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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캠핑이야기

[캠핑이야기]야영-연곡해변/주문진해변

강/사/랑 2022. 11. 1. 17:34
[캠핑이야기]야영-연곡해변/주문진해변

90년대 초반 일이니 삼십 년도 더 넘은 아주 오랜 옛이야기다. 그해 여름 우리 부부는 강원도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자동차 없던 시절이라 여행사 예약하여 오가는 차편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강릉 북쪽의 연곡해변이었다. 원래 낚시꾼으로 청춘을 보낸 몸이라 낚시와 해수욕을 겸한 낚캠을 연곡에서 보내자 싶었던 것이다.

 

출발지인 안양에서 승객을 가득 태운 여행사 관광버스는 대부분의 승객을 경포대에 하차시킨 후 다시 연곡으로 향했다. 이윽고 연곡에 도착했다면서 내리라고 하는데 하차 승객은 우리뿐이었다.

 

버스가 떠난 후 주변을 살피니 해변이 아니라 국도변이다. 관광버스 기사의 얄팍한 속임수였다. 경포대처럼 많은 승객이 내리는 곳은 해변까지 들어가고 연곡처럼 찾는 이 적은 곳은 들어가기 귀찮아 국도변에 내려주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당시 우리는 야영 짐과 낚시짐을 함께 챙겨 짐이 아주 많았다. 그 많은 짐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뙤약볕 아래 땀 뻘뻘 흘리며 해변까지 근 1km를 걸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솔밭에 야영짐 내리니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한심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즐거운 휴가 기분을 망치기 싫어 꾹 참았다. 요즘 같으면 고객센터 찾아가 항의하고 환불 요구하는 등 난리가 나겠지만 그때는 순진하였는지 관대하였는지 그냥 넘어갔다. 무엇보다 그곳 연곡해변에서의 며칠 휴가가 아주 즐거웠던 탓에 기분이 많이 누그러진 점이 컷을 것이다.

 

당시의 연곡해변은 아주 한적한 가족 휴양지였다. 근처의 경포대나 망상 등이 피서객을 대부분 흡수해준 덕분도 있고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수심이 깊어 아이들 동반 해수욕이 좀 위험한 탓도 있었다.

 

이후 우리는 한 10여 년 동안 여름이면 연곡해변을 찾았고 솔밭 야영과 낚시를 즐겼다. 바로 이듬해에 자동차를 장만하여 더 이상 첫해 여름 같은 관광버스 바가지를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2000년대 초 산꾼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연곡은 오래 우리에게서 잊혀 있었다. 이제 퇴직하여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면서 편안한 휴식의 캠핑을 해보자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연곡해변 솔밭이 생각났다.

 

그동안 연곡해변은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름휴가철에만 개방하던 낡은 목조 방갈로와 솔밭 야영지는 쾌적한 편의시설과 넓은 데크를 갖춘 캠핑장으로 변모하였다. 좋은 시설과  뛰어난 풍광, 한가한 해변을 고루 갖춘 그곳은 때마침 일기 시작한 캠핑 붐에 편승하여 아주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가 되어 있었다.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수능시험 보듯 경쟁률이 높아 어지간한 부지런함이 아니면 예약이 힘든 모양이다. 그런 정보를 들은 마눌은 오래전부터 꼭 그곳에서 야영하자고 재촉이 심하였다.

 

그리하여 가을이 끝나가는 10월 마지막 주에 연곡을 목표로 짐을 챙겼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날 확인하니 갑자기 동해안 일대에 비 소식이 잡힌다. 야영이나 낚시에 비 소식은 절대적으로 나쁜 소식이다.

 

밤새 시간대별 강수량을 체크하였지만 27일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비소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안이 필요하였다. 동해로 못 가니 서해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서해는 비 소식이 없었다.

 

서해로 가자 하고 짐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자동차에 앉아서도 동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날씨를 다시 체크했다. 여전히 밤 동안의 비예보는 그대로다. 다만 예상 강수량은 3~5mm로 그다지 많지 않다.

 

마눌에게 약간의 비 예보이니 비 좀 맞자 하니 금방 오케이 소리가 나온다. 그녀도 연곡에서의 옛 추억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좋소!  비 좀 맞더라도 애초에 계획했던 동해로 가 봅시다. 연곡해변은 이십여 년 못 본 사이 얼마나 변했는지 그 안부를 물어봅시다." 

 

그렇게 자동차 네비에 연곡해변을 찍고 동해로 방향을 잡아 집을 나섰다. 가을이 끝나가는 10월 마지막 주의 이야기다.

 

일시 : 2022년 10월 27일 ~ 29일

연곡해변 솔향기 캠핑장

연곡해변 솔향기 캠핑장은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자리했다. 동해고속도로 북강릉IC에서 북강릉, 주문진 방면으로 20여 분 달리면 도착한다. 이곳은 해변과 솔숲이 조화를 이룬 연곡해수욕장에 위치했다. 이 덕택에 바닷가를 조망하거나 소나무가 뿜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일반 캠핑장의 경우 A존 대형 데크 41면, B존 일반 데크 41면, C존 노지 데크 40면을 마련했다. 오토캠핑장은 D존 데크 8면, E존 일반 11면을 갖췄으며, 캠핑 트레일러가 들어갈 수 있는 F존 6면도 있다. 모든 사이트에서 전기와 화로 사용이 가능하다. 각 캠핑 사이트가 분산돼 있지만, 화장실 6곳, 샤워장 6곳, 개수대 16곳을 곳곳에 비치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관리소 바로 옆에 대형 편의점이 있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좋다.

# 연곡/주문진 지형도

 

 

 

# 강릉은 먼 곳이다. 게다가 중간에 극심한 교통정체를 만나 시간 지체가 심했다. 연곡해변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예약 없이 왔지만 다행히 빈자리가 많았다. 비수기 평일이라 그랬을 것이다.

 

 

# 연곡해변은 예전 우리 부부가 야영 다닐 때와는 상전벽해한 모습이다. 그냥 소나무 숲만 울창했던 해변이 각종 편의시설로 잘 꾸며져 있다.

 

 

# 비소식 있는 날이라 파도 높았다.

 

 

# 우리는 텐트 구성이라 9제곱미터 넓이의 일반 데크를 선택했다. 간편한 차림이라 설영이 빨리 끝났다. 혹시 모를 바람이나 비에 대비해 단단히 고정하였지만 기본적으로 비바람에는 취약한 준비다.

 

 

# 비수기 평일이라 우리 외 몇 집 되지 않는다.

 

 

# 밤이 금세 찾아왔다. 

 

 

# 정말 오랜만에 숯불 피워 고기 굽고 막걸리 한 잔 나눴다. 수년 만에 맛보는 불냄새 나는 고기가 술맛을 자극했다. 평소보다 꽤 여러 잔 마셨다.

 

 

# 밤 늦게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혹시 싶어 평소보다 조금 넓은 타프를 설치했지만 비바람을 막아내지 못했다. 텐트 무너질까 걱정 많았다. 다행히 잘 버텨 주었다. 새벽에 두어 번 다시 조이고 묶어 대응한 덕분이다.

 

 

# 바다가 아주 거칠어졌다. 연곡은 해수욕장 앞바다가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다. 밤새 파도소리 아주 우렁차게 들렸다.

 

 

# 젊은 시절 십여 년 넘게 이곳 연곡으로 여름 피서를 왔었다. 그때마다 늘 저 우측 멀리 해변에서 낚시를 했다. 황어나 도다리, 보리멸 등이 곧잘 나오곤 했다.

 

 

# 우리 젊은 날의 추억이 아주 많은 곳이다. 해변 이곳저곳 산책하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 캠핑장에서 야영하면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어 참 좋다.

 

 

# 이후 연곡을 나와 주문진 일대 구경을 했다. 이곳은 주문진해수욕장 인근 아들바위공원이란 곳이다. 주문진을 수십 번 왔었지만 이곳은 처음 와본다.

 

 

# 주문진 해수욕장. 오늘 이 동네 바다는 곳곳이 끓어넘친다.

 

 

# 주문진 해변 곳곳을 돌아다녔다. 옛날 다녔던 회사의 휴양관이 있는 지경해변도 가봤다. 참 오랜 추억의 장소다. 그곳에서 원투낚시 시도했는데 파도 높아 조과는 없었다. 야영할 곳 찾아 이곳저곳 탐색하였다. 그러다 해수욕장 주차장 한쪽 기가 막힌 장소를 발견했다. 

 

 

# 타프 둘러 불빛 차단하니 그 누구의 간섭도 없었다.

 

 

# 야영하다 보면 매일 술을 마시게 된다. 

 

 

# 뒷날의 주문진 해수욕장 풍경. 여전히 바람 많이 불고 파도가 높다.

 

 

# 주문진과 강릉 일대를 돌며 구경하였다. 그러다 순포해변에서 낚싯대를 펼쳤다.

 

 

# 바람 강하고 파도 높아 낚시 여건은 아주 나빴다. 30호 봉돌이 버티질 못한다. 최대한 멀리 던졌는데도 금세 가까이 밀려와 줄이 늘어진다.

 

 

# 조과 없어 실망스러운 낚시지만 이렇게 파도소리 들으며 초릿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그러다 단 한 번의 입질로 제법 커다란 황어 한 마리 낚았다. 황어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동해 낚시의 불청객이다. 가시 많고 살이 물러 대부분 잡자마자 놓아주는 고기다. 하지만 오랜 세월 낚시꾼으로 지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황어를 홀대한 적 없다. 어로와 수렵채취는 인간 역사의 근간이었다. 잡았으면 맛나게 먹어줘야 어로 행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 곧바로 매운탕을 끓였다. 황어 한 마리뿐이지만 얼큰하고 맛난 국물이 완성되었다. 막걸리 한 병 금세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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