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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일반 산행

[나들이길]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

강/사/랑 2022. 1. 31. 17:37
[나들이길]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

'철원(鐵原')은 강원 북부의 먼 고장이다. 서울과 원산 사이 구조곡(構造谷)이 놓인 '추가령 지구대'에 속한 곳이다. 구조곡은 구조선을 따라 깊게 파인 골짜기를 말한다. 지질 구조가 다른 두 단층의 경계인 구조선을 따라 오랜 세월 차별 침식이 일어나면 긴 골짜기가 형성되는데 이를 말하는 것이다.

 

철원은 우리나라 대표적 구조곡인 추가령지구대 한가운데 위치했다. 그 골짜기는 단지 좁기만 하지 않아 중간에 너른 들을 형성하였다. 철원평야다. 너른 땅과 물길을 가져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하였다. 

 

물산 풍부하니 문명이 형성되었고 후삼국시대 궁예왕(弓隸王)은 이곳 철원을 도읍지로 태봉(泰封)을 세웠다. 따라서 철원 곳곳에 궁예왕의 전설이 깃들어있다. 쿠데타로 궁예를 무너뜨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후 수도 송악의 동쪽에 있는 이곳을 동주(東州)라 불렀다.

 

추가령 지구대는 북녘 강원도 평강에서 출발한다. 긴 골짜기 형성되었으니 물길이 없을 수 없다. 추가령 지구대를 따라 긴 물줄기 하나 서남쪽을 길게 이어진다. '한탄강(漢灘江)'이다. 얼핏 한스런 탄식의 '한탄(恨嘆)'으로 들리기 쉬운 이름이나 '큰 여울'이란 의미의 '한탄(漢灘)'이다.

 

구조곡의 좁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강이라 수직의 높은 절벽과 협곡을 따라 급한 물줄기가 여울을 이뤄 포말 일으키며 빠르게 흐른다. 따라서 곳곳에 절경의 풍광을 가진 아름다운 강으로 이름 높다.

 

한탄강은 북한 평강군 오리산의 용암이 분출하여 흘러내리며 형성된 지형이다. 따라서 강 양안의 절벽은 검은 현무암이 구멍 숭숭 뚫린 암석으로 꼿꼿하고 곳곳에 기둥처럼 빽빽한 '주상절리(柱狀節理)' 지형으로 되어있다.

 

"들 가운데는 물이 깊고 검은 돌이 마치 벌레를 먹은 것과 같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한탄강의 기묘한 지형을 이렇게 묘사했다. 

 

절벽과 협곡 그리고 여울이 어우러진 한탄강은 예로부터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좋은 경치 사랑하는 이들의 즐겨 찾는 유람지로 오래 사랑받았다. 접경지라 개발이 더뎠던 것도 한몫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 한탄강 주상절리 발달한 절벽에 잔도를 설치하고 데크길을 열어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요즘 우리나라 지자체 중 크고 작은 절벽을 가진 동네 곳곳에 쭝국 잔도를 본받아 잔도길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 하더니 철원도 그 유행에 동참한 모양이다.

 

한편으론 저런 명물의 길을 열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 침체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겠다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경치 수려한 자연환경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 않나 싶기도 하여 복잡한 느낌이다.

 

그 느낌 궁금하여 직접 눈으로 살펴보자 하였다. 마침 설날 연휴를 맞아 시간 넉넉하여 알맞았다. 마눌 대동하여 철원 땅 한탄강을 찾아 길을 나섰다.

 

일시 : 2022년 1월 30일

 

연휴 첫날의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가득하다. 외곽고속도로로 안내하던 네비양은 우리를 서울 시내로 집어넣어 한강을 건너고 강북대로를 따라 동진하게 만들더니 구리쯤에서 다시 외곽고속도로와 합류시킨다. 

 

길게 북상하여 철원으로 들어갔다. 철원은 접경지대로 참으로 먼 북쪽 동네다. 오래 운전하였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은 하였다. 우리 목적지는 한탄강 드러니 매표소 주차장이다. 

 

찬바람 가득한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만원이다. 겨우 한쪽에 주차하고 밖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줄을 나래비로 서있다. 곧바로 관광버스가 들어와 사람들을 태운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행렬에 동참하여 승차하였다.

 

정신 차려 확인하니 이 차는 드러니와 순담 양쪽을 오가며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중이다. 이곳 한탄강 잔도 길이 길게 한줄기라 들머리와 날머리를 이어 줄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는 일이다. 엉겁결에 순담으로 향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트래킹 마쳤을 때 곧바로 우리 차가 기다리는 곳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위치한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 연장 3.6km, 폭 1.5m로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에서 절벽을 따라, 절벽과 허공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로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겸험하는 “느낌있는 길!”이다.

주소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3
문의처 : 순담매표소 : 033-452-2225, 드르니매표소 : 033-452-9825
순담 매표소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78-2
드르니매표소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3
이용시간 : 09:00 ~ 16:00(동절기 일몰관계로 15시마감) *회차별 300명 제한

 

# 한탄강 잔도길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순담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었다. 1인당 만원이고 5천 원은 지역 화폐로 돌려준다. 3.6km 트래킹에 입장료 만원이라면 꽤 비싼 편이지만 오천 원을 돌려주니 절반 할인받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 지역 화폐는 철원에서만 사용되니 결국 이 고장에서는 만원을 다 받은 셈이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머리 잘 썼다.

 

 

# 출발지인 순담 계곡에는 물윗길이 조성되어 있다. 한탄강 위로 부교를 띄워 물길을 만든 것이다. 얼음 언 물길 위를 걷는 재미도 괜찮을 듯하다.

 

 

# 한탄강은 용암이 녹아내리며 형성된 골짜기 형태의 강이다. 강 양안으로 직벽의 주상절리 절벽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절벽을 따라 잔도를 만들었다. 중국 황산의 잔도를 흉내 낸 이 잔도는 요즘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유행이다.

 

 

# 작년 11월에 개통된 이 잔도는 벌써 50만 명 이상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자연환경 파괴라는 우려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침체된 지역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 잘 관리하고 이용하기만 한다면 환경보호와 조화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 편안한 오르내림도 있고 꽤 가파른 오르막도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 중간중간 출렁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사람들 입에서 비명소리 간간이 들려 재미를 더한다.

 

 

# 이런 잔도가 없었다면 저 물길을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떡시루 쌓아둔 듯한 바위.

 

 

# 구불구불 강의 흐름이 여유롭다. 원래는 저 강변 위 절벽길을 걷는 재미도 좋다.

 

 

# 저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금학산이지 싶다.

 

 

# 서초동 서래마을에 있는 누에다리와 닮은 다리가 있다.

 

 

# 건너편 길은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곳의 절벽은 각기 다른 형태의 지층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아래는 주상절리 조각들이다.

 

 

# 건너편은 과수원길이라는데 저곳 그늘에서 이쪽을 건너다보는 재미도 좋을 듯하다.

 

 

# 전망대가 중간중간 있다.

 

 

# 작은 폭포가 얼어붙어 꽤 큰 얼음 폭포가 되었다.

 

# 한탄강 주상절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 저 절벽은 총 4단의 지층으로 되어 있다.

 

 

# 멀리 굉장한 규모의 전망대가 건너다 보인다.

 

 

# 경치 좋은 곳이다.

 

 

# 지나온 길을 돌아보다.

 

 

# 소나무숲을 따라 난 길도 걷는다. 솔향기 그윽하여 좋았다.

 

 

# 마지막이 보인다.

 

 

# 이곳 전망대가 주상절리 길의 마지막이다.

 

 

# 건너편의 산줄기는 금학산, 지장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다. 예전에 저곳 계곡에서 하룻밤 유하고 뒷날 지장산 일대의 산줄기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곳 주상절리길은 사람 발길 이어지기 어려웠던 한탄강의 절벽을 따라 잔도를 만들고 중간중간 쉼터를 만들어 외지인들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개통한 지 두 달이 채 안돼 5십만 명이나 다녀갔다니 첫 성과치고는 나쁘지 않다. 또 입장료 절반을 지역화폐로 돌려주어 철원 지역에서 모두 사용하게 만든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 잔도가 경쟁적으로 건설되어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오랜 역병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려보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일 텐데 그 애씀이 참 가상하다 하겠다.

 

다만 창의력 있는 주제를 고민하지 않고 어떤 것이 좋다면 무조건 베끼고보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무지성이 안타깝고 환경파괴와 지역 경제 부양의 절묘한 조화를 계속 고민해야 함은 남은 숙제일 것이다. 

 

아무튼 철원시는 오랜만에 외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을 하나 성공하였다. 문제는 지속적인 콘텐츠의 개발과 관리의 꼼꼼함이 유지되어야 하지 싶다. 좋은 구경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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