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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스물한번째(미사치~천왕재)-도솔봉은 언제나 어디나 멀고도 멀다! 본문

1대간 9정맥/호남정맥종주기

[호남정맥]스물한번째(미사치~천왕재)-도솔봉은 언제나 어디나 멀고도 멀다!

강/사/랑 2011. 9. 26. 17:50
 [호남정맥]스물한번째(미사치~천왕재)   



'도솔천(兜率天)'은 불교 용어이다. 불교식 우주관(宇宙觀)의 표현 중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중생이 생사유전(生死流轉)하는 미망의(迷忘)의 세계를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로 나눈다.


도솔천은 그 중 욕계의 여섯 하늘(天)의 넷째 하늘에 해당한다. 욕계(欲界)는 삼계 가운데 가장 아래에 있다. 성욕(性欲), 식욕(食欲), 수면욕(睡眠欲)을 가진 생물들이 사는 곳이다. 탐욕 많아 정신이 흐리고 거칠며 물질에 속박된 가장 어리석은 중생이 사는 세계이다. 지옥계(地獄界) · 아귀계(餓鬼界) · 축생계(畜生界) · 수라계(修羅界) · 인간계(人間界) · 천계(天界)의 여섯 가지 생명경계가 욕계를 구성한다.


그중 여섯 개의 하늘 즉, 육욕천(六欲天)이 있는데, 사왕천(四王天) · 도리천(忉利天) · 야마천(夜摩天) · 도솔천(兜率天) · 화락천(化樂天) ·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그들이고, 도솔천은 그중 네 번째 하늘이다.

 

도솔천이란 말은 범어(梵語), 즉 산스크리트어(語)로  '듀스타(tusita)'란 말을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상족(上足)ㆍ묘족(妙足)ㆍ선족(善足)ㆍ지족(知足) 등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흔히 '지족천(知足天)'이라고 해석한다.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은 수미산(須彌山)이다. 도솔천은 중심인 수미산 꼭대기에서 12만 유순(由旬) 위에 있다고 한다. 1유순은 고대 인도의 거리 단위로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아득히 먼 곳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도솔천에는 내외(內外)의 두 원(院)이 있다. 그 중 외원은 천중(天衆), 즉 하늘나라 사람들의 환락의 장소이다. 반면 내원은 미륵보살(彌勒菩薩)의 정토(淨土)이다. 미륵보살은 이 내원에 머물며 석가의 교화를 받지 못한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면서 남섬부주(南贍部洲)에 하생(下生)하여 성불(成佛)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미륵은 미래불(未來佛)이다. 현재는 보살이지만, 56억 8천만 년 뒤 인간세 용화수(龍華樹) 아래로 내려와 인간을 구원할 미래의 부처님이다. 미래에 성불(成佛)하여 중생을 구원할 희망의 부처님인 것이다.


우리 옛사람들은 이 미륵신앙을 오랜 옛날부터 굳게 믿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도솔천에 상생하기를 바라며 미륵불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용화회상(龍華會上)에서 설법하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기를 기원하였다. 민초(民草)들의 삶은 늘 힘들고 고달팠다. 견디기 어려운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민초들의 의식 속에 복된 미래를 꿈꾸는 미륵 세계로의 귀의는 고달픈 현실을 극복케하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왕조가 쇠퇴하여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나라 살림을 거덜낼 때, 지방 곳곳에서 군웅(群雄)이 할거(割據)하여 세상을 뒤엎고자 꿈꿀때, 백성들의 삶이 피폐하여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울 때, 미륵신앙은 들불처럼 민초(民草)들 사이에 번져갔다. 


대표적인 예가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弓裔)'이다. 궁예는 신라 48대 경문왕의 서자(庶子)로 알려진 인물이다. 태어나자마자 살해될 처지였지만 유모가 목숨을 구해서 직접 길렀다. 나중 세달사(世達寺)의 승려가 되었다가 몸을 일으켜 후삼국의 혼란기에 후고구려를 건국했다.


비록 왕족이지만 진흙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일국의 왕이 된 인물이다. 궁예가 사람들을 끌어모은 비결은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헌신적 노력과 공명정대한 일처리였다. 이윽고 왕이 되었을때 궁예는 스스로 미륵임을 자처하여 민중들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백성들은 그런 궁예를 구원의 대상을 여겨 믿고 따랐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묘사된 궁예는 관심법(觀心法)을 이용하여 자신의 폭정을 정당화하였는데 '옴마니반메훔'이란 진언(眞言)을 늘 외우곤 했다.


우리 역사 속에는 이처럼 미륵 사상이 녹아든 유적이나 유물이 많다. 백제 무왕이 창건했다는 익산의 미륵사(彌勒寺)가 그러하고, 현재에도 많이 남아 있는 도솔암, 지족암, 내원암 등의 이름을 가진 사찰의 명칭도 역시 그러하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왕조가 명멸하였지만, 민초들의 삶은 늘 간난고초(艱難苦楚) 였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려우면 사람들의 눈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  따라서 미륵신앙은 우리 역사 내내 늘 현재진행형이었다.

 

우리는 산꾼이니 산얘기를 하자면 산 이름에도 미륵 사상의 영향은 지대하다. 대표적인 것이 '도솔봉(兜率峰)'이다. 도솔봉이란 이름이 전국 곳곳에 산재(散在)한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백두대간 소백산 남쪽의 도솔봉이 있다. 호남정맥 끝자락 광양에도 도솔봉이 있으며, 해남 두륜산의 도솔봉도 같은 이름을 얻었다.

 

재미있는 것은 도솔봉이란 이름을 가진 산들은 모두 험준하고 오르기 힘든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솔은 곧 도솔천이다. 미륵보살이 사는 아득히 먼 곳이자 56억 8천만 년을 기다려야 만나 뵐 수 있는 미래불(未來佛)의 내원(內院)이다. 그 곁을 쉽게 허락할 리 없다. 

 

백두대간 할 때이니 6년 전 얘기다. 진달래 막 꽃몽우리 터뜨리던 초봄, 마눌과 같이 저수령을 출발해서 끝도 없이 이어지던 산길을 오래오래 오르내리며 암봉을 치고 올라가서야 만날 수 있었던 소백의 도솔봉. 가쁜 숨 몰아쉬며 정상석 만지니 먼저 올라간 마눌 뒤로 진달래 불붙듯 바알갛게 피어 있었다.

 

호남정맥 끝자락에서 만나는 광양 도솔봉도 몇 달 만에 산길 나선 게으른 정맥꾼이 헉헉 가쁜 숨 몰아쉬며 꺼이꺼이 오르게 만들 정도로 멀고도 먼데, 그 산정에 올라서서 가쁜 숨 몰아쉬며 주위 돌아보니 하얀 억새꽃 배경으로 돌린 그곳 역시 경치만은 참으로 좋았다.

 

도솔봉은 언제나 어디서나 멀고도 먼 곳이다. 쉬 가까이 할 수 없고 쉽게 오를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미륵부처님 인간세에 하생하시어 현실에 짓눌린 중생들 구원해 주실 용화수 있는 용화세상이어서 그런지 어디나 사통팔달 좋은 조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기꺼이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산이고, 그 산정에서 하늘 우러러 미래를 꿈꾸고 싶은 산임에 분명하다. 옴마니반메훔!

 


도솔봉은 언제나 어디나 멀고도 멀다!


구간 : 호남정맥 제 21구간(미사치~한재~천왕재)
거리 : 구간거리(23.6km), 누적거리(441.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1년 9월 24, 25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황전터널 (09:25) ~ 미사
치(09:44) ~ 전망대(10:40) ~ 여수지맥 분기점 ~ 깃대봉(10:55)/휴식 후 11:40 出 ~ 833봉 ~ 헬기장 ~ 월출재 ~ 월출봉 ~ 788봉 ~ 844봉(13:17) ~ 형제봉(13:40) ~ 등주리봉/ 점심 후 14:30 出 ~ 897봉 ~ 새재(성불사갈림길) ~ 1071봉 ~ 도솔봉(13:55) ~ 참새미재 ~ 전망대/헬기장 ~ 따리봉 (17:20)/휴식 ~ 한재(18:15) ~ 상탄치 인근 백학동 정자에서 1박

 

한재(10:00) ~ 신선대(11:12) ~ 1201봉 ~ 백운산(11:35)/휴식 12:20出 ~ 헬기장 4 ~ 매봉(13:30) ~ 항동마을 갈림길(13:40)/점심 후 14:45 出 ~ 588봉 ~ 512.3봉 ~ 천왕재 ~ 무명고개(16:00) ~ 외회마을로 탈출(16:25)

 

총 소요시간 15시간 15분.(첫날 8시간 50분, 둘쨋날 6시간 25분)

 


9월 24일 쇠의 날. 지난 5월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호남길에 나서기로 하여 호남종주대가 다시 결성되었다. 해리님부부는 먼저 출발하여 광양으로 내려가시고 뚜벅과 나는 석수역에서 8시쯤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일 늦게 끝나기로 유명한 강/사/랑 덕분에 9시 30분이나 되어서 석수역에서 한 잔 술 거나해져 있는 뚜벅을 픽업해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광양 땅은 참으로 먼 고장이다. 여러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갈아 탄 이후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백운산 자락 한재 아래 옥룡면 답곡리 논실마을 꼭대기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해리님 내외는 기다리다 지쳐 주차장 한켠에 집 짓고 주무시고 있다. 우리도 얼른 던지기 텐트 하나 휘~익 던져 집 한 채 세운 후 잠자리를 준비했다.

 

엄청난 피로와 졸음을 견디며 5시간을 넘게 운전해 왔지만 그냥 자기는 아쉬워 뚜벅과 둘이 막걸리 한 통씩 비운 후 잠자리에 들었다.

 


백운산/白雲山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多鴨面)·옥룡면(玉龍面)·진상면(津上面)의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1,218m이다. 반야봉(般若峰)·노고단(老姑壇)·왕증봉(王甑峰)·도솔봉(兜率峰:1,053m)·만복대(萬福臺)등과 함께 소백산맥(小白山脈)의 고봉(高峰)으로 꼽히며, 전라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다. 서쪽으로 도솔봉·형제봉(1,125m), 동쪽으로 매봉(867m)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뻗치는 4개의 지맥을 가지고 있다. 섬진강(蟾津江) 하류를 사이에 두고 지리산(智異山)과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다.
다압면 금천리로 흐르는 금천계곡과 진상면 수어저수지로 흐르는 어치계곡, 도솔봉 남쪽 봉강면으로 흐르는 성불계곡, 옥룡면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광양읍 동천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동곡계곡 등의 백운산 4대 계곡을 품고 있다. 동곡계곡은 실제 길이가 10km에 이르며 학사대, 용소, 장수바위, 선유대, 병암폭포 등의 명소가 있다. 학사대는 호남 3걸로 일컫는 조선 중종 때의 유학자 신재(新齋) 최산두(崔山斗)가 소년시절 10년 동안 학문을 닦았던 곳이다. 남한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식생이 다양하고 보존이 잘되어 있어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백운란·백운쇠물푸레·백운기름나무·나도승마·털노박덩굴·허어리 등 희귀식물과 함께 900여 종의 식생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옥룡면 동동마을 등지에서 채취하며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약수로서 유명하다. 남쪽 산기슭에는 고려 초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는 백운사(白雲寺)가 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으로 관리되고 있다

 

도솔봉/兜率峰  
 
전라남도 광양시 봉강면 조령리에 있는 산. 높이는 1,125m이다. 백운산(白雲山:1,218m)과 도솔봉은 동서로 능선이 이웃하고 있다. 이 산은 백운산·반야봉(般若峰:1,752m)·노고단(老姑壇:1,507m)·왕시루봉[王甑峰:1,243m]·만복대(萬福臺:1,437m)와 함께 화강편마암이 주류인 소백산맥의 고봉이다. 또 1,000m가 넘는 장년기산지로 지리산국립공원을 둘러싼 해안지방 산줄기다. 
호남정맥이 마이산(馬耳山:678m)∼내장산(內藏山:763m)∼무등산(無等山:1,186m) ∼제암산(帝岩山:779mm)∼사자산(獅子山:666m)∼조계산(曹溪山:884m)을 내달려 형제봉(兄弟峰:1,054m)과 도솔봉을 이룬다. 이 산세는 북동쪽으로 여세를 몰아 똬리봉을 틀고 섬진강 밑을 지나 솟구친 지리산세와 만나 백운산을 완성한다. 광양시 북쪽 12㎞ 지점에 위치한 모산인 백운산은 형제봉·도솔봉·똬리봉·백운산 매봉으로 맥이 이어져 있다. 이들 산의 4개 지능선은 남으로 광양만까지 뻗어내려 해안산맥으로 침강한다. 백운산은 동곡마을·선동마을·진들마을·논실 마을에서 오를 수 있지만 하산지점은 모두 진들마을이다. 북서쪽 똬리봉을 거쳐 도솔봉∼형제봉까지 닿을 수 있다. 하조에서 성불(成佛) 계곡의 성불사를 들러 형제봉에 오른 뒤 도솔봉 산정에 서면 지리산국립공원의 고봉들과 백운산을 볼 수 있다. 또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청정해역 한려수도와 호반 같은 광양만에 뜬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광양제철소의 컨테이너 부두 및 여수산업단지와 율촌산업단지의 야경도 장관이다. 광양만은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을 잇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며 수산물의 보고다. 여수반도가 방파제 기능을 해주어 부산항과 함께 동북아 물류거점이자 국제무역의 중심항으로 떠오른 천연의 양항이다. 도솔봉 자락은 조선의 학자이자 우국지사인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의 고향답게 백운란·백운원추리·고로쇠나무·철쭉 등이 백운산에 못지 않다. 경전선과 남해고속도로가 광양시를 지나며 국도도 순천과 하동을 잇는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호남정맥 제 21 구간 미사치~한재~천왕재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인근에 마땅한 야영처가 없었는지 선착한 해리님 내외가 텅 빈 주차장 한 켠에 집을 지어 놓고 있어 우리도 그 곁에 던지기 하나 펼쳤다. 찬란한 별 구경하고 있는 뚜벅.

 

 

 

# 너무나 피곤하여 기절하듯 깊은 잠을 잤다.

 

 

 

백운산은 남도의 유명 관광지다. 이 동네는 거의 민박이나 음식점들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관광 영업이 그다지 활성화 되지는 않나 보다. 주말 아침인데도 주차장엔 찾는 사람이 없다.

 

아침 끓여 먹고 주변 정리 한 후, 차 두 대 모두 한재를 향해 출발했다. 한재로 올라가는 길은 비포장 임도라 일반 승용차는 올라 갈 수 없고 차체가 높은 트럭이나 SUV 차량만 가능하다. 울퉁불퉁 돌들이 길바닥을 뒤덮어 춤추듯 자동차가 요동친다.

 

타이어 타는 냄새 진동한 후에야 한재에 도착하고 차 한 대는 그곳에 남겨 두고 내 차로 미사치가 있는 황전터널 입구로 출발했다. 그런데 한재 내리막은 급경사 길이 길게 이어지는 곳이라 갑자기 내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과열되어 제동이 잘 되지 않는다. 조심조심 긴 한재 내리막을 내려 포장도로에 돌아오니 그제서야 휴우~ 한숨이 내쉬어진다.

 

한재에서 미사치까지는 산길로는 얼마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인간세의 길은 구불구불 여러 동네를 지나야 이를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로도 무려 한 시간 넘게 시간을 소모한 이후에야 황전터널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터널 입구 한 켠에 주차하고 모두들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친 후 절개지 사면 들머리를 통해 숲으로 스며든다. 현지에서 잠 자고도 참으로 늦은 출발이다. 09:25

 

 

# 백운산 산행 기점인 논실마을.

 

 

 

# 백운산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 비포장 임도인 한재. 고갯길이 아주 험하다.

 

  

# 그 한 켠에 차 한 대를 주차시키고 다시 고개를 내려갔다.

 

  

# 1시간을 빙빙 돈 후 도착한 황전터널.

 

  

# 미사치까지는 샛길로 0.9, 고갯길로는 1km가 넘는 거리다.

  

 

# 햇살 뜨거운 인간세를 떠나 절개지 사면을 따라 숲으로 스며든다.

 

 

 

오늘처럼 어프로치 구간이 있는 곳은 왠지 많이 손해를 보는 기분이니다. 미사치로 오르는 산길은 지난번 하산 때와는 달리 여름을 지나면서 수해를 많이 입었다. 20여 분 고갯길을 치고 오르면 '미사치'에 이르게 된다. 09:44.

 

 

# 지난 5월 초에 내려섰던 미사치. 그때는 멀쩡하던 나무가 이번 여름에 피해를 입었는지 옆으로 누워 있다.

 

 

 

# 어떤 즘생만도 못한 넘들이 처드신 쓰레기를 매달아 두고 떠났다.

 

 

 

미사치에서 우틀하여 본격적인 정맥길에 접어든다. 지난 5월 쉰질바위에서 미사치를 사이에 두고 깃대봉까지 끝도 없이 높아 보이던 오르막에 질려 했었는데, 명불허전이라! 잔봉을 대여섯 개 넘으며 고도를 높여 가더니 이내 가파르게 밀어 부친다.

 

헉헉대며 길게 길게길게 밀어 올리면 '이정목이 있는 능선갈림길'에 이르게 되고 정맥길은 좌틀하여 다시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 봉우리를 계속 넘으며 오르막을 오르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 서면 이름 그대로 전방으로 툭 트인 전망을 보여준다. 10:40.

 

지난 번에 이쪽 방향으로 멋진 조망을 보여 주었던 쉰질바위, 저 멀리 지난 겨울 힘들게 넘었던 조계산, 우측 전방으로는 황전면의 들판 등이 눈 앞에 펼쳐진다.

 

 

#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 한 차례 길게 올라 이정목이 있는 능선갈림길에 이르고.

 

 

 

# 조망이 멋진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 지나온 정맥길.

 

 

 

# 지난 구간 갓머리봉과 쉰질바위. 그때는 저곳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었더랬다.

 

 

 

# 우측 황전면의 들녁.

 

 

 

# 정맥길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멀리 광양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 지난 겨울 정말 힘들게 넘었던 조계산이 구름 아래 희미하다.

 

 

 

한참을 경치 구경하다가 잠시 더 올라가면 공터와 벤치가 있는 봉우리 정상에 이르게 된다. 3개 면 경계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여수지맥 분기봉'이다. 3개 면이라면 서면, 봉강면, 황전면을 가리키나 보다. 벤치에 사람들 앉아 있고 조망도 없어 바로 길을 나섰다. 잠시만 더 가면 '깃대봉'에 오르게 된다. 10:55

 

 

 

# 여수지맥 분기봉. 3개면 경계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 여수지맥은 여수로 뻗어 나가는가?

 

 

 

# 깃대봉. 지난 5월 이 깃대봉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저길 어떻게 올라 가나?

 

 

 

 

# 이곳은 이 깃대봉보다 정맥 우측에 벗어나 있는 닭발산이 더 유명한 모양이다.

 

 

 

지난 5월 우리 호남종주대에게 공포의 높이로 다가왔던 깃대봉을 올랐으니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시작부터 막걸리 냄새에 못 견뎌하던 뚜벅의 주도로 정상 너머 나무 그늘 아래 전을 펼치고 막걸리 잔을 돌렸다.

 

어차피 우리 호남팀은 만고강산 산악회인지라 한번 펼친 전이 쉽게 닫히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져서 한 시간 가까이 쉰 후에야 엉덩이 털고 일어났다.

 

11:40,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산길은 급경사 내리막이 아니라 완만하게 그러나 꾸준히 고도를 낮춰가는 형국이다. 그러다 833봉을 올라 우틀하여 계속 완만하게 고도를 낮춘다. 봉우리 하나를 우회하더니 700 가까이 고도를 내리다 헬기장을 만난다.

 

다시 잔봉을 넘고 고도를 높이는데 임도가 앞에 나타나 임도를 가로질러 완만하게 오르면 그 임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직진길과 임도 우측길 모두에 표지기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임도를 따른다.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완만히 올라 봉우리를 우회하면 임도는 정맥을 넘어가고 정맥은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방금 우회한 봉우리가 바로 '월출봉'이다.

 

 

# 우리 만고강산 호남팀 산행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을 또 연출한다.

 

 

 

# 터진 숲 너머로 백운산이 건너다 보인다.

 

 

 

# 저 백운산이 실질적인 호남정맥의 종착지이다.

 

 

 

# 등로가 편하고 좋다.

 

 

 

# 이제 솦속에는 가을냄새가 완연하다.

 

 

 

# 처음 임도를 만나 가로지르고,

 

 

 

# 두 번째 만나서는  임도를 따라 우회한다.

 

 

 

# 임도를 따르면 월출봉을 우회하게 된다. 이곳에서 임도는 정맥을 넘어 간다.

 

 

이후 잔봉 대여섯 개를 차례로 넘고 한차례 밀어 올리면 '788봉'에 오른다.  다시 잔봉 서너 개를 넘고 또 꾸준히 밀어 올리면 '844봉'에 오르게 되는데 생뚱맞게도 형제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처음 이 이름표를 보고 형제봉에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혼자 좋아했었다.

 

잠시 진행하면 문득 앞이 트이며 가야 할 정맥길이 펼쳐지는데, 정작 형제봉은 눈 앞에 우뚝하다. 아래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꾸준히 암봉 하나를 밀어올리면 드디어 '형제봉'에 올라서게 된다. 13:40

 

 

 

# 엉뚱하게 형제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844봉.

 

 

 

# 앞이 트이며 형제봉과 도솔봉, 따리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 도솔봉을 땡겨본다.

 

 

 

# 우뚝한 봉우리 하나, 백운산 우측에 있는 억불봉이다.

 

 

 

#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 무명봉에 있던 삼각점.

 

 

 

# 형제봉. 충청북도의 산들이 대부분 저런 형태의 정상석을 갖고 있다.

 

 

 

 

# 지나온 길.

 

 

 

 

 

 

# 저 멀리 백운산의 모습이 보인다.

 

 

 

# 성불계곡 아래 봉강면 일대의 인간세.

 

 

 

# 도솔봉까지는 아직 한참을 가야 하는 구나! 백두대간 묘적봉에서 바라본 도솔봉도 저러했지!

 

 

 

형제봉은 사방 조망이 좋은 곳이라 한참을 조망 구경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철계단을 내렸다가 다시 한차례 봉우리를 오르면 '등주리봉'에 오른다.  그곳 정산 한 켠 그늘 아래 점심상을 펼쳤다.

 

 

 

# 등주리봉에 먼저 오른 두 분.

 

 

 

# 역시 풍경엔 인물이 들어가야 그림이 살아난다.

 

 

 

# 막걸리병 뚜껑을 따는 뚜벅의 표정이 경건하다.

 

 

산상 만찬을 오래 즐긴 후 다시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이내 아래로 내리라고 한다. 전방에 산이 우뚝한데 아래로 내리냐고 투덜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고도를 810까지 내린 후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성불사 갈림길'이란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면 다시 이정목이 나타나고 도솔봉 2.2km라고 적혀 있다. 아래로 잠시 내린 이후 꾸준히 고도를 높여 가야 하는데 "애고, 도솔봉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 도솔봉은 언제나 어디서나 멀고도 멀었지!

 

봉우리를 연달아 넘으며 고도를 높여 간다. 이정목이 계속 나타나지만 일부는 거리가 엉터리다. 다시 길게 봉우리 하나를 밀어 올린다. 죽을똥살똥 헉헉대며 올라서 보지만, 정상은 저만치 물러나 앉았다. 내 그럴줄 알았다! 어디 도솔봉이 정상을 쉽게 보여주던가?

 

다시 한차례 더 밀어 올려보지만 또 정상은 뒤로 물러나 앉는다. 한차례 더 낑낑 거린 후에야 '도솔봉'정상에 이를 수 있다. 13:55

 

 

 

#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

 

 

 

# 저 가을하늘 위로 올라 보세!

 

 

 

# 성불사 갈림길.

 

 

 

 

# 이 동네는 이정목이 잘 되어 있다. 또 만난 성불사 갈림길.

 

 

 

# 언제나 어디서나 멀고 먼 도솔봉.

 

 

 

# 광양 도솔봉은 현재 가을 잔치 중이다.

 

 

 

# 도솔봉 정상에서 가야 할 정맥길과 정맥 우측으로 갈래 쳐 나가는 산줄기.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정상에 올라와 사진 두어 컷 찍더니 바로 내려가 버리는 등산객과 그 뒤로 펼쳐진 정맥길. 저멀리 호남정맥 종착지인 백운산이 보인다.

 

 

 

# 도솔봉에서 우측으로 갈라져 나가는 산줄기. 봉강면과 옥룡면을 경계 짓는다.

 

 

 

# 다시 넓게!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전방에 따리봉, 그 너머에 백운산. 그 둘 사이가 바로 한재이다.

 

 

 

 

# 가야 할 따리봉을 땡겨본다. 또아리처럼 생겼나?

 

 

 

# 저 멀리 백운산.

 

 

 

# 저 멀리 구름 아래 지리의 주능과 천왕봉이 아련히 보인다.

 

 

 

# 가을 냄새를 이곳에서 만끽하는구나!

 

 

 

# 그러나 따리봉까지는 아직 한참 가야 한다.

 

 

 

힘들게 올라온 도솔봉. 그 명성에 걸맞게 멋진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다.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요, 정상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억새 물결 때문에 가을 산행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 기분에 취해 오래 그 정상에서 머물며 경치 구경을 했다. 지나온 정맥길, 가야 할 정맥길, 전방의 따리봉, 저 멀리 실질적인 호남정맥의 종착지인 백운산, 그 우측의 뾰족한 억불봉...

 

그러나 오늘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따리봉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하는지라 정신 수습하고 길을 나섰다. 곧바로 아래로 길게 떨어져 내리게 된다. 그러다 다시 길게 치고 올라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위만 보고 걷는다. 이윽고 전망바위를 지나면 바로 '헬기장이 있는 '889봉'에 이르게 된다.

 

 

#  따리봉에서 좌측으로 뻗어나가는 특이한 이름의 밥봉과 그 뒤로 구름 아래 지리의 영봉들이 보인다.

 

 

 

# 오늘 구간 종착지인 한재와 백운산 자락에 구름 그림자가 지난다.

 

 

 

# 도솔봉 봉우리 위에 선 뚜벅.

 

 

 

 

# 따리봉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구나!

 

 

 

# 바위벽에 뿌리를 내린 미역취.

 

 

 

# 논실 갈림길을 지나고,

 

 

 

# 따리봉은 아직이냐?

 

 

 

# 급한 마음에 정상을 땡겨보고.

 

 

 

# 억새 우거진 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 역광 속의 도솔봉.

 

 

 

헬기장 역시 운치 있는 경치를 보여준다. 돌아보는 도솔봉, 올려다보는 따리봉 모두 가을 오후 햇살 속에 고요하기만 하다. 헬기장에서 계단으로 내렸다가 지도상 '참새미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흔적을 찾기 힘든 옛 고개를 지나고 곧바로 치고 오른다.

 

이후 따리봉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헉헉대며 고도를 높혀 가다가 암봉을 치고 오르면,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따리봉'에 이르게 된다. 17:20

 

 

 

# 계단길을 내린다.

 

 

 

# 쑥부쟁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 따리봉을 올려다본다.

 

 

 

# 정상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소나무 몸통에 뿌리를 내린 산앵도.

 

 

 

# 따리봉 정상부는 암봉으로 되어 있다.

 

 

 

# 누군가 그 정상 데크에 키바 텐트를 설치해 두었다.

 

 

 

낑낑 따리봉 정상에 오르자 누군가 정상 나무데크에 노란 키바텐트를 설치해 두었고 먼저 오른 세 분은 그 사람과 마주 앉아 막걸리 잔을 나누고 있다.

 

배낭 내리고 합석하여 통성명에 인사를 나누니 그이는 광양제철의 철강인이고 혼자 야영하러 올라 왔다 한다. 같은 산사람끼리 의기투합 잔을 나누며 여러 얘기를 나누다 야영꾼의 고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보따리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 홀로 고독을 즐기는 멋진 산꾼.

 

 

 

# 지나온 도솔봉.

 

 

 

# 내일 올라야 할 백운산.

 

 

 

# 땡겨본다.

 

 

 

 

# 광양제철에 근무하는 철강인이란다.

 

 

 

노을지는 따리봉 정상에서 오래 환담하며 술잔을 나눈 후 홀로 산꾼과 이별하고 한재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제는 길게 내려 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한재 가는 내리막은 상당히 가파란 급경사이다. 조심조심 스틱에 의지하며 길게 내리막을 내려갔다. 동절기에는 상당한 난이도를 보이겠구나 생각하며 길게 내려 종착지인 '한재'에 도착했다. 18:15

 

 

 

# 좌측길은 밥봉 거쳐 남도대교로 이어지고 우리는 한재로 내려갔다.

 

 

 

#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 한재에 도착했다.

 

 

 

# 논실까지는 2.3km거리다.

 

 

 

산행 끝나는 날머리에 자동차가 떡 하니 기다리고 있으니 참으로 편하고 좋다. 먼지 털고 다시 긴 한재 비포장 내리막을 내려갔다. 이 한재를 내일 또 두 번 올라야 하니 합이 네 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구나.

 

이 동네는 산길로는 지척인 들머리 날머리가 자동차로는 평균이 한 시간이 넘는다. 빙빙 인간세 휘돌아 미사치 아래 황전터널로 복귀하고 홀로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는 내 차를 회수했다. 이후 광양시로 내려가 아침에 한재 내려오면서 말썽 일으킨 브레이크를 수리하고 다시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토끼재로 향했다.

 

그런데 토끼재 찾기가 만만치 않아 이곳저곳 헤매다가 토끼재 지나 탄치재를 발견하고 그 곁 상탄치 넘어가는 고갯길의 멋진 정자에 하룻밤 둥지를 마련했다. 정자 입구에 백학동(白鶴洞)이란 큰 돌이름표를 달고 있는데, 차량 왕래도 적고 시원하기도 해서 하룻밤 보내기엔 딱이다.

 

 

 

#  불 밝힌 황전터널.

 

 

 

 

# 상탄치 넘어가는 고개 위 정자에 하룻밤 숙소를 정했다.

 

 

 

# 산길 다니는 것보다 차 타고 다니는 것이 더 멀고 힘든 동네이다. 차 타고 길 찾느라 지쳐 얼른 집 짓고 밥 끓여 막걸리 곁들이며 허기와 피로를 달랬다.

 

 

 

 

 

 

 

 

 

백학동 학연정에서 하룻밤 보내면서 내일 산길 갈 일들을 심도 깊게 술잔에 담아 나누는데, 해리님은 어부인 체력을 걱정하며 토끼재까지 말고 중간에 끊을 길을 찾아보자 한다. 하지만 사실 산에 들어가면 세리님은 뒤로 처지는 법 없이 누구보다 앞장서 산길을 걷는 분이다. 저질 체력인 나보다는 언제나 쌩쌩하게 산행 체력을 보여 준다.

 

그래도 이런저런 의견들 종합해서 일단 탈출로를 찾기로 하고 지도를 뒤져보니 내회마을 뒷산에 천황재란 고개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우선 의견을 모으기를 천황재에서 탈출하기로 하고 내일 상태 봐서 토끼재까지 가든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얘기에 나누는 술잔에 밤 늦도록 정담을 나누다가 각자 잠자리로 들어갔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은 느지막이 기상했다. 아침 끓여 먹고 짐 챙겨 학연정을 떠나 내회마을로 올라갔다. 구불구불 시골길이 저수지 가로 길게 이어지더니 어치리 계곡을 따라 골짜기 깊숙히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찾아도 천황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고 내회마을 인근에서도 산으로 올라가는 고갯길은 찾을 수가 없다. 마냥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어서 우선 내회마을 안에 차 한 대를 주차하고 어제 두 번 오르내린 한재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어제 보다 한재 가는 길이 더 멀어서 무려 1시간 30여 분 넘게 빙빙 광양 땅을 휘감은 후에야 가파른 한재길 꼭대기에 올라 설 수 있다. 어제 오늘 이 동네에서 운전한 것만 합해도 서울까지 가고도 남겠다.

 

몇 차례 오르내려 이제 눈에 익숙한 한재에서 얼른 짐 꾸려 산길로 스며들지만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고 있다. 흐미~~ 현지에서 잠자고 이렇게 늦게 산행 시작하는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으리라!

 

 

 

# 하룻밤 잘 보낸 백학동 학연정.

 

 

 

# 산자락이 호남정맥이요, 봉우리 너머가 탄치재라 호남정맥 안내도가 서 있다.

 

 

 

# 좌측에 규모가 더 크고 깨끗한 정자가 하나 더 있다. 저 멀리 억불봉의 뾰족한 산정이 보인다.

 

 

 

# 참으로 멀리 빙빙 돌아 다시 도착한 한재. 이 동네는 들머리 날머리 자동차로 잇기가 웬만한 수도권 끝에서 끝 가기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시작부터 된비알의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데 언제나 남들보다 워밍업 늦는 내 몸이 힘들다 야단이다. 길게 밀어 올리면 나무 계단길이 나타나고 계단을 오르면 우측으로 능선 마루금에 합류하게 된다.

 

이후는 편안하게 진행했다. 헬기장 두 개를 연달아 지나고 한차례 올려 멋진 '바위전망대'에 올라서게 된니다. 전방으로 지나온 정맥길이 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지리의 주능이 있으련만, 아쉽게도 개스 짙어 주능은 볼 수 없다.

 

한참을 경치 감상타가 다시 길을 나섰다. 암봉을 두어 개 넘고 바위 쌓아 놓은 듯한 곳도 지나고 다시 암봉 하나를 밀어 올리면 '신선대'에 이르게 된다. 11:12

 

 

 

# 시작부터 제법 가파르게 밀어올린다.

 

 

 

# 조망처가 나타나 지나온 정맥길을 볼 수 있다. 따리봉과 도솔봉.

 

 

 

# 도솔봉을 땡겨본다.

 

 

 

# 따리봉도. 어제 그 홀로 비박꾼은 아직 저기 있나?

 

 

 

# 조망 훌륭한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부부가 그렇게 산길 나란히 다니니 참 보기 좋다.

 

 

 

# 바위 전망대의 파노라마.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구름 아래가 지리의 주능이고 뾰족한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 아쉬운 조망이지만 땡겨 보니 지리의 기운이 느껴진다.

 

 

 

#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 가을꽃인 은분취.

 

 

 

# 둘을 나란히 찍어본다.

 

 

 

 

# 누군가 쌓아 놓은 듯 멋진 바위도 지나고,

 

 

 

# 조망처가 많구나!

 

 

 

# 섬진강 줄기도 보이고.

 

 

 

# 미역취.

 

 

 

# 백운산정이 건너다보인다.

 

 

 

# 도솔과 따리봉.

 

 

 

# 암봉 계단을 올라가면,

 

 

 

# 신선대에 올라서게 된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내 산행기의 단골 모델.

 

 

 

# 백운 산정을 땡겨 보니 정상석 곁에 누군가 서 있다.

 

 

 

# 지리는 안개 속이다.

 

 

 

신선대는 1,173m의 바위 암봉이라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경치 좋고 바람 좋고 기상 좋은 신선대 위에서 오래 조망 감상하다가 실질적 호남정맥의 종착지인 백운산정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아래로 내렸다가 암릉을 진행했다. 1201봉을 우회하고 위로 한차례 쎄게 밀어 올리면 '백운산정인 상봉'에 올라서게 된다. 11:35

 

 

# 암릉길이 이어진다. 마나님을 챙기는 해리님.

 

 

 

# 백운산정.

 

 

 

# 지나온 신선대.

 

 

 

# 사람들이 많이 올랐다.

 

 

 

# 섬진강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 상봉은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 호남동지들.

 

 

 

# 현재 높이 1,218m.

 

 

 

# 상봉 정상을 가운데 두고 넓게 펼쳐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이번엔 좌측에 두고.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억불봉. 산세가 특이하나 정맥에선 벗어나 있다. 다행히도!

 

 

 

드디어 백운산정에 올라 서게 되었다. 지난 2009년 봄에 시작했으니 여기까지 만 2년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뭐 외망포구까지는 아직 하룻길이 꼬박 남긴 했지만 말이다. 호남은 멀기도 했지만, 왠지 집중력을 보이지 못해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

 

실질적인 호남정맥의 종착지인 백운산정에 서서 나름 감회에 젖어 보려고 하는데, 큰 개미들의 짝짓기 비행이 정상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머리에 얼굴에 개미떼 난무한다. 정상석 어루만져 감회에 갈음하고 정상 너머 그늘 숲속에서 정상주를 나눴다.

 

 

 

# 정상주 한 잔! 먼길 걸어 오셨네요, 동지들!

 

 

 

우리야 한 번 앉았다 하면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이라 오래 쉬다가 12:18분에 다시 짐 챙겨 길을 나섰다. 곧바로 깊게 떨어져 내렸다가 이후 점점 고도를 낮춰가며 완만하고 편안하게 진행하였다.

 

지도 확인하니 네 개의 헬기장이 연이어 설치되어 있다. 전방의 봉우리 하나를 매봉이라 생각하고 올라보지만 매봉은 아니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 갈림길이 있는 '새목재'에 이르게 된다.

 

다시 봉우리 두어 개를 넘는데 이정목 하나 나타나 매봉까지 3.6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아니 도대체 이렇게 먼 거리가 남았는데 아까 그 봉우리를 매봉이라 짐작한 것은 도대체 뭐냐?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자 숲 너머로 진짜 매봉이 건너다보이고, 아래로 내렸다가 본격적으로 치고 오르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계단식으로 꾸준히 밀어 올리라고 한다. 낑낑 위로 올라가면 갈림길이 있는 헬기장이 나타나고 정상은 그 너머에 있다. 잠시 더 가서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매봉'에 올라 서게 된다. 13:30

 

 

 

# 완만하게 고도를 낮춰가며 길게 진행했다.

 

 

 

# 길이 좋다.

 

 

 

# 내회마을 갈림길.

 

 

 

#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매봉.

 

 

 

햇살이 너무 뜨거워 매봉에 머물지 않고 잠시 더 진행해서 '항동마을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고 그 인근에서 점심상을 펼쳤다. 13:40

 

 

# 항동 갈림길.

 

 

 

# 밥 묵자! 술 묵고!

 

 

 

# 참으로 대단타! 산에서 막걸리를 이렇게 비우는구나!

 

 

 

산길 걷는 것보다 막걸리 잔 돌리는 일이 더 좋은 듯한 우리 팀, 권커니작커니 하다가 14:45에야 짐 꾸려 길을 나섰다. 곧 우틀하여 아래로 떨어지라 한니다. 깊고 깊게 떨어져 내려 400 가까이 고도를 떨어뜨린 후 '588봉'을 넘는다.

 

다시 아래로 내려 안부에 이르렀다가 곧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른다. 512.3봉인가? 위치 파악이 않되어 봉우리 이름은 모르고 지나치고 이후 자잘한 봉우리를 수없이 넘게 된다.

 

이 정도의 봉우리들이야 평소같으면 쉬운 길이지만 탈출하기로 한  천황재를 찾기 바빠서 그런가? 매우 지겹고 힘이 들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천황재가 이정목이 있고 뚜렷하다 했는데, 정작 그곳에서 탈출하기로 한 우리는 천황재는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옛 고개에 도착하여 그곳으로 탈출하기로 했다. 나중에 자료 찾으니 어느 지도에 천왕재라고 적혀 있지만 옳은 이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6:00

 

 

 

# 다압면 고사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 천황재는 지나쳐 버리고 천왕재에 도착하여 그만 스톱!을 외친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어 토끼재까지는 무난할 것 같지만 다중의 의견이 그러하니 그만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우측 내리막을 내려 아래로 가다가 길 버리고 고사리밭을 가로질렀다. 아래로 내리니 산을 벗어나게 되고 민박집들 몇 채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이곳에서 뚜벅은 외회마을에 세워둔 자동차 회수하러 걸어가고 남은 우리는 계곡에 뛰어들어 이틀 묵은 먼지를 씻어냈다. 아직은 물이 덜 차가워 알탕이 시원하기만 하다.

 

 

 

# 외회마을 초입으로 탈출.

 

 

 

# 고사리밭 사이로 내려간다.

 

 

 

# 민박집들 사이로 내려가면,

 

 

 

# 외회마을 전 계곡에 도착한다.

 

 

 

# 시원하게 알탕 한 번 해 주시고!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 입으니 산짐승 냄새에서 사람 냄새로 분위기를 바꾸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1시간 30분여 광양땅을 빙빙 돌아 네 번째로 한재에 올라가서 내 차를 회수했다.

 

이후 멀고 먼 귀경길을 다섯 시간 넘게 운전해서 귀경하여 스물한 번째 호남길을 마무리 했다. 이제 호남정맥도 한번만 더 내려가면 졸업을 하게 된다.

 

음.. 참 오래 걸리는 호남길이로다! 멀기도 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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