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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의 山]2(무의도/舞衣島)호룡곡산,국사봉-舞衣인가? 霧衣인가?? 본문

산이야기/그 섬의 山

[그 섬의 山]2(무의도/舞衣島)호룡곡산,국사봉-舞衣인가? 霧衣인가??

강/사/랑 2010. 7. 11. 16:22
 [그 섬의 山]2(무의도/舞衣島)호룡곡산,국사봉



처음 가 본 섬인 것도 같고 / 아주 가보지 않은 곳이기도 한, /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한, /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한, / 그 섬이 이토록 가슴을 당기는 것은 / 사람 대신, 오래 된 무덤처럼 / 그리움이 누워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그 섬이 이토록 가슴에 맺히는 것은 / 물보다 진한 핏줄처럼 / 간절한 기다림이 넋을 놓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물빛처럼 맑은 여자 하나가 목매어 죽었다는 / 뱃길 위에서 / 어느새 나도  목을 매고 있을지 모를 / 섬, / 그 물길 위를 해종일 서성입니다.

 

-  강재현 '무의도'(전문)

  

2006년 백두대간 졸업 이후 이곳저곳 정맥길을 이어 나가다 작년 5월에 드디어 호남정맥(湖南正脈) 종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을 훨씬 넘긴 세월이 흘렀다. 남들 같으면 졸업을 두어 번이나 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강/사/랑의 호남길은 지지부진하여 아직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머나먼 길이다.

 

핑계는 늘 많다. 작년 초겨울 똥꼬 수선하느라 6개월 정도 산행을 쉬었던 것이 제일 큰 이유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몸 회복되고 나서 올해 몇 차례 호남을 다녀오기는 했다.


그러나 곧 여름에 접어들며 악명 높은 호남정맥의 잡목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두어 번 그 잡목숲에 갇혀 애를 먹고나니 도저히 그 잡목숲에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리하여 호남길은 또다시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이다.

 

산꾼은 모름지기 산속에 있어야 할 존재이다. 산꾼이 산이 아닌 도심에 있자니 숨 쉬기 어렵고 갈증이 생긴다. 산이 그리워 생기는 산갈증(山渴症)이다.


산에 대한 그리움 깊으니 목이 타서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없다. 대안(代案)이 필요했다. 그래서 TV 프로 '남자의 자격'에 나오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1가지'처럼 '죽기 전에 꼭 걸어야 할 테마길'로 설정해 둔 몇 가지 중 하나인 '섬 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이른바 강/사/랑의 '그 섬의 山' 테마길이다.

 

이번에 계획한 섬은 '무의도(舞衣島)'이다. 무의도는 영종도에 부속되어 있는 섬이다. 옛날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이라 여간 단단히 마음먹지 않고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먼 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종도에 국제공항이 생기고 바다 위에 거대한 다리를 놓은 인천대교가 건설되어 수도권에서 차 몰고 1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가까운 동네가 되었다. 그래서 강재현 시인의 노래처럼 물빛처럼 맑은 여자가 목매어 죽은 물길 위를 해종일 서성일 일도 없이 고속도로 타고 달려가서 배로 5분만 가면 닿을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장군복을 입고 춤추는 듯한 섬이란 뜻의 무의도(舞衣島)를 찾아 나서는 길은 그래서 가까운 접근 거리가 그 선택의 제일 첫 번째 이유가 된다. 장군복이 아니더라도 춤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이유도 덤으로 갖고서 말이다...

  



舞衣인가? 霧衣인가??


세부내용 : 샘꾸미 선착장(19:45) ~ 전망대 ~ 185봉 ~ 하나개 갈림길 ~ 호룡곡산(20:35)/야영. / 익일 06:55 출발 ~ 하나개 갈림길 ~ 전망대 ~ 구름다리/포내마을 ~ 전망대 ~ 국사봉(08:05)/휴식 10:10 출발 ~ 전망대 ~ 166봉 ~ 실미도 갈림길 ~ 큰무리 마을 ~ 큰무리 선착장(10:55).

 


7월 9일 쇠의 날. 장마전선이 올라오면서 호남지방은 목하 비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잡목숲 정도는 각오하더라도 호남정맥 길에 들어갈 수가 없다. 하루종일 푹푹 찌는 더위에 무기력하게 퍼져 있다가 오후 늦게서야 서둘러 짐 꾸려 집을 나선다.

 

외곽순환도로 타고 가다가 제2 경인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송도 신도시 곁을 지나 인천대교에 올라서니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인천대교에서는 얼마 전 끔찍한 교통사고가 있어서 관리차량들이 수시로 갓길에서 교통안전 계도활동 중이다.

 

뱃길마저 힘든 거친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 위를 달려 영종도에 들어서고 인천 공항을 우측에 두고 섬 남단을 달려 가다보면 좌측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곧 영종도와 잠진도를 잇는 연륙도로에 도달한다.

 

잠진도는 영종도와 무의도를 징검다리처럼 이어주는 작은 섬이다. 밀물 때 물이 차오르면 섬이 잠길 듯 말듯 한다 하여 잠진도라고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작은 섬이라, 곧바로 무의도 카페리가 오가는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무의도/舞衣島

 

인천광역시 중구 용유동(龍游洞)에 딸린 섬. 면적 9.432㎢, 해안선길이 31.6㎞이며 대무의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9년 12월 말 기준으로 187세대에 441명의 주민이 거주하였으나 이후 인구유입으로 2008년 기준 약 6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북쪽에는 당산(124m)이 있고 중앙에 국사봉(236m), 남쪽에는 해발고도 245.6m의 호룡곡산(虎龍谷山)이 있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18㎞, 용유도에서 남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하며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잠진도선착장에서 페리호를 타고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다. 승선시간은 약 15분이 소요된다.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하였고, 함께 있는 섬 중 큰 섬을 대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小舞衣島)라고 하였다. 부근에 실미도(實尾島)·소무의도·해리도(海里島)·상엽도(桑葉島) 등 부속도서가 산재하여 주민들은 보통 '큰 무리섬'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으며, 1914년 부천군에 편입되었다. 1973년 옹진군에 편입되었고, 1989년 인천광역시 중구로 편입되어 오늘에 이른다. 지형은 대부분이 산지이고, 서쪽 해변가에는 해식애(海蝕崖)가 발달하였다. 섬 전역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남쪽의 호룡곡산에는 다양한 종류의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 주민들은 대체로 어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으며, 지역 특산물로 무의도 포도와 청정김이 유명하다.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유명해져 실미도유원지가 조성되어 있고, 천국의 계단 촬영 세트장이 만들어져 있다. 등산 코스가 개발된 호룡곡산·국사봉(國師峰:236m)과 하나개해수욕장과 큰무리해수욕장 등에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오며 펜션이 많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호룡곡산/虎龍谷山

 

해발고도 245.6m이며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마당바위·부처바위·수직절벽 등 많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섬 중앙에 있는 국사봉과 함께 황해의 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 이름은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등산로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주말에는 수도권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소나무·소사나무·떡갈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개불알난과 같은 희귀식물도 자란다. 꼭대기에 오르면 하나개해수욕장과 큰무리해수욕장을 비롯하여 승봉도(昇鳳島)·자월도(紫月島)·소무의도(小舞衣島) 등 주변의 작은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장관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무의도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집에서 출발한지 40여 분 만에 인천대교의 거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운전하면서 찍은 거라 사진은 허접하다.

 

 

 

# 영종도와 잠진도를 이어주는 연륙도로.

 

 

 

# 잠진도 선착장 가는 길 한 켠에 차 몇 대 주차할 공간이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막배를 타고 무의도로 들어가려는 차 몇 대가 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잠진도 선착장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고 선착장 가는 길 중간에 차 몇 대 주차할 공간이 있다. 혹시 돈을 받는 게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분위기상 그럴 것 같지는 않아 얼른 짐 챙겨 선착장으로 향한다.

 

무의도행 도선은 카페리여서 자동차를 가지고 탈 수가 있다. 그러나 가격도 비싸고 무의도처럼 작은 섬을 굳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일은 없을 듯하다. 배삯은 왕복 3,000원이고 막배가 7시 30분에 들어가서 8시에 무의도에서 나온다.

 

옛날 영종도나 춘천 소양호의 청평사가 마지막 배를 일부러 놓치고 역사를 이뤄 보려는 젊은 연인들의 여행지였다면 이제는 이곳 무의도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는 젊은 남녀를 보고 선사 직원이 이 배가 막배임을 거듭 알려준다.

 

"에이, 여보슈~ 그 친구들 이 배가 막배인 걸 알고 들어간다오!"

 

 

 

# 영종도와 무의도를 이어주는 카페리호.

 

 

 

# 바다 건너 무의도의 국사봉이 우뚝하다.

 

 

 

#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부 내외.

 

 

 

# 출발이 너무 늦어 섬에 들어가기도 전에 해가 저물고 있다. 원래 서해안 섬 산행은 산 정상에서 보는 낙조가 일품이라  오늘도 호룡곡산 정상에서 일몰 감상을 하려고 했지만, 집에서 출발이 너무 늦어 섬에 들어가기도 전에 일몰 시각이 되었다. 그나마 오늘은 미세먼지 많아 일몰도 그다지 시원치 않다.

 

 

 

# 잠진도 갯펄 위에 긴 꼬리를 남긴 저녁해.

 

 

 

# 석모도 갈매기처럼 이곳 갈매기들도 새우깡을 얻어 먹으려고 스탠바이하고 있다.

 

 

 

# 배 출발과 함께 일제히 날아올라 먹이 구걸에 나선다.

 

 

 

# 이른바 거지 갈매기이다.

 

 

 

# 석모도 갈매기 보다는 좀 덜 영악하고 수도 적은 편이다.

 

 

 

# 영종과 잠진도를 뒤에 남겨두고 섬으로 들어간다.

 

 

 

# 모두들 차로 들어가고 걸어서 가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 반갑다! 무의도여!

 

 

무의도에 도착하니 모두들 차 몰고 섬으로 들어가 버리고 선착장엔 나 홀로 뎅그러니 남게 된다. 일단 걸어서 가보기로 하고 선착장 횟집 단지를 벗어나는데, 스타렉스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길래 쳐다보니 옆구리에 마을버스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옳타쿠나!" 선착장으로 돌아가 물어보니 한 명의 손님이라도 어디든 태워 준단다. 덕분에 마을버스를 홀로 전세내어서 호룡곡산 들머리가 있는 광명항으로 이동한다.

 

 

 

#  무의도의 마을버스인 스타렉스.

 

  

이 늦은 시각에 홀로 산에 들어간다니까 마을버스 기사는 걱정이 되는지 계속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한다. "여긴 낮은 산이고 마을도 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니 걱정없습니다." 혼자 차를 전세내어 섬 전체를 가로질러 왔는데도 버스비는 고작 1,000원이다.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확인하니 샘이 많아 샘꾸미라 부르는 광명항이 바로 앞이고 그 너머로 소무의도가 보인다. 이곳은 바다와 산이 같이 있는 곳이라 펜션들이 많이 있고 각 펜션마다 주말을 맞아 삼삼오오 몰려든 관광객들로 웃음꽃이 만발하다.

 

호룡곡산 들머리는 사시미재 고개를 넘어온 도로가 해안도로와 만나는 바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들머리에서 가볍게 몸 풀고 배낭을 들쳐 메는데 물을 4.5리터나 챙겼더니 배낭 무게가 20kg이 넘어 다리를 휘청이게 만든다.

 

19:45. 어두워져 가는 산길을 올라 호룡곡산을 향한다. 주변 펜션에서 삼삼오오 바베큐 파티를 하던 사람들이 이 늦은 시각에 홀로 무거운 배낭 메고 산으로 스며드는 나를 일제히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 광명항. 앞에 소무의도가 보인다.

 

 

 

# 펜션들 사이에 호룡곡산 들머리가 있다.

 

 

 

# 안내판이 있어 헤매지 않고 바로 산으로 오를 수 있다.

 

 

 

# 호랑이와 용에 관련된 전설이 있는 산이다.

 

 

 

# 시작은 넓다란 임도라 편하게 오른다.

 

 

 

# 그러다 직진길을 버리고 우측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 계단식으로 두세 차례 올리면 작은 봉우리에 오르게 되고 좌측 전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 해무 낀 바다 위에 작은 해녀도가 외롭다.

 

 

 

# 좌측에는 소무의도가 내려다보인다.

 

 

 

# 땡겨보니 작은 섬인데 제법 여러 가구가 살고 있다.

 

 

 

# 바로 뒤에 봉우리가 우뚝하지만, 정상은 아직 한참 뒤에 있다.

 

 

 

# 한차례 올려 봉우리에 서고. 이곳도 조망처이다.

 

  

 

# 저 멀리 산행 출발지인 광명항과 소무의도가 내려다 보인다.

 

 

 

# 곧 어둠이 밀려와 이마에 불 밝히고 산행을 계속한다. 하나개 갈림길을 지나 계속 오르는데, 반대쪽 숲에서 불빛이 올라온다. "아, 이 늦은 시각에도 나 말고 또 다른 산객이 있구나!" 반가워서 인사하데 대답이 없고 불빛이 제자리에 멈춘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들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


놀랍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고양이란 놈을 쫓아버린다. "고양이 눈이 어둠 속에서 저렇게 밝게 빛나는 구나!" 마치 헤드랜턴 불빛처럼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 습도가 높고 배낭 무게가 무거워 밤인데도 온 몸이 땀범벅으로 변한다.  제법 쎄게 헉헉 소리내며 밀어 올리면 호룡곡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시각은  20:35을 가리킨다.

 

 

 

땀범벅이 되어 '호룡곡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엔 정상석과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고 한 쪽에 2단으로 넓은 나무데크가 자리하고 있다.

 

오늘밤은 이 데크에서 야영하기로 하고 주변을 살피는데, 갑자기 해무가 짙게 밀려들며 바람이 일어난다. 먼저 바닷가 쪽으로 조망이 좋은 아랫쪽 데크를 살폈다. 그곳은 조망은 좋으나 바람에 직접 노출되어 잠자리로 삼기가 좀 곤란하였다. 위쪽 데크가 그나마 바람이 덜 타서 그쪽에 집을 올리기로 했다.

 

타프로 외형을 잡고 그 안에 모기장 텐트를 설치하는데, 해무가 순식간에 온 산을 뒤덮어 버린다. 그 해무가 몰고온 습기로 배낭과 짐들이 금세 축축해지고 타프엔 어느새 물방울이 가득 맺혔다. 얼른 배낭과 여러 짐들을 타프 아래로 이동시키고 작은 은박지 매트로 덮어둔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느긋하게 일몰 구경도 하고 밤엔 인근 해안의 불빛과 바다 위를 오가는 배들의 불빛, 그리고 달빛 구경도 하면서 홀로 산정상 호사를 누려보려고 했던 계획들이 모두 어긋난다.

 

습기 머금은 해무가 어찌나 짙던지 시정거리는 10m를 넘지 않아 야경 감상은 언감생심이고 습기는 이슬 차원을 넘어 비오듯 주변 모든 것을 축축하게 젖게 만든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무의도 호룡곡산 정상에서 홀로 보내는 한적함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짐 정리 후 찌개 하나 끓이고 밥 데운 후 막걸리 한 잔으로 나홀로 산상 만찬을 즐겨 본다.

 

 

 

# 호룡곡산 정상 데크에 집 한채 지었다. 해무가 짙게 깔려 주변이 어둡고 축축하다. 타프가 곧 물구덩이로 변했다.

 

 

 

# 그래도 한 잔의 막걸리가 이 홀로 만찬을 풍요롭게 만든다.

 

 

 

저녁 먹고 느긋하게 MP3로 음악도 들으며 한가로움을 즐긴다. 달빛 있고 조망 있으면 야경 감상으로 시간 보낼텐데 오늘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으니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오늘 이곳의 취침 여건은 그렇게 좋은 편은 못 된다.

 

일단 해무 때문에 습기가 너무 많아 타프와 모기장 텐트 곳곳에 물방울이 많이 맺혔고 침낭도 습기를 머금어 눅눅한 것이 깔끔하지가 못하다. 게다가 영종도 공항이 바로 곁이라 수시로 접근하는 비행기 소음이 꽤 귀를 거슬리게 만들고, 모기들이 앵앵거리는 소리도 신경을 건드린다.

 

그래도 요근래 여러가지로 피곤한 몸이라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 보는데, 피곤한 몸과는 달리 정신은 말똥말똥해지고 양을 수천 마리 세어보지만 쉬 잠이 들지가 않는다.

 

그러다 잠깐 까무룩 졸았나? 갑자기 요란한 깡통 소리가 울려퍼졌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니 아까 등로에서 보았던 들고양이 놈이 저녁 먹고 쓰레기 모아 둔 봉지를 물고 도망을 간다. 그러다 꽁치 캔이 끌리며 나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봉지를 내팽개치고 도망을 친다. 저런 겁도 없는 놈이 타프 안까지 들어와 도둑질을 하다니...

 

그래서 음식물과 쓰레기를 모두 정리해서 배낭 속에 넣고 배낭도 버클을 채워 잠궈 둔다. 다시 침낭 속에 들어가 이런저런 상념에 시달리다 다시 잠깐 졸았나? 이상한 기운에 눈을 떠서 고개를 돌려보니 고양이란 놈이 바로 내 머리 곁에서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다.

 

"어이쿠~ 놀래라!"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니 숲속으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친다. 엄청난 공포였다. 까무룩 졸다 눈을 떴는데 고양이가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 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검은 고양이 얘기 외에 작은 고양이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호룡곡산 꼭대기에서 새삼 느껴본다.

 

고양이 녀석 때문에 잠을 설쳐 밖으로 나와 데크 위를 거닐어 보는데, 좀 전에 비해 해무가 많이 옅어져서 저 아래 하나개 해수욕장의 불빛도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 들고양이 때문에 잠을 설치고 나와보니 해무가 많이 걷혔다.

 

 

 

# 저 아래 하나개 해수욕장의 불빛이 처음으로 보인다. 삼각대도 없이 야경을 찍으려니 대부분의 사진이 흔들려 쓸 수가 없고, 겨우 이 정도 사진 하나 건졌다. 

 

 

 

# 이후에도 1시간 정도 간격으로 들고양이가 두어 차례 더 찾아와 놈과 대치하느라 숙면은 못 취했다. 그래도 새벽녘 몇 시간의 꿀맛 같은 잠은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달콤한 잠이어서 새벽 새소리에 저절로 눈이 뜨이게 된다. 밖으로 나와보니 간밤에 해무가 어찌나 짙었던지 주변 모든 사물이 물기에 푹 젖었다.

 

 

 

# 아침밥 준비하며 고요한 이 한적함을 마음껏 음미한다.

 

 

 

# 어제 일몰을 못 보아서 오늘 아침 일출을 내심 기대했는데 짙은 해무 때문에 그냥 구름 속에서 싱겁게 끝나 버린다.

 

 

 

# 불타 오르는 일출이 아니라 짙은 해무 속에서 잠깐 보름달 뜨듯 얼굴을 보여줄 뿐이다.

 

 

 

# 그래도 이나마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팔 벌려 아침해의 기운을 받아 들인다.

 

 

 

# 조만간 일출 산행을 한번 더 가야 할 것 같다.

 

 

 

# 사슴벌레 한 마리 내 집을 방문했다.

 

 

 

# 이 넘 지금 나름대로 입을 최대한 벌리고 나를 위협하는 중이다.

 

 

 

# 호룡곡산 정상은 바다 조망이 훌륭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간밤과 아침에 해무 때문에 조망 감상을 못하여 아침 먹고 나서 바로 출발하지 않고 해무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해무는 걷힐 생각을 안 한다. 겨우 이 정도의 해무 걷힘에 만족해야 했다. 

 

 

 

# 그나마 간밤엔 해무 때문에 아무것도 뵈는 게 없었는데, 아침엔 해무에 쌓인 산줄기라도 볼 수가 있다.

 

 

 

# 하나개 해수욕장과 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무슨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 가야 할 국사봉이 해무 속에 우뚝하다.

 

 

 

# 국사봉을 땡겨본다.

 

 

 

# 호룡곡산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바다가 보이는 섬 산행이 아니라 어디 정맥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타프가 완전 물구덩이라 대충 물기만 털어낸 후 비닐에 싸서 패킹한다.

 

 

 

# 호룡곡산 정상에서는 이런 멋진 조망을 볼 수 있다지만 오늘은 바다 자체를 볼 수 없다.

 

 

 

# 자,이제 짐 정리해서 무의도의 또 다른 산인 국사봉을 향해 떠나보자.

 

 

 

# 호룡곡산이여, 하룻밤 신세 많이 졌습니다.

 

 

 

# 아래로 내렸다가 잠시 진행하면 조망터가 나타난다.

 

 

 

# 그러나 이곳도 해무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영종도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 곳이지만 오늘은 이렇다.

 

 

 

# 아래로 깊게 떨어져 내리면 편안하고 솔향기 가득한 솔숲길이 나타난다.

 

 

 

# 그러다 포내마을의 고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만난다.

 

 

 

# 아래는 하나개로 넘어가는 도로가 뚫려 있다.

 

 

 

# 고개를 지나면 본격적인 국사봉 오름이 시작된다.  흔히 국사봉은 國師,혹은 國思란 이름을 사용하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역사 史자를 사용하고 있다.

 

 

 

# 산 높이가 비슷하니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다.

 

 

 

# 이곳 역시 호룡곡산처럼 서너 차례 계단식으로 올리고 또 전위봉도 오르고 해야 한다.

 

 

 

# 전망대가 있는 전위봉에 오르지만 조망은 흐리다. 하나개는 안개 속이고.

 

 

 

# 국사봉 정상도 역시 안개 속이다.

 

 

 

# 지나온 전망봉우리.

 

 

 

# 습도가 높아 금세 온몸이 땀범벅으로 변하고 한차례 빡세게 올려 정상부에 도착한다.

 

 

 

# 역시 넓은 데크가 있는 국사봉 정상. 데크 규모가 호룡곡산보다 더 크고 넓다. 이 국사봉 정상이 호룡곡산에 비해 조망이 더 좋고 데크도 넓어 여러 명이 함께 야영하면 딱이겠다.

 

 

 

# 정상석은 데크 너머에 서 있다.

 

 

 

# 지나온 전망봉과 하나개 해수욕장.

 

 

 

# 국사봉 정상의 파노라마를 펼쳐보지만 안개 속에 갇혀 온통 뿌연 답답함 뿐이다. 무의도는 장군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한 섬이라 舞衣란 이름을 얻었지만, 오늘은 안개 속에 싸인 霧衣일 뿐이다. 큰 기대를 갖고 찾아온 무의도에서 해무만 보고 갈 수는 없어 국사봉 정상에서 머물며 해무가 걷히기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간밤 호룡곡산에서 습기 가득한 해무에 젖어 물기 가득한 장비들을 꺼내 말리며 휴식을 취한다.

 

 

 

# 타프로 그늘 만들어 그 아래 누워 음악 들으며 느긋한 휴식을 취한다. 이른 시각이라 등산객들이 없어 이런 혼자만의 호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간밤에 들고양이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금세 잠이 들고, 짧지만 꿀맛 같은 낮잠을 즐긴다.

 

 

 

# 그러다 인기척이 들려 얼른 일어나니 등산객 두 사람이 올라 오는데, 정상에 잠시 있더니 금방 내려가 버린다. 잠든 사이에 해가 좀 더 높아졌고 햇살에 밀려 해무도 좀 걷혔다.어젯밤을 보낸 호룡곡산이 드디어 쬐끔이나마 모습을 보여준다.

 

 

 

# 어제 도착했던 큰무리 선착장도 희미하나마 보인다.

 

 

 

# 땡겨보니 잠진도도 보이고 카페리도 보인다.

 

 

 

# 시간이 갈수록 해무가 점점 더 걷혀 간다.

 

 

 

# 호룡곡산을 땡겨본다.

 

 

 

# 지나온 전망봉과 하나개 해수욕장이 비로소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 하나개 해수옥장을 땡겨본다. 하나개는 하나깨가 원래 이름인데 큰 갯펄을 뜻한다.

 

 

 

#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모습을 드러낸 전방의 조망을 넓게 펼쳐본다. 호룡곡산에서 내려와 구름리를 지나고 전위봉 두 개를 넘어 올라온 산행길이 쭉 이어진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잠시 더 누워 쉬고 있는데, 무거운 아이스께끼통을 맨 아주머니가 땀을 흘리며 올라 온다. 이제 사람들이 많이 올라올 시각인가 보다. 얼른 짐들을 정리한다.

 

 

 

# 연달아 여러 산객들이 올라온다.

 

 

 

# 인천에서 이곳까지 장사하러 온다는 그 아주머니에게 첫 개시를 해 준다.

 

 

 

# 역시 장사는 분위기라 내가 개시를 하자 이 분들도 하나씩 사서 입에 문다.

 

 

 

# 이후도 남는 게 시간이라 느긋하게 한참을 쉬며 경치 구경을 한다.

 

 

 

# 해무는 점점 더 옅어져 간다.

 

 

 

# 정맥종주 할 때 같으면 이런 느긋한 한가함은 꿈도 못 꿀 일이다.

 

 

 

# 하나개 해수욕장의 소나무 숲에서도 야영을 많이 한단다. 소나무 숲에는 수도나 화장실이 갖춰 있어 편리한데 대신 요금을 2,000원씩 받는다.

 

 

 

#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를 땡겨본다.

 

 

 

# 국사봉 정상에서 2시간 이상을 휴식한 후 짐 챙겨 길을 나선다. 잠시 진행하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 전망대에서는 무의도의 우측 상부가 조망되는데 저 멀리 가로로 길게 누워있는 섬이 눈에 들어온다.

 

 

 

# 바로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실미도이다.

 

 

 

# 땡겨보니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려 있다. 저 작은 섬에서 그렇게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의 슬픈 단면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데올로기의 대결장이고 또 다른 실미도는 언제든지 다시 존재할수 있는 상황이라는 슬픈 현실이다.

 

 

 

# 길게 내려가다가 한차례 올리면 노출된 작은 봉우리가 나오고, 큰무리마을과 잠진도쪽 조망이 트인다.

 

 

 

# 저쪽까지 걸어가야 하는구나.

 

 

 

# 땡겨보니 카페리에서 차와 사람들이 연신 내리고 있다.

 

 

 

# 숲길을 길게 내려가는데 인기척에 놀란 게떼가 확 흩어진다.

 

 

 

# 자연 다큐멘터리에 보면 해마다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섬의 수억만 마리 게떼의 숲과 바다를 오가는 대규모 이동 장면이 나오는데, 이 넘들도 그와 같은 생태를 가졌나 보다. 바다가 아닌 숲에서 살아가는 게라니...

 

 

 

# 숲길을 길게 내려가면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큰무리 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수크령을 닮은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있다.

 

 

 

# 큰무리는 무의도에서 가장 큰 동네이고, 실제로 큰무리라는 동네 이름도 가장 큰 동네란 뜻이다.

 

 

 

# 큰무리 마을을 통과해서 내려가면 무의도 갯펄이 있는 해안도로에 도달하게 되고,

 

 

 

# 횟집들이 즐비한 해안도로를 길게 걸어 선착장으로 향한다.

 

 

 

# 뙤약볕이 강렬한데 아직 해무는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 뙤약볕 아래 헉헉대며 길게 걸어 선착장에 도착한다.

 

 

 

# 주말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무의도로 들어오고 있다.

 

 

 

# 올 때처럼 역시 갈 때도 나 홀로 걸어서 배를 탄다.

 

 

 

# 무의도여, 안녕히! 좌측에 국사봉이 보인다.

 

 

 

# 카페리의 내부.

 

 

 

# 음...

 

 

 

# 잠진도를 향해 출발한다.

 

 

 

# 국사봉을 돌아보고.

 

 

 

# 다음에 제대로 된 일몰 보러 한번 더 오마!

 

 

 

# 주말에는 한 대의 배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두 대가 서로 엇갈려 왕복하고 있다.

 

 

 

# 조만간 이 물길을 잇는 다리가 건설되는 모양이다.

 

 

 

# 새우깡 대기조.

 

 

 

# 영종 해안의 풍경.

 

 

 

# 잠진도 개펄엔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이 많다.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잠시 걸어가면 어제 주차해 둔 내 차가 반갑게 맞아 준다. 배낭 내리고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데 큰무리 마을에서 선착장까지 걸어오는 그동안에 얼마나 탓는지 얼굴이며 팔다리가 벌겋게 익고 화끈화끈 하다.

 

 

 

# 영종도 해안가에는 해당화가 예쁘게 피어 있다.

 

 

 

# 우리나라 고유종인 갯매꽃도 활짝이다.

 

 

 

# 다시 영종도를 달려 인천대교를 지나고 고속도로 두 개 갈아타서 산본으로 돌아 온다.

 

 

 

백두대간과 9정맥 종주 외에 강/사/랑이 꼭 걸어야 할 테마길 중 하나로 설정한 '그 섬의 山' 산행 길로 다녀온 무의도 산행은 애초에 원했던 일몰도, 일출도 제대로 못 보아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홀로 보낸 호룡곡산정에서의 하룻밤은 충분히 가치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다만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舞衣는 다 못 보고 안개에 싸인 霧衣만 실컷 보고 와서 무의도가 舞衣島인지 霧衣島인지 알 수 없었음이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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