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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민둥산/禿山 - 오랜 인연(因緣)의 산(山)!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민둥산/禿山 - 오랜 인연(因緣)의 산(山)!

강/사/랑 2017. 10. 19. 18:10

[야영산행]민둥산/禿山 



사람의 한살이는 '인연(因緣)'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因)과 연(緣)이 있어 태어나 살다 나이 들고 병들어 죽는다(生老病死). 만물(萬物)의 생기소멸(生起消滅)이 모두 인연에 의해 원인하고 인연에 의해 결과하니 사람의 한살이라고 이에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런저런 인연에 얽히고설켜 한살이를 이뤄낸다. 이렇게 한 인간의 한살이 전부를 엮어내는 인연이 한 가지 일 수는 없다. 그 많은 인연 중 어떤 인연은 만나 좋은 인연일 테고 어떤 인연은 만나 나빠지는 인연일 수도 있다. 전자를 우리는 선연(善緣)이라 하고 후자를 악연(惡緣)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거칠고 불편한 것을 싫어한다. 인연 역시 그리하여서 좋은 인연은 맺고자 하고 나쁜 인연은 멀리하고자 한다. 마음의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렇게 분명하니 사람 곁에는 좋은 인연만 남아 있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눈 들어 곁을 바라보면 좋은 인연 못지않게 나쁜 인연 역시 우리 곁에 늘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온 마음으로 선연(善緣)을 꿈꾸었음에도 늘 악연(惡緣)을 떨쳐 내지 못함은 인연의 결과가 모두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인가와 맺은 인연은 원래 나의 의지(意志)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인연이 선연인가 악연인가는 내 의지의 산물이고 내 행동의 결과이다.


우리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자식의 부모로 살아감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어떤 거대한 힘의 인연이었다. 하지만, 착한 자식으로 부모를 섬기거나 좋은 부모로 자식을 이끎은 모두 내 의지와 행동의 결과로 나타난다. 혈연(血緣)만 그런 것이 아니다. 친구가 그렇고 동료가 그러하며 이웃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니 내 곁의 인연이 좋은 인연이 많으냐 혹은 나쁜 인연으로 얼룩졌느냐는 오롯이 남이 아닌 나의 탓이다. 그리하여 내 삶이 올바른지 그런지는 내 곁의 인연을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주변에 좋은 인연이 많다면 내가 세상을 너그럽고 밝게 살았음이고 악연의 만남이 중첩된다면 그만큼 모질고 팍팍하게 세상을 대했음이다.


착하게 살아 복을 받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맺어 널리 이웃과 화평함은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너무나 간명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 좋은 인연으로만 살지 못함은 앎을 실천으로 행하기 어렵고 그 실천을 늘 한결같이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신독(愼獨)하고 돌아보아 선(善)함을 행하고 유지하여야 할 일이다.


사람의 한살이는 사람 인연으로만 이어져 있지는 않다. 인연이란 원래 천라지망(天羅之網)이다. 무릇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기는 하여도 새는 곳은 없는 법이다(天網恢恢 疎而不漏). 그리하여 한 세상 살면서 만나는 세상 만물 모두에 인연의 끈은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나는 산꾼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이 땅의 4천4백 산봉우리와 어떤 형태든 인연의 끈을 맺고 있다. 4천4백의 산이니 그만큼의 인연이 있어야 될 터이고, 저마다 서로 다른 인연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원래 다른 만남이 같은 인연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산은 각자의 인연으로 나와 연결되었다. 그 결과, 더러 어떤 산은 몇 년씩 아무리 애를 쓰고 계획을 세워도 만나기 어려운 산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산은 굳이 찾자 하지 않아도 오가는 길에 뜻하지 않게 쉬 만나기도 한다. 모두 다 인연의 깊이가 달라 그렇다.


그런 깊은 인연의 산으로 '민둥산'이 있다. 민둥산이란 이름은 비교적 흔한 이름이다. 산에 나무가 없어 벌거벗은 산이란 뜻이니 근대화 이전 우리나라 곳곳의 산이 민둥산이었기 때문이다. 한북정맥 국망봉 근처에도 억새 우거진 민둥산이 있다. 역시나 산에 나무가 없어 얻은 이름이다. 


내 인연의 산인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旌善)에 있는 산이다. 정선은 원래 산 높고 골 깊은 고장이다. 그 산과 골을 따라 어천, 송천, 골지천 등 물길 흐르다 조양강과 동강으로 몸 불려 굽이친다. 산 높고 물 깊어 외부의 발길 드나들기 어려워 오래 옛 모습 간직하였다. 외지인 발길 적으니 그 품속에 산림자원과 어족자원 풍부하였다.


나는 원래 낚시꾼이었다. 수십 년 붕어 비린내 맡으며 호수에서 빨간 찌를 응시하였다. 그러다 색다른 낚시 방법을 만나 견지낚시로 개종(改宗)하였다. 견지는 우리 고유의 낚시 방법이다. 파리채처럼 작은 낚싯대로 제 몸 길이 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자유자재로 낚아내는 활동적인 낚시법이다.


견지낚시는 호수에 앉아 찌를 응시하는 붕어낚시와는 달리 흐르는 강물의 여울이 주(主) 포인트다. 남한강이나 홍천강, 섬진강, 동강 등의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여울이 바로 그곳이다. 바지 장화 입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 여울의 흐름을 읽어야 하니 꽤 활동적인 낚시이고 깨끗한 강물이 필수이니 포인트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자연히 사람 발길 적고 골 깊은 오지의 강물이나 산속 계류(溪流)를 찾아 멀리 혹은 깊이 산속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그 발길이 어느 해인가 강원도 정선으로 이어졌다. 개발되기 이전 아우라지 어느 여울에서 낚시하고 그 동네 어느 허름한 식당을 찾았다.


양푼에 담긴 매운 갈비찜이 맛난 집이었다. 처음 인연으로 여러 해 계속 찾았던 집인데, 나중에는 매운맛이 너무 강해져 더이상 가지 않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아주 감칠맛이 있는 집이었다. 그 집에서 소주 곁들인 식사하다가 벽에 걸린 멋진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길쭉한 산 능선 하나가 온통 은빛 억새로 빛나는 사진이었다. 주인에게 물으니 정선 남면에 있는 민둥산 사진이라 했다. 강렬한 끌림이 있는 산이었다.


그날 아우라지 강변에서 하룻밤 야영하고 뒷날 바로 민둥산을 찾았다. 정선선(旌善線) 열차가 간간이 지나는 한적한 시골 역인 증산역이 산 아래에 있는 곳이었다. 나무 지팡이 하나 만들어 짚고 허위허위 한 시간여 올라가니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넓은 억새밭이 나타났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광이었다. 늦가을 햇살에 바싹 마른 억새꽃이 산등성이 전부를 뒤덮고 있었다. 원래 정선은 탄광이 발달한 고장이다. 하지만 석탄 나오지 않는 곳에서는 화전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민둥산은 석회암지대인 돌리네가 발달한 곳이다. 석탄 나올 환경 아니어서 화전(火田)이 행해졌다.


육칠십 년대에 전국적으로 화전이 금지되고 화전민은 모두 산 아래로 이주되었다. 화전민 떠난 곳은 잣나무를 심어 새로운 숲을 조성하였다. 이곳 민둥산은 조림사업에서 제외되었던 모양이다. 주민들이 산나물 때문에 불을 계속 질렀다고도 한다. 어떤 연유로든 민둥산은 나무 없이 독두(禿頭)로 계속 남았고 그 자리에 억새가 무리 지어 자랐다.


우리가 찾았을 때는 억새가 절정(絶頂)일 때였다. 가을 햇살을 받은 억새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민둥산은 바람이 많은 곳이다. 바람 막아주는 숲이 없으니 고삐 풀린 바람은 억새 바다를 파도처럼 일렁이며 능선을 넘어갔다. 와스스 와스스 억새풀 몸 비비는 소리와 은빛 억새 파도의 물결은 눈으로 귀로 느껴지는 황홀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날 온종일 그 억새밭에서 보냈고 내내 황홀하였다. 강렬한 첫 만남이었고 깊은 끌림이었다. 이후 매년 억새꽃 부풀어 오르는 가을이면 민둥산이 그리워졌다. 삶의 우여곡절(迂餘曲折)이 굽이쳐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20여 년 동안 서너 차례는 민둥산 억새밭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집단적 쏠림이 많은 나라이다. 어디 한 곳이 TV에 등장하여 유명세를 타면 온 국민이 떼로 몰려든다. 남들이 하는 일을 내가 못하면 뒤처진다 여기고 남들이 가본 곳을 내가 못가면 소외된다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르르 무리지어 밀물처럼 몰려왔다 인증 사진 찍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반드시 환경적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이 땅에 좀 알려진 명소는 몇 년 가지 않아 처음 모습을 잃은 채 황폐해지고 천편일률적 인공 구조물로 뒤덮여 독특한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이곳 민둥산도 그러했다. 처음 찾았을 때 민둥산은 한가하고 고요한 오지(奧地) 마을이었다.


하지만 TV에 몇 차례 등장하고 난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허름한 여인숙만 있던 증산 마을에는 모텔과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산 중턱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음식점이 꾸려졌다. 탄차(炭車) 지나다니던 증산역은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확장되더니 아예 이름을 민둥산역으로 바꿨다. 사람들 더 불러 모으기 위해 해마다 억새 축제도 열렸다.


사람들 몰려드니 환경도 바뀌었다. 사람 발길에 짓밟힌 억새밭은 예전 모습을 잃어 갔다. 구름꽃 피어오르듯 만발하던 억새밭은 듬성듬성 잡풀이 자라 예전의 풍성한 모습을 잃었다. 이십 년 동안 사오 년 간격을 두고 민둥산을 찾았는데, 억새밭이 줄어드는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민둥산 억새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속 끌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마다 가을이면 옛사랑을 그리워하듯 황홀한 억새밭의 은빛 물결을 동경하게 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해도 아직 민둥산 억새밭은 이십만 평 산등성이를 뒤덮어 은빛 물결을 일렁이고 있으며 풍성함이 좀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충분히 황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첫 만남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였고 그 인연의 끈이 오래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랜 인연이 이번 가을에도 이어졌다. 이 산은 확실히 나에겐 인연의 산이다. 금년의 만남은 계획된 만남이 아니었다. 원래 이번 가을에는 영동 쪽 산과 계곡에서 가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타산을 오르기 위해 댓재를 찾았다가 예보에 없는 비바람을 만나는 바람에 날씨 좋은 영서로 다시 넘어오게 되었고 그 발길이 자연스레 이곳 민둥산으로 향한 것이다.


이 산은 그런 산이다. 계획하지 않아도 문득 발길이 이어지는 그리하여 늘 가슴 저 아래 깊은 곳에서 동경(憧憬)하는 첫사랑같이 아련한 그리움의 잔영(殘影)이 남는 산이다. 그 인연의 끈 다시 이어보고자 이 가을에 민둥산을 다시 찾았다. 다만 이 가을에는 민둥산정에서 하룻밤 보내며 달구경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면 민둥산과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기대 안고 무거운 등짐 짊어졌다.




오랜 인연(因緣)의 산(山)!


일시 : 2017년 10월 8, 9일. 흙과 해의 날.

   

두타산 야영과 무릉계곡 탐방을 계획하고 댓재를 찾은 것이 어제 오전이다. 영월, 사북 지나 하장면까지 갔을 때는 멀쩡하던 날씨가 댓재에 접어들자 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댓재 정상에 오르자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변하였다.


차 안에서 꼼짝 못하고 날씨 변하기만 기다렸지만 비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었다. 긴급히 여러 대안을 고민하다가 영동으로 넘어가 해파랑길을 한 구간 걸었다. 영동 지방의 날씨 역시 비 내리고 우중충하였다. 삼척 새천년길 야산의 정자에서 하룻밤 야영한 후 영서로 다시 넘어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영동지방의 날씨는 변동성이 많을 듯하였기 때문에 영서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삼척에서 가까운 영서지방의 산이라 생각하니 제일 먼저 민둥산이 떠올랐다. 민둥산은 지금쯤 억새꽃 만발할 터이니 그 산정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삼척에서 통리, 태백과 사북을 거쳐 민둥산이 있는 증산으로 넘어갔다. 모든 지명이 하늘같이 높이 솟은 산과 고원, 태백선, 탄광 등이 연상되는 곳이다. 민둥산과 두위봉 사이에 작은 배처럼 길쭉하게 놓인 증산에 도착하니 시각은 이미 오후 두 시를 넘기고 있다.



민둥산/禿山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119m로, 산의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은 억새밭을 헤쳐 가야 할 정도이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억새에 얽힌 일화도 있다.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맸는데, 이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전한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피며, 해마다 10월 중순에 억새제가 개최된다. 산 자락에는 삼래약수와 화암약수가 있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억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주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발구덕마을을 거쳐 증산마을로 하산한다. 약 9㎞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산은 정상에서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의 지억산(1,117m)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약수로 내려오는데, 14㎞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로 발구덕마을 입구에서 산행하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는 가리왕산(1,560m)과 아우라지 나루터 등의 명소가 있다. 민둥산역(증산역) 주변에 숙박 시설이 있고, 화암약수 부근에 야영장이 있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민둥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증산에 도착하니 마침 민둥산 억새축제 중이다. 아이구~ 큰일 났다. 축제라면 관광객들로 넘쳐날 텐데 번잡해 어떻게 할꼬? 아니나 다를까 넓은 주차장에 수십 대의 관광버스와 자가용 차량이 가득하다.




# 이미 산행을 마쳤거나 산 입구에서 놀다 내려온 관광객들은 노래판 춤판이 벌어졌다.




# 일단 이 소란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얼른 짐 꾸려 주차장을 떠났다.




# 영동의 우중충했던 날씨와는 달리 이 동네는 화창하고 무덥다.




# 증산 초등학교 앞에 들머리가 있다. 모든 것이 예전과는 달라 다섯 번째 방문임에도 낯설기만 하다.




# 일반 산객들 틈에 끼어 들머리에 스며들었다. 입구에 있는 천불사 승려가 등로에 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짐 가벼운 이는 좌측 길, 무거운 이는 우측 길!. 엉겹결에 우측 길로 방향을 잡았다. 




# 우측 길은 완만한 길이고 좌측 길은 가파른 길이라 그렇게 나눠 안내한 모양이다. 이 길은 좀 돌아가는 길이다.




# 일단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완만하게 가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 그러나 곧 좌측 길과 합류하여 오르게 된다. 엉겹결에 좀 많이 걸었다.




# 마눌은 해외여행을 꿈꾸었지만, 이번 연휴에도 이렇게 무거운 등짐 지게 되었다. 어쩌겠는가? 관광객 모드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과 한 세상 살자 하니 감수하여야 할 일이다.




# 민둥산 오름은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로 나뉜다. 그동안 가파른 길로만 다녔는데, 이번에는 짐 무게도 있고 해서 완만한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좌측으로 너무 많이 도는 모양세다. 중간에 가파른 길로 합류하는 지름길이 있길래 그 지름길을 택했다.




# 가파른 길과 합류하는 길이니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며 밀어올리는 형태다.




# 잠시 우측으로 가면 입구에서 곧바로 위로 치고 오르는 가파른 길과 합류한다.




# 널찍한 잣숲이 나온다. 잣숲은 어디나 서늘하고 청량하다.




# 이번에는 낙엽송 군락이다. 이 산에도 이런 인공 조림지가 여러 곳 있다. 




# 땀 진하게 흘린 이후 민둥산의 허리를 휘감는 임도에 도착했다. 20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벤치 하나 달랑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간이 매점이 설치되어 있다. 




# 얼음과자 하나 사 먹고 휴식하였다.




# 땀 좀 식힌 후 다시 길을 나섰다.




# 전에 없던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축제 기간 중 산신제를 지내는 모양이다.



# 임도에서 정상부까지는 군더더기 없이 곧장 치고 오르는 형태다.




# 등짐 무거우니 그 경사 만만치 않다. 중간에 한숨 돌렸다.



# 축제기간이라 민둥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사람이 밟고 다녀 등로가 반질반질하다.




# 가파른 오름 중간에 전에 없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흙 묻은 발로 마구 밟고 다녀 어디 한 곳 앉을 곳이 없다.




# 증산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그 뒤로 두위봉과 백운산 일대의 산줄기가 구름을 이고 있다.




# 증산은 산 골짜기에 손바닥처럼 오목하게 형성된 마을이다.




# 다시 위쪽으로 방향 잡고 출발!




# 이런 형태의 오르막은 기분 좋은 힘듦이다. 내 거친 호흡소리에 장단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 한 차례 위로 올리면 데크 전망대가 나온다.




# 이곳은 몇 년 전에 왔을 때도 보았던 곳이다.




# 전방으로 기가 막힌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 만항재에서 백운산, 두위봉을 거치는 두위지맥과 그 품속의 운탄고도(運炭高道), 태백산과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줄기 모두가 전방으로 보인다.




# 장쾌하다.



# 20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증산은 정선선 기차가 가끔 서는 간이역과 여인숙 두어 개가 전부인 아주 한적한 시골이었다. 산행 마치고 역 구경하면서 자판기 커피로 커피향을 대신했다. 동네 한 바퀴 도는데 채 30분도 안 걸렸다. 지금은 농공단지와 네온 휘황한 숙박업소들, 식당들이 즐비하다.




# 아랫쪽 발구덕과 오똑한 가산이 보인다. 가산은 이곳에서는 낮은 산이나 해발고도가 885m에 달하는 산이다. 좌측 뒤로는 지억산, 저 멀리로는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다.




# 좌측 멀리 산맥을 넘어가는 고압선들이 보인다. 그 우측 산이 낙동정맥 최고의 산인 백병산이지 싶다.




# 이곳부터 억새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전망대를 나와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 이 길도 예전에는 억새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잡풀과 작은 덤불이 우점하고 있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 그래도 아직은 억새가 남아 있어 운치를 느끼게 만든다.




# 우리 순이 살아있을 때 우리 따라 민둥산에 왔었다. 녀석은 이 오르막을 씩씩하게 올라 갔었다.




# 산행 마치고 하산하는 이들이 많다.




# 산길 걷다 보면 늘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돌아본 풍경이 더 아름답다는 점이다.




# 바로 이런 풍경이다.




# 올라 가다가,



# 다시 돌아 본다.




# 다섯 번째 오르는 길이지만, 늘 새롭고 아름다운 길이다.



# 마지막 오르막을 한 차례 밀어올린다.






# 오르막 끝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 서면 민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억새밭 능선이 눈 앞에 나타난다. 이 정상부 억새밭의 규모는 이십만 평에 달한다. 




# 아, 민둥산이여! 우리 다시 만났구나!




# 이 방향의 풍광은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그림이다.




# 여러 차례 보았던 그림이지만, 언제보아도 황홀한 광경이다.




# 억새밭이 예전에 비해 조금은 빈약해진 느낌이다. 잡풀이 많이 섞혀서 그렇다. 사람들 발길 늘어나면서 환경 변화가 온 듯하다. 사람 무리의 흔적이 이렇게 무섭다.




#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아름답다. 여전히 가슴 벅차다.




# 우리가 처음 정선 아우라지의 어느 식당 벽에서 보았던 사진이 바로 이 모습이었다. 그 느낌 강렬하여 뒷날 바로 민둥산을 올랐다. 예정되었던 낚시를 포기하고 이 산을 올랐던 것이다. 




# 여전히 그때처럼 바람은 산 마루금을 휘감아 넘고 있고 그 바람 맞아 억새바다는 넘실넘실 일렁이고 있다.




# 아름다운 길이다. 그 향기로운 길 따라 정상을 향한다.




#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풍광이어서 발길이 느리다.




# 바람소리 억새풀 몸 비비는 소리 들으며 허위허위 오른다.




# 오르다 돌아보는 풍광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 좋은 길이다.




# 처음 이 산을 찾은지 이십 년이 지났고 우리도 그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느낌은 그대로다.




# 정상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이 길도 늘 아련히 떠오르는 인상적인 길이다.





# 예전에 없던 데크 쉼터가 있다.




# 중앙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시각으로 정상부를 올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 예전에는 이 길 좌우로 억새를 모아 만든 움집이 중간중간 있었다. 꽤 운치 있는 것이었는데 몇 년 전 왔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관리가 어려워 그랬는지 쓰레기 쌓여 그랬는지는 알 길 없다.




# 정상에 도착했다.




# 시각이 꽤 늦었는데도 아직 정상엔 사람들이 많다. 




# 민둥산은 백패커들 사이에 인기있는 야영지이다. 이 날도 벌써 여러 팀이 짐 내리고 야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긴 연휴를 맞아 정선을 찾았다가 그 길로 이곳 민둥산을 왔을 법한 차림의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이 산은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반면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산이기도 하다.




# 다시 몇 년만에 민둥산 정상석 앞에 섰다. 새로운 감회다.



# 좌측은 지억산 가는 방향이고 우측은 발구덕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 원래 이 방향의 뷰도 환상적이었다. 두 개의 커다란 돌리네가 억새로 뒤덮이고 그 중간중간 달마시안의 무늬같은 작은 나무들이 점점이 박혀 있던 곳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무들은 모두 사라지고 억새밭도 잡풀이 무성해졌다. 




# 우측 멀리 하이원 리조트가 보인다.



# 민둥산정의 데크는 정상 바깥을 길게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 정상에는 아직 산객들이 많다.




# 정상 전방 데크에 빨간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세상을 향해 엽서를 부친다.





# 정상 주 등로 방향의 뷰다. 이 시기 민둥산의 억새는 끝물에 가깝다




# 억새밭의 밀도나 생육상태아 예전에 비해 많이 빈약하다. 잡풀의 침입이 많아 그럴 것이다.




# 산 정상에서 늦은 오후의 한가함을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 정상 뒤편 정선 방향의 산첩첩이 아련하다.




# 정상부 억새밭과 그 주변의 풍광에 마음껏 취하였다.






# 시간이 흘러 해 넘어가자 정상이 서서히 고요해 진다. 




# 일반 산객들 대부분 하산하고 야영객들만 자신이 확보한 싸이트 주변에 남았다.



# 앞쪽 데크에는 우리를 포함한 네 팀이 야영 준비를 하였다. 늦게라도 조망 감상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등산객들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 정상 뒤쪽에도 데크가 있다. 그곳엔 두 팀이 벌써 집을 올렸다. 그 너머로 해 넘어가고 있다.




# 지도를 보니 정선 남면의 팔봉산, 말미산, 백아산, 천마산 등이 저 방향에 있다. 그 산들 사이로 석양이 진다.




# 휴대폰 카메라의 기능이 획기적으로 좋아졌지만, 노을 사진 찍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 하지만 눈으로 보기엔 충분히 황홀한 광경이었다.




# 황금빛으로 물들은 하늘과 그 빛 받아 역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이 가슴속 감성을 자극하였다.




# 그리하여 한기들어 으슬으슬 하였지만, 오래 정상에서 노을을 감상하였다.





# 이 시각 산 정상에 선 사람들만이 이 황활한 축제에 초대되었다.





# 산꾼들이 세운 이동 주택들이 노을빛에 물들어 은은하다.




# 비 온 뒤라 공기 중에 습기 많았다. 이런 날은 밤안개 짙을 가능성 높다. 그에 대비해 타프를 둘렀다.




#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정상에서 노을 감상을 하였다.




# 오래오래 눈에 마음에 그 풍광 담았다.




# 이윽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짙은 채운만 남았다.




# 야영객들의 집에 불이 하나둘 밝혀졌다.



# 우리 빨갱이 집에도 불빛 들어왔다.




# 우리는 늘상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밤을 보냈는데, 오늘은 함께 밤을 지샐 이웃이 많다.




# 외롭지 않아 좋긴 한데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




# 뒷쪽 데크에도 쉘터 두 동이 설영되었다.




# 각자의 텐트에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소리 밤 늦도록 들렸다. 야간의 산 정상은 소리 전달이 매우 가깝다. 이웃 텐트의 얘깃소리, 코고는 소리들이 곁에서 속삭이듯 가까이 들린다. 가장 낮은 소리로 소리내고 가장 조심스레 움직였다. 증산으로 오는 도중 태백에서 구입한 여러 재료 활용하여 만찬을 준비했다. 둘이 마주 앉아 막걸리 한 잔 나누며 다섯 번째 방문과 첫 야영을 기념하였다. 



# 좋은 밤이었다. 이웃들도 조심스런 사람들이었다. 서로 예의 지켜 편안한 밤을 보냈다. 다만 텐트 이곳저곳 들리는 코고는 소리는 조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런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산정 야영의 묘미 중 하나는 노을과 일출감상이다. 집집마다 일찍 일어나 일출을 기다렸다. 





# 간밤에 민둥산은 짙은 안개로 뒤덮혔었다. 아침이 되었어도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 안개 짙어 산 아래 증산마을이 오리무중이다. 아무래도 오늘 일출 보기 어려울 모양이다.




# 드라마틱한 감성을 가진 가족이 아침 일찍 민둥산을 올랐다. 일출 보려고 일찍 길을 나선 모양이다. 책이나 드라마 대사로 나올 법한 문어체적인 말들이 높고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




# 추위에 떨며 오래 삱어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이윽고 동쪽 태백쪽 하늘에 아침 노을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 구름과 안개 걷히기를 바랬지만, 조짐이 없다.




# 하늘 캔버스에 억새를 배경으로 두르고 일출을 기다렸지만, 구름이 동쪽 산정상 가까이 테를 두르고 있다.




# 산의 마루금 한참 위 구름 터진 곳으로 해가 아주 조금 얼굴을 내밀었다.



# 그러나 곧 구름이 짙어지며 해를 가려버렸다.




# 답답한 일출 대신 민둥산 정상 뒤로 낮달이 떠 있다. 간밤 내내 둥근 보름달이 밝게 빛나더니 아쉬운 일출이 안타까워 서산 너머로 넘어 가지 못하겠는 모양이다.





# 오늘 민둥산에서의 일출은 딱 이만큼이 전부였다.




# 안개 서서히 걷히자 인간세를 덮고 있는 운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 일출이 아쉬웠던 사람들은 오래 정상에 머물며 조금이라도 남은 일출을 보고자 하였다.




# 하지만 오늘의 아침 해는 구름 뒤에서 내가 여기 있노라 하는 정도의 빛만 내보내고 있다.





# 그러더니 시간 흘러 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솟아 버렸다.




# 해 떠오르니 사위를 휘감고 있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 안개에 푹 젖었던 억새도 몸을 말리기 시작한다.



# 민둥산은 관광객 발길이 많은 산이다. 최대한 빨리 아침 챙겨 먹고 짐을 정리했다.




# 민둥산 정상석과 작별 인사 나눴다. 다섯 번째 방문이고 이 정상석과는 두 번째 만남인 듯하다.



# 안개 서서히 걷히고 있지만 아직 아랫쪽 세상을 전부 보여주지는 못한다.



# 처음 민둥산에 올랐을 때 이 방향으로의 조망이 너무나 아름다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 그때의 억새밭과 지금은 환경이 아주 다르다. 억새밭의 규모나 부피 모두 줄어들었다.



# 아이스크림 장수 두 사람이 억새밭 속에 숨겨 두었던 얼음과자 통을 꺼내 장사 준비를 한다.



# 쉬 정상을 떠나지 못하고 자꾸 서성거렸다.



# 지억산 가는 길이다. 나중에 진달래 필 때 저 길로 한 번 걸어봐야 겠다.



# 우리는 발구덕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 이 쪽 길은 언제나 습기 많아 질척하다.



# 정상을 다시 돌아보았다. 언제 다시 저 자리에 설 수 있을지 기약은 없다.



# 시각이 일러 하산하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다.



# 이곳 돌리네 주변의 환경 변화도 아주 심하다. 예전에 비해 억새밭이 엄청나게 축소되었고 듬성듬성 있던 작은 나무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 기후변화 탓인지 사람의 발길 탓인지는 알 길 없다.



# 이쪽 하산길은 편안하고 쉬운 코스다.



# 민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사면을 올려본다.



# 햇볕 받아 억새꽃 밝게 빛난다.



# 가을 냄새 가득한 길이다. 그 향취 즐기며 마음껏 느긋하였다.





# 전후좌우 사방 가을 향기 가득하였다.




# 길게 내려가자 전에 없던 데크 쉼터가 나온다.



# 커다란 나무 두 그루의 그늘 아래 조성된 쉼터이다. 쉼터 만났으니 잠시나마 쉬어줘야 한다.



# 곳곳에 옛추억 가득한 산이다. 쉼터에서 능선을 올려다 보았다.




# 쉼터 아래로 예전에 없던 임도가 지나고 있다.




# 굉장한 규모의 임도가 새로 뚫렸다. 원래 하산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발구덕 마을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로 임도가 생겨 길이 헷갈렸다. 마침 하산하는 부부가 있어 길을 물으니 임도를 따라 가라 한다.



# "아닌데... 그냥 임도 가로질러 숲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길 알려준 이가 하도 확신에 차서 말하는 바람에 임도를 따랐다. 예전에 없던 임도가 생겨 이 임도가 증산초등학교 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줄 알았다.



# 하지만, 언덕을 하나 넘어가자 임도는 크게 꺾여 도로 원위치하게 되어 있다.



# 그러다 숲길과 다시 만난다. 쓸데없이 먼길을 돌아 왔다. 다섯 번째 방문한 사람이 처음 온 사람의 말을 들은 결과다. 



# 임도는 발구덕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



# 삼거리에 있는 저 숲은 여전하다. 늦가을 저 숲이 노랗게 물든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곳이다.



# 차단기로 임도를 막아 두었다.



# 이곳 사면도 늦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볼만하다.





# 발구덕은 움푹 패인 돌리네 지형이 구덩이처럼 움푹 패인 곳이란 뜻이다. 그 구덩이에 고랭지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 이곳 상점들은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십여 년 전 처음 민둥산을 찾았을 때는 없던 풍경이다. 



# 발구덕을 가로 질러 옛길을 따랐다.



# 처음 왔을때 사람이 살고 있었던 저 집은 두 번째 오니 비었다가 세 번째는 허물어지고 네 번, 다섯 번째 횟수가 늘어 갈수록 점점 땅에 가까워지며 사라져 간다.



# 고요하고 아늑한 길이다.



# 배추밭이었던 이곳 사면은 이제 황무지가 되어 있다.




# 소를 키우던 농가도 빈집이 되었다.



# 발구덕 서쪽 초입에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 처음 왔을 때 두 집이 있고 그냥 살림집이었는데 지금은 관광객 상대의 쉼터가 되었다.



# 이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홀로 사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셨는지 앞 집과 합해져서 쉼터가 되었다. 저 댁 툇마루에 앉아 헤이즐넛 커피도 마시고 할머니와 얘기도 나누고 했었다.



# 옛추억 어린 장소다.




# 발구덕을 떠나 등산초등학교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 저 쪽 밭 위로 임도가 지나고 있다. 저 임도는 어제 우리가 올라 가면서 만났던 그 임도다.




# 길게 걸어 민둥산 아랫 부분을 휘감아 돌았다. 




# 그 길 끝에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곳이 있다. 하룻밤 정상에서 머물고 하산하는 우리와 이제 막 정상으로 향하는 단체 산행객들이 서로 교차한다.



# 가파른 내리막을 걸어 증산초등학교 앞에 있는 날머리에 도착했다.



# 한가롭고 편안한 하산이었다.



# 어제 지났던 다리 건너 주차장으로 복귀했다.



주차장에는 오늘도 억새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과 산객들로 넘쳐난다. 요란한 뽕짝 노래 역시 주차장 가득이다. 좋은 지역 축제 만들어 관광객 불러 들이고 지역 경제에 온기를 돋구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살림살이 나아지는 일을 추진하는데 외지인이 왈가왈부 할 일 아니다.


다만, 넘쳐나는 사람의 발길 탓에 민둥산 억새밭이 점점 축소되고 민둥산 전체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 보자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민둥산은 내 오랜 인연(因緣)의 산이다. 이십여 년 전 낚시하러 정선을 찾았다가 음식점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문득 올랐던 산이다. 그리고 이십 년 동안 다섯 번을 다시 찾은 좋은 인연의 산이다.


그 산이 이제 예전의 황금빛 가득했던 아름다움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 중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민둥산도 변화에서 비껴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오랜 세월 지켜보는 심사가 편하지는 않다.


이제 여러 해 지나 다시 이 산을 찾았을 때 민둥산은 또 얼마나 변해 있을까? 그 변화 더디고 좋은 방향으로 관리되어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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