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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야영-고창 선운산(禪雲山) 국민여가캠핑장 |
# 시 한 수
선운사 동구(禪雲寺洞口)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습디다.
- 미당 서정주
# 노래 한 수
선운사(禪雲寺)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 송창식
# 이야기 하나
1992년 봄. 회사 워크숍에 참석했다. 장소는 선운사였다. 안양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고창까지 이동했다. 젊은 회사였고 종업원 모두 젊은이로 구성된 회사였다.
출발과 동시에 버스 안은 이동 포커판이 되었다. 혈기만 왕성하였지 꼼수나 기술은 전혀 없었던 나는 연전연패했다. 다만 왕성한 혈기 탓에 판 키우는 데는 탁월하였다. 내가 끼면 그 판은 으레 판돈이 수북하였다.
버스 안에 여러 판이 동시에 진행되었지만 모두의 관심은 당연 우리 판이었다. 관심 높아지니 혈기는 더 끓어올랐다. "받고 따불", "올인" 등등 큰소리가 난무했다.
도박판의 호구는 늘 목소리가 높고 혈기 왕성하다. 호구가 승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덧 내 주머니는 텅텅 비게 되었다. 허탈하게 자리 털고 일어나는데 버스가 선운사 앞 숙소에 도착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빈털터리 되는 순간에 목적지 도착이었다.
뒷날 일정 마치고 다시 숙소에서 포커판이 벌어졌다. 빈털터리 신세인 나는 그 판에 낄 수 없었다. 숙소를 나와 선운사로 향했다. 이왕 선운사에 왔으니 동백꽃이나 보자 하였다. 허한 마음에 붉은 동백꽃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터덜터덜 걸어 선운사로 올라 갔다. 대웅전 뒤에 짙푸른 동백숲이 펼쳐져 있었다. 기대감 안고 대웅전을 돌아 나갔다. 그러나 동백꽃은 없었다. 검붉은 동백꽃은 없고 짙푸른 동백잎만 가득했다. 검붉은 그 꽃잎 보기에는 시절이 일렀던 것이다.
허한 마음 안고 사찰을 돌아 나왔다. 터덜터덜 발 끌고 내려오는데 송창식의 노랫소리 절로 나왔다."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미당 시인은 시절 일러 동백꽃을 보지 못하고 육자배기 가락에서 목쉰 작년 꽃잎만 보았다 했다. 나는 송창식의 노랫가락에서 아직 피지 않은 동백꽃을 더듬었다. 빈 지갑, 빈 가슴에 동백꽃 노랫가락이나 채우자 했다. 숙소까지 내려가는 길이 꽤 멀었다.
일시 : 2022년 12월 08일~09일
선운사/ 禪雲寺 전북 고창군 아산면(雅山面) 삼인리 도솔산(兜率山)에 있는 사찰.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의 본사. 선운사사적기(禪雲寺寺蹟記)에 따르면 577년(백제 위덕왕 24)에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창건하였으며, 그후 폐사가 되어 1기(基)의 석탑만 남아 있던 것을 1354년(공민왕 3)에 효정선사(孝正禪師)가 중수하였다. 1472년(조선 성종 3) 부터 10여 년 간 극유(克乳)가 성종의 숙부 덕원군(德源君)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중창을 하였는데 정유재란(丁酉再亂)으로 본당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창건 당시는 89개의 암자와 189채의 건물, 그리고 수도를 위한 24개소의 굴이 있던 대가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1613년(광해군 5)에는 무장(茂長)현감 송석조(宋碩祚)가 일관(一寬)·원준(元俊) 등 승려와 함께 재건을 도모, 3년에 걸쳐 대웅전·만세루(萬歲樓)·영산전(靈山殿)·명부전 등을 건립하였다. 이 절은 불교의 기본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왕성해지고,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주장하던 선종(禪宗)에서도 선리(禪理)를 근본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던 조선 후기에, 조사선(祖師禪)의 본연사상을 임제삼구(臨濟三句)에 입각하여 해결해 보려고 시도한 불교학자 긍선(亘璇)이 처음 입산수도한 절이기도 하다. 주요 문화재로는 금동보살좌상(金銅菩薩坐像, 보물 제279호),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地藏菩薩坐像, 보물 제280호), 대웅전(大雄殿, 보물 제290호),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禪雲寺 懺堂庵 石造地藏菩薩坐像, 보물 제2031호), 만세루(萬歲樓, 보물 제2065호)가 있다. |
# 선운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전날 동호해변에서 하룻밤 일몰과 달빛 감상하며 잘 보냈다. 고창의 바다는 나름 정감 넘치는 곳이었다. 이후 미당문학관 들러 미당시인의 흔적을 감상했다.
고창은 먼 고장이다. 자주 방문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단지 하룻밤 야영으로 떠나기엔 아쉬움 컸다. 그래서 선운사 동백꽃 구경을 하자 했다. 아직 시절이 일러 동백꽃은 없겠지만 그 정취는 충분하리라 싶었다. 마침 선운사 입구에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다 한다. 얼른 앱 켜고 자리 하나 예약했다.
# 입구에 넓은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한바퀴 돌며 느긋하게 산책하였다.
# 야영사이트는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동계인데다 평일이라 아이들 동반한 가족 한 팀과 우리뿐이다.
# 스크린을 앞쪽으로 돌려 시선과 바람을 차단하였다. 아무런 난방기구 없지만 아늑하게 쉬며 식사할 수 있었다.
# 고창산 돼지고기와 서울산 막걸리의 조합이다.
# 오늘도 보름달 밝다. 이틀 연속 달빛 배경으로 막걸리를 마셨다. 달빛 감상하며 마시는 술을 '관월연(觀月宴)'이라 한다. 먼 고창 땅에서 이틀간 달빛 구경 하나는 참 잘했다.
# 기온이 쨍하게 추운 날이었다. 하지만 바람 없어 편안히 잘 잤다. 아침에 느긋하게 게으름 피웠다. 전국 모든 캠핑장에는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고양이 떼가 있다. 이 동네도 예외 없다. 덩치 큰 녀석들은 아랫집 가족들에게 가고 아직 어려 여린 녀석이 우리를 찾아왔다. 어제 먹다 남은 돼지고기 주었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리곤 내 발 주위를 맴돌며 내내 어리광을 피운다. 녀석과 꽤 오래 놀았다.
# 이곳은 바닥이 죄 파쇄석으로 되어 있다.
# 아래쪽은 규모가 커서 큰 집을 하나 지어도 되겠다.
# 입구 도로 쪽 사이트 몇 개는 아주 넓은 나무 데크로 되어 있다.
# 글램핑장도 여러 동 준비되어 있다.
#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가자 했다.
# 입장료를 받는다. 자비의 종교를 표방하는 사찰에서 출입에 돈을 받는 이 행위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동네는 인건비 상승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게 키오스크로 입장료를 받는다. 조금 있으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간편 페이 결제도 가능하겠다.
# 사찰 입주문이 거대하다. 도솔산 선운사라 적혀 있다. 선운산의 옛 이름이 도솔산이다. 미륵보살이 머무는 도솔천(兜率天)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사찰 이름이 유명하여 산 이름까지 따르게 된 경우다.
# 사찰로 올라가는 길이 고요하고 한가롭다.
# 천왕문으로 입장.
# 사찰의 규모가 꽤 큰 편이다.
# 아직 빨간 홍시를 달고 있는 감나무와 배롱나무 뒤로 선운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높이 335미터로 아담한 산이지만 암봉으로 된 정상부가 예사롭지 않은 위용을 보인다.
# 영산전 뒤 산자락에 짙푸른 동백숲이 띠를 두르고 있다.
# 장차 대웅전을 받칠 거대한 기둥 샘플이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이 지역 대학에서 제작한 모양이다. 선운사 대웅보전 5번 기둥이 될 것이라 한다. 초석 위에 전통적인 배흘림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서까래까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 뒤뜰로 동백숲을 찾아갔다.
# 수확하지 않은 홍시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푸른 동백숲을 배경으로 빨간 홍시가 꽃잎처럼 붉다.
# 기름진 동백잎 사이사이 겨울눈의 형태로 꽃눈이 몽골몽골 매달려있다.
# 대단한 규모의 동백숲이다.
# 간혹 이렇게 철 모르는 넘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넘 덕분에 제철 아닌 이때 동백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 절정을 보려면 4월 중순이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 동백꽃 대신 홍시 색깔로 붉은 아쉬움을 달랜다.
# 약수 한 잔 마시고 사찰 경내를 벗어났다.
# 선운산 계곡의 물은 상류에 있는 도솔제란 저수지의 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 선운산 정상까지 가보자 싶었지만 마눌의 반대 심해 저수지까지 산책만 하자 했다.
# 차밭을 지나 위로 올랐다. 숲이 무성할 때 오면 숲향기 가득할 곳이다.
# 올라가는 길에 돌 두 개로 고깔 쓰고 합장한 승려를 표현해 봤다. 단순한 돌 두 개지만 제법 느낌이 난다.
# 꽤 큰 규모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모양이다.
# 제법 산책할 맛이 나는 곳이다. 조용조용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선운산 숲길을 걸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휴식처럼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좋다. 숲 짙어지는 다른 계절에 오면 더욱 좋을 듯하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올라가고 내려오며 열대여섯 번을 저 노래를 불렀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마눌의 제지가 없었다. 경치도 노래도 조화롭고 의미 있어 좋다는 뜻일 게다.
# 저수지 바로 아래에 인공폭포를 만들어 두었다.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 없는 폭포 아래 저수지에서 샌 듯한 작은 물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뿜어져 나오고 있다. 높은 압력이 내는 소리다.
# 선운산 국민여가캠핑장은 산행과 동반하여 머물면 꽤 재미있을 곳이다. 추천할 만하다.
# 이후 귀경 길에 잠시 군산에 들렀다. 이성당 빵맛을 좀 보자 싶었다.
# 이 단팥빵 맛본 지 십여 년 정도 되었다. 맛은 여전하였다. 저 많은 빵을 두어 판씩 사가는 이들이 많았다.
이상 고창 선운산 국민여가캠핑장과 선운사 동백꽃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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