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한남금북정맥]마지막 걸음(화봉육교~칠장산)-보기에 좋더라!! 본문

1대간 9정맥/한남금북정맥 종주기

[한남금북정맥]마지막 걸음(화봉육교~칠장산)-보기에 좋더라!!

강/사/랑 2008. 7. 27. 22:17
 [한남금북정맥]마지막(화봉육교~칠장산)


 

나는 원래 종교적인 인물이 못 된다. 따라서 종교적 경험도 극히 적다. 어릴 때 초파일 날 절에 어른들 따라가면 떡이며 팥죽 등을 얻어먹을 수 있어 몇 번 가 봤고, 크리스마스날 교회에 가면 학용품이나 과자를 얻을 수 있어 몇 차례 친구들과 가본 게 종교적 경험의 전부일 뿐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내 마눌은 기독교 신자이다. 백두대간을 마치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두어 차례 겪은 마눌은 교회에 열심히 나가며 신앙생활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는 같이 교회에 나가자고 간곡하게 권하였다. 더불어 그 교회의 여러 신자들도 우리 집을 드나들며 몇 년을 물들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애초에 나와는 맞지 않은 길이라 내 마음은 돌처럼 굳건할 따름이었다.

 

아, 그렇다고 내가 철저한 무신론자(無神論者)는 아니다. 나 역시 이렇게 끝 간 데 없이 거대하고 그러면서도 정교하며 치밀하게 돌아가는 이 우주(宇宙)에 질서(秩序)를 부여한 '그 무엇'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고 있다. 무어라 정확하고 분명하게 정의할 순 없지만 말이다.

 

무신론자(無神論者)라기보다는 범신론자(凡神論者)라고나 할까? 신이라고 해서 절대자 같은 강력한 유일신적 존재가 아니라 애니미즘(Animism)적 만유정령(萬有精靈)의 생각을 가진 것이다. 그것은 천지 만물에 모두 신령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그런 종류의 믿음을 말한다.

 

범신론이라면 종교인들 특히 유일신교(唯一神敎)인 기독교인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성경책은 몇 번 읽을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고전읽기 경시대회라고 학생 몇 명을 선발해 동서양의 고전을 읽게 하고 군 대회, 도 대회 등 제법 규모있게 진행하는 대회가 있었다.


그 시절 학교 대표로 선발돼 몇 달 동안 여러 고전을 읽고 대회에 나가 시험을 치렀다. 오랜 옛일이지만, 기억하기로는 군 대회는 통과했는데 도 대회에서는 별로 두각을 못 나타냈지 싶다. 그때 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요약된 신약(新約)과 구약성서(舊約聖書)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었다.

 

또 세월이 흘러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 얘기다. 그 당시 논산훈련소는 훈령병들에게 미디어에 접근할 기회를 완전 차단한 것은 물론, 군사용 외 모든 인쇄물을 볼 수 없게 통제하였다.


평소 아~주 약간의 활자 중독이 있던 나는 그 당시 뭔가 읽을 것이 간절히 필요했다. 그래서 일요일 훈련소에 있는 교회에 가서 포켓용 성경책을 얻어 와  6주간의 훈련기간 동안 두어 차례 통독하였다. 


물론 지금이야 그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구약(舊約)의 창세기(創世記) 부분은 처음 시작 부분이라 쬐끔 기억이 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 첫째 날이니라.

... 니라

... 니라

...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

 

강/사/랑의 한남금북정맥 종주는 온전히 '보기에 좋지 않아' 시작했다. 나는 지금 뫼꿈이님이 정교하게 제작하신 커다란 산경도(山經圖) 지도를 거실에 걸어두고 정맥 길을 다녀올 때마다 해당 구간을 형광펜으로 칠하여 산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보통 우리 종주 산꾼의 하루 걷는 거리는 '20km' 정도를 표준으로 한다. 산길은 한 시간에 보통 2km 내외가 소요된다. 20km면 순수하게 걷는 시간으로 열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휴식과 점심을 포함하면 하루에 열두세 시간 정도를 기본으로 상정한다.


원래 정맥은 찾는 이가 그다지 많지 않은 산길이다. 인적 드문 산속에 들어가 열두세 시간 탈진할 정도로 걷고 집에 돌아와 산경도에 그날 진행 구간을 줄 그으면 딱 2cm정도의 새로운 길이 그려진다. 한심스럽기도 하고 애가 타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복의 힘은 무서운 법이라 발걸음 누적되다 보면 어느새 정맥 하나가 완성된다.


나의 1대간 9정맥 종주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또 기록된다. 그 기록의 흔적이 우리 집 서재에 걸어둔 산경도에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체계적으로 아홉 정맥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이곳저곳의 정맥을 걷다보니 산경도에 표시되는 종주 흔적이 영 보기에 좋지 않게 되었다.


한북정맥이야 분단 현실 때문에 출발점이 대간과 떨어져 있어 어쩔수가 없지만,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을 마치고 나서 산줄기를 이었더니 백두대간과는 뚝 떨어져서 영 모양이 나질 않게 된 것이다. 모름지기 보기에 좋아야 다른 것도 좋은 법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백두대간 속리산 천황봉에 올라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발자욱을 하나 둘 누적시켜 나가서 드디어 안성 칠장산(七長山)에 세 번째 올라 백두대간과 한남, 그리고 금북정맥을 이을 수가 있었다.

 

칠장산 삼 정맥 분기점(分岐點)에 세 번을 올라 세 개의 표지기에 깃든 세월을 보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집에 돌아와 거실에 걸린 지도에 색칠해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 그리고 백두대간을 이어 놓으니 이제야 그림이 제대로 나온다. 이 모습을 보니 흐뭇하여 한마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보기에 참 좋더라!!!"

 


보기에 좋더라!!


구간 : 한남금북정맥 제 9 구간(화봉육교~칠장산)
거리 : 구간거리(18 km), 누적거리(124.8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7월 27일, 해의 날
세부내용 : 화봉육교/수레티고개(09:00) ~ 도고리봉/황색골산 ~ 349봉 ~ 겨티고개 ~ 357봉 ~ 252봉 ~
9번 도로(10:55) ~ 임도 ~ 205봉 ~ 278.7봉/비로봉/점심(12:17) ~ 돌탑고개 ~ 보현봉 ~ 개사육장 ~ 걸미고개(12:50) ~ 안성CC 정문 ~ 클럽하우스 ~ 292봉 ~ 좌벼울고개 ~ 376봉(14:10) ~ 370봉 ~ 옛고개 ~ 삼정맥 분기 이정목 ~ 헬기장 ~ 칠장산(15:15) ~ 칠장사(15:50).

총 소요시간 6시간 50분

7월 26일 흙의 날.
전국적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비 오니 산으로 못 가고 하루 종일 TV 리모컨 들고 빈둥거린다. 그랬더니 온몸이 뻐근한 것이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는데, 일요일에도 여전히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하루 집에서 뒹글었더니 조급증이 생겨 비가 오더라도 길을 나서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먹고 씻고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부로 갈아타고 그 길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고속도로 타고 가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걱정이 태산인데, 다행히 고속도로를 벗어나니 비가 그친다.

 

일죽IC로 나와 좌틀하여 가다가 월정교차로에서 음성 생극 방향으로 우틀했다. 329번 도로 타고 가다가 삼성 생극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가면 화봉육교가 있는 수레티 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죽산면/竹山面

 

경기도 안성시 남동쪽 끝에 있는 면. 1992년 9월 이죽면(二竹面)에서 죽산면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서쪽은 삼죽면(三竹面)· 금광면(金光面), 북쪽은 일죽면(一竹面)· 용인시 백암면(白岩面)에 접하며,동쪽은 충북 음성군 삼성면(三成面), 남쪽은 진천군 만승면(萬升面)에 접한다. 면의 대부분이 도덕산(道德山:661m)· 칠현산(七賢山:516m)·관해봉(觀海峰:453m)·죽림산(竹林山)·산박골산 등 높고 낮은 산지이고 북동쪽 및 북서쪽 일부 죽산천(竹山川)·장암천(長岩川) 연안과 칠장천(七長川)·개좌천(介座川)이 이루는 산간 계곡에 약간의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주곡 이외에 잎담배 재배가 활발하며  죽산리에는 정기시장이 선다. 평택~충주 간 국도와 용인~진천 간 국도가 교차한다.

 

용설리/龍舌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리(里)이다. 낮은 산과 고개가 있다. 용설리의 지명은 1914년 행정구역 폐합 당시 병합된 여러 지역 중 용암과 설동의 이름을 따서 붙였고, 설동의 지형이 용의 혀처럼 생겼기 때문에 용설리라 칭하였다. 자연마을로는 거곡마을, 한실마을, 당북마을, 설동마을이 있다. 거곡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일조시간이 짧아 어두운 마을이라 하여 거먹실이라고 한다. 한실마을은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라 하여 한실이라고 한다.당북마을은 글 공부하는 서당 뒤에 마을이 있었다고 해서 당북, 또는 당뒤라 하였다. 또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때문에 아늑한 곳에 집을 짓고 생활하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방뒤라고도 한다. 설동마을은 지형이 용의 혀처럼 생겼다 하여 설동이라 이름 붙였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금북정맥 제 9구간 수레티고개~칠장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수레티 고개 한 쪽에 주차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09:00). 좀 전까지 내린 비로 인해 숲은 물구덩이다. 미니 스패츠를 착용했더니 신발 안은 무사한데 아랫도리는 금세 다 젖어 버린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을 오르지만 물구덩이 숲을 헤치고 오르려니 힘이 든다.

 

바지가 척척 휘감겨 영 찝찝하다. 게다가 거미줄이 많아 얼굴에 휘감겨 걷기가 불편하다. 한참 오르자 등로가 확보되어 물기와는 작별이다. 그러나 곧 경사가 급해지더니 꾸준히 올려 '도고리봉'에 오르게 된다.(09:27)


 

# 화봉육교가 있는 수레티고개. 

 

 

# 지난 구간 아주 힘들게 올랐던 망이산이 운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 수레티고개 들머리. 비에 젖은 숲은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다.

 

                          

# 아랫도리가 금세 다 젖어 버렸다.

 

 

# 물기 가득한 숲.

 

 

# 거미줄이 아주 많다.

 

 

# 사냥꾼들의 집이,

 

 

# 영롱한 구슬이 되었다.

 

 

# 황색골산(도고리봉).

 

 

 

도고리봉은 황색골산이라고도 한다. 황새골이란 골짜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습도가 높아 아주 무덥다. 잠시 휴식한 후 좌틀하여 진행한다. 잠시 가다가 고도차 없이 '349봉'을 넘고 우틀하여 떨어져 내린다.


모기떼가 극성이라 모기장을 뒤집어 쓰고 진행한다. 그 모습 기괴해 남들이 보면 놀라 넘어지겠다. 한참을 내려 작은 돌탑과 산벚나무가 있는 '겨티고개'에 도착했다.(09:50)

 

     

# 겨티고개.

 

 

내린 만큼 그대로 밀어 올린다. 너무나 무더워 얼굴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 길게 밀어 올려 '357봉'을 넘고 이후 길게 고도를 낮춰 간다. 그러나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여섯 차례 작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낮춰 간다. 그러다 '252봉'에서 직진길을 버리고 좌측 사면으로 꺾어 내린다.

 

잠시 후 우측 아래로 임도가 나타나 마루금과 나란히 간다. 마루금은 잡목지대라 물기를 잔뜩 머금은 잡목이 앞을 가로막는다. 흠뻑 젖은 잡목을 헤치고 나가자니 힘도 많이 들고 옷이 모두 젖어 들고, 지도며 메모지 등도 물에 젖어 너덜거린다. 악전고투 끝에 9번 도로에 내려섰다.(10:55)

  

     

# 357봉.

 

 

# 날파리와 모기떼, 그리고 거미줄을 피해 모기장을 뒤집어 썼다.

 

 

# 사냥꾼의 덫에 걸린 솔매미 한 마리.

 

 

# 이렇게 물기 잔뜩 머금은 잡목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 물기에 흠뻑 젖어 9번 도로에 내려섰다.

 

 

9번 도로는 음성 당목리와 죽산 용설리를 잇는 포장도로이다. 좌측 아래 당목리쪽으로 조망이 트였다. 도로를 건너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 가는데 빗물에 패여 임도로서의 기능은 없다. 한 차례 길게 올라 봉우리에 서고, 숲을 헤치고 나가면 임도를 다시 만난다.


지도를 확인하니 임도가 마루금과 나란하다. 물 폭탄 머금은 숲이 싫어 임도를 따랐다. 길게 가다가 임도가 끝나고 좌측으로 올라 정맥에 합류했다. 다시 길게 한차례 낑낑 밀어 올리면 '278.7봉'에 오르게 된다.(11:40 )


  

# 9번 도로가에 핀 무궁화.

 

 

# 건축자재를 도난 당했나 보다.

 

 

# 도로 건너 임도를 따라 오른다.

 

 

#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 조록싸리.

 

 

등골나물.

 

 

# 참조팝나무.

 

 

# 우산이끼.

 

 

# 타래붓꽃.

 

 

# 278.7봉.

 

 

'287.7봉'은 '도솔산 비로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도솔산이란 이름도 비로봉이란 이름도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다. 이 지역의 누군가가 거창한 불교식 이름을 지어 주었나 보다. 정상 공터 한 켠에서 배낭 내리고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습하고 무더워 땀이 수도꼭지 튼 듯 줄줄 흐른다.

 

(12:17) 점심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아래로 내려가면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고개'가 나타난다. 거기서 길게 올라 가면 '도솔산 보현봉'이라 적힌 갈림길이 나온다. 좌틀하여 길게 올라가면 정상 부근에서 우회로가 나타나는데 우회로를 버리고 직진하여 오르면 '바가프미산 갈림봉'인 '293봉'에 오르게 된다.

 

바가프미산은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바깥 품에서 변형된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본다. 좌측으로 떨어져 내려 가는데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잠시 후 개 사육장을 지나게 되는데 대형견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얼른 지나쳐서 계속 내려가면 '걸미고개'에 내려서게 된다.(12:50)

 

     

# 돌탑있는 고개.

 

 

# 안성골프장이 있는 걸미고개.

 

 

걸미고개는 경기도 안성과 충청도 진천이 갈라지는 도 경계점이고 17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어 차량통행이 많다. 이 고개는 옛날에 농사가 잘 안되는 척박한 곳이라 주민들이 거지가 되다시피 했고 수확한 곡식조차 맛이 없어 '걸미고개'란 이름을 얻었다한다. 슬픈 이름이다. 지금은 고개 건너에 안성골프장 정문이 위치하고 있다.

 

정맥은 골프장 정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온몸이 완전히 젖어 걷기가 불편하다. 도로가에서 잠시 한숨돌리고 골프장 정문을 통해 올라갔다. 길게 올라 주차장을 지나고 클럽하우스쪽으로 접근하는데, 경비들이 저지하며 주차장 좌측 끝으로 올라 가라고 한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면 기사 대기실 건물이 나오고 그 뒤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한 차례 밀어 올리는데 옷이 몸에 휘감겨 걷기가 어렵고 힘이 많이 든다. 봉우리를 넘자 골프장에서 올라오는 고갯길과 만난다. 골프장 안으로 들어 오면 봉우리 하나를 생략할 수 있겠다. 다시 한차례 올라 '292봉'을 넘고 아래로 내려가면 '좌벼울고개'에 도착한다.

 

     

# 안성CC 클럽하우스.

 

 

# 좌벼울 고개.

 

 

고개 바로 너머에 티잉 그라운드가 있는데, "굿샷! 나이스 샸!" 하는 공치사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이후 찐하게 밀어 올리는데 체력이 떨어져 가다쉬다를 반복했다.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워 온 몸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 낑낑대며 빡세게 밀어올리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376봉'에 오르게 된다.(14:10)

 

아래로 길게 내려 가면 '북진현'을 지나고, 잠시 오르면 '벤치가 있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다시 고개를 하나 더 지나고 한차례 밀어 올리면 '370봉'에 오른다. 그런데 다시 아래로 길게 내려가라고 한다. 칠장산을 올라야 하는데 왜 또 내려가라 하느냐? 길게 내려 희미한 옛고개에 도착했다.(14:35). 고도계에 325가 찍힌다. 칠장산까지는 170m를 올려야 한다.

 

한남금북정맥의 마지막 오르막은 계단식으로 너댓 차례 밀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이 계단은 처음에는 완만하게 오르더니 계단이 거듭될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1,500걸음을 걸어 올려 '삼정맥 분기 이정목'이 서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300걸음을 더 걸어 올라가면 칠장산 정상석이 서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대부분 이곳에서 산행을 멈추게 되지만 정작 칠장산 정상은 좀 더 뒷쪽에 있다. 수풀을 헤치고 좀 더 진행하면 삼정맥이 분기하는 '칠장산 정상'에 올라선다.(15:15)

 

                          

#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376봉.

 

 

# 북진현 뒤에 있는 벤치 봉우리.

 

 

# 삼정맥 분기 이정목이 있는 봉우리.

 

 

# 칠장산 정상석이 있는 헬기장.

 

 

# 숲 너머로 작년에 걸었던 금북정맥의 흐름이 희미하게 보인다.

 

 


# 칠장산 정상. 세 번째 올라서게 된다.

 

 

# 한남정맥, 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3 정맥을 마쳤으니 표지기도 1년 간격으로 3장이 매달렸다. 처음 매달아 둔 한남정맥 때의 표지기는 2년 만에 완전히 빛이 바래 백지가 되었다.

 

 

  

이로써 3정맥 종주를 마쳤다. 한남정맥은 2006년 3월 12일에 시작해서 2006년 6월 6일까지 10구간으로 나눠 걸었고, 금북정맥은 2007년 7월 30일에 시작해서 2008년 3월 29일까지 20구간, 한남금북정맥은 2008년 4월 5일에 시작해서 2008년 7월 27일까지 9구간으로 나눠 종주를 마쳤다.

 

결국 이 칠장산 정상엔 2006년 6월 6일, 2007년 7월 30일, 2008년 7월 27일, 이렇게 세 번을 올라서게 되었다. 덕분에 기념으로 매단 표지기가 1년 간격으로 3개가 나란히 매달리게 되었다.

 

2006년 한남정맥 하면서 매단 표지기는 이미 하얗게 바래 백지가 되어 버렸고, 2007년에 매단 금북정맥 때의 표지기도 빛이 많이 바랬다. 1년 간격으로 매달린 3개의 표지기가 각 정맥길을 걸을 때의 온갖 애환을 시간 차이로 빛이 바래가는 자신을 통해 표현하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잠시 혼자만의 감상에 빠졌다가 천지신명께 큰절로 무사한 정맥종주의 감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보살펴주신 은덕으로 3정맥 무사히 마쳤나이다! 거듭 감사드리나이다! 남은 다른 정맥길도 무사하도록 계속 보살펴 주시기를 간절히 비옵나이다!!!"

 

혼자 만의 3정맥 완주 세러머니를 마치고 보따리 챙겨 정상을 돌아 나왔다. 왔던 길 도로 걸어 헬기장과 3정맥 분기봉을 지나 칠장사를 향해 하산했다. 가파른 산죽길을 구불구불 길게 내려가면 유서깊은 칠장사에 내려서게 된다.(15:50)


  

# 갈림길에서 칠장사쪽으로 하산했다.

 

 

# 칠장사 혜소국사비.

 

 

# 칠장사 경내의 잘 생긴 소나무.

 

 

# 계곡엔 물이 철철 넘친다.

 

 

# 정맥하면서 세 번째 방문한 칠장사.

 

 

칠장사 곁의 계곡엔 우기철을 맞아 물이 철철 흐르고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 알탕이 어렵다. 그래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잠깐의 틈을 잽싸게 잡아 몸을 씻고 흠뻑 젖은 옷도 갈아 입었다. 그렇게 산짐승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칠장사 앞 매점에서 아이스께끼 하나 사 먹고 택시 불러 수레티에 세워둔 차를 회수했다.

 

이렇게 천지신명의 보살핌으로 한남,금 북, 한남금북정맥의 3 정맥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와 벽에 걸어둔 산경도에 색칠하여 산길을 이었다. 그랬더니 백두대간과 뚝 떨어져 보기 흉하던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한남금북정맥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보기에 참 좋다.

 

''그래, 그래! 이렇게 이어 놓으니 보기에 참 좋구나!!!"


 

# 백두대간과 세 개의 정맥이 서로 이어지니 보기에 참 좋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