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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두번째(하오현~광덕고개)-五里霧中! 그저 안개 속을 걷기만 했네 본문

1대간 9정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두번째(하오현~광덕고개)-五里霧中! 그저 안개 속을 걷기만 했네

강/사/랑 2007. 6. 28. 14:54
[한북정맥]두번째(하오현~광덕고개)

  
우리는 부부 대간꾼이다. 현역 대간꾼 중 드물게 부부가 함께 손잡고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종주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백두대간 종주 첫발은 작년 초봄 지리산 여원재(女院峙)에서 시작되었다.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 이르기까지 도상거리 600킬로미터가 넘는 대장정(大長程)의 길이다.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아무나 쉽게 마무리 하기도 어려운 고난도의 도전이다. 그 어려운 백두대간을 부부가 함께 손 잡고 종주하는 모습은 일단 보기에 좋고 같은 산꾼들 입장에서는 칭송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것은 순조로운 대간(大幹) 출정(出征)을 방해하는 온갖 딴지와 태클을 물리쳐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부부가 맞벌이 직장인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대간 속에서 땀 흘리고 길 잃고 헤매고 하는 것은 실상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고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누적시키다 보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그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대간길에 나서기까지의 과정(過程)이다. 부부 두 사람의 회사 행사 및 경조사에다가 양쪽 집의 집안 행사, 경조사 등등... 부부 대간꾼의 발목을 잡는 딴지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과정을 모두 물리친 후에라야 비로소 대간길 구간 들머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의 의지(意志)도 포함해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백두대간을 진행해서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을 넘어 대관령까지 올라왔는데, 이번 주도 피할 수 없는 그리고 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일 때문에 대간길은 출정이 어렵게 되었다. 하나는 회사 행사이고 또 하나는 어머님 기일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산에 미치기는 제대로 미친 모양이다. 두가지 행사가 연달아 있으니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백두대간 못가는 대신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자신때문에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어쩔수 없다. 이런 열정이 샘솟을 때는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 열정을 따르면 될 일이다. 길지 않은 인생 살면서 이런 열정을 몇 번이나 경험하겠는가? 그냥 불타오르는 그 열정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새로운 대안(代案)은 한북정맥이었다.


마침 한북에는 내가 지난 번에 마저 끝내지 못한 짧은 구간이 있으니 이런 때에 꼭 적합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홀로 한북정맥의 품속에 스며들기로 하였다.


 

五里霧中!! 그저 안개 속을 걷기만 했네!!!

구간 : 한북정맥 제 2구간(하오현 ~ 광덕고개)
거리 : 구간거리(9.5 km), 누적거리(23.6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7월 9일. 해의 날.
세부내용 :

하오현(06:25) ~ 헬기장 ~ 헬기장 ~ 공터있는 무명봉 ~ 헬기장 ~ 930봉 ~ 1025봉 ~ 회목봉(07:40) ~ 1010봉 ~ 1023봉(07:57)/10분 휴식 ~ 갈림길 ~ 너럭바위 갈림길(08:19) ~ 로프 내리막 ~ 회목현(08:29) ~ 헬기장(08:38) ~ 회목현 입구/임도(08:44) ~ 상해봉갈림길(09:13) ~ 헬기장 ~ 광덕산 기상 레이더관측소(09:38) ~ 광덕산(09:46) ~ 갈림길 ~ 전망바위(10:02) ~ 낙엽송 군락 ~ 갈림길 ~ 광덕고개(10:45).

총 소요시간 4시간 20분. 만보계 기준 15,800보.

 

7월 8일 흙의 날. 오늘은 강/사/랑네 회사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다. 매킨지 분석에 의하면 OECD 회원국 기업들의 평균 생존연령이 30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건가? 문제는 지금부터 일 것이다. 흥(興)이냐, 망(亡)이냐...

코엑스에서 행사 참석하고 호텔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안심스테이크에 와인도 한 잔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는 식성이 토종인 모양이다. 스테이크 먹으면서도 삼겹살에 쐬주 생각이 더 간절하였다.

 

행사 마치고 부랴부랴 전철 타고 용산 큰형댁으로 갔다. 오늘이 29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 기일인 까닭이다. 평생을 고생만 하시다 자식들 효도 한번 못 받고 떠나신 우리 어머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니...

마눌은 오전부터 큰집에 가서 제사 준비에 바쁘다. 당연히 대간길은 못 간다. 제사 준비를 좀 까다롭게 하는 편이라 제사 마치고 나면 언제나 녹초가 되어버리니... 그래서 제사 마치고 나 혼자 지난번 근육통 때문에 다 마치지 못한 한북정맥 나머지 숙제를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침에 차에다 산행준비해서 마눌이 큰집에 갈때 미리 실어 두었다.

마눌은 피곤하니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지만, "
오늘은 당신이 나 좀 도와줘야겠다. 463번 도로에서 하오현까지 한참을 올라 가야 하는데 당신이 날 하오현에 내려주고 도로 내려가서 광덕고개에서 잠을 자든지, 주변 경치구경을 하든지 4시간만 기다려주시게!"


투덜대는 마눌 억지로 달래서 오늘 하루 '운짱'해주길 부탁했다. 제사 지내고 음복하고 이런저런 얘기들 나누다 일어서니 새벽 1시가 넘었다.


광덕산/廣德山

광덕산은 경기도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한 높이 1,046m의 산으로 강원도 화천군, 철원군과 경계 지점이며 능선은 대체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백운산, 국망봉 등 위세당당한 산봉우리가 둘러져 있어 깊은 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광덕산은 높이가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라 산행이 힘들것 같지만, 해발620m 나 되는 광덕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산행 기점인 광덕동은 경기도와 강원도 화천군 경계인 광덕 고개를 넘어선 지점이다. 많은 명산 가운데 광덕산이 겨울에 오르면 좋은 산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는 줄곧 능선으로만 오르내리게 되어 있어 눈이 많이 쌓인 겨울철에도 별다른 위험이 없어서이다. 단 겨울의 광덕산은 눈이 많으므로 아이젠과 스팻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광덕산은 또한 38선 북방 10km 지점에 위치, 자연 경관과 식생이 완벽하게 보존된 때묻지 않은 풍경을 자랑한다. 노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등산로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서쪽으로 영평천의 최상류를 이루는 약사계곡과 각흘계곡, 동남쪽에 백운동계곡이 광덕산을 감싸 흐르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북정맥 제 2 구간 하오현 ~ 광덕고개 개
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제사 모시고 형님들과 헤어져 용산에서 올림픽 대로와 합류하고, 내쳐 달려 외곽순환도로에 다시 올라섰다. 퇴계원 나들목 나와서 일동, 이동 거쳐 도평리 지나고 구불구불한 백운계곡 고갯길을 올라서니 광덕고개다. (03:00). 졸려서 도저히 더 못 가겠다. 눈 좀 붙이자! 고갯마루 공터에 주차하고 침낭 꺼내 누에고치 모드로 들어갔다.

4시 30분에 맞춰 둔 알람 소리에 눈은 떴지만 몸은 움직여지질 않는다. 다시 10분 간격으로 두 번 더 요란을 떤 이후에야 침낭을 개고 밖으로 나왔다.

누룽지 끓이겠다고 준비하는 마눌을 제지하고 그냥 빵 한 조각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오늘 구간은 반 동가리이니까 얼른 끝내고 맛난 것 사 먹읍시다." 
 

 


# 세수하고 광덕고개 쪽을 봤더니 곰 한 마리가 절벽을 돌아 나온다.  저 놈 잡아라!!!!!!!!!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오전 강수확률 30%, 오후 60%를 예보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날씨가 좋은 편이다. 광덕고개에서 광덕리로 내려가는 길은 길고 구불구불한 구절양장의 내리막이다. 같은 홀로 산꾼인 도깨비님처럼 자전거를 광덕고개에 세워 두고 산행 후 편안한 다운 힐로 차량 회수하러 가도 무방할 것 같은 구간이다.

광덕리 삼거리에서 좌측길인 463번 지방도로 갈아 타고 하오터널 쪽으로 길게 올라 갔다. 사거리 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 가면 사창리와 연결된다. 잠시 더 올라가니 길 건너 좌측으로 내려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누군가 마눌 이름을 돌에다 새겨 두었다. "솔사랑"

오잉? 이게 웬일이댜? 당신 나 몰래 딴 살림 차렸냐? 마을 이름인지 가게이름인지는 알 수 없고 그냥 둘이서 신기해하며 깔깔 거렸다.

 

 


# 마눌 이름을 돌에다 새겨 둔 곳.

 

 

 

한참을 올라 지지난 주 내려 섰던 하오터널 앞에 도착하고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임도 시작점에 주차장이 마련되어있고 마티즈 한 대가 서 있다. 정맥꾼일까?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올라 가는데 비가 많이 왔었는지 도로 상태가 극히 나쁘다. 임도 곳곳이 깊이 파여서 차 바퀴가 헛돌기 일쑤이고 자칫하다간 산행은 고사하고 긴급출동 불러야 할 판이다.

급기야 임도가 허물어져서 더이상 진행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차를 돌리기로 했다. 좁은 임도에서 억지로 조금 조금씩 방향을 틀어 차를 돌리고 마눌더러 내려 가랬더니 무서워서 운전을 못하겠다고 한다.

이 ~ 런~~. 결국 편하게 하오현에서 시작하려고 제사 준비하느라 피곤한 마눌 억지로 데리고 왔는데, 말짱 도로묵이 되어 버렸다. 임도 입구까지 도로 내려와서 마눌에게 운전대를 넘겨 주었다.

 

 


#  비가 많이 왔었는지 도로 상태가 극히 나쁘다.

 

 

 

#  입구까지 도로 내려 와서 마눌과 헤어졌다.

 

 

편안한 길인데도 겁을 많이 먹었는지 엉금엉금 기어 내려 간다. 완전히 다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하오현을 향해 꺼이꺼이 올라갔다. 아이고, 내 팔자야! 좀 편하게 접근해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시간만 잡아 먹었네!

습도가 높아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일순간 짙은 연무가 밀려 들더니 시야를 가려 버린다. 장마비 영향인지 지난 번엔 없었던 작은 물줄기도 새로 생겨 있다. 잠시 더 올라 하오현 샘터도 지나고 곧바로 연무 가득한 '하오현'에 도착한다.(06:25)

 


# 연무 가득한 하오현. 좌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축축한 습기와 짙은 연무 때문에 미지의 세계로 홀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좌측 들머리에 표지기 하나 달고 타이어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 바로 위에 공터가 있고 우측에 군 벙커가 있다. 개스가 가득해서 건너편 복주산 쪽은 전혀 볼 수가 없고 시정거리가 10여m 이내다.

어제 두가지 행사 때문에 급히 서두러느라 고도계와 만보계를 빼 먹고 왔다. 개스가 가득하여 주변 지형지물로 위치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오늘 구간 걱정이 많다.

 

 

 

# 하오현 들머리.

 

 

 

# 하오현 바로 위의 공터와 군 벙커.

 

 

 

다시 타이어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공터가 하나 나오고 새소리 가득한 아침 숲길을 헤쳐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온다. 연무 가득하여 볼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청아한 새소리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풀숲에 이슬이 가득해서 순식간에 바지며 등산화가 축축해진다. 누군가 선답자가 나보다 먼저 오늘 이 길을 지나 갔는지 발자국과 스틱 자국이 선명하다. 누굴까?

가파르게 위로 낑낑 올라 가는데 몇일 계속 술을 마신 데다 간밤에 잠을 1시간 반밖에 못 잤더니 컨디션이 나쁘고 힘이 많이 든다. 다시 '헬기장'이 하나 나와 한숨 돌리며 뒤를 돌아보니 복주산쪽으로 연무가 걷히면서 산 정상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 두 번째 헬기장에서 잠시 복주산 구경을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연무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 버렸다. 오늘 구간 끝날 무렵까지 잠시라도 시야가 확보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거시적(巨視的) 세계가 상실되어 버리니 미시적(微視的) 세계로 시야를 돌릴 수 밖에 없다. 등로따라 중간중간 피어있는 야생화에 시선을 맞추며 진행했다. 오늘 구간은 나리꽃, 노루오줌, 산꿩의 다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 하늘나리.

 

 

 

# 숙은 노루오줌. 노루오줌과의 차이는 꽃이 희고 끝이 휘어져 있다.

 

 

 

# 노루오줌. 꽃이 분홍색을 띄고 있다.

 

 

 

# 큰뱀무. 뱀무는 잎이 둥글고 큰뱀무는 잎이 갈래져 있다.

 

 

 

# 노루발. 숲이 어둡고 이 넘은 키가 아주 작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서너 장의 사진 중 겨우 이런 품질의 사진 하나 건졌다.

 

 

 

# 둥근 이질풀. 소백의 주능선에 가면 지천으로 깔려 있는 녀석이다.

 

 

 

# 산꿩의 다리. 오늘 구간의 주인공.

 

 

 

# 딱총나무열매. 광교에서 백운산으로 갈 때 통신대 담장에 몇 그루 있었다. 

 

 

 

# 네잎 갈퀴나물.

 

 

 

# 큰까치수영. 

 

 

 

# 거품벌레의 위장술.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는 거품벌레는 항문에서 거품을 분비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다시 위로 낑낑 올라 '공터가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 그러나 고도계가 없어서 이곳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이후 몇차례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올려 마루금을 따라 올라갔다. 위로 약간 볼록 솟은 '둥근 헬기장'이 나온다.(06:55)

 


# 둥근 헬기장.

 

 

 

고도계가 없으니 이곳 위치를 짐작할 수가 없다. 좌측으로 나가 마루금을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였다. 우뚝 선 바위 두 곳을 만나 우회한다. 하늘나리가 곳곳에서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시 우뚝 선 암봉이 앞을 막아 좌측으로 우회하여 오르면 '작은공터와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길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유독 좌측길에 '보은 **산악회'의 노란 표지기 하나가 달랑 붙어 있다. 무슨 이유로 저쪽에다 표지기를 붙였는지...

우측길로 갈라져 가파르게 아래로 내려 가는데, 갑자기 우측 무릎 위쪽 큰 근육이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지난 주 이것 때문에 발을 질질 끌고 산행하다가 결국 하오현에서 산행을 멈춰야 했었는데... 등로옆 바위 위에 발을 올려 두고 한참을 주물렀다. 스프레이 파스를 뿌릴까 하다가 일단 주물러 보고 다시 통증이 오면 뿌리기로 했다.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하나? 근래 몇 주 사이 자전거에 투자한 돈이 기백 단위를 넘었고, 아침저녁 땀 흠뻑 흘리며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 가고 있는 중인데... 쫄바지에도 서서히 적응해 가고 있고...

한참 주물렀더니 조금 나아져서 다시 출발해서 내리막을 내려갔다. 안부에 이르자 고사목이 등로를 가로 막고 누워있고 넘어서 다시 가파르게 올라 갔다.

오름 끝에 '무명봉'엘 오르지만 개스가 가득해서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가 없고 선답자의 산행기에도 언급이 없어 알 수가 없다. 하필 오늘따라 고도계도 가져 오질 않았으니... 표지기 하나 달고 사진으로 남겼다.

 


        

# 위치를 알 수 없는 무명봉. 표지기 하나 달아 두었다.

 

 

 

잠시 내려서 '안부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좌측은 나무로 막아 두었다. 직진하여 길고 가파르게 올라 가는데, 숲속은 점점 연무가 짙어져서 어둡고 습하다.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여서 걱정이다.

잠시 더 올라 넓은 '헬기장'을 만났다. 이곳이 '1025봉'인가? 선답자의 산행기에 "넓은 공터가 있는 1025봉"이라고 표현했는데...

헬기장을 지나 등로가에 '삼각점'이 있고 바로 뒤에 군벙커가 있는 정상이 나온다. 아마도 '회목봉'인 듯하다.(07:40)

 


# 안부갈림길. 직진해야 한다.

 

 

 

# 숲속은 연무가 점점 짙어져서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다.

 

 

 

# 숲을 가득 채운 연무가 신비한 느낌을 연출한다.

 

 

 

# 1025봉 직전 헬기장.

 

 


회목봉은 아무 특징이 없다고 선답자도 표현했는데, 흔한 낙서 하나도 없다. 잠시 내려 안부에 이르고 교통호가 중간중간 등로를 가로 지른다. 세월이 흘러 메워졌는지, 원래 부실하게 만들었는지 교통호의 기능보다는 배수로의 기능만 남은 듯한 느낌이다.


길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 봉우리를 치고 오르는데 짙은 안개속에 콘크리트 군벙커가 불쑥 모습을 나타낸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짙은 연무 속에 검은 두 눈을 가진 괴물이 불쑥 나타난 듯하다. 때맞춰 까마귀란 넘이 까악까악 음향효과를 맞춰준다. 에라~ 이 넘아!!!

다시 낑낑 올라 정상 근처에서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길은 우회로인 듯하지만 직진하여 작게 모여 있는 바위를 올라가니 정상이 나온다. '1023봉'이다.(07:57)

선답자들은 조망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개스 탓에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다. 참소리님의 표지기가 붙어 있다. 배낭 벗고 간식 먹으며 10분간 휴식했다.

정상을 내려와 우회길과 합류하고 바로 무명봉을 만나 좌측으로 우회하여 잠시 가면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둘다 암봉을 휘 감는다.

좌측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어 그쪽을 따랐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좌측으로 우회하여 로프잡고 위로 올라 가면 '너럭바위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맥길은 이곳에서 직진하여 아래로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좌측길은 치마바위를 거쳐 970봉, 950봉을 넘어 광덕고개와 연결되어 있다.


        

# 갈림길이 있는 암봉을 만나 좌측으로 우회했다. 

 

 

 

# 너럭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내리막길을 급격하게 떨어져 내렸다. 로프는 길게 세 군데나 설치되어 있다. 동절기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바위가 젖어있고 마사토들도 물을 흠뻑 먹고 있어 아주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길게 내려 안부 갈림길에 이르면 양쪽 모두에 표지기들이 많이 달려 있다. 직진길은 바위를 타고 내려야 하고 좌측길은 우회길이다. 바위가 높지 않고 위험치 않아 직진하여 가면 이내 우회로와 합류한다.

다시 길게 떨어져 내려 안부에 이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좌측으로 떨어져 내리는 길쪽으론 나무로 입구를 막아 두었다.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서서히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08:38)


헬기장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수풀이 우거져 터널을 이루고 있고, 나무계단을 내려가자 광덕산으로 올라가는 '임도'와 만난다.(08:44)


 

                     

# 어두 컴컴한 안부 갈림길. 좌측길은 막아 두었다.

 

 

        

# 간만에 밝음을 보여 준 헬기장.

 

 


# 회목현 입구. 광덕산으로 올라 가는 임도.

 

 

 

# 안내판이 서 있다.

 

 

 

'회목현 입구'에선 우측으로 회목현 가는 길이 수풀 속에 있고 정맥길은 임도 따라 위로 길게 올라간다. 보통 이런 임도와 만나면 원칙주의자 산꾼 몇몇이 숲속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기 마련이고 선답자의 산행기에도 숲으로 들어가는 길과 표지기들이 있다고 기술했는데, 짙은 연무때문에 지나쳤는지 신경써서 주변을 살폈는 데도 발견하질 못했다.

대신 임도따라 중간중간에 표지기들이 드문드문 매달려 있다. 아마도 대부분 이 임도를 따라 위로 올랐나 보다. 굳이 숲길이어야 할 지형적 이유도 없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낑낑 올라 '상해봉 갈림길'에 이른다.(09:13)

 

 


# 임도 주변엔 싸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상해봉 갈림길. 정맥길은 좌측으로.

 

 

 

상해봉 갈림길엔 전봇대와 '광덕산 신고 2지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답자들이 한결같이 상해봉의 조망을 칭찬하고, 꼭 들러 볼 것을 당부했지만 오늘은 개스가 너무 짙어 아무 조망도 볼 수 없는 지라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헬기장에 서 보지만 사방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결국 상해봉은 그냥 지나치고 원정맥길 따라 진행했다. 다시 임도를 따라 길게 올라 갔다. 어둡고 컴컴한 숲을 벗어나 환한 길을 걸으니 좋긴 하지만, 이것도 변화없이 길게 반복만 되니 지겹다.

그렇게 올라 '헬기장'을 만났다. 평소엔 조망이 좋았을 위치인데 오늘은 개스 탓에 그냥 뿌연 그림 뿐이다. 다시 구불구불 위로 올라 드디어 '하얀 축구공'을 만났다. '광덕산 기상 레이더 관측소'다.(09:38)

 


        

# 광덕산 축구공.

 

 

 

# 소백산 천문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다. 정문 앞을 지나는데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자지러지게 짖어댄다. 네 이놈! 호통 한번으로 제압하고 정문앞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정맥길로 들어 섰다. 편안하게 길게 이어지다가 잠시 오르니 '광덕산 정상'이 나온다.(09:46)

 

 


# 광덕산 정상.

 

 

 

# 큰뱀무에 푹 빠진 나비 한 마리.

 

 

 

# 광덕산 정상엔 질경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는데 6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단체 산행객들이 올라 온다. 10여 분 우르르 올라 오더니 사진과 관련된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다. 사진은 눌러야 된다는 둥, 박아야 된다는 둥... 연세 많으셔서 입으로만 양기가 오르셨나?

그러더니 나더러 단체 사진을 한 장 부탁한다. 눌러 드려야 하나? 박아 드려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자~ 찍습니다!!! 찰칵!!!"

광덕산 입구엔 갈림길이 나오고, 양쪽 모두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우측길은 박달봉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도대체 누가 저 방향으로 표지기를 붙였을까?

정맥길은 좌측길로 내려 가야 한다. 계속 길게 아래로 내려가는데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양 방향 모두에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다. 우측으로 가니 '전망대'가 나온다.(10:02)

 

 


# 광덕산 전망대.

 

 

 

# 어느새 개스가 다 걷혀 버렸다. 광덕산에서 박달봉으로 갈라지는 산줄기.

 

 

 

# 저 아래 광덕고개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인다.

 

 

 

전망대에 서니 어느새 개스가 다 걷혀 버리고 쨍한 날씨가 나타난다. 이럴 수가! 산 속에 있을 때는 내도록 짙은 개스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어두컴컴한 날씨를 보이더니 산행 끝무렵에야 이렇게 맑은 조망을 보이다니... 오리무중(五里霧中)이 한 순간에 청천백일(靑天白日)로 바꼈다. 상해봉 못 보고 온 것이 아쉽다.

이곳부터는 비는 고사하고 너무 쨍하여 금방 눈이 부셔 고글을 착용해야 했다. 날씨 한번 변화무쌍하다!!!

전망대 뒤에 바로 정맥길과 합류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 갔다. 일반 등산객들 사이에 광덕산이 많이 알려져 있는 산인지 단체 산행객들이 연속으로 올라 온다. 하산길의 내가 당연히 양보를 해야 하지만, 길게 줄을 지어 올라 오면서 당연히 아무도 양보하거나 멈출 생각들은 없다.

그런데 늙으나 젊으나 단체로 모이면 왜 그리 다들 음담패설만 해 대는지... 남녀 등산객들이 서로들 야한 소리에 깔깔 낄낄~~ 음~ 나도 조심해야겠다!!!

 


# 숲속이 이렇게 쨍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 기린초.

 

 

 

# 윤기가 흐르는 털중나리.

 

 

 

얼마나 많이들 왔는지 단체산행객들이 끝도 없이 올라온다. 일일이 인사하기가 힘들어 큰소리로 한번에 인사를 대신하고 등로 옆에서 기다리거나 단체 산행객들을 피해 등로 바깥으로 돌아 내려갔다.

그렇게 길게 내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고,'갈림길'을 만난다. 좌측길에 표지기들이 집중적으로 붙어 있는데 그 길은 광덕고개 음식점들이 있는 쪽으로 가는 샛길이다. 아마 정맥꾼 대부분 그쪽 길로 하산한 모양이다.

직진하여 마루금을 따라 길게 가는데, 모두들 좌측길로 내려 가버려서인지 등로도 희미하고 잡목이 우거져 진행이 어렵다. 잠시 후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에 오르고 바로 아래에서 굉장한 소음이 들려온다. 수풀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서니 유명한 광덕고개 반달곰 등짝이 나타난다. 반달곰 등짝 한번 두들겨 주고 광덕고개에 내려섰다.(10:45)

 

 


# 절개지 위에 서면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운 광덕고개가 내려다보인다.

 

 

 

# 금방이라도 뛰어 내릴 듯한 광덕고개 반달곰.

 

 

 

광덕고개엔 대여섯 대의 관광버스와 일반 차량들이 뒤섞혀 난리가 아니다. 떼로 몰린 관광객들이 물건 흥정하고 사진찍느라 소란스러워 시장통이 따로 없다.

마눌도 이곳 분위기에 질렸는지 멀리 차를 세워 두고 있어서 배낭 벗고 한 숨 돌린 후에야 나타난다. 빨리 떠나자! 광덕리쪽으로 도로 내려가다 보니 우측에 작은 다리가 있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어 얼른 뛰어 내려가 물 속에 풍덩 뛰어 들었다.

 

 


# 아이고~ 저 허옇게 살찐 뚱이 누군고?

 

 

 

작년 여름 화령재에서 반 구간 하고 아랫 마을로 내려가 알탕 한 이후에 일 년 만이다. 아, 조우타!!  청사아아안리~ 벼어어억~ 계에에에~ 수우우야아~!!

혼자 기분 실컷 낸 후 주변 눈치 살피며 얼른 몸 닦고 옷 갈아 입고 앉았는데, 이십대 후반 여자 몇 사람이 건너편 민박집에서 나와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와서는 같이 쉬자고 한다. 아니, 이 사람들 내 옷 갈아 입는 걸 다 봤다는 얘기 아냐? 에이 ~ 나이 든 뚱땡이 벗은 몸 봐서 뭐 하것노? 농담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자리 양보해 주고 상쾌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10시간, 12시간 빡세게 산을 타고 찌든 땀냄새 풀풀 풍기고 차량 회수하기 위해 택시 잡느라 애쓰다가, 오늘은 4시간짜리 간단한 산행 후에 이렇게 알탕까지 시원하게 하니 웰빙이 따로 없다. 요래 느긋한 산행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데...

원래 내 계획이 백두대간 끝내고 나서 이런 느긋한 만고강산 산행을 즐길려고 했었는데, 어쩌다가 정맥에 코가 꿰여서는...

"만고강산(萬古江山) 유람할 제~~!!

 

 


# 광덕고개로 다시 오르는 중에 오늘 처음으로 축구공이 제 모습을 보여 준다. 

 

 

 

# 원조를 주장하는 이동 '김** 할머니집' 갈비. 이 집은 불황이라는 한국 경제와는 전혀 딴나라 세상이었다. 손님들이 바글바글... 그런데 갈비맛은 옛날 같지 않다. 질기고...  손님 많아 대접 못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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