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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한북정맥]두번째(하오현~광덕고개)-五里霧中! 그저 안개 속을 걷기만 했네 본문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 이르기까지 도상거리 600킬로미터가 넘는 대장정(大長程)의 길이다.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아무나 쉽게 마무리 하기도 어려운 고난도의 도전이다. 그 어려운 백두대간을 부부가 함께 손 잡고 종주하는 모습은 일단 보기에 좋고 같은 산꾼들 입장에서는 칭송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것은 순조로운 대간(大幹) 출정(出征)을 방해하는 온갖 딴지와 태클을 물리쳐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부부가 맞벌이 직장인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대간길에 나서기까지의 과정(過程)이다. 부부 두 사람의 회사 행사 및 경조사에다가 양쪽 집의 집안 행사, 경조사 등등... 부부 대간꾼의 발목을 잡는 딴지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산에 미치기는 제대로 미친 모양이다. 두가지 행사가 연달아 있으니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백두대간 못가는 대신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자신때문에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어쩔수 없다. 이런 열정이 샘솟을 때는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 열정을 따르면 될 일이다. 길지 않은 인생 살면서 이런 열정을 몇 번이나 경험하겠는가? 그냥 불타오르는 그 열정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새로운 대안(代案)은 한북정맥이었다. 마침 한북에는 내가 지난 번에 마저 끝내지 못한 짧은 구간이 있으니 이런 때에 꼭 적합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홀로 한북정맥의 품속에 스며들기로 하였다.
구간 : 한북정맥 제 2구간(하오현 ~ 광덕고개) 하오현(06:25) ~ 헬기장 ~ 헬기장 ~ 공터있는 무명봉 ~ 헬기장 ~ 930봉 ~ 1025봉 ~ 회목봉(07:40) ~ 1010봉 ~ 1023봉(07:57)/10분 휴식 ~ 갈림길 ~ 너럭바위 갈림길(08:19) ~ 로프 내리막 ~ 회목현(08:29) ~ 헬기장(08:38) ~ 회목현 입구/임도(08:44) ~ 상해봉갈림길(09:13) ~ 헬기장 ~ 광덕산 기상 레이더관측소(09:38) ~ 광덕산(09:46) ~ 갈림길 ~ 전망바위(10:02) ~ 낙엽송 군락 ~ 갈림길 ~ 광덕고개(10:45).
7월 8일 흙의 날. 오늘은 강/사/랑네 회사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다. 매킨지 분석에 의하면 OECD 회원국 기업들의 평균 생존연령이 30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건가? 문제는 지금부터 일 것이다. 흥(興)이냐, 망(亡)이냐...
행사 마치고 부랴부랴 전철 타고 용산 큰형댁으로 갔다. 오늘이 29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 기일인 까닭이다. 평생을 고생만 하시다 자식들 효도 한번 못 받고 떠나신 우리 어머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니...
광덕산/廣德山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오전 강수확률 30%, 오후 60%를 예보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날씨가 좋은 편이다. 광덕고개에서 광덕리로 내려가는 길은 길고 구불구불한 구절양장의 내리막이다. 같은 홀로 산꾼인 도깨비님처럼 자전거를 광덕고개에 세워 두고 산행 후 편안한 다운 힐로 차량 회수하러 가도 무방할 것 같은 구간이다.
한참을 올라 지지난 주 내려 섰던 하오터널 앞에 도착하고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임도 시작점에 주차장이 마련되어있고 마티즈 한 대가 서 있다. 정맥꾼일까?
# 입구까지 도로 내려 와서 마눌과 헤어졌다.
편안한 길인데도 겁을 많이 먹었는지 엉금엉금 기어 내려 간다. 완전히 다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하오현을 향해 꺼이꺼이 올라갔다. 아이고, 내 팔자야! 좀 편하게 접근해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시간만 잡아 먹었네!
축축한 습기와 짙은 연무 때문에 미지의 세계로 홀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좌측 들머리에 표지기 하나 달고 타이어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 바로 위에 공터가 있고 우측에 군 벙커가 있다. 개스가 가득해서 건너편 복주산 쪽은 전혀 볼 수가 없고 시정거리가 10여m 이내다.
# 하오현 들머리.
# 하오현 바로 위의 공터와 군 벙커.
다시 타이어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공터가 하나 나오고 새소리 가득한 아침 숲길을 헤쳐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온다. 연무 가득하여 볼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청아한 새소리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풀숲에 이슬이 가득해서 순식간에 바지며 등산화가 축축해진다. 누군가 선답자가 나보다 먼저 오늘 이 길을 지나 갔는지 발자국과 스틱 자국이 선명하다. 누굴까?
그러나 이내 다시 연무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 버렸다. 오늘 구간 끝날 무렵까지 잠시라도 시야가 확보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 숙은 노루오줌. 노루오줌과의 차이는 꽃이 희고 끝이 휘어져 있다.
# 노루오줌. 꽃이 분홍색을 띄고 있다.
# 큰뱀무. 뱀무는 잎이 둥글고 큰뱀무는 잎이 갈래져 있다.
# 노루발. 숲이 어둡고 이 넘은 키가 아주 작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서너 장의 사진 중 겨우 이런 품질의 사진 하나 건졌다.
# 둥근 이질풀. 소백의 주능선에 가면 지천으로 깔려 있는 녀석이다.
# 산꿩의 다리. 오늘 구간의 주인공.
# 딱총나무열매. 광교에서 백운산으로 갈 때 통신대 담장에 몇 그루 있었다.
# 네잎 갈퀴나물.
# 큰까치수영.
# 거품벌레의 위장술.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는 거품벌레는 항문에서 거품을 분비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다시 위로 낑낑 올라 '공터가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 그러나 고도계가 없어서 이곳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이후 몇차례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올려 마루금을 따라 올라갔다. 위로 약간 볼록 솟은 '둥근 헬기장'이 나온다.(06:55)
고도계가 없으니 이곳 위치를 짐작할 수가 없다. 좌측으로 나가 마루금을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였다. 우뚝 선 바위 두 곳을 만나 우회한다. 하늘나리가 곳곳에서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위치를 알 수 없는 무명봉. 표지기 하나 달아 두었다.
잠시 내려서 '안부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좌측은 나무로 막아 두었다. 직진하여 길고 가파르게 올라 가는데, 숲속은 점점 연무가 짙어져서 어둡고 습하다.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여서 걱정이다.
# 숲속은 연무가 점점 짙어져서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다.
# 숲을 가득 채운 연무가 신비한 느낌을 연출한다.
# 1025봉 직전 헬기장.
# 갈림길이 있는 암봉을 만나 좌측으로 우회했다.
# 너럭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내리막길을 급격하게 떨어져 내렸다. 로프는 길게 세 군데나 설치되어 있다. 동절기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헬기장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수풀이 우거져 터널을 이루고 있고, 나무계단을 내려가자 광덕산으로 올라가는 '임도'와 만난다.(08:44)
# 어두 컴컴한 안부 갈림길. 좌측길은 막아 두었다.
# 간만에 밝음을 보여 준 헬기장.
# 안내판이 서 있다.
'회목현 입구'에선 우측으로 회목현 가는 길이 수풀 속에 있고 정맥길은 임도 따라 위로 길게 올라간다. 보통 이런 임도와 만나면 원칙주의자 산꾼 몇몇이 숲속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기 마련이고 선답자의 산행기에도 숲으로 들어가는 길과 표지기들이 있다고 기술했는데, 짙은 연무때문에 지나쳤는지 신경써서 주변을 살폈는 데도 발견하질 못했다.
# 상해봉 갈림길. 정맥길은 좌측으로.
상해봉 갈림길엔 전봇대와 '광덕산 신고 2지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답자들이 한결같이 상해봉의 조망을 칭찬하고, 꼭 들러 볼 것을 당부했지만 오늘은 개스가 너무 짙어 아무 조망도 볼 수 없는 지라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헬기장에 서 보지만 사방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 광덕산 축구공.
# 소백산 천문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다. 정문 앞을 지나는데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자지러지게 짖어댄다. 네 이놈! 호통 한번으로 제압하고 정문앞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정맥길로 들어 섰다. 편안하게 길게 이어지다가 잠시 오르니 '광덕산 정상'이 나온다.(09:46)
# 큰뱀무에 푹 빠진 나비 한 마리.
# 광덕산 정상엔 질경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는데 6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단체 산행객들이 올라 온다. 10여 분 우르르 올라 오더니 사진과 관련된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다. 사진은 눌러야 된다는 둥, 박아야 된다는 둥... 연세 많으셔서 입으로만 양기가 오르셨나?
# 어느새 개스가 다 걷혀 버렸다. 광덕산에서 박달봉으로 갈라지는 산줄기.
# 저 아래 광덕고개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인다.
전망대에 서니 어느새 개스가 다 걷혀 버리고 쨍한 날씨가 나타난다. 이럴 수가! 산 속에 있을 때는 내도록 짙은 개스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어두컴컴한 날씨를 보이더니 산행 끝무렵에야 이렇게 맑은 조망을 보이다니... 오리무중(五里霧中)이 한 순간에 청천백일(靑天白日)로 바꼈다. 상해봉 못 보고 온 것이 아쉽다.
# 기린초.
# 윤기가 흐르는 털중나리.
얼마나 많이들 왔는지 단체산행객들이 끝도 없이 올라온다. 일일이 인사하기가 힘들어 큰소리로 한번에 인사를 대신하고 등로 옆에서 기다리거나 단체 산행객들을 피해 등로 바깥으로 돌아 내려갔다.
# 금방이라도 뛰어 내릴 듯한 광덕고개 반달곰.
광덕고개엔 대여섯 대의 관광버스와 일반 차량들이 뒤섞혀 난리가 아니다. 떼로 몰린 관광객들이 물건 흥정하고 사진찍느라 소란스러워 시장통이 따로 없다.
작년 여름 화령재에서 반 구간 하고 아랫 마을로 내려가 알탕 한 이후에 일 년 만이다. 아, 조우타!! 청사아아안리~ 벼어어억~ 계에에에~ 수우우야아~!!
# 원조를 주장하는 이동 '김** 할머니집' 갈비. 이 집은 불황이라는 한국 경제와는 전혀 딴나라 세상이었다. 손님들이 바글바글... 그런데 갈비맛은 옛날 같지 않다. 질기고... 손님 많아 대접 못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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