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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스무번째(송치~미사치)-뒤늦게 결성된 호남종주대! 본문

1대간 9정맥/호남정맥종주기

[호남정맥]스무번째(송치~미사치)-뒤늦게 결성된 호남종주대!

강/사/랑 2011. 5. 11. 16:12
 [호남정맥]스무번째(송치~미사치)

  

백두대간 종주(白頭大幹 縱走)를 할 때이니 2005년도 이야기다. 마눌과 둘이서 하는 '백두대간 부부 종주대'라 이곳저곳에서 관심도 많이 보여 주시고 초보 산꾼에 마눌까지 동행한 어설픈 산행 이야기에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그랬다.

 

그 전까지 몇 차례 부부 산꾼이 백두대간 종주를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희소성(稀少性)이 있어서 그랬는지 주위에서들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고 우리도 다음에 따라올 다른 부부 종주대를 위해 꼼꼼히 산행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 육십령을 지나 덕유산을 넘고 빼재를 지나고 할 무렵, 우리 부부 말고도 현역 부부 대간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와는 한두 구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표지기에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들이 바로 '해리님 부부'다.

 

현역 부부 대간꾼이 희귀하기도 했지만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통하는 바도 많아 산길 외에도 서로 교류하면서 지내온지 벌써 6, 7년이 되었다.

 

그동안 대간 졸업하고 마눌이 교회로 방향 선회를 하면서 우리 부부 종주대는 홀로 종주대로 바뀌고 해리님 내외는 꾸준히 부부 종주대로 정맥길을 걷고 있다. 그러니 같이 산길 걸을 일이 별로 없어졌는데, 2009년 5월 호남 정맥을 처음 시작하면서 해리님 부부가 한 구간 먼저 출발하고 나는 따라가는 형태로 나란히 호남길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어도 한 구간 뒤에 있는지라 같이 산길 걷지 못하고 나 홀로 정맥 종주를 시작하여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두어 구간을 진행했다.

 

그러다 제각기 삶의 시간표가 달라 띄엄띄엄 따로따로 호남길을 이어가 나는 홀로 진안, 임실, 완주, 정읍, 담양, 곡성, 광주, 화순, 보성까지 호남의 산길을 걸었다. 그러다 나중에 낙동 동지(洛東 同志)인 뚜벅과 보성 오두재에서 합류해 둘이서 존제산, 백이산, 조계산을 넘어 송치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햇수로 3년이 지났으니 참 지지부진한 호남길인데, 이 느린 강/사/랑의 호남정맥 길의 막바지에 부부 대간꾼 동지인 해리님 내외가 합류하기로 하면서 호남정맥 종주대의 모습을 갖추게 되니 신묘년 5월의 이야기다.

 

제각기 호남정맥 진행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왕 조만간 마무리 짓기로 했으니 같이 광양 외망포구 바닷물에 발 담가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의기투합한 것이다.

 

문제는 네 사람이 같이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이 호남 종주대의 정맥 종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나도 귀추가 자못 궁금한 일이다... 



뒤늦게 결성된 호남종주대!


구간 : 호남정맥 제 20구간(송치~미사치)
거리 : 구간거리(13km), 누적거리(417.8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1년 5월 8일. 해의 날.
세부내용 :
송치(08:00) ~ 임도 ~ 폐농장 ~ 376봉 ~ 병풍산 삼거리(08:43) ~ 농암산(09:40)/30분 휴식 ~ 장척재 ~ 장사굴재 ~ 477봉 ~ 죽청치(11:20)/휴식 ~ 갈매봉(11:45)/점심 후 12:50출발 ~ 602봉 ~ 마당재(13:25) ~ 636봉 ~ 갓거리봉(14:42)/35분 휴식 ~ 706봉 ~ 쉰질바위 ~ 미사치(16:25) ~ 황전터널로 탈출(16:40)

 

총 소요시간 8시간 40분.
 


5월 7일 쇠의 날.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라 많은 기업들이 아예 6일 간의 긴 연휴를 부여하고 있고 우리 회사도 그러하다.

 

6일 간의 연휴라면 평소에 가기 힘들었던 먼 곳의 정맥길을 마음 먹고 길게 뺄 수 있거나 잔차 타고 제주도까지 갔다 올 여유가 있는 긴 연휴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연휴엔 중간에 직원 결혼식이 있고 연휴라고 마냥 쉴 수 만은 없는 위치라 월욜은 출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맥이나 한 구간 하자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호남 동지인 뚜버기가 나하고 구간을 맞추느라 건너 뛰었던 제암산, 일림산 구간을 이번 연휴기간 동안 진행하겠노라고 한다. 일정은 일단 뚜벅이 먼저 내려가 이틀 동안 홀로 진행하고 삼 일째에 송치재에서 나랑 도킹하여 온전한 호남길을 이어가자는 계획이다.

 

OK 싸인 날려 보내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하고 부부 대간꾼으로 호흡을 맞췄던 해리님 내외가 이틀 째부터 호남길에 동행하기로 하니 뚜벅은 금토일, 해리님 내외는 토일, 강/사/랑은 일요일 하룻 동안 호남정맥을 진행하는 희한한 종주대가 결성된다.

 

직원 결혼식이 청담동에서 오후 2시에 있다는데 평소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한 그 거리가 연휴 낀 주말 정체 때문에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힘들게 도착한 결혼식장에서 젊은 새내기 부부의 행복을 빌어 주고 마음이 급해 양복 입은 그대로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향하는데, 날씨 좋은 징검다리 연휴의 주말이라 거리는 온통 차들로 넘쳐 난다.

 

이후 명절 고향 가는 길처럼 고행의 정체가 끝도 없이 이어져 서울,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 순천 땅 송치에 도착한 것은 무려 8시간 후인 밤 11시가 다 된 시각이다.

 

흐미... 정맥길이 도대체 뭐라고 이 고생을 하면서 간단 말인가??


 

순천의 산
 

순천시에서 가장 높은 산은 전라남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모후산(母后山, 919m)이며, 그 다음은 도내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조계산(887m)이다. 이들 두 산을 주축으로 하여 각지로 산릉을 이루어 산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끝은 해안선까지 이어져 있다. 그밖에 주요 산으로는 희아산(763m, 월등면)․ 봉두산(753m, 황전면)․ 계족산(726m, 서면)․ 고동산(709m, 낙안면․송광면 경계)․ 서롱산(690m, 황전면)․ 문유산(688m, 월등면)․ 갓꼬리봉(688m, 서면․ 황전면 경계)․ 운월봉(683m, 주암면)․ 천황봉(652m, 황전면)․ 망일봉(652m, 송광면․ 보성군 문덕면 경계) 등이 있다.

 

 

청소리/淸所里
 
전라남도 순천시 서면에 있는 리(里)이다. 계족산의 서쪽 자락에 있으며, 전형적인 중산간 지역이다. 동천이 남류하고 있고, 북쪽으로 갓꼬리봉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관풍정, 송내(솔안이), 원골, 청소리(청소)가 있다. 관풍정은 정나나무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송내는 솔밭의 안쪽이 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골은 원집이 있었다 하여 붙여졌으며, 청소리는 청소가 있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청소(淸所)는 물이 맑고 신선한 곳이라하여 이름지어진 곳이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804호인 정혜사 대웅전(定慧寺大雄殿)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호남정맥 제 20 구간 송치~미사치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길고 긴 도로 주행 끝에 송치터널을 지나고 우틀하여 구불구불 옛 송치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번 내려왔던 날머리가 있는 '송치'에 도착한다. 고개 정상에 위치한 어느 종교단체 수련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안개 자욱한 주차장 끝 건물 처마 밑에 텐트 한 동이 설치되어 있고 각각 이틀 전, 하루 전에 도착한 호남 동지들은 이미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술도 한 잔 거나해진 상태다.

 

무려 10시간의 긴 운전에 지칠 대로 지쳐 집 짓는 것은 포기하고 얼른 준비해 온 음식 꺼내 주린 배부터 채웠다. 음식 들어가고 술 한잔 들어가니 비로소 주변 사물도 눈에 들어오는데, 고개 아래 터널 뚫리고 인적 끊어져 버린 옛 고개 위에 세워진 수련원은 뿌연 안개 속에 우리 외에는 아무 움직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오랜만의 합동 산행이라 이런저런 얘기꽃이 길게 이어지고 술잔도 여러 차례 돌고 돌아 시각이 어언 새벽으로 접어들 쯤에야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해리님 내외는 텐트 속으로 뚜벅과 나는 그냥 하늘을 지붕 삼아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사위가 젖빛 안개에 싸여 침낭이 금세 눅눅해져 쾌적한 잠자리는 아니지만, 피곤한 몸이라 옆 동무의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잠겨든다.

 

 

# 오랜만에 뭉친 우리 동무들.

 

 

새벽같이 산속에 덤벼들어 전투하듯 내 달리는 산행은 포기한지 오래라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끓여 먹고 주변 깨끗이 정리하고 산행 준비를 했다.

 

처음엔 차 한 대를 날머리에 세워 두고 오자는 생각이었지만, 오늘 날머리가 도대체 어디가 될지 아무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그냥 두 대 모두 여기에 세워 두고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몸 컨디션 좋아 한재까지 간다면 좋고 아니면 미사치에서 끊기로 하고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수련원 우측으로 임도가 산으로 올라 가고 있고 오늘 구간의 들머리가 바로 그곳이다. 08:00.

 

 

# 아침이 되어도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이런 날은 보통 낮 기온이 많이 올라 간다.

 

 

 

# 하룻밤 잘 보낸 송치의 야망수련원. 화장실 문이 잠겨 있는 것이 흠이다.

 

 

 

# 터널 뚫려 차량 흐름 끊긴 송치.

 

  

# 수련원 우측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한차례 올리면 전방이 트이며 지난 구간 바랑산과 송치로 오르는 구절양장의 고갯길이 내려다 보인다. 이곳부터 임도와 정맥은 작은 봉우리들을 몇 개 올록볼록하며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지만, 우리는 그냥 계속 임도를 따라 올랐다.

 

그러다 임도는 산 중턱을 넘어 우측으로 사라지고 정맥은 좌측 폐 농장 입구로 올라가게 된다. 농장 마당에 서면 전방으로 멋진 조망이 트인다. 꽤 괜찮은 곳에 조성한 농장이 왜 폐가가 되었을까 궁금한데 의문은 금세 풀린다.

 

일단 북향이라 바람이 아주 거세고 정맥의 기가 굽이쳐 흐르다 솟아오르는 듯한 곳에 위치해 있으니 그 강한 기를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풍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집이 앉은 형세에서 그냥 느낌으로 대충 감은 온다.

 

이후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헉헉대며 한차례 길게 밀어 올리면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병풍산 삼거리'란 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엉터리 거리 표시가 적혀 있다. 08:43.

 

 

 

# 임도를 따라 계속 오른다.

 

 

 

# 조망처가 나와 경치 구경을 하고 올랐다.

 

 

 

# 폐 농장이 있는 곳에서 임도는 우측 산허리로 넘어가고,

 

 

 

# 정맥길은 농장 입구로 오르게 된다.

 

 

 

# 이 농장은 멋진 조망처에 자리를 잡았지만,

 

 

 

# 정맥의 기를 이기지 못했는지 폐가가 되어 있다.

 

 

 

# 한차례 올려 봉우리를 넘고,

 

 

 

# 저 아래 송치터널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 큰꽃으아리. 몇 년 전 이 곳을 지난 선답자의 산행기에도 이 꽃이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계속 뿌리 내리고 꽃을 피웠다 졌다 하는 모양이다. 애기들 손바닥만하게 큰 꽃이다.

 

 

 

# 가파른 오르막을 낑낑 올리면,

 

 

 

# 병풍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 "道를 아십니까?"

 

  

엉터리 이정목엔 송치에서 이곳까지 4.6km 거리라고 적혀 있는데, 실상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좌측 길은 병풍산 가는 길이고 정맥은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잠시 내렸다가 다시 한차례 올리면 고도계에 574가 찍히는 봉우리가 나온다.

 

다시 우측으로 내렸다 잔봉 서너 개를 연속으로 넘었다. 그 중 하나를 우측으로 우회하며 올린 후 다시 잔봉들이 연이어 나오더니 등로가에 우뚝 솟은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이 바위가 농암산이란 이름의 기원이 된 '농암'인가?" 바위를 좌측으로 우회해서 계속 올리면 '농암산'에 도착한다. 09:40

 

 

# 이름 없는 잔봉들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 돌로 만든 어슬픈 참호도 지나고,

 

 

 

# 등로가에 바위 하나 우뚝하다. 이게 농암인가?

 

 

 

# 참말로 잔봉이 많구나!

 

 

 

# 드디어 농암산에 오르게 된다.

 

 

 

# 세리님은 고사리 뜯는 재미에 푹 빠졌다.

 

 

 

농암산은 476.2m의 봉우리인데, 삼각점과 쇠로 만든 이름표를 하나 달고 있다. 처음으로 제대로 이름표를 가진 산을 만났으니 그냥 갈 수가 있나? 이곳에서 배낭 내리고 막걸리 전을 펼쳤다.

 

먼저 오늘이 어버이 날이니 막걸리 잔 올리고 각자 고향에 계신 어버이께 혹은 먼저 가신 어버이께 절 올려 감사를 드리고 우리도 어버이임에 분명하니 막걸리 한 잔씩 돌려 노고를 격려했다.

 

막걸리 몇 통 비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30여 분 환담타가 다시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농암산 오름이 제법 힘이 드는 오르막이었는데, 그 올랐던 고도를 모두 까먹을 기세로 길게 아래로 내린다. 고도를 110이나 떨어뜨린 후 밤나무밭이 있는 개활지 상단에 이르게 된다.

 

 

 

# 어버이날이니 부모님께 막걸리 한 잔 올렸다.

 

 

 

# 그리고 우리도 한 잔!

 

 

 

# 길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그러다 밤나무밭이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잔봉 두어 개를 펀하게 넘으면 희미한 옛 고개가 나온다. 여기가 국립지리원 지도에 나오는 '장척재'인가 보다. 연이어 잔봉 두어 개를 넘고 계단식으로 서너 차례 밀어 올렸다. 바람 없고 무더워 숨이 턱에 차오른다. 낑낑 대며 고도계에 445가 찍히는 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잠시 내렸다가 올리면 다시 옛 고개가 나온다. '장자굴재'다.

 

고개를 지나 길게 치고 오르면 '477봉' 에 이르게 되고 모두들 힘들어 헉헉 소리 요란하다. 우측 아래에 임도가 보인다. 그 임도를 향해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리는데, "또 얼마나 올라 가려고 이렇게 떨어지냐?"고 세리님이 한숨을 쉬어 모두들 빵 터져 버렸다.

 

11:20. 넓은 임도가 정맥을 가로지르는 '죽청치'에 이르게 된다.

 

 

 

# 쭉쭉 뻗은 편백숲을 지나고,

 

 

 

# 연초록 큰애기나리 풀밭도 지난다.

 

 

 

# 이 시기의 숲바닥이 너무 좋아!!

 

 

 

 

# 잔봉이 연이어 나타나고,

 

 

 

# 희미한 옛고개인 장자굴재를 지난다.

 

 

 

# 477봉.

 

 

 

# 아래로 깊게 떨어져 내리는데, 뒤에서 세리님 한숨소리가 들린다.

 

 

 

# 전방의 정맥길을 넓게 펼쳐 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넓은 임도가 지나는 죽청치.

 

 

 

임도엔 뙤약볕이 작렬하고 있고 입구가 차단되지 않았는지 하얀 트럭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미사치까지는 6.7km 가 남았는데,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강렬한 뙤약볕과 은근한 오르내림에 모두 많이 힘들어 했다. 아무래도 오늘 한재까지 가기는 틀렸고 쉬엄쉬엄 미사치까지만 가야 할까 보다.

 

임도를 건너 숲으로 들어가면 긴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계단식으로 너댓 차례 낑낑 밀어 올리는데 어찌된 것이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다들 기차 화통소리 같은 숨소리를 내 뱉는다. 그렇게 고도 130을 치고 오르면 '갈매봉'에 도착한다. 11:45

 

 

 

# 아무래도 미사치에서 끊어야 할까보다.

 

 

 

# 죽청치 내려오며 까먹은 고도를 모두 보충 하느라 긴 오르막이 힘들기만 하다.

 

 

 

# 은방울꽃

 

 

 

# 힘들게 올라온 갈매봉.

 

 

 

 # 정상엔 삼각점과,

 

 

 

# 이정목이 서 있다.

 

 

 

갈매봉 오르며 애초에 계획했던 한재까지의 여정은 힘들겠다는 것이 모두들의 생각이고, 따라서 쉬엄쉬엄 최대한 즐기면서 미사치까지만 가기로 합의했다.

 

갈매봉 정상부 소나무 그늘 아래 짐 풀고 점심상을 펼쳤다. 같이 동행하지 못한 마눌이 동무들과 같이 나눠 먹으라고 만들어 준 주먹밥이 세리님의 맛사지를 거쳐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거기에 막걸리 몇 순배 도니 뙤약볕 아래 힘들었던 산행은 사라지고 느긋한 소풍길 같은 기분에 모두들 마음이 풀어지는데, 갈 길도 미사치로 줄어드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오래오래 휴식을 취했다.

 

 

# 갈매봉 소나무 그늘 아래에 점심상을 펼쳤다.

 

 

 

# 주먹밥과 막걸리의 조합.

 

 

 

# 뚜벅이 가장 행복해 지는 순간.

 

 

 

# 긴 인생길 같이 헤쳐온 부부가 함께 걸어가는 산길이 참으로 보기 좋다.

 

 

 

긴 점심 시간을 즐긴 후 12:50에 출발했다. 잠시 내렸다가 길게 진행하면서 두어 차례 오르내리는데, 두 번째 봉우리가 지도상 '502봉'이고 이후 길게 내려가면 '마당재'에 이르게 된다.

 

마당재는 중간에 끊기 어려운 이 구간의 탈출로 중 하나여서 우측 아래로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다. 직진하여 치고 오르면 급경사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숨이 턱에 차오른다. 

 

낑낑거리며 봉우리에 올라서지만 갓거리봉은 대여섯 발자국 뒤로 물러나 앉는다. 다시 낑낑거리며 봉우리를 대여섯 개 계단식으로 착실히 밀어 올리면 헬기장이 있는 '636봉'에 이르게 된다.

 

 

 

# 잠시 바람 부는 안부에서 한숨 돌리고,

 

 

 

# 숲 너머로 산이 우뚝하나 아직 갓거리봉은 아니다.

 

 

 

# 마당재. 구간 탈출로 중 하나여서 표지기가 많다. 우측 아래 청소리로 이어진다.

 

 

 

# 한여름처럼 무더워 바람골을 만나면 이렇게 거풍을 즐긴다.

 

 

 

# 헬기장이 있는 636봉. 뒷쪽으로 갓거리봉이 보인다.

 

 

 

갓거리봉을 향해 잠시 진행하면 암봉 전망대가 나타난다. 조망이 끝내주고 바람조차 너무도 시원해 모두들 배낭 내리고 경치구경에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이 암봉이 고사리 군락지여서 뚜벅과 세리님은 배낭 하나 가득 고사리를 채우느라 또 정신이 없다.

 

고사리로 배부른 배낭에 흐뭇해하며 해리님 내외가 갓거리봉으로 먼저 출발했다. 비로소 뚜벅과 나는 이 멋진 조망과 시원한 바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아랫도리 훌렁 벗어 재끼고 본격적인 거풍을 즐겼다. 어허~ 시원타~~ 天地氣運! 흐읍흐읍흐흐읍~~~

 

 

# 갓거리봉을 향해 고고!

 

 

 

# 곧 멋진 암봉 전망대를 만난다.

 

 

 

# 기가 막힌 조망을 제공하는 이 암봉은 또 고사리가 지천이라 참으로 덕이 많은 곳이다.

 

 

 

# 암봉에서 한바탕 거풍을 즐기며 천지기운을 받아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푸르고 푸르도다!

 

  

한바탕 천지기운을 충전한 후 짐을 챙겼다. 아래로 잠시 내렸다가 이내 위로 치고 오른다.  나무계단이 설치된 암봉을 올렸다가 다시 암봉 하나를 치고 오르면 '갓거리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14:42

 

 

# 참꽃마리.

 

 

 

# 나무계단이 설치된 암봉.

 

 

 

# 지나온 636봉과 암봉 전망대.

 

 

 

# 땡겨본다.

 

 

 

# 우측 너머로 심원마을과 순천으로 가는 도로가 보인다.

 

 

 

# 가까이...

 

 

 

# 나무계단을 치고 올라,

 

 

 

# 갓거리봉 정상.

 

 

 

 

갓거리봉 정상엔  산불감시초소와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정상 우측에 멋진 암봉 전망대가 있어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오늘 산행이야 만고강산 즐기는 산행이니 이 광경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배낭 내리고 남은 막걸리를 모두 이곳에서 비우기로 했다.

  

 

# 정상 우측에 멋진 조망처가 있다.

 

 

 

# 조망처를 더욱 운치있게 만들어 주는 소나무 한 그루.

 

 

 

# 정상석이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 꽃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下界를 내려다 보니 신선이 따로 없도다!

 

 

 

# 1대간 9정맥 완주가 얼마남지 않은 세리님.

 

 

 

# 일반 지도에는 갓꼬리봉,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갓거리봉으로 나온다. 옛 전설에 누군가 갓을 걸어 두고 쉬었음 직하지만 그 유래는 찾을 수 없고 갓걸이봉이 갓거리봉, 혹은 갓꼬리봉으로 세월 흘러 변화한 듯하다.

 

 

 

꽃그늘 아래 긴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는 온전히 내려가는 일만 남았나 했지만, 산줄기 보니 그냥은 아니고 한차례 올랐다 내려야 한다.

 

잠시 진행하다 내리고 다시 봉우리에 오르면 전방이 트이며 가야 할 706봉과 저 아래 인간세가 내려다 보인다.아래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봉우리를 가파르게 밀어 올려야 '706봉'에 올라 설 수 있다. 이 봉우리는 별 볼품도 없고 이름도 얻지 못했지만 오늘 구간의 산들 중에서 높이가 가장 높은 산이다.

 

이제는 온전히 내리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전방으로 다음 구간의 산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어 모두들 다음 구간 걱정이 태산인데, 그 중 세리님의 볼멘 넋두리에 또 한차례 웃음꽃이 피었다.

 

내리막 와중에 잠시 올라서면 '쉰질바위'라는 이정목이 있는 암봉 전망대가 나타난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좌우 전방으로 툭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

 

 

# 저 706봉을 넘어야 한다.

 

 

 

# 저 멀리 가야 할 다음 구간의 산들이 보이고,

 

 

 

# 우측 아래로 심원마을이 보인다.

 

 

 

# "자, 가 보입시다!"

 

 

 

# 각시붓꽃.

 

 

 

# 마지막에 조망처가 연달아 나타난다.

 

 

 

# 지나온 봉우리들.

 

 

 

# 에구, 절대 그냥 보내지 않는구나!

 

 

 

# 706봉은 이름도 없지만 오늘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 편백숲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마음껏 즐겼다.

 

 

 

# 바위 전망대를 하나 만난다.

 

 

 

# 전방으로 가야 할 산들이 우뚝우뚝하다.

 

 

 

# 좌측으로 황전면의 인간세.

 

 

 

# 산에 의지해 살아가는 동네다.

 

 

 

# 인간의 길들이 핏줄처럼 갈래 쳐 있다.

 

 

 

# 조금 아래에 쉰질바위가 나타난다.

 

 

 

# 그 높이가 사람 키로 쉰질이 되어 얻은 이름인가?

 

 

 

# 기가 막힌 조망처이지만 다음 구간 산들의 위용이 위압적이라 모두들 넋이 빠졌다.

 

 

 

# 저 아래 미사치가 보인다.

 

 

 

# 인간의 길.

 

 

 

 

# 쉰질바위에서의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도대체 저 오름을 어떻게 오르란 말이냐? 오늘 미사치에서 끊기로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두들 한결같이 동의한다.

 

 

 

 

# 다음 구간 걱정에 걱정이 태산이다.

 

 

 

쉰질바위는 그 이름이 특이한데, 아마도 높이가 사람 키높이로 쉰질이 된다고 얻은 이름인듯 하지만 정작 지도에는 신선바위로 적혀 있다.

 

그러나 쉰질바위에서의 멋진 조망보다는 다음 구간 미사치에서 깃대봉, 월출봉, 등주리봉 등을 치고 오를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라 모두들 말문을 닫는다. 뭐, 다음 걱정은 그때 하기로 하고 일단은 오늘 미사치에서 멈추기로 한 것은 너무나 잘한 결정이라 모두들 이구동성이다.

 

이후 급경사 내리막을 길고 길게 내려갔다. 가파르고 미끄러워 동절기엔 상당히 위험하겠다. 그렇게 길고 깊게 내려가면 오늘 구간의 종점인 '미사치'가 나타난다. 16:25

 

 

# 미사치에 이르는 길은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이다.

 

 

 

# 운동시설이 있는 미사치.

 

 

 

# 좌측으로 황전 회룡마을, 우측으로 서면 심원마을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여섯 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를 놀며쉬며 8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도착했다. 모두들 입으로는 그대로 직진해서 깃대봉을 행해 치고 올라 볼까? 하지만 발걸음은 우측 심원마을 방향으로 하산하고 있다. 구불구불 산길을 15분여 걸어 내려오면 포장된 도로가 산허리를 뚫고 지나가는 황전터널 앞에 내려서게 된다. 

 

 

# 심원마을로 탈출.

 

 

 

# 황전터널 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 다음 구간 깃대봉까지는 3.5km를 내쳐 밀어 올려야 하는구나! 흐미!

 

 

 

# 황전택시 불러 송치로 복귀했다. 송치의 종교시설 연수원.

 

 

황전택시 불러 송치로 돌아갔다. 황전택시 기사는 난폭택시의 전형이었다.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어찌나 험하게 운전을 하는지 멀미가 나서 토할 뻔 한 걸 억지로 참았다.

 

이후 몸에 묻은 먼지 털어내고 두 대의 차에 분승해서 멀고 먼 귀경길에 올랐다. 휴일 고속도로는 정체가 많다. 그리고 송치는 먼 고장이다. 송치에서 출발한지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려서 겨우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번 호남길은 징검다리 연휴의 일요일 하루 산행을 위해 토욜날 열 시간, 산행 마치고 귀가하는데 다섯 시간이나 운전을 해야하는 비효율적이고 힘든 원행길이었다. 그러나 나홀로 시작했던 호남정맥이 보성에서 낙동 동지인 뚜벅의 합류로 둘로 늘어나고, 이곳 순천 송치에서 부부 대간꾼 동지인 해리님 내외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종주대의 모습을 갖춘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산행 내내 이런저런 얘기꽃에 주고받는 술잔이 흥겨웠던 재미난 산행이었다. 다만 앞으로 두세 번만 더 진행하면 호남정맥이 끝나버린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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