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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고려산/高麗山-진진만발(眞眞滿發)! 본문
[일반산행]고려산/高麗山-진진만발(眞眞滿發)! |
봄이 깊어지며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볼에 닿는 바람도 따스해진다. 시간의 힘을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막강한 동장군도 시간이 몰고 온 봄의 훈기에는 물러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슴 크게 벌려 봄기운을 마셔본다. 따스한 봄기운과 봄바람이 온몸 가득 밀려온다. 그 봄바람 속에 아득히 꽃향기 아른 거린다. 진진이 향기다.
진달래는 매년 초봄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여 이 땅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아름다운 꽃이고 갸륵한 꽃이다. 진달래를 보고 이뻐하지 않을 이 없으니 흔하나 귀하기 이를 데 없는 꽃이다.
오래전 백두대간 종주 할 때 덕유산 자락 삼봉산에 올랐을 때 일이다. 새벽 물안개 가득한 숲을 헤치고 산정에 오르니 작은 돌탑이 정상석을 감싸고 있고 그 앞에 손바닥만 한 동판에 시 한 수 적혀 있었다.
진달래
진달래 밭에서 / 너만 생각하였다. // 연 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 眞眞이 //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 죽어서도 못 잊을 /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 우리는 간다. //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 쿠태여 끊어 무엇하랴. // 온산에 불이 났네. / 진달래는 왜 이리 / 지천으로 피어서 / 지천으로 피어서
누가 무슨 사연으로 쓰고 새겼는지 알 수 없지만, 같은 대간 종주꾼으로서 같은 사나이로서 가슴 절절한 그 노래가 울림 크게 다가왔었다.
이후 매년 봄이면 나는 무심코 "眞眞이! 眞眞이!" 한숨 쉬듯 내뱉곤 한다. 그 글을 만난 지 20여 년이 다 된 지금도 여전하다. 이제 또 봄이다. 봄바람 속에 진진이 향기 그윽하다. 나도 모르게 "진진이" 소리가 입속을 맴돈다.
그리우면 만나야 한다. 만나 그 향기 품어야 한다. 문득 강화 고려산에 진진이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잘 되었다. 그리웠던 참이다. 고려산에 가보자. 그리웠다, 진진아!
일시 : 2023년 4월 10일
고려산/高麗山 강화읍, 내가면, 하점면, 송해면에 위치한 산. 높이는 436m이다. 강화6대산의 하나로 마니산(472.1m), 혈구산(466m), 진강산(443)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1696년 편찬된 강도지에 홍릉과 국정, 적석, 백련등의 세 절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화부 서쪽 15리에 있으며 강화부의 진산이다라고 되어 있다. 고려산은 고려의 정기를 품고 있는 산으로 신성한 연못의 물고기가 중국 천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연못의 연꽃이 떨어진 다섯 곳에 오련사를 지었으며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난 전설이 있는 곳으로 곳곳에 적석사, 백련사, 청련사 등 사찰과 고인돌군락지, 고구려 토성, 오련지, 홍릉 등 문화재가 분포하여 아침에 역사탐방 위주의 산행이 좋다. 서쪽 적석사를 가다보면 솔밭을 지나고 갈대밭을 지나 낙조봉을 만날 수 있는데 저녁에 서해 수평선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해지는 광경은 [강화8경]중 하나이다. 또한 북쪽 산등성이로 매년 4월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져 보는 이의 마음도 붉게 물든다. 한낮에 보면 더욱 좋다. |
# 고려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평소에는 백련사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진달래 축제 기간이라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출발지는 고인돌광장 주차장이다. 꼭 10년 전인 2013년 봄에는 산 건너편 청련사 아래 국화리에서 출발했다.
# 마눌은 오랜만의 진진이 산행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소고기계란덮밥쯤 되려나?
# 강화는 제법 먼 고장이다. 두어 시간 가까이 걸려 고인돌광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진달래철을 맞아 고려산을 찾은 등산객이 많다. 정규주차장은 진작에 만차이고 외곽에 준비된 임시 주차장도 차량으로 넘쳐난다.
# 가볍게 몸 풀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 입구까지는 상당한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 하점면 48번 도로를 따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등산객들을 상대한 무인판매대가 중간중간 있다.
# 마을 안쪽에서 산길로 진입한다.
# 하얀 산벚 만발하였다.
# 꽃향기 맡으며 산으로 올라간다.
# 긴 언덕을 올라 갈림길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진입.
# 곳곳이 꽃길이다.
#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진진이들이 분홍빛 모습을 드러낸다.
# 제법 큰 규모의 묘역을 만난다. 어느 집안인지 가세가 탄탄했던 모양이다. 진달래 군락이 묘역을 호위하고 있다.
# 조망이 툭 트인 명당자리다. 좋은 곳에 자리하셨다.
# 이후 가파른 오르막을 한차례 오른다.
# 백련사, 청련사 갈림길을 지난다.
# 여러 해 전 좌측 청련사 방향에서 이곳을 오른 적이 있다. 청련사 아래는 국화리다.
# 능선을 벗어나 백련사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백련사 구경이나 하자하였다.
# 잠시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면 백련사다. 평소에는 이곳 백련사까지 자동차로 올라올 수 있다.
# 백련사 마당에는 어느 승려가수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장르는 트로트!
# 백련사(白蓮寺)는 고구려 장수왕 때 건립된 천년고찰이다. 백련이라는 이름은 인도에서 온 어느 이름 모를 승려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 삼국시대 때 인도인 승려가 절터를 물색하다가 고려산에 이르러 다섯 색깔의 연꽃이 만발한 연못을 발견했다. 그가 다섯 색깔 연꽃을 꺾어 공중에 날린 후 그 연꽃이 떨어진 곳마다 절을 세웠다 한다. 당연히 이곳 백련사는 흰 연꽃이 떨어진 곳이다.
# 역사 오래된 절이라 노거수가 많다. 저 아래 은행나무도 이곳 백련사의 명물이다.
# 백련사를 나와 다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고려산 정상의 군부대 도로다.
# 길옆에 전망대가 있다.
# 고려산 정상부와 진달래 군락지가 조망된다.
# 알려진 명성에 비해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접근 금지.
# 우측에 창후리 선착장 곁에 있는 별립산이 보인다.
# 햇살 좋은 곳에 앉아 민생고 해결하였다.
# 고려산 오정(五井).
# 원래 오정은 군부대 내에 있고 이곳은 재현된 곳이란다. 다섯 색깔의 연꽃은 없다.
# 다시 잠시 오르면 전망데크가 나온다.
# 고려산 안내 사진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다.
# 아직 극성기는 아니다.
# 창후리 별립산.
# 하점면 일대와 그 너머 서해바다.
# 고려산 방문객 대부분이 증명사진 찍는 곳.
# 진달래 꽃철을 못 맞춘 이들은 이곳에서 사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 장상 직전에 진달래 군락지로 내려가는 나무데크길이 나온다.
# 가까이 가니 제대로 된 진달래 꽃향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진달래 군락이 예전에 비해 많이 훼손된 듯하다. 듬성듬성 빈 곳이 많다.
# 그래도 꽃향기 공기 속에 가득하여 참 좋다. 꽃향기 아늑하여 숨쉬기 황홀하였다.
# 우리 부부는 진달래만 보면 오래전 백두대간 종주할 때 삼봉산에서 만난 시(詩)를 떠올린다.
진달래 밭에서 / 너만 생각하였다. // 연 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 眞眞이 //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 죽어서도 못 잊을 /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 우리는 간다. //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 쿠태여 끊어 무엇하랴. // 온산에 불이 났네. / 진달래는 왜 이리 / 지천으로 피어서 / 지천으로 피어서
# 오래 머물며 꽃구경 실컷 하였다. 오랜만의 진진이 꽃구경이라 마음껏 흐뭇하였다.
# 온몸에 꽃향기 가득 묻힌 후 길을 나섰다.
# 데크 상단에 못 보던 정상목이 서있다.
# 건너편 혈구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저곳 정상에 좋은 야영사이트가 있다. 오래전부터 야영지로 점찍어 둔 곳이다.
# 군락지를 나와 정상으로 향했다.
# 정상은 군부대 때문에 못 가지만 군부대 정문 앞의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한다.
# 옛 정상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인증샷 하나 남겼다.
# 하산길에 백련사 아래 숲길을 산책했다.
# 길게 하산하여 고인돌유적지로 복귀했다.
# 돌아보니 고려산 정상부가 올려다보인다. 높은 산은 아니나 제법 거리감이 있다.
# 이후 자동차 달려 외포리 포구에 들렀다. 석모대교가 건설되어 이제 배 타고 석모도로 들어갈 일은 없다. 오래전 무지무지 추웠던 날 배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 해명산, 낙가산 야영산행을 했었다. 해명산정에서 낙조를 보았는데 그 황홀함에 넋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 외포리 갈매기들은 이제 새우깡을 못 얻어먹겠다. 예전에 저 넘들의 주식은 바다의 새우가 아니라 농심새우깡이었다.
# 외포리에서 밴댕이회를 샀다. 강화에서만 먹을 수 있는 밴댕이는 연하면서도 고소한 식감이 참 좋은 생선이다. 집에 돌아와 뒤풀이로 먹었다. 화룡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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