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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태행산/泰行山 - 도착난망(到着難望)의 산!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태행산/泰行山 - 도착난망(到着難望)의 산!

강/사/랑 2023. 6. 26. 18:28
[야영산행]태행산/泰行山

화성은 내가 사는 수원의 인근 동네다. 아랫 지방으로 나들이 갈 때나 인근 동네 마실 때 늘 지나다니는 곳이다. 특히 장모님 모신 향남면에 가면서 자주 오간다.

 

39번 국도나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그 나들이에 자주 이용되는 길이다. 두 도로 타고 가다 보면 비봉면 남쪽 팔탄면과 접한 곳에 우뚝한 산 하나를 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정상부에 수목이 없고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조망 훌륭할 듯한 산이다. 지도 확인해 보니 높이 294.8m의 '태행산(泰行山)'이다. 300m가 채 못 되는 아담한 산이지만 너른 들로 된 화성에서는 제법 높은 산이다.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으니 나름 역사 깊고 기세 또한 높다. 

 

화성은 너른 들과 긴 해안선을 가진 고장이다. 평야와 해안으로 유명한 고장이지만 산세가 마냥 약하지는 않다. 화성은 세 줄기의 산맥(山脈)으로 뼈대를 삼는다. 서봉지맥, 태행지맥, 오두지맥이 그 주인공이다.

 

서봉지맥(棲鳳枝脈)은 한남정맥(漢南正脈)이 군포를 거쳐 수원으로 넘어가는 수리산 감투봉에서 발원한다. 이후 수원의 서쪽과 화성의 봉담, 발안과 안중을 거쳐 아산만으로 이어진다. 지나는 산 중 가장 높은 화성의 서봉산 이름을 따 서봉지맥이라 불렀다.

 

서봉지맥은 회성 봉담읍 장안대학교 뒤쪽에서 서쪽으로 산줄기 하나를 가지 친다. 이 산줄기는 화성의 동서를 잇는데 그 산맥에서 가장 높은 태행산의 이름을 얻어 태행지맥(泰行枝脈)이라 불렀다. 서해 전곡항 앞의 와룡산에서 바다로 잠기며 그 맥을 다한다.

 

태행지맥은 태행산에서 남서쪽으로 다시 분기하여 산줄기 하나를 뻗는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얕은 산이기는 하나 남산, 봉화산, 불로산, 보금산 등의 산을 거쳐 매향리 고온항에서 서해로 잠긴다. 그 중간에 있는 오두산의 이름을 따 오두지맥(烏頭枝脈)이라 불렀다.

 

결국 한남정맥이 서봉지맥을 낳고 서봉은 태행지맥을 낳으며 태행은 다시 오두지맥을 낳는데 이 삼대(三代)가 화성의 뼈대를 이뤄 산하를 구성하는 것이다.

 

태행(泰行)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자세하지 않다. 옛 기록 찾아보니 '여지도서(輿地圖書)'와 '남양부 읍지(南陽府邑誌)'에' 태산(台山)'으로 적혀 있다.

 

"台山 在府東距二十里 自水原甑嶽山南麓分脈 南至二十里而成.(태산은 부의 동쪽으로 20리 떨어져 있으며 수원 증악산 남쪽 기슭에서 형성되어 남쪽으로 20리에 이른다.)"

 

남양부 읍지의 기록이다. 여지도서의 기록도 비슷하다. 증악산은 우리 동네에 있는 '칠보산'의 옛 이름이다. 서봉지맥에 있는 산이니 태행의 맥이 서봉에서 갈라졌음을 옛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태산(台山)은 무슨 뜻이고 언제부터 불렀으며 또 언제 어떤 이유로 태행산이 되었는지 기록은 찾을 길 없다. 옛 기록은 물론 현 화성시 자료를 찾아보아도 어둡다.

 

태(台)는 대(臺)의 다른 말이다. '높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봉과 팔탄의 넓은 들을 굽어보는 높은 곳이라 태산(台山)으로 불렀음직하다. 

 

그리고 태(泰) 역시 크고 높다는 의미다.  '台山'이 '泰山'으로 혼용되어 이상할 일 없다. 자주 泰山으로 적었을 것인데 중간에 행(行)이 더해져서 태행산이 되었지 싶다.

 

조선은 사대의 나라였다. 상국으로 모셨던 뙤국의 지명을 자주 차용했다. 뙤국에는 태행산이라는 유명한 산이 있다. 泰山이 泰行山으로 바뀔 이유 충분하였을 것이다. 나의 어설픈 짐작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세 개의 지맥이 교차하는 산이니 의미 깊고 평야지대에 우뚝한 산이라 조망도 훌륭하니 그 정상에 오를 이유 충분하였다. 따라서 꽤 오래전부터 그 산정에서 하룻밤 보내며 달구경 할 날을 꿈꿨는데 기회가 쉽지 않았다. 밥벌이에 바쁜 탓도 있고 먼 곳 유명한 산에 자주 이끌렸던 탓도 있다.

 

그러다 퇴직하여 시간이 널널해진 이후 비로소 태행을 찾아가기로 작정했다. 그나마도 여러 번 계획만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아지니 오히려 여유가 더 없어져서 그랬다. 내 건강 때문에 걱정 많은 마눌의 반대도 한몫했다.

 

때 이른 무더위 극성인 6월 말 마침 마눌이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외출하는 모양이다. 그 일정에 맞춰 나도 산행짐을 꾸렸다. 자신의 외출 탓에 마눌의 반대도 미지근했다. 다른 말 나오기 전에 얼른 등짐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뙤약볕 강렬한 유월말의 이야기다.

 

 

 

일시 : 2023년 6월 23~24일

 

태행산/泰行山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청요리·쌍학리·자안리에 걸쳐있는 산. 높이는 294.8m다. 명칭 유래를 알 수 없지만 『여지도서(輿地圖書)』와 『남양부읍지(南陽府邑誌)』 등에는 태산(台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남양군 저팔리면 산 이름에 태산이 수록되어 있으며 언문(諺文)으로 태행산이라 적혀있다. 태행산은 화성 시내에서는 비교적 높은 고도를 가진 산이다. 태행산은 산지의 중턱까지 경작지로 이용되었으나 최근 인간의 영향이 감소하여 식물상이 회복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2021년도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에 화성시가 선정되었으며, 이 사업을 통해 지방도 제322호로 단절되었던 태행산을 포함한 구역들을 연결하는 생태통로가 조성될 계획이다.

 

 

# 태행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옛기록인 남양부 읍지(南陽府邑誌)에 건달산과 함께 태산(台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 집 앞에서 버스 타고 수원역으로 갔다. 오랜만에 수원역에서 전철을 탔다. 부산 회사를 맡았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용했던 역이다. 이제 퇴직하여 하얀 손이 되어 다시 찾았다.

 

 

 

# 정작 전철로는 단 두 정거장 가서 내렸다. 병점역 후문으로 나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 병점역에서 버스를 탔더니 봉담 일대를 뺑뻉 돈다. 

 

 

 

# 목적지인 청요2리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 전철, 다시 버스로 환승했다. 인적 드문 동네다. 지도 어플 켜고 태행산 입구를 찾아 길을 나선다.

 

 

 

# 도로 따라 걷다가 작은 고개 하나를 넘으면 갈림길이 나온다. '산들레 자연 체험학교' 안내판이 보인다. 우측으로 난 그 갈림길로 길을 잡는다.

 

 

 

# 벚나무 터널을 지난다.

 

 

 

# 그러면 전방으로 태행산이 우뚝하고 정상부 데크도 눈에 들어온다.

 

 

 

# 산입구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한다.

 

 

 

# 주말에는 찾는 이가 많은 모양이다. 숲 속길 중간중간에 주차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등산객들의 무단주차가 심했던 탓이리라.

 

 

 

# 오랜 시간이 걸려 목적지인 산들레체험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입구 좌측 아래에 등산객용 주차장이 있다. 자차로 왔으면 20여분이면 충분할 곳인데 대중교통으로 왔더니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렸다.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그때는 꼭 자차로 와야겠다.

 

 

 

# 산들레 체험학교는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은 아니지만 숙박시설은 물론 캠핑장도 갖추고 있다.

 

 

 

# 금요일 주말이라 벌써 캠핑족이 몇몇 보인다. 저 공터 끝에는 젊은 부부가 차박 형태의 캠핑 준비에 땀 흘리고 있다. 모기가 엄청 달려든다.

 

 

 

# 산들레 학교 끝까지 올라가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등로 입구가 나온다.

 

 

 

# 체험학교 좌측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등로가 열려 있다.

 

 

 

# 기온과 습도 모두 높아 금세 땀이 난다. 잠시 짐 내리고 물 한 잔 마시며 한숨 돌렸다.

 

 

 

# 숲 속에는 영지버섯이 피어나고 있다.

 

 

 

# 한차례 밀어 올리면 능선갈림길이 나온다.

 

 

 

# 자안리 갈림길이다. 정상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 누군지 돌탑을 십여 개 쌓아 놓았다. 꽤 정성 들인 모습이다. 

 

 

 

# 등로는 순하다. 그러나 경사는 점점 가팔라진다.

 

 

 

# 드디어 데크 계단길이 시작된다. 처음 백두대간 종주 시작할 때는 이런 계단이 아주 싫었다. 규칙적인 힘겨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운동이다 생각하고 계단을 오르니 마냥 싫지 만은 않더라.

 

 

 

# 오래전 동계용으로 캠프라인 중등산화를 구입했었다. 한 두어 번 신고는 불편해서 신발장에 모셔두었는데 가수분해가 일어나 바닥창이 부서져 버렸다. 바닥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신품이라 부산으로 A/S 보냈더니 아주 새 신발이 되어 돌아왔다. 길 들일 목적으로 이른 더위 찾아온 이 계절에 동계 등산화를 신고 왔다.

 

 

 

# 300m 남짓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경사도는 꽤 갖춘 산이다.

 

 

 

# 정상부에서 다시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다. 등짐 무게 때문에 끙끙 힘을 써야 한다.

 

 

 

# 한차례 용을 썼더니 정상이 나타난다. 넓은 데크로 된 정상이다. 낮은 산이나 사방으로 조망 툭 트인 산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주말이면 백패커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오늘도 벌써 선객 한 명이 도착하여 해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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