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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야영-진주 와룡지구친수생태공원 |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온 세상이 설렘과 혼돈의 교차로 어수선하던 2천 년 초반. 회사 일로 필리핀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완전치 않던 때라 휴대폰은 먹통 상태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비로소 휴대폰이 열렸다. 집으로 전화하여 도착을 알리려는 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셋째 형의 별세 소식이었다. 늘 불안불안 하였어도 아직 사십 후반의 나이였다.
공수부대 하사관으로 꽤 오래 고된 군생활을 했고 제대 후에는 사회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안정적 직장 보다는 자유로운 떠돎의 삶을 살았고 결혼 이후에도 생활이 늘 위태로웠다. 오랜 무절제로 질병이 있었는데 관리가 잘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벌어질 일은 아니었다.
형제 사이에도 엄격한 격차가 있었던 우리집 성장환경 속에서도 그이와 나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편이었다. 대부분 고집 세고 자기주장 강한 나를 온순한 성격의 그이가 받아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감 없이 이뤄질 일은 아니었다.
1984년 8월 군대 제대하고 곧바로 담양에 있는 공수부대 군인이던 형을 동생과 함께 면회 갔다. 장기하사관이던 형은 영외생활을 하고 있었다. 4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날 우리 셋은 담양과 광주를 오가며 무려 이십 차 넘게 술을 마셨다. 온밤을 꼬박 새우며 술을 마셨다. 그야말로 마시고 또 마시며 전진만 하였다. 철없고 피 끓어 그랬을 것이다.
황망 간에 그이를 떠나보낸 지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은 갔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갔다. 슬픔은 시간에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또 우리는 산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해외여행을 못 간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연락하는 순간 또 무슨 무서운 일이 생겨있을까 두려운 탓이다. 이런 모습에 마눌은 이해하면서도 늘 불만이다.
그 형의 기일이 찾아왔다. 그동안 밥벌이에 바빠 제사 참여가 쉽지 않았다. 혼자 제사 모시는 형수의 상황이 안타까와 동참하고자 하였으나 내 고향 진주가 하 멀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년에는 제사일이 휴일이라 참여하려 하였으나 마침 형수가 코로나에 걸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제 시간 널널한 신세가 되었으니 형님 제사를 꼭 지내고 싶었다.
마눌도 여러 준비를 미리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진주는 먼 고장이다. 오래 운전하여 일찍 세상 떠난 형을 만나러 진주로 향했다.
2023년 3월 15~16일
진주 와룡지구 친수 생태공원 부산국토관리청이 사업비 154억원을 들여 2016년 2월 착공해 2019년 10월 길이 3.8㎞, 44만㎡ 규모의 와룡지구 친수 생태공간으로 완공. 3개의 테마로 나눠 제1 테마인 육체적 건강의 장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족구장, 체력단련장, 주차장 등이 조성. 제2 테마인 정신적 치유의 장에는 피톤치드 건강길, 습지생태체험길, 향기의 정원 등으로 조성. 제3 테마에는 야영 및 레져, 구름동산, 원두막 피크닉장과 굴피백년길, 추억을 먹는 오디길 등이 조성됨. 이후 진주시로 관리권이 이관됨. |
# 진주 와룡지구친수생태공원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엄청난 규모의 친수공간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관리가 잘 안 되어 민원이 많았던 모양이다. 지역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화장실이나 식수대 등 편의시설이 없고 관리가 안돼 잡풀만 무성했다고 고발하고 있다. 시 외곽지대에 있어 찾는 이도 적었던 듯하다. 이후 진주시에서 신경을 썼는지 화장실이 두어 군데 설치되었고 활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 형 제사를 마치고 와룡지구로 이동했다. 내 고향이지만 금산면은 원래도 잘 모르는 곳이다. 세월 많이 흘렀고 길도 낯설어 찾는데 조금 애먹었다. 지도에서 미리 봐두었던 야영지로 찾아갔다. 굉장한 넓이의 야영지가 조성되어 있다.
# 대형 텐트가 여러 동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장박용으로 선점해 둔 것이고 이웃집에 두어 팀만 야영 중이다. 불 밝힌 저 팀은 여러 명이 자동차로 왔다 갔다 하며 어수선하였다. 음악 크게 틀고 노래 부르며 고함치고 난리가 요란 터니 밤 깊자 다 떠나 버리고 서너 명만 야영하더라.
# 이곳은 넓은 잔디밭에 커다란 사각형의 보도블록 사이트를 수십 개 만들어 두었다. 비어 있는 곳 하나 선택하여 집을 지었다. 야영 환경이 아주 좋다.
# 난로 열기 오르니 곧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다.
# 제사 모시고 음복한 뒤라 따로 무엇을 먹을 일이 없다. 술 생각도 특별하게 없고... 그래서 꽃차 끓여서 은근한 그 향기만 즐겼다.
# 진주 남강변의 하늘은 초롱초롱한 별들로 가득하였다.
# 남강은 대밭으로 유명하다. 이곳 금산 강변도 대밭이 울창하다. 밤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 바람에 대숲이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어릴 때 늘 보던 광경이다.
#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불었는데 날이 밝아도 여전하다.
# 강하게 부는 강바람에 대밭이 물결처럼 춤춘다. 어릴 때 우리 동네는 대숲에 파묻혀 바깥에서는 동네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밭은 진주와 남강의 상징이다.
# 바람 피하기 좋은 대밭 쪽에 대형 쉘터가 십여 동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알박기다. 지금 저 안에 사람이 있는 곳은 두세 곳에 불과하다. 저렇게 알박기가 성행하면 곧 이곳도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
제발 좀 자제하자. 혼자 욕심만 부리지 말고 필요한 사람이 필요할 때 설치하고 철수하면 되는 일이다. 그게 귀찮고 남에게 빼앗기기 싫어 알박기하는 것은 미개한 짓이다. 제발 쫌~~
# 서너 개는 강풍에 누더기가 되었다. 모두 백만원이 넘는 고가 장비인데 관리 안 하면 저렇게 된다. 그리고 쉘터가 훼손되었으면 철수해야지 안에 있는 장비만 가져가고 쉘터는 버려두었다. 쓰레기 처리하기 싫은 것이다. 나쁜 사람들이다.
# 그 끝판왕이 여기 있다. 강하게 부는바람에 허수아비 춤추듯 너덜거리고 있다.
# 아침 먹고 후식으로 군고구마까지 챙겼다. 난로 위에 구운 고구마는 단맛이 최고다.
# 사이트 정리하고 생태공원 전체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서늘한 대숲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이곳은 한여름에도 땀 흘릴 일 없겠다.
# 군데군데 넓은 광장이 있다. 한 번에 수천명이 곳곳에서 여러 형태의 레저를 즐길 수 있겠다. 정말 엄청난 규모의 수변 생태 공간이다.
# 대숲 그늘로만 걸어도 하루 운동이 충분하겠다. 그늘 좋고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더 좋다.
# 알박기는 형태도 다양하다. 캬라반이 곳곳에 주차되어 있다.
# 이런 공간 곳곳에서 다양하게 쉴 수 있다.
# 넓은 잔디마당이 나온다. 강아지 데리고 뛰놀면 참 좋을 곳이다.
# 남쪽으로도 돌아보았다. 남쪽은 습지 형태의 공간이 나온다.
# 이곳 금산 와룡지구 외에도 진주는 남강을 따라 엄청난 수변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만약 진주에 산다면 살찔 일은 없겠다. 이렇게 운동하기 좋은 공간이 많은데 어찌 살이 찌겠는가?
# 남쪽 공간에는 엄청난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 파크골프는 게이트볼과 골프를 버무린 운동이다. 전국 모든 지역에 노인들 운동인 게이트볼 구장이 있더니 이제는 이 파크골프가 대유행이다. 게이트볼이 작은 운동장에서 게이트에 공을 굴려 넣는 소극적 운동이라면 파크골프는 넓은 구장에서 여러 홀을 돌며 길게 공을 쳐서 홀에 넣는 적극적 운동이다. 안양천에서 천을 따라 활동적 노인들이 많이 하더니 이곳은 엄청난 규모의 구장이 조성되어 있다.
# 따뜻한 남쪽나라인지라 벌써 쑥이 올라온 모양이다.
# 우리가 묵었던 야영장 곁에도 커다란 파크골프 구장이 있다. 이분들 새벽부터 운동하느라 시끄러워 늦잠을 잘 수 없었다.
# 파 쓰리 정도가 기본인 모양이다. 코스 상태에 맞는 힘조절이 관건이겠다.
# 공원 둑에 올라서자 멀리 월아산이 보인다. 우리는 어릴 때 저 산을 달음산이라 불렀다. 저 두 산 사이로 달이 떠오른다 그렇게 불렀다. 왼쪽 장군대봉에서 하룻밤 야영했었고 골짜기에 있는 휴양림에서 또 하룻밤 야영했다.
# 강 건너편에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 끝도 없는 길이의 수변공간이다. 북쪽 최상류의 모습이다. 이곳은 낚시와 병행해서 쉴 수 있겠다.
# 정말 놀라운 공간이다. 진주시는 이 공간을 잘 관리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에 손색없게 해야 하겠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니 그렇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모텔 같은 숙박시설을 꺼리게 되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청소는 제대로 되는지 등 불안하여 그렇다. 코로나 이후 그런 생각은 더 깊어졌다.
진주는 1년에 서너 차례 방문하는데 항상 야영이나 차박을 하였다. 고향집은 퇴락하고 있고 누님네나 친구집은 폐 끼칠까 저어하고... 그래서 평소 우리가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즐기는 야영이 속 편하고 재미도 있어 우리의 선택은 늘 야영이다.
이제 이렇게 멋진 야영공간을 발견하였으니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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