? 일단은 고집 피워 B코스로 향하게 했다.

 

 

 

# 삐졌다. 내 고집을 잘 아는 지라 일단 따르기는 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모양이다. 저만치 앞서 가버린다.

 

 

 

# 이 B코스는 수리산 임도 중 가장 길고 오르내림도 많다. 또 가장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 산책 목적으로 나온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산길 걷는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곳이다.

 

 

 

# 납다골 건너 산들도 천천히 가을 옷을 갈아입고 있다.

 

 

 

# 저 도로공사는 언제나 끝나려나? 공사 소음이 여전히 듣기 불편하다.

 

 

 

# 산행 나온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다.

 

 

 

# 코스 중간에 있는 잣나무숲에 도착했다.

 

 

 

# 길을 버리고 그 숲속으로 들어가 봤다.

 

 

 

# 야영 가능해 보이는 싸이트가 두어 곳 있다.

 

 

 

# 눈 많이 내린 겨울날 정말 산에서 야영하고 싶은데 멀리 갈 수 없을 때 한번 쯤 찾아 보고픈 곳이다.

 

 

 

# 임도로 복귀했다. 저 라이더는 방해될 사람들이 없으니 내리막을 마음껏 달리고 있다.

 

 

 

# 약수터 쉼터에 도착했다.

 

 

 

# 약수 한 모금 하고 잠시 한숨 돌린다. 이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끊어지지 않았다.

 

 

 

# 다시 출발. 이 코스는 구불구불 구비도 많고 오르내림도 많다.

 

 

 

 

# 건너편 산 중턱으로 C코스가 지나가고 있다.

 

 

 

 

# 날이 어둑해지자 마음이 급해졌는지 마구 내달린다. 걸음 빠른 마눌 뒤따라 가느라 헉헉 호흡이 가쁘다.

 

 

 

# 바람개비 정자에 도착했다. 긴 오르막이라 제법 숨이 찬다.

 

 

 

# 쌩 하니 다시 앞장 서 간다.

 

 

 

# 긴 내리막을 정신없이 내려 왔다. 에덴기도원에서 B코스는 끝난다.

 

 

 

# 이젠 잠시 농로를 따른다.

 

 

 

# 벼가 누렇게 물들고 있다.

 

 

 

# 안산 반월 저수지 가는 길 좌측에 수리산 임도 C코스 들머리가 있다.

 

 

 

# C코스는 덕고개까지 1.57km 거리이다. 에덴기도원에서 접근거리 포함하면 2km쯤 되겠다.

 

 

 

# 이 코스는 시작점의 가파른 오르막길이 특징이다. 경사도가 급해 자전거로 한 번에 치고 오르기가 힘든 곳이다.

 

 

 

 

# 도입부의 플라타너스 단풍도 매년 볼만하다. 올해는 가물어 그런지 별로이다.

 

 

 

# 자전거로 오를 때는 이쯤에서 완전히 퍼지게 된다.

 

 

 

# 엄청난 속도로 앞장서 달리던 마눌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을 건네준다.

 

 

 

# 물 마시고 한 숨 돌린 후 다시 출발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마치려면 서둘러야 한다.

 

 

 

# 날이 많이 어둑해져서 자전거 타고 온 라이더는 이미 불을 밝혔다.

 

 

 

# 야영하기 좋은 정자와 잣숲. 언제나 눈독만 들이고 있다. 이 코스 역시 찾는 이 별로 없는 곳이라 야영하기 알맞다.

 

 

 

# C코스는 이쯤에서의 조망이 훌륭하다. 좌측 멀리 슬기봉 공군부대가 보인다.

 

 

 

# 어두워지기 전에 마친다는 목표 때문에 둘이서 말도 없이 내달리기만 했다. 덕분에 덕고개 도착해서 한 숨 돌리니 비로소 주위가 어두워진다.

 

 

 

그렇게 수리산 임도 한바퀴를 완성했다. 네 개의 코스로 이뤄진 수리산 임도는 그동안 자전거로는 수없이 돌아 보았지만 걸어서 한바퀴 휘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전거로 갔던 길을 걸어서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어 고집을 피웠는데, 그 고집이 마눌은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시각 늦고 날 어두워지면 중간에 멈춰야 하는데 고집 센 남편은 언제나 끝까지 완주를 외쳐대니 속이 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집 덕분에 백두대간 종주와 아홉개의 정맥 종주를 마칠 수 있었고, 여타 인생길에서도 쉬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 올 수 있었다. 그것이 내 고집의 요체(要諦)이다.

 

그나저나 막판에 내달리는 마눌 따라 가느라 조금 무리하게 속도를 올렸더니 좌측 골반이 조금 불편해졌다. 아직 내 몸은 정상적이지 못한데 그것을 잊고 달린 탓이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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