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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의 山]1(석모도/席毛島)해명산海明山,낙가산/洛伽山-석모도의 갈매기!! 본문

산이야기/그 섬의 山

[그 섬의 山]1(석모도/席毛島)해명산海明山,낙가산/洛伽山-석모도의 갈매기!!

강/사/랑 2008. 12. 8. 12:10
 [그 섬의 산]1(석모도/席毛島)해명산,낙가산



영화 속 주인공 되어 / 바다로 향하는 외포리 포구 // 석양빛 털어 내며 / 뱃머리 앞서는 갈매기 떼, / 새우과자 한 주먹 힘껏 날리면 / 하얀 날개 짓 포말처럼 부서져 내린다 // 던져 주는 과자 맛에 길들여진 / 거지갈매기라 한다지 / 기다림의 끝, 습관적인 가로채기도 / 그들만의 사냥임을 미처 몰랐다 // 육지를 밀어내던 배 석모도에 이르고, / 노을 빛 휘장 아래 / 슬픈 몸짓으로 다가와 / 내 안에 깃 드는 거지갈매기.

 

- 김선미 '석모도 갈매기'(전문)

 

  

80년대 중후반. 학교 졸업하고 직장 잡아 서울로 상경(上京)했다. 서울은 놀라운 곳이었다. 평생을 지방 소도시에서 살던 촌놈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너무 많은 자동차들, 너무 많은 건물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뛰어 다니고 있었다. 한가롭게 주변 돌아보며 걷거나 미소 띈 담소(談笑)를 나눈다는 것 따위는 여기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무도 걷지 않았다. 모두가 뛰어 전철을 타고 뛰어 버스에서 내리고 뛰어 거리를 달렸다.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달려서 남들보다 먼저 획득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그들도 잘 모르는 듯했다. 그래도 그들은 달렸다.


러시아워의 신도림역, 그리고 출퇴근 시간의 2호선 전철 속. 난 그 속에서 지옥(地獄)을 보았다. 몸과 몸이 맞닿은 그 곳. 배와 배가, 등과 배가, 가슴과 가슴이, 팔과 다리가 서로 얽히고 섥혀 고함과 신음과 욕설이 뒤섞인 그곳. 지옥도(地獄圖)의 그림을 현대적으로 그린다면 바로 그 모습일 것이었다.. 

 

그 지옥 속에서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냈다. 어느날 문득 보니 나도 그들과 같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달리는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냥 함께, 그들과 덩달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섰다. 이대로는 미치겠다 싶었다. 나를 구원해 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바다'였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서울은 서해가 가깝다. 바다를 품고 있는 인천까지 전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바다를 찾아 다시 전철을 탔다. 몸과 몸이 살과 살이 맞닿은 그 전철을 타고 서해바다를 찾아갔다.


과연 그곳엔 바다가 있었다. 그러나 그 바다는 푸른 바다가 아니었다. 바닷물이 파란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도 바다였다. 꽉 막혔던 가슴 한 쪽이 비로소 뚫렸다. 바다의 힘이었다.

 

그곳에서 석모도(席毛島)의 갈매기를 처음 만났다. 석모도의 갈매기는 새우 사냥꾼이었다. 녀석들은 고속비행과 저공비행, 정지비행 등 온갖 비행술(飛行術)을 뽐내며 새우 사냥을 하였다. 하지만 그 새우는 살아있는 새우가 아니라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향이 첨가된 '새우깡'이었다.


처음엔 녀석들이 새우깡을 받아 먹는 모습이 신기하고 새우깡을 낚아채는 그 절묘한 비행술에 감탄했었다. 그러다 이 넘들이 강화 외포리와 석모도 선착장 사이를 하루종일 배따라 왔다갔다 하면서 새우깡 사냥만 하지 정작 바닷속 새우는 잡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야성(野性)을 잃고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주식(主食)으로 살아가는 석모도 갈매기! 더이상 그들에게 새우는 저 푸른 바닷속을 헤엄치는 팔딱팔딱 생기 넘치는 생물(生物)이 아니라 농심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스낵인 새우깡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슬픈 일이었다.

 

고향을 떠나 상경한지 어언 20년이 넘은 지금. 나에게 있어 서울에서의 삶은 저 푸른 바닷속 생기 넘치는 새우일까? 아니면 새우 대신 새우향이 첨가된 새우깡일까?

 

차가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쳐 한파주의보(寒波注意報) 내린 겨울 날. 동계 섬 야영산행을 위해 석모도를 찾았다. 그곳에서 새우깡 갈매기를 다시 만났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기 위해 뱃전을 비행하는 석모도 갈매기를 보면서 문득 새우깡을 닮아가는 나를 돌아보았다.


야성을 잃고 새우깡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석모도의 갈매기!!


일      시 : 2007년 12월 6, 7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진득이고개 ~ 230봉 ~ 250봉 ~ 해명산 ~ 290봉 ~ 309봉 ~ 310봉 ~ 방개고개 ~ 270봉  ~ 새가리고개 ~250봉 ~ 230봉 ~ 낙가산 ~ 절고개 ~ 낙가산 숲에서 야영 ~ 다음날 보문사 지나 하산 .


12월 6일. 흙의 날. 원래는 낙동이나 호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낙동은 동지 한 분이 공사가 다망하여 틀어지고, 호남은 폭설에다 며칠 후에 있을 시험 때문에 이틀을 모두 투자할 수가 없다.

 

이리저리 방향 검토를 해 보는데, 백두대간과 9정맥을 진작에 섭렵하고 백두대간도 세 차례나 종주하신 오투님이 석모도 산행을 제안하신다. 옳타쿠나 손들어 찬성하는데 낙동 동지인 뚜벅도 오케이란다.

 

두 분은 아침 일찍 만나 김포 문수산부터 한 바리 한다지만, 난 리포트 쓰고 시험보느라 아침 일찍은 곤란해서 12시에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석모도/席毛島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三山面)에 딸린 섬으로, 면적은 42.841㎢, 해안선길이 41.8km이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한다. 고려시대 말엽까지는 석모도·송가도(松家島)·어류정도 사이에 조수(潮水)가 드나들어 선박이 왕래하였는데, 주로 예성강(禮成江)과 한강을 드나드는 화물을 수급하였다. 1895년 행정구역 개편 때 교동군에 속하였다가 1910년 강화군에 편입되었다. 남동쪽 끝의 해명산(海明山:327m)과 중앙의 상봉산(316m)으로 인해 중부와 남부는 산지를 이루고, 북부와 서부의 간척지는 평지를 이룬다. 평지에서는 서해안으로 작은 시내가 흐르는데, 그 유역의 토지가 기름져 경작지 또는 취락으로 이용된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한다. 주요 농산물로 쌀·보리·콩·감자 등이 생산되며,근해에서는 병어·새우류·숭어·꽃게 등이 잡힌다. 넓은 간석지를 이용한 굴양식이 활발하며, 삼량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한다. 지역 특산물로 섬쌀·순무·밴댕이젓갈·새우젓·천일염 등이 유명하다. 섬 중앙부의 낙가산(洛伽山) 기슭에 자리잡은 보문사(普門寺)에는 지방유형문화재 제27호인 보문사 석실(普門寺石室)과 제29호인 보문사 마애석불좌상(普門寺磨崖石佛坐像),기념물 제17호인 보문사 향나무, 민속자료 제1호인 보문사 맷돌이 있다. 섬에서 유일한 민머루해수욕장은 썰물 때면 개펄이 드러나 자연학습장으로도 이용된다. 외포항에서 석모도 석포항 사이를 운항하는 배가 평일에는 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수시로 다닌다. 영화 시월애의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낙가산/洛伽山


높이는 235m. 강화도 서쪽 해안에 바짝 붙어 서해바다에 떠 있는 석모도에 있는 산으로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서쪽에 더 큰 섬이 없어 낙조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석모도는 강화군에 딸린 일개 낙도에 불과하지만 이 산에 보문사라는 큰 절이 자리잡고 있어 절을 찾는 사람들로 석모도행 배는 항상 붐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간다는 사실과 섬에 큰 사찰이 있다는 점이 특이한 매력을 주는 데다 조망이 좋은 이 산까지 있어 관광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능선은 암릉으로 이어져 산행 맛이 산뜻한 데다 중부지방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할 수 있는 능선이 많지 않은 터라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산행 할 수 있다. 이 산은 석모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다. 산의 서북 방향으로 상봉산(316m)이 있고 남서 방향으로는 해명산(327m)이 있다. 그런데도 이 산이 회자되는 것은 보문사라는 절이 있기 때문이다산행은 선착장에서 내려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새라리고개 안부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들어서서 올라간다. 주능선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주능선 산행으로 바뀐다. 이 산은 보문사로 가는 능선의 반대쪽에 비교적 뾰족한 느낌을 주는 봉우리로 솟아 있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서해의 섬들이며 능선상의 높은 봉우리인 상봉산이 다가선다. 능선을 따라 가다가 야트막한 봉우리를 지나 10여 분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너른 풀밭이 있어 앉아 쉬기에도 좋다. 정상에서는 잡목숲 지대를 지나 30여 분 가면 서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 산과 보문사는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조금 떨어져 있다. 또 한 코스는 섬의 남쪽 해안에 가까운 진득이고개에서 버스를 내려 산을 타기 시작, 북으로 긴 능선을 따라가며 섬 양쪽의 조망을 즐기기도 하고 암릉이 잇달아 나타나는 둥글둥글한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넘으면서 이 산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 코스는 보문사까지만 3시간이 넘게 걸린다. 해명산을 지난 다음 이 산까지 능선산행과 바다조망을 실컷 즐긴 다음 보문사로 내려설 수 있다. 석모도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라면 낙조를 보면서 산행 하면 내륙지방의 고산 산행과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왕 4년(635)에 희정스님이 창건한 절로 낙산사와 함께 해수관음기도 도량의 하나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굴이 깊고 넓으며 절 뒤에는10여m에 이르는 거대한 관음보살상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석모도 지형도(이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토요일 아침 리포트 정리해서 이메일로 날려 주고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거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일 주일 전 기온이 갑자기 급강하한 날. 며칠 동안 운행을 하지 않고 세워두었다가 시동을 거니 먹통이라 배터리를 교환했는데, 오늘 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몇 차례 예열을 한 후 겨우 시동이 걸려 출발을 할 수 있다.

 

기상청에선 오늘이 올해 들어 최저로 기온이 떨어질 거라고 예보했다. 그러면서 중부 이북으로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출발하면서 기온 체크하니, 어머나! 영하 10도다. 이런 날 야영하겠다고 길을 나서다니...

 

외곽순환도로 타고 시흥,부천지나 일산 방향으로 가다가 김포나들목으로 나갔다. 김포 거쳐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중에사 망설이다 초지대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화도에 들어서서 초지진을 지나고 내가, 외포 방향으로 이정표를 보고 좌틀하여 달린다.


이정표 계속 확인하며 진행하는데 갑자기 이정표에 내가, 외포란 지명이 사라지고 방향도 이상하다. 지도 확인하니 강화도 남쪽을 한바퀴 돌아 초지대교쪽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제길슨!! 산에서 알바 하는 것도 모자라 길에서도 알바를 하는구나! 분명히 이정표를 보고 왔는데 갑자기 이정표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빽하여 강화읍 쪽으로 가다가 좌틀하여 겨우 외포리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었다. 외포리에서 동지 두 분과 조우하여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강화 특산인 밴뎅이 회무침과 삼숙이탕에 강화 인삼 막걸리를 곁들였다. 조쿠나!! 

 

  

        

# 식사 후 석모도행 페리 티켓팅을 하고 줄 서서 기다렸다.


  

        

# 흙탕물 서해바다를 박차고 배는 출발한다. 이 배는 강화 외가면 외포리와 석모 삼산면 석포리를 있는 페리이다.


          

# 배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새우깡 갈매기들이 일제히 같이 날아오른다.

 

         

# 새우깡 갈매기들의 딱딱한 새우 사냥이 시작된다.


         

# 스낵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 올라간다 이 넘아!


         

# 석모도 갈매기들의 주식. 뼈도 살도 체액도 없는 새우이다.


        

# 빨간 새우 줄까? 까만 새우 줄까?


         

# 이 넘들이 새우깡을 구걸하는 것도 학습효과일 것이다.

        


# 그렇게 우아한 날개짓을 고작 새우깡 구걸하는데 사용하다니...


          

# 야성을 잃고 새우깡에 길들여진 넘들!


         

# 카메라 렌즈가 번들이라 여기까지가 한계다.


         

# 망원렌즈를 가져왔으면 갈매기를 제대로 찍을 수 있을텐데...


 



 


                               


# 새우깡 던져주는 손들과 거지 갈매기들.

 

        

# 정지비행을 보여 주기도 한다.


         

# 공중에 뜬 걸 받아먹는 묘기도 부린다.


         

#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너희를 봤으면 기절하겠다!

 

 

# 이상을 찾아 비행하던 갈매기의 꿈과 새우깡 갈매기라!!!


  

# 먹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더 높은 뭔가가 있음을 아는가?

        


# ㅉㅉㅉ


        

# 새우깡 갈매기들의 비행쇼를 즐기는 동안 석모도에 도착 했다. 두 포구를 오가는 페리는 차와 승객을 토해 낸다.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석모도와 강화도를 오가는 도선은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페리이다. 우리도 자동차를 한 대 싣고 왔다.


석포리에서 일용할 양식을 보충하고 차 몰아 오늘 산행 출발지인 진득이고개로 향했다. 오늘 우리는 진득이고개에서 출발해서 해명산을 넘고 방개고개 거쳐 낙가산으로 향할 작정이다.


진득이고개는 석포리에서 매음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석모도 동남쪽 끝에 있다. 진득이고개 정상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 한 쪽에 주차하고 짐 챙겨 산행을 시작했다.

 

 

        

# 진득이고개에서 짐 챙겨 출발했다.


 

  

오랜만에 지는 야영짐이라 무게에 적응이 쉽지 않다. 집에서 체크하니 23kg에 육박했다. "끄응차!" 머슴 짐 둘러메고 해명산을 향해 출발했다. 짐 무게가 어깨를 파고든다.

 

해명산까지는 한번에 치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230봉과 250봉을 넘어야 하고 그러고도 계단식으로 서너 차례 고도를 높여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꾸준히 100여m를 밀어올려 '230봉'에 오르면 조망이 트이면서 본격적인 바다 구경하는 섬 산행을 할 수 있다.

  

     

# 2301봉에서 바라본 석포리 부두와 대섬.

 

 

     

# 강화와 석포리 사이의 해협과 난바다가 보인다.

 

     


#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인 강화갯벌.


     

# 오랜만에 같이 산행을 하는 O2님. 백두대간과 아홉 개의 정맥을 완주했음에도 다시 백두대간에 뛰어들어 세 차례나 종주하신 분이시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 가야 할 250봉이 전방에 서있다.


       

# 출발지인 진득이고개와 230봉이 내려다 보인다.

      


# 해협 너머로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강화도 마니산이 건너다보인다. 마니산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산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 해명산은 아직 한참 더 가야 한다. 


      

# 숨은 그림 찾기. 해명산 전위봉 전망대에 서 있는 오투님. 

     


# 해명산 자락의 매음리와 바다 건너 강화도 마이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음리(媒音里)는 이름이 독특하다. 잘못 들으면 음란한 이름이 될 수도 있다.


  

      

# 역시 숨은 그림찾기. 건너편 암봉에 서 있는 뚜버기.


 

 

 # 해명산 정상부는 대슬랩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을 오르는 오투님. 


 

                    

# 출발이 늦었더니 이미 해명산 좌측으로 이미 해가 기울고 있다.



                    

# 한바탕 땀을 빼게 만드는 해명산 대슬랩구간.


         

# 매음리 들판과 너머의 난바다.



# 용도를 알 수 없는 물을 받아 둔 논들.


                    

# 일용할 양식이 가득차 무거운 배낭때문에 헉헉대는 뚜벅.


                    

# 아이구~ 무거워라!! 뚜벅의 배낭엔 오늘 밤을 지켜줄 술이 가득하다. 때문에 무게가 30kg이 넘는다.


                    

#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뚜벅. 그와는 천삼백 리 낙동길을 함께 걸었다.


 

     

# 드디어 해명산 정상에 올랐다.


 

 

해명산은 고도가 327m에 불과하지만 고도 0인 해수면 바로 옆에 위치하므로 고도감은 상당하다. 게다가 한 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대여섯 차례 계단식으로 올려야 도착할 수 있고 짐까지 무겁게 짊어졌더니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날씨도 쨍하게 추워 수낭 호스가 얼어붙어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을 허락하고 서해의 낙조를 볼 수 있다는 멋진 장점을 지닌 산이다. '바다 海', '밝을 明' 자를 쓰고 있다. 바다 조망이 좋은 산이란 뜻인가? 강화 6대산 중 하나이고 석모도의 주봉이다.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있다.

 

 

 

# 어느새 그림자가 길어졌다.


          

# 해명산에 서자 비로소 낙조 산행의 진수를 맛본다. 


 

         

# 어허! 불기둥 하나가 저 바다로 잠긴다!


     

# 석양빛에 산하도 붉게 물들고...


      

# 석양빛에 잠겨든 대송도와 소송도. 모두 무인도이다.


 

       

# 잠시 가면 290봉이 나온다. 


      

# 그곳에서도 낙조 조망은 계속된다. 아름다운 낙조에 넋이 빠진 산꾼.


                            

# 어린 왕자는 노을이 너무 좋아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해 지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 왕자의 별은 너무 작아 의자를 몇 걸음만 옮기면 해 지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작은 봉우리 몇 개를 연달아 넘어도 계속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산이 아기자기한 탓이다.


         

# 가야 할 산줄기도 노을에 물들고 있다. 낙가산과 저 멀리 상봉산.


        

# 서해의 섬 산행은 이런 아름다운 낙조 감상의 묘미가 있다.


       

#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 멋진 석양에 푹 빠진 산꾼들! 곧 날 어두워져 위험하고 갈 길 멀지만 쉬 자리를 일어나지 못한다.


      

# 노을지는 서해바다.


 

      

# 그 장엄함에 넋이 빠졌다. 


      

# 옴마나!


      

# 저 불덩이가,


      

# 저 섬들 너머 바다 속으로,


                    

# 넘어간다~ 넘어간다~~


      

# 넘어 갔다!

 

     

# 노을에 빠져 정신 놓고 있었는데,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다.


     

# 바다 너머로 해는 넘어가고 채운(彩雲)만 남았다.


      

# 아름다운 서해 낙조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 자, 이제 또 쎄가 빠지게 가 봅시다!


      

# 출발하면서 낙조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해명산을 돌아본다.


      

# 석포리 부두와 바다 건너 외포리 선착장에도 불이 하나 둘 켜진다.


 

# 310봉을 넘어 길게 내려가면 방개고개에 도착한다. 내려가는 동안 날이 어두워져 모두 이마에 불을 밝혔다.


   

방개고개에서 잠시 쉬며 한숨 돌리고 다시 낙가산을 향해 출발했다. 짐 무게에 짓눌려 끙끙대며 '270봉'과 '250봉'을 차례로 넘었다.

 

가벼운 배낭에 밝은날 산행이었으면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코스이지만, 올 겨울 최고의 혹한에 머슴짐 같은 커다란 배낭 둘러메고 어두운 산길 걷기인지라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 되고 말았다.

 

250봉에 올라 서는데, 맞은 편에서 불빛 하나가 다가 온다. 동료 산꾼인 솔티님이다. 같이 야영하시겠다고 늦게 석모도에 도착해서 보문사에서 낙가산으로 올라 마중 나오시는 길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230봉'을 넘고 낙가산에 오른다. 낙가산 정상은 암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유명한 눈썹바위 윗부분이다.

 

눈썹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인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워서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기분 같아선 이곳에서 야영하거나 오래 머물고 싶지만, 배 고프고 집 지어야 한다고 모두들 서두르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따라 나섰다.

 

아래로 내려 '절고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계속 가면 상봉산으로 가는 길이고, 우리는 좌틀하여 보문사 방향으로 내려 갔다. 아래로 내려가다가 좋은 집터가 있어 산행을 종료하고 저마다 집 한 채씩 지었다.

 

 

 

# 눈썹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일품인데 바람 때문에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바람에 흔들렸더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 달과 인간의 불빛을 같이 담아 봤는데 이 넘도 흔들렸다.


  

 

각기 집 한 채씩 지어 놓고 밥 먹을 준비와 밤 지새울 준비를 했다. 밤이 되자 기온이 무섭게 급강하했다. 옷을 있는대로 모두 꺼내 보온하지만, 살이 절로 덜덜 떨린다.


그러는 도중 역시 같은 홀로 산꾼인 대명님과 솔숲향기님이 후발대로 도착했다. "이제 모두 모였으니 본격적인 야영파~리를 해보세!"


이 배낭 저 배낭에서 먹을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실 것들도 종류별로 흐뭇하게 나온다. 막걸리, 소주, 황주, 발렌타인 21살 짜리 까지... 솔숲향기님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발렌타인 스물한 살짜리를 사 가지고 왔다. 고거이 돈이 얼만디... 바우데 호간 한 채 값이네!!

 

굽고, 끓이고, 마시고, 권커니 잣커니 얘기꽃이 만발하다. 산꾼들이야 모이면 산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언제 들어도 반갑고 정겹다.

 

그러나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무섭게 내려갔다. 막걸리를 받아 놓고 잠시 얘기 하다 보면 막걸리가 얼어서 마실 수가 없다. 젓가락으로 깨뜨려 샤베트 먹듯이 떠먹어야 했다.

 

추위 때문에 옷을 있는대로 꺼내 입었다. 위에는 브린제 내의, 폴라플리스 짚티, 폴라플리스 조끼, 우모복, 두꺼운 소프트쉘 자켓까지 다섯 가지. 아래는 역시 속옷, 브린제 내의, 동계팬츠, 우모바지까지 네 가지를 입어 마치 눈사람처럼 뚱뚱하게 만들었는 데도 덜덜 떨린다. 그래도 산꾼들의 훈훈한 정이 추위를 어느 정도 잊게 만들어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파~리는 계속 된다.

 

     

# 석모도의 산 속 파~리. 어머어마한 추위였지만, 산속 파티는 진행되었다.


 

 

# 강추위에 김까지 어는 듯한 기분이다. 이날 수도권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 무시무시한 밤이었다. 내 생애 중 최고이다 싶게 손 꼽을 만한 추위였다. 오전에 수도권이 영하 15도였으니 지금 이 산 속은 영하 이십삼사 도는 될 듯하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옷을 엄청나게 입었지만 몸이 덜덜 떨렸다. 자칫하면 얼어죽기 딱 알맞은 추위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음식과 술, 그리고 동무들이 있다. 따스한 음식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니 그럭저럭 견딜 만은 하였다. 대신 행동이 빨라야 했다. 술을 따라 놓고 바로 먹지 않으면 곧 얼어버렸다. 막걸리와 소주를 숟가락으로 샤베트 먹듯이 떠먹어야 했다. 대단한 밤이었다.


평소 야영 때는 술에 취해 자리 파하고 텐트로 들어가는데, 이 날은 추위를 도저히 못 견딜 즈음에 자리 정리했다. 정리하고 각자 텐트로 들어 가면서 아침에 살아서 만나자고 인사했다. 뒷날 아침 일어나니 다행히 모두들 무사하다. 장비들이 짱짱했던 탓이다. 강/사/랑의 바우데 호간텐트.

      


# 솔티님의 에코로바 텐트, 솔숲향기님의 호간은 이미 철거 했다.


  


# 우리 야영지 뒤로 낙가산 정상의 눈썹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 눈썹바위에는 마애석불(磨崖石佛)이 모셔져 있다. 이 석불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에 조성된 것이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불상 위에 눈썹바위가 있어 석불이 눈비를 맞지 않게 차양막 구실을 한다.

                    


# 아침 먹고 주변 정리하였다. 시간 여유가 있는 두 분은 하루 더 산행을 하기로 하고 일정이 바쁜 나머지는 보문사 방향으로 하산했다.


      

# 마애석불은 멀리서 카메라 뷰파인드로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 보문사 옆으로 내려 갔다.


      

# 양양의 낙산사,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해수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보문사. 



# 밀집도가 아주 높은 공동묘지 안으로 내려 갔다.


     

# 징검다리처럼 섬과 섬을 이어주는 송전탑.


     

# 주차장에 도착했다. 낙가산을 올려다 보고 산행을 마쳤다.


     

# 산동무 차편으로 진득이고개에 세워둔 차 회수해서 석포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 진득이고개에서 해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어제 기가 막힌 낙조를 선사한 곳이다.


     

# 어디로 갈까나!


      

# 섬의 길이 바다로 잠겨 뭍의 길과 이어지고 있다.

 


                   

# 우리를 뭍으로 데려갈 배가 다가온다.


     

# 섬구경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실려 있다.


 

# 배 따라 온 갈매기들 다시 배 시동소리에 맞춰 날아 오른다. 


     

# 아침 식사로 새우깡을 먹으려고 다가온다.


                               

# 잘 있거라, 석모도여! 


                             

# 멋진 낙조 고마웠소이다!

 

     

# 아침 식사로 새우깡을 먹겠다고 배를 따라와 보지만...


     

# 아침 시간에 섬을 나가는 사람 중에는  관광객이 없으니 새우깡을 던져 줄 사람이 없다.


     

# 눈치 빠른 놈들은 조금 따라오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 미련이 남는 놈들은 끝까지 따라온다. 


  

# 그러나 새우깡을 주는 사람은 없고 카메라만 들이댄다.


   

외포리에 도착해서 차 내리고 인사하고 각자의 삶터로 돌아갔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허리 휘고, 무섭게 떨어지는 기온때문에 고생한 밤이었지만, 꿈결 같은 낙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멋진 산행과 야영이었다.

 

석모도 낙조 산행, 강추하는 바이다.

 

     

# 신호대기 중에 룸미러로 솔숲향기님의 싼타페를 담았다. "담에 또 같이 야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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