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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이야기]2004년 만추(晩秋)의 단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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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이야기]2004년 만추(晩秋)의 단양

강/사/랑 2007. 7. 28. 14:00

 [견지이야기]2004년 만추(晩秋)의 단양



2004년 10월 30일. 월마감하고 새벽 1시에 귀가했다. 원래 이번 주말에는 주왕산 산행을 가기로 마눌과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토요일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펑크를 낸다.

애초에 마눌에게 세가지 제안을 했었다.
1번, 둘이 같이 동강 송어 구경 간다.
2번, 나 혼자 송어 구경 간다.
3번, 둘이 같이 주왕산 산행 간다.

그동안 몇 달 계속 주말마다 낚시를 갔더니 마눌의 선택은 당연히 3번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펑크를 냈으니 내가 2번을 선택해도 군소리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새벽에 들어온 지라 눈만 잠깐 붙이고 일어 난다는 게 눈 뜨니 해가 중천이다. 부랴부랴 샤워하고 짐 챙겨 차에 시동 걸고 출발했다. "마눌! 기대하시라 오늘 저녁 송어회 먹게 해 주마!"

영동고속도로에 차 올리니 신갈부터 용인휴게소까지 정체이다. 신갈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양지까지 주행. 다시 고속도로에 재진입. 그러나 여주휴게소 부근에서 다시 정체다.


이러다가 오늘 물가에 서기 힘들겠구나, 동강아! 다음 달에 보자. 여주휴게소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빠져서 행선지를 단양으로 변경했다. 감곡, 제천 거쳐 늪실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 무렵이다.

박순복님 공방에 들러 미끼 준비하고 웨이더 입고 채비 챙겨서 늪실에 내려가니 이미 세 분이 먼저 입수하셔서 스침질 중이다. 영춘에 있는 소수력발전소에서 수문을 닫았는지 늪실의 수량이 상당히 줄어 있다. 수장대 박느라고 다른 사람들의 평화를 깨기가 싫어 입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만의 포인트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돌아서서 주차해 둔 곳으로 돌아 오는데, 아까는 물에 빨리 들어서고 싶어서 정신없이 달려 가느라 보지 못했던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 단양권 여울 현황(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늪실여울에 내려가는데 강변에 억새꽃이 만발하였다. 가을 햇볕에 밝게 빛나는 늪실의 억새.
 

 

 

        

# 하얀 솜털이.

 

 

         

# 가을을.

 

 

         

# 찬란하게 만든다.

 

 

         

# 가을아!!!.

 

 

구명조끼만 벗고 웨이더는 입은 채로 운전을 해서 가곡여울로 이동했다. 역시 가곡엔 아무도 없고 수량이 많이 줄어 포인트 진입이 용이해 보인다. 시간 낭비가 많았던 관계로 급히 진입해서 여울 끝에 수장대부터 박았다.


구더기 실한 놈으로 골라 바늘에 꿰고 흐름에 맞춰 줄을 살살 흘리니 음~ 좋다~ 산 좋고!!! 물 좋고!!! 가을 냄새도 좋구나!!!

                     

#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가곡여울.

  

                         

# 앞산 절벽도 황금빛 옷을 입었다.

 

                           

# 가곡은 수량은 적어도 물살은 여전히 빠르다.

 


         

# 가을냄새 가득한 여울.

 

 

돌아보면 이십몇 해의 낚시 인생 중에 좋은 사람들과 정담(情談)을 나누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한 낚시도 많이 있었지만, 유독 홀로 많이 돌아 다닌 것 같다. 붕어낚시 다닐 때도, 바다낚시도 그렇고 견지에 푹 빠진 지금도 홀로 이곳 저곳 많이도 쏘다녔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거나 고립적인 인물도 아닌데... 혼자 생각컨데 그 이유는 자유(自由) 때문인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욕심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낚시를 오래 하다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욕심이 줄어들어야 할텐데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좀 더 많이, 좀 더 큰 놈으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채비를 보면 그것도 갖고 싶고, (특히 좋은 견짓대를 보면...) 같이 낚시하다가 다른 이들은 멍짜를 잡아내는데 나는 꽝일 때 마구마구 일어나는 욕심하며....

그런데 혼자 낚시를 하다보면 일단 이런 욕심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지니 조금은 자유로와진다. 오늘도 나는 홀로 산본에서 이 먼 단양땅까지 달려와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여울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묵이 덕이 솔솔 뿌려가며 스침질 하기를 1시간여 이거 통 입질이 없다. 급한 물살의 여울 끝에서 바로 앞의 깊은 소(沼)를 노리고 스침질을 하는데, 소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갑자기 물이 깊어지면서 渦流(와류)가 생겨 미끼를 용이하게 흘려 보낼 수가 없다. 편납을 좀 가볍게해서 짧게 짧게 스침질해 와류를 벗어나게 스침질을 해본다.

한 순간 견짓대를 타고 전해지는 둔탁한 저항감. 드디어 왔다! 반갑다 누치야! 꾹꾹꾹 처박으면서 한 쪽으로 내달리는 놈. 설장도 탁탁탁 몸서리를 친다. 그래, 바로 이맛이다! 쾌재를 부르는 순간.


팅!!!! 줄이 터져 나가며 순식간에 똑바로 서버리는 견짓대. 오, 마이 갓!!! 이럴 수는 없다. 얼마만에 맛보는 누치 손맛인데...

허탈한 마음을 추스리고 채비 새로이 만들어서 실한 놈으로 골라 꿰고 한 줌은 고수레~~ 여울에 뿌려주고는 다시 시작한다. 다시 한참을 흘렸다 감았다를 하는데 또다시 덜커덕! 좋다. 이번에 놓치지 않겠다. 다짐을 하고 놈과 실갱이를 하는데, 또다시 허전해지는 견짓대.


누치들의 활동성이 떨어진 탓인지, 와류 때문에 줄이 늘어진 탓인지 정확하게 바늘이 걸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젠 서서히 초조해진다. 처음 낚시를 시작할 때 욕심을 버리고자 혼자 낚시한다 운운 했던 말이 무색해지게 가슴 밑바닥에서 욕심이 먹구름처럼 뭉게뭉게 일어난다.

이럴 때는 쉬는 게 최고. 작전상 후퇴다. 여울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마음을 다스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 역광을 받아 여울의 은빛 비늘이 반짝인다.

 

 

채비를 재정비하고 마음도 재정비하고 다시 입수. 와류 근방에서 뱅뱅 돌려고만 하는 채비를 살살 달래서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 보내니 기대 대로 덜커덕 찾아와 주는 입질.


견짓대 세우고 놈과의 줄달리기를 시작한다. 놈이 차고 나가면 탁탁탁 설장탐으로 응해주고 놈이 조용해지면 살살 감아주며...


만추의 단양 여울 속에서 나홀로 아리랑이 춤을 춘다. 아니, 누치와의 이중주가 울려 퍼진다. 기어이 끌어내서 입 맞추고 재어보니 45cm. 음~ 음~~ 음~~~ 음~~~~ 조오타!!! 꾹꾹 누르고 잡아 당겨 멍을 만들어 볼까? ^^;


아이구 , 이 놈의 욕심.



# 잘 생긴 가을 누치.

 

 

         

# 멍은 아니지만 시즌 종료 무렵에 큰 기쁨을 안겨준다.

 

 

이후 적비 한 수와 끄리 두 수 더하고 이 날의 낚시를 접었다.


        

# 낚시 끝내고 단양을 떠나는데 온달장군과 평강공주가 배웅을 해 준다.

 

 

 이상 만추의 단양 조행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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