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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백두대간 저수령/低首嶺-한 해 분량의 기원(祈願)!!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시산제]백두대간 저수령/低首嶺-한 해 분량의 기원(祈願)!!

강/사/랑 2015. 3. 17. 13:18

[시산제]백두대간 저수령/低首嶺

 

 




한때 오케이 목장은 대한민국 산꾼들의 정보 집합소이자 놀이터 역할을 충실히 하였고, 그들이 만들어 둔 놀이터는 목장주의 매출 증대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드니 자연히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그들이 생산하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자 자연스레 그 자료의 관리 비용도 증가하게 되었다. 큰 장사꾼은 비용과 투자를 잘 구분하고 투자의 경우 그 지출에 과감하다. 하지만 목장주는 작은 장사꾼이었는지 누적된 데이터 털어내기 등 장난을 치기 시작하였다.

 

목장주의 장난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고, 그것에 분노한 산꾼들은 하나둘 목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장을 떠난 홀로 산꾼들이 다음 포털에 카페를 개설하여 새로운 모임 장소를 만든 것이 십 년 전의 일이다.

 

이 홀로 산꾼들의 모임은 그 구성이 느슨한 형태라 그 흔한 대장도, 회장도, 총무도 없다. 다만, 사이버 공간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다녀온 산길의 정보를 나눌 뿐이다. 간혹 번개 모임으로 함께 술잔을 기울이거나 소소하게 몇몇이 팀을 이뤄 산길을 함께 걷는 것이 전부이다.

 

모임이나 조직도 사람과 같다. 일단 모임이 결성되면 무형(無形)의 이 시스템은 유기체처럼 생명력(生命力)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태어나고 성장하며 늙고 병들어 죽는다. 사람이 품성 따라 성격이나 행동이 다르고, 나이 따라 행동 양식이 다르듯 조직도 그 성격이 천차만별이고 시기 따라 활성도(活性度) 역시 달라진다. 

 

홀로 산꾼들의 이 모임도 어느덧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을 함께 하였다. 그동안 눈 푸르던 청춘들은 장년(壯年)이 되었고, 완숙미(完熟美) 넘치던 장년들은 정년퇴임 하여 뒷방 노인 냄새를 풍기게 되었다. 아빠 손잡고 쫄랑쫄랑 뛰어다니던 꼬맹이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하고, 군인이 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흐르긴 많이 흘렀다.

 

사람이 변하니 모임도 변하였다. 열정(熱情)으로 똘똘 뭉쳤던 대간꾼들은 백두대간은 물론이요 아홉 정맥까지 모두 마쳐 버렸다. 그리하여 어느새 열정도 시들어 아예 산길을 벗어난 이도 있고, 산에는 가되 모임과는 거리를 두어 눈도장도 글도장도 댓글도장도 귀찮아하는 이가 부지기수다.

 

자연히 모임에는 활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의 흐름도 약해졌다. 원래 태생부터 혼자 산경표 찾아다니는 산꾼들의 느슨한 형태의 놀이터 혹은 정보소통의 장(場)으로 출발한 것이니 지금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슬픈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번 저수령 시산 모임에서 산신령께 세대별로 절을 올리는데, 어느새 사십 대가 제일 막내 그룹을 이루고 있고, 전야 모임에서 술 한 두어 잔 마시고 각자 텐트로 들어가서 일찍 쉬는 이가 태반이 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러하였다.

 

유기체가 활력을 되찾는 데는 물리적인 처방과 정신적인 조치가 필수이다. 물리적 방법으로는 젊은 피의 수혈(輸血)을 들 수 있다. 새로운 피의 수혈은 활력 회복의 물리적 토대가 된다. 다음으로 정신적 방법은 구성원 마인드의 혁신(革新)이 우선이다.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행동의 변화는 습관의 변화, 나아가서 본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생각의 변화를 위해서는 열정(熱情)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열정이야말로 활력의 키워드이다. 열정은 관심을 부추기고 참여를 이뤄낸다. 그리하여 열정이 있는 모임에는 자연 젊은 피들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 그렇게 유기체는 활성화되고 건강성을 회복한다.

 

그곳에 답이 있다. 하지만 그 답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열정이란 것이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닌 탓이다. 우리처럼 뚜렷한 구심점 없는 느슨한 형태의 모임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희미한 열정의 불씨를 되살려 활동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혹은 오래되어 편안해진 낡은 신발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몸에 익숙한 그 느낌대로 갈 것인지...

 

그렇게 각자 선택한 대로 이 모임에 접근하다 보면 큰 흐름이 나타날 것이고, 그 대세에 따라 이 모임은 흘러갈 것이다. 그 흐름대로 하면 될 것이다.

 

 


한 해 분량의 기원(祈願)!!


일시 : 2015년 3월 14, 15일. 흙과 해의 날.


 


 

2015년 홀로 산꾼들의 시산 모임이 백두대간 저수령으로 확정되었다. 저수령은 백두대간이 월악에서 소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고개이다.

 

2005년 겨울에 그 고개를 지났으니 꼭 십 년 만의 재방문이다. 그때는 열세 시간 동안의 긴 산행과 엄청나게 낮은 기온, 강력한 칼바람에 극도로 지쳐 있던 상태였다. 지친 마눌 이끌고 저수령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 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인적없이 캄캄하였다.

 

다만 차가운 바람만 텅 빈 고개 위를 휘몰아치고 있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저수령(低首嶺)은 고개를 숙여 넘던 고개란 의미이다. 고개 이름이 왜 저수령인지를 실감케 한 순간이었다.

 

이제 십 년 세월 흘러 편안하게 자동차 몰고 산 동무들 만나러 그 고개를 다시 찾아 올라갔다.



저수령/低首嶺

경상북도 예천군의 상리면 용두리에 있는 고개이다. 안골 서북쪽의 소백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단양군 대강면 울산리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몹시 높고 길어서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내용은 지명이 '고개의 지리적 환경'에서 유래하였음을 시사한다. 현재는 927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으며, 관련 지명으로 고개에 저수령휴게소가 있다.

 

<이곳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이번 모임에는 카메라를 집에 두고 가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 저수령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만종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남하하였다. 단양나들목을 나오면 염소 전골이 유명한 식당이 나온다. 예전 모임 때 발견한 집이다. 염소 특유의 잡냄새가 없고 맛이 훌륭하였다. 이후 가족들과 여러 차례 재방문했는데 맛에 변함이 없다. 그러니 이 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 맛은 여전한데 값이 조금 올랐다. 대강막걸리의 맛 역시 여전하다.

 

 

 

# 사인암을 거쳐 구절양장 저수령을 올라갔다. 시각이 꽤 되었는데 고개 위가 한산하다. 휴게소는 텅 비었는데 저 멀리 고개 입구에 낯익은 차 한 대가 서 있다. 진주 객선생의 애마이다. 그곳에 가보니 우측 산 위가 소요하다. 고개에서 잠시 오른 곳에 지역주민들이 만든 해맞이 장소가 있는데, 전날 만났다는 객선상, 샷다님, 오투님을 비롯, 익산 산꾼 파키라까지 둘러앉아 술 마실 준비가 한창이다.

 

 

 

# 잠시 담소하다가 그들은 그곳에 집을 짓고 우리는 저수령으로 내려 왔다.

 

 

 

# 이윽고 하나둘 경향각지의 산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수령 휴게소는 이미 오래 전에 영업을 중단한 모양이다. 한 때의 영화를 뒤로 하고 쓸쓸히 폐허가 되어 가고 있다. 그 마당에 각자의 집을 지었다.

 

 

 

# 두루님의 힐맨텐트. 무거운 놈이지만 동절기 공용텐트로 그만이다.

 

 

# 포항산꾼 쇠돌이님이 올해는 싱싱한 회를 잔뜩 준비해 왔다. 작년에는 문어를 챙겨 왔었다. 감사히 먹었다.

 

 

# 익산이 고향인 사람과 익산에 사는 사람이 술잔을 나눈다.

 

 

 

# 해를 넘긴 만남이라 반가움의 강도가 세다.

 

 

 

시간이 흘러 경향 각지의 산꾼들이 속속 찾아든다. 하루 전날 모인 사람들은 월악산 산행을 하고 왔다. 모임 장소인 저수령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마당에 집들을 짓고 행사를 했다.

 

제각기 음식을 많이 준비해 왔다. 포항 쇠돌이님은 싱싱한 회를 공수해 왔다. 울산 구경쟁이님도 바닷가 사는 이 답게 회를 챙겨 왔다. 두 분은 작년에도 똑 같이 문어를 준비했었다.

 

솜씨 좋은 솔향기님은 돼지머리를, 오투님은 떡을 책임지셨다. 박장군님은 삼색 나물을 준비해서 뒷날 쓱쓱 비빔밥을 만들었다. 솔사랑도 술꾼들 속풀이 용으로 동태찌개를 준비했다. 그 외에도 각자 다양한 먹을거리와 막걸리를 준비했다. 먹을거리 풍부하고 술은 넘쳐났다.

 

술이 한 순배 돌자 술꾼이 절반 정도만 남았다. 공통된 행사 진행이 없었고, 나이 들어 몸 부실해진 이들이 많아진 탓이다. 우리 모임이 오래되기는 한 모양이다.

 

그래도 술 고프고 사람 고팠던 이들은 끝까지 남아 술잔을 돌렸다. 나도 오랜만에 꽤 많이 달렸다. 아마 요 몇 년 사이에 가장 많이 마셨나 보다. 나중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텐트로 들어갔다. 얼마나 마셨는지 몇 시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뒷날 아침 일어나니 욕지기가 치민다. 옛날 술꾼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 은성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해장국 끓여 먹고 시산제를 위해 이동하였다.

 

 

 

# 백두대간 문복대 방향으로 올라 갔다. 이정목에는 용두산 방향이라 적혀 있다.

 

 

 

# 저수령 일대는 낙엽송 군락지이다.

 

 

 

# 바로 위에 지역 주민들이 조성한 해맞이동산이 있다. 어제 객선상 일행은 이곳에서 아영했다. 원래 계획은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올라 헬기장에서 시산제를 지낼 작정이었으나 그냥 이곳에서 하기로 중론이 모아졌다.

 

 

 

# 아랫쪽으로 예천군 상리면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 대간 좌측으로 뻗어 있는 저 산줄기에 용두산이 있는 모양이다.

 

 

 

# 손 빠른 이들이 재빨리 제물을 진설한다.

 

 

 

# 올해는 큰 형님들이 참석하지 못하셔서 졸지에 오투님이 최연장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 모임은 정말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없었어도 이미 제일 막내가 사십 대인 모임이 되었다. 젊은 피의 수혈이 절실하다.

 

 

 

 

# 우리 홀로산꾼들 올 한 해 무탈하게 산행하게 해 주시고, 더불어 국태민안하게 해 주옵소서!

 

 

 

# 찍사들 제외하고 내 스맛폰 앵글 안에 들어온 산꾼들! 모두들 행복하시길!

 

 

 

# 행사가 너무 길다. 배 고프고 술 고프니 빨리 먹세!

 

 

 

# 정성이 깃든 음식들이라 달고 맛나다. 배 부르게 먹고 마셨다.

 

 

 

그렇게 저수령 시산 모임을 마무리했다. 여러 느낌과 이야기들이 섞여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 복잡할 것 없는 일이다. 산이 좋아 산에 들었고, 산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오래 사귀었다.

 

이제 세월 흘러 열정의 붉은 빛이 빛바래기는 하였지만, 오래 묵은 된장의 구수함처럼, 잘 익은 젓갈의 곰삭은 맛처럼 그렇게 산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 귀가하는 길에 사인암을 찾았다. 단양은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 조물주가 칼날로 바위벽을 삭뚝 잘라 놓은 듯하다.

 

 

 

 

# 집에 돌아오니 아직 해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잔차 몰고 밖으로 나갔다.  이틀 동안 많이 먹고 마시기만 하였더니 몸이 근질근질 하였다.

 

 

 

# 나야 한겨울에도 잔차 타고 출퇴근을 하였지만 마눌은 정말 오랜만의 라이딩이다.

 

 

 

# 안양천 자전거 도로 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꿔 수원으로 들어갔다.

 

 

 

# 의왕소방서에서 수원 지지대고개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예전에는 자동차 도로를 이용해야 해서 아주 위험했는데 이번에 보니 자전거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 지지대고개 정상에서 의왕과 수원이 경계한다. 한남정맥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 고개 우측에 지지대 비각이 있다. 한자에도 반복된 글자를 나타내는 반복 생략 표시의  땡땡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지대(遲遲臺) 란 각자(刻字)가 있다.

 

 

# 한 바퀴 돌아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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