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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첫걸음(수피령~하오현)-6월 25일에 시작한 한북정맥!!! 본문

1대간 9정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첫걸음(수피령~하오현)-6월 25일에 시작한 한북정맥!!!

강/사/랑 2007. 6. 28. 14:52
[한북정맥]그 첫걸음(수피령~하오현) 



강/사/랑의 '백두대간 종주(白頭大幹 縱走)'는 '어느 날 문득!' 시작되어졌다.


'어느 날 문득!' 늘어진 고무줄처럼 참 느슨하게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맥없이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하여 지리산(智異山)에서 강원도 진부령(陳富嶺)까지 백두대간의 산마루금을 2년에 걸쳐 두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느끼며 걸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산이 되고 산맥(山脈)을 이뤄 드디어는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했다.

'한남정맥(漢南正脈)'은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백두대간은 마눌과 함께 부부 종주로 진행하였다. 마눌과 같이 백두대간 마루금을 서로 등 밀어줘 가며 앞장서 끌어가며 북진(北進)했다. 그러다 도중에 장모님의 노환(老患)과 입원, 그리고 영결(永訣) 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한남정맥을 선택했다.


한남정맥의 선택은 그 산줄기가 집 근처에 있어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얼른 집으로 복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남정맥은 철저히 혼자서 걸었고 늘 집에서 오는 소식에 민감하였다.

이제 한북정맥(漢北正脈)에 첫발을 내디디며, '이왕 시작한 김에!'란 말로 소회(所懷)를 갈음하고자 한다.

'이왕 시작한 김에!' 한북정맥도 한번 걸어보자! 백두대간과 더불어 끊어진 조국의 현실이 온전한 산 마루금 전체를 허락치 않는 슬픈 정맥길! 그 '한북정맥'을 '이왕 시작한 김에!' 솔방솔방 두 발로 느껴 보자는 것이다.


이 땅에는 백두대간 외에 아홉 개의 정맥(正脈)이 있다. 대부분의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갈래쳐 한반도 남녘땅을 굽이치다가 강이나 바다로 잠기며 그 맥(脈)을 다한다. 그러므로 모든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출발하여 각 정맥의 끝자락으로 이어진다.


한북정맥 역시 그 출발점은 백두대간이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휴전선(休戰線) 이북인 '추가령(楸哥嶺)'이다. 추가령은 강원도 평강군 고삽면과 함경남도 안변군 신고산면 사이에 있는 고개다. 때문에 분단 현실의 오늘은 우리가 마음대로 찾을 수 없는 곳이다.


그리하여 우리 종주 산꾼들은 발걸음이 허락되지 않은 추가령 대신 우리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수피령(水皮嶺)'에서 한북정맥을 시작한다. 수피령은 화천군과 철원군을 잇는 56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이다. 산길로는 군사 지역인 대성산과 복계산 사이를 잇고 있다.


수피령에서 출발한 한북은 광덕산과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 운악산, 현등산, 죽엽산, 도봉산, 노고산, 현달산, 고봉산, 장명산을 거쳐 파주 교하의 곡릉천으로 잠긴다.


160여 킬로미터의 산줄기로 한수(漢水)의 북쪽 울타리를 이루는 산맥이다. 한남의 다음으로 한북이 선택된 것은 이 산 역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한남정맥과는 한수(漢水)를 기준으로 대척점(對蹠點)을 이루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느날 문득' 시작했던 백두대간이 '어쩔 수 없이!' 한남정맥으로 이어지고 이제는 '이왕 시작한 김에' 한북정맥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발걸음이 장차 어디까지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러다 영영 낚시꾼의 고향인 강물로는 못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강/사/랑이 원래 낚시꾼 출신이고 처음 백두대간을 시작할 때 낚시 동무들에게 백두대간 종주만 마치면 다시 강물의 흐름 속으로 돌아오겠노라 다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장차 강/사/랑의 행보가 어찌할지는 세월의 흐름과 내 마음의 흐름이 어떠할 지에 달린 문제이다. 두고 볼 일이다.




6월 25일에 시작한 한북정맥!!!


구간 : 한북정맥 제 1구간(수피령 ~ 하오현)
거리 : 구간거리(14.1 km), 누적거리(14.1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6월 25일, 해의 날
세부내용 :

수피령(07:15) ~ 갈림길/우회로(07:37) ~ 갈림길 ~ 헬기장/복계산 갈림길(08:00) ~ 절벽,밧줄구간 ~ 칼바위(08:25) ~ 헬기장 ~ 950봉(08:55)/휴식 ~ 공터있는 무명봉 ~ 안부 갈림길 ~ 945봉(10:13) ~ 942봉/군진지(10:25) ~ 소나무 군락지(10:55) ~ 950봉/헬기장(11:20) ~ 급경사 로프/타이어 구간 ~ 1070봉/삼거리,벙커(12:10)/휴식 ~ 임도 ~ 헬기장 ~ 1110봉(13:00) ~ 헬기장 ~ 복주산(13:17)/점심,휴식 ~ 하오현(14:20).

총 소요시간 7시간 5분. 만보계 기준 30,000보.



6월 25일 해의 날. 오전 3시. 침대 머리맡에 둔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고함을 지른다. 이미 10여 분 전에 눈을 뜨고 있었던 지라 얼른 배꼽을 눌러 조용히 시키고, 10여 분 더 게으름을 피우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전날 흙의 날엔 집안 행사가 두 개나 있어 "꼼짝 마라!" 였었고, 오늘은 마눌이 교회에 행사가 있다고 대간 못 들어 간다고 해서 '이왕 시작한' 정맥이나 이어 가자고 새벽같이 일어난 것이다. 1시 넘어 잠을 잤으니 1시간 30분 정도 눈을 붙였나 보다. 간밤 저녁에 형님 생신이라 가족들이 모여 저녁 먹고 쐬주도 한 잔했더니 몸이 영 찌뿌드드하다.

잠 모자라고 술 덜 깬 몸에 차가운 물로 각성의 세례를 퍼붓고 나왔더니 마눌 어느새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준다. 교회 때문에 대간을 같이 못 가서 은근히 미안했나 보다.

점심이며 간식이며 얼음물이며 마눌이 잔뜩 챙겨둔 배낭을 짊어지니, 아이구야!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체중계에 올라서 보니 12kg이나 나간다. "야, 이 사람아! 뭘 이렇게 챙겼나? 이건 당일 배낭이 아니라 1박 배낭이다!"

이것저것 먹을 것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같이 못 가서 미안한 마음을 음식으로 보상하려고 했나? 오후에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우의까지 챙겼으니... 얼음물 두 개를 빼냈지만 1kg 줄였을 뿐이다. 잠 안 자고 챙겨준 마음을 생각해 그냥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외곡 순환도로 타고 청계, 성남, 구리 요금소 지나 퇴계원 나들목으로 나와 다시 포천 가는 길로 씽씽 내달려 베어스 타운 스키장을 지났다. 한때 스키에 미쳐 저곳에 참 많이도 드나들었는데...

일동, 이동 거쳐 도평리 지나 백운계곡으로 접어드는데, 이곳은 한창 때의 안양유원지보다 더 요란스럽고 난삽(難澁)하다. 여름휴가 때면 장난이 아니겠군!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이나 올라 정상에 올라가니 반달곰 조형물이 있는 '광덕고개'가 나온다. 오늘 이곳까지 와야 한다는 말이지... 꼬불꼬불 긴 언덕길을 길게 내려가서 '사창리'를 지나고, 다시 길게 가는데 길 주변엔 군부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56번 도로' 따라 긴 고갯길을 한참을 올라갔다.

정상에 올라 수피령 표지석을 찾으려니 보이질 않고 한쪽에 '실내고개'란 표지석이 서 있다. 뭐야? 아직 수피령이 아니야? 지도 확인해 보니 이 고개를 넘어서 다목리를 지나고 다시 한참을 올라가야 철원으로 넘어가는 수피령이다.

멀다 멀어! 대간길 접근하기보다 더 멀구나! '다목리' 지나 한참을 가파르게 고갯길을 올라가니 드디어 한북정맥 시작점인 '수피령'에 이른다.



한북정맥/漢北正脈

강원과 함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平康)군의 추가령(楸哥嶺)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한강과 임진강의 강구(江口)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동쪽은 회양(淮陽), 화천, 가평, 남양주 등의 한강 유역이 되며, 서쪽은 평강·철원·포천·양주 등의 임진강 유역이 된다. 白頭大幹의 추가령에서 서남으로 갈라져 백암산, 양쌍령(兩雙嶺), 적근산(赤根山), 대성산(大成山), 수피령(水皮嶺), 광덕산(廣德山), 백운산, 국망봉(國望峰), 강씨봉(姜氏峰), 청계산, 현등산(懸燈山), 죽엽산, 도봉산, 노고산, 현달산(峴達山), 고봉산, 장명산(長命山) 등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한북정맥은 남한쪽 대성산~장명산 구간을 답사 할 수 있는데 그나마 대성산은 오를 수가 없어 수피령이 시작과 끝이 되는 셈이다. 거리는 약 157.4km 에 달하지만 도봉산과 노고산 이후 부터는 현저히 고도가 낮아지며 도시화된 탓에 제대로 정맥을 찾아가기가 어렵고 능선다운 이어짐은 없다고 봐야 한다.

복주산/伏主山

강원 화천군 상서면(上西面),사내면(史內面)과 철원군 근남면(近南面) 경계에 있는 산. 높이 1,152m. 태백산맥의 줄기인 광주산맥에 딸린 산으로, 부근에 대성산(大成山:1,175m),광덕산(廣德山:1,046m)이 솟아 있다. 서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수계는 북쪽으로 흘러 남대천(南大川)에 합류하고, 남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수계는 용담천(龍潭川)을 이루며 흐르다가 사내천에 합류한다. 동쪽 자하골에 천불사(千佛寺)가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북정맥 제 1 구간 수피령 ~ 하오현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산본에서 이곳 수피령까지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한북은 접근 거리가 장난이 아니구나!" 고개 정상 좌측에 넓은 공터가 있고 '대성산지구 전적비'가 서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6월 25일이다. 56년전 그 날과 같이 오늘도 일요일이다.

금북정맥을 할까, 한북정맥을 할까 고민하다가 무심코 한북정맥으로 결정했는데, 동족 상잔의 비극이 있었던 6.25날에 분단으로 인하여 온전하게 전부가 이어져 있지 않은 한북정맥을 시작한다는 것이 혼자 생각에 새삼스런 의미로 다가온다. 늦은 출발에 마음은 급하지만 대성산지구 전적비 주변을 돌아보고 안내판의 내용도 꼼꼼이 읽어 보았다.

 


# 화천에서 철원으로 넘어가는 56번 도로상의 수피령 고개.

 

 

 

# 수피령 정상에 있는 대성산 지구 전적비.

 

 

 

#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참화가 없기를!

 

 

 

간단하게 몸 풀고 짐 챙겨 나서는데, 고개 상단 넓은 공터에 차량과 텐트들이 설치되어 있고 커다란 천체 망원경들이 늘어 서 있다. 이곳 수피령이 아마츄어 천문가들이 별바라기 하기 좋은 곳인가 보다.

공터를 나오자 수피령 표지석이 서 있고 해발 780m라고 새겨 두었다. 그러나 선답자 중 한 사람이 GPS로 측정하니 682m 더라고 산행기에 적어 둔 것을 본 지라 거기에 맞춰 고도계를 세팅했다.

철원 쪽으로 잠시 고개를 올라가자 좌측으로 임도길이 열려 있고, 이곳이 한북정맥의 출발점이다. 표지기 하나 달고 한북정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07:15)

 

 


# 수피령 표지석. 고도가 틀렸다.

 

 

 

# 한북정맥의  첫 들머리.

 

 

 

작은 벙커 두 개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되고, 군 작전지역답게 매복호를 이어주는 PP선 몇 가닥이 길게 등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이 넘들은 오늘 구간 끝까지 이어져 있고, 걷는데 상당히 걸리적거린다.

습도가 높아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된다. 한참을 올라 능선으로 합류하였다. 능선엔 작은 헬기장이 있고 갈림길이어서 좌측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건너편으로 군사지역이어서 접근할 수 없는 대성산이 조망된다.

 



# 대성산 방향의 1042봉의 우뚝 선 바위.

 

 

 

# 미역줄 나무. 이 넘은 작년 여름 백두대간 삼도봉 지나 우두령 가는 길의 등로를 완전히 점령해 버려서 덩굴을 헤치고 나가기 힘들게 만들었던 놈이다.

 

 

 

# 빗자루도 만들고 울타리도 만드는 군바리들의 영원한 친구 조록싸리.

 

 

 

# 참조팝나무.

 

 

 

# 산꿩의 다리.

 

 

 

능선을 따라 계속 힘들게 올라갔다. 일기예보에서 오늘 오후에 비올 확률 30%를 예상하더니 습도가 높아 아주 무덥다. 잠시 후 작은 공터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07:37)



# 갈림길, 우측에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잠시 갈등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우측은 선답자들이 잘못 간 것이고, 정맥길은 좌측길로 올라가 암릉길을 걸어야 한다고 적어 두었다.

그러나 암벽으로 막혀 우회해야 하는 길에서 좌측, 우측 어느 쪽으로 간들 특별한 차이가 있겠는가? 일단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우측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길로 접어든다. 편안하게 가다가 그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마루금에 복귀해서 좌측으로 가다가 산의 우측 사면으로 길고 길게 진행한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터널을 이루고 있어 수시로 머리를 숙여 피해 가야 한다. 다시 사면의 오름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 능선에 합류하니 '헬기장'이 나온다. '복계산 갈림길'이다. (08:00)


# 헬기장/복계산 갈림길. 전방에 복계산의 넓은 품이 펼처져 있다.

 

 

 

# 저 멀리 현재는 갈 수 없는 대성산의 모습이 조망된다.

 

 

 

이곳에서 진행 방향을 두고 다시 한참을 고민하였다. 잠시 물 마시고 휴식한 후 무심코 우측 표지기가 붙어 있는 쪽으로 내려가려다가 뒤를 돌아 보니 좌측 바위암봉 있는 쪽의 숲속으로도 표지기가 붙어 있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어 보니 이 부분에서 애매한 표현으로 되어 있어 분명치가 않다.

무엇보다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지도 없이 개념도 만을 들고 왔더니 이렇게 애매한 곳에서는 정확한 독도를 할 수가 없다. 산행기라도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면 한결 찾기 쉬울텐데...

지난 한남정맥 종주할 때도 이 분 산행기를 들고 와서 군데 군데 알바를 많이 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분의 산행기가 꼭 내가 헷갈려 하는 곳에서는 표현이 생략되거나 애매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분만큼 또 상세하게 기록해 둔 산행기가 없으니 달리 대안이 없다.

개념도를 꺼내 아쉬운대로 나침반과 정치를 해 보고, 일단 전방의 저 큰 산이 복계산이라고 결론 짓는다. "개념도상 정맥길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나침반이 남쪽을 가리키는 뒤쪽 바위 암봉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정맥길이다. 그리고 우측 하산길에 표지기를 매달아 둔 사람들은 착각을 하고 알바를 했거나, 복계산을 갔다 오라고 붙혀 두었을 것이다." 이렇게 결론 짓고 일단 바위 암봉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소나무가 있는 바위암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나무가 있는 저 바위 암봉이 '촛대봉'일 거라 추측하였다. 암봉 쪽으로 난 등로는 암봉을 우회하여 이어지고 군데군데 표지기들이 보이지만, 애초에 산의 사면을 길게 우회하여 올라 왔고 다시 좌측으로 꺾어 왔기 때문에 자꾸만 수피령으로 돌아 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일단 가는 데까지 가 보고 잘못 왔으면 돌아 오기로 하고 계속 진행했다. 암봉의 우측 사면을 가다가 갑자기 '밧줄'이 매달여 있는 '절벽 구간'이 나온다. 또다시 망설임 모드!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밧줄 이야기도 절벽 이야기도 없었다.

"일단 무조건 앞으로 전진!" 밧줄 잡고 내려와서 잠시 가다가 다시 위로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고,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밧줄 있는 절벽구간'이 나온다. 이것 역시 산행기에는 언급이 없었다.

"모르겠다, 일단 가 보자!" 밧줄 잡고 내렸다가 다시 위로 낑낑 올라가니 표지기들이 달려 있는 '작은 공터'가 나오고, 저 앞쪽 숲 속에 '칼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행히 정확하게 왔다.(08:25)

 



# 밧줄구간 내려와서 올려본 모습. 연달아 두 군데 있다.


 

 

 

# 숲속에 서 있는 칼바위.

 

 

역시 대간이든 정맥이든 정확한 지도가 있어야 지형 파악이나 진행 방향 설정이 정확하다. 잘못된 방향에 붙여둔 표지기와 애매한 표현이 홀로 정맥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리>
산의 사면을 우회하여 가다가 급경사 오름을 치고 올라 '헬기장'에 서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복계산 갈림길'이다. 전방에 '복계산'이 우뚝 서 있고 그 방향으로 표지기들이 붙어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좌측으로 소나무가 있는 암봉쪽으로 진행하여 암봉을 우회하고, 밧줄이 있는 절벽구간을 두 군데 오르내려 다시 올라 서면 작은 공터가 있고, 전방 좌측 숲에 '칼바위'가 나온다.

칼바위는 지리산 법계사 오름의 칼바위와 규모가 비슷하다. 칼바위를 지나 정확한 정맥길을 가고 있음을 안도하며 길게 진행하는데, 이 구간은 이후로 내내 마루금이 아니라 산의 우측 9부 능선을 따라 길게 나아 간다. 아마도 마루금은 암봉으로 되어 있어 진행이 어려워서 그런가 보다.

따라서 이 구간은 바람이 없어 아주 무덥고 숲속은 습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지나서 잡목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잠시 진행하니,'바위 하나 오똑하게 솟아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 '950봉'이다. (08:55)


사방으로 툭 트였으나 개스가 짙어 조망은 전혀 없다. 다만 바람이 시원해 15분 동안 간식 먹고 휴식을 취했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이 아까워 거풍(擧風)도 한 차례 하였다.

950봉을 내려와 암릉길을 가파르게 내렸다가 다시 급경사를 내려 안부에 이르고, 이후로 고도 900m 전후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계속해서 오르내리며 진행한다. 높낮이가 심하지는 않지만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부담이 되었는지 갑자기 우측 무릎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대퇴근이 통증이 오면서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가볍게 주물러서 마사지를 해주고 괜찮겠지 하고 계속 진행했다.

그런데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서 할 수 없이 배낭에서 에어파스를 꺼내서 스프레이하고 10여 분 휴식을 취했다. 파스 효과인지 휴식 때문인지 견딜만해져서 다시 출발했다. 몇 번 오르내려 고도계에 910이 찍히는 '공터가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

다시 특징없는 봉우리 두 개를 제법 오르내리더니 급기야는 길게 내려간다. 하도 특징없는 오르내림이 반복되던 터라 긴 내리막이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다. 평소 구간 중간에 만나는 긴 내리막은 언제나 긴 오르막을 예고하는 지라 결코 반갑지 않은 만남인데도 말이다.

다 내려 가서 안부에 이르니 갈림길이 있는 듯하나 길은 수풀에 묻혀 흔적만 보이고, 바람이 아주 시원해서 발길을 잡는다. 잠시 바람맞이를 하다가 한차례 위로 고도를 높이고 이후로 길고 완만하게 고도를 천천히 올려 고도계에 865가 찍히는 무명봉에 이른다.


공터가 있고 작은 나무가 쓰러져 있어 쉬었다 가기에 좋을 듯하다. 갑자기 전방의 안부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내려 가보니 지도상 '안부 갈림길'이 나온다. (10:02)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잠곡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고함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은 없고 파란 배낭만 하나 길옆에 누워 있다. 등산객은 아니고 약초꾼들인가 보다. 다시 가파르게 위로 올라 가는데 다시 뒤쪽에서 서로 고함치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약초꾼들이 서로 찾는 소리인 듯하다. 심봤나? 낑낑 힘들게 '945봉'에 올라섰다. (10:13)

945봉 정상은 바위 암봉이 길게 마루금을 따라 이어져 있어 9부 능선을 따라 우회하여 내려가고 이후 마루금에 복귀하여 편안하게 진행한다. 마루금엔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분다. 다시 한바탕 위로 치고 올라가 넓은 공터와 군진지, 삼각점이 있는 '942봉'에 오른다. (10:25)



 

# 942봉. 군진지와 삼각점이 있다. 

 

 

 

# 진지 옆에 버려져 있는 추억의 당카(들것).

 

 

 

군 진지 옆에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당카가 놓여 있다. 82년도 여름의 일이다. 논산훈련소 신병훈련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아서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 얘기다.


동기 한 놈과 나는 취사반에서 아침 저녁으로 '불돌이' 사역(事役)을 했다. 불돌이란 취사장에서 사용하는 연탄 화덕을 관리하는 병사를 말한다. 그때 우리 취사반에서는 드럼통을 개조한 대형 연탄 화덕으로 밥을 지었는데, 우리는 취사반 뒤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짬장이 "1번 불 빼고!" 고함치면 그대로 복창하면서 쭈욱 늘어서 있는 드럼통 화덕 중에서 레일이 달린 1번 드럼통을 갈고리로 당겨 불을 빼야 했다.

그때 우리 구호는 "불은 활활! 주위는 청결!" 이었다. 고참을 만나면 충성이란 구호 대신  "불은 활활! 주위는 청결!"을 외쳤다. 우리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연탄불을 갈아 집어 넣고 다 탄 연탄재는 당카에 담아 뒷산에 있는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는 것이었다.

그땐 매일 고참에게 얻어 맞는 게 일이였는데, 그날도 청결 불량으로 쥐어 터지고 당카에 연탄재 가득 담아 뒷산 쓰레기장으로 올라갔다. 그때 누가 시작했는지 산울림의 '청춘(靑春)'이란 노래를 둘이서 청승맞게 부르며 올라 갔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저 꽃잎처럼..."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노래 소리는 안들리고 꺼이꺼이 울음소리만 들리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동기녀석이 얻어 터진 게 억울했든지, 아니면 지 청춘이 억울했든지 징징 짜고 있었다. 그걸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


그래서 둘이서 연탄재 내 팽개치고 "달 밝은~ 엉엉~ 밤이면~ 흑흑~ 창가에 ~ 꺼이꺼이~~~ " 요래 노래 반 울음 반 섞인 청승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청춘이 다 가고, 이제는 사십도 훌쩍 중반을 넘겨 버렸다. 그리고 낯선 이곳 한북정맥에서 땅에 버려진 당카를 보고 24년 전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군 진지를 지나 아래로 내렸다가 무명봉 하나를 넘고, 이내 다시 길게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안부에 이르러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잠시 내리더니 길게 올라 880짜리 무명봉 하나를 넘었다.

근육이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간 정맥을 합쳐 사십몇 차례 산행을 했지만,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등로 옆 나무에 기대어 근육을 마사지 했다. 에어파스를 꺼내 다시 도포하고 계속 주물러 준다.

그동안 무릎이 아파 고생하거나 아킬레스 건이 아파 곤란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허벅지 앞쪽의 큰 근육인 대퇴직근이 아팠던 적은 없는데...  그것도 이렇게 걷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는 더더욱 처음이다.

아마도 요즘 몇 주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한 것이 원인인 듯하다. 아침 저녁 자전거 타면서 땀 쫘악 빼는 게 기분 좋아서 제법 의욕적으로 하고 있는데... 산행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이 다리의 뒷쪽 근육인 반면, 자전거는 허벅지의 큰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 아닌가 혼자 짐작해 본다. 한참을 다리를 주물러 진정을 시킨 후 다시 출발했다.

오늘 구간은 참 재미 없다. 큰 변화없이 줄기차게 날등을 오르내리기만 한다. 등로가엔 잡목이 우거져서 조망은 제로이고, 어쩌다 봉우리에 올라도 개스 때문에 뿌연 광경 만이 눈에 들어 온다. 다만 산의 우측 사면을 걸으면 바람 한 점 없이 습하고 무덥고, 날등을 걸으면 시원한 바람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차이만 있다.

그렇게 계속 특징없이 오르내리기만 하더니, 재미없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90도 꺾여 떨어져 내린다. 길게 떨어져 내려가니 '소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10:55)

소나무 군락지 사이로 걷자니 솔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불어온다. 청량한 기분을 안고 전방의 무명봉을 치고 오르니 정상입구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임도 넓이의 도로'를 만나고 우틀하여 잠시 가면 '공터'가 있다.


                    

# 소나무 군락지 지나 만나는 공터와 편안한 길.

 

 

 공터를 지나 위로 계속 올라가면 교통호들이 길게 위로 이어져 있고, 교통호들을 이어주는 작은 나무 다리들도 설치되어 있다. 교통호 가에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가 남아 있는 비닐봉지를 마구 버려 두었다. 이곳은 일반 등산객은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정맥꾼의 짓이거나 약초꾼이 한 짓이겠지.

교통호와 군 벙커를 따라 위로 헉헉대며 올라가는데 발 앞으로 뱀 한 마리가 쓰윽 지나가서 기겁을 하게 만든다. 지 넘도 놀랬는 지 얼른 수풀 속으로 사라져서 사진 찍을 기회도 없었는데 희한하게도 무늬가 표범 무늬다. 머리가 삼각형인 걸로 봐서 독사가 분명한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위고 낑낑 올라 '950봉'에 이른다. (11:20)

 


# 등로에 음식물 담았던 비닐봉지가 나 뒹굴고 있다.

 

 

 

# 950봉 정상의 헬기장.

 

 

 

# 950봉 정상은 군 벙커다.

 

 

 

# 가야 할 정맥길. 이제서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 우측 뾰족한 봉우리가 광덕산이다.

 

 

 950봉 정상은 넓은 헬기장과 빨간 깃발이 꽂혀 있는 군 벙커가 있다. 하루종일 개스 탓에 조망이 전혀 없었는데, 비로소 개스가 걷히고 어느 정도 경치 구경이 가능해진다.

지나온 길과 가야 할 정맥길, 멀리 광덕산의 하얀 축구공(기상 레이더)도 보인다. 산들의 높이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아 질리게 만든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가는 고갯길이 보인다. 간만에 훌륭한 조망을 만났으나 뙤약볕이 내려 쬐여서 얼른 정상을 물러 났다.

950봉 내림은 급경사 길이다. 로프 구간을 만나 조심스레 내려오니 다시 타이어로 만든 계단길이 나타난다. 계단을 내려 오는데 허벅지 근육이 너무나 아프다. 오르막은 견딜만 한데 내리막에서 근육이 끊어질 듯 아프다. 이러다가 오늘 구간 다 못할 것 같다.

겨우 겨우 안부까지 내려와서 작게 오르 내리다가 길게 올라 940이 찍히는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길고 길게 교통호를 따라 올라갔다. 다시 타이어 계단을 만나 낑낑 올라가니 전방으로 임도가 가로질러 가고 그 위에 군 벙커가 있는 '1070봉'이 나타난다. (12:10)

 
                    

# 폐타이어 계단을 만나 낑낑 오른다.

 

         

# 1070봉 정상도 군벙커다.

  

        

# 정상을 좌우로 가로지르는 임도를 만나 우틀한다.

 

  

1070봉 정상도 '군 벙커'다. 벙커 바로 앞으로 좌우로 가로지르는 임도가 지난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실내고개'로 탈출하는 길이고 정맥길은 우틀해야 한다.

우측으로 잠시 가자 나무 그늘 아래 정맥꾼 두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사하고 다가 가는데 한 사람이 나를 유심히 보더니 강/사/랑 아니냐고 묻는다. 홀대모와 홀산에서 많이 봤노라고 눈팅 열심히 하고 있노라고 말씀하신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이들이다. 같이 휴식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런데 이 분들 내가 처음 헷갈려 했던 '복계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서 복계산까지 갔다가 어떻게 어떻게 헤매다가 다시 정맥을 넘어 실내고개까지 갔다가 이곳으로 올라 왔다고 한다. 자료를 확인해보니 나하고 똑같은 분의 자료를 인쇄해 왔다. "역시 복계산갈림길의 우측에 잘못 부착된 표지기와 선답자의 애매한 표현이 문제야!"

20여 분 휴식 취하고 출발했다. 뙤약볕 내려 쬐는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숲'으로 들어갔다.그러나 이내 다시 '임도'로 나와 길게 임도 따라 가야 했다. 뙤약볕 아래 노출되어 매우 힘이 든다. 길게 나아가서 '헬기장'을 만나고, 잠시 조망 구경하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 가서 길게 올라 '1110봉'에 오른다. (13:00)

 


# 뙤약볕 아래 임도를 길게 걸어 헬기장에 이른다.

 

 

 # 1110봉의 서울 정맥꾼들.

 

 

 # 돌아본 정맥길. 좌측 우뚝한 것이 복계산, 정면 멀리 대성산.

 

 

 # 철원의 잠곡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1110봉은 산 전체가 교통호와 군진지로 되어 있다. 화생방 조처 요령을 적어 둔 하얀 간판과 탄피 종이 매달려 있다. 전망이 좋아 지나온 정맥길과 주변 지형이 한 눈에 조망된다.

1110봉을 나와 한참을 진행하여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삼각점과 '벙커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이곳에서 가파르게 내려 가는데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두 분 더러 먼저 가시라고 하고 중간중간 쉬면서 근육을 주물러 가며 내려 갔다.

안부에 이르러 다시 위로 오르다 '갈림길'을 만났다. 직진하여 가면 암봉이 나온다. 아주 가파르고 위험하다. 아픈 다리 끌고 낑낑 올라 가 보니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바위에 걸터 앉아 잠시 한숨 돌렸다.


                    

# 바위 암봉을 가파르게 올라 간다.

 

 

 # 산 아래는 온통 군부대다.

 

 

 # 전방에 복주산이 보인다.

 

 

 # 지나온 정맥길.

 

 

 

올라갈 때만큼 가파르고 위험하게 내려 다시 정면의 암봉을 낑낑 밀고 올라가니,  드디어 '복주산' 정상이다. (13:17)

 


#  복주산 정상석.

 

  

선답자의 산행기에 복주산 정상석은 두 군데에 있고 둘 다 두 동강이 나 있다고 하더니 아마도 좀 전의 암봉과 이곳에 부러진 정상석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 다시 새로운 정상석을 세워 두었다.


근육이 너무 아파서 정상 바로 앞의 나무그늘 아래 배낭 벗어 두고 점심을 먹었다. 마눌이 밤새 정성스레 유부초밥을 준비해 줬는데 다리 통증 때문에 입맛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억지로 몇 개 입에 넣어 보지만,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서 물만 잔뜩 먹고 말았다. 이래서는 오늘 광덕고개까지 가기는 틀린 모양이다. 이왕 늦은 것 바람이 아까우니 거풍(擧風)이나 한번 더 하자!

한참을 쉬다가 에어파스 다시 뿌리고 출발했다. 곧바로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고 긴 로프 구간이 나타났다. 통증이 심해서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서고, 바로 다시 로프 구간이 나타나 또 낑낑 억지로 내려 갔다.

얼마나 내려 왔을까? 근육통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허전해서 머리를 만져보니 모자가 없다. 아이구야~ 아까 복주산 정상에서 점심 먹으면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그냥 내려 왔구나! 다시 올라가려니 현재 이 다리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싸구려 모자이기는 하지만, 정든 녀석이라 영 허전하다. 무엇보다 오늘 같이 뙤약볕이 내려 쬐는 날에 모자없이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일단 하오현까지는 가 보고 결정하자!

다리를 질질 끌고 아래로 내려 가는데 복주산 내리막 참 길기도 하다. 폐타이어 계단을 만나, 하나 내려가고 한 번 쉬고 하나 내려 가고 한 번 쉬고를 반복했다. 중간에 이 지역의 부부 산꾼을 만나는데, 표지기며 정맥이며 질문을 해 댄다. "저 지금 다리 아파요~~~"

대간 정맥 시작한 후 중간에 다리 아파 이래 보기는 처음이다. 억지로 억지로 아래로 내려오니 드디어 비포장 옛고개가 나타난다. '하오현'이다. (14:20)

 


                    

# 복주산 내리막엔 밧줄 구간이 두 군데 있다.

 

 

 

# 하오현에서 서울 정맥꾼 두 분.

 

  

하오현, 하오고개, 하우고개, 하고개 등 비슷한 이름이 참 많다. 한남정맥 하우고개는 헉헉 힘들게 오르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해서 하우고개라 했다는데, 이곳의 이름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원래 계획은 1시 이전에 하오현에 내려서고 내처 광덕고개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현재의 다리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곳에서 멈추기로 하는데, 서울꾼들도 서울 올라가는 버스 시간 때문에 같이 탈출하기로 결정한다.

비포장 도로따라 아래로 잠시 내려가니 샘물이 졸졸 흐르는 곳을 만난다. 모두들 반가운 마음에 시원한 샘물을 실컷 마시고 세수도 하는 호사를 부렸다.

 

        

# 하오현에서 올려다 본 복주산. 정상은 아니다.

 

         

# 시원한 샘물이 있으니 이곳에서 물 보충하고 계속 광덕산으로 가면 되겠다.

 

 

 

하오현에서 내려가는 길은 울퉁불퉁한 비포장이어서 일반 승용차로는 올라오기 힘들다. "다음번 땜빵 하려면 고생 꽤나 하겠는 걸..." 한참을 걸어 내려서 포장도로와 만났다. 이 도로는 화천군 사창리에서 철원군 잠곡리로 넘어 가며 하오터널을 지나는 '463번 지방도'다.

가만 보니 서울분들은 서울로 돌아갈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것 같아 내 차로 같이 가기로 하고 지나는 차들을 상대로 히치를 시도해 보지만 전부들 씽씽 지나만 간다.

"에이~ 그냥 택시 부르자!" 백곰님 산행기에 적혀 있던 사창리 택시를 부르니 금방 온다던 택시가 30여 분이나 모자도 없이 뙤약볕 아래 시달리게 만든 이후에야 나타난다. 수피령까지 택시비 22,000원.

        

#  택시 기다리며 올려다 본 복주산. 하오현으로 내려서 다시 올라야 하는 정맥길이 그려진다.

 

 

 

서울분들이 억지로 자기들이 택시비를 계산해 버리는 바람에 교통에 관한 한 풀 서비스를 해 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수피령에서 차량 회수해서 철원 쪽으로 넘어가 육단리에서 좌회전하고 잠곡리에서 우회전하여 신술터널을 지나니 백운산 오르기 전 도평리가 나오는 지름길이다.

이동, 일동 지나 포천 지나고 구리 지나 태릉에 두 분 내려 드리고, 외곽순환도로 타고 집에 돌아와 한북정맥 첫 걸음을 마무리 했다.

뒷날 출근길에 걱정을 하면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는데 통증이 전혀 없다. 오히려 사무실에 도착해서 계단을 오르니 다시 약간 근육통이 생기네? 이거 이러다 산에는 못 가고 잔차만 타야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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