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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소백산 죽령 언저리-원숭이해의 시산 기원(祈願)!! 본문
[시산제]소백산 죽령 언저리
홀로 산꾼들의 원숭이해 시산(始山) 모임이 소백산 '죽령(竹嶺)'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작년에는 월악과 소백의 중간인 '저수령(低首嶺)'에서 시산을 모셨으니 두 해 연속 백두대간 산신령께 기원을 올리는 셈이다.
나는 그동안 이 모임에 꽤 오래 격조(隔阻)하였다. 작년 7월 뜻하지 않은 허리병을 얻은 탓인데, 남들은 다르게 오해를 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혹시 무슨 서운한 일이 있었는지 묻는 연락이 간간이 오고는 했다. 오프라인 모임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잠수를 하였더니 그런 오해들이 생겼다.
사람이 외부와 연락을 끊는 일이 대부분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비를 하고 싶을 때 아니겠는가? 나 역시 그러하였다. 명색이 백두대간은 물론 아홉 개의 정맥 종주를 하였다는 사람이, 매일 60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였던 사람이 허리가 고장나서 두문불출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탓이다. 아픈 허리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상심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근 9개월 정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홀로 침잠(沈潛)하였던 것인데, 세월 흐르니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되었다. 애초에 홀로 다친 마음이니 홀로 다둑거려 원기보충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시산 모임 소식이 들리니 어찌 참석을 망설이겠는가? 마침 산동무 몇이 청량산 산행을 한다고 하니 그들과 먼저 합류하여 청량산 한 바리 한 후 모임 장소인 죽령 언저리로 향했다.
원숭이해의 시산 기원(祈願)!!
일시 : 2016년 3월 12, 13일. 흙과 해의 날.
이름처럼 청량(淸凉)하였던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죽령 근처에 있는 온천에 들렀다. 산행하느라 흘린 땀을 그곳에서 깨끗이 씻었다. 적당한 피곤함과 적당한 상쾌함을 공유하며 죽령에 있는 모임 장소로 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경향각지에서 모인 홀로 산꾼들이 대부분 집합하여 이미 전작(前酌)이 한바탕 지난 후이다. 우리도 얼른 각자의 집 한채씩 짓고 모임에 참석하였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술잔 오가기 바빴고 안부 주고받기 분주하였다. 긴 밤이었다. 산길 뛰어다니는 몸들이라 체력이 좋아 비워진 술병이 나래비인데도 지칠 줄을 모른다. 덕분에 나도 참 많이 마셨다. 내 체력에 한계를 느낄 즈음 차리 털고 헝겊집으로 들어가 나무토막 넘어지듯 쓰러져 잤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 알콜로 몸을 깨끗이 소독하여 그런지 뒷날 아침 일찍 잘도 일어난다.
# 그렇게 정화시킨 몸을 추슬려 죽령으로 이동하였다. 다들 죽령은 오랜만의 방문이다. 길게는 십수 년, 짧게도 오륙 년씩은 넘게 격조했던 죽령과의 만남이다. 백두대간 졸업한지 그렇게 세월이 흐른 것이다.
# 짐 꾸려 죽령길을 따라 출발.
# 백두대간 할 때 이후 처음이니 만 11년 만에 걸어보는 길이다. 제2 연화봉까지는 4km 조금 넘는다.
# 백두대간 종주할 때는 새벽 안개 자욱한 길을 걸어 올랐었다. 차안에서 웅크리고 잔 이후라 몸이 덜 풀려 꽤 고생하며 올랐던 길이다.
# 십년 넘게 세월 흘러 이제 산동무들과 함께 희희낙락하며 쉬엄쉬엄 오른다.
# 이 술꾼들은 잠시의 공복도 허락하지 않고 빈속에 곧바로 술을 채워 넣는다. 대단하다!
# 주유하였으니 다시 출발이다.
# 전방 멀리 제2연화봉의 통신 시설이 보인다. 목적지는 저곳이다.
# 제 2연화봉에서 시산제를 올린 계획으로 출발하였으나,
# 조망 좋은 전망대 하나 발견하곤 모두 그곳으로 몰려든다.
# 중간에 술을 채워 넣더니 술기운 오른 이들이 이곳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산신령 산의 곳곳에 현신하시니 굳이 정상일 이유가 있나? 제2 연화봉도 진정한 정상은 아니라네. 일견 옳은 말이다.
#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다들 이곳 전망대가 마음에 드는 심정이라 얼른 제물 진설하고 시산 준비를 한다.
# 이후 시산제 진행...
# 금년의 제주(祭酒)는 단양 대강막걸리, 문경 오미자주 그리고 절대 빠지지 않는 안성막걸리.
# 다른 일정 있어 먼저 떠난 이들 외 이렇게 모여 시산제를 모셨다.
# 올 한해 무사한 산길을 기원하며 마무리.
# 죽령으로 복귀하여 각자의 산길, 삶길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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