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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야영-동해 맹방해변/장호해변

강/사/랑 2022. 10. 11. 16:51
[캠핑이야기]야영-동해 맹방해변/장호해변

우리의 이번 강원도 나들이는 영서와 영동 모두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백두대간 좌측의 계곡과 우측의 바다를 함께 보고 싶었던 탓이다.

 

정선 흥터 유원지에서 하룻밤 유한 후 동강 일대를 답사한 우리는 구절양장 백복령을 넘어 동해로 넘어갔다. 목적지는 맹방해변이다.

 

맹방은 몇 해 전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지나간 곳이다. 그날 찬바람 강하게 불고 파도 높았는데 마눌의 배웅받고 맹방에서 삼척의 추암해변까지 홀로 걸었다.

 

정선 동강에서 맹방까지는 같은 강원도이지만 산맥을 넘어야 하는 먼 거리라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넘어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맹방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잠자리 마련이 시급하였다.

 

 

일시 : 2022년 9월 29일 ~ 10월 1일

 

# 맹방해변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장호해변 지형도.

 

 

# 여름 성수기를 지난 맹방은 비교적 한산하였다. 그래도 가을 바다를 즐기고 싶은 야영객들은 넓고 긴 해변과 소나무 숲, 화장실을 갖춘 이곳을 버려주지 않았다. 화장실 가깝고 자리 평평하며 조용한 곳은 이미 선객들이 점령하였다.

 

차박 야영에는 화장실 가까운 곳이 최고의 적지이지만 오늘 우리는 너무 늦게 이곳에 도착해 먼 거리는 감수해야 했다. 해변 이곳저곳 탐색하다가 제일 북쪽 소나무 숲 앞에 사이트를 마련했다.

 

우리 야영지 바로 앞에는 BTS라는 영문 글자가 불빛을 발하고 있었다. BTS가 이곳에서 무슨 촬영을 한 모양이다. 그 글자를 배경으로 사진 찍겠다고 여성들이 삼삼오오 난리다. 나중에 보니 동해 여러 곳에서 저런 BTS의 흔적이 산재했다. 어딘가에는 저들이 똥 눈 화장실이라고 기념하는 곳도 있지 싶다.

 

 

# 얼른 집 짓고 타프 둘러 지붕도 만들었다. 바닷가는 해무나 파도로 인해 습도가 높다. 쾌적한 야영을 위해서는 타프가 필수다. 바닷바람 버티게 만드느라 땀 꽤나 흘렸다.

 

 

# 야영에는 음주 과식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몇 년 다니면 금세 과체중이 되겠다. 체중 걱정은 나중이고 일단 술맛은 참 좋다. 괴기 구워서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파도소리 안주로 한 잔 더 마셨다. 마눌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또 한 잔 마셨다. 막걸리 한 병이 금방 동난다. 

 

 

# 술기운 오를 무렵 자리 정리하고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파도소리 높았지만 안락하게 잘 잤다.

 

 

# 동해에 왔으니 일출을 봐줘야 한다. BTS 글자 우측으로 하늘이 벌겋게 물들고 있다.

 

 

# 해변에서 오래 서성였다. 이윽고 맹방 아래쪽 덕봉산 곁으로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 새해 첫날 동네 호숫가에서 일출을 본 이후 제대로 된 해돋이를 구월이 끝나갈 무렵에야 비로소 보게 된다.

 

 

# 어따! 바다 한쪽이 끓어오른다. 가슴 크게 열고 그 뜨거운 정기를 받아들인다. 좋다! 아주 좋다! 

 

 

# 아침 끓여 먹고 맹방을 떠났다. 이번 강원도 여행은 낚시 탐사에도 목적이 있다. 나는 원래 코흘리개 꼬맹이 시절부터 낚시꾼이었다. 30여 년 낚시꾼으로 비린내 폴폴 풍기며 전국의 강계와 호수를 떠돌았는데, 20여 년 전 산꾼으로 변신하며 비린내 대신 땀 내음으로 향기를 갈아탔다.

 

이제 퇴직하여 마눌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가벼운 캠핑으로 나들이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자니 자연스레 다시 낚싯대에 손이 가게 된다. 전날 정선 흥터에서는 루어로 꺽지를 노렸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오늘내일은 동해에 왔으니 해변 루어를 몇 번 탐색해 보고 결과 시원찮으면 원투를 던져 볼 작정이다.

 

맹방과 덕산, 궁촌 일대를 더듬으며 루어 몇 번 날려 보았다. 결과는 꽝이다. 나는 아직 낚시 장비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 오래 낚시꾼 생활을 한 사람이라 낚시 장비는 바다와 민물 거의 대부분 장르의 채비를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창고에 묵혔던 것이라 사용 가능한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결국 장비를 전부 다시 구입해야 했다. 시시때때로 택배가 도착하고 있지만 구색을 갖추자면 아직 멀었다. 이번 여행에는 짧은 민물 루어대를 챙겨 왔다. 해변 루어를 하자면 3m 내외의 농어대가 있어야 한다. 짧은 쏘가리 대로 휘두르니 비거리가 안 나와 물고기 노는 곳에 접근할 수가 없다. 두어 시간 루어 날리다가 그만두었다.

 

 

# 마눌이 장호해변의 캠핑장을 검색해 두었다. 동해 삼척 일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인 모양이다. 두어 달 전부터 예약이 이미 끝나는데 수능시험 보듯 경쟁해야 한다고 전해진다. 예약 없이 가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예약하고 노쇼한 건이 있어 사이트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격 비싼 글램핑장이나 오토캠핑장은 뙤약볕에 노출되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저렴한 데크는 솔밭 속에 아늑하다. 다만 주차장에서 짐을 들어옮기는 수고는 해야 한다. 우리 자리는 입구 근처라 다행히 힘들 일은 없었다.

 

 

# 장호해변은 주머니처럼 오목한 해변 양쪽에 줄을 매달아 해상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물빛이 아주 맑은 곳이다. 오목한 지형이라 파도나 바람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이곳은 낚시 금지구역이라 바로 앞에 바다를 두고도 멀뚱히 구경만 해야 하는 곳이다. 가족 단위로 야영하면서 오붓이 쉴 수 있는 곳이라 인기 절정인 모양이다.

 

 

# 이웃 사이트와 너무 가까워 멀티스크린 둘러 눈길을 차단했다.

 

 

# 조용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해변이다. 가족 단위의 캠핑장으로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발 담그고 놀다가 오후 늦게는 풍덩 물에 뛰어들었다. 올해 첫 해수욕이다.

 

 

# 장호항 인근으로 산책나갔다. 뙤약볕 강렬하여 해변에는 인적 드물다. 평일이라 더 그러할 것이다.

 

 

# 삼일 연속 막걸리 파티다. 해수욕 마치고 더운물 샤워까지 하여 깨끗이 한 뒤라 술맛이 개운하다. 규칙적인 파도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노을 지는 바다에 눈도 즐겁다. 맛난 술 들어가니 입 역시 즐겁고...

 

 

# 밤 되니 할 일이 없다. 포만감 소화시킬 겸 야간 산책을 나갔다.

 

 

# 글램핑장과 오토캠핑장도 만원이다. 이곳저곳 고기 굽는 냄새 가득하다.

 

 

# 해변 북쪽 언덕 위에 호텔이 있다. 호텔 정원까지 올라갔다. 우리가 자리 편 소나무 숲 야영장과 그 너머 글램핑장 불빛이 휘황하다. 언덕 위라 시원한 바람 가득하다. 오래 쉬며 야경 감상했다.

 

 

# 이웃 사이트 여성 두 명이 밤 늦게까지 수다 만발이었다. 사이트가 너무 가까운 점이 옥의 티였다. 아침은 서양식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다시 찾았다. 아담한 장호해변이 내려다보인다. 다음을 기약했다.

 

 

# 제대로 된 낚시를 해 볼 요량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북상했다. 용화, 초곡, 원평, 맹방을 지나 북상하다가 삼척항 북쪽에 있는 새천년해안도로까지 올라갔다. 비치 조각공원 곁에 데크 길이 구불구불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그곳에 작은 쉼터가 있는데 그늘 좋고 바람도 좋다. 한쪽에 주차하고 낚싯대 챙겨 갯바위로 내려갔다.

 

 

# 조각공원 곁에 있는 저 작은 야산 위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해파랑길 걸을 때 그 정자에서 두어 번 야영했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 비밀 장소다.아래에 화장실도 있으니 하룻밤 살짝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 갯바위에서 앞쪽 여밭을 향해 루어를 날려봤다. 한 시간 정도 어깨 뻐근하게 던졌는데 전혀 입질이 없다. 간혹 복어떼들이 반짝이는 루어를 따라오기는 하는데 그놈들도 입질은 안 한다.

 

 

# 낚시는 포기하고 점심이나 먹자 하고 그늘에서 수제비용 물을 끓이고 있는데 해변에서 해루질하시던 인근 마을의 노부부께서 성게 대여섯 마리를 선물로 주신다. 마눌이 인사하고 살갑게 굴었더니 잘 보셨던 모양이다. 노란 성게알이 탐스럽다. 

 

 

# 점심 후 다시 북상하다가 삼척해수욕장 우측 끝 해변에서 원투대 두 대 던져봤다. 청개비 꿰서 먼바다로 날렸더니 보리멸이 입질해 준다. 맑고 깨끗한 고기다.

 

저 원투 낚시 세트를 다시 장만한 후 본격적인 첫 수확이다. 낚시꾼 졸업한 지 이십 년 만의 일이다. 너무 흥분하여 사진을 못 남겼다. 보리멸 두 마리와 황어 한 마리 낚고는 미끼가 떨어져 마무리했다. 

 

 

# 30-450대에 5000번 릴 장착했다. 해동의 입문용으로 저렴한 채비인데 일단은 그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완전 낚시꾼으로 복귀한 것이 아니라 산꾼 쪽의 정서가 더 강한 탓이다.

 

 

# 망상해변 뒤쪽에 동해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입구 그늘에서 저녁상을 차렸다. 평일 저녁이라 휴게소는 오가는 이 드물다.  

 

 

# 이십 년 만의 낚시 수확이다. 마눌은 이 때를 대비해 매운탕 양념을 가지고 다닌다. 보리멸은 작고 아담한 생선이지만 살이 찰진 넘이다. 간만에 맛보는 보리멸 매운탕이 아주 맛났다. 삼박 사 일간 강원도 나들이의 화룡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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