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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7코스/외돌개월평 올레 - 혼돈강정(混沌江汀) 본문
南海之帝爲儵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남해지제위숙 북해지제위홀 중앙지제위혼돈)
- 莊子 應帝王篇(장자 응제왕편)
남해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자주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지극하게 그들을 대접했다. 숙과 홀이 혼돈의 덕에 보답할 것을 논의해 말하기를, “사람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인 칠규(七竅), 즉 눈, 귀, 입, 코가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쉰다. 하지만 이 혼돈에게만 없으므로 우리가 그 구멍을 뚫어주자”고 했다. 그리고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칠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마라분타(marabunta)'란 개미 무리가 있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열대우림(熱帶雨林)에 사는 군대개미를 말한다. 군대개미는 약 250여 종에 이른다. 이들은 일반 개미와는 아주 다른 생태습성을 지니고 있다.
개미는 꿀벌, 인간과 더불어 사회(社會)를 이루어 생활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대부분의 개미는 잘 조직된 사회 속에서 영농, 목축, 채집과 사냥, 가사, 국방과 공공 업무 등 인간 사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공동체 사회를 영위한다.
하지만 군대개미는 정착생활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착과 이동을 반복한다. 정착하는 동안 여왕개미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알을 낳아 무리를 불리는데, 열흘 만에 무려 삼십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폭발적 무리의 증가는 식량의 부족을 가져온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이동한다.
결국, 군대개미의 이동은 약탈 대상을 찾기 위한 전투지의 탐색이다. 군대개미는 일반개미에 비해 월등히 큰 몸집과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삼백만 마리에 이르는 엄청난 무리의 힘으로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다른 개미 집단이나 작은 곤충들은 물론이고, 덩치가 작거나 허약한 동물, 심지어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은 불문(不問)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쓸고 간 지역은 순식간에 폐허가 된다.
여기 또다른 한 무리의 집단(集團)이 있다. 그들은 성직자, 환경단체, 자칭 시민단체, 정당, 노조, 청년 학생 그리고 우수마발(牛溲馬勃)로 이뤄져 있다.
정착기에 그들은 신(神)을 찾기도 하고, 환경을 노래하기도 하며 TV에 나와 정의를 부르짖기도 한다. 고귀한 언어와 온화한 웃음, 정의로운 구호, 감성적 접근으로 순수하나 기성 사회에 불만이 있기 마련인 젊은 원군(援軍)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다 때가 되면 그들은 이동하여 집단을 이룬다. 그 집단은 연대(連帶)가 되기도 하고, 위원회(委員會)가 되기도 하며 연합회(聯合會)가 되기도 한다. 이름이야 무엇이든 그들의 집단은 호전적이며 공격적이다. 입으로는 신(神)의 이름과 아름다운 자연, 안온한 평화, 강물 같은 정의를 부르짖지만, 그들의 손에는 돌멩이와 몽둥이 심지어는 죽창까지 들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들의 손에 들린 물건이 아니라 출처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맹목적 분노(憤怒)와 호전적 열정(熱情)이다. 그 분노와 열정으로 그들은 사패산 터널, 천성산 터널, 새만금 방조제, 부안 방폐장, 밀양 송전탑, 미군 장갑차 사건, 평택 미군부대 이전, 광우병 사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등의 사건 중심에 서 있었다.
자연과 평화와 미래를 노래하는 그들이 나타난 곳에는 갈등과 혼돈과 분노와 폭력이 난무하고, 그들이 지나간 곳에는 평화와 미래 대신 남은 자들의 불신과 반목 만이 폐허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장터를 찾아 이동한다. 그들은 떠나고, 평생을 함께 해온 이웃과의 불신(不信)과 반목(反目)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남해 임금 숙(儵)과 북해 임금 홀(忽)은 중앙 임금인 혼돈(渾沌)의 대접에 보답하고자 그의 몸에 일곱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러나 결국 혼돈은 그 구멍 때문에 죽고 말았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보답을 하고자 우리 사회 곳곳에 구멍을 뚫으며 이동하는 것일까? 궁금타!
*뱀발 마라분타는 흔히 군대개미를 가리키지만 사실은 개미 종족이 아니라 군대개미가 지은 집단대형을 말한다. 사전에서는 마라분타(marabunta)를 "개미의 집단 이동" 이라 풀이하고 있다. 또, 다르게는 "소란을 피우는 군중"이라 적고 있다.
혼돈강정(混沌江汀)!! 거리 : 구간거리(14.2km), 누적거리(226.5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5년 5월 2, 3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외돌개 ~ 폭풍의 언덕 ~ 돔배낭길 ~ 속골 ~ 수봉로 ~ 법환포구 ~ 두머니물 ~ 일강정바당올레 ~ 서건도앞 ~ 바닷가우체국 ~ 강정천 ~ 강정포구 ~ 강정바닷가 정자/야영 ~ 월평포구 ~ 굿당산책로 ~ 월평마을 송이슈퍼.
올해 오월은 휴일이 좋다. 1일 근로자의 날과 5일 어린이날이 주말을 사이에 두고 있고, 4일 월요일이 징검다리로 비어 있다. 연초부터 회사에서 4일을 쉬기로 한 터라 5일간의 연휴가 탄생했다.
이런 연휴가 아니면 언제 올레길에 갈 수 있겠는가? 진작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몇 달 전부터 제주행 비행기표는 전부 매진이다. 예약과 발매는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서 희망을 가지고 계속 접속하였는데, 1일 당일이 되어서야 2일 새벽 첫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돌아오는 표 역시 5일은 구할 수가 없고 4일 월요일 표만 남아 있다. 결국 5일간의 연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2박 3일의 일정 만이 허락된다.
2일 새벽 일찍 일어나 짐 챙겨 집을 나섰다. 원래는 공항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마눌이 이것저것 계산해 보더니 공항 주차료가 오히려 더 싸게 먹힌다면서 차를 가지고 가잔다. 한 시간 좀 넘게 운전하여 공항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려는데 이번엔 마눌이 다시 이것저것 검색하더니 국내선은 만차이고 국제선 주차장으로 가자 한다.
국제선 주차장에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국제선과 국내선은 건물이 이어져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두 곳을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걸어서 국내선으로 이동했다. 그것도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허겁지겁 항공사 발권소로 가니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미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오잉?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출발 시각 20분 전에는 발권 완료하고 탑승해야 하는데, 우리는 딱 5분을 초과했다. 급히 다음 비행기를 알아 보니 10분 뒤에 한 좌석만 남아 있다 해서 일단 마눌 표를 발권해서 들여 보냈다.
문제는 다음 비행기가 무려 두 시간 뒤에 있다는 것이다. 혼자 하릴없이 공항 벤치에 앉아 시간 가기만 기다렸다.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집안이 편안하다는데, 오늘 나는 말 잘 들었다가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다.
구엄비는 강정동 2731번지부터 4670번지까지의 논이 있는 곳을 말하며, 지금은 ‘구럼비’라고 부르고 있다. 구럼비를 ‘큰구럼비’, ‘조근구럼비’, ‘개구럼비’로 지역을 구분하고 있는데, ‘큰구럼비’는 강정동 2731번지에, ‘조근구럼비’는 강정동 4670번지에 있으며, 개구럼비는 강정동 서쪽 해안가에 있다. 현재의 ‘구럼비’는 지명은 구엄→구엄부→구럼비로 변형되어 불러진 것이다. ‘구럼비’는 그 옛날 해안가를 중심으로 초가로 된 아홉 채의 작은 암자들이 있어서 ‘구럼비/구암비’라 불리기도 하였다고 하고, ‘구럼비낭’이 많이 있어 ‘구럼비’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구럼비낭은 구럼비나무를 말한다. 구럼비는 까마귀쪽나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까마귀쪽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해안에 많이 자생하는 상록수다. 결국 구럼비 바위들은 까마귀쪽나무 군락에 인접해 있어 ‘구럼비 바위’라고 불렀다.
<이곳저곳>
#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 홀로 공항 활주로만 바라보았다.
# 두 시간 뒤 어찌어찌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제주공항 시정이 나빠 모든 비행기가 연착이다. 다시 비행기 안에서 삼사십 분을 더 기다렸다. 예상보다 세 시간이나 뒤에 비행기는 이륙했다. 금세 시화방조제와 서해바다가 나타난다.
# 제부도의 모습이다, 제부도는 썰물 때만 섬과 육지가 연결된다. 그 우측에 대부도 탄도항 앞에 있는 누에섬이 있다. 저 섬도 마찬가지로 썰물 때만 드나들 수 있다. 다만 제부도는 자동차로, 누에섬은 걸어서 들어간다.
# 얼마를 더 갔을까? 아래로 홍성의 용봉산이 내려다보인다. 건설 중인 내포신도시와 암봉이 많은 산세 때문에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저 산정에서 지난달 마눌과 함께 야영산행을 했다.
# 조금 더 아래에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오서산이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 하늘에서 구별이 가장 쉬운 새만금 방조제.
# 부안의 변산반도의 모습이다. 부안호와 내소산, 그리고 격포와 채석강이 보인다. 저 내소산은 몇 해 전 겨울 심설 야영을 들어 갔다가 폭설이 내려 산중야영은 포기하고 하산하여 내소사 앞에서 야영을 했었다. 내 태어나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보았다.
# 구불구불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이 내려다보인다. 무안 몽탄 일대의 모습이다. 저곳은 몇 해 전 자전거 타고 달린 곳이다.
#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영산호, 그리고 목포의 모습이다.
# 곧 바다를 건너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 상공에서 안개 때문에 다시 십여 분 선회비행하며 기다려야 했다.
# 제주공항에서 마눌과 상봉했다. 세 시간 만이다. 계획보다 시각이 많이 지체되었다. 공항에서 점심 먹고 리무진 편으로 서귀포로 향했다. 리무진은 서귀포에 접어들자 이곳저곳 호텔들을 순례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꽤 시간이 걸렸다. 작년 올레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탔던 경남호텔 앞에 내렸다.
#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외돌개로 향했다. 작년 시월에 왔었으니 딱 7개월 만이다. 여전히 유커(遊客)들로 붐빈다.
#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 섞여 외돌개로 향한다.
# 외돌개의 뒷모습이다. 외돌개는 홀로 서 있는 돌기둥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 외돌개를 장군바위라고도 부른다. 가만 보면 머리숱이 좋은 장군이다.
# 해안로를 따라 이동한다.
# 그 길을 걸으면 외돌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쪽에서 보니 육지와 이어져 있다.
# 장금이 촬영지였나 보다.
# 대장금이 중국에서 엄청나게 인기 있었다더니 유커들은 전부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슬람권 여성들도 셀카는 피해갈 수 없는 여성의 본능인가 보다.
# 공원 풀밭에 토끼풀 꽃이 만발하다.
# 외돌개에는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문섬이 건너다보인다.
# 보목포구 앞에 있는 섶섬도 보인다.
# 문섬은 모기가 많아 '모기 蚊' 자를 붙여 문섬이라 부른다.
# 올레길은 저 해안 절벽 위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폭풍의 언덕이라고도 부른다.
# 가까이 가보니 그 해안절벽에 해식동굴이 여러 개 입을 벌리고 있다.
# 지난 6코스 마지막에 있던 삼매봉이 돌아다 보인다.
# 지금 제주의 동네 골목골목 곳곳에는 무꽃이 만발하다. 무 씨앗을 일부러 뿌렸는지, 아니면 바람에 날아간 씨앗이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끝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무꽃의 자태가 예쁘다.
# 법환포구 앞에 있는 범섬이 건너다 보인다.
# 광대수염도 지천으로 피어 있다. 뭍에는 산자락에 많이 피어 있는 꽃이다.
# 유채꽃 노란 빛이 포근하다. 유채나 무, 배추 같은 작물의 꽃을 십자화과로 분류한다. 꽃이 열 十 자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 해안절벽의 상부를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그 길을 관광객들 틈에 끼어 걸어 간다.
# 숨비소리 요란하여 내다보니 한 무리의 해녀들이 물질 중이다.
# 풍광 좋고 걷기 좋은 길이다.
# 어느 리조트 정원 곁을 지난다. 여자아이의 표정이 당당하다.
# 바쁠 것 없이 쉬엄쉬엄 진행한다.
# 제주도 가로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철.
# 돔베낭골에서 해안길을 버리고 내륙으로 올라간다. 개인사유지에서 출입을 막은 모양이다.
# '돔베'는 제주말로 도마를 말한다. '낭'은 나무이다. 이곳의 나무를 베어 도마를 만들었다 하여 돔베낭이라 불렀다 한다. 하지만 대륜마을에서 세운 안내판에는 돔베(도마)처럼 넓은 잎을 가진 나무가 많아 그렇게 불렀다고 적혀 있다.
# 이렇게 길가 곳곳에 무꽃이 반발하다.
# 마을 안으로 올라간다.
# 그 해안을 왜 막았을까?
# 통제된 해안 때문에 마을을 한바퀴 휘감는다.
# 그러다 다시 바닷가로 복귀한다.
# 대륜 바닷가에 있는 스모르 공원이다.
# 대륜마을에서 특이한 우체통을 만들어 두었다. 1년 뒤에 배달되는 우체통이다. 올레길에 나선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꽤 재미있는 발상이다. 예전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는데...
# 올레 7코스 일대는 물이 아주 좋다. 한라산에서 발원했을 이 물은 모두 맑고 풍부하다.
# 해안길로 다시 진행한다.
# 길가에 도열한 소철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걷는다.
# 해녀 출신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주막이 있다.
# 주막은 지붕만 있는 구조라 앞바다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 온다.
# 범섬은 큰 짐승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형상이다.
# 해삼 멍게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청산도 일대까지 물질을 갔었다 한다.
# 홍합 라면도 맛나다. 우리가 막걸리 먹는 동안 여러 팀이 속속 도착했다. 그 중에 빛동네 어느 산악회에서 왔다는 내 또래 남자 세 명이 들어섰다. 말투를 보니 이미 거나한 상태이다. 곧 옆자리에 먼저 와 있던 지역 주민들과 시비가 붙는다. 주민 중 한 사람이 담배를 피웠는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민과 눈은 마주치지 않고 산악회 사람 둘이 돌아 가며 그냥 큰 소리로 욕만 계속 한다. 지역 주민들이 잠시 시비하다 자리를 피해 큰 소동은 면했다. 그들에게 올레는 그냥 술판을 위한 핑계에 불과 했다. 나중에 보니 그들 중 한 사람이 술에 취해 길을 잃어 찾는다고 난리를 치더라.
# 좋은 풍광과 맛난 음식을 즐기다 뜻밖에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을 만나 얼른 자리를 떴다.
# 7코스는 힘들지 않고 아기자기한 길이다.
# 큰 오르내림 없으니 누구나 산책하듯 솔방솔방 즐길 수 있다.
# 범섬을 좌측 전방에 두고 해안길을 따른다.
# 돔베낭골과 그 앞의 문섬과 섶섬이 돌아다 보인다.
# 풍광 좋은 일냉이. 이렛날 마다 다니던 당집이 있어 일냉이라 불렀다 한다. 일출 명소인 모양이다. 법환일출봉이라고도 부른다.
# 마을이 가까워진다.
# 그 마을 너머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 검은 여가 물속에 기묘한 모습으로 서 있다.
# 바당올레길을 한가롭게 진행한다.
# 공물이다. 법환동 556번지 바닷가에 솟는 물이다. 평소엔 말라 있다가 천둥 벼락이 치면 비로소 솟아 나는 물이다. 하늘에 의해 좌우되는 물이라 '공물'이라 불렀다. 비가 많이 와서 공물이 터지면 이 물로 식수도 하고 빨래나 목욕도 했다. 오늘은 천둥 벼락이 치지 않았는데도 공물이 터져 있다.
# '망다리'이다. 이곳에서 보는 달구경이 일품이라 망(望) 달(月)이라 불렀다 한다. 한편 해안으로 침입하는 세력을 감시하는 망대가 있던 곳이라 망다리라 불렀다고도 한다.
# '동가름물'이다. 동네 동쪽에 나는 물이란 뜻이다. '가름'은 제주말로 동네를 뜻한다. 여전히 물이 맑고 차서 동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법환포구 안으로 들어간다.
# 커피집 벽화가 재미있어 함께 해 봤다.
# 서귀포지역은 바다낚시의 메카이다. 곳곳에 낚시꾼들이 포진해 있다.
# 지나온 올레길.
# 법환동엔 유난히 꼬맹이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 까만 해안과 까만 돌담 사이를 걷는다.
# 법환동 마을 끝자락에 풍광 좋은 커피숍이 있다.
#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오래 쉬었다.
#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이 건너다 보인다. 저 건설지 인근의 검은 해안 바위지대를 구럼비라 부른다.
# 바닷가에 있는 저 나무가 까마귀쪽나무이다, 제주 말로는 구럼비낭이라 부른다.
# 구럼비나무 많은 이 해안의 검은 바위들이 모두 구럼비인 것이다.
# 노랑괴불주머니 만발하다.
# 서건도를 만났다. 서건도는 육지와 이어져 있다. 물이 차오르면 섬으로 다시 변한다.
# 잠시 내륙 안으로 들어와,
# 언덕을 넘는다.
# 엄청난 갈등과 혼돈이 있었지만 결국 해군기지는 건설되고 있다.
# 악근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은 평소에는 건널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물이 불어나면 우회해야 하는데 지금도 건널 수 없다. 혹시 싶어 시도하다 힘 빼고 시간낭비만 하였다.
# 독수리 한 마리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 흰 자갈로 독수리의 눈을 만들어 붙였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아니라 화응점정(畵鷹點睛)이다.
# 다리 있는 곳까지 멀리 우회하였다.
# 악근천은 규모가 있고 물도 깨끗하다.
# 다시 해안으로 접근하자 바닷가우체국이 나온다.
# 바닷가 우체국은 그냥 작은 정자이다.
# 조망 좋은 정자에서 휴식하며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곳이다. 정자 앞에 올레 인증소가 있다.
# 우체국 바로 곁에 다시 물길이 나타난다. 강정천이다.
# 악근천보다 규모는 큰데 수량은 적어 보인다. 강정천을 따로 안으로 올라 간다. 켄싱턴 호텔 외곽으로 진행한다.
# 강정교에 이르자 갖가지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구호의 주체들도 참 다양하다. 온갖 연대와 위원회와 연합회가 총망라되었다.
# 잔차여행객이 그 구호들 곁으로 지나간다.
# 이들은 왜 해군기지를 반대할까? 정말 순수하게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일까? 해군기지가 왜 평화를 깨고 전쟁을 불러 온다는 것일까? 그럼 하와이에 있는 미 해군기지는 전쟁의 상징일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반도국가이다. 좌우로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이 있고 남쪽으로는 태평양이 열려 있다. 당연히 우리의 국익을 위해 바다를 관리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대양을 향해 뻗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의 원료와 산출물 대부분이 그 대양을 통해 드나든다. 우리나라 해군의 술자리 건배 구호가 "대양해군"이라 하니 대양을 향한 그들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북한에게 있어 반도라는 지형은 치명적 제약조건이다. 그들의 동해 해군전력과 서해 전력은 서로 연결될 수 없다. 연결하자면 남해 바다 속으로 잠행하거나 제주 바깥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제주에 해군기지가 생기면 그들의 동서 해군 전력 연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해군기지로 인해 깨질 안전은 북한 해군 전력의 안전일 것이고, 위협받을 평화는 북한 해군의 평화로운 왕래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 여러 모임들이 악을 써서 지키고자 하는 평화는 우리의 평화가 아니고 그들이 추구하는 안전은 우리의 안전이 아니다.
# 길가 벚나무에는 노란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언제부터인가 노란색은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 리본들은 벚나무에게 있어 또다른 폭력이다. 무생물인 구럼비바위를 살리자면서 생물인 벚나무를 괴롭히고 있다.
# 기지 공사장 외곽을 휘감아 강정포구로 나갔다. 이곳에 이르는 도중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이를데 없다. 투쟁의 베이스 캠프인 가건물들과 온갖 구호들, 그리고 바닥에 벽면에 그려진 도전적인 그림들. 투쟁본부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 지나가는 우리를 경계한다. 공사현장 주변에는 경찰들과 경비들이 역시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살핀다. 답답하다. 왜 이런 갈등과 분노가 이곳 공기를 뒤덮어야 하는가? 그야말로 혼돈의 강정이다.
# 강정포구. 혼돈 그 자체의 구호와 그림과 눈빛 속에서도 포구는 평온하고 한가롭다.
# 사람 한 명 없는 포구를 떠나 해안길을 따른다.
# 해무가 밀려와 시정거리는 짧다.
# 강정에서 월평으로 넘어가는 곶부리에 정자 하나가 바다를 보고 서 있다. 그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 한 10여 분 쉬었을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주 들어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에 예상보다 출발이 서너시간 늦어 해가 넘어간 이 시각에도 아직 7코스를 마치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8코스 중간쯤 이를 생각이었다. 차질이 많은 날이다. 일단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기로 하는데, 빗줄기는 갈수록 굵어지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기 시작한다. 결국,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짐 풀어서 얼른 텐트부터 지었다.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어 집 짓는데 애를 먹었다. 여벌의 가이로프로 사방을 꽁꽁 묶고 비바람 몰아치는 방향으로 타프를 쳐서 바람과 비의 침범에 대비했다. 급한대로 비 피할 준비는 되었지만, 우리는 지금 저녁 식사 준비가 되어 있질 못하다. 월평쯤에서 저녁 찬거리를 살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오는 도중 어느 편의점에서 개스나 햇반 등을 준비했지만, 식수나 주 메뉴가 될 생선이나 고기 등은 구하지 못했다. 마눌 혼자 집 지키라 하고 비옷 입고 강정포구도 돌아갔다.
# 강정포구에 딱 하나 있는 횟집이 마침 문을 열어 두고 있다. 비 오는 날 회는 불안하고 매운탕 포장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집은 포장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냥 비닐 봉지 하나 꺼내더니 각종 양념을 손에 잡히는 대로 쏟아붓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도미 한 마리를 뚝뚝 잘라서는 넣어 준다. 그 모양대로 갖고 왔더니 마눌 엄청나게 잔소리를 한다. 음식 재료의 비주얼이 영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코펠에 덜어 끓여 보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 밤새 엄청난 비바람이 계속 몰아쳤다. 바닷가에 위치한 정자라 바닷바람에 정면으로 노출된 탓이다. 중간중간 일어나 텐트와 타프의 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애초에 꽁꽁 잘 묶고 균형있게 잘 지었더니 밤새 별 탈 없이 버텨주었다. 비바람 때문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무난히 휴식한 하룻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보니 다행히 비는 그쳤다. 대신 짙은 해무가 사위를 감싸고 있다.
# 비바람 몰아치는 방향으로 타프 벽을 둘렀다.
# 걱정했는데 잘 버텨 주었다.
# 도로가에 위치했지만 차량통행은 거의 없었다. 대신 밤새 엄청난 파도소리를 들었다.
# 짙은 해무 때문에 조망은 전혀 없다.
# 아침 끓여 먹고 주변 정리를 했다. 어제 오후에 이 정자에서 쉬지 않고 그냥 진행했더라면 길에서 비를 만날뻔 했다. 그랬더라면 무척 곤란했을 것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정자라 날씨 좋으면 하룻밤 묶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 해무 짙고 파도 높은데도 낚시꾼들은 아침 일찍 부터 찌를 응시한다.
# 하룻밤 편안한 휴식을 허락해 준 정자에 치하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 안개 낀 해안길을 길게 가다 갈림길을 만난다. 올레는 좌측 해안으로 이어진다.
# 예전 내 낚시꾼 시절에 처음엔 내 마눌도 저렇게 장단을 맞춰 주었다. 나중에 워낙 전국 방방곡곡 미쳐 돌아다니니까 어느 순간 낚시를 적대시 하더라.
# 파도 높아서 찌 확인하기가 어렵겠다.
# 월평포구를 만난다. 포구가 아담하고 포근하다.
# 간밤 비로 계곡 물이 많이 불었다.
# 올레는 바다를 벗어나 월평리 안으로 이어진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길에 물이 많아 불편하였다.
# 찔레꽃이 비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그 향기는 여전하다.
# 축축하게 젖은 길을 따라 월평리로 들어간다.
# 이 동네도 물이 풍부한 동네이다. 물소리 시원하였다.
# 한차례 휘감아 월평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 그곳에 7코스 종착지인 송이슈퍼가 있다.
전날 오후 두세 시쯤에 마무리 할 계획이었던 7코스를 늦은 출발과 갑작스런 비 때문에 뒷날 아침에서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7코스는 외돌개를 출발해서 절경의 해안길을 지나는데, 큰 오르내림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올레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다.
다만, 이 구간에는 해군기지 건설이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해 버린 혼돈(混沌)의 강정포구가 있다. 그곳 강정포구를 지나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던 점이 아쉽고 안타까운 올레코스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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