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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스물두번째(천왕재~외망포구)-백구와 함께 한 호남정맥 마지막 걸음! 본문

1대간 9정맥/호남정맥종주기

[호남정맥]스물두번째(천왕재~외망포구)-백구와 함께 한 호남정맥 마지막 걸음!

강/사/랑 2012. 3. 5. 10:40
 [호남정맥]스물두번째(천왕재~외망포구)

 

 

우리 옛사람들이 이 땅의 산맥(山脈) 개념을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고,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으로 산길과 물길을 연결하였음은 어느 왜인(倭人) 학자가 세운 지질학적 개념도 아니요, 지형적 구별을 짓기 위함도 아니요,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것은 1대간으로 동맥(動脈)을 삼고 1정간과 13정맥으로 정맥(正脈)을 삼으며 굵직한 기맥으로 작은 핏줄을 이루는 한편, 무수한 지맥, 분맥으로 모세혈관을 이루어 이 땅의 모든 산줄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의 순환계(循環系)처럼 끊어짐 없이 하나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또한, 산길이 산길로 독립되는 것이 아니라 산자분수령에 의해 그 산길에서 시원(始源)한 물줄기가 산길과 연계되어 조화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인간세의 울타리와 삶의 터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길과 물길의 의미를 알기에 애초에 1대간 9정맥 종주의 대장정(大長征)에 나설 때 단순히 산길을 걸었다! 1대간 9정맥을 완주했다!에 그치지 않고 그 산길이 이어진 형상과 물길이 구부러진 모습을 찾음은 물론이고, 그들이 갖고 있는 갖가지 사연의 의미도 찾아보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인간세의 이야기도 가능하면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강/사/랑의 산행기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도 많고 사연도 많아서 모두 읽기 어렵다는 분도 계시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정독(精讀)한다는 분도 계시지만...

 

10여년 전부터 백두대간이란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뜻있는 이들이 백두대간과 9정맥 종주에 도전을 했고, 그들의 견문(見聞)에 의해 그 산줄기 곁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도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중에는 독특한 개성으로 사람들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어 스타급 대접을 받는 이들도 있다.

 

지리산 어디에 있는 누구, 어느 고개에 산장을 운영하는 누구, 오대산 무슨 봉에 있던 누구, 강원도 어느 고개의 누구, 어느 고장에 택시를 운행하는 누구 등등...

 

사람의 삶이란게 언제나 그렇듯 둥긂과 모남이 공존하기 마련이라 어떤 이에게는 멋진 사람이라 칭송받는 이가 어떤 이에게는 고약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이런 호오(好惡)가 얽히고 설켜 또 인간세를 이루는 것이다.

 

한편, 그 산줄기 물줄기 곁에는 사람들 못지않게 잘 알려져 인기를 구가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먹이 얻어먹기 좋아하는 노인봉의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인간들과 가장 친근하게 교감을 나누는 강아지들이 대표적이랄 수 있다.

 

한때 대간꾼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백두대간 차갓재 아래 안생달 마을의 백구(白狗)는 그 유명도가 대단했었다. 녀석은 안생달에서 출발하는 산꾼들 대부분을 벌재 혹은 저수재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자청해서 맡곤 했었다. 우리도 대간 종주할 당시 모든 것이 쩍쩍 얼어붙게 추웠던 겨울날 새벽에 안생달에서 녀석과 반가운 만남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 백구는 그 이듬해 어떤 나쁜 인간들에 의해 납치되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 박달령 가는 길에 있는 오전약수의 순둥이 세퍼트도 꽤 알려져 있고, 금북정맥 전의연수원의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 두마리는 산꾼들을 위협하기로 유명한 놈들이다. 한북정맥 귀락고개 가는 길에 있는 군부대의 작은 삽사리는 기겁하게 짖어대는 걸로 또 유명하다.

 

개라는 동물이 원래 인간과의 유대감이 높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반면 자기 주인에 대한 무한충성(無限忠誠)을 하는 습성이 있어 자기 주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침입자에 대한 공격성 역시 높아 그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사/랑네 호남종주팀이 마지막 몇 구간을 남겨두고 결성된 지가 어언 1년이 넘었다. 하지만, 만고강산 이 팀은 도통 졸업할 기미가 보이지 않게 일정이 늘어지기만 한다. 그러더니 지난해 9월에 마지막 한 구간을 남기게 되어 드디어 2011년에는 졸업을 하겠구나 싶었지만, 또 일정이 무한으로 늘어진다. 그리하여 호남의 졸업은 상기 미완료 상태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추운 겨울을 보낸 후, 매화꽃 꽃망울이 이른 봄을 알리려 터질 즈음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광양 외망포구에 벚굴이 잡히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소식에 맞춰 드디어 마지막 한 구간 남은 호남정맥 졸업을 위한 종주대가 다시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길게는 5년 짧게는 3년에 걸친 긴 세월에다 무려 6개월 만에 달랑 한 구간 남은 호남정맥 졸업길에 나서는 이 팀의 앞길엔 너무나 늘어진 정맥길이 그다지 감동스럽지도 박수 치게 축하할 일도 아닐 듯한데, 인근의 산꾼들이 사발통문 돌려 하나둘 축하하러 모여든다. 그러더니 급기야 백운산 아래 외회마을의 백구 한 마리가 하루 종일 앞장서 안내산행을 해주는 희귀한 일도 벌어진다. 

 

우여곡절 많고 종주 기간이 너무나 늘어져 도저히 졸업할 것 같아 보이지 않던 이 종주대가 드디어 대망의 졸업을 한다는 것이 대견하였던 건가?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다. 그리하여 강/사/랑의 호남정맥 마지막 걸음은 외회마을 백구와의 동행기(同行記)이다.

 

 


백구(白狗)와 함께 한 호남정맥 마지막 걸음!


구간 : 호남정맥 제 22구간(천왕재~토끼재~외망포구)
거리 : 구간거리(23km), 누적거리(464.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2년 3월 3, 4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외회마을(08:20) ~ 천왕재 ~ 395봉 ~ 게밭골 ~ 갈미봉(09:37)/간식 20분 ~ 442봉 ~ 496봉 ~  538봉 ~ 쫒비산(10:50)/간식 20분 ~ 506봉 ~ 토끼재(12:00)/간식 20분 ~ 288봉 ~ 불암산(13:20)/점심 후 14:00 出 ~ 탄치재 ~ 269봉 ~ 286봉 ~ 국사봉(16:00)/30분 휴식 ~ 420봉 ~ 상도재 ~ 배암재 ~ 남해고속고도로(18:00)/ 외망포구에서 1박.

 

남해고속도로(08:15) ~ 천왕산(08:45) ~ 2번국도 ~ 망덕산(10:00)/휴식  ~ 외망포구(11:30).

 

총 소요시간 12시간 55분.(첫날 9시간 40분, 둘쨋날 3시간 15분)

 

 

2009년 초봄에 처음 호남길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어언 햇수로 4년이요, 만 3년이 꼬박 경과했어야 드디어 호남정맥 졸업을 하기로 했다.

 

처음 진안 땅 모래재에서 호남길로 발걸음을 내디딜 때는 혼자서 출발을 했었고, 두서너 구간까지는 산행은 혼자 하되 야영은 해리님 내외와 갑장인 전서방님 내외 이렇게 다섯 명이서 하곤 했다. 그러다 함께 일정 맞추기가 어려워 각자도생(各者圖生)으로 호남길을 가기로 해서 이후는 내도록 혼자서 산길을 걸었다.

 

그렇게 혼자서 진안, 완주, 임실, 정읍, 순창, 담양, 광주, 화순, 장흥을 거쳐 보성에 이르러 제암산을 넘고 일림산을 넘어 오도재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아서 수술로 인한 6개월의 공백으로 저질 체력이 되어 엉금엉금 기어 산길을 걷기도 하고, 호남의 악명높은 잡목구간을 한여름에 지나느라 탈진하여 혀 빼물고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진드기에게 하룻밤 사이에 두 번이나 물려서 이후 한 달 이상 후유증 걱정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멧돼지를 두 번이나 만나 한번은 야간에 바위 위에서 30분이나 덜덜 떨며 피해 있었고, 한 번은 나무에 매달려 호각 삑삑 불며 멧돼지와 대치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었다.

 

그러다 낙동 동지인 뚜벅과 의기투합하여 2010년 11월 오도재를 출발해서 존제산, 백이산, 조계산을 넘으며 보성, 벌교를 거쳐 순천 땅에 이르게 되었다. 뚜벅과는 낙동정맥하면서 쌓아온 정이 깊어 홀로 이어가던 호남길에 못지않은 재미난 산행이 이어져 참으로 즐거운 산길을 걸을 수 있었다.

 

홀로 정맥에서 듀엣 정맥으로 변화하여 졸업까지 서너 구간으로 좁혀진 2011년 봄, 처음 모래재에서 같은 날 호남을 출발했던 해리님 내외까지 포함된 네 명의 호남종주대가 결성되기에 이른다. 이왕이면 친한 산꾼들끼리 같은 날 호남을 졸업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인데, 문제는 팀이 커질수록 산행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진다는 점이다.

 

과연,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 단 세 번만 가면 졸업을 할 수 있음에도 무려 일 년 동안이나 일정을 맞추지를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되고, 그렇게 해를 넘기다가 드디어 매화꽃 피기 시작하고 벚굴이 잡히기 시작하는 2012년 3월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졸업을 위한 호남길에 나서게 되었다.

 

참으로 어렵구나! 호남 졸업하기가!


 

외회마을/外回洞  
 
외회마을 입촌 년대는 1830년쯤 처음 정착하였다고 전한다. 문헌기록상 마을이 형성된 시기는 1789년에 이미 이 고을에 회두촌(回頭村)이란 마을이 있었으므로 실제 마을형성기는 이보다 앞서 이루어졌음. 회두(回頭) 이름을 ‘왼데미’라고도 부르는데, 옛날 이곳 근처에 자리한 황룡사 승려들이 다압면으로 가려면 지계마을을 거쳐 이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계곡물이 돌아서(回)흐르는 입구(頭)에 위치한 마을이란 뜻을 지니고 있음. 따라서 외회(外回)는 바깥 왼데미 즉 외회두(外回頭)의 준말로 바깥쪽에 위치한 왼데미란 의미임.

 

망덕포구/望德浦口
 
외망마을은 약 220년전 진주강씨(晋州姜氏)가 처음 이곳에 입촌하여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하나 임진왜란시(1592년)에 이곳에 이미 왜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요충지였음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앞서 마을이 형성되었음.외망(外望)이름 유래에 대해서는 먼저 망덕산(望德山) 명칭부터 살펴보면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하나는 전북 무주군의 덕유산(德裕山)을 마주 바라보고 있다하여 망덕산(望德山)이라 하였다고 전하고, 다른 하나는 경남 남해 망운산(望雲山)을 바라보고 있다하여 망덕산(望德山)이라 했다고 하나 모두 구체적인 근거없이 주민들간에 전해오는 말이라 생각됨. 한편 망덕(望德)의 본래 우리 고유이름은「망뎅이∙망댕이」라 하였는데 망을 보기에 알맞은 위치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를 갖고 있음. 이곳은 섬진강 하구로서 망덕산에서 보면 밖으로 한려수도의 미려한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고 안으로는 섬진강지류를 이용하여 다압의 옛 섬진진, 구례, 곡성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이 되기 때문에 파수(망)를 보기에 알맞은 장소에 위치하여‘망뎅이’라 하였는데 이를 한문식으로 표기하면서 유교적 관념 사상을 주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망덕(望德)이라 하였고, 외망(外望)은 망덕산을 기준하여 바깥쪽에 위치한 마을이라 바깥망덕 즉 외망(外望)이라 이름한 것으로 생각됨.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호남정맥 제 22 구간 천왕재~토끼재~외망포구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2012년 3월 2일. 두어 달 동안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빠 주말 휴일도 없이 출근해야 해서 산길은 고사하고 집에서 숙면을 취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결과는 별로 좋지 않지만 겨우 일 좀 마무리하고 산에 갈 시간을 내어 본다.

 

시간 조절하기 쉬운 두 팀은 대낮에 이미 출발을 했다지만, 그렇지 못한 이 몸은 근무시간 꼬박 채우고 직원들 퇴근하는 것 체크한 후에야 겨우 사무실을 나설 수 있다.

 

금요일 꽉 막힌 서부간선도로 타고 집에 돌아가서 먹고 씻고 짐 챙기니 시각은 이미 저녁 9시 반을 넘기고 있다. 다른 팀들은 이미 현장에서 술기운이 도도하고 잠자리에 들까 말까 고민할 시각 쯤에 겨우 집을 나섰다. 두 달 가까이 운동 하나 하지 못한 상태라 마눌의 걱정이 태산이다.

 

뭐, 그렇지만 별수가 있나?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마눌 안심시키고 강아지와 작별한 후 집을 나서 서해안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이후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에서 한 시간여 지체한 후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 거쳐 완주순천고속도로에 오르니 무려 네시간 반이나 소요한 이후에야 수어저수지에 도착하게 된다.

 

구불구불 수어저수지 물가를 돌아 지난해 가을 하룻밤 묵었던 백학동 정자에 도착하니 시각은 이미 두시를 가리키고 있다. 짐 챙겨 정자에 오르니 모두들 술에 잠에 취해 있는데, 간밤의 주연이 얼마나 은성했는지는 정자에 가득한 술기운으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술 좀 적게 드시고 오늘 모임의 좌장으로 책임감 강하신 해리님이 잠 깨어 일어나 술친구가 되어 주는 바람에 극도로 피곤하지만 그냥 잠들지는 않고 막걸리 두어 잔 마실 수는 있었다.

 

 

 

# 탄치재 너머로 아침노을이 예쁘게 물든다.

 

 

 

# 백학루의 조망. 수어저수지와 너머로 억불봉이 우뚝하다.

 

 

 

# 억불봉은 참으로 뾰족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만약 정맥길에 있다면 땀 꽤나 빼겠다.

 

 

 

# 수어저수지와 억불봉이 그림처럼 잘 어울린다.

 

 

 

# 오늘 올라야 할 불암산.

 

 

 

# 작년 9월에는 야간이라 이쪽 정자의 존재를 모르고 저 정자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 꼭 다시 한번 하룻밤 보냈으면 하는 멋진 곳이다.

 

 

 

# 1개 분대는 무난히 야영가능하다.

 

 

 

# 아침 햇살 받으며 조찬 만담.

 

 

 

# 맛나게 마시는 사람과 맛있게 바라보는 사람!

 

 

 

이곳저곳 코 고는 소리 요란했지만, 워낙에 피곤한 몸이라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잤다. 다들 일어나 주변 정리하였다. 오늘도 세리님의 수고 덕분에 맛난 아침을 맛볼 수 있다.

 

간밤에 늦게 도착해 인사도 못했는데, 호남종주대의 마당쇠인 뚜벅의 졸업을 축하하고자 그의 친구인 진주 산꾼 객꾼과 광주 산꾼 대방산 양인(兩人)이 전날 이미 합류해 있어 반갑게 인사하고 모닝 막걸리 한 잔도 나눴다.

 

이후 축하객 두 분은 느긋하게 억불봉 산행을 하기로 하고, 갈길 바쁜 종주대는 짐 꾸려 출발지인 외회마을을 향해 구불구불 수어저수지 곁을 따라 백운산 방향으로 북상했다. 10여 분 운행 후 지난 초가을 알탕으로 이틀간의 때를 씻었던 외회마을 팬션단지 앞에 도착했다.

 

 

 

# 별 다섯 개짜리 백학루.

 

 

 

# 가족 단위로 놀러와도 좋겠다.

 

 

 

외회마을 버스회차장 앞 공터에 주차하고 산행 짐을 꾸리는데, 어디선가 작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온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머리 쓰다듬어 주고 간밤에 집에서 출발할 때 운전하면서 졸지 말라고 마눌이 챙겨 준 뻥튀기를 주었더니 의외로 맛나게 먹는다.

 

백구랑 작별하고 짐 챙겨 산행을 시작했다. 08:20

 

 

 

# 오늘 산행의 주인공이 될 외회마을 백구.

 

 

 

# 들머리는 펜션들이 있는 계곡을 따라 오르게 된다.

 

 

 

잠시 아래로 내려와서 지난 가을 알탕을 즐겼던 계곡을 건너고 팬션들 옆으로 오른다. 그런데 아까 그 백구가 계속 따라온다. 혼을 내서 돌려보내도 금방 또 따라오고, 살살 달래서 돌려 보내 보지만 또 따라온니다. 이 녀석이 작은 뻥튀기 두 개에 이렇게 홀딱 반해나? 아니면 본능적으로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고 따라 오나? 아니면 무료한 산골생활에 신선한 활력쯤으로 생각하나? 어쨌든 산길 걷다 보면 지쳐 돌아가겠지 싶어 그냥 지켜 보기로 했다.

 

작년 가을에는 펜션들 좌측 고사리밭으로 내려왔었는데, 우리와 똑같은 코스를 진행한 단체 산객들이 우측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 게밭골로 올랐다는 산행기를 본지라 우리도 우측으로 올라보기로 했다.

 

그러나 잠시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임도가 끝나 버리고 이후는 길 없는 숲의 사면을 치고 올라야 했다. 괜스레 잔머리 굴리다가 가파른 사면에서 힘 꽤나 빼야 했다. 한참을 고생한 이후에 마루금에 오르고 비로소 정맥길에 합류할 수 있다. 한차례 올려 '395봉'을 넘고 아래로 내려가면 처음 목표로 했던 '게밭골'이 나온다.

 

 

 

# 6개월 만에 다시 정맥을 향해 오른다. 백구가 계속 따라온다.

 

 

 

# 잔머리 굴리다가 길 없는 사면에서 한차례 고생한 후에 정맥에 합류했다

 

 

 

# 잘록한 고개인 게밭골.

 

 

 

# 지도에 없는 이름인데 그 유래는 알길이 없다.

 

 

 

게밭골은 외회마을에서 다압면 도사리 관동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이 고개를 찾지 못해 길 없는 사면에서 고생을 했다. 관동마을 쪽으로 숲 너머에 섬진강 줄기가 내려다보인다.

 

이 정도에서 백구 녀석을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도저히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이 녀석 아무래도 오늘 하루종일 우리하고 같이 지낼 심산인가 보다. 나중에 산행 마치고 차량 회수할 때 자기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일단은 같이 동행할 수밖에 없다.

 

곧바로 가파르게 위로 치고 오르게 되는데 좀 전에 길 없는 사면에서 고생을 해서 그런가 시작부터 힘이 많이 든다. 한차례 빡세게 밀어 올리면 첫 번째 포스트인 '갈미봉'에 올라서게 된다. 09:37

 

 

 

# 갈미봉.

 

 

 

# 모두들 관심이 백구에게 집중된다.

 

 

 

정상을 나와 아래로 내렸다가 안부에 이른다. 이후 잔봉을 두어 개 넘은 후 다음 포스트인 쫓비산을 항해 오른다. 한차례 찐하게 올리면 '암봉 전망대'가 나타나고, 암봉에 서면 지나온 정맥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미봉에서 매봉으로 그 너머에 눈 덮인 백운산의 모습도 보이고, 좌측으로는 억불봉이 뾰족하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는데 정상은 언제나처럼 뒤로 물러나 앉는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낑낑 치고 오르지만, 또 정상이 아니고 오히려 좌틀하여 떨어져 내리라고 한다. 왜 그러냐??

 

아래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지만, 아직도 정상은 아니다. 계단식으로 두 번을 더 치고 오른 후에야 비로소 자동우량계가 설치되어 있는 정상을 허락한다. 대단타, '쫓비산!' 10:50

 

 

 

# 암릉 구간을 만나니 백구녀석에겐 장애가 되는데 대부분은 제 힘으로 오르고 일부 구간만 안아 올린다.

 

 

 

# 쫓비산 오르는 첫 번째 봉우리에서 전망대를 만난다.

 

 

 

# 지나온 갈미봉.

 

 

 

# 좌측으로 억불봉.

 

 

 

# 객꾼과 대방산은 저 봉우리를 오르고 있객꾼!

 

 

 

# 저 멀리 눈 덮인 백운산이 보인다.

 

 

 

# 좌측 숲 너머론 섬진강의 흐름이 보이고,

 

 

 

# 쫓비산정.

 

 

 

# 원래는 쫍비산이었단다.

 

 

 

# 백구놈은 밥을 주어도, 반찬을 주어도 먹지 않고 오로지 물만 얻어 먹는다.

 

 

 

쫓비산은 참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자료를 찾아보지만, 그 유래를 알 길 없고 다만 옛 이름이 쫍비산이었다는 기록만 보인다. 경상도 방언에 '쫍삣하다'란 말이 있다. 이는 '뾰족하다'란 뜻인데, 이 산의 모습이 뾰족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을 거란 점과 광양이 강 하나를 두고 경상도와 접해 있으니 경상도 말이 뒤섞여 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짐작만 해보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다.

 

짐 내리고 모두들 둘러앉아 막걸리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랬다. 백구 녀석은 물 외에는 도저히 아무것도 먹지를 않는다. 20여 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토끼재까지는 2.2km 거리다. 아래로 내렸다가 잔봉을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했다. 산길 2km면 1시간 거리라 꽤 지루하게 진행한 이후 아래로 깊게 떨어져 내리면 '토끼재'에 이르게 된다. 12:00

 

 

 

# 내가 좋은 사람인 줄을 본능적으로 알았나? 백구는 하루종일 나만 따른다. 앞장서서 걷다가 내가 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출발하고 또 나를 기다리고를 반복한다. 짜아식! 사람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 알았다! 가자! 가자!!

 

 

 

# 토끼재 일대는 벌목이 많이 이뤄져 있다. 고사리 농장을 만드는 모양이다.

 

 

 

# 비로소 섬진강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토끼재 전경.

 

 

 

토끼재는 진상면과 다압면을 이어주는 포장도로가 지나는 한가한 고갯길인데, 불암산 방면은 개인 사유지여서 철망과 대문으로 막아 두었다. 절개지 위에서 내려보기로는 정맥길을 열어 두어도 별다른 피해를 입을 만한 시설도 농작물도 보이지 않는데 왜 굳이 이렇게 출입을 막았는지는 알 수 없다.

 

선답자들은 좌측으로 300여m 우회해서 올랐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측 진상면 쪽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안으로 들어가서 밤나무밭 임도를 따라 정맥길에 합류하는 코스를 택했다.

 

농장으로 개간하려는지 넓게 평토작업을 해 두었다. 덕분에 우측 진상면 쪽으로 조망이 툭 트였다. 그 조망 그냥 두기 아까워 소나무 그늘 아래서 간식 먹으며 10여 분 넘게 휴식을 취했다. 백구 녀석은 사과를 깍아 주어도 먹지 않고, 저도 피곤한지 그늘 아래 엎드려 있기만 한다.

 

간식 후 다시 짐 챙겨 오르막에 몸을 맡기니 곧장 위로 치고 오르라고 하고, 한차례 올려 봉우리에 선 뒤 좌틀하여 다시 오르면 '288봉'에 이르게 된다.

 

다시 잠시 내렸다가 바로 치고 오른다. 경사가 가팔라 헉헉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아이고 소리가 나올 즈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불암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13:20

 

 

 

# 토끼재는 개인 사유지라 출입금지다.

 

 

 

# 우측으로 트인 조망을 보여준다.

 

 

 

# 수어저수지와 우리가 간밤에 묵은 정자가 보인다.

 

 

 

# 우측으로 철조망을 우회해서 밤나무밭으로 오른다.

 

 

 

# 곧장 정맥에 합류.

 

 

 

# 불암산 오름에서 만난 섬진강의 모습.

 

 

 

# 몇 주 후면 매화꽃 만발할 것이다.

 

 

 

# 불암산정.

 

 

 

# 가야 할 정맥길.

 

 

 

# 지나온 정맥길과 억불봉.

 

 

 

# 섬진강과 하동읍.

 

 

 

# 섬진강과 하동읍을 땡겨본다.

 

 

 

# 섬진강은 이 땅에 남은 몇 안되는 깨끗한 흐름이다.

 

 

 

# 저 멀리 바다와 광양제철이 보이고,

 

 

 

# 우리가 하룻밤 묵은 백학루.

 

 

 

# 삼십몇 년 전 봄, 저 송림 속에서 막걸리 먹으며 논 적이 있다.

 

 

 

 

# 불암산정에서의 360도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불암산은 '부처 佛', '바위 巖' 자를 사용하고 있어 부처바위와 관련된 유래가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옛 이름이 '불바구산'이다. 옛날 이 산의 암반 지대에 산불이 자주 나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고, 그 불바구산이 한자로 음차 되어 불암산이 된 모양이다. 서울 동북에 있는 불암산과는 한자 이름은 같지만, 그 유래는 영 딴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정상엔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광양 땅임에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산불감시원은 근무 태도가 성실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옛날 산불의 흔적인지 아니면 조망을 위해 사계청소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불암산 정상은 사방 어느 한 곳 막힌 곳 없이 아주 훌륭한 조망을 보여준다. 지나온 정맥길과 가야 할 정맥길, 정맥과 나란한 섬진강의 흐름과 그 곁에 고요한 하동의 인간세, 그리고 저 멀리 광양 앞바다와 제철소의 굴뚝까지 모두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의 조그만 바위 위에서 마음껏 조망 감상과 천지기운을 받아들인 후 햇살 따스한 정상 한 켠에서 짐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 찍기로 했다. 산불감시원에게 막걸리 한 잔 권해 보지만 근무 태도 좋은 이 분은 사양하더니 오히려 식후 커피를 끓여 우리를 대접한다.

 

백구는 오늘 댓가 없는 봉사를 하기로 했는지 이곳에서도 물만 몇 모금 먹고 음식은 사양한다. 거 참~ 희한한 녀석일세! 햇살 좋고 경치 좋아 오래 머물며 환담하다가 1시간여 뒤에 짐 챙겨 길을 나섰다.

 

 

 

# 햇살 좋고 경치 좋고 막걸리 맛도 좋구나!

 

 

 

# 근무태도 좋은 산불감시원.

 

 

 

# 두꺼비강을 가까이 땡겨본다.

 

 

 

14:00. 짐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하루종일 잠잠하던 날씨가 한순간 음산해지며 찬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상을 지나 곧장 떨어져 내리는데 중간중간 오르내리는 것을 잊지는 않고, 그 추세로 길게 내려가면 '탄치재'에 이르게 된다.

 

탄치재는 광양과 하동을 잇는 2번 국도가 지나는 주요 고개라 차량 통행이 많다. '숯 炭' 자를 쓰는 숯고개인데, 옛날 이곳에서 숯가마를 운영했나 싶지만 숯을 구워서가 아니라 숯고개란 말 자체가 크고 높은 고개를 의미하는 것이다. 높이 솟아 있는 고개란 뜻이다.

 

차량 통행이 많아 백구를 안아서 도로를 건너고 레미콘 공장 입구 우측 들머리에 곧장 스며들어 국사봉을 향한다. 

 

 

 

# 2번 국도가 지나는 탄치재.

 

 

 

# 차량 통행이 많아 백구를 안고 건넌다.

 

 

 

 

# 곧장 가파른 오르막으로 스며든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한차례 올려 헬기장이 있는 '269봉'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떨어져 내려 지친 사람을 실망시킨다. 깊고 가파르게 떨어져 올라온 고도를 모두 까먹더니 다시 봉을 하나 넘는가 싶지만 또 떨어져 내린다. 

 

아래로 내려 고개에 이르니 이정목이 서 있고, 국사봉까지는 2.8km를 더 가야 한단다. 아이구야~  다시 위로 가파르게 밀어 올리니 우측이 트이더니 수어저수지 방면이 눈 아래 들어오고 그 방향에서 찬바람 강하게 불어와 비 올까 마음이 불안해지게 만든다.

 

그대로 치고 올라 철제구조물이 있는 '286봉'을 넘고 잠시 내렸다가 본격적으로 국사봉 정상을 향해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고생스러운 산이 언제나 그렇듯 국사봉 역시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이곳이 정상인가 하면 정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앉는다.

 

어느새 사점이 찾아와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이라 일행에 뒤쳐저 숫자세기를 하며 꺼이꺼이 오르막을 더듬어 오른다. 그렇게 힘들게 '국사봉' 정상에 이른다. 16:00

 

 

 

# 국사봉은 아직 2.8km거리다.

 

 

 

# 찬바람 강하게 불어온다.

 

 

 

 

# 국사봉 정상.

 

 

 

# 오늘 나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백구녀석은 정상에서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국사봉 정상은 찬바람 불어 을씨년스럽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바람 막힌 한 켠에서 막걸리판 벌리고 있지만, 오늘 나에게 무한 충성하고 있는 백구는 정상에서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꼬리 흔들며 반겨준다. 허허~ 그놈 참! 정말 사람 제대로 볼 줄 아는구나!

 

백구 쓰다듬어 교감 나눈 후 막걸리 잔 돌려 일행과도 교감한다. 그렇게 한숨 돌린 후 다시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가 한차례 올려 '420봉'을 넘는다. 이후 길게 진행하며 고도를 낮춰가는데 역시나 잔봉을 서너 차례 오르내려야 한다. 길게 진행하여 가다가 아래로 내려가면 대밭을 지나게 되고 도로포장 공사 구간을 지나 '상도재'에 이르게 된다. 

 

 

 

# 이제 호남의 끝자락이 지척이다.

 

 

 

# 단계별로 땡겨보고,

 

 

 

# 광양만과 제철소.

 

 

 

# 오후 들어 찬바람 불고 구름 몰려와 조망은 흐리다.

 

 

 

# 시멘트 포장 구간을 지나,

 

 

 

# 상도재에 도착했다.

 

 

 

이제 마지막 천왕산과 망덕산을 제외하고는 산다운 산은 대충 다 넘은 셈이다. 이후로 잔봉 몇 개 넘고 배암재, 또 야산과 마을 길을 지나 남해고속도로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찬바람 불고 날씨까지 을씨년스러워 가능하면 빨리 산행을 마쳐야 해서 이후는 도로를 따르기로 했다. 상도재에서 전방 좌측 임도를 따라 배암재에 이르고 다시 마을 길을 따라 남해고속도로에 이르러 산행을 마감했다. 18:00.

 

그곳에서 객선생과 대방산 등 축하객들의 택배로 외회마을로 복귀했다. 외회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백구 녀석에게 차에 있던 뻥튀기를 주자 다른 것은 모두 외면하더니 이것은 다시 받아 먹기 시작한다. 결국 녀석은 하루종일 뻥튀기 조금 먹고 안내산행을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큰 뻥튀기 하나 입에 물고는 자기 집으로 향하는데, 따라가 보니 길가에 있는 민박집 강아지다. 하루종일 안 보여 주인 할머니가 걱정을 하신 모양이지만, 우리하고 산행 잘했다 말씀드리니 안심하신다. 그리고 강아지 이름은 '예삐'라고 한다. 그런 놈을 나는 하루종일 백구라고 부르고 해리님은 독구, 뚜벅은 해피라 불렀다.

 

자기 집에 귀가 신고하고 다시 나를 찾아 온 예삐랑 하루 동안의 동행을 스킨십으로 마무리하며 이 생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작별을 했다. 고마웠다! 예삐야!

 

 

 

# 상도재 이후는 도로를 따랐다.

 

 

 

# 뻥튀기 하나 물고 자기 집으로 향하는 백구.

 

 

 

# 예삐야, 오늘 하루 즐거웠다, 고마웠구!

 

 

 

이후, 각자 차 몰고 망덕포구로 향했다. 망덕포구에서 또 한사람 축하객인 산청 곰돌님과 조우하고, 오늘 밤 나름의 축하연을 할 장소와 먹거리를 고민하다가 결론은 횟집을 하나 섭외해서 그 집에서 운영하는 비닐 움막을 하룻밤 빌리기로 했다

 

 

 

# 땅거미 내려앉기 시작하는 망덕 포구.

 

 

 

# 남해의 망운산.

 

 

 

# 내일 올라야 할 망덕산.

 

 

 

# 이 횟집을 섭외해서,

 

 

 

# 바닷가 이 비닐 움막을 하루 빌리기로 했다.

 

 

 

# 혼자 조용히 졸업할 수도 있었던 호남정맥이,

 

 

 

# 이런 요란한 졸업식이 되어버렸다.

 

 

 

# 지난 6개월간 호남정맥 졸업이 미뤄진 것은.

 

 

 

# 순전히 이 벚굴 때문이다.

 

 

 

원래 지난해 9월에 마지막 한 구간을 남겨두었을 때, 해를 넘기지 않고 호남정맥 졸업을 하기로 했었지만, 해마다 초봄이면 섬진강 하구 광양 망덕포구에 벚굴이 맛나게 잡힌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졸업을 미루게 되었다.

 

벚굴의 정식명칭은 '강굴'로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자라는 자연산 굴을 말한다. 벚굴은 입춘 전후에 채취를 시작해서 벚꽃이 필 무렵 절정을 이룬다고 해서 벚굴이란 이름을 얻었다.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 일반 굴보다 수십 배에 이르는 크기 때문에 유명하다.

 

실제로 불에 구워서 몇 개 먹으니 그 양이 많아 더 먹기가 어렵다. 벚굴과 남해바다 생선회를 안주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돌기 시작했다. 힘 좋고 술 센 이 산꾼들 술자리는 끝이 없어 횟집 주인 모두 퇴근하고 인근 횟집 불 모두 꺼진 후에도 오래오래 계속되었다. 그냥 두면 밤을 꼬박 새울 기세다.

 

어찌어찌 침낭 깔고 자리에 드는데 이곳저곳 코 고는 소리 요란하여 중간중간 잠을 깨야 했다. 게다가 여러 잔 마신 술 때문에 작은 것 버릴 일 많아 또 잠을 설쳐야 했다.

 

그렇게 긴 밤을 보내고 뒷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해장국 끓여 숙취를 달랜 후 짐 챙겨 차에 넣어 두고, 대방산님 차편으로 오늘 구간 출발점인 남해고속도로 굴다리까지 이동했다.

 

 

 

# 마지막으로 터치해야 할 곳을 둘러보고,

 

 

 

# 출발점인 남해고속도로 굴다리로 이동.

 

 

 

3 4일. 08:15. 굴다리 터치하고 맞은편 절개지로 올라 정말 호남정맥 마지막 걸음에 나섰다. 절개지 이후는 계단식으로 개간된 과수원이라 오름길 찾기가 만만치 않다. 과수목 사이를 비껴비껴 위쪽으로 오르고 울타리를 넘어서야 산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바닷가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찬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고 하늘은 잔뜩 찌푸려 언제 비가 올지 모를 지경이다. 천왕산은 이름은 거창하지만 고도가 고작 228m에 불과한데 고도 0에서 출발하니 높이에 비해 고도감은 상당한 산이다. 때문에 한차례 찐하게 헉헉거린 후에야 비로소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오잉? 막상 올라보니 뜻밖에도 높이에 비해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훌륭하다. 지나온 정맥길, 그 곁의 진월면 일대의 인간세, 마지막 남은 건너편의 망덕산, 그 너머의 제철소와 광양 앞바다 등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이 상쾌하다. 다만 찬바람 강하게 불고 있어 오래서 있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다.

 

 

 

# 굴다리앞 절개지로 올라 산행을 시작했다.

 

 

 

# 넓은 과수원에 매화는 아직 미개화이고 성질 급한 몇녀석만 꽃을 피우고 있다.

 

 

 

# 홍매도...

 

 

 

# 과수원에서 한참 헤맨 후 비로소 산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 높이에 비해 고도감이 상당한 산이다.

 

 

 

# 조망은 아주 훌륭한 산이다.

 

 

 

# 저 멀리 백운산.

 

 

 

# 수어천이 바다와 만나는 신금리 일대.

 

 

 

# 갯펄이 그림을 그려두었다.

 

 

 

 

# 파노라마로 그려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찬바람 강하게 불고 있는 천왕산정.

 

 

 

# 우측으로 갔다가 다시 좌측으로 휘감아 가야 한다.

 

 

 

# 광양 이주단지.

 

 

 

# 이 동네에도 성냥갑들이 나란하다.

 

 

 

# 광양앞바다의 조망.

 

 

 

# 성공한 기업이 지역을 살린 좋은 예이다.

 

 

 

# 호남정맥 마지막 봉우리인 망덕산.

 

 

 

# 땡겨보니 정상 좌측에 빨간 정자가 보인다. 부석루이다.

 

 

 

# 남해고속도로 진월교차로.

 

 

 

# 저넘의 골프장은 방방곡곡 가리지 않는구나!

 

 

 

# 하동 화력발전소.

 

 

 

찬바람 강하게 불고 있어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암봉을 내려 아래로 향하다 안부 고개를 지나고 잔봉 하나 넘고 다시 위로 올리면 '194봉'에 이르게 된다. 이후 좌틀하여 아래로 길게 내려갔다. 그러다 봉우리 하나 넘고 내리면 차량 통행 많은 '2번 국도'에 이르게 된다.

 

 

 

# 막판까지 만만치 않군!

 

 

 

# 중앙분리대 월담.

 

 

 

2번 국도 중앙분리대는 끊김이 없이 이어져 있어 차량통행 없을 때를 봐서 위로 위태롭게 넘어야 한다. 담 넘기 어려운 세리님은 아래로...

 

시멘트 갈림길이 있어 위로 오르면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우측에 고물상이 나타난다. 고물상 좌측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길게 이어지는데, 임도와는 반대로 입구 좌측에 보니 표지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원정맥길은 임도를 따라서 올랐다 좌틀하여 능선을 타는 것이 맞는 듯한데 표지기는 과수원을 지나 직등하는 길에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세 분은 임도를 따르고 나는 표지기를 따랐는데 결론은 표지기 있는 쪽이 맞았다. 과수원을 지나 곧바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마지막 봉우리임을 자랑하려고 하는지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숫자를 세면서 오르는데 몇 달째 제대로 운동을 못 한 데다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지 무척 힘이 든다.

 

한차례 제대로 힘을 빼면서 오르니 바위 전망대가 나오고 전방으로 지나온 산줄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조망 감상하다가 다시 위로 오르면 묘지와 삼각점이 있는 '망덕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10:00

 

 

 

# 망덕산 들머리.

 

 

 

# 그쪽이 아니여~

 

 

 

# 마지막까지 진을 빼게 만드는 호남정맥.

 

 

 

# 진월면 진정리 일대 인간세.

 

 

 

# 드디어 호남정맥 마지막 봉우리 정상에 이른다.

 

 

 

# 이 삼각점 만나기 참으로 어려웠구나.

 

 

 

# 마지막으로 표지기 하나 달고!

 

 

 

혼자서 삼각점 쓰다듬고 만세 한 번 부르고 마눌에게 인증샷 찍어 날렸다. 덤으로 거풍까지 한 번 한 이후에야 딴 길로 갔던 일행이 올라온다. 넷이서 호남정맥 졸업을 자축하고 있자니 저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더니 축하객들이 정상은 따로 있는데 거기서 뭐 하냐고 투덜거린다.

 

오잉? 여그가 정상아니여? 그들 따라 뒤로 가보니 정작 정상석은 뒤쪽 공터에 설치되어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한참 동안 우리를 기다린 모양이다. 정상 이름표 있고 삼각점 있으니 아까 거기가 실제 정상이네, 이 사람들아!

 

어찌 되었건 정상석 있으니 그 정상석 어루만져 긴 호남길 졸업을 갈음하고 간단한 제물 진설해서 막걸리 한 잔 바쳐 천지신명께 감사 인사를 올렸다. "천지신명이시여! 긴 호남길 무탈하게 이곳에 이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나이다! 남은 정맥길도 굽어살펴 주옵소서!"

 

 

 

# 망덕산 정상석.

 

 

 

# 자축하는 호남원정대. 부산사 조은산님의 말씀에 의하면 쪼매난 저 배낭을 진안 땅에서 이곳 광양까지 옮겨 놓는데, 4년이나 걸렸구나!

 

 

 

# 저질체력이지만 반복의 힘으로 호남정맥 졸업을 한 강/사/랑.

 

 

 

 

# 반복은 힘이 세다! 그것이 우리 인생의 참 진리다.

 

 

 

 

정상석 앞에서 호남졸업 세러머니를 마치고 망덕산의 명물이라는 부석루를 보러 내려갔다. 정상 주변은 이곳저곳 묘지가 많아 명당 길지임은 분명해 보이는데 과연 정맥의 강한 기운을 인간들이 이겨낼 수 있을런지...

 

부석루 앞에는 커다란 바위 봉우리가 있어 이 바위가 浮石인가 짐작케 하고, 그 위에 오르니 섬진강 구비구비가 눈 아래 펼쳐진다. 그 유장한 흐름을 한참이나 즐기다가 부석루에 올라 보지만 찬바람 불어 오래 머물기 어렵다.


그 아래 바람 없는 한 켠에 자리 깔고 막걸리 술잔을 돌렸다. 간밤에 그렇게 달렸지만 막걸리는 여전히 맛나구나! 졸업생, 축하객 어울려 술잔 돌리며 이런저런 이야기꽃 피우다 짐 챙겨 하산했다.

 

 

 

# 이 바위가 부석인가 보다.

 

 

 

# 진주에서 축하해 주러 온 객꾼.

 

 

 

# 광주에서 온 대방산.

 

 

 

# 장수 깃대봉 데미샘에서 발원해 이곳까지 이어져 흐른 뚜꺼비강!

 

 

 

# 섬진강은 하얀 모래톱이 상징이지만 바다와 만나는 이곳에서는 넓게 펼쳐진다.

 

 

 

# 그 유장한 흐름을 오래오래 눈에 담아둔다.

 

 

 

# 어젯밤 머무른 외망포구.

 

 

 

# 부석루.

 

 

 

# 막걸리 한 잔 돌려 축하를 나눈다.

 

 

 

# 하산길에 조망처가 나타난다.

 

 

 

# 제철소를 땡겨보고,

 

 

 

# 바다도 땡겨본다.

 

 

 

# 날머리에 있는 작은 암자.

 

 

 

# 하산 완료하여 드디어 호남정맥의 완전한 졸업!

 

 

 

# 저 복실이는 이 동네에서 출발하는 정맥꾼들을 따라다니기로 유명하다. 어제 졸업 산행을 같이 한 외회마을 강아지 예삐하고 취미가 같은 넘이다.

 

 

 

중간에 전망대를 만나 마지막 조망을 감상하고 길게 아래로 내려 작은 암자를 돌아 나오면 드디어 호남정맥의 완전한 졸업에 이르게 된다. 11:30.

 

잠시 걸어 외망포구 바닷가에 이르고 호남정맥 안내판 앞에서 기념촬영으로 긴 호남길을 마무리하고 바닷물에 손 담궈 화룡점정을 했다. "수고 많았네! 강/사/랑!"

 

 

 

# 호남정맥이 바다로 잠기는 외망포구. 산청에서 온 곰돌.

 

 

 

 

# 다른 계절이면 바닷물에 뛰어들겠지만,

 

 

 

# 오늘은 날 추우니 손 담그는 걸로 갈음한다.

 

 

 

# 산길이 물길과 이어지고, 또 그것을 함께 하고!

 

 

 

 

# 요렇게 호남종주대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 사진 찍고 나서 사진 좌측 난간에 올려 둔 저 스틱과 장갑을 그냥 두고 서울로 올라와 버렸다. 나중에 회수하는데 힘 들었다.

 

 

 

# 광양제철에서 지역 주민에게 선사했다는 목욕탕.

 

 

 

# 깨끗이 씻고 찾은 지역의 식당.

 

 

 

 #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맛나다.

 

 

 

이후 목욕탕으로 함께 이동해서 이틀간 묵은 때를 깨끗이 씻어냈다. 깔끔하게 씻고 목욕탕을 나서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이구야! 천지신명께서 우리 졸업을 제대로 축하해 주시는구나! 이렇게 산행 마치고 깨끗이 씻고 나니까 비로소 비를 뿌려주시니...!

 

만족하게 씻고 먹고 느긋한 기분으로 먼 길 달려와 준 축하객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 종주대는 다시 귀경길에 나섰다. 고마웠소! 객꾼, 대방산, 곰돌님!

 

참으로 우여곡절 많고, 길고 멀었으며, 오래 걸린 호남정맥을 이렇게 졸업했다. 혼자서 전북, 전남의 여러 산길을 걷고 걷다가 막판에 뚜벅과 둘이 되어 또 보성, 벌교, 순천을 걸었으며, 드디어는 해리님 내외까지 합세해서 종주대의 모습을 갖춘 이후에 외망포구에 이르러 바닷물에 손을 담글 수 있었다.

 

무수한 사연이야 여느 정맥길과 다른 정맥꾼들과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무엇보다 모두들 무사히 그 사연 많고 어려웠던 호남길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이제 1대간 9정맥의 대장정도 낙남정맥과 금남정맥 둘만 남았으니 부지런히 걷는다면 올해 안에는 모두 마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동안의 예로 볼 때 과연 어떨지는 나도 궁금해지는 일이다.

 

다만 서둘지 말고 즐기면서 의미 있게 남은 산길을 걷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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