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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12구간(광정삼거리~금강철교)-정안천과 함께 비단강으로 흘러가다! 본문

길이야기/삼남길(코리아트레일)

[삼남길]12구간(광정삼거리~금강철교)-정안천과 함께 비단강으로 흘러가다!

강/사/랑 2017. 8. 3. 10:37

[삼남길]12구간(광정삼거리~금강철교)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의 중심축이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白頭山)에서 출발하여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며 남으로 흘러내려 지리산(智異山)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굳건한 중심(中心)으로 자리한다.


중심축이 있으니 큰 가지도 있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큰 가지는 한 개의 정간(正幹)과 열세 개의 정맥(正脈)이다. 그중에 남녘땅의 대들보가 되는 큰 가지는 아홉 개의 정맥이다. 큰 가지에서는 다시 작은 가지가 무수히 분기(分岐)하여 완전한 몸을 이룬다. 그것이 기맥(岐脈)과 지맥(枝脈)이다.


이러한 백두대간과 정맥, 그리고 기맥과 지맥은 우리 민족 고유의 산맥 개념이다. 우리 옛사람들은 태백산맥, 차령산맥 등의 왜인(倭人)이 만든 산맥이 아니라 백두대간과 그곳에서 분기한 정맥과 지맥으로 이 땅의 산줄기를 분류하였다. 그러면서 그 분류의 기준으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을 내세웠다.


산자분수령은 산길과 물길의 분류와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것은 물길이 산에서 시원(始源)하고 그 물길은 산길을 넘지 않음을 나타낸다. 또 산이 물길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산길은 물길을 건너지 않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산길과 물길은 서로 상응(相應)하며 흘러간다.


한강이 그러하고 낙동강이 그러하며 금강과 섬진강 또한 산길과 물길이 서로 조화(調和)를 이루며 이 땅을 굽이쳐 흐른다. 그러면서 이 땅에 깃들어 사는 인간세의 바람막이가 되고 젖줄이 되어 생명을 주고 세세년년 생활을 영위케 해 주었다.


이 땅의 근원(根源)인 그 산길과 물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두 발로 걸어 보는 일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래전부터 그 길을 두 발로 더듬어 다녔다.


백두대간이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흘러가는 시작점에 육십령(六十嶺)이 있다. 육십령은 산길로는 덕유산과 지리산을 경계하고 인간세로는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경계한다. 백두대간은 육십령 바로 아래 영취산(靈鷲山)에서 산줄기 하나를 갈래 친다. 그 산줄기는 장수와 진안을 흐르다 진안 조약봉(鳥躍峰)에서 다시 두 개의 산길로 갈라진다. 그 산줄기가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이다.


금남호남정맥은 영취산을 출발해 장안산,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부귀산을 넘어 진안 조약봉까지 이어진 65km의 소박한 산줄기이다. 대부분 정맥이 이삼백 킬로미터가 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산맥이다. 하지만 그 출발부터 종착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맥(脈)을 잃지 않고 굳건하다. 게다가 장안산(長安山)과 마이산(馬耳山) 등 홀로 있어도 그 명성 사방에 떨칠 산들이 우뚝 솟아 있어 결코 기백 약한 산맥이 아니다.


2008년에 그 산길을 홀로 걸었다. 처음 영취산에서 출발한 것이 유월이었고 몇 달 간격을 두었다가 가을이 익어가는 시월에 두 번째 걸음을 했다. 가을 햇살 따스하고 반가웠던 그 날 장수군 수분치(水分峙) 마을에서 금남호남정맥 두 번째 구간을 시작했다.


수분치(水分峙)는 우리나라 산맥 개념이 오랜 역사를 가졌음을 이름으로 증명하는 마을이다. 수분치는 물길이 갈라지는 고개란 뜻이다. 물길이 이 고개에서 갈라진다는 이름이니 산자분수령의 원칙이 오랜 옛날부터 실재(實在)하였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정맥은 수분치에서 곧장 마을 뒤에 있는 신무산(神舞山)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날 마을 안으로 발길을 잡았다. 그것은 이 마을 뒷쪽 신무산 자락에 있는 금강의 발원지(發源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뜬봉샘'이다.


뜬봉샘은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얽힌 전설이 깃든 곳이다.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이성계는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팔도를 돌며 하늘에 기도하였다. 장수 신무산 자락의 샘터에서 기도하던 중 봉황새가 날아올랐다. 하늘이 감응(感應)하여 계시(啓示)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샘은 뜬봉샘이란 이름을 얻었다.


전설은 이성계의 이야기로 전해지지만, 정작 뜬봉샘은 금강(錦江)의 발원지(發源地)로 더 유명하다. 금강은 이곳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진안과 무주를 거치며 북상하여 충청도의 강역(疆域)으로 들어간다. 금산, 영동과 옥천을 지난 강은 대청호에 잠시 머물다 아래로 흘러 공주, 부여와 강경을 지난 후 충청과 전라의 도계(道界)를 이루며 군산만으로 흘러 마침내 서해로 흘러든다.


금강은 한반도 육대 하천 중 하나이다. 낙동강과 한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다. 그만큼 이름도 많다. 쉽게 떠오르는 이름으로 만도 백마강, 웅진강 등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옥천군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赤登津 在郡南四十里 其源有三 一出全羅道德裕山 一出慶尙道中牟縣 一出本道報恩縣俗離山 經郡東爲車灘 東北爲化仁津 過懷仁縣爲末訖灘 文義縣爲荊角津 至公州爲錦江爲熊津 至扶餘爲白馬江 到林川石城兩邑界古城津 至舒川郡入海"


"적등진 재군남사십리 기원유삼 일출전라도덕유산 일출경상도중모현 일출본도보은현속리산 경군동위차탄 동북위화인진 과회인현위말흘탄 문의현위형각진 지공주위금강위웅진 지부여위백마강 도임천석성양읍계고성진 지서천군입해 ; 적등진(赤登津) 고을 남쪽 40리에 있다. 그 근원은 셋이 있는데, 하나는 전라도 덕유산에서 나오고, 하나는 경상도 중모현(中牟縣)에서 나오고, 또 하나는 본도 보은현 속리산에서 나온다. 고을 동쪽을 지나서 차탄(車灘)이 되고, 동북쪽으로는 화인진(化仁津)이 되며, 회인현(懷仁縣)을 지나서 말흘탄(末訖灘)이 되고, 문의현에서는 형각진(荊角津)이 된다. 공주에 이르러서는 금강이 되고 곰나루[熊津]가 되며, 부여(扶餘)에 이르러서는 백마강이 되며, 임천(林川)ㆍ석성(石城) 두 고을 경계에 이르러 고성진(古城津)이 되고, 서천군(舒川郡)에 이르러 바다로 들어간다."라는 뜻이다.


금강이 차탄, 화인진, 말흘탄, 형각진, 웅진강, 백마강, 고성진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는 말이고 그 이름은 강이 거치는 고을의 특성과 전설에 기원하였다는 것이다. 이름이란 것이 원래 사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법이다. 고을마다 강을 바라보는 시선 달랐을 것이니 이름 또한 달라진 것이다.


큰 강이니 다양한 물길을 받아들여 몸피를 불렸다. 진안고원과 덕유산 지역에서 흘러오는 구리향천(九里香川)과 정자천(程子川) 등 여러 지류들이 북쪽으로 흐르며 합해지고 전라북도의 북동부 경계 지역에 이르러 남대천(南大川)과 봉황천(鳳凰川)이 합류하고 옥천과 영동 사이의 충청북도 남서부에서 송천(松川) 및 보청천(報靑川)을 합한다.


다시 북서쪽으로 물길을 바꾸어 갑천(甲川), 충청남도의 부강에 이르러 남서 방향으로 물길을 바꾸면서 미호천(美湖川)과 합류하고, 공주와 부여 등 백제의 고도(古都)를 지나면서 대교천(大橋川), 정안천(正安川), 유구천(維鳩川) 등을 합류시켜 넉넉히 부풀어 오른다.


그 외 수십 곳의 지류가 금강에 흘러들어 유역 면적 9,885㎢, 유로 연장 401㎞의 금강을 이룬다. 그 중 금강이 제 이름을 온전히 비단강(錦江)으로 얻는 공주(公州)에 이르러 합류하는 지류가 '정안천(正安川)'이다.


금북정맥이 차령을 넘고 공주 깊숙이 들어가는 곳에 산성리에서 광덕리로 넘어가는 곡두고개가 있다. 그 곡두고개 인근에서 물줄기 하나가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든다. 그 물길이 지나는 곳에 정안면과 의당면, 그리고 우성면이 있다. 그리하여 정안천(正安川)이라 불렀다.


유역면적 161.71㎢, 유로 연장 29.56㎞로 유구천, 대교천과 더불어 공주지역 3대 하천을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르기를 '일신북천(日新北川)'이라 하였고 "쌍령(雙嶺)에서 발원하여 남으로 흘러 웅진의 상류로 들어간다.(源出雙嶺南 流入熊津上)"라고 적고 있다.


정안천이란 이름은 조선지형도에 보인다. 이후 지금까지 그 이름으로 불렸다. 2급 하천이기는 하나 제법 긴 유로 연장을 가지고 있어 하천 연변에 큰 충적지(沖積地)들이 발달하였다. 기름진 들녘 형성되니 예로부터 벼농사가 성하였다. 정안면 석송리 일대의 '세보들', 화봉리와 북계리 일대의 '백보들', 의당면 오인리 일대의 '오인들', 수촌리 일대의 '수촌들', 쌍신동 일대의 '쌍신들', 금흥동 일대의 '하부들'이 대표적인 벼농사 지역이다.


들 넓으니 마을도 발달하였다. 항산(恒産)이 있어 항심(恒心)이 깃들어 오랜 옛날부터 인심 좋고 풍요로운 고장으로 널리 알려졌다. 삼남길은 정안면에서 공주로 이르는 동안 내내 정안천의 물길을 따라 남으로 내려간다. 그리하여 드디어는 공주 쌍신동(雙新洞)과 신관동(新官洞)의 경계부에서 금강에 합류된다. 넉넉한 고장을 지나서 그런가 삼남길 걷는 내내 넉넉하고 느긋하였다.



정안천과 함께 비단강으로 흘러가다!


구간 : 삼남길 제 12구간(광정삼거리~금강철교)
거리 : 구간거리(18 km), 누적거리(196.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7년 7월 30일. 해의 날.
세부내용 : 광정삼거리 ~ 어물교 ~ 자연농원낚시터 ~ 보물리 ~ 장원리 ~ 합심교 ~ 정안천변길 ~ 요룡교 ~ 신촌마을 ~ 수촌리들 ~ 36번국도 아래 ~ 당진영덕고속도로 아래 ~ 연꽃 공원 ~ 금강합수부 ~ 금강철교.



7월 마지막 주 휴일. 삼남길 12구간을 위해 길을 나섰다. 지난 11구간을 7월 1일에 했으니 딱 한 달 만이고 7월의 시작과 끝을 삼남길로 열고 매조지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이 삼남길은 집에서 가까운 서울, 경기와 충청 이북 지방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접근거리가 가깝고 교통수단은 대부분 전철이 이용되었다. 하지만 12구간을 기점으로 삼남길은 남쪽으로 깊게 내려 가서 경기와 충청 이북과는 멀어지게 된다. 더이상 전철로는 접근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구간 시작점인 광정리는 아직 천안과 가까워 출발점은 전철로 접근이 가능하다. 전철 접근의 마지막 기점인 셈이다. 7월 마지막 날에 삼남길 전철 접근 마지막 구간을 하게 된 것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구간이다.



금강/錦江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의 신무산(神舞山, 897m)에서 발원하여 군산에서 황해로 흘러드는 강. 우리나라 6대 하천의 하나이다. 유역 면적이 9,885㎢, 유로 연장이 401㎞로 남한에서는 낙동강·한강 다음으로 큰 강이다. 본류는 장수읍의 수분리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섬진강과 갈라져 진안고원과 덕유산 지역에서 흘러오는 구리향천(九里香川, 34㎞)·정자천(程子川, 30㎞) 등 여러 지류들이 북쪽으로 흐른다. 전라북도의 북동부 경계 지역에 이르러 남대천(南大川, 44㎞)·봉황천(鳳凰川, 30㎞)과 합류하고 옥천·영동 사이의 충청북도 남서부에서 송천(松川, 70㎞) 및 보청천(報靑川, 65㎞)과 합류한 뒤 북서쪽으로 물길을 바꾼다. 다시 갑천(甲川, 57㎞) 등 여러 지류가 합쳐 충청남도의 부강에 이르러 남서 방향으로 물길을 바꾸면서 미호천(美湖川)과 합류하고, 공주·부여 등 백제의 고도(古都)를 지나 강경에 이르러서는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道界)를 이루며 황해로 흘러들어 간다. '당서 唐書'에서는 금강을 웅진강(熊津江)이라고 기록하였다. 금(錦)은 원어 ‘곰’의 사음(寫音)이다. 곰이라는 말은 아직도 공주의 곰나루[熊津]라는 명칭에 남아 있다. 일명 호강(湖江)이라고도 부른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금강의 명칭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즉, 상류에서부터 적등진강(赤登津江)·차탄강(車灘江)·화인진강(化仁津江)·말흘탄강(末訖灘江)·형각진강(荊角津江) 등으로 되어 있으며, 공주에 이르러서는 웅진강, 부여에서는 백마강, 하류에서는 고성진강(古城津江)으로 되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삼남길 12구간(광정삼거리~금강철교)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집앞에 있는 성균관대역에서 신창행 전철을 탔다. 휴일 낮이지만, 수원까지는 만원에 가까운 승객이 전철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점, 성환 등을 거치면서 점점 줄어들더니 천안이 가까워지자 전철이 텅 비어 넓은 차 안이 적막해졌다.




# 천안역에서 점심 먹고 화장도 마쳤다. 역광장으로 나오자 뙤약볕이 반긴다. 더운 날이다.




# 천안역에서 버스편으로 천안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광정리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이 버스도 승객은 별로 없었다.


# 천안에서 광정리 거쳐 공주로 가는 삼흥고속을 이용했다. 삼흥고속은 버스기사에게 서비스 교육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저 버스 기사는 손님에게 매우 불친절하였다. 손님이 버스 경로를 물어도 대답을 않거나 반말조로 대답하였다. 자기 숙모뻘 되어 보이는 여성에게도 반말 비슷하게 말이 짧았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졸다가 문득 깨니 광정리였다. 비몽사몽이어서 광정리가 맞는지 물었다. 대답도 않고 쳐다 보지도 않은채 귀찮으니 어서 내리라는 투로 손짓만 하였다. 엉겹결에 내렸다가 돌아보고 항의하니 문을 닫고 내빼버린다. 미개한 인간이었다.




# 광정리는 정안면 소재지이다. 삼남길이 통과하는 길목이고 서울로 가던 인마가 차령을 넘기 전에 한숨 돌리던 곳이다. 때문에 광정역(廣亭驛)이 설치되어 운영되었다. 광정이란 이름은 조선 중종 때 청백리인 이광정(李廣亭)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하지만 실록이나 옛 기록 어디에도 이광정(李廣亭)의 이름은 발견할 수 없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이미 광정역의 이름이 등장하니 중종 때 이광정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은 허구이다.


광정은 삼남길이 통과하는 곳이니 예로부터 교통 발달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교통은 고속도로가 주로 담당한다. 고속도로는 마을 외곽으로 교통을 돌려 버린다. 그리하여 광정리는 이제 한가하고 고요하다. 광정리 슈퍼의 여주인은 공격적 성격의 인물이다. 지난 구간 마칠 때 버스표 사러 들렀다 만나고 오늘 일용할 양식 구하러 들러 두 번째 만났다. 하 무뚝뚝하여 말 섞기 어렵다. 얼른 나왔다.




# 삼남길은 광정리 입구에서 방향을 꺾는다. 마을 입구로 나갔다.



# 광정삼거리에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햇살 뜨거워 그런지 이 동네는 골목 어디에도 인기척이 없다.




#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미술관이 나타난다.




# 어느 향토작가의 미술작업장인 모양이다. 대문안 작은 공간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잠시 둘러보았다.



# 곧 마을을 벗어나 정안천변에 도착했다. 정안천은 광적산 자락의 산성리와 문천리 사이 계곡에서 발원해 금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이다. 오늘 삼남길은 내내 이 정안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어물교를 건너 23번 국도 아래로 간다. 어물교는 바로 곁 어물천(於勿川)에 접한 다리여서 얻은 이름이다.




# 23번 도로가 지나는 교각 아래에서 삼남길은 큰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꺾는다.



# 작은 다리를 지나자 모텔이 나온다. 모텔 좌측 소로(小路)로 들어가면 곧 농원 낚시터를 만난다. 뙤약볕 강렬하지만 꾼들의 열정은 말리지 못한다.




# 나 역시 예전에 광적인 낚시꾼이었던 사람이라 한참 서서 그들의 조과를 구경하였다. 고기를 많이 풀었는지 간간이 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 보물리 들판에 푸른빛 가득하다. 강렬한 여름 햇살에 벼가 쑥쑥 자라고 있다.




# 잠시후 삼남길은 보물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보물리(甫勿里)는 마을 앞에 보(湺)가 있어 보물리라 불린 고장이다. 옜날부터 보가 있었다는 것은 이 지역이 강 유역에 자리하여 들 넓고 물 풍부하여 물산이 풍부하였다는 말이다. 그냥 우리 말로 해석해 보물이 많은 고장이라 불러도 좋을 곳이다.




#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보물리 문화복지회관이 있다.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계신다.



# 마을회관 바로 뒤에 정자를 갖춘 쉼터가 있다. 어느 재벌그룹에서 지어준 것이라 적혀 있다. 그 재벌가의 고향이 이곳 보물리인 듯하다. 풍수가들은 이곳 보물리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명당이라 재벌이 탄생했다 말한다. 예전 뉴스에 그 재벌가 유골이 도난당해 떠들썩 했던 적이 있다. 명당에 있는 유골을 이용해 돈을 뜯어 내려는 자들의 소행이었다.




# 정안면은 우리나라 주요 밤 생산지 중 하나이다. 마을 곳곳에 밤밭이 있다.




# 잠시후 마을을 벗어나 상수들을 가로질러 간다.



# 그러다 들이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강둑으로 올라선다.




# 정안천을 가로지르는 낮은 콧구멍 다리를 건넌다.




# 어느 일가족이 정안천으로 피서왔다. 부모는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물놀이에 신이 났다.




# 여울물이 아주 맑다. 나도 강가로 내려가 양치하고 손도 씻었다. 차갑고 시원하였다.




# 잠시의 청량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에 올라섰다. 길은 이제 장원리를 통과한다.




# 하늘에 작은 날틀 하나가 빙빙 맴돈다. 레저용 비행기인 듯하다. 천천히 낮게 여러 차례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장난감 같은 비행기의 모습이 귀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공을 가르는 그 기상이 보기 좋아 한참을 구경하였다.




# 정안천은 제법 품이 넓은 하천이다. 삼남길에서 만났던 여느 다른 지방 하천과는 달리 수질도 깨끗하다.




# 그 강둑을 따라 길게 아래로 내려갔다.



# 이 길의 이름은 장원길이다. 멀리 장원교가 보인다.




# 우측 멀리로는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지금 세상의 교통은 마을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외곽으로 우회하여 날아갈 듯 스칠 뿐이다. 따라서 옛날 교통 요지 중 지금까지 그 역할을 계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옛 길과 지금 길의 궤적은 비슷하여 그 빠른 길에 접근하기 용이한 면은 있다. 이곳 광정리도 가까이 정안나들목이 있어 고속도로와 접근이 쉽다.



# 고속도로 뒤로 금북정맥의 산줄기가 길게 누워있다. 천안에서 차령을 넘어온 금북은 백월산을 거쳐 청양과 홍성으로 넘어 간다. 고속도로 앞에 있는 무성산이다.




# 장원교는 공사중이다. 낡아서 수리하는 것인 모양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큰 물 일어난 적 없으니 수해 피해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 공사중인 장원교를 건넌다. 정안천은 아래로 흘러 금강을 향한다.



# 이후 정안천 둑길을 따라 남하하였다. 정안천은 인근 낚시꾼에게 잘 알려진 강 낚시터이다. 수초밭에 찌를 세우면 씨알 좋은 강붕어 손맛을 볼 수 있다.




# 강둑에 메꽃이 만발하였다. 메꽃은 나팔꽃을 닮았다. 하지만 나팔꽃은 인도가 원산인 외래종이고 메꽃은 우리 고유종 아생화이다. 그리고 나팔꽃이 한해살이풀인 반면에 메꽃은 여러해살이인 것이 또 다르다.




# 달맞이꽃도 전국 곳곳의 강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초이다. 달맞이꽃은 우리나라 각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남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 정안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여러 곳에서 공사 중이다. 이 지역 국회의원이 예산 확보를 잘 한 모양이다.




# 북계리 들이 끝나는 곳에 외딴 농장이 있다. 인기척 없는 농장에는 중형견 여러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 대부분 긴 줄에 메여 있는데 개중 목줄 없이 다니는 녀석들이 있다. 무섭게 덤벼들지는 않는데 근처를 맴돌며 요란하게 짖어댄다. 제법 덩치가 있는 녀석들이라 무시할 상대가 아니다. 짱돌 두어 개 손에 들고 타구봉(打狗棒) 내민채 큰소리로 녀석들을 제압했다. 위협적인 소리와 눈싸움이 효과가 있어 목줄없는 놈들은 멀리 물러났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 복계리 끝에서 길은 강으로 내려간다. 북계리(北溪里)는 북쪽에 수려한 계곡이 있어 부른 이름이라는데, 강을 따라 걷느라 계곡은 보지 못했다.




# 강 양쪽으로 하천 부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 일부는 주민들이 농지로 사용하고 일부는 잡풀 무성한 황무지가 되어 있다. 홍수 때 범람하면 농작물 피해 있을 것이니 짧게 수확 가능한 작물을 심었을 것이다.




# 하천길은 잡풀 무성하였다. 나는 오늘 칠부 바지를 입고 왔는데 노출된 다리에 잡풀 긁힌 상처가 생겼다.




# 정안천은 금강으로 흘러드는 여러 하천 중 수질이 제일 좋은 듯하였다. 수질 좋으니 낚시꾼도 많이 찾는다. 낚시 방법도 다양하다. 이 분은 루어낚시를 하고 있다. 




# 정안천에도 베스 자원이 많은 모양이다. 스트라익 되는 장면 보고 싶어 한참 구경하였다. 원래 구경꾼 있으면 낚시 잘 안되는 법이다. 물고기 구경은 못했다.




# 오룡리에서 수촌리로 넘어가는 곳에 오인교가 있다. 삼남길은 계속 강둑을 따른다. 




# 농심은 작은 공터도 놓치지 않는다. 강둑 작은 공간에 도라지씨를 뿌려 보랏빛과 하얀색의 도라지꽃 만발하였다.




# 태산들에서 두만천이 장안천에 합류한다. 두만천은 바로 위쪽에 있는 요룡저수지에서 흘러드는 하천이다. 발원지는 두만리 북쪽 산지이다. 부들풀 무리지어 피어있다.





# 수촌리를 통과하는 의당길에 올라선다. 그곳 요룡교 통과.




# 수촌리 입구에 신촌마을이 있다. 신촌(新村)은 전국 마을 이름 가운데 가장 흔한 이름이다. 예전부터 마을이 새로 형성되면 흔히 새말 혹은 새마을이라 불렀다. 그것이 그대로 한역되어 신촌이 된 것이다. 이곳도 그러하다.




# 삼남길은 도로가 아닌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 정자나무가 있는 쉼터가 있다.




# 정자나무 그늘 좋아 그곳 정자에 짐 내리고 휴식하였다. 간식 먹으며 오래 쉬었다. 동네사람들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곳이라 잠시 누워보기도 했다. 정자 앞 농가에서 물도 보충하였다.




# 신촌은 작은 마을이다. 삼남길은 곧바로 마을을 벗어나 수촌들로 향한다.




# 수촌들은 정안천이 선물한 가장 넓은 충적평야인 듯하다. 넓은 들이 아득히 펼쳐진다. 지대 낮은 강 하류에 있으니 예전부터 물이 많고 홍수 피해도 많았다. 수촌(水村)이란 이름이 붙여진 유래다.




# 수촌들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따라 길게 남하하였다. 저멀리 보이는 산은 금강 가에 있는 연미산과 채죽산이다.




# 수촌들이 끝나는 곳에 36번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 조금 더 가면 당진영덕고속도로도 만난다. 다리 아래를 통과하자 넓은 공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 정안천이 금강과 만나는 경계부 하천부지를 공주시에서 연꽃 공원으로 조성한 모양이다.




# 강 하류 충적지는 지대가 낮은 습지이다. 그곳 환경을 잘 이용하여 자연생태공원을 만든 것이다. 잘 한 일이다.




# 그냥 연꽃공원길 따라 가도 되지만 삼남길은 둑 위로 올라 가라 한다. 그곳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을 구경하라는 말이다.




# 대나무로 만든 정자가 있어 잠시 쉬었다.




# 메타세콰이어 도열해 있는 길을 따라 남하하였다. 메타세콰이어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이다. 따라서 이런 강변 환경을 아주 좋아한다.




# 경치 좋은 곳이고 걷기 좋은 길이다. 구간 막바지 길이라 쉬엄쉬엄 구경하며 걸었다.



# 방치되어 있던 습지를 큰돈 들이지 않고 이런 멋진 휴양공간으로 만들었다. 잘 하였다.




# 연꽃 구경하러 연밭 가까이 갔다. 꽃잎 끝이 분홍빛으로 물든 홍련과 새하얀 백련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물가이다 보니 모기가 너무 많다. 순식간에 수십 방 물렸다.



# 이렇게 좋은 생태 공원을 만들어 두니 지역 주민들이 휴식차 많이 찾는다.



# 연꽃 구경하며 길게 남하하였다. 생태공원이 참으로 길게 조성되어 있다.




# 공주 신관동 근처에 이르자 정안천의 종착점이 보인다.




# 정안천 끝자락을 가로지르는 다리 상판아래로 움직이는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저 둥근 조형물은 물방울을 의미하는가?




# 드디어 정안천이 금강과 합류하는 합수부에 도착했다. 이곳 합수부는 넓은 둔치가 형성되어 있다.




# 강 건너로 공산성이 건너다 보인다.




# 금강을 가로지르는 저 다리는 '백제큰다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넓은 둔치는 이 고장 시민들의 휴식과 운동 장소로 잘 활용되고 있다.



# 금강변에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시비(詩碑)가 있다. 김인겸은 조선 후기 문인으로 호를 퇴석(退石)이라하였다. 강직 첨렴한 선비였고 문장이 특출하였다. 이 작품은 1763년(영조 39) 8월 일본통신사 일행으로 일본을 다녀온 퇴석의 기행가사(記行歌辭)이다. 일본의 풍속이나 여행 도중의 여러 사건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의 시비가 이곳 금강에 세워진 것은 퇴석이 공주 석장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퇴석은 유년시절 일찍 부친과 사별하고 가난하여 학문에 전념키 어려웠다. 47세에야 겨우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는데, 젊은 시절 그는 향리인 공주에 칩거하며 공부를 하였다.




# 금강변에 땅거미 찾아들기 시작한다. 




# 삼남길은 이곳 금강철교에서 한 구간을 마치고 다음 구간을 시작한다. 그런데 길은 이곳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공산성을 넘는 길이고 하나는 강 건너편을 걷는 길이다.



# 공산성은 이미 두어 차례 지난 곳이다. 다음 구간에 저곳을 통과할지 강변을 걸을 지는 그때 결정하기로 하고 오늘은 구간 종료하기로 했다.




# 강변 둔치를 따라 금강 자전거길이 길게 이어진다. 금강 자전거길은 몇 년 전에 이미 마쳤다. 그때 신탄진 대청호에서 출발해서 군산의 금강하구둑까지 금강의 푸른 물결과 강변의 멋진 풍광을 벗삼아 긴 여정을 순조롭게 마친 기억이 있다. 내가 자전거로 달린 국토종주와 4대강 자전거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여겼던 기억이 있다.




# 삼남길 12구간을 마치고 신관동에 있는 공주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갔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에 없던 비다. 다행인 것이 이곳 터미널에 도착해서 비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만약 구간 도중에 비를 만났다면 곤욕을 치를 뻔 했다.




# 아담하면서도 잘 정돈된 시설이다. 화장실에서 가볍게 씻고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다행히도 이곳 공주에서 수원으로 한 번에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 수원에 도착했다. 수원에는 비가 내린 흔적이 없다. 마중나온 마눌과 함께 귀가했다.




12구간을 기점으로 이제 삼남길은 천안권역을 벗어나 공주권역으로 들어갔다. 삼남길이 완전히 충청 지방 깊숙이 들어 갔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전철의 혜택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모든 구간이 전철편으로 접근 가능하여서 부담없이 삼남길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특별히 준비하고 교통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민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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