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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이야기/잔차 이야기

[잔차이야기]근황-2014년 4월

강/사/랑 2014. 4. 14. 17:45
   [잔차이야기]근황-2014년 4월


 



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생활한 지가 어언 30여 년이 다되어 간다. 처음 몇 해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경기도 위성도시인 안양, 군포, 광명 등에서 오래 살았다.

 

그러다 올해 4월 1일에 수원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수원은 오래 전에 직장생활을 한 곳이라 낯설지는 않지만, 내가 이곳 수원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수원은 경기 남부지방에 위치해 있어 서울로 출퇴근하기에는 거리상 부담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이사를 간 곳은 말이 수원이지 의왕과 경계에 위치해 있어 서울과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는 않다. 1호선 성대역이나 의왕역이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고, 영동 고속도로와 과천의왕 고속도로가 근처를 지나고 있어 교통이 괜찮은 편이라 이사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까지 거리가 30km로 늘어나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벅찬 점이 부담스럽기는 하였다. 게다가 지난해 가을에 무리한 라이딩으로 양쪽 다리 모두에 장경인대염이 찾아와 6개월 동안 자전거를 쉬어야 했던 점도 걱정이다.

 

6개월이 지났건만 다리는 아직 완전하지가 않다. 따라서 그동안 내도록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였다. 광명에 살 때도 그랬고 이곳으로 이사와서도 전철이나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체중이 급격하게 불고 피로감이 쉬 오며 항상 몸이 찌뿌드하다.

 

올봄은 유달리 빨리 찾아왔다. 작년에는 4월말까지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더니 올해는 4월이 되기 전에 벌써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하였고 꽃구경 제대로 하기도 전에 이미 낙화 소식이 분분하다.

 

이사 준비와 본격적인 이사, 그리고 뒷정리까지 마눌은 두어 달 정도 온통 그 일에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이사를 하면서 제대로 한번 도와준 적 없는 무심한 가장이라 이번이라고 특별하게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혼자 애쓰는 사람 두고 산으로 내빼지 못해 나 역시 두어 달 동안 산냄새 한번 맡아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4월 첫주 일요일이 아버님 기일이라 용산에 있는 큰집까지 잔차를 타고 가 보기로 했다. 사무실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km, 용산까지는 50km 정도 될것 같으니 오랜만에 페달링 한번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다시 잔차로 출퇴근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코스를 답사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도로 상태나 거리, 소요시간 등을 점검함은 물론 아직 완전하지 못한 내 다리가 그 거리와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잔차로 인해 부상을 입었고 6개월 동안 재활을 했지만 아직 완전치 못해 최대한 조심해 가면서 라이딩을 해야 한다. 오랜만의 장거리 라이딩에 걱정이 태산인 마눌 달래 안심을 시키고 마눌은 제사 준비하러 자동차로, 나는 잔차로 둘이서 동시에 집을 나선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 수원 외곽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골냄새 가득하다. 저멀리 광교, 백운, 바라산의 산줄기가 눈에 들어 온다. 

 

 

 

# 비닐하우스 한 동 빌려 농사나 지어 볼까?

 

 

 

# 내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온전히 이 호수 때문이다.

 

 

 

# 아파트 뒷문 바로 앞에 의왕의 왕송호수가 있다. 호숫가로 산책로가 건설되어 있어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기에 그만이다. 이사온 직후 마눌과 한바퀴 돌아 보니 두 시간 정도 걸리더라. 저 멀리 산본의 수리산이 보인다.

 

 

 

# 호수가 주는 시원한 풍광과 바람이 좋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겨울에는 좀 추울 것 같긴 하지만 여름엔 에어컨 켤 일 없을 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기에도 좋고.

 

 

 

# 마눌은 자동차로 나는 잔차로 동시에 출발했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나타난다. 6개월 만의 라이딩이라 호흡이 금세 가빠진다.

 

 

 

# 최대한 조심하면서 페달링을 했다. 부곡나들목, 한세대학교, 당정 공단을 거쳐 금정역에 도착했다.

 

 

 

금정역에서 잠시 한숨돌리며 물 한 잔 마셨다. 편의점에 들렀다 잔차에 다시 올라 출발을 하는 순간 갑자기 뻥하는 소리가 나더니 뒷바퀴가 폭삭 주저앉아 버린다. 엄청난 소리로 봐서 가벼운 펑크가 아니라 튜브가 완전히 터져버린 모양이다.

 

잔차를 6개월 동안 세워 두었더니 바람이 빠져 있길래 출발하면서 최대한 빵빵하게 채워 넣었는데 무언가 잘못된 모양이다. 튜브가 낡았거나 공기압이 과도했거나...

 

튜브를 교체할 생각으로 배낭을 뒤지니 아뿔싸! 튜브가 있기는 한데 로드용이 아니라 MTB용 튜브가 들어있다. 6개월 전 마지막으로 잔차를 탄 것이 수리산 임도 라이딩이라 MTB를 몰고 나갔었고, 그때 챙겨 둔 배낭을 그대로 메고 왔더니 엉뚱한 튜브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잔차를 둘러메고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 나섰다. 금정역 전철 선로 아래 굴다리를 통해 산본으로 넘어갔다. 금정역 앞에는 꽤 유명한 샵이 하나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일요일에는 쉰다는 글이 매달려 있다. 이제는 산본 안으로 한참을 들어 가야 샵을 찾을 수 있다.

 

잔차 바퀴 분리해서 손에 들고 택시를 잡았다. 두어 번 실패를 한 후 택시를 탔는데 30여m도 못가 택시 기사가 길 옆에 있는 잔차 수리점을 발견한다. 이런...

 

급히 택시를 내린다. 그런데 마읍이 급했나? 서두르느라 택시 시트에 체인이 닿았나 보다. 기름이 묻었다고 택시기사가 엄청나게 화를 낸다. 자세히 보니 딱 개미 몸통만큼 기름이 묻었다. 휴지, 물티슈 총동원해서 기름을 닦아 주었다. 꼭 30m 타고 택시비 주었는데 세탁비를 받고 싶었나보다.

 

계속 화를 내는 택시기사를 달래 보내고 수리점에 들어 갔더니 손님이 많은지 주인이 무척 바쁘다. 종업원인지 나이 지긋한 사람이 튜브를 교환해 준다. 과연 튜브는 구멍이 크게 뚫려 사용할 수가 없다. 오래 세워 두었던 자전거라 뒷 드레일러의 변속이 시원찮아 조정을 부탁해서 그것까지 손을 보았다.

 

고치는 동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별 생각없이 공임 지불하고 자전거 수리점을 나섰다. 금정역으로 복귀한 후 굴다리를 다시 지나고 안양천 자전거도로에 내려서기 위해 다리에 올라섰다. 제법 오르막이라 뒷드레일러를 변속하는 순간 갑자기 뒷바퀴가 급정거를 하며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빡 하고 크게 난다.

 

급히 자전거를 내려 살펴보니 어머나! 체인이 스프라켓 뒷쪽 홈에 끼어 있고 뒷 드레일러를 연결하는 행어가 뚝 부러져 있다. 아마도 변속을 하는 순간 체인이 이탈해서 스프라켓 뒤 홈에 끼어버린 모양이다. 체인이 끼면서 그 충격으로 헹어가 부러져 버린 것이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람! 오늘 일진이 사나운 것인가? 계속 금정역에서 문제가 벌어지는 구나! 아까 그 수리점에서 드레일러 조정을 하면서 너무 많이 풀어 둔 모양이다. 그래서 변속하는 순간 체인이 이탈해 버린 것이다.

 

다시 자전거를 둘러메고 금정역 굴다리를 건넜다. 오늘 벌써 두 번째 이 길을 잔차 둘러메고 건너고 있다. 낑낑 한참을 걸어 그 수리점을 다시 찾았다. 과연 그 수리한 사람은 전문 수리기사가 아니다. 그냥 어께 너머로 배운 솜씨로 쉬운 수리 정도만 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하지만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있나!

 

누구의 잘못을 떠나 잔차 수리가 우선인데, 내 잔차인 엘리엇은 부품이 흔하지 않아 주문을 해야만 한단다. 시일은 한 이삼일 소요된다고 한다. 별수 있나? 일단 수리를 부탁하고 맨몸으로 수리점을 나섰다.

 

잔차없이 맨몸으로 금정역까지 걸어 갔다. 잔차 페달과 신발이 결합되는 클릿슈즈를 신고 보도를 걸어 가려니 뒤뚱뒤뚱 소리도 요란하다. 게다가 쫄바지에 헬맷 쓰고 잔차없이 전철을 타니 사람들 시선이 따갑다. 그렇게 전철로 성대역으로 돌아가고 다시 마을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털썩 주저 앉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전철 타고 큰집으로 갈까 하다가 이왕 마음 먹은 김에 끝장을 볼 작정을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로드 대신 MTB를 몰고 집을 다시 나섰다.

 

  

# 오래 세워 둔 잔차라 정비가 필요한데 마음이 급해 그냥 몰고 나왔다.

 

  

# 이번에는 호숫가로 돌아 가보기로 했다.

 

 

 

왕송호숫가를 돌아 달리다 의왕역 굴다리를 지나고 부곡동 중심지를 지나 다시 군포 당정동, 한세대, 당정공단을 지나 금정역에 도착했다. 금정역은 오늘 하루에만 세 번째이다.

 

금정역 앞에서 안양자전거도로에 내려선다. 그런데 이곳부터 강력한 맞바람이 휘몰아 친다. 당연히 속도가 뚝 떨어진다. 시속 15km를 넘기기가 어렵더니 안양천 본류에 들어서자 아예 10km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이 정도면 강한 맞바람의 영향도 있지만 잔차에 문제가 있다. 하차하여 확인하니 과연 싯포스트의 결합이 헐거워져서 계속 안장높이가 내려 앉고 있고, 앞뒷바퀴 모두 구름성이 아주 나쁘다. 6개월 동안 방치해 두었더니 잔차 이곳저곳에 고장이 생긴 모양이다.

 

샵에 들러서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어려울 것 같고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만 조이고 닦으며 손을 본다.

 

 

 

# 오랜만에 달려보는 안양천 자전거도로. 햇살 따스하고 날씨 화창하지만 강력한 맞바람이 불어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다.

 

 

 

# 아주 힘들게 안양 자출사 공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라이딩이라 똥꼬가 찌릿찌릿 아프다.

 

 

 

# 강변엔 봄 기운이 가득하다. 진달래 벚꽃이 활짝 피었다. 그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자전거도로는 만원이다.

 

 

 

# 박달동 쪽으로 휘감는 둔치에는 안양시에서 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오늘 안양천에서 여러 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금천구, 구로구 등등...

 

 

 

# 천변을 잘 관리해 놓으니 시민들이 다양하게 그곳을 즐기고 있다. 강은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를 해야 한다.

 

 

 

 

석수동을 지나면서부터는 예전에 광명에서 자출하던 그 코스대로 북상한다. 그런데 오늘 내 잔차들은 둘 다 정말 무시무시하게 말썽이다.  로드는 펑크와 행어 절단으로 병원 신세 중이고 MTB는 구름성 저하로 거북이가 되어 있다.

 

강한 맞바람이 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6개월 만의 라이딩이라 똥꼬도 아프고 장경인대염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여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준으로 주행을 했다. 그랬더니 다른 잔차는 물론 마실 나온 아줌마들조차 나를 추월하는 지경이다. 에구구~~

 

 

 

# 고행의 수준으로 라이딩을 하여 철산교 근처 강둑으로 올라섰다.

 

 

 

# 늘 아침 저녁으로 잔차 타고 달리던 곳인데, 오랜만에 왔더니 꽃잔치가 벌어져 있다. 이 좋은 풍광을 모두 놓치고 이 봄을 다 보냈다.

 

 

 

# 거의 탈진 수준이 되어 회사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에 도착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30km 거리라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는데, 무려 다섯시간이 걸렸다. 펑크, 수리, 다시 고장, 또 수리, 전철 타고 집으로 귀가, MTB로 바꿔 재출발 등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이다. 덕분에 출퇴근 예상시간을 체크해 보려던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사무실 앞 벤치에 앉아 한참을 휴식한 후 큰집이 있는 용산으로 가기 위해 안양천 자전거 도로로 다시 나갔다. 맞바람은 여전히 강력하다. 바퀴가 굳은 듯 잘 나가지 않는 잔차를 살살 달래 가며 북상하여 한강합수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우틀하여 여의도 방향으로 북동진한다.

 

아~ 이곳도 맞바람이다!! 너무 힘들어 사진 찍을 생각도 경치 구경할 생각도 못하고 낑낑 진행하여 성산대교, 양화대교, 여의도를 지나 한강대교에 도착했다.

 

이후 한강대교를 타고 한강을 건넌 다음 한강대로를 타고 북상하여 삼각지역에 있는 큰집에 도착했다. 집 나선지 무려 일곱 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했다. 샤워하면서 보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

 

큰일났다, 이렇게 해서 매일 60km 자전거 출퇴근을 어떻게 하나?? 몸이야 천천히 만들고 일단 잔차부터 둘 다 고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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