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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야영-가평 무명계곡/자라섬 본문

산이야기/캠핑이야기

[캠핑이야기]야영-가평 무명계곡/자라섬

강/사/랑 2022. 11. 16. 15:54
[캠핑이야기]야영-가평 무명계곡/자라섬

가난한 서민의 삶을 살다 보니 삼십육 년 서울과 그 인근의 내 거주지는 나그네의 행적이었다. 결혼 전과 후로 옮겨다닌 주소지가 열몇 곳을 훌쩍 넘는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젊은 시절에도 간혹 삼각산, 도봉산, 청계산, 관악산 등 서울울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곤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사람이 많지만, 집도 참으로 많다.

 

산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성냥갑을 세워 둔 듯한 무수한 아파트와 닥지닥지 붙어있는 주택들이 내 눈의 어림 한계를 넘게 많기도 하다. 그러나 저 많은 집들 중에 내 집을 단 하나도 없다. "남자의 삶으로 어찌 내 몸 하나 누일 공간 하나 확보하지 못했단 말인가?" 풍요 앞에 무기력했던 젊은 나의 한숨은 깊고도 깊었다. 

 

그러나 세월 흘러 어찌어찌 수도권 남쪽에 내 명의의  집을 하나 장만했다. 열 번을 넘는 이사가 이어진 결과였다. 내 집이 생기니 정착하게 되어 꽤 오래 이사 없이 한 곳에 머물게 되었다.

 

열몇 번의 변천이 있었으니 그동안 참 많은 이웃들과 스쳐 지나고 알고 지냈다. 나는 평소 숫기가 없고 사람 사귀는데 재주가 없다. 젊었을 때는 꽤 활발하게 인간관계를 맺었는데 어째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 사귀는 것이 어렵고 무섭기까지 하였다.

 

그리하여 그 많은 이웃들과 관계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내 마눌은 참 쉽게도 이웃들과 인사하고 교류하는 성향을 가졌다. 어느 동네로 이사 갔다 하면 오래되지 않아 벌써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들이 여럿이고 동무도 나이 성향 불문 쉬 사귄다.

 

그러다 보니 모임도 꽤 여러 개를 결성하여 밥 먹고 차도 마시며 활동하는데 그중에는 십 년이 넘게 이어지는 모임도 있는 모양이다.

 

이 동네로 이사와서도 앞집 옆집과 언니 동생 하며 지내고 텃밭 가꾸기 모임이나 강습 모임 같은 커뮤니티 모임도 여전히 활발하다.

 

특히 앞집의 연세 지긋한 부부와는 언니 형부의 호칭이 자연스럽게 꽤 깊은 교류를 나누고 있었다. 나야 매일 아침 출근하여 밤에 퇴근하니 그분들과는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드리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 세월이 대여섯해 이어졌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술자리 식사자리 제안이 왔지만 쉬 응하지를 못했다. 딱 한 번 그 댁에 찾아가서 차 한 잔 마시며 담소한 것이 유일했다. 

 

내 무심함에 마눌의 원망이 컸는데 그분들이 가평에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그나마도 나와 그분들의 관계는 더 이상 진전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마눌은 그분들과 꾸준히 연락이 이어졌는데 그동안 가평으로의 초대가 꽤 여러 번 있었던 모양이다. 나의 무심함과 소심함이 쉬 변할리 없으니 그분들의 초대와 나의 사양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러다 내가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시간에서 꽤 자유로워지니 더 이상 거절할 변명이 부족해 가평으로의 초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은 그분들의 후덕한 인성과 가평 전원생활의 궁금증이 커 나 역시 꼭 그 초대에 응하고 싶기도 했다.

 

그리하여 가을이 깊어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초 드디어 가평 목동리에 있는 옛 이웃의 전원주택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분들이야 자기 집에서 하룻밤 묵기를 원하시겠지만 내 숫기로 남의 집에 잠자기가 어려우니 원래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가평 몇몇 계곡을 후보로 야영할 계획도 세웠다.

 

 

2022년 11월 9일 ~ 10일

자라섬

자라섬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1번지 일원에 있는 섬이다. 1943년 청평댐(淸平)이 건설되면서 북한강(北漢江)에 생긴 자라섬은 남이섬과 직선거리로 800m정도에 위치해 있다.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자라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진 자라섬에는 레저 및 생태공원 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오토캠핑장이 위치한 서도 일원에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이, 중도에는 지름 100m가 넘는 잔디광장을 갖춘 생태문화공원이, 자라섬캠핑장 서단에는 자연생태테마파크 ‘이화원(二和園)’이 조성되어 있다. 자라섬은 캠핑으로도 유명하지만 2004년부터 열리고 있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 가평 목동리에 있는 지인의 전원주택 집들이를 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가움이 컸다. 오래 환담하였다.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그분들은 벌써 친한 이웃들이 많다. 이동하여 그 이웃들과도 인사하였다.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그분들과 작별하였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예전 산행하면서 봐두었던 가평 북편 적목리의 어느 계곡가이다. 시골의 밤은 어둡고 적막하다. 옛 기억으로만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꽤 시간을 소모한 뒤 겨우 장소를 찾았다.

 

칡흑같이 어두운 곳이었다. 차밖으로 나오자 엄청난 한기가 덮쳐왔다. 11월의 가평 계곡은 이미 한겨울이었다. 온도계는 영하 10도 내외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마눌과 꽤 고민하였다. 너무 추웠고 우리 준비는 허술하였던 탓이다. 그냥 차 몰고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이왕 왔으니 애초 계획대로 강행하자 했다.

 

얼른 텐트 치고 야영준비를 했다. 키가 높아 빈 공간 많은 자동텐트이지만 막상 설영하고 나니 바람 막아주고 아늑하였다. 고기 굽고 막걸리 한 잔 나누자 속까지 뜨뜻하여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윽고 잠시 소요하다가 잠자리 만들었다. 동계침낭이 빵빵하여 얼어죽을 일은 없었다. 탕파에 물 끓여 넣어 안고자면 웬만한 추위쯤은 끄떡없다.

 

 

# 처음 걱정과는 달리 편안히 잘 잤다.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이들로 꽥 차는 곳인데 이 계절에는 우리 외 아무도 없었다. 고요하고 아늑하였다.

 

 

# 짐 정리하고 주변 산책 나섰다. 갈수기지만 맑은 물이 꽤 많이 흐르는 곳이다. 종종 찾고 싶은 곳이다.

 

 

# 이후 가평읍으로 이동하였다. 오랜만에 자라섬 구경이나 하자 하였다.

 

 

# 북한강 속 버려진 섬이었던 자라섬은 이제 잘 가꿔진 테마공원이 되었다. 재즈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데 그 열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 북한강 자전거길 달리며 늘 보던 풍광이다. 

 

 

# 강 건너로 춘천 새덕산 일대의 산줄기가 보인다. 저 숲 속에 장자골 잣숲이 있다. 마눌과 여러 해 전 무거운 등짐 지고 올라 하룻밤 야영한 곳이다. 뒷날 저 산줄기를 따라 새덕산 정상을 찍고 돌아왔었다.

 

 

# 이후 천천히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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