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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100대 명산]37(마이산/馬耳山)-암마이봉 등정(登頂)!! 본문
사람이 저마다 독특한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듯 산들도 자기만의 이름으로 자신을 특징짓는다. 산의 이름은 먼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기록에서 기록으로 전해지며 굳어지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漢字文化圈)에 속하여서 산 이름 대부분이 한자로 된 지명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말로 전해지던 산 이름이 한자 말이 되면서 변하기도 하고 그 한자 때문에 엉뚱한 유래로 변하기도 한다. 세월 흘러 유래가 변질되었든 처음부터 그 이름이든 산의 이름은 몇 가지 기준(基準)에 의해 결정된다. 그 첫 번째 기준은 지형지물이나 경관의 특징, 즉 생김새로 지어진 이름이다. 대부분 산이 이 기준에 의해 이름이 결정된다. 삼각산(三角山), 팔봉산(八峰山), 오봉산(五峰山) 등은 산의 개수를 표현한 것이고, 삿갓을 닮아 삿갓봉(笠峰), 시루를 닮아 시루봉(甑山), 그릇을 닮아 주발봉(周鉢峰) 등이 산의 형상을 기준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다음으로 종교적 신앙이 반영된 이름을 들 수 있다. 신앙의 대상은 유교, 불교, 풍수나 무속신앙인데 인왕산(仁王山), 예봉산(禮峰山) 등은 유교, 불국산(佛國山), 불당산(佛堂山), 연화봉(蓮花峰), 반야봉(般若峰), 오대산(五臺山) 등은 불교신앙, 노고산(老姑山), 마고산(麻姑山), 국사봉(國師山) 등은 무속신앙, 봉황산(鳳凰山), 옥녀봉(玉女峰), 와우산(臥牛山), 안산(案山), 남산(南山) 등은 풍수사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렇게 여러 기준에 의해 산의 이름이 지어졌지만, 가장 쉽고 흔하게 결정되는 유래는 아무래도 산의 형상(形象)이나 경관적(景觀的) 특징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산의 모양 때문에 이름이 결정된 산이 무수히 많지만, 그 기준에 가장 적합한 산은 아마도 '마이산(馬耳山)'이 아닐까 한다. 마이산은 이름 그대로 말의 귀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말의 귀를 보는 시각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일 없을 터이니 이 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금(古今)을 통틀어 단 하나의 이견(異見)이 없다. 기록을 찾아보니 세종실록 지리지(世宗實錄 地理志)에 마이산의 기록이 보인다. "馬耳山在鎭安 兩峯竦立 東西相對 形如削成 高可千仞 其頂樹木森蔚 諺傳東山之頂有小池 然可望不可到 我太宗十三年癸巳 次于山下 遣官致祭 (마이산재진안 양봉송립 동서상대 형여삭성 고가천인 기정수목삼울 언전동산지정유소지 연가망불가도 아태종십삼년계사 차우산하 견관치제 ; 마이산(馬耳山)은 진안(鎭安)에 있다.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동서로 마주 서서 모양이 깎아 세운 듯하며, 높이가 천 길이나 되고 그 꼭대기에 나무가 울창하다. 속설에 전하기를, “동쪽 산 꼭대기에 작은 못이 있다.” 하나, 바라만 보일 뿐이요, 올라갈 수는 없다. 우리 태종(太宗) 13년 계사에 임금이 산 아래에 행차(行次)하여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지냈다.)" 재위(在位) 13년째인 1413년. 진안(鎭安) 고을을 찾은 태종 이방원(李芳遠)의 눈에도 이 산의 모양은 예사롭지 않아 하늘의 뜻이 닿아 있을 형상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산에 제사를 올리고 말의 귀를 닮은 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때의 말은 용마(龍馬)이니 임금의 상징이고 귀(耳)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니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듣고자 함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의 귀는 천하를 향해 열려 있어야 마땅하나 역사가 기록된 이후 그렇게 소통(疎通)이 원활하였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방원은 고려왕조를 뒤엎고 신왕조를 세우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아비를 내쫓고 형제들과 충신을 죽이며 왕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왕권 강화를 위해 평생 무수한 숙청(肅淸)을 단행하였다. 그런 그가 백성들을 향해 귀를 열었기를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즉위 첫 해에 신문고(申聞鼓)를 대궐 밖 문루(門樓)에 내걸고 백성들의 억울한 하소연을 듣고자 한 사례도 있으니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지으며 열린 귀를 갖기 원했으면 좋았겠다고 먼 세월 흐른 후에 이 산을 만난 나그네가 홀로 상상해 본 것이다.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종주를 할 때이니 2008년 11월의 일이다. 장수 천천면의 신광치를 출발하여 성수산을 넘고 진안고원의 산길을 구불구불 돌다 문득 고개를 드니 "뚜시쿵!" 하고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기묘하고 독특하며 빼어난 산이었는데, 이후 이틀 동안 내내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하였다. 그러다 부귀산을 넘어 진안을 벗어나자 비로소 모습을 감추었으니 과연 진안의 진산(鎭山)이라 할 만하였다. 그 이틀 동안 나를 따라다니는 마이산을 바라보며 이방원이 저 산에 말의 귀란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하늘의 소리를 듣듯이 백성의 소리를 듣고자 하였기를, 이 시대의 집권자들이 말의 귀처럼 큰 귀를 가져 국민들의 참소리와 소통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암마이봉 등정(登頂)!!
북부주차장 ~ 마이사 ~ 매표소 ~ 계단 ~ 천황문 ~ 암마이봉 ~ 천황문 ~ 은수사 ~ 탑사 ~ 남부주차장
이런 우리 형제 상태에 맞는 곳이 어딜까 수소문 하다가 문득 마이산 암마이봉이 2014년 10년간의 금줄을 풀고 개방되었다는 소식이 생각났다. 내가 한창 혈기왕성하게 전국의 산을 찾아다닐 때 암마이봉은 출입금지 기간이었으니 여지껏 멀리서 바라만 보았지 올라보지는 못했다. 마이산은 그 모습의 기이함과 기상의 빼어남에 비해 산의 규모가 아담하고 오르기 힘들지 않으니 현재 우리 형제의 몸 상태에 딱 알맞은 산이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전주가 있으니 음식맛 좋은 전주에서 하룻밤 묵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가을 우리 형제들 모임은 전주 일대와 마이산으로 정해졌다. 마이산/馬耳山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남쪽 약 3㎞ 지점에 있는 두 암봉으로 된 산. 각각 동봉(수마이산)과 서봉(암마이산)이라고 한다.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라 때는 서다산(西多山), 고려시대에는 용출산(龍出山)이라 불렸고, 조선시대부터 마이산이라 불리기 시작하였다. 높이는 서봉 685m, 동봉 678m이다. 남쪽 비탈면에서는 섬진강 수계가 시작되고 북쪽 비탈면에서는 금강 수계가 발원한다. 지질은 백악기의 역암(礫岩)이다. 동봉과 서봉 사이에 448개의 층계가 있고, 동봉 중턱의 화암굴에서는 약수가 솟는다.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이기 때문에 나무는 그리 많지 않으나 군데군데 관목과 침엽수·활엽수가 자란다. 4월에는 3㎞에 걸쳐 벚꽃이 만발해 진안군에서 주최하는 벚꽃축제가 열린다. 동봉은 오를 수 없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봄에는 안개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이산탑(전북기념물 35), 마이산줄사철나무군락(천연기념물 380) 등의 문화재와 은수사(銀水寺)·금당사(金塘寺) 등의 고찰이 있다. 경관이 아름답고 특이하며, 수많은 풍화혈이 발달하여 학술적 가치가 크다. 1979년 10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3년 8월 24일 전북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되었다가 2003년 10월 31일 명승 제12호로 변경되었다.
<이곳저곳>
# 모래재 아래 완주 화심에서 모두 집결하였다. 그곳엔 꽤 유명한 순두부집들이 여럿 있다. 예전 호남정맥 종주 할때 몇 차례 들렀던 곳이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인데 가격이 좀 쎄고 친절하지가 않다. 화심에서 점심 먹은 후 진안으로 향했다. 진안으로 접어들자 곧바로 마이산이 눈에 들어온다. # 마이산은 그런 산이다. 진안 고원 어디서든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모양의 산이다. 암마이봉에서 좌측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금남호남정맥이다. 우측 산봉우리에 있는 정자는 비룡대이다. 몇 년 전부터 하룻밤 유하며 달구경 할 요량으로 저곳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 # 마이산 북부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말을 맞아 마이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하다. # 좌측이 숫마이봉이고 우측이 암마이봉이다. 숫마이봉은 오를 수 없고 암마이봉만이 10년간의 폐쇄를 풀고 지난 2014년 봄에 개방되었다. 내가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할때는 패쇄 중이어서 오르지는 못하고 봉우리 끌어안고 기(氣)만 받았을 뿐이다. # 이제 암마이봉 등정이 가능해졌으니 가족들 앞세워 솔방솔방 올라 보기로 한다. 화심에서 너무 오래 지체해 시각이 많이 늦다. 얼른 준비해서 마이산을 향한다. 이 동네는 상가들을 새로 단장하여 들머리를 상가 앞으로 통하게 만들었다. # 마이산 가을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젊은 밴드가 나와 경쾌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앉아서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라 저 노래를 이해할까 싶더라. # 광장 한 쪽에 거대한 금돼지 한 마리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 미야자키 하야호(宮崎駿) 감독의 영화 원령공주에 나오는 산돼지 크기만 하다. # 조금 오르자 삼거리가 나오고 미니 셔틀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 우리는 그냥 걸어서 올라 간다. 사양제 저수지 곁으로 오르다 북부매표소에서 천황문을 목표로 산길에 접어든다. # 곧 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올라 갈 수 있는 길이다. 큰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 한차례 낑낑 소리 지르며 올라 천황문에 도착한다. # 가을빛이 나무에 내려앉았다. 올해는 멀리 단풍 구경도 못갔는데 이것으로 가을 냄새를 갈음해야겠다. # 화엄굴은 암마이봉을 다녀온 후 가려고 했는데, 나중에 그냥 패스했다. # 힘들이지 않고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 옛사람들은 이 산을 용의 뿔로도 보고 말의 귀로도 보았다. 하지만 용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상상속의 동물이니 사람들은 말의 귀를 더 선호했을 것이다. # 사람들 틈에 끼어 암마이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가파른 암봉을 오르기 쉽게 나무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 숫마이봉은 정말 수컷의 몸처럼 울끈불끈한 모양이다. # 잠시 후 바람골인 안부에 도착한다. # 고개 너머 탑사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 본격적인 암마이봉 오름이 시작된다. # 나무계단을 해 둔 곳과 그냥 바위 표면에 철난간만 만든 곳이 연이어 있다. # 돌아보면 북부주차장과 진안읍내 방향으로 조망이 열려 있다. # 우리의 출발지인 북부주차장. # 그 너머로 부귀산이 보인다. 금남호남정맥이 지나는 산이다. # 부귀산(富貴山)은 이름이 호화로운 산이다. 마이산이 없었다면 진안의 진산이 되었을 산이다. 여러 해 전 홀로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저 산을 올랐다. 원래 저 산 정상에서 보는 마이산의 풍광이 일품인데 내가 갔을 때는 안개가 짙어 그런 호사는 못 누렸다. 대신 정상 좌측 암봉을 돌아 내려오다가 급경사 내리막에서 슬라이딩 사고를 당했다. 급경사에 낙엽이 아주 두터워서 미끄러진 것이다. 10여 미터 미끄러져 내리다 겨우 스틱 찍어 멈췄다. 조금만 더 미끄러졌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것이다. 낙엽때문에 미끄러졌는데 낙엽이 두터워 다친 곳은 없었다. 다만 홀로 산행하다 당한 사고라 많이 놀래기는 했다. # 숫마이봉의 위풍당당한 모습. # 숫마이봉 우측으로 진안고원의 산군(山群)이 우뚝우뚝하다. # 저 산줄기가 금남호남정맥이다. 앞쪽에 우뚝한 산이 성수산이다. # 마이산콘도가 내려다 보인다. 북부주차장에서 산길로 바로 올라가면 저 봉우리를 넘고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마이산 아래로 이어진다. # 한차례 낑낑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헉헉 소리 몇 번 지르면 도착할 거리이다. # 단체 산객들의 웃음 소리 낭자하다. # 산 아래 이갑용 할배의 탑들과는 달리 정상에 후손들이 쌓은 돌탑은 절반이 허물어졌다. # 단체 산객들이 단체사진 독사진을 끝없이 찍고 있어 정상석 만지기가 어렵다. # 조망 감상을 먼저 한다. 전방의 조망이 아주 장쾌하다. 저 산줄기가 바로 금남호남정맥이다. 산맥은 마이산을 출발해서 좌측 봉두봉을 넘고 진안읍 입구로 가서 강정골재에 이른다. 이후 길고 꾸준하게 올려 부귀산을 오르고 다시 좌측 멀리 산줄기를 이어 모래재 조약봉까지 흘러간다. # 사진 좌측 강정골재에서 작은 봉우리를 치고오르면 로보트 태권브이의 머리를 닮은 시멘트 정자가 숲속에 있다. # 2008년 홀로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첫날은 성수산과 마이산을 넘어 강정골재까지 걸었다. 그리고 진안읍에 가서 하룻밤 자고 뒷날 저 부귀산을 넘어 모래재까지 걸었다. 그당시 진안읍은 참 낙후하고 음식맛 없는 곳이었다. # 단체 산객 모두 떠나고나서야 겨우 정상석을 만날 수 있다. # 정상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이후 뒤에 올라오는 이들에게 정상을 양보하고 우리는 하산한다. # 정상 바로 아래에 화엄굴을 건너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 숫마이봉은 세 개의 암괴가 죽순처럼 오무린 모습이다. 그 죽순 세 개가 교차하는 곳에 화엄굴이 있다. # 화엄굴에서 나오는 석간수를 마시고 기도를 올리면 득남(得男)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저 동굴의 기를 받고 싶었는데 성질 급한 우리 가족 덕분에 그냥 지나쳤다.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 암마이봉 표면을 돌아 내려 고개 안부에 복귀했다. # 한숨 돌린 후 곧바로 천황문으로 복귀. # 그리고 은수사(銀水寺)로 내려갔다. 은수사는 태조 이성계와 관련되었다 전해지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는 모양이다. # 은수사 법고. 국내 최대의 법고라고 한다. # 自修自行 自心不亂 (자수자행 자심불란 ; 스스로 닦고 행할 때 마음이 올곧게 된다) # 천연기념물인 은수사 청실배나무. # 은수사는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사이 명당에 자리하였다. 은수사 좌측 암마이봉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마치 포탄을 맞아 구멍이 뚫린 듯한 저런 지형을 타포니(tafoni)라고 부른다. 풍화와 침식에 의해 암반 표면이 떨어져 나가는데, 암석의 종류에 따라 강도가 달라 차별적으로 침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렇게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 그 타포니 구멍 안에 황금측백나무 한 그루 뿌리를 내렸다. 마이산은 역암(礫岩)으로 구성된 암봉이다. 역암은 돌과 자갈이 퇴적하여 형성된 암석을 말한다. 마이산을 이렇게 가까이 보면 온통 낡은 자갈더미를 보는 듯하다. 오래된 천연 콘크리트인 셈이다. # 은수사를 돌아내려 탑사(塔寺)로 내려 갔다. # 가을 햇살이 내려쬐는 탑사엔 탑사의 기묘한 풍광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 탑사는 전라북도에서 지정한 道 기념물이다. 1885년(고종25년) 경 임실 사람인 이갑룡(李甲龍)이란 처사(處士)가 도를 닦을 목적으로 탑을 쌓았다 한다. 108기의 탑을 30여년에 걸쳐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쌓은 것이다. 천지탑(天地塔), 오방탑(五方塔), 월광탑(月光塔), 일광탑(日光塔) 등의 이름도 있는 모양이다. # 자연석을 그냥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인데, 아무리 매서운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 이 분이 이갑룡할배이다. 25세에 마이산에 입산하여 수도하다가 98세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일찌기 득도하시어 각 탑마다 도술을 불어 넣은 모양이다. # 탑사의 명물 중 하나인 능소화이다. 꽃 필 계절이 아니라 굳건한 줄기만 사진으로 남겼다. # 천천히 담소하며 탑사를 한바퀴 돌았다. 10여 년 전 금남호남정맥 종주할 때는 시간에 쫓겨 눈으로만 살펴보고 그냥 떠났었다. 그것이 긴 산행 코스를 소화해 내야 하는 종주 산꾼의 산행방식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오늘은 관광객 틈에 끼어 사부작사부작 산책하며 탑사 일대를 구경한다. # 기묘한 산자락의 기묘한 곳에 참으로 기묘한 탑을 쌓아 올렸다. # 오래 쉬면서 구경하다가 남부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 탑사주차장 끝에서 우측 가파른 산길로 올라 가면 금남호남정맥이 이어진다. 이 가파른 봉우리가 봉두봉이고 그흐름 끝에 강정골재가 있다. 그 너머에 부귀산이 있고. # 이후 우리 차를 주차해 둔 북부주차장으로 복귀했다. 날이 이미 어둑해졌다. # 마이산은 정말 독특한 모양의 산이다. 저 독특한 형상은 옛사람의 눈이나 지금 사람의 눈이나 구별없이 말의 귀로 보인다. 그리하여 이방원이 지어 준 그 이름이 육백 년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후 전주 시내로 이동하여 전주막걸리 골목에서 막걸리 한 잔 나누었다. 나는 평소 관광객 모드의 산행이나 여행을 싫어하는 편이다. 홀로 백두대간과 아홉 개의 정맥을 종주한 종주 산꾼의 산행방식이 몸에 익은 탓이다. 게다가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성정을 지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어떤 산들은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걸어야 하는 태생적인 형태를 가진 경우가 있다. 풍광이 아름답고 조망이 훌륭하나 아담하고 힘들지 않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말의 귀를 빼닮은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산정에서의 풍광이 아름답지만, 높지 않고 깊지 않아 누구나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모름지기 이런 산은 가족들 동반해서 조근조근 얘기 나누며 산책하듯 둘러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 마이산행은 그런 형태의 산행이었다. 마이산은 그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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