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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설악 주전골/雪岳 鑄錢谷 - 청명주전골(淸明鑄錢谷)!! 본문
당시 설악산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한계령은 도로가 유실되어 통행이 한 달 넘게 금지되었고, 필례령도 예외가 아니어서 토사가 도로를 덮치고 여러 곳에서 도로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도로뿐만이 아니라 주전골, 흘림골, 가는골, 귀때기골 등 설악 곳곳의 계곡들이 산사태 피해를 입어 계곡이 망가지고 심각한 지형의 변화를 초래 하였다.
당시 우리는 2년 동안 이어져 오던 백두대간 종주의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설악 일대의 피해 상황을 보고 태연히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죄스러워 두어 달 넘게 종주를 쉬어야만 했다.
그때 잠깐 가십성으로 스쳐 지나간 뉴스가 있었으니 주전골에서 상평통보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오색리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전골 산사태의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상류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꽤 많은 양의 상평통보를 발견한 것이다.
주전골은 예로부터 도둑들이 떼로 거주하면서 위폐를 주조(鑄造)했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던 곳이다. 그리하여 그 이름도 주전(鑄錢), 즉 돈을 주조하던 곳이라 불려 왔다.
그런데 산사태로 땅이 뒤집어지면서 엽전이 대량으로 발견되었으니 역시나 전설이 정확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오색리 마을 주민들은 전설의 이야기가 사실로 입증되었다고 한껏 고무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다고 하기엔 엽전의 상태가 의외로 깨끗하여 전설 속 도적들이 만든 위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당시 일부 뉴스에서 잠깐 거론되던 이 이야기가 그 후 어떻게 결론이 나왔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그때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라는 나름 일생의 도전 막바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국가적으로도 수해복구라는 큰 과제가 우선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아마도 잠깐 관심을 가졌던 주민이나 지자체에서는 수해복구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큰 이슈였고, 학계나 관계 당국에서는 밝혀보아야 역사적 경제적 효용이 떨어져 보이니 외면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흐지부지 잊혀졌을 것이다.
주전골 전설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증명할 좋은 기회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잊혀져 버렸다는 것이 돌아보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주전골의 전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를 가지는 일이니, 모처럼의 기회를 퇴락해가는 오색리와 주전골의 관광산업에 활용할 방안을 이제라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주전골은 오색약수가 있는 오색리에서 점봉산 자락으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흘림골과 갈라져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길과 이어져 한계령 계곡과 연결된다. 남설악이라 불리는 점봉산의 북쪽 자락을 흐르는 계곡이다.
옛부터 계곡이 깊고 그윽하며 옥수처럼 푸른 물과 청량한 바람 가득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맑고 푸른 계곡물에 비친 점봉산과 망대암봉의 기암절벽들이 빼어나고 특히나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마루금만 타는 종주산꾼이라 늘상 점봉이나 설악의 능선에서 내려다 볼 뿐 정작 그 계곡을 들어가 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가족모임을 설악의 오색에서 갖게 되어 가벼운 산책처럼 거닐 수 있는 주전골 탐방을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만났다 하면 항상 식도락 모임이 되고 술 좋아하는 이 많아 술이 과해지기 일쑤이다. 이번에도 밤늦도록 술잔이 오갔는데 나 역시 막걸리가 꽤 많이 과하였다. 뒷날 아침 일어나니 머리가 무겁고 속이 헛헛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서두는 부지런한 이들 덕분에 무거운 머리로 큰 기대 없이 산책하듯 주전골엘 들어갔다. 오색에서 약수 한 잔 마시고 계곡을 들어가는데, 숙취가 사라지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주전골의 맑고 푸른 계곡과 청명한 바람이 순식간에 숙취를 날려 버린 것이다.
주전골은 그런 곳이었다. 맑고 청명한 물과 바람으로 속세의 근심이나 질환쯤은 한 번 스침으로 날려버리는 치유와 회생의 계곡이었다.
청명주전골(淸明鑄錢谷)!! 일시 : 2014년 9월 14일, 해의 날
집에서 미리 여행 짐을 꾸려 차에 싣고는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신부 만나 행복하게 잘 살라 축하해 주고는 밥도 먹지 않고 결혼식 참석한 그 복장 그대로 출발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올라선 이후 고속도로를 두 개 갈아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내 달린다.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 설악으로 접근한다. 아직 한낮에는 더위가 기승인데 설악에는 벌써 가을 냄새가 곳곳에 스며 있다. 구불구불 구절양장의 한계령을 길게 올라간다. 달리면서 차창을 여니 서늘한 설악의 기운이 차 안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길게 올라 한계령 정상에 도착했다.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다. 주전골/鑄錢谷
<이곳저곳>
# 설악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한계령에 있는 저 비석은 옛날 백두대간 종주할 때 종일 비 쫄딱 맞고 점봉산, 망대암산을 넘어 후줄그레한 모습으로 도착 포즈를 취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 한계령 휴게소 너머로 설악의 준봉이다.
# 한계 계곡 우측으로 망대암산의 암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 필례령 너머 망대암산이다. 점봉은 그 너머에 있을 것이다.
# 양양쪽으로 구불구불 내려 가면 오색리가 나온다. 저 호텔은 맨날 지나치기만 했지 들르기는 처음이다.
# 그곳에 있는 콘도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가족들은 오전에 도착해서 곧장 동해로 넘어 갔었나 보다. 그곳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실컷 먹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마음껏 맞았다 한다.
그들이 챙겨온 해산물로 저녁 만찬을 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오고가는 술잔이 속도도 빠르고 양도 많았다. 나는 요즘 계속 술 마실 일이 많았는데 이 날도 브레이크 없이 제법 많이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숙취로 머리가 어지럽고 속도 불편하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평소 한 곳에 미적대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숙취에 잠까지 부족하니 컨디션이 엉망이다. 서열 높은 사람들이 앞장서니 마냥 게으를 수 없어 따를 수 밖에 없다. 아침 끓여 먹고 서둘러 주전계곡으로 향했다.
# 우리 부부는 엄마 아빠는 못되었어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되었다. 저 녀석은 내가 맨날 짓궂게 장난을 쳤더니 나를 가장 무서워 한다. 볼 때마다 고추를 만졌더니 나를 고추할아버지라 부른다.
# 상가단지를 지나 내려가면 주전골 계곡이 나온다.
# 공단에서 주전골 자연관찰로를 잘 만들어 두었다.
# 그 초입은 오색약수이다.
# 저 계곡 바위 암반에 약수터가 있다.
# 주전골은 물이 정말로 맑다.
# 계곡가 암반 끝자락에 약수가 솟는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저걸 또 어떻게 발견하였을꼬?
# 물맛은 쇠맛이 나고 강렬하여 많이 먹을 수가 없다.
# 약수 한 잔 마셨으니 이제 주전골 탐방을 할 차례이다.
#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출발이다.
# 계곡을 넘나들며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 오랜만의 모임이라 간밤의 술자리가 아주 은성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고 속도 많이 쓰렸다.
# 하지만 주전골 계곡에 들어 선지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숙취와 속쓰림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맑고 청량한 바람이 폐부 깊숙이 들어와 속을 씻어 주고, 기막힌 풍광이 눈을 맑게 해 준 덕분이다.
# 계곡을 따라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 산모퉁이를 돌아가자 사찰이 하나 나타난다. 성국사이다. 약수가 있다고 적혀있다. 내려 올 때 보기로 하고 통과.
# 계곡이 하 아름답고 싱그러워 모두들 넋을 잃었다.
# 맨날 산마루금만 타고 다니다가 이렇게 계곡으로 들어 오니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 마루금에서 보는 산과 계곡에서 보는 산은 또 다른 세상이다.
# 무엇보다 이렇게 맑고 시원한 물소리가 으뜸이다.
# 산모퉁이를 돌아가자 계곡 왼쪽에 독주암이 우뚝 서 있다.
# 산 정상에 오직 한 사람만 앉을 수 있어서 독주암이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
# 그 보다는 홀로 우뚝 서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이가 무려 120미터이다.
# 깎아지른 암봉마다에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렸다.
# 참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절경이다.
# 오래 그 자리에서 그 빼어남을 감상했다.
# 벼랑에 뿌리를 내린 채 위태롭게 매달린 나무들이,
# 마침내는 낙락장송으로 자랐다.
# 독주암 앞에는 또다른 약수가 발견되었다는데 우리는 못 보고 지났다. 대신 독주암의 정기는 흠뻑 받았다.
# 대단하다!
# 물이 맑다 못해 옥색이다.
#
# 다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 그곳에 선녀탕이 있다.
# 선녀들은 목욕할 곳 많아 좋았겠다. 우리나라 명산 계곡 곳곳에 선녀탕이 있으니...
# 독주암에 못지 않은 암봉들이 즐비하다.
# 서양미술보다는 동양화의 모델로 훨씬 어울릴 듯 한 풍광이다.
# 암봉, 계곡, 물소리, 바람... 모든 것이 최고이다.
# 고개 들면 절경의 암봉들이 빼어나고,
# 고개 숙이면 청량한 계곡이 굽이친다.
# 한차례 걸어 올려 금강문에 도착했다.
# 청계산 매봉 가는 길에 있는 돌문바위처럼 생겼다.
# 지혜가 금강석처럼 단단해지길 기원하며 그 문을 통과한다.
# 금강문 바로 윗쪽에서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 우리는 일단 우측에 있는 용소폭포를 보기로 한다.
# 이 암봉을 기점으로 계곡이 시작된다.
# 약수터에서 2.7킬로미터 올라왔다.
# 지리산 중산리계곡에 있는 망바위 분위기가 난다.
# 용소폭포는 갈림길에서 지척이다.
# 용소는 선녀탕 만큼이나 흔한 지명이다.
# 용 한마리쯤은 너끈히 품어 줄 만한 소와 폭포를 가졌다.
# 윗쪽에서 보니 그 위용이 훨씬 실감난다. 폭포 상단에서 비료포대 하나 깔고 미끄러지면 멋진 워터 슬라이드가 될 듯 하다.
# 용소폭포 입구에는 좀 억지스런 이름을 가진 주전바위가 있다. 내 눈에는 동전을 쌓았다기 보다는 책이나 떡을 켜켜이 쌓은듯 보였다.
# 용소폭포에서 우측으로 잠깐 오르면 한계령 고갯길에 있는 주전골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우리는 그곳 말고 갈림길로 복귀했다. 그곳에서 잠시 의견을 나눈 후 흘림골 쪽으로 올라가 십이폭포를 보고 오기로 했다.
# 지난 여러 해 동안 누적된 수해의 흔적이 남아 있다.
# 그래도 계곡은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다.
# 이 쪽은 계속 오르막이 이어진다.
# 넓은 마당바위가 나온다.
# 우리 가족들 별 생각 없이 주전골을 찾았다가 참으로 멋진 계곡을 보고 간다. 다들 감탄사 연발이다.
# 골은 점점 깊어지고,
# 암봉은 더더욱 기기묘묘해진다.
# 마가목이 절벽에 자리 잡고 빠알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 아예 흘림골까지 모두 돌아 봤으면 했지만 대세는 십이폭포까지만 가길 원한다.
# 계곡 우측에 높이가 족히 20여미터는 됨직한 폭포가 있다. 다만 물줄기가 졸졸 흐르는 수준이라 이름은 얻지 못했다.
# 우기에는 제법 장관을 이루겠다.
# 잠시 오르자 십이폭포가 나타난다.
# 십이폭포는 와폭이라 진면목을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 십이폭포 오르는 우측의 암봉이 참으로 기묘하게 생겼다.
# 열두 구비를 휘감아 내린단다.
# 폭포 중간으로 내려가 그 물줄기에 손을 담가 본다.
# 엎드려 그 물을 마셔도 본다.
# 십이폭포의 장관을 오랫동안 감상한 후 다들 하산한다.
# 그런데 나는 그즈음에 갑자기 허벅지 근육통이 시작된다. 요근래 자전거를 너무 무리해서 탄 탓인가보다. 이런 증상은 7, 8년전 한북정맥을 시작할 때 똑같이 나타났었다. 그때도 자전거를 무리하게 탔었고... 아마도 자전거 근육과 산행근육이 달라 근전환에 혼란이 와서 그런 듯하다.
# 최대한 천천히 근육을 달래가며 하산한다.
# 그렇게 천천히 하산하여 올라갈 때 지나쳤던 성국사에 들렀다. 그 절 마당에 있는 약수도 한 잔 마시고...
이후 오색그린야드로 복귀하여 산행을 마쳤다. 가족들을 만나니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주전골이 뜻밖에도 그림 같은 풍광과 옥색의 계곡물, 그리고 청량한 골바람으로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 주었다며 감탄 연발이다.
나 역시 설악은 늘 마루금으로만 다니느라 이런 계곡은 처음인데 뜻밖의 놀라운 경험을 한 셈이다. 설악에는 이런 알려진 계곡 외에도 숨어 있는 계곡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앞으로 그 계곡들을 하나씩 더듬어 보는 것도 소소히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기대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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