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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여덟번째(21번국도~화봉육교)-폭염경보 속 도로 순례와 정글 수영!! 본문

1대간 9정맥/한남금북정맥 종주기

[한남금북정맥]여덟번째(21번국도~화봉육교)-폭염경보 속 도로 순례와 정글 수영!!

강/사/랑 2008. 7.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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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 여덟 번째 걸음은 21번 국도에서 화봉육교까지이다. 이 구간은 일반적인 정맥 종주와 달리 인간세(人間世)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색다른 길이다.


통상 정맥(正脈)은 이 땅의 뼈대를 이루는 산맥이라 인간세와 가까울 일은 좀처럼 없는 첩첩산중의 연속이다. 그 오지의 산길 걷다보면 하루종일 사람 한 명 만나기 어렵기 예사다.


하지만 간혹 산맥의 흐름이 약해져서 인간세에 접근하거나 인간 문명의 발달에 따라 인간세가 산길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번 구간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한남금북정맥 여덟 번째 구간의 출발은 21번 국도이다. 행정구역은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이고 출발의 기점은 21번 도로가 지나는 '바리가든'이라는 음식점이다. 그곳을 출발하면 금왕농공단지와 내송리를 거쳐 쌍봉리에 이르기까지 내도록 산맥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가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은 야트막한 야산(野山)의 마루금으로 정맥길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데, 정맥길에 금왕농공단지와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마루금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쌍봉리에 이르러서도 도로 순례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사창리와 대정리에 이르기까지 역시나 인간세의 한가운데를 지나야 한다.

 

그러다 대정리 고개를 지나면 정맥길은 완전히 모습을 달리 한다. 지금까지 이어지던 속세의 때를 한번에 벗어 버리겠다는 듯 이번에는 인간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가시덤불, 칡넝쿨 속을 헤엄쳐야 하는 고난의 길이 기다린다. 인간이 만든 아스팔트 도로와 자연이 만든 정글이 상존(相存)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극(極)과 극의 상존 구간이다.

 

나는 이 구간을 7월 5일에 지났다. 그날은 올여름 들어 최고로 무더운 날이라 전국적으로 폭염 경보가 발효된 날이다. 국토순례를 하던 20대가 열사병으로 도로에서 숨지고, 농사 일을 하던 노인들이 역시나 몇 명이나 숨진 엄청난 날이기도 하다. 

 

전날 뉴스에서 폭염 경보를 발(發)하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하고, 내 건강에는 이런 날씨가 아주 좋지 않기도 해서 마눌은 산에 가지 말라고 말린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 전날 1박 2일간 회사 워크숍이 있어 잠 못 자고 무리를 하고 돌아왔고, 또 집에 돌아온 그 날이 큰형님 생일이라 가족모임까지 있었다. 각종 행사가 연속되어 휴식할 기회가 없었다. 그야말로 휴식 없는 강행군이어서 내외적으로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장마로 인해 2주간이나 낙동도 한남금북도 못 간 상태라 비 그친 이 휴일날을 그냥 집에서 보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갈등으로 막아내기에는 내 의지가 너무 강했다. 그리하여 마눌의 걱정을 뒤로 한 채 보따리 챙겨 집을 나섰다.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지 얼마나 큰 어려움이 나를 맞이할지 출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다만 산길에 대한 부푼 열정만 한가득이었다. 원래 사는 게 그렇듯이! 


폭염경보 속 도로 순례와 정글 수영!!


구간 : 한남금북정맥 제 8 구간(21번국도~화봉육교)
거리 : 구간거리(18 km), 누적거리(124.8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7월 5일. 해의 날.
세부내용 : 21번국도/바리고개(08:30) ~ 구계촌 도로 ~ 하나하이테크 ~ 무명고개 ~ 염소목장 ~ 절개지 ~
 무명고개 ~ 폐체육공원 ~ 목우촌 공장(09:25) ~ 금왕산단사거리 ~ 텔/GS주유소 삼거리 ~ 한솔신약 갈림길 ~ 583번 도로 ~ 협진주유소 ~ 도로 순례 ~코니아일랜드(11:10) ~ 선우전기 ~ 쌍봉리마을회관/점심(12:00) ~ 쌍봉초등학교 ~ 583번도로 ~ 피앤비 ~ 건설공제조합 교육원 ~ 갈림길 ~ 태정푸드 ~ 삼아물산 ~  583번 도로 ~명인공장 ~ 에코인조목재 ~ 대정리고개(13:55) ~ 채움앤비티/1시간 휴식(15:10) ~ 청한공장 ~ 임 육거리 ~ 가시덤불 무명봉 ~ 송순농장 ~ 대야리고개(15:50)/휴식(16:20) ~ 조림지 ~ 독가촌 ~ 266봉 ~ 능선마루금 ~ 무명고개 ~ 망이산성 남문터 ~ 마이산(17:00) ~ 서문터 갈림길 ~ 헬기장/마이산 북봉 ~ 화봉육교(19:50).

총 소요시간 11시간 20분

7월 5일. 해의 날. 1박 2일간 회사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 왔다. 그리고 저녁에 형님 생일로 가족 모임이 있어 전혀 휴식을 취하질 못했다. 그렇지만 산 갈증으로 집에 있을 수 가 없어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준비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영동과 중부고속도로 번갈아 타고 음성 나들목으로 나와 금왕까지 간 후 다시 21번 도로로 바꿔 타고 바리고개에 도착했다.


망이산성/望夷山城

 

2003년 4월 11일 충북기념물 제128호로 지정되었다. 망이산성(望夷山城) 또는 마이산성(馬耳山城)이라고도 한다. 조성 연대는 백제 한성시기부터 조선시대까지로 추정된다. 한남금북정맥의 한 줄기인 망이산(望夷山:472m, 마이산이라고도 함)에 축조된 산성으로 <新增東國輿地勝覽>과 <輿地圖書>등에 망이성 봉수가 기록되어 있다. 산성은 토축식(土築式)인 內城과 석축식(石築式)인 外城으로 나누어지는데, 봉수대가  있는 내성을 주성(主城)으로 본다. 산성 꼭대기에서 삼성면 양덕리와 진천군 일대의 평원이 내려다보이며 남쪽의 산세는 절벽으로 험준하고 북쪽은 낮은 평원이 전개되는 것을 보아, 남쪽의 적군을 대비하여 쌓았음을 알 수 있다. 내성은 백제시대에 망이산 정상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외성은 통일신라시대에 망이산 북쪽으로 낮은 평원을 이룬 외곽 산봉들의 능선을 따라 지세를 이용하여 쌓았으며, 전체 둘레는 약 2080m이며, 남북 길이 340m, 동서 길이 500m의 직사각형을 이룬다.산성 안은 지대가 낮고 평지가 넓으며 물이 풍부하다. 철제 단갑(鐵製單甲)·주조 철부(鑄造鐵斧)·토기류·와편·청자편·백자편 등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백제·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에 걸치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중요한 군사시설이 설치되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성벽을 돌출시킨 치성(雉城)은 서북·북·동·남·서남쪽 5곳에 있고 출입문은 남·북·서쪽의 문터가 확인되었다.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너비 2.4m의 서문터는 높직한 토루(土壘)의 한 곳을 끊어 만든 형태로서 삼국시대 산성의 특징을 보인다. 북문터 쪽에는 4.8×2.8m, 깊이 60cm~1m의 큰 샘이 있다. 

 

사창리/社倉里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리(里)이다. 마을 앞으로 천뱅이 개울이 흘러 창서 넘어 행제리로 흘러간다. 들이 넓어 농사가 잘 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사창(사창말) 등이 있다. 사창은 조선조 이조 때 충주목(忠州牧) 사창(社倉)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문화유적으로 사창 앞에 있는 사창 터와 민정승 묘, 경모재(景募齋)가 있다. 사창 북쪽에 있는 샘터는 물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쌍봉리/雙峰里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리(里)이다. 쌍봉산 아래 위치하며 마을 앞으로는 개천이 흘러나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쌍봉, 강거리(강구리), 웃강거리(상강구), 중터말(중대), 지소(지소리,제수리) 등이 있다. 쌍봉은 마을에 쌍으로 된 봉우리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웃강거리는 강거리 위쪽에 있는 마을이며, 중터말은 쌍봉리 중앙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소는 마을 둘레에 못이 여러 개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금북정맥 제 9구간 21번국도~화봉육교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아직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열기가 엄청나다. 바리고개 한 쪽에 주차하고 산행 준비하는 잠시동안 벌써 땀이 온몸에 가득하다. 오늘 대단하겠다!


(08:30)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도로 건너 작은 야산으로 올라야 하는데 들머리인 과수원옆 등로는 잡목이 자라 길이 사라져 버렸다. 스틱을 휘저어 보지만 뚫고 올라 갈 수가 없어 포기하고 우측으로 도로 따라 잠시 가다가 구계촌 도로로 올라 갔다. 과수원 사잇길로 올라 가면 곧 고개 위에 서게 되고 우측으로 정맥길이 시작된다.


 

# 21번 국도 상의 바리고개.

 

 

 

# 과수원 옆으로 올라야 하지만 시작부터 잡풀에 막혀 야산 부분은 생략하고 우측 구계촌 도로로 오른다.

 

 

      

# 메꽃.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외래종인 나팔꽃과는 달리 우리 토종의 야생화이다.

 

 

      

# 산딸기가 많다. 새콤달콤한 그 맛을 올해 처음으로 느껴본다.

 

 

      

# 구계촌 도로, 우측으로 정맥이 시작된다.

 

 

표지기 하나 달고 본격적인 정맥길에 나선다. 그러나 이곳도 정맥꾼 외엔 인적이 끊긴 곳이라 잡목이 자라 걷기가 어렵다. 낮은 능선을 따라 가다가 산을 하나 넘고 등로를 뒤덮은 수풀을 헤치고 억지로 나아가니 도로가 나타나고 '하나하이테크'란 공장이 있다.

 

      

# 하나하이테크. 좌측 길로 내려간다. 

 

 

정문 좌측으로 길이 나 있고 그 곳도 문이 잠겨 있다. 그때 갑자기 공장 안에서 개 한마리가 뛰어 나오며 사납게 짖는다. 스틱 휘둘러 타구봉법(打狗棒法)을 시전하니 꼬리 감고 뒤로 물러난다. 까~아~불고 있어!

 

문 좌측으로 돌아 길따라 내려가다가 우측 숲으로 올라간다. 봉우리 하나를 넘자 '시멘트 도로가 지나는 고개'가 나오고 고개 건너 루드베키아 만발한 소로따라 올라간다. 묘 2기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자 넓은 '염소목장 철조망'과 만난다.

 

철조망을 따라 위로 오르는데 잡목과 가시덤불이 나타나 앞을 가로 막는다. 반장갑을 끼었더니 순식간에 손가락에 가시 수십 개가 박혔다. 아야 ~아야~ 소리내며 가시를 뽑는데 피가 점점이 맺힌다. 봉우리를 넘자 '절개지'가 나오고 앞이 트이며 금왕농공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 황금빛 루드베키아가 도열해 있다.

 

 

# 염소목장 울타리를 따라 오른다.

 

 

# 절개지 위에 서면 금왕농공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왕농공단지의 공장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가운데, 주요 포스트인 목우촌 공장 간판도 보인다.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이미 온몸에 땀에 젖어 옷들이 흠뻑 젖어 버렸다.

 

이제 절개지 상단으로 걸어 가야 하는데 수풀이 우거져 길이 없다. 그래서 절개지 사면으로 조심조심 간다. 하지만 결국 주루룩 미끌어지고 만다. 우측 무릎이 까져 피가 나고 쓰리다. 할 수 없이 절개지 상단으로 억지로 올라가 수풀을 헤치고 진행한다. 입으로 목안으로 이물질들이 마구 들어 온다.

 

잠시후 녹색 철제펜스를 만나 펜스따라 내려간다. 그 끝에 시멘트도로가 있고 위로 올라 가 고개를 넘는다. 다시 철제 펜스를 만나 진행하는데 우측 너머로 '월드 사우나 '건물이 보인다. 정확한 정맥길은 그 앞으로 이어지지만 그냥 도로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곧 넓은 공터가 나온다. '버려진 체육공원'이다. 공원 우측 너머에 월드 사우나가 있고 좌측 아래에 '목우촌 공장'이 있다.(09:25)


 

# 폐 체육공원.

 

 

      

# 목우촌 공장.

 

 

목우촌 공장 정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82번 도로'와 만난다. 도로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금왕산업단지 사거리'에 서게 된다. 이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신호등에 맞춰 건널목을 건너고 길게 내려간다. 사람들의 통행이 없는지 보도블록에도 풀이 무성하다. 한참을 뙤약볕 아래 헉헉대며 내려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길 건너에 모텔과 GS주유소가 있다.

 

좌측으로 도로를 건너 고갯마루를 올라갔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금왕농공단지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냥 지나쳐 조금 더 내려가면 우측으로 '작은 갈림길'이 나오고 '한솔신약'이란 작은 팻말이 박혀 있다.

  

      

# 82번 도로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 금왕산단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건널목을 건넌다.

 

 

      

# 모텔과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고개를 오른다.

 

 

      

# 우측 작은 갈림길로 들어간다.(한솔신약 팻말)

 

 

갈림길로 잠시 들어가면 빨간 지붕의 옛 방앗간 옆으로 길이 열려 있다. 곧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 고개 위로 올라가는 수렛길이 훨씬 넓고 좋아 그 길로 올라 갔다.

 

고개 위로 오르면 넓은 공사장이 나타난다. 그런데 길이 사라져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게 된다. 아마도 아랫쪽의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것이 맞는 듯 한데, 양쪽 어느 방향에도 표지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그냥 올라 왔다.

 

다시 돌아 가야 하는데 또 고집을 부려 이곳에서 길을 찾아 나섰다. 우측 공장 펜스를 따라 내려가는데 길이 막혀 버린다. 결국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공사장 아래에 서게 되고 저 멀리 도로가 지나는 곳이 보인다. 아마도 가야 할 583번 도로인가 보다.

 

농로를 따라 길게 내려 가는데 교회가 나타난다. 일요일 예배 보러 온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보는데 신통한 답이 돌아 오질 않는다. 교회를 나와 잠시 더 진행하니 583번 도로가 나온다.

 

주변 지형과 지도를 대조해 보니 정맥에서 우측으로 한참을 내려 왔다. 처음 방앗간 지나 만난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것이 맞았던 것이다. 30여분 알바했다. 583번 도로를 따라 고개를 길게 올라가니 정확한 정맥길과 다시 만나게 되고 폐업한 '협진주유소'가 나타난다. 10:30.

 

      

# 알바를 하는 바람에 이 공사현장을 만났다.

 

 

# 정확한 정맥 상의 협진주유소. 지금은 폐업했다.

 

 

이곳에서 정맥길은 도로를 건너 산으로 올라 가야 하는데, 정맥은 헬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정맥에서 우회해야 하고 잡목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어렵단다. 급기야는 물길도 건너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맥도 아닌 곳에서 수풀 헤치고 다니느니 그냥 도로를 따르기로 했다. 30여 분 알바한 것도 짜증나고 해서리...

 

그러나 이 결정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폭염 경보가 내린 염천지하(炎天之夏)에 절절 끓어 오르는 아스팔트를 걷는 것이 등로를 덮은 수풀을 헤치는 것보다 더 못할 짓이다.

 

도드람 공장을 지나 절절 끓어 오르는 아스팔트를 걷는데 얼굴이 벌겋게 익어 가는 것이 저절로 느껴진다. 중간에 그늘이나 하다 못해 가겟집이라도 있으면 좀 쉬어가련만 그런 곳은 전혀 없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이젠 어지럽기까지 하다.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탈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나중에 뉴스에서 국토순례를 하던 여대생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오늘 날씨는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렇게 폭염에 빠알갛게 익어 고개 하나를 치고 오르니 '코니아일랜드' 공장이 나타난다.(11:10). 아이스크림 공장이다. 저 안에 아이스크림이 가득할 테지만 문이 닫혀 있어 들어 갈 수는 없다. 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고개를 내려 조금 가면 '선우전기' 팻말이 서 있고 그쪽으로 좌틀하여 쌍봉리로 내려간다. 공장 정문을 지나 길게 내려 마을 안으로 들어 가는데 마을회관이 나오고 그 한 켠엔 바람 시원한 정자가 하나 있다. 더는 못 가겠다! 쉬었다 가자! 정자로 올라가 배낭 벗고 이른 점심도 먹었다.

 

      

# 코니아일랜드 공장.

 

   

# 금왕농공단지 가기 전 절개지에서 미끄러지면서 입은 상처. 그러나 이것은 나중 가시덤불에서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 休利亭. 그래요, 휴식은 낭비가 아니라 삶에 이로운 것이죠.

 

 

휴이정(休利亭)이 주는 고마은 그늘을 만끽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11:55). 마을 길로 조금 가면 우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다. '쌍봉초등학교'가 나온다. 초등학교 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는 학교다. 학교 건물을 가로질러 뒤쪽으로 올라 후문으로 나간니다. 후문에서 좌틀하여 조금 가다가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길게 내려간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길게 진행하는데, 하얀 길이라 햇볕이 더욱 강렬하고 눈에도 좋지 않다. 휴리정에서 식혔던 땀이 금세 온몸을 적셔 물이 줄줄 흐른다. 길게 진행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다시 583번 도로와 만난다. 결국 코니아일랜드에서 쌍봉리로 들어 갈 것이 아니라 그냥 도로를 따라 진행하는 것이 낫다.

 

정확한 정맥길은 도로 건너 '높은산'을 올라야 하지만, 바로 내려 이 도로에 와야 하므로 그냥 좌틀하여 도로를 따른다. 지난 구간의 큰산처럼 이 산도 야트막한 야산인데 이름은 거창하게 '높은산'이다.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를 걷다가 '피앤비'공장을 지나고 바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우측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 간판쪽으로 들어갔다. 

 

      

# 쌍봉초등학교.

 

 

# 하얀 시멘트길을 따라 가는데 햇볕이 반사되어 눈을 뜨기 어렵다.

 

 

# 583번 도로를 다시 만나는데 전방의 야트막한 야산이 이름도 거창한 '높은산'이다.

 

 

# 우측 교육원 방향으로 들어 간다.

 

 

우측 길로 올라가 길게 오르면 교육원 건물을 지나게 되고 도로는 비포장 임도로 바뀐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 비포장 임도로 내려간다.

 

'태정푸드' 공장을 지나 우틀하여 진행하면 '웰팜'공장도 지나고 '삼아물산'을 만나 왼쪽 산길로 올라 간다. 잠시 후 녹색철망이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건원'공장이다. 표지기가 전혀 없어 잠시 헤매다가 좌틀하여 진행했다. 다시 갈림길에서 잠시 헷갈린 후 좌측길로 올라갔다.

 

(13:00) 583번 도로와 다시 만났다. 뙤약볕 아래 걷는다는 게 너무 힘들어 도로에 내려서기 전 나무 그늘에 배낭 벗고 휴식을 취했다. 아이스바 하나 먹었으면 딱 좋으련만 가겟집을 만날 수가 없으니...

 

15분 간 휴식한 후 583번도로에 서서 무심코 좌측 고개 아래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다가  기분이 이상해 지도 꺼내 확인하니 반대쪽으로 내려 왔다. 날 더우니 판단력도 희미해지는 모양이다. 

 

다시 고갯길을 낑낑 올라 삼거리에 복귀하고 조금 더 내려가니 우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나오는 '메가텍'이란 간판은 없고 다른 공장 이름과 과속 단속 간판이 서 있다. 하루종일 따라 다니던 583번 도로와도 이제는 이별이다.


우측길로 조금 들어가면 '인삼밭'이 나오고, 좌측 임도는 수풀이 자라 진행이 어렵다. 한바탕 수풀 속을 헤엄치며 길게 올라 가면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우틀하여 내려간다.

 

'명인공업'을 지나고 '폐공장'을 지나고 '에코인조목재'도 지난다. 그리곤 임도를 따라 길게 올라 간다. 전방에 마이산과 칠장산까지 이르는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가 눈에 들어 온다. 길게 내려 '대정리고개'와 만난다.(13:55 )

 

      

# 웰팜을 지나 삼아물산 녹색펜스 좌측으로 올라 간다.

 

 

# 583번 도로와 이별하고 우측 갈림길로 들어 간다.

 

 

# 인삼밭 좌측길로 올라간다.

 

 

# 농공단지 공장들 뒤로 마이산이 올려다 보인다.

 

 

# 마이산에서 칠장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

 

 

# 마이산 앞의 저 짙은 색의 산이 마의 정글 구간이다.

 

 

# 대정리고개.

 

 

아이고~ 도저히 못 가겠다~~! 고개 직전의 나무 그늘 아래 배낭을 멘 채로 벌렁 누워버렸다. 이렇게 절절 끓는 날에 하루종일 열기 가득한 아스팔트를 걸었으니 어찌 견딜까?

 

10여 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고개 바로 위는 사슴농장과 농가, 그리고 작은 공장이 하나 있다. 물이 아직 수낭에 조금 있긴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금방 동이 날 것 같아 농가로 들어가 물을 구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다. 주인도 없는 집을 뒤질 수도 없고 그냥 돌아 나와 옆에 있는 '채움앤비티'공장에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이곳에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길을 나서 고개를 오르자 좌측 아래에 신축 공장과 축산 농가 하나가 내려다보인다. 내려가 보니 공장문은 굳게 잠겨 있고 한 쪽의 수도꼭지는 먹통이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 농가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불러 보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냥 돌아 나오려고 하는데 축사 앞에 수도꼭지가 있다. 틀어보니 물이 콸콸 나온다. 축사 앞에 있는 수도라 좀 께름직하기는 하지만 그걸 따질 형편이 못된다. 수낭 가득 물을 채우고 정맥길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 잠깐 올라 오는데도 숨이 턱턱 막힌다. 마침 고개 위에 나무그늘이 보이길래 배낭 벗고 자리 깔고 휴식을 취했다. 도로변이지만, 오가는 인적없어 웃통도 벗고 아예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10여 분 잤을까? 너무 무더워 눈을 떴다. 처음에는 바람이 솔솔 불어 이곳에 자리를 깔았는데 어느새 바람이 잠잠해져 버리고 찜통 속으로 변했다. 온몸에 물이 줄줄 흐른다. 잠자기는 틀렸다. 잠은 포기하고 간식먹으며 멍하게 앉아 쉬었다.

 

(15:10) 무려 한 시간이나 쉬고 다시 출발했다. 막 출발하는데 맞은편에서 정맥꾼 한 사람이 염천에 벌겋게 익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다가 온다. 칠장산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마이산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가시덤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바지를 말아 올렸는데 온통 상처투성이다. 아이구야~~ 서로 안전을 기원하고 반대편으로 헤어졌다.

 

      

# 이 뜨거운 찜통 속에 정맥길에 나선 이가 나 말고 또 있구나.

 

 

강렬한 뙤약볕 아래 노출된 채 도로를 걸어 '청한'공장을 지났다. 인삼밭을 지나자 '임도갈림길'이 나온다. '6거리'다. 정면의 산이 악명높은 가시덤불 정글이다. 지도 확인하니 우측으로 우회하여 갈 수도 있겠는데 오늘 처음 만난 산다운 산이라 그냥 가운데 비포장도로따라 올라 갔다.

 

넓은 묘역을 지나 올라 가는데, 시작부터 아예 길이 없다. 그러더니 곧바로 가시덤불 정글로 변해 버린다. 덩쿨로 된 가시 많은 덤불이 온 산을 가득 뒤덮었다. 한 순간 그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스틱으로 헤쳐 보지만 덤불이 스틱을 휘감아 오히려 배배 꼬일 뿐이다. 결국 발을 앞차기 하듯 내 뻗어 덤불 위로 올리고 다시 반대쪽 발을 내 뻗어 올리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가시덤불이 다리를 휘감고 물어 뜯어 아야아야 비명 소리가 연신 난다. 바지가 가시에 긁혀 순식간에 엉망이 되버렸다.

 

10여 분 사투 끝에 봉우리 위에 서는데 또 길이 없다.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숲속 사면에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다. 숲을 헤치고 그쪽으로 접근하는데, 이곳은 가시 대신 잡목이 빽빽해 숲속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억지로 헤치고 나가 마루금에 오른다. 그릭고 계단식으로 봉우리 두 개를 넘지만, 그 길은 계속 수풀을 헤치고 가야 하는 길이다.

 

아래로 내려 사료 싸이로가 있는 농장 안으로 들어 갔다. 곧바로 농장 정문으로 나오는데 돌아보니 '송순 농장'이라 적혀 있다. 바로 아래에 '유림기업'이란 공장이 있고 그 앞이 '대야리 고개'다.(15:50)

 

      

# 임도 육거리가 나와 정면 비포장 임도로 오른다.

 

 

#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이번엔 가시덤불이 기다린다.

 

 

# 대야리고개.

 

 

막 고개에 내려 서려는데 판넬 공장인 유림기업 안에서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공장 안으로 들어가 물을 좀 얻어도 되겠느냐 청해 보았다.

 

공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이 기꺼이 허락을 해 줘서 일단 식당으로 가서 차가운 정수기 물을 수낭에 가득 채우고 마당 수도 꼭지에 머리를 들이밀고 차가운 물을 뒤집어 썼다. 그 시원함을 멈출 수가 없어 미안함을 무릎쓰고 계속 물을 맞았다. 이 더운 날 웬 고생을 하느냐며 혀를 차시길래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마치 남의 일인양...

 

      

# 시원한 물을 선물해 준 유림기업 공장.

 

 

다시 30분을 쉰 후 길을 나섰다. 출발도 하기 전에 다시 땀이 온몸에 줄줄 흐른다.(16:20). 대야리 고개를 지나 절개지를 차고 오르자 넓은 조림지가 나오고 조금 오르면 잘 가꾼 묘역이 나온다. 묘역 위에 서면 가야 할 마이산이 우뚝 솟아 쉬 눈에 들어 온다.

 

곧 빨간지붕을 한 농가 뒤로 올라 간다.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 있는 개활지를 올라 본격적인 오르막에 붙었다. 등로를 뒤덮은 수풀을 헤치고 올라야 한다. 힘이 많이 드는 곳이다. 체력이 떨어져 오르기가 너무 어렵다. 한 차례 올려 바람 좋은 벌목지 상단에 도착한다. 그 바람 아까워 배낭 벗고 휴식을 취했다. 그 곳에서도 가야 할 전위봉과 마이산의 위용이 보인다.

 

우측으로 오르는데 이번엔 정글 탐험이 시작된다. 무성히 자란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억지로 헤치고 '206봉'을 올랐다. 다시 아래로 내리는데 오를 때보다 훨씬 더 빽빽한 정글이 앞을 가로막는다. 수풀 속을 헤엄치듯 두 팔 앞세워 헤쳐 나가는데 칡넝쿨은 발목을 휘감고 가시나무는 온 몸을 찌른다.


아야~아야~미치고 환장하겠네!! 나중엔 마구 화가 난다. 이게 도대체 웬 난리란 말인가? 억지로 억지로 아래로 내렸다가 곧바로 위로 치고 오른다. 다시 정글탐험이 이어진다. 죽을 맛이다. 아이구야~~~

 

한참을 수풀 속에서 난리부르스를 친 후에야 겨우 정글을 벗어났다. 좀 전과는 달리 깨끗한 등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급경사 오르막이고 이곳까지 도달하면서 워낙 진을 빼서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결국, 가다쉬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서 17:40 봉우리에 올라섰다. 곧바로 배낭 벗어던지고 윗옷도 벗어 재꼈다. 아~~ 힘들다!!!  

 

      

# 농가 뒤에 서면 가야 할 마이산의 위용이 보인다.

 

 

# 개망초 군락지를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 끈끈하게 휘감는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 막는다.

 

 

# 영지버섯 군락. 사진으로만 담아 왔다.

 

 

좋은 바람 만나 한참을 휴식하고 다시 출발했다. 이 봉우리부터 도경계가 나눠진다. 봉우리의 뒷면부터가 경기도 이천시 율면이다. 저 멀리 충청도 속리산에서 출발해서 어언 경기도 이천시 경계로 올라왔다.

 

봉우리에서 좌틀하여 마루금을 따라 잠시 내리면 '고개'가 나온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던 옛고개이다. 한여름에 이 구간을 할 참이면 대야리고개에서 정글로 붙어 쌩난리할 것이 아니라 도로 따라 고개를 넘었다가 윗대실마을로 들어가 고갯길 따라 올라 오면 이곳으로 편하게 올 수 있다.

 

이후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 오르면 계단식으로 두 차례 더 밀어 올리게 된다. 체력이 바닥이라 가다쉬다를 반복했다. 18:20에 봉우리 하나를 오르고 우틀하여 편하게 가다가 다시 계단식으로 밀어 올린다.


너댓 차례 완만하게 계단식으로 밀어 올리더니 마지막은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바닥난 체력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올라 가는데 한순간 앞이 트이며 넓은 공터가 나온다. 그러나 정상은 아직 멀었다. 이곳은 '망이산성 남문터'다. 다시 위로 조금 더 올라가야 깃대와 이정목, 그리고 멋진 소나무가 있는 '마이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17:00)

 

      

# 충청도와 경기도를 이어주는 고갯길. 마을에서 이곳으로 올라오면 가시덤불을 피할 수 있다.

 

 

# 자귀나무.

 

 

# 이런 봉우리를 너댓 개는 계단식으로 올라야 정상을 볼 수 있다.

 

 

      

# 날파리와 모기떼가 어찌나 극성이던지 나뭇가지로 위장했다. 하루종일 엄청나게 고생을 했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 남문터 안내판.

 


      

# 마이산 정상.

 

 

# 소나무 한 그루와 쉼터가 있다.

 

 

# 소박한 정상석과 삼각점.

 

 

# 정상은 봉수대도 갖췄다.

 

 

마이산은 북쪽 오랑캐인 고구려의 침입을 경계하던 '망이산(望夷山)'이 원명인듯 하고, 아마도 후대에 이르러 그 음이 변질된 것 같다.

 

이 지역 행정 관청의 자료를 보니 그 옛날 천지개벽할때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산의 꼭대기가 말귀만큼 남았다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라 이름지었다고 나오지만, 아마도 마이산이란 이름에 덧붙혀 생겨난 왜곡된 전설일 거란 생각이다.

 

정상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넓은 길이 이어지고. 안부에 이르면 '서문터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여 잠시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그 너머에 다시 봉우리가 있다. 이곳에도 정상석이 하나 서 있다. '마이산 북봉'이다.

 

산 아래로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이제 내리는 일만 남았다. 길게 아래로 내려가는데 먼 내리막이라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중간 중간 벤치가 나오는데 사람의 통행이 잘 없는지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 쓰고 잡풀 자라 그 속에 숨어 있다. 길게 아래로 내리면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화봉육교'에 내려 서게 된다.(19:50 )

  

      

# 헬기장.

 

 

# 망이산성은 삼국시대까지 그 연원이 올라간다. 산성으로는 드물게 내성과 외성을 갖춘 성이었다.

 

 

# 마지막 포스트인 마이산 북봉.

 

 

# 화봉육교.

 

 

# 아래로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 이곳에서도 경기도와 충청도가 갈라진다.

 

 

정말로 힘든 하루였다. 그동안 백두대간과  5개의 정맥길을 더듬으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여럿 있었지만, 그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폭염 경보가 내린 날 절절 끓어오르는 아스팔트를 하루종일 걷고, 마지막으로 가시덤불 속에서 뒹굴었더니 완전히 탈진을 해 버렸다. 그래도 천지신명의 은덕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21번 국도로 돌아가 차 회수하고 집에 돌아 갔다. 패잔병의 모습으로 현관에 들어서자 마눌은 나를 전쟁나갔다 돌아온 사람 취급했다. 얼굴은 벌겋게 익고 바지는 너덜너덜하고 다리는 온통 가시에 긁혀 상처투성이니...

  

샤워하고 나와 머리 말리는데 상처투성이의 몸을 보던 마눌,

"누가 그 일을 하라고 시킵디까?" 라고 묻는다.

그래서 한마디 해줬다.

"그러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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