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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열한번째 걸음(마재~신풍고개)-자신의 원칙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본문

1대간 9정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열한번째 걸음(마재~신풍고개)-자신의 원칙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강/사/랑 2012. 6. 18. 19:22
 [낙남정맥]열한번째 걸음(마재~신풍고개)

 

 

현시점 우리는 원칙(原則)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원칙이란 말 그대로 '본원적인 규칙이나 법칙으로, 반드시 일관(一貫)되어져야 하고 지켜져야 하는 행동이나 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원칙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이익(利益)을 위해 너무나 쉽게 원칙을 저버리고 변절(變節)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의 풍경이다.


어제는 여당이었다가 오늘은 야당이 되고 또 내일은 여당으로 옮기고, 이 정권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하던 사람이 저 정권에서 자리를 옮겨 당대표를 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국민을 위한 민생정치였던 사안(事案)이 정권이 바뀌어서는 민생파탄이자 매국하는 정책이라 매도되고 공격당하는 것 정도는 예사인지 오래다.

 

정치권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이 무원칙에 동참한다. 기업, 학교, 일반 단체 할 것 없이 모두들 너무도 쉽게 원칙을 파괴하고 왜곡한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쉽게 부패하고 부끄럼 없이 타락한다.

 

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34개 회원국 중 부패지수에 있어 27위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고, 지수도 전체 평균 7.0에 비해 5.4로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이 부패지수를 OECD 평균으로만 끌어올려도 경제성장률을 4%로 유지할 수 있다 한다.

 

원칙을 지킨다는 행위는 이렇듯 나라 전체의 위상이나 국력 성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고, 특히나 공적(公的) 부문에서는 반드시 수호되어져야 할 그야말로 철칙(鐵則)이다.

 

하지만 이 원칙이 사적(私的)인 영역으로 개별화될 때는 문제가 조금은 달라진다. 물론 개인 간의 행위나 말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킨다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이런 행위는 하지 않겠노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이런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이들을 보노라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신이 세운 원칙을 자신이 지켜나간다는 것과 자신의 원칙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일이다. 내가 대쪽같은 원칙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일이 남들이 보기에는 옹고집으로 보일 수도 있고, 내가 원칙을 지킨다고 하는 행위가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손해를 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 내가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고 공자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해서 함부로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연구에 의하면 원칙의 강요는 늘 갈등(葛藤)의 원인이 된다. 연구 내용은 이렇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나쁜 상사가 어떤 유형인가를 설문하였다. 그랬더니 자신만의 원칙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상사가 순위권으로 꼽혔다.


또, 부모 자식 간의 갈등 원인을 묻는 질문에 부모가 자신의 원칙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상위권에 들어 있었다. 이처럼 원칙의 강요는 타인에게 불편함을 유발하는 행위인 것이다.

 

산경표의 제 1원칙은 '山自分水嶺(산자분수령)'이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네 종주산꾼들이 걷는 산길은 항상 물길을 가르고 물길이 건너지 않는 산마루금을 이어 가기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인간의 영역이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루금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물길이 생겨나고, 어제까지 그 자리에 있던 산들이 오늘은 없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이 무너진 곳이 허다하게 나타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또, 종주 산행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면서 편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하고, 기존 산경표의 산줄기를 달리 해석하는 이들이 생겨 다른 길로 산줄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원래 길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던 것이 아니다. 길 없던 산속에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하고, 세월 흘러 사람 발길 끊어지며 없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필요에 의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행위를 굳이 나쁘다고 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극단적 원칙주의자들이 많다. 그들은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산꾼 무리라고 예외는 없다. 그들은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목을 멘다. 원칙은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그 원칙을 남에게 강요하는 일은 또다른 문제다.


원칙주의자들은 지도를 기준으로 길 없는 가시덤불 입구에 표지기를 단다. 아찔한 절벽 초입에도 진입표시를 한다. 뒷사람에게 그 길을 강요하는 것이다. 원칙이므로. 하지만, 그 표지기 믿고 그곳을 찾은 뒷사람은 곤경에 빠지거나 자칫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자연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늘 변화하는 존재다. 따라서 산길의 사정은 늘 변한다. 자신이 지날 때는 덤불 없는 계절이라 길을 개척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생각할 때는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암릉 구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도상 그 방향이 올바른 루트이므로 원칙을 고수한 표지기를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은 늘 변화한다. 녹음기(綠陰期)에 가시덤불 자라나 길을 막아버리거나, 우기나 동절기에 암릉이 얼음 코팅되어 위험 구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흔히 우회로를 만들거나 그 방향으로 표지기를 단다. 하지만 원칙주의자들은 위험따윈 아랑곳 않고 표지기 매달아 뒷사람에게 원칙의 길을 강요한다.

 

"내가 언제 너희더러 그곳으로 가라고 했냐? 표지기는 내가 달지만 판단은 본인의 몫이니 본인이 알아서 길을 찾으면 될 것 아닌가?" 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표지기를 매단다는 행위 자체가 뒷사람들에게 길을 알린다는 의미이고 길이 없거나 위험해서 우회로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표지기를 단다는 것은 자신의 원칙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오늘 내가 걸어 간 길이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라)"는 서산대사(西山大師)의 가르침은 이 경우에 너무나 적합한 경구(警句)다. 눈길을 걷다보면 어쩔수 없이 발자욱을 남기게 된다. 누군지 모를 뒷사람은 내가 걸은 발자욱을 이정표 삼아 걷는다. 그러므로 절대 함부로 어지러이 걸을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서산대사의 가르침이다.

 

그냥 가면 위험하거나 어떤 연유에서건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편화된 정맥길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산경표(山經表)의 산줄기와 합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그 길이 자신의 원칙에 어긋나 올바른 원칙의 길로 가야 한다 생각되는 길이 있거든 그냥 혼자서 가시라! 그리고 그것을 주장하고 싶으시거든 블로그나 다른 커뮤니티의 알리는 공간을 활용해 그 내용을 주장하시라! 그대의 원칙은 그대의 것이다. 타인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다. 혼자 하시라! 그리하여 그 자리에 표지기를 남겨 멋 모르고 뒤따르는 다른 이들을 위험하게는 만들지 마시라. 제발!




자신의 원칙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구간 : 낙남정맥 제 11구간(마재~신풍고개)
거리 : 구간거리(15.3km), 누적거리(180.02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2년 6월 17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마재고개(06:50) ~ 245봉 ~ 송정고개(07:35) ~ 202봉 ~ 중지고개(08:04) ~ 개사육장 ~ 임도 ~ 숲속 1시간 15분 알바 ~ 개사육장 ~ 무명봉/30분 휴식 ~ 425봉 ~ 약수터 윗고개 ~장등산 ~ 안성고개(11:25) ~ 소나무 전망대 ~ 천주산(12:35)/점심 후 13:05 出 ~ 612봉 ~ 헬기장 ~ 만남의 광장/휴식 25분 ~ 돌탑전망대 ~ 478봉/휴식 ~ 천주봉 ~ 굴현고개(14:50)/마을 물 보충 ~ 북산 ~ 고속로 굴다리 ~ 고개 ~ 184봉 ~ 신풍고개(16:40).
           
총 소요시간 9시간 50분.

  

2012년 6월 16일, 흙의 날. 전날 야근으로 너무 지쳐 토요일 오전은 그냥 집에서 뒹굴거렸다. 원래 이날은 초등학교 동창회가 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날이다. 금요일 밤차 타고 창원으로 내려가서 낙남 한 구간 하고 저녁에 동창회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퇴근이 늦은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토요일 점심 무렵 짐 꾸려 출발하려고 하니 마눌의 입이 한 발이나 나와 있다. 요근래 한 주도 집에 붙어 있지 않았고, 매일 퇴근이 늦어 같이 밥 먹은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까마득한 데다, 작년 호남정맥하다가 37년 만에 동창회 참석해서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동창들의 행동 이야기를 해 줬더니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 대신에 미운 눈총 팍팍 날리는 마눌 배웅받으며 광명 KTX역으로 갔는데, 토욜 오후 꽉찬 예약으로 좌석은 물론 입석조차 표를 구할 수가 없다.

 

매표소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예약 어플을 켠 후 30초 간격으로 계속 접속을 시도했다. 그러다 열차 출발 딱 3분 전에 입석 자리가 하나 생기길래 빛의 속도로 발권하고 짐 챙겨 달려갔다. 승차장에 가니 열차는 이미 도착하였고 대부분 승차를 한 상태다. 하이구야~

 

객차 사이 입석 공간에 짐 내리고 처음에는 서서 가다가 천안쯤에서부터 자리를 하나 차지해서 편안하게 흔들리며 책도 보고 경치도 구경하며 창원으로 향했다.

 


 천주산/天柱山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함안군 경계에 있는 산. 높이 640m이다. 주봉우리는 용지봉(龍池峰)으로 주변 일대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동남쪽과 동북쪽은 창원시, 남서쪽은 마산시, 북서쪽은 함안군에 속하며 정상에서 3개 시군이 만난다. 작대산과 상봉을 가운데 두고 북릉과 이어지고, 주능선은 남북으로 마산시까지 길게 뻗는다. 주변에 무학산·정병산·장복산·용지봉 등이 솟아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허목(許穆)의 글씨를 음각한 달천동(達川洞)이라는 글자가 달천계곡 암벽에 새겨져 있고, 매년 봄이면 북면 주민들이 주최하는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산행은 천주사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다가 달천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고개에서 왼쪽 산등성이를 타고 주능선 끝에 있는 천주봉(484m)에 올랐다가 왔던 길로 안부까지 내려와 주봉인 용지봉에 오른다. 하산은 북쪽 안부로 내려서서 계곡을 따라 임도를 타고 1시간 가량 걸으면 달천계곡이 나오고 등산로는 외감 마을에서 끝난다. 찾아가려면 창원에서 북면행 시내버스를 타고 천주사 앞에서 내린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남정맥 제 11구간 마재~신풍고개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KTX 입석도 자리만 확보하면 갈만하다.

 

 

 

창원에 도착해서 택시로 진해를 향하는데, 모임 장소가 말로만 진해이고 거의 부산에 가까워 엄청난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딱 1년 만에 다시 동창들과 만났다. 세월 흘러 손주 손녀를 본 녀석들이 있기도 하지만, 말하는 거며 노는 거는 어릴 때와 매한가지다.

 

간만에 맥주를 여러 잔 마셨더니 이내 해롱해롱해졌다. 모임 끝나고 친구가 태워주는 차편으로 마산으로 가서 시외터미널 옆의 찜질방에 도착했다. 그 앞에서 친구들과 작별했다.

 

두어 시간 눈 붙이고 아침 먹고 씻고 짐 챙겨 하루 분량의 산행을 위해 찜질방을 나섰다. 시외터미널 건너편에서 택시 불러 오늘 산행 출발지인 마재고개로 향했다.

 

 

 

# 내서읍으로 넘어가는 5번 도로가 있는 마재고개.

 

 

 

# 작고 정겨운 이정석이 서 있다.

 

 

 

마재고개 한 켠의 버스정류장에 짐 내리고 가볍게 몸 푼 후 산행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들머리는 버스정류장 바로 곁에 있다. 06:50

 

 

 

# 마재고개 버스정류장 바로 곁에 들머리가 있다.

 

 

 

# 천주산까지는 한 8km 가까이 가야한다.

 

 

 

오늘 또 얼마나 더울려는지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하고, 준비운동하는 것 만으로도 벌써 땀이 베어든다. 들머리로 스며들어 한차례 위로 올리면 삼거리 봉우리에 이르게 되는데, 직진길은 구봉산 정상 방향이고 정맥길은 우측 평성소류지 방향이다. 온 몸은 이미 벌써 땀범벅이다.

 

아래로 떨어져 내려 두 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만한 고갯길을 만나고, 고개를 가로질러 위로 올리면 평탄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 제법 가파르게 올려 역시 삼거리가 있는 '245봉' 봉우리에서 우틀하고, 그 각도대로 한차례 올려 봉우리를 넘어 이번에는 계단식으로 깊게 떨어져 내린다. 길게 내려가면 '송정고개'에 이르게 된다. 07:35.

 

 

 

# 삼거리 봉우리에서 우측 평성소류지 방향으로,

 

 

 

# 처음 만난 작은 고개.

 

 

 

# 숲속으로도 따가운 햇살이 찾아든다.

 

 

 

# 송정고개. 고개 한 켠에 편의점이 있다.

 

 

 

# 이곳도 탁상 행정, 무책임 행정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도저히 동물들이  지날 수 없는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저 가파른 절개지를 어떻게 동물들이 지나 가란 말이냐?

 

 

 

# 반대편은 지나갈만하다만...

 

 

 

송정고개는 마산 회성동과 내서 호계리를 잇는 옛 고개인데, 도로 확장과 포장을 하면서 절개지를 높다랗게 깎았다. 그 결과 무척 위험한 지형이 되었고 생태계도 단절되었다. 지금은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건설되어 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절개지 철망 사이로 개구멍을 만들어 지나갔다는 소식이 제일 먼저 나오고, 절개지 공사 중이란 산행기가 다음에 나오더니 이 야생동물통로를 만드느라 그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곳에 건설된 야생동물 이동통로 역시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무용지물이다. 한 쪽 절개지의 높이가 깎아지르듯 높아 동물들이 접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의 진행순서며 그 결과물이 지난주 다녀온 금남정맥 대둔산 자락의 물한이재와 똑 닮은 모양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동소이하다. 이 일을 우짤꼬...!

 

절개지 급경사가 너무 가팔라 그냥은 도저히 오를 수가 없고 우측으로 절개지를 횡단했다가 그 절개지 우측 사면을 따라 위로 올려야  했다. 절개지 꼭대기에서 우측으로 꺾어 마루금을 따른다.

 

곧장 위로 치고 오르면 '202봉'에 이른다. 역시나 갈림길이 나오고 또 역시나 우측길로 진행하라 한다. 잠시 후 송정고개 좌측에서 올라오는 넓은 수렛길을 만나 위로 오르는데, 좌측에 갈림길이 불쑥 나타나 무심코 직진하여 알바하기 딱 알맞게 되어 있다.

 

좌측 갈림길로 들어서면 곧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리라 한다. 그 끝에 '중지고개'가 있다. 08:04.

 

 

 

# 202봉의 해리님 응원.

 

 

 

# 갈림길을 만나 좌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 중지고개.

 

 

 

중지고개는 고개 한 가운데 농장이 위치하고 있어 그 농장 사이의 농로를 따라 지나가야 하는 곳입이. 오늘은 햇살 강렬한데 100여 마리의 토종닭들이 그 길을 점령하고 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농로를 따른다. 농장의 강아지들이 몰려나와 자지러지듯 짖어 댄다. 스틱 휘둘러 놈들을 쫓아내고 더 오르면 차양막 쳐진 개사육장이 나오고, 굵고 위협적인 대형견들의 울음소리가 넘어온다.

 

그 소리에 놀라 얼른 그 농장을 지나 위로 계속 올라가는데, 한 100여m 위로 올라가자 좌측 숲속으로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다. 표지기 쫓아 숲으로 들어서는데, 이상하게 등로가 희미하다. 낙남에서 등로가 희미할 정도로 잡목 무성한 곳은 없는데...? 그렇지만 표지기들이 계속 매달려있어 일단은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위로 오를수록 점점 더 길은 희미해지고, 급기야는 잡목이 무성하여 길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쓰러진 나무들이 앞을 가로막아 진행조차 어려운 곳들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뭐가 잘못되었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등로의 모양으로는 도저히 정맥길이랄 수 없지만 표지기가 나부끼고 있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등로의 상태로 보면 요 1, 2년 사이에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없는 듯한 모양이다. 지도로는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고자 스마트폰을 켜보지만 수신이 되지 않고, 몇 주 전에 이곳을 지난 해리님께 물어볼 요량으로 전화를 시도하지만 수신불통지역이다.

 

별수 없이 주변을 헤매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일단 전방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를 목표로 숲을 헤치고 올랐다. 그 표지기 옆 쓰러진 나무에 올라 위쪽을 살피니 한 일이백 미터만 사면을 올라가면 마루금에 오를 수 있을 듯하였다. 그래서 억지로 숲을 헤치고 올랐다. 하지만 길은 없고 급기야는 산초, 산딸기, 칡넝쿨 등 잡목 숲에 갇혀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이고, 이 노릇을 어쩌나...?

 

가시덤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데, 지금 내 눈앞에 매달려 있는 저 표지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저 표지기를 단 사람은 도대체 이 가시덤불을 어떻게 헤치고 올라갔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도대체 어디로 가라고 저 표지기를 달았단 말인가?

 

완전 패닉상태에 빠져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몇 주 전 이 구간을 지난 해리님에게서 이렇게 잡목숲을 헤쳐 지나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지도에도 잡목숲이란 기록이 없다. "가만... 저 표지기의 주인을 살펴보자! 아이고, 저 사람들이구나! 마루금과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지킨다고 길 없는 곳에 표지기 달고 위험하여 우회로 만들어 둔 암릉구간에 표지기 달아 놀라게 만들던...  한남할 때, 그리고 금북할 때 저 표지기 주인공 때문에 쌩고생 꽤나 했었지!"

 

산자분수령의 원칙이야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마루금을 이어가는 것 역시 아름다운 원칙이지!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위험에 노출되고 길을 잃을 수 있다면 최소한 남들에게 그 길을 강요해선 안되는 일이다. 그냥 혼자 그 원칙을 아름답게 지키면서 그 길을 찾아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정말 그 원칙을 주장하고 싶다면, 그래서 후답자들에게 그 원칙을 전하고 싶다면 표지기 두어 개 달랑 매달아 두고 말 것이 아니라 전기톱이나 예초기 메고 와서 잡목이며 잡풀들을 제거해 최소한의 등로를 만들어 둘 정도의 정성은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 암릉길엔 밧줄이라도 묶어 주는 수고는 감수해야 되는 일이다.

 

그런 최소한의 수고도 없이 그냥 표지기 두어 개 달랑 매달아 두고는 원칙에 충실하라고 뒷사람들을 강요하는 행위는 참 무책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무책임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몰상식한 일이다.

 

물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린 후 가시덤불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힘들게 올라간 길을 다시 낑낑 내려 허탈하게 임도로 복귀하니 전화가 터져 병원에 누워계신 두루님께 연락을 했다. 두루님 말씀이 개사육장 바로 뒤에 허술한 나무다리가 있고, 그곳이 들머리인데 왜 임도 따라 위로 올라 갔냐고 놀랜다.

 

"요즘 너무 바빠 산행기를 전혀 읽어 보지 못 했고, 출발하기 전에 지도만 출력해서 왔더니 길주의 구간을 공부해 볼 여가도 없었지요. 게다가 아까 큰 개가 마구 짖어대는 바람에 얼른 그곳을 지나치느라 도랑 건너는 것은 보지도 못했지요. 일단 내려가 보겠습니다."

 

터덜터덜 임도 따라 농장 쪽으로 내려오니 과연 개사육장 바로 곁에 도랑이 있고, 그 도랑 너머에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다. 왜, 이걸 못 보았을까?

 

도랑 건너 숲으로 들어가 바지 벗어 아랫도리를 확인하니 가시덤불에 갇혀 헤매느라 이곳저곳 상처투성이다. "아이고, 아파라! 그리고 시간 아까워라! 무려 1시간 15분이나 그곳에서 까먹었네!"

 

 

 

# 중지고개의 농장.

 

 

 

# 완전 토종닭이다.

 

 

 

# 임도를 한참 올라 이 표지기들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 1시간 15분간 숲속을 헤매게 되었다.

 

 

 

# 그런데 등로가 사람 지난 흔적이 없다.

 

 

 

# 그러더니 급기야는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그 앞으로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 1시간 넘게 알바를 한 후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이 도랑 너머 들머리가 있다. 바깥에 표지기가 전혀 없고, 큰 개들이 무섭게 짖어대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었다. 그것이 알바의 시작이었다.

 

 

 

위쪽에 표지기 매달고 그곳으로 지나간 사람들은 이 코딱지만한 물길도 물길이라고 여기를 건너는 것은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이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최소한 그곳에 등로를 좀 만들어 두든가 아니면 그 잘난 표지기라도 촘촘이 매달든가?

 

아랫도리 이곳저곳 스크래치가 나고 시간 낭비에 체력 낭비까지 심해 심사가 뒤틀려 마음이 영 좋지 않다. 물티슈로 대충 상처를 닦아내고 약 바른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비로소 등로다운 등로를 따라 고도 높이며 꾸준히 밀어 올려 마루금에 이르고, 우측으로 계속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 415가 찍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짐 내리고 휴식을 취했다. 10:00.

 

 

 

# 비로소 등로다운 길을 찾아 오른다.

 

 

 

# 뒤틀린 심사를 막걸리로 달랬다.

 

 

 

# 오늘은 처음으로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사왔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가시덤불 헤치느라 지친 몸에 영양도 보충해 주었다. 한바탕 찐하게 헤매고 났더니 모든 게 허탈하고 멍해지는 기분이다. 30여 분 휴식한 후 10시 30분에 다시 길을 나섰다.

 

휴식한 봉우리에서 잠시 더 진행하여 오르면 갈림길이 있는 '425봉'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좌틀하여 내려가는데 전방에 장등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내렸다가 안부에 이르고, 그 각도대로 편안하게 가다가 고개 갈림길을 지나 살짝 올라 가면 이정목이 있는 고개가 나온다. '약수터 윗고개'라고 적혀 있고 거리도 800m라고 적혀 있다. 한차례 밀어 올리면 '426봉 갈림봉'에 오르게 되는데, 정상에는 지도에 없는 '장등산'이란 이름표를 단 이정목이 서 있다.

 

 

 

# 안부갈림길.

 

 

 

# 숲 너머로 장등산이 우뚝하다.

 

 

 

# 약수터 윗고개.

 

 

 

# 장등산.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다.

 

 

 

# 저 멀리 천주산이 우뚝한데,

 

 

 

# 언제 저기까지 가나? 여기는 천주산이 아니고 좌측에 있는 상봉.

 

 

 

# 천주산.

 

 

 

#  지도에 없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정상에는 구급상자가 비치되어 있고 제법 넓은 광장이 닦여 있다. 갈림길이 있어 좌측길을 선택하는데, 저 멀리 천주산이 뾰족하다. 완만하게 가다가 깊게 떨어져 내리고, 이후는 잔잔하게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했다. 습도 높고 무더워 엄청나게 덥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길게 가다보면 '348봉'을 넘고, 아래로 내려가면 넓은 고갯길인 '안성고개'에 이르게 된다. 11:25.

 

곧바로 위로 치고 오르게 되는데 중간중간 이정목과 갈림길이 나온다. 남들 한 달 흘릴 땀을 하루에 다 흘리며 길게 올라 갈림길을 지난 후 계속 위로 올려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길로 계속 오르면 능선마루금에 이르게 되는데, '마산 구암동 갈림길'이라 적혀 있다. 좌틀하여 잠시 오르니 창원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소나무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전방으로 창원시내의 모습과 이 동네가 계획도시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창원대로가 뻥 뚤려 있다.

 

좌측 전방으로 천주산이 뾰족하게 솟아 있어 겁을 먹게 만든다. 뙤약볕에 노출된 채 한차례 위로 올리면 오똑한 '전위봉'에 오르게 되고, 우틀하여 아래로 내리면 창원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난다.

 

곧바로 뾰족하게 치고 오르는데 햇살이 정수리를 두드리고 있어 모자 쓰고 얼굴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두상이 뜨끈뜨끈하다. 덕분에 혀 길게 빼물고 오뉴월 밭 가는 소처럼 헉헉대며 오르막과 씨름을 해야 하고, 그 씨름에서 지쳐 손 들고 싶을 무렵 '천주산'정상에 오르게 된다. 12:35.

 

 

 

# 348봉.

 

 

 

# 보기에는 싱그러우나 바람이 없어 엄청 무덥다.

 

 

 

# 안성고개.

 

 

 

#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

 

 

 

# 능선 갈림길.

 

 

 

# 소나무 전망대의 조망.

 

 

 

# 창원대로의 시원한 모습.

 

 

 

# 천주산은 아직 멀구나.

 

 

 

# 끄응~.

 

 

 

# 저 멀리 한남금북의 구봉산을 닮은 너는 누구냐?

 

 

 

# 정맥에서 좌측으로 갈라져 나간 작대산이다.

 

 

 

# 전위봉을 넘어 안부에 이르면 천주산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 좌측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천주산을 빼 먹고 다음 안부까지 갈 수 있다.

 

 

 

# 정맥 좌측의 상봉.

 

 

 

# 넓게 펼쳐 보고,(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뙤약볕 때문에 엄청 힘이 들었다.

 

 

 

# 힘들게 오른 천주산. 용지봉이란 정상석이 서 있다.

 

 

 

# 전방은 창원시내이고,

 

 

 

# 창원의 진산이라 지역 등산객들이 많다. 간밤에 만난 초등 동창 여자아이도 단골로 오르는 산이란다.

 

 

 

# 그짝은 마산인가?

 

 

 

# 이렇게 큰 도시들이 하나로 합쳐 버렸다.

 

 

 

 

# 가야 할 길.

 

 

 

# 정상 너머에는 헬기장과 정자가 있다.

 

 

 

#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다.

 

 

 

# 정상 좌측 사면의 데크와 가야 할 정맥길.

 

 

 

# 진달래 필 때 저 데크에서 하룻밤 보내면 좋겠다.

 

 

 

# 함안군 칠원면의 인간세.

 

 

 

# 그 쪽 방향으로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천주산은 창원의 진산으로 봄날의 진달래로 유명하다. 진진이 흐드러지게 필 때 이 천주산 정상에서 하룻밤 꽃구경, 달구경하면 참으로 좋겠다 싶다. 우측으로 창원시, 좌측으로 함안군의 인간세가 발 아래 펼쳐지고, 휴일을 맞은 창원 시민들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정상 너머에 넓은 헬기장과 바람 좋은 정자가 있어 가까이 가는데, 선객들이 많아 편히 쉴 수는 없고 아이스바를 파는 사람이 있길래 얼른 하나 구입해서 열에 들뜬 몸을 식혔다.

 

정자에서의 조망은 참으로 훌륭한데 사람들 많아 너무 번잡하여 오래 구경할 수가 없다. 아이스바 하나 녹혀 먹고 짐 꾸려 위로 잠시 가면 소나무 아래 한적한 그늘이 있어 그 곳에 짐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 아이스바 하나 물고,

 

 

 

# 천주산은 진달래가 유명한 산이다.

 

 

 

# 정상 한 켠 소나무 그늘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입맛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남은 산길 걷자면 먹어 둬야 한다. 막걸리 두어 잔 마시고 기운을 차려 본다. 13시 25분에 다시 길을 나섰다.


곧장 아래로 내렸다가 넓은 등로를 만나 위로 오르면 '612봉'에 이르는데, 정상에는 산불감시시설과 돌탑이 있다. 정상 너머에 넓은 헬기장이 있고 이후는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넓은 등로는 햇살에 노출되어 있어 뜨겁고 등로 좌측에 잣나무숲이 있는데, 구불거리고 좀 돌기는 하지만 그 속으로 걷는 것이 시원하고 푹신한 것이 아주 좋다.

 

길게 내렸다가 한차례 올려 봉우리에 오르고 좌틀하여 다시 급경사 내리막을 길고 길게 내려 갔다. 그 내리막 끝에 '만남의 광장'이 있다.

 

 

 

# 가야 할 정맥길.

 

 

 

# 산불감시시설이 있는 612봉.

 

 

 

# 햇살 뜨거운 등로를 피해 잣나무숲으로 들어갔다.

 

 

 

# 넓은 헬기장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 아래로 깊게 떨어져 내려 만남의 광장에 도착,

 

 

 

# 약수터가 많다.

 

 

 

# 하늘을 받치는 기둥.

 

 

 

만남의 광장에도 아이스바를 파는 사람이 있어 꽁꽁 언 쭈쭈바를 하나 구입했다. 얼음덩어리인 그 넘을 뒷머리에 갖다 댔더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아주 좋다. 고개 오름 초입에 있는 정자에 앉아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는 산행 시작할 때 이 쭈쭈바를 몇 개 디팩에 넣어 가야 할까 보다. 한차례 길게 올리면 돌탑과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다시 한차례 올려 '팔각정'에 도착한다. 힘들어 또다시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무더우니 기회만 되면 계속 쉬게 된다. 이곳이 지도상 '478봉'이다.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서면 바로 뒤에 '천주봉'이 있어 한번에 오르게 된다. 이 봉우리는 전방으로 멋진 조망을 보여 주는 곳인데,  천주산 끝자락에 훌륭한 조망처로 서 있어 천주봉이란 이름을 나눠 가지게 되었나 보다.

 

 

 

# 정말 시원했던 쭈쭈바.

 

 

 

# 등로가에 산림도서관이 있어 열어보니 애기들 그림책만 진열되어 있다.

 

 

 

# 한차례 올려 478봉.

 

 

 

# 지나온 천주산 능선을 돌아본다.

 

 

 

 

# 천주산.

 

 

 

# 478봉.

 

 

 

# 창원의 인간세.

 

 

 

 

# 다음 구간 정병산을 땡겨본다.

 

 

 

# 정자에서 다시 긴 휴식, 바로 뒤에 천주봉이 있다.

 

 

 

#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천주봉.

 

 

 

# 천주산 끝자락의 멋진 조망처.

 

 

 

# 좌측 산줄기가 뚜렸하지만 정맥은 우측 산줄기로 떨어져 내리게 된다.

 

 

 

# 조망이 멋진 곳이지만 박무가 짙어 희미하다. 저 멀리 정병산.

 

 

 

천주봉 조망처에서 한참을 경치 구경하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마치 대문을 치장하듯 표지기들이 많이 나뿌끼고 있는 암릉끝 대문을 나서면 곧 초울트라 급경사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스틱과 성능 좋은 등산화가 없으면 하산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이 길고 길게 이어진다.

 

경사가 하도 가파르다 보니 우리 같은 정맥꾼이 아니면 지나는 사람이 없어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등로를 침범하고 있다. 뙤약볕 강렬한 급경사 길을 무릎이 얼얼하도록 길게 내려가면 '굴현고개'에 이르게 된다. 14:50.

 

 

 

# 천주봉 대문.

 

 

 

# 신풍고개까지는 저 봉우리 두 개를 넘어야 하지만, 그 보다 정맥을 가로지르는 여러 도로를 건너는 일이 더 어렵다.

 

 

 

# 엄청난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 굴현고개에 도착.

 

 

 

굴현고개는 함안과 창원을 잇는 79번 도로가 지나는 큰 고개다. 고개 좌측 함안 방향에 들머리가 있는데, 이 쯤에서 물이 똑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출발할 때 물을 3리터나 챙겼지만 오늘 날씨가 어찌나 무덥던지 물소비가 아주 많았다.

 

고개 주변을 살피니 고개 좌측 아래에 마을이 보인다. 그 쪽으로 내려가 첫 번째 집에 들러 물을 얻었다. 방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의 배려로 수낭에 물을 가득 채운 후 다시 고개로 복귀했다. 이곳에서 다시 20분을 소비했다.

 

철책 좌측에 있는 들머리로 올라서면 대밭을 만난다. 잠시 진행하면 넓은 임도를 만나 잔잔히 고도를 높이며 길게 진행한다. 물이 떨어져 목이 말라 있다가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이쯤에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편안한 등로임에도 힘이 많이 들었다. 등로 한 켠 그늘에 주저 앉아 다시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 참 많이도 쉰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긴 오르막을 올라 '구룡산 갈림길'을 만나 우틀하고, 한차례 오르면 '북산'에 오르게 된다. 정상엔 의자 하나와 북산이란 이름표가 매달려 있고 직진길과 좌측길로 길이 갈라지고 있다.

 

일단 기분상 좌측길이 정맥길인 듯하여 그 길로 진행하는데 한참을 내려가도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잘못하면 큰일 난다! 다시 빽 해서 북산 정상으로 복귀하고 이번에는 직진길로 가 본다. 그러나 이 직진길에도 표지기는 전혀 없다. 이게 뭐야?

 

한참을 정상에서 헤매다가 나침반과 지도로 방향 확인하고 처음 마음 먹었던 좌측길로 내려 갔다. 깊고 길게 떨어져 내리는데 표지기가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알바이거나 누군가 표지기를 제거한 경우인데, 이 지역은 국립공원도 아닌데 도대체 누가 표지기를 제거 했을까?

 

거의 끝자락까지 와서야 비로소 표지기가 한두 개 나타난다. 누군가 표지기를 제거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리막 끝자락에 묘지와 농장들이 복잡하게 자리한 곳을 만나는데, 표지기도 없고 길도 갈래져서 한참을 길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아래로 내려가니 남해고속도로가에 도달하게 된다.

 

 

 

# 구룡산 갈림길. 정맥은 소답동 방향.

 

 

 

# 이 지역은 산악자전거를 많이 타는지 군데군데 다운힐용 점프대를 만들어 두었다.

 

 

 

# 북산. 갈림길이 있고 두 곳 모두 표지기가 전혀 없어 한참을 헤매게 된다. 정맥은 좌측길.

 

 

 

# 내리막이 거의 끝날 무렵 비로소 표지기가 나타난다.

 

 

 

# 내리막 끝에 남해고속도로를 만났다.

 

 

 

# 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

 

 

 

# 저쪽 고개까지 간 이후 저 산을 다시 넘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천주산에서부터 계속적인 내리막이 이어진 셈이다. 이 구간을 역주행한다면 죽는단 말이 나오겠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하여 좌틀한 후 고속도로와 나란한 도로를 따라 위로 오르면 포장도로가 지나는 고개에 이른니다.

 

길 건너 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이 지역은 산자락에 밭이 많이 있어서 직진하여 산을 오르지 못하고 구불구불 휘감으며 길게 산을 오르게 되는데, 한 차례 헉헉대며 위로 오르면 넓은 운동시설이 있는 '184봉'에 이르게 된다.

 

 

 

# 다시 고개를 만난다.

 

 

 

# 이 산자락은 온통 농장이다.

 

 

 

# 운동 시설이 있는 184봉.

 

 

 

# 오늘 하루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맛이 간 표정이다.

 

 

 

이 봉우리도 표지기가 전혀 없어서 주변을 한참 살펴야 했다. 좌측길을 택해 넓은 임도를 따라 아래로 내려 갔다. 한참을 구불거리며 아래로 내려가니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온통 공사소음으로 시끄러운 '신풍고개'에 이르게 된다. 16:40.

 

 

 

# 도로공사로 어수선한 신풍고개.

 

 

 

# 고속도로와 구룡산.

 

 

 

# 공사 차량들로 정신이 없다.

 

 

 

신풍고개는 도로 공사로 아주  요란하다. 공사장 가운데를 가로 질러 고개 위에 올라섰다. 이 고개는 마산, 창원과 김해를 잇는 14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라 차량통행이 아주 많고 번잡하다.

 

원래 계획은 두 시 이전에 도착할 생각이었는데, 중지고개에서 1시간 15분간 가시덤불 속을 헤맨데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계속 휴식을 취했더니 이제서야 도착을 했다. 더이상 갈 수도 없고 이곳에서 멈춰야 했다.

 

마침 시내버스 한 대가 오길래 배낭 벗지도 못하고 올라 타는데, 창원역은 가지 않고 마산역은 간다고 한다. 짐 내리고 한숨 돌린 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니 마침 광명행 KTX 표가 하나 반납되어 들어온다. 얼른 예매하고 버스기사에게 열차시간 이내에 들어갈 수 있겠는지 물으니 가능하단다. 오케이!

 

마산역에 도착하니 여유 시간이 10여 분 밖에 없어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여가도 없이 곧장 승강장으로 달려가 열차에 올랐다. 열차 출발한 이후 짐 챙겨 화장실에 가서 좁고 흔들리는 KTX 화장실 안에서 홀라당 벗고 머리 감고 물티슈로 몸도 닦아 낸 후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자리로 돌아와 책보다 졸다 하다보니 어느새 광명역에 도착하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많았던 낙남길 열한 번째 걸음을 마감하게 된다.

 

 

 

# 스마트폰 덕분에 열차 표 구하기가 쉽다.

 

 

 

# 광명 KTX역에 도착하여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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