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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잔차이야기]소래포구와 갯골길 본문
이 물길을 따라 하루에 두 차례씩 바닷물이 드나들게 되니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갯골은 질퍽한 개펄 안에 강물처럼 형성되어 있어 보기에는 구불구불 멋있어 보이나 사실은 꽤 위험한 곳이다. 몇 해 전 어느 학교의 수련회에서 개펄체험을 갔다가 겁 없이 갯골에 들어간 몇몇이 유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정도로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수인 곳이기도 하다.
갯골 중에는 내륙 하천의 연장선, 즉 하천이 바다와 연결되는 끝부분에 발달한 곳도 있다. 경기도 시흥의 갯골이 바로 그러한 내만(內灣) 갯골이다. 내만 갯골은 밀물 때면 바닷물이 육지 안까지 갯고랑을 따라 밀려들어 오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 갯골 인근에 염전이 발달하였다.
경기도 시흥시는 시로 승격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신흥 도시로 신시가지와 농어촌 마을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이다. 실제 시흥시에 가보면 넓은 논 한가운데 아파트 단지들이 섬처럼 군데군데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아파트 거실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독특한 동네이기도 하다.
시흥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제주의 올레길 같은 테마길을 조성하였는데, 이름하여 '늠내길'이다. 늠내라는 말은 '뻗어 나가는 땅'이란 뜻이라는데, 고구려 시대의 표현이란다. 이 늠내길의 2구간이 바로 '갯골길'이다.
갯골길은 그 길이가 16km로 시흥시청에서 장현천 방죽과 큰 개구렁 방죽을 따라 소래포구까지 이어지고, 갯골의 좌우를 따라 한 바퀴 돌게끔 설계되어 있다. 또 위쪽으로는 연꽃 테마파크가 있는 관곡지를 지나고 그 끝자락에 물왕저수지까지 연결되어진다.
무수한 둘레, 올레길 중에 내만 갯골과 포구가 이어지는 독특한 특징 때문에 구수한 흙냄새와 비릿한 갯내음에 끌려 점차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는 트래킹길이다.
8월 15일 광복절, 간만의 휴일이지만 엄청난 폭염으로 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이왕이면 화끈하게 땀을 흘려 볼 작정으로 마눌과 잔차 끌고 갯골길을 따라 소래포구를 찾아 나섰다. 시흥 갯골길따라 소래포구로!! 구간 : 시흥갯골길~소래포구
오늘은 시흥 갯골길을 가볼 참이다. 최종 목적지야 소래포구이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잔차 타고 갔던 곳이고 지금까지의 코스와는 달리 갯골길을 따라 달려 볼 생각이다. 갯골길은 시흥시의 목감저수지에서 큰개구렁을 따라 소래포구까지 흘러드는 갯골 주변의 방죽길을 둘레길 개념으로 개발해 둔 곳이다.
시흥 갯골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내만의 하천길이라 예전에는 염전이 많이 발달했던 곳이고, 지금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하니 오늘 짠물과 짠냄새 많이 맡을 수 있겠다.
잔차 타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폭염주의보 하의 하늘과 땅에서 뜨거운 열기가 훅 덤벼 든다.
소래포구/蘇萊浦口 인천 남동구 논현동(論峴洞)에 있는 어항. 일제시대 염전이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1937년에 개통되어 1995년 12월 31일 폐선될 때까지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연인들의 추억을 담았던 수인선 협궤열차는 사라졌지만 소래포구의 철길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바닷길을 건너는 다리로 이용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어시장으로 연결되는데 새우와 젓갈, 꽃게로 유명하며 노천횟집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횟감을 떠서 포구로 다시 나가 선착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먹을 수도 있다. 또한 멸치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게젓 등 젓갈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젓갈이 풍성하다. 1960년대 실향민들이 어선 10여 척으로 근해에 나가 새우잡이를 하면서 만들어진 포구는 썰물 때는 갯벌 위에 올라 있는 어선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며 이 어선들은 밀물 때가 되면 다시 바다로 나가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들을 어시장으로 실어 나른다. 매월 음력 보름 3일 전부터 3일 후, 그믐 3일 전부터 3일 후에 찾으면 좀 더 풍성한 어시장 나들이가 된다. 김장철이면 젓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걸음 옮기기도 힘들 정도가 되며,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과거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해양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염전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생태전시관과 염전학습장, 갯벌체험장 등이 즐거운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바다 건너의 시흥과 다리로 연결되어 한층 교통이 편해져 휴일 전날이면 더욱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저곳>
# 아파트 옆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달린다. 엄청나게 뜨거운 날이다. 오늘 라이딩 코스는 박달동 고개를 넘어 시흥 목감의 물왕저수지, 시흥 관곡지 연꽃 공원과 갯골 생태공원을 거쳐 소래포구로 갈 예정이다. 물왕저수지까지는 일반 도로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간은 갯골길을 따라 가면 된다.
# 광명 고속전철역 옆의 도로를 따라 안양으로 접근한다.
# 안양 박달동의 긴 고개를 치고 오른다. 저 고개를 넘어가면 시흥시로 들어간다.
# 목감사거리에서 수인산업도로를 건너 목감동을 통과하고 곧 물왕저수지를 향해 달려간다.
# 잠시후 물왕저수지에 도착한다. 이 물왕저수지는 안산시에 있는 화랑저수지와 함께 수도권 최고의 붕어 낚시터였다. 세월 흘러 화랑저수지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썩은 웅덩이로, 물왕저수지는 인근의 마을과 축산농가에서 방류한 오폐수로 부패하여 악취나는 저수지로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환경과 여가에 대한 관심과 투자의 증대로 잘 단장하여 화랑저수지는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재탄생하였고, 물왕저수지는 수질 개선과 함께 호수 주변으로 각종 음식점과 카페들이 생겨 수도권 남부의 주요 나들이 코스로 재탄생하였다.
# 물왕저수지에서 연성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막국수집이 하나 나온다.
# 이 집은 예전에 과천 관문사거리에 있던 집이라 관악산 산행하고 여러 차례 들렀던 맛집이다. 생전에 정주영 현대회장도 자주 찾았던 집이라는데, 국수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딱 맞아 이곳으로 가게를 옮긴 후에도 계속해서 자주 찾고 있다.
# 그런데 갈수록 맛이 예전 같지 않다. 아쉬운 일이다...
# 막국수로 허기를 달랜 후 다시 뙤약볕 속으로 달려 간다.
# 길고 긴 폭염 속에 가로수잎들도 축축 늘어졌다.
# 그 길에 관곡지란 작은 소류지가 있고 그 주변 일대를 연꽃테마파크로 만들어 두었다.
# 해마다 이맘 때면 연꽃 구경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곳이다.
# 인근 주민들의 훌륭한 여가 및 아이들 교육 현장으로도 유용하다.
# 연꽃은 진흙 속에서 이렇게 희고 순결한 꽃잎을 피워 낸다.
# 맑고 향기롭게!
# 끝만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짙고 유혹적인 원색보다는 이런 은은함이 제일 좋다.
# 시흥은 이런 농촌 환경과 아파트 숲이 공존하는 동네이다.
# 이 쪽은 홍련들이 만개했다.
# 수련은 작은 물통에 담아 두었다.
# 엄청나게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이들이 가족단위로 놀러왔다.
# 연꽃무리 감상하며 오래 그 꽃향기에 취했다.
# 관곡지 바로 곁에 보통천이 흐르고 그 방죽을 따라 갯골길이 만들어져 있다.
# 시흥은 참 독특한 동네이다.
# 책이 원래 그만큼 있었나? 아님 많이 없어진 건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민의식은 아직 한참 멀었다. 몇 개 도시에서 양심자전거나 양심 우산, 양심 도서관 같은 공용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한 이유는 도난이나 미반납행위들 때문이다.
# 물왕저수지까지 이어진 보통천.
# 보통천 방죽을 따라 본격적인 갯골길 라이딩에 나선다.
# 보통천은 꽤 수심이 있는 수로이다.
# 강태공이 홀로 앉아 미동않는 찌를 응시하고 있다.
# 길게 달려 하중교 아래로 지난다.
# 하중교를 지나면 보통천은 큰개구렁에 합류한다. 큰개구렁은 갯골길의 본류 이름이다. 아마도 큰갯구렁에서 변음된 듯 하다. 큰 갯고랑이란 뜻인가 보다.
# 조금만 더 가면 생태공원이다.
# 이곳은 낚시 포인트인가 보다. 낚싯꾼들이 많이 포진하였다. 예전 내 모습이다.
# 잠시 달려 내려가면 발아지들이 나오고 수문이 물길을 막고 있는데, 아래가 왁자지껄하다.
# 남도사투리를 찐하게 쓰는 젊은 사람 너댓 명이 투망질을 하고 있다. 일부는 손더듬으로 참게를 잡아내고 있고. 투망 한 번에 팔뚝 두 배는 넘어 보이는 잉어가 두세 마리씩 잡힌다. 잘 잡히니 재미는 있겠다만, 투망은 불법이다.
# 잉어찜이나 매운탕은 참 별미인데... 쩝... 입맛 다시며 다시 출발!
# 갯골생태공원에 도착한다.
# 예전 소래염전이 있던 자리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였다.
# 한쪽에 수영장을 만들어 두었는데 방학을 맞은 아이들로 초만원이다.
# 갯골쪽으로는 염전을 새롭게 만들어 두었다.
# 관광용으로 염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 팔월의 뜨거운 태양을 마음껏 받아 소금꽃이 피어나고 있다.
# 소금창고도 깔끔하게 만들어 두었다. 아이들에겐 더없는 자연체험학습장이 되겠는데, 다들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수영장에서 놀기 바쁘다.
# 생태공원 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출발한다.
# 이후는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 시흥갯골의 S라인.
# 뻘이 건강해 보인다.
#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바람 좋은 그늘에서 쉬어 간다. 한 무리의 잔차꾼들이 떼라이딩으로 나는 듯 지나간다.
# 폭 넓은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 참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산다.
# 방산대교 이후는 늠내물길이 이어진다.
# 소래포구에 도착했다. 앞의 작은 다리가 예전 협궤열차가 지나던 철교이다. 지금은 월곶과 소래를 이어 주는 관광명물이 되었다.
# 여름 하늘을 배경으로 자리한 소래포구. 한적한 시골포구이던 이곳이 근래에 대단지 아파트촌과 수도권 관광 명소로 재탄생하였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여기는 아파트 거실에서 단지와 나란하게 들어서 있는 모텔을 드나드는 불륜의 행렬을 밤낮으로 볼 수 있다.
# 소래철교를 건너간다. 예전엔 난간도 없고 철망도 어설퍼 상당히 아찔해 하며 건넜었다.
# 소래포구와 소래대교가 보인다.
# 소래포구의 모습.
# 상전벽해로 바뀐 소래포구 주변의 현재 모습이다. 한쪽엔 포대를 재현해 두었다.
# 수인선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예전 수인선 협궤열차와는 철로도 노선도 다르다.
# 소래포구 어시장에 들렀다.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 횟감이 싱싱하다.
#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 온다는 전어구이도 맛난 냄새를 풍기고 있다.
# 전어가 맛이 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 생선회가 지천이다.
# 시장 안은 너무 복잡해 바깥으로 나왔다.
# 소래포구는 여전히 어선들의 기지이다.
# 이곳 갈매기는 과자 달라고 사람들에게 보채기까지 하더라.
# 회 좀 떠고 막걸리 챙겨 광장 한 켠의 그늘로 갔다.
# 둘이 먹기 너무 많아 바람 쐬러 나온 어르신들께 나눠 드리고 우리도 맛나게 먹었다.
# 포구 옆에 광장을 만들어 두었다.
# 자리 하나를 비워 두었다. 햇볕 뜨거워 합석을 못 했다.
# 이 양반은 아예 술독을 베고 누웠다.
# 광장 한 켠에는 초창기 증기기관차를 전시했다.
# 색소폰으로 구성지게 뽕짝을 연주하고 있다.
# 포구길을 따라 길게 달려가서 저 멀리 다리를 건너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 이렇게 많이 지어 놓고도 또 계속 지어댄다.
# 한적한 도로를 씽씽 달려 간다.
# 가까이 가보니 예전에 지나 다니던 저 한화교는 입구를 봉쇄해 두었다. 뒷쪽에 남동대교가 새로이 건설되면서 안전문제 때문에 폐쇄했나 보다.
# 다시 빠꾸 오라잇~ 해서 소래철교로 돌아 왔다.
# 왔던 길 그대로 더듬어 돌아 간다.
# 갈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쉼터 정자를 만났다.
# 전망이 시원하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시흥의 모습을 한 눈에 보여 준다.
# 한 걸음 뒤로 물러 나니 정자 그 자체가 그림 액자가 된다.
# 다시 뙤약볕 아래로 고고!
# 보통천 방죽으로 복귀.
# 관곡지를 지나 보통천 끝까지 달려 간다.
# 뜨거운 여름날이다.
# 바람 좋은 나무그늘이 중간중간 있어 쉬어 가기 좋다.
# 보통천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 들판을 가르는 바람이 아주 좋다.
# 물왕저수지 방죽 아래에 도착했다.
# 갯골길이 끝나고 물왕저수지 위로 올라갔다.
# 저수지 한 켠에 커피 파는 곳이 있다. 건물도 세금도 없지만 매출은 상당하다. 지날 때마다 꼭 들르는데, 맛은 웬만하다.
# 서울 올라 온 초창기에 이 물왕지수지로 낚시하러 종종 왔었다.
# 이후 썩은 똥물로 변해 발길을 끊었는데, 지금은 수질개선이 상당히 많이 되었다.
# 시흥을 벗어나 안양 박달동 고개로 올라간다.
# 광명 KTX 역을 지나,
# 집으로 돌아 왔다.
여러 차례 다녀온 소래포구이지만 오늘은 갯골길이란 새로운 길을 따라 달렸다. 이 코스는 관곡지의 연꽃향, 농촌의 들판내음, 갯골의 짠 소금냄새까지 골고루 맡을 수 있어 오감이 즐거운 색다른 경험을 해 본 라이딩이었다. 추천하고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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