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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잔차이야기]자출길 사고! 본문
아침 8시 정도에는 회사에 도착을 해야 샤워하고 옷 갈아입은 후 8시 30분쯤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는 7시 이전에 출발을 해야 하고 자출 시간도 1시간 정도에 끊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다리에 힘도 힘이지만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었거나 준비가 되고 있다. 강이나 개천을 따라 독립된 형태로 개설된 자전거 도로, 자동차 도로 바깥 차선에 작은 차선 하나를 확보하여 만든 자전거길, 인도의 한 켠을 자전거도로로 활용하게 만든 도로 등 현지 여건에 따라 자전거 도로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라고 해도 각 지자체장의 관심이나 의식 수준에 따라 그 운영이나 관리는 천차만별이다. 수도권에는 한강이라는 큰 강과 안양천, 중랑천, 탄천 등 많은 지천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 하천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아주 긴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자전거도로 중에서 한강이나 안양천 서울 구간, 중랑천, 탄천 등은 평소에도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어 노면상태나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에 안양천 안양 구간과 양재천 과천 구간 등은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사안일한 행정으로 인해 방치된 채 노후화되고 누더기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구간에 이용객이 적은 것이 아니다. 안양천이나 양재천의 경우 산책 나온 사람들과 자전거 타고 나온 사람들로 늘 인파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자전거 도로에 사람은 넘쳐 나고 도로 사정은 누더기이니 늘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속도도 낼 수 없어 자출길로는 영 마땅치 않다.
수원으로 이사하고 다시 자출을 시작한 이후 이런저런 코스를 탐색하다가 안양천 자전거도로의 열악한 노면 상태 때문에 출근시간에는 안양천을 포기하고 그냥 도로를 따라 달리는 코스를 선택했다.
수원 입북동을 출발해서 의왕 부곡동을 통과하고 한세대학교, 금정역, 명학역을 거쳐 안양역과 관악역의 전철 길 곁 도로를 따라 북상하여 석수역쯤에서 안양천 자전거도로에 내려서는 코스를 선택하니 거리도 2,3km 정도 짧아지고 시간은 1시간 정도에 주파가 가능하다.
4월 24일. 나무의 날. 여느 때처럼 가볍게 몸 풀고 두 바퀴 굴려 집을 나섰다. 왕송호숫가를 돌아 의왕 부곡역 앞을 지나고 한세대, 금정역을 지나 자동차 도로를 따라 질주한다. 그러다 안양 명학역 앞 오르막에서 신호에 걸려 좌회전을 준비한다.
이 도로는 어제 출근할 때와는 달리 아스팔트가 새롭게 포장이 되어 있다. 아마도 어제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하였는지 뜨거운 아스팔트 포장과 차가운 밤 외기의 온도차이 때문에 도로에 이슬이 맺혀 물기가 가득하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힘차게 출발한다. 크게 외곽으로 돌아 오르막을 댄싱으로 치고 올라 좌측으로 턴을 하는 순간, 아뿔싸! 새롭게 포장된 도로 때문에 생긴 물기에 밀려 앞바퀴가 도로 바깥쪽으로 미끄러진다. 재빨리 중심을 잡으려고 핸들조작을 해보지만 간밤에 한 도로 포장 때문에 단차가 생겨 도로에 큰 턱이 나 있고 그곳으로 바퀴가 빠져 버렸다.
그 순간 앞바퀴가 멈춰 서며 내 몸이 공중에 거꾸로 붕~ 떠 버린다. 그리곤 자전거 드랍바를 잡은 채 거꾸로 뒤집혀 등과 옆구리 쪽으로 떨어져 버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등과 옆구리에 전해진다. 고통이 아주 심했지만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차도에 떨어지면 달려오는 자동차에 의해 2차 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 본능적으로 일어난 모양이다.
다만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나가떨어지는 그 순간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기는 하였다. "아, 그동안 너무 설쳤구나! 매일매일 줄어드는 자출 시간에 너무 오만하였구나! 5분, 10분 줄어드는 그 작은 성취에 너무 가벼이 우쭐거렸구나!" 하는 자책이 그 짧은 순간에 머리를 스쳤다.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피니 불행 중 다행으로 나가떨어진 곳이 도로가 아닌 인도이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이곳저곳 만져 보니 옷이 몇 군데 찢어지고 무릎과 어깨 등에 찰과상이 보이고 피멍이 들기는 했는데 피가 철철 흐르거나 어디 부러진 곳은 없어 보인다. 헬멧 착용했으니 머리도 이상이 없다.
다음으로 자전거를 살피는데 희한하게 자전거는 어디 휘거나 스크레치 하나 나지 않고 멀쩡하다. 사람은 물구나무를 서서 완전히 공중으로 나가떨어졌는데 자전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는 듯 아무 흔적이 없다.
다시 한번 몸의 상처를 살펴 사고에 비해 큰 데미지가 없고 잔차 멀쩡함을 감사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몸이 아픈 곳도 없고 잔차도 멀쩡해서 평소처럼 바람같이 내달려 회사에 도착했다. 지하 헬스장에서 샤워하며 보니 어깨, 무릎, 옆구리에 찰과상이 생겨 쓰라릴 뿐 어디 아프거나 결리는 곳은 없다. 따라서 이후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를 했다.
그런데 퇴근시각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몸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슴이 아파 몸을 펴기가 어렵다. 결국, 마눌에게 연락해서 차 가지고 오라 하고 그 차편으로 퇴근을 하였다. 마눌은 응급실이라도 가 보자고 하지만 일단 하룻밤 자 보고 뒷날 병원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멘소래담 맛사지를 하고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어렵게 온몸이 결리고 아프다. 하루 쉬었으면 좋으련만 마침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마눌이 태워주는 차편으로 억지로 출근을 하였다.
회사에 출근하여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잊어버린 건지 몸이 부드러워진 건지 통증이 조금 덜하다. 바쁜 일 처리해 두고 오후에 정형외과에 들러 사진 찍고 몇 가지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다. 다만 강한 충격 탓에 몸에 이상이 왔다 한다. 물리치료 받고 소염제를 처방받았다.
그동안 내 삶이 파란만장하여 웬만한 충격에는 내성이 생겼는지 하룻밤 자고 나니 가슴과 등에 통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저녁에 마눌과 외식하며 반주로 막걸리를 한 잔 했는데 술맛도 여전한 것이 입맛도 변함이 없다.
그리하여 뒷날 다시 잔차에 몸을 올렸다. 다만 이후는 매사에 조심하고 속도에 너무 목매달지 말며 작은 성취에 오만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하였다.
# 자전거 기술 중에 잭 나이프(Jack Knife) 라고 해서 달리다가 앞 바퀴에 브레이크를 순간 잡아 뒷바퀴와 몸을 띄워 멈추는 기술이 있다. 그 기술을 잘못 쓰면 저런 모양으로 거꾸로 전복을 당하게 된다. 이번 사고는 완전히 저런 모양으로 나가 떨어진 것이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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