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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이야기]수리산 임도 본문
변속도 제대로 못 배운 초보에게 이런 강행군을 시켰더니 내 블로그에 가끔씩 놀러 오는 이웃들이 마눌을 강하게 조련한다고 혀를 내 두른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조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열정 있을 때 그 열정을 실력으로 키워 나갈 수 있는 법이다. "스파르타!"
장마가 한창인 지난 7월 셋째 주, 주말 저녁에 어머님 제사 모시느라 산행도 야영도 못 떠나고 큰형네에서 제사 모신 후 집에 돌아오니 새벽 두시가 다 되었다.
뒷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챙겨 먹고 잔차 바퀴에 바람 채워 넣고 집을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는 우리가 전에 살던 산본에 있는 수리산이다. 임도라이딩을 한다고 하니 마눌은 겁을 잔뜩 먹는다.
"산악자전거는 원래 산에 들어가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걱정 마소, 수리산 임도는 산악자전거 코스 중 가장 초보적인 곳이니 쉬엄쉬엄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임도 곁에 우리 순이가 잠들어 있으니 간 김에 순이도 만나 보세!"
#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길게 달려 안양 거쳐 산본에 도착한다. 오늘도 중간중간 소나기를 만나 다리 아래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려야 했다. 금정역에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일반 도로를 따라 산본 중심가로 들어갔다.
# 산본 살 때부터 자주 가던 콩나물 국밥 집에서 점심 먹고 물도 채운 후 대야미로 향한다.
# 도장 터널을 통과한다.
# 덕고개는 공사로 파헤쳐저 있다. 긴 오르막인데 변속이 서투르니 한번에 오르지 못하고 끌고 온다.
# 수리산 임도는 넓고 완만하며 길도 좋아 산악자전거 초보들 훈련장소로 그만이다. 하지만 변속이 서투르니 아직은 설명 만으로는 잘 안 되는 모양이다.
# 수리산 임도 너머 숲속에 우리 순이가 잠들어 있다.
# 장마철 마구 퍼부은 비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 순이 무덤은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더라. 주변으로 물 빠짐도 좋아 장마철인 데도 주위가 뽀송하다. 지난 겨울 영하 15도의 강추위에 모든 것이 얼어 붙고 서릿발 성성할 때 수리산 곳곳을 헤매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겨우 발견한 장소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강추위 몰아친 겨울 밤에 이곳은 흙이 따뜻하였고 얼어 있지도 않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뒷날 다시 찾아 가보니 그제서야 흙이 꽁꽁 얼어 붙었더라. 우리 순이가 자기 쉴 곳을 스스로 찾은 모양이다. 이 장마철에도 이렇게 평온하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 다시 임도로 내려와 라이딩을 한다. 중간에 쉼터가 있어 쉬어 갈 생각인데, 변속 잘 되어서 오르막 치고 온 것이 재미있다고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 그러더니 속달정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이 정자는 지난 겨울 우리 순이 묻어 주고 뒷날 마눌과 야영하면서 순이의 넋을 위로해 준 곳이다.
# 이후는 편안한 임도가 이어진다.
# 자동차 많은 일반도로나 사람, 잔차, 인라인이 뒤섞힌 자전거도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잠시 후 임도 오거리에 도착한다.
# 이번에도 변속 잘 해서 넘어지지 않고 올라왔다.
# 조금씩 요령이 늘어가는 모양이다.
# 이 임도 오거리는 수리산 임도의 만남의 광장이다.
# 소나무숲으로 시원한 바람이 올라오고 있다.
# 처음부터 너무 빡세게 돌리면 산을 겁낼 것 같아 맛뵈기만 좀 보이고 용진사 거쳐 산본 8단지 약수터 방향으로 하산하였다.이후 산본 거쳐 금정역을 다시 통과하여 자전거도로에 복귀하였다.
#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니 자전거 도로가 한산하다.
#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폭풍 질주하여 광명까지 한 방에 돌아 왔다. 그동안 집 뒷쪽에 있는 이 오르막을 한 번도 쉼 없이 오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산에서 배운 변속 감각으로 쉬지 않고 올라 온다.
# 강한 조련의 효과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다음엔 야영짐 짊어지고 임도 멋진 산으로 올라가서 야영라이딩을 즐겨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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