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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24-5(태백산/太白山)-겨울 태백 본문
[100대명산]태백산/太白山 |
겨울 산은 강렬하다. 겨울이면 산하(山河)는 속살을 온전히 드러낸다. 검은 뼈대와 하얀 속살은 겨울 산의 진면목(眞面目)이다.
봄날의 연초록 새 옷과 꽃단장, 한여름 푸르른 외투, 가을날 화려한 색동옷도 찬바람 일면 모두 벗어던지고 겨울 산은 태초의 알몸으로 돌아가 원시(原始)의 모습이 된다.
속살이 오롯이 드러난 겨울 산은 원시의 자연이다. 원시(原始)는 순수(純粹)다. 꾸밈없는 날것이다. 멀고 흐렸던 산하는 겨울이면 가까이 깊어진다. 그리하여 겨울 산은 강렬한 태초의 자연이다.
쨍하게 추운 겨울날 산정에 서노라면 원시의 순수와 대면하게 된다. 순수는 직선이다. 겨울 산은 직선의 칼바람으로 빈 곳을 파고든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곧 태초의 혼돈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겨울 산에서는 정신도 칼날이 된다. 그 강렬한 순수와 대면하다 보면 내 정신도 때를 벗어던지고 날것으로 싱싱해진다. 충전(充電)이요 되살림이다.
그런 이유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원시의 겨울 산이 그리워진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헤쳐야 하는 한라산의 심설(深雪), 강인한 기상(氣像)의 겨울 지리산, 칼날 같은 찬바람의 얼음 소백산, 하늘의 기운과 가까운 하얀 태백산...
그리움이 쌓이면 병(病)이 된다. 그리움의 치료는 만남이 특효다. 그리고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한라, 지리, 소백, 태백... 제일 빠르고 제일 손쉽고 효과 직빵인 처방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태백(太白)'이다. 태백은 내 산꾼 인생 최초의 시작이었고 백두대간 연습의 시작이었으며 겨울 산에서 만난 죽음의 공포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오래 격조하였다. 이제 만난 때가 된 것이다. 겨울 산, 원시, 순수, 태초의 자연...
겨울 태백 |
일시 : 2021년 11월13일 흙의 날
세부내용 : 유일사주차장~유일사갈림길~주목군락~장군봉~천제단~망경사~반재~백단사
겨울 태백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원래 이번 산행은 작은형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 댁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갈 사정이 생겨버렸다.
평소 같으면 우리도 산행을 포기했을 터이지만 이번만큼은 우리 둘 다 이구동성으로 우리끼리 태백산행을 가자고 다짐했다. 그만큼 겨울 태백에 대한 그리움이 강렬했다.
태백은 먼 동네다. 고속도로, 지방도로 달리고 달려 제천, 영월 지나 태백에 도착했다. 여러 해 만에 만나는 화방재 고개 넘어 아래로 내려가니 유일사 주차장이 나온다.
태백산/太白山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태백시 경계에 있는 산. 높이 1,567m이다. 설악산·오대산·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린다.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1,567m))과 문수봉(文殊峰:1,517m)을 중심으로 비교적 산세가 완만해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웅장하고 장중한 맛이 느껴지는 산이다.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天祭壇:중요민속자료 228)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 볼거리로는 산 정상의 고산식물과 주목 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태백산 일출 역시 장관으로 꼽히며, 망경사(望鏡寺) 입구에 있는 용정(龍井)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샘물로서 천제의 제사용 물로 쓰인다. 그 밖에 태백산석장승(강원민속자료 4), 낙동강의 발원지인 함백산 황지(黃池), 한강의 발원지인 대덕산(1,307m) 검룡소(儉龍沼) 등의 주변 명소도 찾아볼 만하다. 태백산 일대는 탄전이 많은 데다가 주변에 철광석·석회석·텅스텐·흑연 등이 풍부하여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사업도 활발하다. 1989년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사시사철 등산객과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
# 태백산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이번 산행은 여느 때처럼 유일사 매표소를 출발해서 주목군락지를 거쳐 장군봉과 천제단으로 올랐고 하산은 망경사를 거쳐 반재와 백단사 매표소 쪽으로 하산했다. 따라서 하산 이후 유일사주차장까지 도로 따라 한참을 걸어야 했다.
# 유일사 주차장. 중간에 교통정체가 있어 도착이 늦었다. 대부분 산객들은 이미 산으로 스며들었고 빨리 시작한 이들은 벌써 하산하여 먼지를 털고 있다.
# 한쪽 구석에 주차하고 서둘러 산행 준비를 했다. 출발이 늦어 마음이 급했다. 산 그림자가 벌써 길어졌다.
# 올 겨울에는 눈이 적다. 예년 같으면 흰 눈으로 덮였을 들머리 오르막이 생으로 노출되어 있다.
# 맨땅의 산길이 생경하다. 들머리 낙엽송 숲이 꼿꼿이 도열한 채 우리를 반긴다.
# 태백사 사찰 입구에서 본격적인 태백 들머리가 열린다.
# 이제 겨우 출발인데 시각은 벌써 오후 1시가 가깝다. 출발이 너무 늦어 걱정이다.
# 경사가 가팔라지며 호흡 역시 가빠진다. 우리 산꾼들은 이 가쁜 호흡이 싫지 않다. "흡흡 흡흡" 발걸음 박자에 맞춰 호흡을 조절한다.
# 잠시 오르자 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비로소 겨울 산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 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이들과 연속으로 마주친다. 반면 우리와 함께 올라가는 이들은 손에 꼽게 적다.
# 유일사 들머리의 이정목인 주목을 만났다. 이쯤 오면 몸에 땀이 넉넉히 오르고 호흡도 정돈된다.
# 늘 이 주목을 만나면 늠름한 기상을 느끼게 된다.
# 한차례 더 올려 유일사 쉼터에 도착했다.
# 고개 아래 유일사 지붕이 보인다. 저 사찰은 매번 이곳에서만 보았지 제대로 사찰 구경한 적이 없다.
# 외국 여성 서너 명이 태백 눈 산행을 왔다.
# 아랫마을 어느 집 강아지가 이곳까지 올라와서 산객들 간식을 얻어먹고 있다. 유일사 강아지인가?
# 유일사 쉼터에서 잠시 정비하며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다.
# 우리가 제일 늦었지 싶었는데 우리만큼 늦게 산행을 시작한 이들이 가끔 있다.
# 한차례 길게 올려 주목 광장에 도착했다. 여러 해 전 겨울 이곳에서 쉬며 라면 끓여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기온이 엄청나게 낮고 찬바람 강렬했다. 버너가 얼어 불이 붙지 않았고 마눌은 추위에 얼어 굉장히 고생을 했었다.
# 이제부터는 주목 구경하며 천천히 오른다.
# 세월 흐르고 환경 변하니 태백산 주목도 예전 같지 않다. 이십여 년 전 처음 이곳에서 만난 겨울 주목은 충격적 아름다움이었다.
# 마가목 열매가 눈 덮인 겨울에도 빠알갛게 매달려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눈을 고명으로 얹은 붉은 열매가 눈부시게 예쁘다.
# 예전 같지는 않아도 주목은 주목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기상은 여전하다.
# 상고대가 산호 가지처럼 화려하다.
# 기온이 차서 내 휴대폰 배터리가 급속 방전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메고 다녔는데 휴대폰 카메라 성능 좋아지고 나이 들수록 무게 부담 늘어 몇 해 전부터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그 휴대폰이 이제 낡아 배터리 성능이 갈수록 저하된다. 배터리가 절반은 남아 있는데도 추위에 얼어 그냥 꺼져버린다. 내 휴대폰은 품속에 넣어 인공호흡을 시키고 마눌 휴대폰 빌려 사진을 찍었다.
# 멀리 함백을 넘어 매봉산이 보이고, 우측 더 멀리는 두타, 청옥, 상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지 싶다.
# 함백산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손에 잡힐 듯하다.
# 주목 단지를 지나 길게 오르면 태백산 주봉인 장군봉이 나온다.
# 쨍하게 춥다. 오후라 기온이 많이 올랐는데도 그렇다. 다들 하산하고 산정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건너편 천제단이 보인다.
# 천제단으로 고고!
# 오랜만에 만난 천제단이다. 2006년 1월 1일 우리 부부는 폭설에 갇힌 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이곳 천제단에 밤늦게 도착했었다. 그날 우리는 16시간 30분 동안 눈을 헤치며 백두대간 태백산 구간을 진행했다. 이곳 천제단에 도착했을 때는 기진맥진하여 탈진 일보 직전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눈보라 휘몰아치고 있었다. 새해 기념과 백두대간 안전 종주를 기워하고자 막걸리 한 잔 올리려 천제단에 올랐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다. 까만 어둠 속에 흰옷 입은 누군가 좌정하여 중얼중얼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어둡고 눈보라 강해서 한 치 앞을 구분키 어려워서 그곳에 사람이 있는 줄 몰라서 더욱 놀랬다. 망경사에 머물며 기도하는 무속인이었다.
# 오래전 이야기다. 오늘도 한 사람은 앉아서 한 사람은 서서 무엇인가 간절히 기원을 올리고 있다.
# 부쇠봉과 문수봉.
# 천평리 쪽 조망.
# 저 너머에 동해가 있을 것이다.
# 정상석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이렇게 정상석을 배경으로 하면 된다. 오랜만에 만난 태백이라 정상에서 한참 동안 조망 감상하며 머물렀다.
# 하산은 망경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단종비각.
# 망경사는 이미 산그늘 속에 들어갔다.
# 용정은 겨울 강추위에 얼었다.
# 망경사 벤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찬바람 강해 금세 한기가 든다. 그래도 산정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참 맛나다.
# 망경사에서 한숨 돌린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잠시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으로 복귀해 올라왔던 길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같은 길 걷기 싫어 반재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 예전에는 이 길을 비료포대 썰매 타고 하산했었다.
# 반재에 도착. 한참 태백 눈꽃 찾는 이 많을 때 이곳에 119 상황실과 간이매점이 설치되곤 했다. 오늘은 한적하다.
# 당골광장으로 가는 길과 백단사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당골광장으로 가면 유일사주차장까지 돌아가기 너무 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백단사로 가기로 했다.
# 길게 걸어 백단사로 내려갔다. 먼 하산길이다.
# 화방재 넘어 영월로 넘어가는 31번 국도에 내려섰다. 동네 이름이 '바람불이'다. 골바람이 얼마나 불면 이름이 바람불이냐? 버스 시간이 맞지 않다. 어두워지는 국도를 걸어 유일사 주차장으로 복귀했다.
# 이후 미리 예약해둔 태백산 민박촌에 여장을 풀었다. 태백에 왔으니 태백 한우를 먹어줘야 한다. 숙소에 오기 전 하나로마트에 들러 태백 한우와 이 동네 막걸리를 준비했다. 맛나고 술맛 좋다.
# 뒷날 태백 일대를 좀 돌아보았다. 오랜만의 태백 방문이라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다. 구불구불 피재를 올라 그 좌측에 있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에 들렀다. 2006년 백두대간 종주할 때 이후 처음이다.
# 이후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 들렀다. 이곳도 가족 여행 때 와보고 십수 년 만의 재방문이다.
# 514.4km 한강의 물줄기가 예서 시작된다. 하루 2천여 톤의 물이 솟는다는데 겨울이라 물의 양은 적다. 그래도 꾸준히 솟아나고 흘러 한강을 이룬다. 이 산사면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보다 더 먼저 물이 솟는 고목나무 샘과 제당굼 샘이 나온다. 그곳이 진짜 한강의 발원이다.
# 구불구불 검룡(儉龍)의 흔적이 뚜렷하다.
# 이후 영월 장릉 앞 어느 송어횟집에서 맛난 송어회 한 점 먹고 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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