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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수리산/修理山-흐린날 뜻밖의 조망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근교산행]수리산/修理山-흐린날 뜻밖의 조망

강/사/랑 2020. 7. 19. 13:58
[근교산행]수리산/修理山



장마철이다. 장마는 한자로 '구우(久雨)', '림우(霖雨)', '적림(積霖)'이라고 부른다. 오랜 비, 혹은 오래 계속되는 비라는 의미의 한자말이다.

 

이외에 '매우(梅雨)'라는 표현도 있다. 장마는 흔히 유월 말부터 칠월 말까지 길게 이어지는 기상 현상이다. 이 시기는 매실(梅實)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매실 익는 계절에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다른 한자말이 단순히 긴 비의 해석에 그친 반면 매우라는 표현은 시적(詩的)이기도 하고 시절의 의미를 포함한 시적(時的)이기도 한 단어다. 나는 이런 의미 깊은 말들을 좋아한다.

 

어쨌든 매실 익어가는 계절에 오래 내리는 이 장마는 비를 기다리는 농부에게는 단물 같은 존재이고 지하 용수의 확보 차원에서도 필수 불가결한 수원(水源)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산꾼에게는 모처럼 맞이한 휴일의 산행길을 막고 애써 꾸려둔 등짐을 다시 풀게 만드는 발목 잡이 같은 존재다.

 

산꾼들 산행 좋게 하자고 수자원의 확보와 농사용 수원의 공급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니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휴식하거나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할 일이다.



흐린날 뜻밖의 조망!!


일시 : 2020년 7월 11일. 흙의 날.



이번 주말에는 전국 곳곳에 비 소식이 있다. 올해 장마는 남부지방에만 집중적인 비를 뿌리는데 금주는 동해안이나 중부 내륙에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목요일부터 꾸려두었던 등짐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비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가까운 근교 산이나 가보자 하였다. 마침 수리산 자락에 마련해 둔 우리 순이 무덤에 오래 격조하였던 참이라 순이 무덤 살필 겸 수리산 산행을 하면 좋지 싶었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수리산 지형도. 우리는 덕고개에서 수리산 임도 D코스를 따라 올라가 임도오거리를 거치고 공군부대 있는 슬기봉 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갈치저수지 뒤에 있는 덕고개 근처에 주차하고 수리산 임도 D코스 근처에 있는 순이 무덤을 찾았다. 우리 순이는 양지바르고 물 빠짐 좋은 아늑한 곳에 잠들었다. 우리 순이 떠난 지 8년이 되었다. 세월 참 빠르다.  오늘 우리가 목표한 수리산 슬기봉이 올려다보인다. 

 

 

# 순이에게 들렀다 임도 D코스 따라 올라갔다. 임도 좌우로 매미나방 포획용 끈끈이 트랩이 설치되어 있다.

 

 

# 수리산 임도는 MTB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산악자전거 명코스다.

 

 

# 2.5km쯤 걸어 임도오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경기 남부 일대의 여러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수리산 산책코스의 중심이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아이스케끼 장수가 항상 있다. 임도오거리에서 슬기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 지금 수리산의 참나무들은 매미나방 때문에 초토화가 되었다. 매미나방은 지난겨울 이상 고온현상 때문에 과다하게 번식하였다. 그 무수한 개체가 전국 곳곳의 산림과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데 이곳 수리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을 오르면서 보니 참나무 대부분이 매미나방 유충에게 잎을 모두 갉아먹혀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 도립공원 측에서 뒤늦게 매미나방 구제에 나섰다. 포집망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속에 매미나방이 가득하다.

 

 

# 끈끈이 테이프를 참나무 둥치에 칭칭 감아두었다. 수만 마리의 매미나방이 달라붙었다.

 

 

# 굉장한 개체의 매미나방을 구제하였지만, 시기가 조금 늦었지 싶다. 매미나방이 알을 낳기 전에 이런 장치들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숲 곳곳의 참나무에 매미나방의 알집이 하얗게 붙어 있다. 이미 산란한 놈들을 잡는 것은 의미 없다.

 

 

# 슬기봉 오름은 가파른 경사가 길게 이어진다. 제법 난이도 있는 산길이다.

 

 

# 한차례 낑낑 오르면 데크전망대가 나온다. 먼 곳 야영 가지 못할 때 늦게 올라와 하룻밤 묵고 아침 일찍 철수하면 좋을 장소다. 이곳의 밤은 산본신도시 쪽 야경이 제법 볼만하다.

 

 

# 산본신도시 동쪽 지역의 조망. 흐린 날이라 조망이 멀고 깊게 이어진다. 굉장한 날이다.

 

 

# 슬기봉에서 감투봉으로 이어지는 수리산 동쪽 능선의 흐름. 한남정맥이 이 산 능선을 따라 광교산으로 이어진다.

 

 

# 산본신도시와 의왕시, 좌측 멀리 안양 비산동, 관양동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은 중앙의 모락산 뒤로 삼성산, 관악산과 청계산이 보인다.

 

 

# 우측 아래에 초막골 야영장이 내려다보인다.

 

 

# 이후는 긴 계단길이다.

 

 

# 슬기봉 정상을 차지한 공군부대. 때문에 정상은 접근 불가이고 슬기봉 우측에 있는 토끼봉이 슬기봉을 대신한다.

 

 

# 땀을 한 바가지 흘린 후 토끼봉 정상에 올랐다.

 

 

# 오랜만에 왔더니 정상의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정상 이정표도 토끼봉 대신 슬기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 토끼봉의 상징인 전망바위.

 

 

# 오늘 우리나라 산악의 가시거리 및 조망은 최고다. 장마철 내린 비가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씻어냈고 두꺼운 구름 때문에 빛의 산란이 적어 가시거리가 툭 트인 덕분이다.

 

 

# 우측으로는 수원 너머 경기 동부 지역 멀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 슬기봉 정상.

 

 

# 수원 동쪽과 용인 일대의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한남정맥 함박산 일대이지 싶다.

 

 

# 왕송호수와 그 둑 옆에 있는 우리 동네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 오늘 수리산 슬기봉에서의 조망은 정말 으뜸이다. 요 몇 년 사이 이렇게 먼 곳까지 선명하게 가시거리 확보된 조망은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가 중국의 공장들을 멈추게 하고 장맛비가 공중의 미세먼지를 씻어낸 덕분이다. 모락산과 우측 뒤의 광교산, 그리고 그 뒤 멀리멀리 까지 선명하게 조망된다.

 

 

# 모락산 왼쪽 뒤로는 청계산과 그 너머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토끼봉 왼쪽에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을 조망할 수 있는 바위 전망대가 있다. 태을봉과 그곳에 이르는 칼바위 능선, 그 좌측 뒤로 안양과 광명, 그리고 서울 서부지역이 보인다. 우측 뒤로는 과천과 그 너머 잠실까지 한눈이다.

 

 

# 안산에 있는 수암봉 암봉이 우뚝하다. 수리산은 중심인 태을봉 능선, 좌측의 수암봉 능선, 그리고 우측의 감투봉 능선으로 날개를 편 모양이다. 우측 멀리 인천의 계양산이 보인다.

 

 

# 태을봉 좌측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이 우뚝하다. 그 앞쪽의 검은 산은 삼성산이다.

 

 

# 우측으로는 관악산과 청계산, 그 사이 낮은 능선은 우면산이다.

 

 

# 안산 시화방조제 앞 서해가 지척이다. 그 바닷물 위로 빛 내림 쏟아진다.

 

 

# 구름 터진 곳 아래 햇빛 밝게 빛난다. 그 햇빛 속에 잠실 롯데타워가 송곳처럼 뾰족하게 솟아 빛나고 있다.

 

 

# 롯데타워 좌측 멀리 불암산과 수락산이 우뚝하다. 우측은 검단산과 양자산, 앵자봉 일대의 능선이다. 휴대폰 사진이라 흐리게 표현되었지만 그 뒤 멀리 용문산의 모습도 보인다. 산책하듯 오른 슬기봉에서 뜻밖에 최고의 조망을 즐겼다. 장맛비가 미세먼지를 씻어 내린 덕분이고 두껍게 깔린 구름이 빛의 산란을 막은 덕분이다.

 

 

# 토끼봉을 떠나며 바위 위에 뾰족한 돌 하나 올려 이 날의 멋진 조망을 기념했다.

 

 

 

# 길게 내려 임도오거리로 복귀한 후 D코스로 하산했다. 속달정.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다. 예전에 우리 순이 세상 떠난 추운 겨울날. 수리산 자락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후 저곳 속달정에서 하룻밤 야영하며 순이를 영결했다. 세월 참 많이 흘렀다.

 

 

# 하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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